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6 / 2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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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한국의 점령운동은 누구에게 향하는가?
2. 이스라엘 시민들이 재벌에 분노한 이유
3. 재벌과 투기자본 중 하나를 ‘선택’하라니?
4. 재벌개혁 없이 경제 민주화가 가능한 영역은 없다.

 

[본 문]

지난 6월 22일 새사연과 참여연대, 민변, 민주노총을 포함한 각계의 단체들이 연대하여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경제 민주화 시민연대) 준비조직을 만들었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논쟁의 장에서 실천의 장으로, 개별적 저항에서 연대운동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는 “재벌이 이미 중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 노동자 등 각계각층 국민대중의 생존과 생활에 깊숙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말로만 하는 동반 성장론이나 재벌과의 타협론은 국민대중의 심각한 생존과 생활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경제민주화와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정책 및 입법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결성 취지를 밝히고 있다.

시민연대의 명칭에서나 결성 취지문에서 이른바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항상 함께 따라다니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약칭을 ‘재벌개혁 시민연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로 할 것인가를 두고 약간의 토론도 있었다. 보다 포괄범위가 확장된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로 어렵지 않게 약칭을 정했지만 그 안에 재벌개혁이 전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은 어떤 상관관계에 있을까. 더 나아가 재벌개혁을 강조하지 않고 경제 민주화를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일까.

 

1. 한국의 점령운동은 누구에게 향하는가?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재벌개혁 요구를 다시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시 끌어올려준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였고 이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였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운동은 2011년 카이로에서 월가까지 세계를 휩쓸었던 월가 점령운동의 맥락과 닿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점령하라’ 운동이 왜곡되어 전개되었다. ‘1퍼센트에 맞서는 99퍼센트의 운동’이 투기적인 세계 금융 자본과 재테크 자본시장에 대한 비판의 맥락에서 전개된 것이 아니라, 반재벌 운동의 맥락에서 전개된 것”이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었다. 우선 이러한 문제제기부터 풀어보도록 하자.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그 동안 감춰졌던 불평의 세계화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이것이 곧 저항의 세계화로 전환되었다. 그 상황에서 세계적인 분노의 대상이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자본인 것은 맞다. 그러면 한국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의 한국버전이라고 할 여의도 증권가 자본이 우리 국민의 분노의 대상이고 99%가 저항해야 할 1%인가. 아니다. 우리 연구원은 한국에서 점령운동 시위를 하기도 전인 2011년 10월 초에 아예 의도적으로 운동을 왜곡할 목적의 주장을 했다. 한국에서는 월가점령운동을 도식적으로 모방하여 여의도 증권가 앞에서 시위를 하면 안 되고 삼성과 같은 재벌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월가 시위대들의 분노의 표적이 된 월가 초대형은행에 견줄만한 대한민국의 1%는 누구인가. 우리 경제에서 ‘너무 커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는 누구인가. 바로 삼성, 현대, SK, LG로 대표되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다. 삼성과 현대 그룹의 공식적인 자산 총액은 한 해 국가 예산규모를 상회하는 330조원이 넘는다. SK와 LG까지를 포함하는 4대그룹의 작년 매출액 603조 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 규모를 계속 키워서 2007년 대비 계열사 수자가 최소 30%이상 늘어났다. 현재 삼성그룹이 78개, 현대 그룹이 63개, 그리고 SK그룹이 8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너무 커져서 파산시킬 수 없을 지경이 아닌가. 더욱이 이들은 과거처럼 정권의 눈치나 보는 위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권에게 훈수를 두고 여의도 국회에 촘촘하게 로비를 하며 자사 싱크탱크를 동원하여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능력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의 월가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실세로서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삼성의 스마트폰 선전의 예로 알 수 있듯이 월가와 달리 부단한 기술혁신과 경쟁력 강화로 얻은 대가이고 때문에 비난받을 수 없는 것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크게 공론화된 것처럼, 하청기업에 대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골목상권이나 MRO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시장 잠식, 통신과 유류를 포함한 각종 독과점 가격 등을 통한 이익추구가 대기업 현금창고를 채우는데 기여했던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와중에 정부의 규제완화, 감세, 고환율 정책의 지원을 받아 수익행진을 구가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고용불안과 경제적 불평등, 불공정의 뿌리이자 부를 독점하는 1%가 있다면 당연히 그 맨 앞자리에 재벌 대기업 집단이 있어야 한다. ‘부유한 월가와 가난한 미국 국민’이 있다면 ‘부자 삼성과 가난한 한국 국민’이 우리 앞에 있는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미국 시민들이 ‘월가에게 금융규제를, 증세를, 사법처리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재벌 대기업 집단에게 규제를, 증세를 해야 하고 불법적인 증여 상속 등에 대해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99% 국민운동이 번질 조짐이다. 99%를 환영한다. 당사자의 행동이야말로 진정한 변화를 열어갈 최후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99% 한국 국민이 저항해야 할 1%는 재벌 대기업집단이며 요구해야 할 핵심구호는 재벌개혁이다.”

