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1.08 100%의 대통령’이 되려면
  2. 2011.03.28 자율고 개선방안을 통해 본 그들의 ‘상식’

2013.01.04정태인/새사연 원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해서 48% 중 얼마쯤이 ‘멘붕’에 빠졌다 해도 첫사랑이 깨졌을 때보다 더할까? 이런저런 발버둥이 치유의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도 의문이지만 결국 영원할 것 같던 시간도 지나지 않았던가? 다음으로 ‘먼저 패배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지극히 옳다 해도, 아직 관련 통계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민주진보진영’의 재편은 족히 1년은 걸릴 텐데 ‘정확한’ 진단을 지금 내놓아야 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48%의 ‘힐링’에 당장 필요한 일은 뭘까? 어쩌면 박근혜 당선인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예컨대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 쓸 만하고, 동시에 본인에 대한 지지를 넓히는 데도 방해가 되지 않는 것들을 인수위에서 확정하면 어떨까? 당선인도 ‘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지 않았던가?

당장 현재의 ‘장기침체’를 벗어나려면 일단 소비가 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민층의 소득이 증가해야 하고 동시에 소비를 가로막는 요인을 없애야 한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획기적 인상, 노동조합 강화, 하청업체 단체협상권 인정 등 시장에서 양극화를 억제하는 정책은 박 당선인의 정책기조에 비춰 차마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맞춤형 복지’를 늘리는 만큼 경제는 더 빨리 회복된다. 민주당 역시 이런 목적의 적자재정이라면 48%를 위해 찬성해야 한다. 증세냐 국채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물론 ‘부자증세’가 훨씬 낫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복지인 동시에, 소비 방해 요인을 제거하는 일거양득의 정책이다. 이 정책에 관한 한 문 후보의 정책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4대 중병만 중병인가’를 넘어서 만성병 환자 역시 절망적이다. 보장성을 90%까지 올리는 데 얼마 정도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가는 이미 시민단체에서 정리해 두었으니 계산하느라 뜸을 들일 이유도 없다. 재정 문제나 급작스러운 국민 부담에 신경이 쓰인다면 연간 상한액은 200만원 정도로 조정해도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서민의 소비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역시 가계부채다. 만일 집값까지 폭락한다면 우리 경제는 위기상태에 빠질 것이다. 금년과 내년 역시 2%대의 성장에 머물 것이기에 지금 정부나 언론처럼 안이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이 역시 문 후보 쪽의 정책 방향이 옳았다. 당선인의 ‘국민행복기금’은 기실 ‘은행행복기금’이다. 은행의 채권회수에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일단 ‘약탈적 대출’을 통해 그동안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금융권이 책임져야 한다. 번번이 금융소비자에게만 이른바 ‘도덕적 해이’의 책임을 묻고 그 원인을 제공한 금융기관, 그리고 감독당국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는다면 이런 금융위기는 또 일어날 것이다.
 
셋째로는 사교육비인데 당선인은 심야 사교육과 선행학습의 규제만 제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 대학입시를 개혁해서 ‘경쟁교육’을 뿌리뽑아야 해결될 문제지만 거기까지 기대하는 건 정책기조상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입시제도를 간소화하고 더 획기적인 사교육 규제를 하면 소비는 대폭(학원 관계자와 학부모의 한계소비성향 차이만큼) 증가할 것이다. 이 정책에는 돈도 들지 않는다.
 
쓴 김에 팁 하나 더. 우리나라 사람 중 어느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고 세수를 확보할 방법도 있다. 바로 토빈세(돈이 국경을 넘을 때 물리는 세금)다. 단 0.01%만 부과해도 약 2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탄소세까지 검토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이건 그냥 꿈으로 간직하겠다.
 
이 정도만 인수위에서 확정한다면 48%는 절망을 거두고 생업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대통합’을 원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엄동설한에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분들이 기꺼이 내려올 수 있도록 중재한다면 어느 누가 당선인을 ‘100%의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1.03.28 15:08
2011 / 02 / 17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자율고 개선방안을 통해 본 그들의 ‘상식’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차]



1. 자율고에 내재된 세 개의 폭탄

2. 자율고, 경쟁률 하락의 진짜 이유

3. 제2의 외고가 될 것인가 삼류학교로 남을 것인가

4. 차별 교육 아닌 '수평적 다양성' 교육 실현해야




[본문]



“그들이 1년에 1억 원씩 쓰면서 바라는 건 딱 두 가지야. 불평등과 차별. 군림하고 지배할 수 없다면 차라리 철저히 차별 받길 원한다구. 그게 그들의 순리고 상식이야.”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끈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온 대사다. 스스로 ‘사회지도층’을 자임한 남자 주인공(현빈 분)은 백화점의 VVIP룸 고객의 권리를 이렇게 읊는다. 드라마 속 ‘그들’이 원하는 불평등과 차별은 현실 사회 구석구석에 묻어난다. 사회의 근간이 되는 교육에서조차.

