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10 / 1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목 차]


1. 들어가며

2. 40대 후반, 50대 전반이 설립하는 협동조합의 특징

3. 청년세대 협동조합의 몇 가지 특징

4. 서울시 지역별, 연령별 협동조합 설립의 특성




[요 약 문]


2013년 9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수리한 건수가 2,600건을 넘어가고 있는데, 지난 10개월 동안 매달 평균 260개의 협동조합 설립이 공식적으로 승인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13년 말까지 전국적으로 3000개 이상의 설립신고 수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


현재의 협동조합 붐은 베이비 붐 세대의 남성들이 주로 은퇴전략으로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협동조합 방식을 다수 선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 세대는 이미 13~16년 전, 벤처 창업을 경험했던 세대들이었기 때문에 창업이 낯설지 않은 세대들이다. 2000년 전후 당시 벤처 창업의 50%이상은 30대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자체 자금과 사업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사업자 협동조합 비중이 전체의 66%가 넘는 이유도 협동조합 설립 주체의 대분이 40~50대인 것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협동조합이 청년세대들에게 아직은 사회진출의 새로운 선택지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청년들에게 협동조합이 아직은 ‘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는 50대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50대의 경우 기존 법인 기업 설립 비중은 25%에 불과했지만 협동조합 설립 비중은 무려 38%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서초/송파로 알려진 강남 3구가 협동조합 창업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 협동조합 설립의 1/4(24.8%)가 강남 3구에서 설립되었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종로/중구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위 그룹에 속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의 편의성을 감안한 사무실 소재지 선택에 의한 고려가 상당히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역시 많은 수자다. 


둘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룹은 대체로 구 도심권에 해당하는 종로/중구/영등포(19.5%)이다. 이들 그룹은 인구를 감안할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아지는데, 이는 오히려 이들 지역이 사무실 소재지의 편의성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개연성이 있다. 셋째로, 마포/서대문/은평구 지역이 협동조합 설립 분포(14.4%)가 높은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서민층 비중이 높은 이 지역의 경우 강남 3구와 여러모로 대조적일 수 있는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조만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1년이 다가온다. 이제부터는 설립신고 → 신고 수리 단계를 넘어서 구체적 사업개시 -→ 사업 운영 -→ 수익 발생 등 본격적인 사업이 전개될 것이다. 실제 사업을 어떤 정도로 개시하고 사업을 운영해 나가고 있는지 분석이 앞으로 필요한 과제다.



#본 보고서는 <서울시 청년일자리 허브>의 용역 프로젝트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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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출범 앞둔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 하라. 

며칠 후면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지난해 경제가 2.0% 저성장 늪에 빠진데 이어 올해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집권 첫해를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같은 정당이면서도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강조해왔고 경제 정책도 경제 민주화를 모토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경제정책 면에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분명하게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가 바로잡고, 주력해야 할 경제정책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산업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논문 “한국경제의 가계 기업간 소득성장 불균형 문제”(2012)는 이명박 정부 정책의 단면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지독히 ‘친 기업적 결과’를 초래한 ‘친 기업적 정책’ 

논문은 외환위기 이후,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기업의 가처분 소득이 이례적으로 비약적인 증가를 했지만, 가계의 소득은 경제성장률을 훨씬 밑도는 성장밖에 하지 못한 점이 이명박 정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은 대침체의 경제위기 시기여서 통상 기업 소득이 크게 떨어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오히려 기업소득이 훨씬 크게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00~10년 사이 가계소득 대비 기업소득 비율이 OECD국가 가운데에서 헝가리를 제외하고 가장 클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논문은 “기업 부문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임금 등으로 가계에 충분히 환류하지 못한데다 자영부문이 침체하고 여기에 조세나 준조세를 통한 2차 분배도 가계보다는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한데 따른 결과”라고 요약했다. ▶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임금비용 절감과 노동자의 임금 몫 감소, ▶ 감세효과의 대기업 편중적 수혜, 그리고 ▶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생계형 자영업의 경쟁격화와 유통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인한 시장 잠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친 기업적인 성장전략’이 낙수효과를 통한 성장 과실의 공유가 아니라 반대로 철저한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친 기업 정책의 결과가 기업소득의 극적인 증가와 가계소득의 정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지극히 친 기업적 결과를 낳았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게 ‘친 노동 정책’을 요구하면 무리일까?  

