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사람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본질은 바꾸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바꾸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더라도 어렵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려고 흉내만 내는 경우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금방 이전 모습으로 돌아온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 경제가 1%대로 주저앉기 시작하자, 박근혜 후보는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성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보수적인 색깔을 다시 드러내 보였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경제민주화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운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례적 이야기를 반복한 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성장에 부담되는 게 아니라 성장을 돕는 것으로, 경제민주화와 성장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도 제대로 될 리 없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당초에 경제민주화와 성장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이 조금만 약해져도 곧바로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성장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년에 2% 이하로 성장 전망이 떨어지면 성장을 하겠다고 경제민주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거의 확정적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긴 침체에 들어갔다.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까지 매 분기 전기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이어진다면 경기부진 지속기간이 과거보다 더 길어지게 되며, 향후 성장경로도 하방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경기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기 정권을 책임질 대선후보들은 당연히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나 최소한의 성장동력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고려해야 할 성장은 5년 전의 ‘747 성장’과 같은 고속성장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현재의 세계적 장기침체 국면에서 탈출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여기에 답을 해야 한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확실해지는 정도에 따라 재벌 등 일부 보수세력들이 ‘재벌 때리기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식의 반격을 해 올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도 이런 발상을 하는 것 같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는 다음과 같은 의견도 있다. “국내외 경제가 통합돼 있는 상황에서 공급은 충분할 수밖에 없고, 공급 측면에서 투자여력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수요의 충분한 개선 없이는 투자의 급속한 회복은 어렵다는 점에서 수요회복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장에 영향을 줄 경제민주화의 역할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경제민주화는 당면한 양극화의 가장 확실한 해법일 뿐 아니라 내수를 기반으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느냐 여부는 경제민주화 담론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소득불평등 문제로 돌아가서 국민경제 총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가계에 소득이라는 ‘성장연료’를 주입해 주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그렇게 해서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이라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성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새사연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다.

그런데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상호 갈등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대답을 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창업국가 코리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다시 신기술과 창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금 누구에게 창업을 독려하는가. 자본도 없고, 시장수요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에 나서라는 것인가. 아니면 그나마 직장을 잡은 30~40대 직장인에게 직장에서 나오라는 얘기인가. 그도 아니면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퇴직금을 밑천 삼아 창업에 뛰어들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에 뛰어들어 자영업 과잉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아무 때나 신기술이나 창업을 말하면 첨단이고 벤처인 것은 아니다. 제발 아무 때나 만능의 열쇠인 것처럼 ‘창업’ 얘기를 남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11 / 02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한국 사회적 경제의 올바른 시작을 위하여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편집자 주 > 새사연은 9월에 일차로 대선후보들의 주요 정책을 비교 분석해 보았다. 물론 이들 후보들의 정책 평가 기준은 대선후보 16대 정책과제를 실은 책 『리셋 코리아』에 있다. 주요 7대 정책 평가를 한 내용은 테마북으로 엮었으니 참조 바란다. (http://bit.ly/UXuL8X )

새사연이 준비한 두 번째 대선정책 시리즈는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이다. 박근혜 후보,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10월에 접어들면서 정책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대선은 특히 중복되는 공약이 유독 많은 상황이어서 유사한 정책들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가 되었던지,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거나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 정책들도 적지 않다. 새사연은 이런 '외면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보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해당 정책이 조명받도록 할 목적으로 두 번째 시리지를 기획하게 되었다. 새사연 회원들과 독자들의 성원을 바란다.

 

[ 본 문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12월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12월 1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조금 앞선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이 1년 만에 발효되면서, 앞으로 5인 이상만 모이면 출자금 제한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다.

12월이 지나면 전국 곳곳에서 협동조합이 탄생할 것이다. 동네 빵집이나 커피가게에서부터 대안학교나 병원까지, 또 지금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기존의 사회적 기업들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예상된다. 때문에 요즘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협동조합 관련 아카데미나 강좌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부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하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경제는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 아니지만, 앞으로 한국사회가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만들어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단지 시장경제보다 착한경제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당면해서는 한국사회의 보편적 의제가 되어버린 경제민주화나 보편복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 기둥의 하나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고, 생태문제를 해결해가는 길에 반드시 필요한 원리이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인식은?

그렇다면 우리의 대선 후보들은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요 대선 후보들의 정책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안타깝게도 사회적 경제나 협동조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나마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경제 정책의 한 부문으로 사회적 경제를 언급하면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어서 주요 후보들 중 가장 긍정적이다. 현재로써는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한 유일한 대선 후보이다.