 

얼마 전부터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율고)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고교평준화에 대한 논의도 재가열되고 있다. 다수의 언론은 이를 교과부와 소위 진보교육감과의 마찰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다. 그러나 자율고와 같은 특수형태 고교나 고교평준화 제도는 일부 교육관료들의 갈등으로만 치부될 문제가 아니다. 피라미드처럼 서열화돼 있는 고교체제 전반의 문제이며, 나아가 대입경쟁과 학벌구조의 폐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국민 대다수의 문제다.

 

그러나 현재 교과부의 주장은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드라마 속 ‘그들’의 논리와 유사하다. 자율고에 대한 최근의 논란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보자.

 

자율고에 내재된 세 개의 폭탄

 

지난 1월 12일, 교과부는 ‘자율고 운영 내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2012년까지 100개의 자율고를 지정하겠다는 당초 목표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도시·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 및 세종시 등에 위치한 사립고를 중심으로 지정, ▲서울을 제외한 평준화 지역의 자율고에 자기주도 학습전형 도입, ▲신입생 충원율 60% 미만인 자율고에는 워크아웃 제도 도입, ▲맞춤형 컨설팅, 우수사례 발굴·확산 등으로 내실있는 운영을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교과부가 이러한 개선방안을 시급히 내놓은 이유는 올해 자율고 입시 경쟁률이 하락하고 몇몇 학교의 경우 입학정원이 미달되는 사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자율고의 평균 경쟁률(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제외)은 1.5대 1로, 지난해 경쟁률(2.5대 1)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국 51개의 자율고 중 27%에 달하는 14개교에서는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용문고의 경우 200명이 넘는 결원이 발생해 자율고 지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율고의 입시 경쟁률이 하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에 앞서 자율고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애초에 자율고는 탄생 이전부터 무수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미 외고를 중심으로 한 특목고가 고교서열화와 사교육 과열의 진원지로 비판을 받던 차에 자율고라는 특수형태의 고교가 또 하나 보태지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핵심정책으로 자율고 도입을 밀어붙였다.

 

예상대로 자율고는 고교서열의 상위권으로 바로 진입했다. 정부는 자율고의 전신 격으로 외고보다 각광을 받던 자립형 사립고도 자율고로 전환할 것을 유도했다. 일반고 위에 특목고와 자율고 두 가지 형태의 고교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특권학교’로 자리잡은 자율고는 외고와 마찬가지로 ‘입시학원화, 사교육 팽창, 귀족학교’라는 세 가지 주요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 문제점을 간단히 짚으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율고는 학교 측에 자율권이 대폭 부여돼 교육과정의 6분의 5를 학교가 알아서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입시경쟁에 유리한 학교에 몰리게 돼 있다. 이에 자율고는 신입생을 충원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과정 자율권을 ‘입시준비를 위한 자율권’으로 악용한다. 영어와 수학과 같은 주요과목 시간을 늘리고 예체능 과목 시간은 줄이는 식이다.

 

둘째, 자율고가 명문대 진학생을 다수 배출해 입지를 굳히면 학생 수요가 늘고 이에 따른 사교육이 팽창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외고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외고는 지금껏 성적 상위 2~3%에 해당하는 중학생이 경쟁했다면, 자율고는 내신 30~50% 이상 지원이 가능해 사교육이 더욱 폭넓게 성행할 수 있다.

 

셋째, 자율고는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 이내로 규정돼 있다. 대략 350~450만원 선이다. 학교운영비나 보충수업비와 같은 수익자부담 경비를 더하면 4~5배에 이른다. 그야말로 ‘귀족학교’다. 2010년에 자율고로 전환된 서울지역 13개교에서 입학생 아버지의 소득별 분포 비교 결과를 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이들 학교는 자율고로 전환 이후 아버지가 고소득직인 비율이 5.6%p 증가하는 반면, 저소득직인 비율은 8.6%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고, 경쟁률 하락의 진짜 이유

 

지난해 외고와 더불어 자율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올해 초 고교체제 개편의 일환으로 이들 학교의 입시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외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해 영어 내신과 학습계획서, 면접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기존의 입시전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중학교 전 과목 내신성적 반영이나 영어듣기평가를 금한 것이다.

