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6 / 26 최정은/새사연 연구원

 

 

용어 해설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18세 이하의 어린이-청소년이 어느 정도 행복한지 나타내는 지표이다. 최근 유니세프(UNICEF 국제연합아동기금)가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를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관계, 주관적 행복, 건강관련 행위의 6가지 영역으로 나눠 행복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 문제 현상

한국, 교육 수준은 세계 최고

한국 어린이-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교육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 유니세프는 교육 영역을 학업성취, 교육참여, 고용으로의 전환으로 구분해 행복지수를 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세 요소 모두 OECD 평균보다 높다. 전체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의 교육 수준은 123.4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다.

주관적 행복은 세계 꼴찌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교육과 주관적 행복 수준이 다르지 않은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례적이다. 한국의 어린이-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은 교육 영역과는 정반대로 세계 최하위이다. 자신이 별로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7.3%, 학교생활을 좋아한다고 답한 비율이 29.5%,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소속감, 어울림, 외로움)는 55.5% 정도다. 전체 평균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우리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은 64.3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 문제 진단 및 해법

왜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지 못한 것일까? 아이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들여다보면 짐작이 간다. 최근에 이뤄진 청소년의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아이들의 학습시간은 세계적으로도 길다. 우리와 유사한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핀란드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을 학업에 쏟고 있다. 대신 아이들은 일상에서 여유를 찾거나 친구들과 소소한 정을 나눌 시간은 부족하다. 더불어 수면이나 운동시간은 세계적으로 가장 짧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런 경향은 커지고 있다.

이제는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경쟁심리가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26일) 전국에서 치러진 일제고사에 138명이 불참했다는 이야기가 위의 수치를 반증해 준다. 연일 들려오는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에 언제까지 혀만 끌끌차고 앉아 있을 것인가. 누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참고 자료:「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연구와 국제비교」, 한국회학 제44집 2호,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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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폐교 위기 속에 피워낸 교육의 희망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요약문]

최근 '산촌유학'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도심에 살던 아이들이 시골로 '유학'을 가는 풍경을 일컫는 말이다. 한두 달 혹은 1년 단위로 생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단기 유학'이 아니라 아예 시골 학교로 전학 가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몇몇 학부모들은 시골 학교를 가기 위해 4살인 아이를 입학명부에 등록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역류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골의 작은 학교로 처음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남한산 초등학교다. 99년 교육부는 대대적인 농어촌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각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남한산초 역시 2000년 폐교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과 학부모, 몇몇 교사들의 학교 살리기 운동에 의해 남한산초는 '새로운 대안적 공립학교'로 거듭나게 된다.

남한산초는 오히려 ‘작은 학교’이기에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는 것으로 출발했다. 전교생이 100여명 규모이기에 교사가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집안 형편이나 부모의 성향, 아이의 성격 특징, 학습발달 상태까지 두루 알 수 있었다. 학부모와 교사는 끊임없이 토론과 조정을 거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갔다.

이러한 남한산초의 성공사례는 공교육에서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이들에게 실천적 지침이 됐다. 관료 주도의 수직·하향적인 교육개혁은 학교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는 공감 때문이다. 이에 남한산초 모델은 거산초, 삼우초, 상부남부초, 금성초 등으로 전파된다. 모두 소규모 학교다. 각 학교는 체험중심의 프로젝트 학습, 계절학교, 블록 수업, 다모임 등의 남한산초 모델을 기초로 지역적 조건과 구성원의 실정에 맞게 학교를 새롭게 일구어갔다.

작은 학교가 늘어나게 되면서 2005년에는 '작은학교교육연대' 모임이 결성됐다. 전국적인 연대 운동으로 발전하기에 이른 것이다. 작은학교교육연대 회원들은 또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를 시도했고 이들 학교 간에는 네트워크도 구축됐다.