 

2. 이스라엘 시민들이 재벌에 분노한 이유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왜곡’은 우리나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 시민들도 2011년 저항운동의 칼끝을 자국의 재벌을 향해 겨눴다. 그리고 그 결과 실질적인 2012년 4월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재벌 쪼개기 조치를 받아냈다.

지난해인 2011년 8월 700만 인구의 이스라엘에서 30만이 거리로 나왔던 전무후무한 시위가 있었고, 이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처럼 아랍권과 대치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특수 조건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주택 값이 너무 올라 텐트시위를 한 것이 발단이었으니 정확히 지난해의 세계적인 저항운동의 궤도위에 있었던 시위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스라엘도 앞선 튀니지나 아랍처럼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했던 서민들이 시위를 한 것인가. 유사하기는 하지만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물가는 4%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직접적인 시위의 원인이었던 이집트의 작년 물가 상승률이 13%이었고, 인도가 6.8%, 중국이 5.4%, 그리고 우리나라 4.0%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종합적인 소비자 물가 상승이 이스라엘 국민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남유럽처럼 실업이 심각한가. 아니다. 실업률도 경제위기 초기에 7% 수준에서 작년에 5.6%로 낮아지면서 완화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유로 지역 실업률이 10%를 돌파하고 스페인은 20%를 훌쩍 넘어간 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면 부채와 재정 상태는 어떤가. 국가총부채는 GDP의 74%정도이고 재정적자 규모도 -4%전후여서 그 자체만으로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심각하다고 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이스라엘 시민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 역시 핵심은 불평등이었다. OECD국가들 가운데 이스라엘보다 불평등 정도가 높은 국가들이 4개 국가 밖에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불평등은 심각하다. 2008년 기준 이스라엘의 지니계수는 3.9인데, 유럽 연합이 3.0 전후이고 우리나라도 3.1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3만 달러 국가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불평등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초에 3.5에서 빠르게 악화된 것이다. 이러한 불평등의 결과 2008년 기준 빈곤선 이하의 가구가 무려 24%였다는 것, 때문에 상당한 가구가 소득으로 식료품과 주거, 교육과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 바로 2011년 8월의 이스라엘 시위였다는 것이다.

심각한 불평등 구조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간의 추가적인 물가 인상이나 소득정체도 곧바로 생활의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런데 불평등과 물가 부담의 본원적 원인이 독점적 재벌(monopolistic conglomerates)이 경제를 통제하여 독점가격을 매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스라엘 시민들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최근 우리 국민들이 석유가격에 대한 정유 독점재벌의 독점가격이 있고, 통신비에도 통신재벌들의 독과점 가격이 있다는 강한 의문을 갖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덧붙이면 이처럼 물가가 전반적으로 비싼 가운데, 동시에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비 때문에 교육과 보건의 공적 지출 비중이 구조적으로 적어 사회보장 시스템이 취약했던 것도 한 몫을 했던 것이다.