문 후보는 사회적 경제를 “시장과 정부의 약점을 메우는 제3의 영역”, “시장 경쟁의 원리를 채택하되 공공성 내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영역”, “신자유주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경쟁지상주의를 보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경제는 협력적 성장의 기조 위에서 육성되어야 하는데 “협력적 성장이란 서로 자조하고 협력하면서 연대를 통해 상생하는 성장”이라 이야기한다.

더불어 사회적 경제를 통해서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복지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의들이 아직 세부 정책으로 충분히 다듬어진 것 같지는 않다. 사회경제위원회를 설치하고,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 자생력을 가지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자신이 주장한 경제론인 두바퀴 경제에서 협동조합이 “굉장히 큰 축”이라고 말하며,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해법으로 협동조합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정책 중 소상공인 협동조합을 제안하면서 “재벌개혁이 강자의 횡포를 막는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면, 이런 협동조합 운동은 약자의 힘을 키우는 경제민주화의 결승점”이라고 표현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강원도 원주 밝음신협을 방문해서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의 주체임과 동시에 혁신적인 경제, 그리고 지역 격차를 해소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 주체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정책 발표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의 건설 및 관리 운영에 협동조합 참여를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중소상인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주거복지 확충 등에 있어서 협동조합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새사연의 [잇:북]2012.10.29 14:25

2012 / 10 / 2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테마북] 재벌개혁, 구체적으로 말하자.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 본 책자의 글들은 새사연이 <오마이뉴스>와 함께 기획하여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 8회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기사입니다.

 

[여는 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재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온 국민이 피부로 느낄 만큼 명확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생산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경련을 앞세운 재계는 헌법을 들먹이며 재벌개혁이 위헌이라고 반박합니다. 어떤 이들은 재벌개혁을 무조건 재벌해체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이제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토론해야 합니다. 무엇을 목표로 하여,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나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사회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재벌개혁에 관한 전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가기에 적절하며, 또한 유력 대선후보들이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관련 내용을 입법화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이에 새사연이 먼저 재벌개혁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요구되는 재벌개혁은 재벌의 시장지배력 해소, 독점 해소입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우선 재벌의 법적 실체를 인정하는 기업집단법(재벌규제법)을 제정하고, 사후적으로 독점을 해소할 수 있는 계열분리명령제 또는 기업분할명령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에 존재했던 재벌규제 방안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고,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합니다. 또한 향후 재벌이 지주회사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법인세를 인상해야 합니다. 재벌 감시기관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재벌 이외의 경제주체들이 재벌과 동등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2012년 10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김병권

 

[목 차]

◆ 여는 글
◆ 삼성, 현대, LG의 가지치기... 더 큰 공룡 만든다 (김병권)
◆ 삼성은 왜 멀쩡한 회사를 계열분리시켰나 (김병권)
◆ 옥스퍼드사전도 인정한 이 단어, 법적 실체가 없다니 (김병권)
◆ 새누리당도 싫어하는 '일감 몰아주기' 없애는 방법 (김병권)
◆ 회장님의 폭풍 질주,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 (김병권)
◆ 김종인 위원장, 경제민주화 기본을 놓치셨군요 (김병권)
◆ 삼성과 다른 엘지? 지주회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김병권)
◆ 이명박의 ‘재벌사랑’에 날아가버린 30조원 (김병권)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10.1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8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서 벌이는 가장 뜨거운 경제논쟁은 이론의 여지없이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독과점으로 인한 자유로운 시장경쟁의 제한’, 즉 시장실패 때문일 것이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대기업들이 자유경쟁을 제한하고 독과점 가격 등으로 초과이윤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시정하고 다시 자유로운 경쟁시장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독과점 억제를 목표로 하는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과점적 시장을 자유경쟁 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의 자발적 협조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일정한 시장개입과 규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한국의 재벌개혁도 이런 측면이 있다. 특히 보수세력은 재벌개혁에서 이 측면만을 강조하고 ‘부의 재분배’ 등은 외면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과연 ‘독점적, 비경쟁적 시장’을 다시 ‘비독점적, 경쟁적 시장’으로 되돌려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기업들은 자본과 시장의 집중을 통해 끊임없이 독점을 추구하고, 국가는 지속적으로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억제하는 게임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경제민주화란 말인가. 물론 아니다. 이는 철저히 자유주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경제적으로 시장이 실패하거나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전통적인 의미의 시장적 방법이 아닌 다른 제도와 다른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하나의 대안이 바로 공공경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다양한 인간의 생활방식을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시장 영역에 편입시켜 온 것이다. 수도·전기·가스·철도 등 에너지와 SOC 산업 분야가 대표적이고, 교육과 보건 같은 사회서비스 부문이 또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민영화를 ‘재공공화’시키는 경제개혁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중요한 경제민주화다.

