2013.01.31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신자유주의는 사적 재산권에 대한 모든 규제를 철폐해 극단적인 재산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다. 기업의 소유자를 주주로 한정하고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은 기업 지분의 소유자인 주주의 이익에 맞추고자 했다. 통상 이를 ‘주주 이익의 극대화’라고 불렀다. 주주들의 재산은 주가로 표현됐다.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고 장기적으로 어떤 전망을 가져야 하는지에 앞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르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기업이 평가될 정도였다.

‘잔여 청구권’이라고 하는 그럴듯한 이론적 명분을 업고, 기업은 오직 지분을 소유한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므로 당연히 기업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이라는 존재 안에 파묻히게 된다. 주주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의 비용은 최소화돼야 했다. 그리고 노동자는 최소화시켜야 할 비용의 하나에 불과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 아래 비용 최소화에 저항하려는 노동자의 모든 권리는 철폐됐다. 노동자에게 신자유주의 규제철폐는 노동권 자체의 철폐였던 것이다.

이처럼 노동권을 철폐하고 최상의 지위를 누리게 된 신자유주의 소유권과 재산권은 국민이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할 또 다른 권리인 주거권 역시 희생시키게 된다.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의 가치보다는 기업의 재산청구권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가치를 더 중시하는 것처럼, 신자유주의는 주택에 대해서도 ‘주거’라고 하는 본래의 사용가치를 종종 무시하고 ‘자산가치’만을 중시하게 된다. 살기(Living) 위해서가 아니라 자산을 불리기 위해 사는(buying) 것이 주택이 됐다.

주가가 끝없이 올라 줘야 하는 것처럼 주택가격도 끝없이 올라야 했다. 주택이 끊임없이 스스로 가치가 불어나는 자산이 되면서 한 번도 살지 않은 주택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전체 가구의 8%에 달하는 140만 다주택 가구들은 그렇게 형성됐다. 심지어는 부동산 펀드를 통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집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입했다가 또 매도하는 일까지 흔하게 벌어졌다. 이런 주택거래를 방해하는 모든 규제들은 역시 철폐돼야 했다. 세금도 낮아져야 했고 거래제한도 완화돼야 했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어야 할 주택을 가지고 이처럼 거대한 자산시장이 형성되고 자산증식을 위한 매매거래가 복잡하게 진행된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더욱이 이러한 시장의 규모를 끝없이 키우기 위해 금융시장의 막대한 자금까지 동원한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다름 아닌 주택가격의 급등과 거품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99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평균 2.5배 이상 폭등했다. 그리고 주지하는 것처럼 미국에서,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 거품이 붕괴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한국은 급격한 거품붕괴 수준은 아니지만 2008년 이후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한 자산이 하릴없이 줄어드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자 재산권을 가진 주택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자산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정부를 압박해 세금·금융·건축 등에 남아 있는 규제를 풀어 왔고, 지금도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오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물론 국민에게는 실수요자의 거래 활성화나 경기회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을까. 지난 10여년 동안 주택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서울시민들은 8~10년 정도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소득 대비 집값 격차가 커졌다.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는 주택이라는 자산구입은 진작에 포기한 꿈이 됐다. 턱없는 소득에도 불구하고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주택소유자가 된 서민과 중산층 일부 가정들은 지금 ‘하우스푸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자산가치 증식을 위한 주택 소유자들의 무모한 질주로 인해 집 없는 45% 국민의 주거권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무리하게 빚을 얻어 집을 소유한 10% 정도의 하우스푸어에게도 주거권은 은행에 빼앗길 처지 직전에 와 있게 됐다. 지금이라도 이들에게 주거권이 보장되려면 주택가격이 소득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내려야 하건만, 주택소유자들의 가격상승 요구에 아직도 밀리고 있는 중이다. 주거권이 보장되려면 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 이전에 공공임대주택 등의 정책에 집중해야 하지만, 아직 5% 남짓에 그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무제한으로 풀린 재산권이 노동권뿐만 아니라 주거권까지 국민에게서 빼앗아 간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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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연초부터 자본과 공권력에 대항하는 노동조합들의 저항이 처절하다. 최근 민주노총은 노동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다섯 가지 긴급 현안을 적시했다. 한진중공업의 손해배상·가압류 철회와 해고자 원직복직,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국정조사와 복직 이행,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유성기업 노조탄압 중단, 공무원 해고자 복직 등이다. 엄청난 요구이거나 난해한 내용이기는커녕 대체로 기본적인 노동권을 지켜 달라는 것이다.