그러던 중 2007년 9월부터는 전국에 '교장공모제'가 시범 운영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교육을 열망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교장 선출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특히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학교 개혁의 새로운 계기가 됐다. 기존의 교원 승진 경쟁 체제와 달리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에게도 교장 임용의 길이 열렸다. 이로 인해 교육철학과 학교운영에 대해 뜻이 같은 교장과 교사들이 주축이 돼 조현초, 홍동중, 덕양중 등 새로운 학교교육의 모델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09년 경기도에서는 '혁신학교'가 새로이 생겨났다. 혁신학교는 첫 진보 교육감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당시 학교 현장은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더욱 입시 위주로 내달리며 황폐화돼 가고 있었다.

혁신학교는 한 학년을 5개 반 이하,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내외로 제한한 형태의 학교다. 교장은 공모제를 통해 임명하며 교장에게는 교사 초빙권을 보장한다. 교무보조인력, 상담전문교사, 사서교사, 보건교사를 필수적으로 배치해 교사들이 학생 교육과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시했다.

즉, 혁신학교는 '작은 학교'와 같은 소규모 학급 편성, '교장공모제를 통한 새로운 학교'와 같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적극 활용한 형태다. 교육청에서 주도하는 만큼 기본적인 교육 여건 조성과 효율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도 대폭 늘렸다. 다시 말해 혁신학교는 시골의 작은 학교들에서 출발한 학교 단위의 혁신운동을 계승·발전시킨 새로운 학교운동인 것이다.

아직 미완성인 혁신학교의 구체적인 상은 앞으로 수년간의 경험과 시도 속에서 완성돼 갈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밝혀진 학교 단위 혁신을 위한 기본 조건들은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배움과 돌봄의 공동체’라는 교육철학에 합의하는 헌신적인 교사와 교장의 유입, △교사의 자율권 보장을 통한 교육과정의 특성화·다양화, △학교 주체들의 참여와 소통, 자발적 협력에 기초한 학교운영,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배움공동체 형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아직 혁신학교는 가야할 길이 멀다. 단기적 과제로는 교장공모제와 교사순환제 등에 대한 대안, 교육과정 및 평가에 대한 자율권 확보, 교육청의 재정지원, 학부모와 지역의 협력을 보장하는 안정적 체제 구축 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1세기 새로운 교육철학·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과정과 대도시와 중등학교에서의 성공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남겨진 과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남한산초 졸업생의 이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학교를 다니며 점수로 환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내면의 힘을 가지게 됐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준 스스로 삶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평생 기억하는 법이다.

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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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0.07.13 11:42
얼마 전 영국의 주요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초·중등학교 절반이 평가에서 기준미달 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2009년 9월부터 2010년 3월까지 3,990개 학교를 평가한 결과 47%의 학교가 기준 이하의 등급을 받았다는 교육기준청(Ofsted) 발표에 따른 것이다. 잉글랜드의 경우 최고 1등급을 받은 학교는 14%에서 11%로 감소했고 최하위 4등급을 받은 학교는 2006~7년의 6%에서 9%로 증가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영·미식 정책과 유사하다. 이른바 경쟁 위주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다. 그러나 영·미권 국가의 학력저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은 학생의 학력 뿐 아니라 전인적 성장·발달에도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고집한다. 그 중에서 ‘일제고사’라고도 불리는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는 정부의 지나친 경쟁교육의 대명사로 쓰인다. 평가 후 결과를 공개해 지역별·학교별 서열화가 이뤄지고 이에 압박을 받은 각 학교 현장에서 점수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학교에서는 0교시, 보충수업이 늘어나고 쉬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일제고사를 대비하기 위한 시험이 생기고 문제풀이식 수업도 늘어났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7월 13~14일, 또다시 일제고사가 실시된다. 전국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다. 이에 일부 학부모와 학생, 교원단체는 일제고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신 체험학습을 중심으로 한 대안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7월 1일 새로 취임한 강원·전북 교육감 역시 일선 학교에 일제고사 미응시생을 위한 대체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해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에 일제고사 ‘성실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그래도 거부하면 해당 교육감을 고발하겠다는 등 압력을 가하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일제고사, 과연 무엇을 위한 시험일까.