 

자율고에 대해서는 비평준화 지역은 필기고사 외 방식으로 학교 자율적으로 선발하도록 하되, 평준화 지역은 선지원 후추첨으로 지원자를 내신(30% 이상)이나 면접을 통해 1차적으로 추려낸 후 추첨하도록 했다. 단, 서울지역은 내신 50% 이상인 지원자 중 추첨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입시제도 개선과 더불어 정부는 일반고 지원 이전에 학생을 선발하는 전기학교는 한 학교 이상 지원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특정 외고와 자율고를 동시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지원한 전기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은 일반고로 진학하게 된다.

 

올해는 이러한 정부의 조치 이후에 처음으로 실시한 고교입시였다. 앞서 밝혔듯, 결과적으로 올해 외고와 자율고는 전반적으로 입시 경쟁률이 낮아졌다. 특히 자율고는 다수의 학교에서 미달사태까지 발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정부의 입시제도 개선책이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그 원인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을 중심으로 자율고가 대거 생겨나면서 공급이 과잉됐다. 실제 서울지역 자율고의 입학정원은 지난해 4,955명에서 올해 1만462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한 해 중학교 졸업생 12만명 가운데 자율고에 지원 가능한 내신 상위 50% 이내 학생은 6만명이고, 지난해 자율고 신입생 출신학교 내신분포 결과에서 전체 학생 중 약 3분의 2를 차지했던 내신 상위 30% 이내 학생은 3만6천명이다. 그들이 전부 지원해도 경쟁률은 3대 1. 하지만 자율고는 아직 학생의 수요가 대거 몰릴 정도의 차별성을 갖지 못해 올해 경쟁률은 1.5대 1에 그쳤다.

 

또한 올해부터 자율고와 외고·과학고의 동시지원이 안 되자 학생들은 신중한 선택을 해야 했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3,000명의 자율고 지원자는 어쩌면 입시제도 개선으로 영어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인 2~3%에 들지 못해 외고 지원을 포기한 학생들로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해도 3,000명의 자율고 추가 지원자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자율고 학생 수에 비해 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올해 경쟁률 1.5대 1이라는 결과는 정부가 학생들의 자율고에 대한 낮은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공급에만 열을 올렸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둘째, 자율고는 도입 후 2년밖에 되지 않아 입시경쟁력이 입증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지원을 원하는 학교는 뭐니뭐니 해도 소위 명문대 혹은 ‘In seoul’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에 다수의 학생을 진학시킨 학교다. 그런데 자율고는 2년 전 입학한 학생이 아직 졸업을 하지 않아 일종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학생들이 집과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자율고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셋째, 학교 재정이 튼튼하거나 소득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 학교 외에는 일반고와 차별성이 없다. 자율고는 정부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사학이 투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나머지 부담은 학부모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안 그래도 등록금이 높은데다 별도의 비용까지 부담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좋은 교육환경에서 교육받기 위해 학부모는 재정 형편이 나은 학교를 선택한다. 또한 흔히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노원 등의 고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자율고는 주변의 고급 사교육기관들 덕에 인기가 많다.


반면, 학교 재정이 불안정하거나 지역적으로 입시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지 못한 학교의 경우에는 또 다른 학생 유인요소가 필요하다. 교과교실제와 같은 교육시스템이나 질 높은 교수학습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그 외의 자율고 중에는 이렇다 할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학교가 거의 없다.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제2의 외고가 될 것인가 삼류학교로 남을 것인가

 