특히 한진중공업이 노조를 상대로 “파업으로 인한 재산 손실을 변상하라”며 냈던 158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대통령 선거 이후 노동자들을 잇따라 숨지게 한 도화선이 됐을 뿐 아니라 그 성격도 대단히 상징적이다. 파업이라고 하는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노동자들이 행사한 것에 대해 민법상 재산권 손실을 초래했다며 자본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권이 노동권을 위협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런데 이 같은 행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립 가능한 논리인가.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한국경제를 지배해 왔던 시스템을 통상 신자유주의라고 부른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율적 조정을 신봉하는 시장지상주의라고도 하고 규제완화나 감세·민영화·작은 정부와 같은 경제·사회정책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주주 이익 극대화’라고 표현되는 사적재산권의 극단적 옹호체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규제완화나 감세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 수단들은 자본의 사적재산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사적재산에 대한 정부의 조세징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소유권을 오직 주주로 한정하고 기업의 존립과 경영의 결과를 오직 지분을 소유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건비 등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가 재산권을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반대편에는 노동권에 대한 철저한 무시가 거울처럼 존재한다. 공식적인 정책 명칭은 ‘노동시장 유연화’다. 재산권의 극대화를 위해 노동비용의 최소화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노동권의 완전한 해체가 필요했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파견근로 확대, 임금격차 확대, 외주 확대 등 앞서 다섯 가지 긴급 현안을 초래한 노동권 해체가 그것이다. 그 압권은 노동자 파업이라는 노동권 행사에 대해 민법상 재산상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대응하는 행위다. 사적재산권 행사를 위해 노동권이 유린당하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과연 재산권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재산권도 인권처럼 천부적 자연권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일찍이 민주주의 이론에 관한 석학으로 알려진 로버트 달은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주장할 근거가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유재산권에 관한 어떤 논증도 사유재산을 무제한 축적할 권리까지 정당화하지 못한다. 다만 최소한의 자원, 특히 생활에 필수적인 자원 채집·자유와 행복추구·민주적 절차 그리고 기본권 실현에 필요한 자원들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뿐이다.”

우리 헌법 역시 재산권을 자연권처럼 무제한 보장한 적이 없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서 재산권에 대한 조항인 23조는 이렇게 돼 있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그러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며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재산권의 행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헌법 119조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할 것을 명시하면서도, 동시에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있게 한 대목과 상통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여기서 중단시키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약속한 ‘국민 대통합’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고삐 풀린 재산권 주장이 다수의 노동자들과 공공의 이익을 위협한다면 일정한 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난 15년 동안 모든 보호장치가 사라져 버려 실질적으로 무권리 상태로 된 노동권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 해고요건을 엄격히 규제하고 무분별한 파견근로를 제한하고 불법파견을 엄벌하며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

재산권을 다시 규제하고 노동권을 다시 보호해 힘의 균형을 다시 찾아야 한다. 그래야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라는 헌법의 목표가 달성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희생 또한 종결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 대통합으로 가는 길도 보일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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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0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 2013년 회원 캠페인- “새사연과 함께하는 희망 북클럽”을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의 집권 연장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진보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힘들어 하는 다수 국민이 존재하는 한 변화에 대한 모색은 멈출 수 없으며 우리 사회의 진보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가 노력을 기울여온 보편 복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일자리를 의제로 하여 치러진 18대 대선임에도 진보가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수가 손쉽게 의제를 차용해도 아무런 차별화가 되지 않을 만큼 진보 정책의 폭과 깊이가 짧기 때문이라 생각 됩니다. 또한 진정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과 생각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살아있는 진보 정책’을 모아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평범한 생활인들과 손잡고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추구해온 새사연은 현 시점에 꼭 필요한 고민이 담긴 책들을 함께 읽는 것으로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것을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제안합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새사연 연구원들이 각자 회원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한권씩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진보의 깊이를 위한 물음을 던지겠습니다.  

아울러 이후에 회원님들이 추천하는 책, 새사연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 저자와의 대화 등을 다양하게 시도할 생각입니다. 회원님들의 관심과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새사연 희망 북클럽①>『날아라. 노동』
-‘재산권’을 규제하고 ‘노동권’을 되살려야 대안사회가 열린다-

날아라. 노동(은수미, 2012, 부키)

미래지향적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운동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바로 주변이 중심이 되어버린 노동시장의 현실위에서, ‘노동권의 회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날아라. 노동은 이를 깨닫게 해주고 확인시켜주는 최고의 책이 아닐까. 새로운 노동운동의 교과서로 삼아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에 새해, 새 회원 캠페인의 첫 번째 책으로 자신 있게 추천한다.