규제 풀린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장기침체로 몰아넣고 소득 불평등의 강도가 커지면서 전 세계 시민들이 곳곳에서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논리적으로는 이들에게 공통의 분노의 대상은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자본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형태는 국가마다 다르다. 신자유주의가 착근된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자본이 좌우하는 금융시장과 재벌 대기업집단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실물시장으로 이중화 되어있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한국경제의 구조개혁도 한편에서는 금융시장에서의 대외충격을 줄이기 위한 ‘자본통제’와, 다른 편에서의 실물시장에서의 재벌의 독점 횡포를 억제하기 위한 ‘재벌개혁’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금융통제와 양극화 해소는 민주적 대안의 길에서 같이 가야 할 두 바퀴 친구가 되어야 한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금융통제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계속 되었던 것을 새길 필요가 있다.

 

3. 재벌과 투기자본 중 하나를 ‘선택’하라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최근 세 가지 갈래의 의견들이 있다. 첫째 의견은 의외로(?) 보수적인 새누리당에서 대변해 주었다. 지난 6월 5일,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이 6쪽 자리 발표 자료를 통해 “재벌개혁은 경제 민주화를 위한 선결조건”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힘의 균형과 견제인데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이러한 힘의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원천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막아 힘의 남용을 초래한다.”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의 폐해가, 시장 점유율이 집중되면 독점의 폐해가 나타난다.” “경제의 영역에서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 민주화는 이러한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재벌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혜훈 최고위원의 주장은 가장 상식적이면서도 정당한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개인 이혜훈이 아닌 전체 새누리당이 얼마나 수용하고 지속시킬지는 일단 지켜보도록 하자.

그러면 정작 당사자인 재벌들의 생각은 어떨까. 경제 민주화의 칼끝이 자신들에게 향해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있는 전경련은 경제 민주화가 자신들이 아닌 그 누구에게 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규제를 할 때는 법률에 근거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벌 구조의 경제 민주화’ 와 ‘재벌과 중소기업 간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며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있다면서, “사전적인 행정규제 중심의 대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 정책들을, 되도록 사후적인 사법적 구제강화 정책들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비자 등의 이익에 부합하는 헌법 합치적 양극화 해소방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의견은 앞서 보았듯이 한국의 점령운동이 재벌을 향한 것이 ‘왜곡’이라면서 경제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면 그 핵심 문제제기 대상은 재벌 보다는 투기자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실세가 미국인가 군부독재인가 하는 오래된 논쟁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 주요 재벌기업은 과거 군부정권과는 차원이 다르게 단순히 국내자본이 아니고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인 점부터가 확연히 다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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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5 / 1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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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가장 오랜 기업집단이자 금지대상이었던 지주회사

2. 기업 집단의 가장 유력한 형태가 된 지주회사체제

3. 지주회사 규제의 틀을 어떻게 짜야 하나.

4. 지주회사 배당수익에 대한 법인세 감면 축소

5. 재벌기업 집단과 지주회사 구조

 

[본 문]

1. 가장 오랜 기업집단이자 금지 대상이었던 지주회사

지금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재벌은 단일한 경영 지휘통제를 받고 있는 거대 기업집단의 한국적 형태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라고 할 수 있다. 복합기업(conglomerates)라는 일반적인 개념이 있기도 하지만 이제는 국제적으로 재벌(chaebol)이라는 단어가 인정되어 쓰일 정도이다.

그러나 기업집단이라고 하여도 어떤 형태로 소유관계와 통제관계를 형성하면서 집단을 이루냐에 따라 다양한 형식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거대 기업 집단을 이루기 위해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수십 개 기업의 지분을 직접 모두 가지고 있는 방식은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심이 되는 모기업이 여러 개의 기업에 지분출자를 하여 계열사를 만들고 각 계열사들이 다시 지분을 출자하여 하위 계열사를 거느리는 식으로 기업 집단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계열사 출자도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상호출자나 (환상형) 상호출자 같은 형태는, 실질적으로는 있지도 않은 가공자본을 만들면서 지분관계를 구성하게 되므로 규제가 필요한 대상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오고 있는 출자 방식이 바로 ‘지주회사 체제’이다.