정부는 일제고사 실시의 이유에 대해 각 학교별로 학습부진아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따른 처방을 내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말과 행동은 일치하지 않았다. [표 1]은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제고사 실시 후, 학습부진아 지원을 위한 교육예산은 고작 180억원 정도가 늘었다(2009년 428억원). 시·도별로 볼 때 서울, 부산, 대전, 전북에서는 오히려 예산이 감소한 결과를 나타냈다.


실제로 드러난 학습부진아 현황과 지원이 비례하지도 않는다. 시·도별로 볼 때 서울, 부산의 경우 학습부진아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액은 감소했다. [그림 1]과 같이 광주, 대구, 강원, 경북, 제주 지역은 학습부진아 비율에 비해 지원액은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학습부진아 살리기 운동 정책토론회’ 자료집, 2010)


우리와 똑같은 부작용을 겪은 일본은 시행 3년 만에 일제고사를 폐지했다. 가와바타 다쓰오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은 지난해 일제고사에 대해 “개별 학교가 성적 경쟁만 해서는 의미가 없으며, 지역의 교육수준을 균등화하고 향상한다는 일제고사의 목적 달성은 물론이고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더라도 추출시험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일본은 2007년 43년만에 부활한 일제고사를 지난해에 다시 표집평가로 전환했다. 대신 일본은 일제고사에 배정된 예산을 고교 무상교육과 육아지원 등 교육복지 차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문부과학성은 일제고사를 표집방식으로 바꾸면 올해 58억엔(750억원)의 예산을 10억엔 이하로 대폭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학력평가를 위한 예산은 334억원(2009년)에 이른다. 2008년 학습부진아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243억)을 훌쩍 뛰어넘고 2009년 예산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평가를 위한 예산이 평가 후 학생지원을 위한 예산만큼 부담이 크다. 게다가 일제고사 실시로 인해 각 학교에서는 교육 파행 사례가 뒤를 잇고 있다. 학생들은 경쟁 과열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한다. 일본과 한국, 과연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가.

* 이 글은 월간 <우리 아이들> 6월호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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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10.14 09:30

10월 13일~14일 이틀간 일제고사가 실시된다. 196만 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주관식 채점으로 3만 명의 교사가 동원된다. 현재 정상을 달리고 있는 한국 영화의 3주간 관객 수가 2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200만 명이 동시에 같은 영화를 본다고 상상한다면 말이다. 해마다 모든 국민이 긴장하며 숨죽이는 수능일의 수험생 수도 58만 명에 불과하다. 고3에 해당하는 한 학년 학생과 재수생이 보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제고사는 전국 초/중/고교 총 1만 1496곳에서 초6, 중3, 고1 세 학년이 말 그대로 ‘일제히’ 치르는 전수평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제고사는 이번이 네 번째다. 번번이 반대에 부딪치고 그 때문에 교사 14명이 파면 또는 해임되는 사건까지 일어났지만 올 10월에도 어김없이 시행된다. 일제고사가 이토록 비판받는 이유 세 가지와 일제고사의 향방에 대해 짚어보겠다.