“친기업적 정책 중심의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가계. 노동. 자영 부문에 대한 배려를 늘리는 정책 전환이 요청”된다고 논문은 제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노동권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유연 노동시장에 규제를 시작하여 추락하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반전시켜야 한다. 기업소득 성장이 아니라 가계소득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친 기업 정책이 아니라 친 노동정책에 의해 뒷받침 될 것이다.  

또한 대기업으로부터 중소상인의 상권을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통해 조세를 통한 기업과 가계의 격차를 완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격차의 진원지가 기업과 가계 사이의 격차라는 사실은 법인세 증세가 왜 우리나라에서 특히 필요한 것인지를 간명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에게 이명박 정권의 ‘친 기업 정책’을 버리고 ‘친 노동 정책’으로 접근하라는 요구를 하면 무리인가? 문제는 보수정권이라 하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질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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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6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대선 이후 당선자나 낙선자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던 이가 이 땅의 50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주요현황과 위험도 평가"에 의하면 2008년 이후 증가한 가계대출이 200조 원인데 이 중 104조 원이 50대의 부채였다.

50대 자영업자에 대한 언론보도도 눈에 띈다. 2012년 8월 기준으로 50대 자영업자의 수는 175만 명이 넘었으며, 전체 자영업자 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초로 30%를 돌파했다. 또한 2012년 한 해 동안 부도가 난 자영업자 중 절반 이상이 50대였다. 은퇴 후 대출을 받아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50대 현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 편 새해부터 많은 언론에 실리고 있는 소식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과 같은 사회적 경제에 관한 내용이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희망과 전망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거나, 기계부품 같았던 대기업 생활을 접고 마을 주민들과 시작한 공동체 기업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얻고 있다는 기사들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런 기사를 보고 있자면 가계부채를 짊어지고 힘겨운 자영업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50대들의 현실에도 사회적 경제가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동네 빵집 협동조합, PC방 협동조합, 미용실 협동조합 등을 통해서 말이다.

2012년은 한국사회에 사회적 경제가 자리 잡기 시작한 해이다. 그 전까지는 정부주도의 일자리 창출 사업 중 하나로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이 시도되는 정도였다가,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면서 일반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문제가 들어나면서 대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주었다. 그 결과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것에서 발전하여, 신뢰와 협동을 통해 운영되는 사회적 경제라는 하나의 큰 틀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2013년은 이제 막 씨를 뿌린 사회적 경제의 다양한 분야들을 풍성하게 가꾸고, 새로운 분야들을 발굴하며,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서 초기부터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올해 사회적 경제 분야의 전망은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새 정부가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대선 기간 '사회적 경제'라는 단어를 언급한 적이 없다. 또한 현재 구성된 인수위에도 이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인사가 없다.