18대 대통령 선거 공약, ‘노동’ 아닌 ‘일자리’였지만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다섯 개의 문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그것은 일자리 혁명의 문입니다. 복지국가의 문입니다. 경제민주화의 문입니다. 새로운 정치의 문입니다. 그리고 평화와 공존의 문입니다.” 야당 단일후보였던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가장 중요한 공약이 바로 일자리 혁명이었다. 그리고 일자리 혁명의 방안으로 ‘만.나.바(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고, 기존의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꾼다.)’를 제안했다.

“저는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습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2012년 7월 새누리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말한 대목이다. 경제 민주화, 복지와 함께 일자리 문제가 역시 공약의 최상단에 자리 잡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의 일자리 공약은 ‘늘.지.오(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올린다.)’이다. 틀 자체에서는 야당의 문재인 후보와 다를 것이 없다.

물론 두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노동’이 아니라 ‘고용(일자리)’을 기본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개념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단순히 양적으로 일자리 몇 개를 늘리겠다는 숫자 논쟁(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은 5년 동안 일자리 300만개 늘리겠다는 것이 공약이었다. 실제로는 절반도 늘지 않았지만.)을 했던 과거와는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 일자리의 ‘질’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과 격차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일자리 질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지 해소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차별과 격차의 해소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해고요건 강화 등을 포함하여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최소한의 일련의 규제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단초이지만 ‘노동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 최고의 책 한권, ‘노동권’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금 일자리, 고용불안, 비정규직, 고용 차별, 노동시장 유연화, 각종 불법적 고용행태, 정리해고와 직장폐쇄 등 정말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 고용과 노동문제의 중심부에는 다름 아닌 ‘노동권’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 논리에 따라 노동에 대한 자본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압박이 진행되었다. 그에 따라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무너져갔으며 노동자들의 협상력은 극도로 약화되었다. 그 결과,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협상력이 상실된 노동자들에게 자본이 대대적으로 강요한 정리해고와 임금압박, 수많은 유형의 비정규직, 아웃소싱과 파견, 근로 빈곤, 저임금 노동은 노동시장을 교란시켰고 1700만 노동자 내부를 차별과 격차로 가득 차게 했다. 이 모든 문제의 뿌리에는 ‘노동권’의 와해가 있다.

‘노동권이 비용 앞에서 맥을 못 추는’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노동권’이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주장한 책이 2012년에 출간되었다. 19대 국회의원이 된 은수미 박사의 『날아라. 노동』이 바로 그 책이다. “노동권은 헌법상의 자유권이고 사회권이라는 점에서 생존권을 넘어선다. 절대로 침해해서는 안되는 게 자유권이고, 정부가 존중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사회권이며, 노동권은 그 두 영역에 걸쳐 있는 권리다.”(65쪽)

신자유주의는 ‘재산권’ 특히 ‘주주권’을 마치 ‘자연권’의 범주인 것처럼 끝없이 신성 불가침한 것으로 확장해왔다. 반면에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노동권을 체계적으로 무너뜨려왔다. 이제는 헌법 23조에 따라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다시 자기 자리를 찾게 해야 한다. 반면 헌법 32조~35조에 명시된 바에 따라 노동권을 복원하고 확장시켜야 한다. 이런 맥락을 가장 정확히 짚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고 노동권에 민감해져야 한다. 노동권이 시민권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함께 지켜야”한다고 호소한다.

 

주변이 중심을 압도하는 현실, 지금 우리의 일터다.

일자리 문제, 비정규직 문제, 차별 문제, 저임금과 근로 빈곤 문제의 해결의 근저를 이루는 것이 바로 ‘노동권’ 회복임을 가장 정확히 짚어낸 저자의 통찰력은 정확한 현실 이해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1997년을 전후하여 중심 - 주변 노동시장으로의 분리는 더욱 뚜렷해져 전체 노동자의 20퍼센트 정도만 중심부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나머지 80퍼센트는 주변부에서 일한다.”(184 쪽)고 진단한다. 그리고 저자는 20퍼센트 속에서가 아니라 80퍼센트의 현실에 더 많은 주목을 하면서, 주변이 중심을 압도하게 된 이유를 ‘노동권 붕괴’로부터 찾는 것이다. 이미 비정규직이 절반이 된 노동시장 현실이나, 이를 ‘이중 노동시장’으로 표현했던 사례들이 있지만, 오랜 기간 실제 주변노동에 대한 면담과 사례조사를 통해 주변이 중심이 된 현실을 설명해준 글들은 없다.