그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소리 높여 합창하고 있는 3명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민영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우선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문제의식이 없다고 판단된다.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범위가 얼마나 좁은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러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어떨까. 문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민명령1호 타운홀 미팅에서 “공공연구소 연구원의 60%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져 왔는지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기관도 경쟁과 효율을 평가지표로 삼아 너무나 잘못된 방향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특히 ‘경쟁과 효율’만을 평가지표로 삼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당히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5년 동안 무모하게 추진해 온 민영화 후과를 어떻게 수습하고 ‘공공성’에 기반한 경제민주화를 펼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야권의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안철수 후보는 민영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안 후보는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이제는 더 이상 공기업의 민영화가 만병통치는 아니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차이나 텔레콤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데 민간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죠”라고 밝혔다. 또 “모든 공기업의 민영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리 봐야 하는데, 특히 국민의 생활과 관련해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있는 철도·공항 등은 민영화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부분이다.

이처럼 시장 실패를 극복하고 과도한 시장화를 교정하기 위해, 보다 광범위하게 공공경제 영역을 복원하고 확대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경제민주화 과제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하나 더 있다. 최근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도 시장경제·공공경제와 함께 우리 경제 사회의 한 축을 지탱해 줄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들이 많다. 경제위기에 사회적 경제가 강한 특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결국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독과점과 시장 실패를 ‘자유경쟁 시장’으로 바꾸는 개혁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시장 단일 경제구조에서 시장경제와 공공경제, 그리고 사회적 경제로 경제의 소유와 운영구조를 다양화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조금 확대된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후보들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012.10.1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삼성재벌과 다른 재벌은 다르다.

지금 대선국면에서 재벌개혁이 가장 뜨거운 쟁점이지만, 사실 재벌이라고 해서 다 같은 체급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그룹의 매출총액은 273조 원으로 2위 현대차 그룹 매출 156조 원의 두 배에 가깝다. 재계 순위 10의 두산그룹이 약 20조 원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삼성그룹 매출 규모의 1/10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 30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정도를 등급으로 매긴다면 1위 삼성, 그리고 10위권 이하 쯤에 현대차, SK, 엘지 순서를 보이다가 다시 30위 권 미만에 다른 재벌들이 서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삼성그룹이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삼성의 거대화는 두드러졌다. 당연히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여타 재벌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최근 경제 민주화 2030연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청년들은 한국 10대 재벌 중 한국사회에 가장 긍정적 기여를 한 재벌로 24.8%가 삼성을 꼽았다. 물론 ‘없음’이 36.9%로 가장 많지만 이를 제외하면 삼성 선호가 압도적이다. 그런데 동시에 가장 부정적 기여를 한 재벌 역시 압도적으로 삼성이었다. 삼성에 대한 청년들과 국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단면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삼성 재벌은 왜 침묵하고 있나?

이미 1년 넘게 우리사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화두로 부상해왔고,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욱 치열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의 대표재벌 삼성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도 들리지 않는다. 특히 시의성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서 시류 자체를 주도해 나가고자 했던 삼성의 ‘이데올로기 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 민주화가 시대정신이 된 지금, 그야말로 세파에 무관심하다는 듯이 대선 경제 쟁점과 담을 쌓고 있다. 놀라운 모습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그저 미국 재정정책의 문제나 유럽위기 진단과 같은 해외 동향 브리핑 정도가 그나마 시의성을 담고 있다. 여기에 기껏해야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이 세간의 화제가 된 가운데 지적 재산권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 눈에 띄는 정도다. 지금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글들 속에서는 특유의 시의적 민첩성이란 찾아 볼수가 없다. 대선 국면은 피해가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다.

'안철수 생각' 말고 '삼성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15일, 안철수 후보가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암에 걸린 노동자를 방문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후보는 "직업병에 대한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근로복지공단에서 노동현장이 직업병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이며 타당한 주장이다. 안 후보 측은 이어 "법이 공정하려면 정보가 비대칭일 때 공정한 조건들을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고쳐져야 할 법체계의 문제점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삼성이 그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고 한다.(뉴스1 2012.10.15일자)

한편 삼성전자의 산재문제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런 문제를 아무리 얘기해도 특별한 대책을 내놓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 삼성, 사회가 답을 해야 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이제 삼성이 운을 떼야 한다. 당장 산재인정에 대해 입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재벌개혁에 대해서 대표재벌로서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 이번에는 국민들이 사태를 회피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