지주회사체제의 기업 집단은 이미 100백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독점과 기업집단이 탄생하던 초창기 모델은 미국을 기준으로 보면 트러스트였다. 그 가운데 1868년 설립된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 기업은 단순한 수평적 확장을 넘어서 원유산업과 판매망을 전후방을 연계하는 수직적 구조의 구축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확장을 하면서 미국 정유의 90%이상을 공급하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던 19세기 말 미국 최대 기업집단이자 최초의 트러스트였다.

그런데 1888년 뉴저지 주의 회사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설립이 최초로 가능하게 됨으로써 스탠더드 오일의 트러스트는 본사를 뉴저지로 옮기고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한다. 1890년 셔먼법이 제정된 후 트러스트에 대해 반독점 규제가 들어오자 1892년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가 해체되고 뉴저지 스탠더드 오일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가 된 것이다. 이렇게 탄생했던 스탠더드 오일 지주회사가 바로 1911년 반독점 기업분할 판결을 받아 역사상 최초로 기업집단이 33개로 쪼개지게 된 그 기업집단이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내려온 그 후손이 최근까지 부동의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해온 미국의 최대 에너지기업 엑손모빌(Exxon Mobil)이다.

지주회사 형태의 기업 집단은 후발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에서도 매우 일찍 도입된다. 일찍이 180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일본 재벌은 사업규모가 확대되고 근대적인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주회사의 형식을 띤 근대적인 기업집단으로 변모한다. 1909년 지주회사로 전환된 일본 최고 최대 재벌 미쓰이[三井] 재벌이 그 대표 주자다. 지주회사에 기초한 조직을 갖춘 일본의 재벌은 그 후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1920년대 이르면 일본 산업의 대부분을 지배했다. 이 시기에 미쓰이 재벌의 자회사는 120개에 달했으며 미쓰이[三井]·미쓰비시[三菱], 스미토모[住友], 야스다[安田] 등 4대 재벌의 압도적 체제가 형성된다. 특히 이들 재벌은 모두 은행업까지 영위하고 있었고 이것이 그들의 성장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다.

2차 대전 이전까지 일본 재벌의 특징을 보면 현재 한국의 재벌과 유사한데, 가족 - 지주회사 -직계기업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로 되어 있었고 동시에 친족의 지배아래 있었다. 또한 재벌은 거의 모든 산업에 진출하여 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특히 금융업과 중화학 공업에서 두드러졌다. 이렇게 지주회사 형태를 띤 일본 재벌은 2차 대전 패배이후 연합군에 의해 해체과정을 밟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은 연합군에 의해 1947년 사적독점 금지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지주회사제도를 금지한 조항(9조)이 1997년 폐지될 때까지 지속이 되었다. 그리고 지주회사를 금지한 일본법을 모델로 하여 1986년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법이 개정될 때에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1997년 일본 독점 금지법이 개정된다. “지주회사가 더 이상 재벌을 형벌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 지주회사의 긍정적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주회사에 대한 선택의 여지를 기업에게 줄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되었고, 지주회사의 일률적 금지에서 사업 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마침 당시에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상당한 규모의 인수합병 필요가 부상하자, 일본의 사례를 따라 일정한 규제 범위에서 지주회사 설립을 전격적으로 허용해 주는 방향으로 선회했던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는 분사화를 통한 비주력 사업의 분리. 매각, 기업문화가 다른 기업 간의 인수합병 활성화, 외자 유치를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등 순기능이 많은 제도”라고 지주회사 허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영미권에서 지주회사는 가장 흔한 기업집단 형태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기업집단인 독일의 콘체른도 지주회사의 외형을 띠고 있고 유명한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이나 이탈리아의 아그넬리 그룹도 지주회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지주회사는 매우 오래된 기업 집단의 한 형태였으며,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력 집중의 폐해가 심각하여 해체되거나 금지되었던 선례가 있는 기업집단 형태였음을 확인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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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4.1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보수주의자들은 경제가 시장의 원리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품 공급자 또는 수요자로서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시장에 참여해 거래를 하면 가장 효율적인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인위적인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전 세계는 앞다퉈 재정지출을 했다. 4년 이상 공격적인 금리 통화정책으로 시장 개입을 하고 있는 지금도 시장의 효율성과 자기조정 능력에 대한 과신은 크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역사적 현실은 시장의 자율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에 대한 일정한 규제가 자본주의 시장을 존립시켜 왔을지도 모른다. 1920년대의 금융자유의 시대, 1980년 이후 금융자유주의 시대는 대공황을 초래하면서 잔인하고도 거대한 시장의 붕괴, 시장의 실패를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그러니 규제 자본주의가 시장경제에 가장 적합한 것일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한 것이다.