이러한 현실인식에 기초하여 저자는 ‘가장 최신의 현실 모습으로 노동의 개념’을 부활시켜내고 있다. 사실 지금 진보 안에서는 전통적인 노동해방이나 노동계급 지도성 등의 개념을 다소 바꿔서 노동존중, 노동중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이것이 진보의 기준점인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노동존중과 노동중심의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는 설득력 있게 말해주지 않는다. 추상적인 당위이거나 아니면 현실 형태로서 ‘민주노총 주도’와 등치시키는 정도다.

그러나 저자는 전체 취업자의 70%가 생활하는 현장, 다시 그 중 80%가 생활하는 현장에서 ‘노동권의 와해’를 목도하고, 그곳에서 인권과 시민권, 사회권을 되살리는 것, 바로 ‘노동권의 회복’이 사회개혁의 최고 과제임을 강조한다. 그것이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이며, 경제 민주화의 시작점이며, 사회통합의 기반임을 확인해준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직접 고용이든 간접고용이든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또한 원청이든 하청이든, 작은 기업이든 큰 기업이든 동일 지역이나 업종에 종사할 경우 하나의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186 쪽)

미래지향적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운동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자면 바로 ‘주변이 중심이 된 노동시장 현실’위에서 ‘노동권 회복’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를 깨닫게 해주고, 확인해주는 최고의 책이 바로 『날아라. 노동』이다. 새로운 노동운동의 교과서로 삼아도 부족하지 않을 듯싶어 추천한다.

저자 은수미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대학에서 제적된 1984년부터 현재까지 '노동'을 화두처럼 붙들고 있다. 6년간 옥고를 치른 뒤 1998년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단독 저서나 공저, 수많은 논문을 통해 노동문제와 노동 정책을 제기해 왔으며 2012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도 불합리한 노동 현안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면서 그녀의 화두인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28년간 노동문제에 천착해 온 그녀는 특히 지난 10년 가까이 현장 인터뷰를 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를 만났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데 왜 열심히 일해도 봄을 맞을 수 없을까, 회사에서 성실한 근무자라는 평가를 받아도 1년이나 2년 후에 해고되어야 한다면 도대체 그 원인은 무엇이고 대안은 없을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고민을 한번쯤 매듭짓고 싶었으며 노동자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다운 존엄성과 권리를 찾는 실마리로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 출처: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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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1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경제 자유와 경제 민주화, 무엇이 우선인가?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전경련, 경제 민주화 논쟁에 뛰어들다
2. 우리 헌법의 경제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3.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 경제 민주화
4.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에 우선한다

 

[본 문]

1. 전경련, 경제 민주화 논쟁에 뛰어들다

보편복지와 함께 2011년부터 우리사회의 가장 강력한 의제로 부상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비록 4.11총선국면에서는 정책대결보다 폭로전으로 비화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대선을 앞두고 가장 쟁점이 될 상위 의제다. 일부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운동을 ‘진보의 탈을 쓴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는 현재 시점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운동이 재부상하고 있는 국민생활적 배경을 진지하게 따져보지 않은 결과이며, 핵심에서 벗어난 주장인 셈이다.

우리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논점을 잡아가고, 쟁점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침 핵심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전경련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이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지난 6월 4일, “경제 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정면반박하고 나섰다.

세미나 관계자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 경제 민주화의 법적 이론적 근거를 정면 반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런 세미나를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세미나에서는 헌법적 차원, 경제 이론적 차원, 철학적 차원에서 반(反)경제 민주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진보 개혁세력이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경제 민주화의 정당성의 출발점으로 삼자 전경련과 보수 세력도 거기서부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제 우리도 논의를 확장시켜 전개해 볼 필요가 있고 이를 국민들과 나눠야 한다.

 

2. 우리 헌법의 경제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까?

헌법의 원칙은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

경제 민주화를 공박하는 전경련이나 보수 세력의 핵심 주장에 따르면, 우리 헌법은 어디까지나 자유 시장 경제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사적 재산권의 불가침과 기업 활동의 자유가 원칙이다. 따라서 경제 민주화라는 명목으로 재산권과 경제활동 자유를 어쩔 수 없이 침해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119조 1항인 경제 자유가 원칙이고 119조 2항인 경제 민주화는 아주 제한된 국면에서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경제 민주화를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뉘앙스까지 보여주고 있다.