그나마 서울시와 충남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또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실제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다. 이런 관심과 시도를 키워간다면 정부도 사회적 경제를 중요한 분야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 믿어본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에서 튕겨져 나온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분야가 아니다. 1인 1표라는 협동조합의 원칙, 지역 공동체와 적극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고 수익과 함께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특징은 더 많은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지역 활동에 참여하게 한다. 그 과정에 구성원 간의 신뢰, 협동, 그리고 민주주의가 확장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이 증가하고 이들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넓어질수록 그간 시장경제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인식, 경제란 이기심과 경쟁으로 돌아간다는 인식, 기업은 오너의 소유라는 인식, 수익은 투자자의 몫이라는 인식, 기업이 어려워지면 정리해고가 답이라는 인식이 변할 수 있다. 이렇게 달라진 인식들이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이 되는 날에는 50대의 현실도, 20~30대의 현실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사회적 경제에 애정을 갖고 지켜보자.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의 보완재를 넘어서 대안재가 되도록 만들어가자. 정부와 지자체들은 사회적 경제 조직을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수립,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기금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온 진보정당, 노동운동, 시민운동 등의 진보세력들이 사회적 경제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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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 상반기 922조 원까지 늘어난 가계부채가 가계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가계부채는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오히려 늘어났다. 2007년 말 가계부채가 665조 원이었으니 2008년 이후 거의 40% 가까이 빚이 늘어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1분기부터 증가폭이 크게 둔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시중은행이 전년 대비 2% 이내 수준으로 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카드사도 정부 규제 등의 영향을 받아 대출을 억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부채 증가가 가계의 취약한 소득을 보완해줘 가계의 구매력 확대를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가 증가해 단기적으로는 내수에 기여했다. 은행들도 대출을 늘리면서 수익이 증대했고, 이 역시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가계부채가 일정 부분 내수를 끌어가는 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돼 은행에서 가계로 흘러가는 추가 대출은 줄어든 반면, 가계가 은행에 되돌려줘야 하는 이자는 늘어났다. 한마디로 은행에 대한 부채상환 부담 때문에 구매력과 소비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들도 대출상품 판매를 추가로 할 수 없게 됐음은 물론이다. 가계부채가 상당 기간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채권 은행과 채무 가계의 관계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채에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상환 불능 위험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 부채가구, 자영업 부채가구, 내 집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가구의 위험성이 크다. 이들이 바로 워킹 푸어, 자영업 푸어, 하우스 푸어라고 하는 3대 푸어 집단으로, 일을 해도 가난하고 자기 사업을 해도 가난하며 집이 있어도 가난한데, 여기에 빚까지 얹어지면서 고통이 가중되는 것이다.  

물론 1000조 원대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넘게 누적된 결과며, 일차적으로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차입을 늘려온 가계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에 지금 고통이 따른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빌린 가계만 책임이 있고 돈을 빌려준 은행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우리보다 먼저 가계부채로 파산을 경험한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개혁법에서 약탈적 대출 금지조항을 신설해 과잉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음을 참고해야 한다. 차입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을 해줘 수익을 추구하고, 부실이 나면 국민 혈세나 마찬가지인 공적자금을 받아 연명하는 금융기관의 이런 행위를 포괄적으로 약탈적 대출로 간주하면서 규제를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엄격하게 상환 능력을 검증하지 않은 대출이나 10년 이내 단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부 일시상환대출, 과도한 수수료 등 금융소비자의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대출 형태 등은 포괄적으로 보면 약탈적 대출 요소를 갖춘다. 가계부채 위험과 손실 부담을 은행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 또한 가계대출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가계대출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데도 “경제규모가 커지면 부채규모도 커질 수 있다”며 예방적 차원의 대책을 세우는 데 소홀했다. 아울러 저축은행 부실 우려나 신용카드사 과잉경쟁 등에 뒤늦게 개입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기도 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저소득층이 몰리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계부채 실마리를 풀어야 할까. 먼저 집 한 채가 한 가계의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우리 현실상 은행의 무차별적 압류조치에 대한 적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채권자인 은행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아난 우리 은행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약탈적 대출 규제하자는 움직임도 있어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이 올린 엄청난 수익에 대해 언론에서 문제 삼은 적이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2011년 은행들의 세전수익은 19조 원이다. 2010년 대비 46%나 상승한 규모다. 세금을 내고 손실대비준비금을 적립하고도 12조 원이나 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 6.2%, 2011년 3.6%였다. 그런데도 은행은 이익신장률이 50% 가깝게 뛰어오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실적은 제조업처럼 해외 수출이나 기술혁신을 통해 달성한 것이 아니다. 예금 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리는 높여서 이익을 얻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로 큰돈을 벌었고, 그것도 해외 시장이 아니라 가계부채가 심각한 국내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치고는 지나치게 컸기에 비판이 일었던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부동산값도 오르지 않는데 가계대출을 늘렸다면, 신용과 담보가치 평가 등 상환 능력에 대한 엄밀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추정도 가능할 법하다. 최근 상환 능력을 엄격하게 고려해 대출을 해주고, 이를 어기면 상환의무를 소멸시키는 것까지 고려한 ‘공정 대출법’을 입법화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금융, 특히 은행의 ‘공공성’을 부쩍 강조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세미나를 통해 “국내 은행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부관리 체계 개선, 사회적 책임 활동 체계화, 경영지배구조 개선 등 은행에 대한 공공성 요구에 적극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은행들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을 나눠지려는 자세를 보이고, 향후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글은 주간동아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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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1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시대와 상황에 따라 사회진보운동의 노선이나 전략은 다양하게 바뀌어 왔다. 하지만 변치 않은 것도 있다. 땀 흘려 일하는 압도적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열망과 의지를 가지고 하나로 힘을 모을 때 비로소 현실의 운동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하나된 힘을 계급이라 부르기도 하고 인민이나 민중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기도 한다. 다중이라고 불러도 좋다. 엘리트들이 그들을 각성시키거나 지도하거나, 또는 순전히 자연발생적이어도 좋다. 어쨌든 그들이 열망하고 분노하며, 말하고 행동할 때 사회운동은 시작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생산양식이 된 이후로 민중의 중심에는 늘 노동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농민이 있었다. 특히 후발 자본주의나 제3세계에서의 광범한 농민의 존재와 그들의 삶의 어려움은 일찍이 노동자와 함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운동의 동력이 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진보정당들은 언제나 ‘노동자·농민과 서민’을 대변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현대에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도시의 자영업자, 즉 ‘중소상인’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노동자 다음으로 많은 ‘땀 흘려 일하는 민중’이 된 것이다. 진보정당들이 노동자·농민과 서민이라고 부르면서 대략 서민 안에 묻어가는 취급을 받고 있지만, 그 처지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못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자영업자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고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현실은 무엇을 말할까. 물론 실제론 노동자인데 자영업자로 위장돼 있는 잘못을 바로잡자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노동자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노동3권이나 사회보험 혜택을  자영업자로 취급받으면 받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소상인들이 우리경제의 무거운 비중을 차지함에도 사회적·법적으로 인정된 권리나 사회운동적 위치 등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약간의 고려를 해 주는 정도가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의 사회진보운동은 중소상인들에게 커다란 빚을 지고 있다. 현재 사회운동의 가장 중대한 과제는 ‘재벌’이라고 하는 대자본에 맞서 경제민주화와 노동권을 확보해 내는 것임은 명확하다.