그런데 조폭 세계도 아닌 시장경제에서 국가의 합법적인 개입은 고사하고 때때로 공포와 협박을 동원해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강제하는 경우가 21세기 첨단의 시대에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것도 특히 시장의 자율을 주장하는 보수적 세력들에 의해 조장된다는 것이 더 역설적이다.

첫 번째 사례는 가장 혁신적인 금융시장에서 발견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보편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은퇴 후 생활과 노후생활을 위한 복지정책을 활발하게 개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대비책으로 나온 것은 복지정책만이 아니다. 보험과 연금을 비롯한 금융상품이 이에 못지않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개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이를 상품판매로 연결시키려는 보험사들의 공포마케팅이다.

지난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0세 보장’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품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합쳐 14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비슷한 마케팅전략을 내세우는 증권사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200여개까지 늘어난단다. 국민들은 정부의 복지정책을 신뢰하고 공공복지에 의지할 것인가, 아니면 사적 금융시장의 공포조장에 밀려 금융상품에 노후를 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각자가 합리적인 자기 이익을 가지고 거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두 번째가 부동산 시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정체, 또는 실질적 하락세가 4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기를 이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추세가 반전될 기미도 없다. 지난 4년 동안 끊임없이 나왔던 것이 부동산 폭락사태와 시장 붕괴 우려의 목소리다. 그런데 그중에 국민경제의 급격한 충격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폭락을 걱정하고 연착륙 대책을 고민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쪽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폭락에 대한 두려움을 시장에 유포해 정부와 국민으로 하여금 부동산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하려는 심산이다. 건설업자들이나 주택대출을 해준 은행들, 그리고 주택 투기세력들이 그들이다. 실제로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4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고 세제 경감조치를 발표하고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았다. 그로 인해 누가 이익을 봤을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시장의 자율과 참여자들의 합리적 이익추구라는 경제학 교과서의 그림은 잘 구현되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재벌이다. 올해부터 재벌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재벌에 대한 규제와 증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중이다. 당장 재벌들은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전형적인 협박과 공포 분위기를 흘리기 시작한다. 몇 년 전부터 재벌들은 심지어 “자꾸 규제나 과세를 해서 기업하는 환경을 어렵게 하면 본사를 옮길 수도 있다”는 그야말로 어이없는 협박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미 재벌들은 싼 임금을 찾아 공장을 끊임없이 해외로 옮겨왔다. 만약 본사를 옮기는 것이 이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유럽이든 벌써 떠났을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애국심이 있어 본사를 한국에 일부러 두고 있겠는가. 한국처럼 알짜배기 고급인력을 충분히 수혈받을 수 있는 곳, 제품 만들면 즉각적이고 충분한 규모로 구매해서 테스트해 주는 국민이 있는 곳, 그처럼 많은 이익이 나는데도 여전히 엄청난 특혜를 제공해 주는 정부가 있는 나라. 관료와 학계, 법조와 회계 분야에 몽땅 내 사람들로 포진해 있는 인적환경이 되는 한국보다 나은 국가가 있다면 삼성과 재벌들은 지금 이 시각 짐을 싸서 떠났을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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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2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재벌 개편’ 법적 틀 제시
권한과 책임 명문화해야
독과점 규제 가능케 되고
주주·노동자 권리도 보장