검토해야 할 수 많은 논점이 있을 수 있지만 몇 가지만 추려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우선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우리헌법이 순수한 ‘자유 시장 경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주의적 통제경제는 더욱 아닌, 그 사이의 다양한 혼합경제의 하나로서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보장을 근간으로 하여 독과점의 폐해를 막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하여 국가의 경제 간섭을 요구하는 경제 질서다.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는 경제재의 생산과 분배가 자유경쟁원칙 하에서 행해지며,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한도 내에서 국가의 경제 관여가 정당화되는 경제 질서를 말한다.

우리 헌법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의 판시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때문에 2000년대에 신자유주의 물결이 거세진 분위기에 편승해 전경련이나 보수 쪽에서는 119조 2항 경제 민주화 조항을 삭제하자는 개헌을 주장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번 세미나에서도 또 다시 119조 2항을 폐지하자고 주장한 것이 아닌가. 따라서 우리 헌법이 자유 시장 경제 질서에 충실하고 있다는 주장은 부합하지 않는다.

폭넓게 적용되는 경제 민주화 조항, 예외규정 아니야

둘째로, 따라서 헌법 119조 1항(개인과 기업 활동의 자유)을 ‘원칙’으로  119조 2항(경제 민주화를 위한 국가개입)은 ‘예외’로 단순 구분하는 방식도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경제 민주화 조항만 보더라도 ① 국가의 적정한 소득 재분배 역할, ②독점에 의한 시장실패에 국가 개입, ③경제 주체들(자본과 노동 등) 사이의 세력 불균형에 국가 개입 등으로 폭넓게 규정되어 있다. 더 나아가 헌법 경제 분야에서 119조 이외에 120조~127조까지 국토자원과 농지 등에 대한 사적 소유 제한과 중소기업 보호 의무, 대외무역 규제 등까지를 포함하여 고려한다면 경제 민주화가 ‘예외’ 조항이라는 근거는 희박하다.

“우리나라 헌법상의 경제 질서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모순과 폐해를 시정하기 위하여 국가가 경제활동에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점에서는 독일이나 미국의 경제 질서와 마찬가지이지만, 사회 정책적 고려를 위한 규제에 있어서는 독일보다 훨씬 약하고, 산업간 ? 지역간 균형 있는 발전과 경제 주체간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려고 하는 경제 정책적인 고려를 위한 규제에 있어서는 미국이나 독일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한 대목도 맥락을 같이한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전경련이나 대기업들이 119조 1항을 들어 경제 자유를 강조하고 진보세력은 2항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들어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기본인데, 일부에서는 경제 민주화 주장이 마치 국가 개입을 부정하고 시장주의(자유주의)에 편승하고 있다고 비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이후 경제 민주화운동은 기본적으로 헌법 119조 2항을 대의명분으로 내걸고 있고 그 핵심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를 위한 국가의 개입이다. 균형 있는 국민경제는 소득 재분배, 독과점 방지, 그리고 경제주체들 사이의 조화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재산권은 수많은 기본권 중 일부일 뿐

셋째로, 사적 재산권과 기업 활동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37조)는 조항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보수 세력은 유독 강조한다.

헌법 37조항은 사실 재산권뿐만 아니라 국민의 모든 기본권을 제한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을 밝힌 항목이다. 말하자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31조), 근로의 권리(32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34조) 등도 동일하게 37조의 적용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 기본권들은 현실에서 서로 충돌하기도 하며 따라서 재산권만을 유독 강조할 수는 없다. 특히 재산권은 자연권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고, 각 개인이 소유한 자치권의 하위 범주 차원에서 인민과 인민의 대표들이 사적 소유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지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적 재산권의 제한 범위는 37조가 아니라 액면 그대로 23조 1,2,3항 규정을 해석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사적 재산권을 기본권으로 보호하되 공공복리에 따라야 한다면서 재산권을 상대화시키고 있고, 동시에 ‘공공의 필요에 따라’ 사적 재산에 대해 국가가 보상을 전제로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그 누구도 “정당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생명, 자유, 재산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미국 수정헌법 5조 보다도 훨씬 강력한 제한 규정이다.

 

3.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 경제 민주화

한 국가의 사회질서는 당대의 역사적 필요나 사회적 요구, 그리고 사회 세력 사이의 힘의 관계를 헌법에 투영시킨다. 따라서 사적 재산권의 보호나 기업 활동의 자유, 그리고 국민경제의 균형을 위한 국가의 역할 등은 우리사회의 역사적 발전경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이번에는 1945년 해방이후 제헌헌법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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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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