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0 / 15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세계 3대 선진국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 지난 9월에 동시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작했다. 재정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중앙은행의 지원만으로 경기회복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기상황이 가장 낫다고 하는 미국경제도 좀처럼 고용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경기회복 수준이 미약하자 세 번째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을 발표했다. “매달 400억 달러 MBS 채권을 무기한 매입하고, 0~0.25%의 초저금리 기조를 적어도 2015년 중반까지 연장하며, 국채교환 프로그램을 지속”한다는 강력한 조치다.

그런데 앞서 미국 경제부양을 목적으로 한 3차 양적완화의 결과로 풀린 달러가 신흥국에 유입되면서 신흥국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킬 뿐 아니라 달러가치 하락을 초래하여 환율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세계의 시선 30:미국의 3차 양적완화는 두 번째 '환율전쟁'을 부르나? 참조) 최근 10월 13일 브라질 만테가 재무장관이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하면서, “선진국들의 이기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통화전쟁이 촉발됐다”고 비판한 것이 그 사례다. 

그렇다면 3차 양적완화가 미국의 실물경제 회복에는 도움이 되는가? 이 점에 대해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꼼꼼한 논리를 펴면서 비판한다. 요지는 2008~2010년 1차 양적완화, 2010~2011년 2차 양적완화, 2011~2012년 국채교환프로그램(오퍼레이션 트위스트, Operation Twist)에 비해 그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3차 양적완화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중요 이유 중의 하나는 통화정책과 재정 부양정책이 함께 사용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재정절벽과 같은 재정적 제약 상황 속에서 3차 양적완화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양적완화가 실물경제로 전달되어 실물경제 회복을 추동하게 해줄 경로들(채권시장 경로, 신용시장 경로, 통화 경로, 주식시장 경로, 그리고 신뢰의 경로들)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는 “만약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경로들이 모두 깨졌다면, 3차 양적완화가 경제성장에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루비니의 글이 그런것처럼 꼼꼼하게 실증적인 비교 분석을 한 컬럼이다. 

 

회의적인 양적완화 효과

(Hard to be Easing)

2012년 10월 1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3차 양적완화에 착수하기로 한 미국 연준(Fed)의 결정은 세 가지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3차 양적완화는 빈사상태에 빠진 미국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것인가? 미국과 전 세계의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상승을 견인해줄 것인가? 마지막으로, 국민경제(GDP)성장과 주식시장에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1차, 2차 양적완화와 뒤 이은 연준의 국채매입 프로그램(Operation Twist)때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 대한 3차 양적완화 효과가 강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전의 통화 완화정책들이 지속적인 주가상승과 연관되어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3차 양적완화의 규모와 기간은 더욱 대규모적인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확고히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이전의 양적 완화 시기에 비해 훨씬 적거나 단기적일 것이다.

우선 이전시기 양적완화 정책은 주가와 수익률이 매우 낮은 시점에서 시작되었음을 고려해보라. 2009년 3월에 S&P500 지수는 660선 아래였고 기업과 은행들의 주당 순이익(EPS)은 금융위기 저점으로 추락했으며 주가 수익률(PER)도 한 자리 수였다. 지금은 S&P500 지수는 1430을 맴돌고 있을 정도로 100%이상 올랐고 평균 주당 순이익은 100달러에 접근했으며 주가 수익률은 14배를 넘어간다.

2차 양적완화 기간인 2010년 여름에조차 S&P500, 주당 순이익, 주가수익률 모두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 만약 3차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 성장률이 취약한 수준에 머무르게 되면(그럴 가능성이 높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더욱이 이번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 1,2차 양적 완화는 더 이상의 경제침체를 방어하고 더블 딥(double-dip)을 피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는데, 그것은 재정부양책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3차 양적완화는 재정적 긴축, 심지어 거대한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동반하고 있다.  

미국이 올해 말에 다가오는 GDP의 4.5%에 달하는 재정절벽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GDP의 1.5%에 달하는 재정긴축이 2013년 경제에 충격을 가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현재 미국경제 성장률이 연율 기준 1.6%에 머무르고 있는데, 여기서 GDP 1%정도의 재정긴축은 2013년 미국경제가 거의 정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3차 양적완화로 가계와 기업이 서서히 회복되어서 2013년에도 미국의 성장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준다고 할 때에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그 이상의 회복 조짐은 없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경기가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통화완화 정책을 선언하기 직전에 이미 성장세로 반전했음을 경제 선행지표들이 보여주었다. 당시에는 이미 회복세로 들어선 경기를 더 자극하는 식으로 양적완화가 역할을 했고 이것이 주가상승 지속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데이터들은 미국경제가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유사하게 동력이 약하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노동시장의 취약함과 낮은 수준의 자본지출, 그리고 느린 소득상승은 올해 3분기 성장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을 부정하고 있다.  

한편 통화 완화 정책을 실물경제로 전달하기 위한 주요 경로인 채권시장, 신용시장, 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등은 무너져버리지 않았다면 취약해져 있는 상태다. 이제 채권시장 경로는 성장을 촉진해주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장기국채 이자율은 이미 매우 낮은 상태이며 추가적 할인이 민간 차입자들에게 차입비용을 의미 있게 낮춰주지 못한다.  

신용채널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은행들이 추가적으로 대출을 풀어주기 보다는 초과 준비금으로 쌓아놓는 식으로 양적완화로 생긴 추가적 유동성을 대부분 비축해놓고 있다. 차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반면 차입을 원하는 사람들은 가계부채가 높고, 차입을 원하는 (대부분 중소 규모의) 기업들은 신용 제한에 걸려 있는 상태다.