막상 총선에서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하고 누그러졌지만 재벌개혁이 절박하다는 문제의식은 정치권이나 학계, 시민사회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넓은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지금 어떤 개혁이 필요하고 어떤 개혁 수단이 동원되어야 하는지는 백인백색이다. 2009년에 폐지된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부활하자는 의견에서부터 순환출자 금지 같은 새로운 사전규제 장치를 동원하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재벌과 총수일가의 범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고 편법 증여를 막는 것이 긴요하다는 주장과 원-하청 불공정 거래가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조금 호흡을 길게 하고 역사적 맥락에서 재벌개혁 논쟁을 파악해 보자.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구축되었던 출자총액제한제도와 큰 틀의 재벌규제 체제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 15년 동안 점차 약화되고 대신 시장 자율이나 자본시장을 통한 견제에 맡겨지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시장의 자율적 조정능력이나 자본시장에서의 소수 주주권 강화 방식만으로는 재벌 집단이 적절히 견제되지 못했다. 오히려 재벌의 경제력 집중 정도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지금은 재벌의 독점적 횡포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마땅한 사회적·제도적 장치가 없는 규율의 공백상태에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마저 친기업정책을 내걸면서 지난 4년 동안 유통 재벌은 골목상권을 휩쓸고, 석유·통신재벌은 독과점 가격을 밀어붙였다. 전자와 자동차 재벌은 하청단가를 깎아 거대한 수익을 달성하는 등 국민경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포식자로 커져버렸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재벌개혁이 새롭게 국민적 의제로 부상한 배경이다.

지금은 한두 가지 수단으로 재벌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적어도 앞으로 10년 한국 경제를 내다보면서 규제 공백상태에 있는 재벌을 어떤 제도적 틀로 규율해나갈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학계 등에서 그동안 간간이 나왔던 ‘기업집단법’ 제정 주장은 이미 한국 경제의 중심에 착근되어 버린 재벌체제를 공식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성문법적 틀 안에서 규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어 현재의 시점에서 적합한 대안일 수 있다.

기업집단법은 개별 기업 범위를 넘는 기업집단이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실체’라는 점을 상법 차원에서 인정하고, 그 존재와 구성 요건을 법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현실적 실체이면서도 법적 규정이 없었던 기업집단과 기업집단을 이루고 있는 계열 회사들 사이의 지분관계는 물론 통제 권한과 책임 범위, 구조조정본부 같은 기업집단 전체의 지휘통제 구조를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나아가 전체 기업집단과 소속 기업 사이의 이해 상충 관계를 규율하며, 이른바 내부 거래 허용범위 등도 규정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합의한 재벌체제의 구조 개편 방향을 법적 틀로 제시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재벌과 관련해 제기돼온 여러 쟁점이 정리되어 기업집단법에 종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므로 경제학계와 법학계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고 현실 경제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더 이상 규제의 공백상태를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의 시급성도 있다. 출총제를 부활시켜서라도 재벌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재벌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공정거래법에, 기업집단법에 포함될 주요 맥락들이 있는 상황이고 추가적으로 어떤 규율이 필요한지도 알려져 있다. 의지만 있다면 19대 국회가 구성되면 곧바로 논의에 들어가고 법률 제정을 서두를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확인해둘 것은 기업집단법이 어떤 측면에서는 재벌 인정법이지 반재벌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재벌 규제법과 동시에 공정거래법의 전면 재개정이 같은 무게로 다뤄져야 한다. 독일은 주식회사법에 콘체른 규정을 삽입했던 1965년 이전(1958년)에 경쟁제한방지법(GWB)을 제정하여 독과점 규제를 하고 있다. 나아가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보편화시킨 1976년의 공동결정법이 기업집단에 대한 노동자의 견제 수단으로 존재한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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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됐다. 오죽했으면 3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만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과도한 반기업 정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골목상권 보호와 사회적 공헌활동을 강화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을까. 이틀 전인 1일에는 유통상인들이 전경련회관 앞에서 ‘전경련 해체 및 유통재벌 규제’를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했다.