올해 자율고의 낮은 입시 경쟁률은 이와 같은 세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과도하게 자율고를 확대하려 했지만, 자율고의 실상은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반고보다 큰 등록금 부담을 짊어져 가면서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 교육을 받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정부의 입시제도 개선책도 일정정도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특목고나 자율고와 같은 특수형태의 고교에 성적 우수 학생을 선별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자 수요가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경쟁률 하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율고가 도입 취지와 달리, 학교에 부여한 다양한 자율권만큼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모델로 정착하지 못하는 데 있다. 자율고의 지원 양상을 보면, 현재 자율고는 크게 진학실적이 좋은 ‘제2의 외고’ 형태의 학교와 일반고와 다를 바 없지만 등록금만 높은 ‘비싼 학교’ 형태의 학교로 나뉜다. 전자의 형태는 학생 지원이 몰리지만 후자의 형태는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 정부는 무엇보다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를 개별학교에서 어떻게 현실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율고 경쟁률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자율고 확대는 포기하지 않되 평준화 지역까지 학생선발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신 일반지역에서의 확대보다는 혁신도시·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 및 세종시 등에 위치한 사립고를 중심으로 지정하겠다고 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앞서 밝힌 자율고 경쟁률 하락의 첫째 원인인 무리한 자율고 지정 확대에 대한 비판에는 신설도시에서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해 교묘히 피해갔다. 여전히 자율고 확대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둘째 원인인 입시경쟁력이 검증이 안 돼 학생 수요가 낮은 문제에 대해서는 자율고에 학생선발권을 줘 성적 우수 학생을 가려 뽑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부터 외고에서 실시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자율고에도 도입해 오히려 자율고가 ‘제 2의 외고’가 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게다가 외고는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이라는 학교의 목표와 학생 선발기준이 비교적 명확한데 비해, 자율고는 개별학교마다 특성이 다르고 건학이념도 뚜렷하지 않아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검토해야 한다.

 

셋째 원인인 학교 재정이 부실하거나 입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아 미달사태를 겪은 학교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임시방편으로 신입생 충원율이 60% 미만인 자율고에 학교 운영정상화에 필요한 경비를 국고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고는 본래 정부로부터 재정결함 보조금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학교다. 정부는 대신 자율고에 투자할 정부 보조금을 일반고에 투자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정부의 조치는 이러한 지금까지의 주장을 뒤집는 꼴이다.

 

차별 교육 아닌 ‘수평적 다양성’ 교육 실현해야

 

정부는 현재 주요 교육정책으로 공언한 바 있는 자율고가 실패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그 모델을 성공시켜 그 숫자를 늘리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 학교 측에 학생선발권을 주겠다는 이번 대책은 이러한 정부의 조급증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나 자율고는 진학실적에 따라 학생 지원이 몰리는 현실에서 입시전문기관화 될 소지가 너무 크다. 일반고와 차별성이 없으면서도 등록금은 일반고에 비해 너무 비싸 서민층 자녀가 지원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자율고 도입 3년차가 지나면 이들 학교의 대학 진학실적에 따라 자율고가 ‘제2의 외고’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교서열이 재확립되면서 고교 입시경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을 예고한다. 따라서 정부는 자율고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대신 현 시점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자율고 대책은 다양화·특성화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는 학교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입시경쟁과 사교육비를 낮추려는 의지가 있다면 자율고를 ‘제2의 외고’로 만들어서는 안 되며, 그와 동시에 학생들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고가 본래의 취지대로 자율적이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탈바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고 뿐 아니라 전체 일반고 역시 마찬가지 방향의 혁신이 시급하다. 일반고에도 자율권을 점차 확대해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과 다양한 교육과정을 갖추도록 한다면 자율고와 일반고의 구별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 내 교육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형성하고 학교 간 교류를 넓혀 각 분야별로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각 지역 내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사회나 학부모·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수월성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학생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식 교육이다. 20%의 특권적 학교를 양산하고 80%의 일반고를 삼류학교로 전락시키는 것은 수월성 교육의 방향에 반대될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을 가져온다. 특권학교와 교육여건이 낮은 학교는 줄이고 일반고의 질을 높이는 것, 이것이 바로 ‘수평적 다양화’를 실현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는 경기도에서 촉발된 혁신학교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는 일반고와 같은 등록금을 받으면서도 뚜렷한 건학이념을 가지고 학생들이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개발하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 한 명의 학생도 낙오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책임교육, 맞춤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혁신학교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동시에 일반학교로 전파된다면 우리가 소원하는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은 눈 앞에서 펼쳐질 수 있다.

 

최근 경기와 강원 지역에서는 일부 비평준화 지역을 평준화로 전환시키자는 바람이 거세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들 지역의 요구를 끝끝내 거부했다. 평준화로 전환하는데 찬성하는 지역주민이 80% 이상임에도 귀를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자율고 대책과 고교평준화 제동 등 교과부의 이러한 행보는 교과부가 ‘차라리 철저히 차별받기 바라는’ 그들의 편에 서 있음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바로 대다수 국민의 ‘상식’은 차별 없이 수평적이고 다양한 교육체제를 만드는 것임을 그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