그런데 재벌 대자본과 맞서 경제민주화를 위해 가장 집요하고 성실하게 싸우는 민중은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동자도 있지만, 대형마트 입점을 저지하려는 상인들을 빼놓을 수 없다. 수년째 대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상인들이 확보한 것은 많지 않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와 의무휴업 확대 등에 대한 법률을 개정하는 작업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와 민주통합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상인들에 대한 실업보험 지원도 거의 없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부담이다.

골목상권을 지키려는 상인들의 헌신적인 싸움에 대해 국민의 공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자 정부와 대형마트 대표들은 상인들을 제대로 대변하지도 못하는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등을 내세워 이른바 ‘대형마트의 자발적 출점 자제와 자율휴무’ 협약이라는 것을 맺기도 했다.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앞세워 노사타협을 하던 모습과 꼭 닮았다. 그럼에도 이런 행태를 막을 마땅한 방법과 수단이 상인들에게 없다. 노동자들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엄격한 법적 보호아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행사해 자주적인 노조를 만들고 사용자와 단체협상을 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노동자와 노조에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법적인 제재를 받는다.

그런데 상인들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스스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주적인 조직을 만들 법적 틀도 없다. 대형 유통재벌이나 정부를 상대로 단체협상을 하도록 보장받은 것도 없다. 점포 매출이 시원치 않아 문을 닫아도 실업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높아도, 상가 임대료가 폭등을 해도 특별한 대책이 없다. 노동자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비중이 큰 ‘땀 흘려 일하는 민중’인 중소상인들에게 노동3권과 자영을 할 기본권, 대기업의 부당한 상행위를 제재할 대책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가. 중소상인을 위한 노동3권·자영 기본권·대기업의 부당상행위를 처벌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은 아닌가. 지금이야말로 중소상인 기본권 선언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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