흔히 재계를 대표한다는 전경련은 61년에 만들어졌으니 거의 재벌의 역사와 비슷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노사관계에 초점을 맞춘 한국경영자총협회나 공식적인 성격을 지닌 100년 역사의 상공인 조직인 대한상공회의소와 달리 전경련은 재벌 대기업들의 임의적 이익단체다.

또한 다른 단체들과 달리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전경련의 목표부터가 상당히 이데올로기적인 색채를 띤다. 거기에다 공식적으로는 제조·무역·금융·건설 등 전국적인 업종별 단체 67개와 우리나라 대표적 대기업 436개사를 회원으로 한다고 하지만, 주로는 재벌 대기업 집단의 이익 창구로 인식되고 있다. 재벌개혁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전경련이라는 재벌의 정치적 대변 집단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히 자연스럽다.

최근 동반성장위원장을 사퇴하면서 정운찬씨가 재벌해체 화두를 꺼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 연초부터 시작해 올해 3개월 동안에만 공식적인 전경련 해체 주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번 있었다. 깃발을 올린 것은 묘하게도 차명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그는 올해 1월9일 회삿돈을 빼돌린 명백한 범죄행위를 한 최태원 SK회장에 대해 전경련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낸 것을 두고 “전경련이 검찰한테 구속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단다. 자기 지분 1%도 안 되는 회사 돈 500억원을 호주머니 돈처럼 썼으면 도둑질한 것”이라며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어 재벌해체 바통을 받은 사람은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1월30일 “정부가 지난 4년간 재벌이 잘돼야 서민이 잘 산다는 낙수이론을 펴면서 재벌들이 하자는 대로 (관련법안을) 날치기까지 하더니 이제는 대통령 말 한마디로 재벌 딸들이 빵집운영에서 철수한다고 한다”며 “정말 대단한 정경유착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재벌들을 위한 로비 창구역할을 해 왔던 전경련의 해체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정운찬 위원장의 사퇴발언이 이어진 것이다. 그는 “전경련은 다시 태어나거나 발전적 해체의 수순을 생각해 봐야 한다”며 “대기업이 산업화 시기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경제정의와 법을 무시하고 기업철학마저 휴지통에 버리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경련은 과거 정경유착 시대의 보호막 역할을 한 독재정권의 대체물”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동안 재벌들의 정경유착 통로이자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이 짙었던 전경련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유산으로 보이는 것이 지금의 형국인 모양이다. 확실히 재벌개혁을 위해서나 미래의 발전적 기업문화를 위해서나 전경련이 이제 역사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할지 모른다. 냉정하게 보면 올해 초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삼성을 포함한 4대 그룹 회장이 모두 불참하는 등 최근 핵심 재벌들조차 전경련에 무게를 실어 주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이쯤 되면 전경련을 해체한다고 재벌개혁에 무슨 큰 돌파구가 열릴 까닭도 없다. 단지 전경련 해체를 계기로 새로운 기업관계, 기업과 국민경제의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일 뿐이다. 솔직히 재계도 전경련에 특별히 애정도 없으면서 붙들고 있는 이유가 재벌개혁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덧붙여 둘 것은, 최근 역사로만 보면 사실 전경련 비판의 원조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전경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오인받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는 새로운 혁신의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정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친기업을 자처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전경련 해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터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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