통화 경로도 비슷하게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성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양적 완화로 인해 -인용자) 달러 약세 환경이 만들어져도 순 수출이 좀처럼 탄탄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많은 나라에서 중앙은행들이 미국 연준을 따라 다양한 방식의 양적완화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고 그 결과 약 달러를 유지하려는 연준이 조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무역수지와 성장률에 대한 약 달러 효과는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제한받고 있다. 첫째, 약 달러는 (석유, 원자재, 곡물 등) 상품가격이 높아지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상품 순 수입국인 미국으로서는 무역수지 개선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강력한 수출에 의해 유도되는 성장률 개선은 수입의 증가를 수반하게 된다.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한 약 달러의 총 효과는 제로에 수렴한다.

양적완화를 실물경제로 전달해주는 다른 의미 있는 유일한 경로는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다. 그러나 3차 양적완화가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주장은 다소 순환 논법적이다. 지속적인 자산 가격 상승을 위해서는 성장률이 회복되어야 하고, 성장률은 자산효과로 인해 회복될 수 있다는 동어반복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만약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경로들이 모두 깨졌다면, 3차 양적완화가 경제성장에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최근 추가적인 경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것은 ‘신뢰의 경로(confidence channel)’인데, 오랜 동안 충분히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시키겠다는 연준의 약속이 민간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연준은 2010년 2차 양적완화 당시 제로금리를 당초 2013년까지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가, 이번에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2015년까지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 인용자) 문제는 어떻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그러한 효과를 유지시킬 것인가 하는데 있다. 부채 축소, 거시적 불확실성, 취약한 노동시장 회복, 그리고 재정적 제약이 계속되는 환경에서는 신뢰는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요약하면, 3차 양적완화가 전면적인 경기침체 위험을 감소시켜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런 축소과정을 견뎌야하는 경제에 대해 지속력 있는 회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다. 3차 양적완화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하게 해주고 약간의 자산 가격 상승을 자극해줄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실망스러워지고 기업 실적과 수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게 되면 주가상승은 흐지부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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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정부에서 발표하는 한국경제 전망이 갈수록 낙관론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2010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5.8%로 상향조정하고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경제성장률도 6%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목표치를 올려 잡은 것이다. 광공업 생산도 지난해에 비해 수개월째 20% 이상 늘어나고 있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제조업 가동률은 8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경제지표가 기대 이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전체 지표의 상승은 대부분 수출 대기업이나 정부부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반면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내수 쪽은 아직도 게걸음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수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서비스업은 여전히 전월 대비로 하강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국민들의 소비능력을 보여 주는 소매판매도 늘기는 했지만 지난 5월 전년 대비 3.6% 증가에 그쳤다. 경제성장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 심리지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미래생활 형편의 경우 뚜렷한 개선의 조짐이 없다. 가계수입 전망과 소비지출 전망이 다소 오르기는 했지만 1~2% 내외에 불과하다. 우리 경제가 수출 대기업의 높은 실적상승세와 부진한 가계소득과 소비 사이의 격차가 지속되는 취약성을 구조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의 경기를 예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가 올해 들어 계속적인 하락세를 이어 가고 있는 중이다. 외형적인 경제지표도 하반기로 가면서 상당히 누그러질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 지속, 중국 성장률 둔화, 미국 경기회복 약화 등 외적인 환경이 결부되면 수출 탄력도 이전 같지 않을 확률이 높다.

우리경제의 하반기 전망 가운데 주목되는 부분은 부동산 경기와 주식 금융시장 동향이 될 것이다. 이미 올해 초부터 부동산 경기의 대세 하락을 전망하는 예측들이 줄을 이었고, 주택가격과 거래건수의 급감 추세가 나타나면서 실제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당분간은 부동산 경기의 반등을 예상할 수 있는 어떤 조건도 만들어지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9월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주식시장도 지난해와 같은 뚜렷한 대세 상승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전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펀드 투자 자금도 꾸준히 환매 경로를 밟고 있는 중이다.

왜 부동산 경기와 증권시장 동향이 중요할 수 있는가. 외환위기 이후 소득이 안정적으로 늘지 않는 고용불안 상황이 지속되자 우리 국민들은 금융회사 대출을 기반으로 부동산 시장과 증권시장 등에 투자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했고, 외환위기로 300선까지 밀렸던 주가도 2007년 한때 2천을 넘는 등 고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펀드 열풍이 불자 거의 2천만 계좌에 가까운 펀드개설이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지기도 했다.

이는 국민들의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면서 실물 내수시장이 확장돼 갔던 90년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한마디로 2000년대 한국경제는 국민의 실질소득과 실물경제의 성장이 아니라 부채와 자산시장의 거품에 의해 담보돼 왔던 것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현재 예금 취급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주택 관련 대출이 340조원에 육박한다. 개인들이 주식에 투자한 금액도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으로 330조원을 넘는다. 펀드 환매가 지속되고 있다지만 아직도 국민들의 펀드 설정 잔액은 300조원이 넘는 실정이다. 국민들이 부동산 경기와 증권시장 동향에 그토록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국민 생활에 이처럼 깊이 연루된 부동산 경기가 대세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고 증권시장도 예전과 같은 고속성장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과거처럼 다시금 이 시장을 부양해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원래부터 자산시장의 거품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74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자산시장의 팽창을 근원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현실을 봐도 이는 명확하다.

국민들의 노동소득과 실물경제의 건전한 발전으로 되돌아가는 것만이 답이다. 그런데 여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것에 반비례해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득이 정체하고 있는 마당에 자산시장 거품도 꺼지는 초유의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국민들의 소득, 특히 노동소득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개선시킬지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고용시장 개혁이 향후 경제개혁의 핵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 매일노동뉴스 2010년 7월1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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