0교시, 시험횟수 늘고 정신건강은 피폐해지고

일제고사가 비판받아 온 이유 중 하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명칭과 달리 시험을 통해 학생의 학력 수준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과 학교장 등에게 그 책임을 묻고 그로 인해 학생들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교육관료가 받는 압박감은 고스란히 현장 교사와 학생들의 몫이다. 일제고사를 성적에 반영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교과부의 장담과 달리 지역교육청별로 시험결과를 내신성적에 반영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거나 성적이 우수한 교사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상품을 내걸기도 한다. 어떤 지역은 교육청 수준의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교장들은 일제고사 성적에 목숨을 걸고 독촉해대고 교사들은 그에 못 이겨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하고 문제풀이 연습을 반복시킨다. 초등학생의 경우 일제고사에 사용하는 OMR카드 사용법 익히기에 수업시간을 할애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현재 진행 중인 국감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경기도 학생이 2008년 한 해 동안 평균 8.7회의 시험을 치렀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는 2007년 8회에 비하면 0.7회 증가한 것으로, 방학기간을 제외하면 학교를 다니는 동안 매달 1차례씩 시험을 치른 꼴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초등학생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2007년에는 8.3회의 시험을 치르던 초등학생이 2008년에는 9.0회, 올해는 1학기 동안 5회를 치러 1년간 10회의 시험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시험 뿐 아니다. 0교시도 늘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경기도에서 오전 8시 이전에 등교하는 0교시 실시 학교가 2008년 56.7퍼센트에서 올해 77.8퍼센트로 21.1퍼센트 포인트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4.15 학교자율화 조치와 일제고사 시행 이후의 결과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정신건강은 피폐해져 가고 있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정신건강 검진 시범학교 35개교 9814명을 대상으로 학생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밀검진이 필요한 학생이 18.2퍼센트인 1786명에 달했다. 이는 2007년 13.0퍼센트와 지난해 11.4퍼센트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정신건강 선별검사 내용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폭력성, 우울증, 자살경향 등 주요 정서/·행동 문제가 모두 포함됐다.

수능성적 공개보다 더 큰 파고 예상

일제고사가 비판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시험성적 결과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공개되면 학생 개개인 뿐 아니라 학교도 서열화돼 초/중등 모든 학생들은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도록 만드는 전시상태로 내몰린다.

교과부의 수능성적 공개 이후, 며칠 전에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조선일보와 함께 지역 내 학교 이름까지 거론하며 등급과 순위를 밝혀 고교등급제가 실시되는 것 아니냐는 파장을 일으켰다. 교과부는 학교단위 이름을 삭제한 채 지역구별로 성적을 공개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 강변했지만, 그것은 우리나라의 정치와 언론의 ‘파워’를 무시한 처사였다. 국민들 역시 수능성적이 공개되면 각 고교들이 수능성적 결과로 서열화되고 그로 인해 중학생의 고교입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예상했을 터이다. 하지만 막상 사건이 터지고 보니 학교를 다니는 교사, 학생, 그 학부모까지 이해관계자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체감도가 다른 것이다.

이제 성적공개를 통해 특목고/자사고가 명문대 진입에 가장 효과적인 지름길임을 선명하게 알게 된 학부모, 학생들은 당연히 특목고를 더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다. 특목고, 자사고 등 특수학교 외에 가장 성적이 높은 지역의 명문고 역시 마찬가지다. 때를 놓치지 않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몇몇 지역의 사례를 꼽으며 “학교선택권을 통한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하면 성적이 높아진다”며 소리 높여 강조한다. 내 자식이 더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경쟁에 불을 붙여 학교의 질을 높이면 된다는 식이다. 이러한 프레임이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순간, 고교등급제 실시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고려대와 같이 몇몇 대학들이 슬금슬금 성적우수 고교에 특혜를 주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에 불 붙인다고 해도 경쟁에는 언제나 1등과 꼴등이 존재하므로 내 자식 성적만 올라가는 법은 없다.

이번에 치르는 일제고사 역시 지역별로 성적이 공개된다. 정부에서 지난 ‘임실의 기적’과 같은 해프닝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를 한만큼 공신력도 점점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내신을 절대평가화 하겠다고 하면서 진급 시 상대평가를 해야 할 때는 일제고사를 활용하는 방식을 언급해 중요도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내년부터 실시되는 일제고사는 다음 해 2월 개별학교 단위로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다. 수능성적 공개 이후의 상황과 같이 이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순위별로 나열될 수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공개된 성적을 근거로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서울시에서 올해 말부터 시행하게 될 ‘학교선택제’가 그것이다.

이미 국공립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영어유치원과 사립대학 등록금과 비슷한 국제중, 대학 등록금을 훌쩍 뛰어넘는 특목고/자사고 등 ‘값비싼 엘리트 양성 코스’는 정해져 있지만, 일제고사 성적 공개와 수능성적 공개로 완성된 서열 지도는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경쟁의 한복판에 서도록 만들 것이다. 단지 200만 명에 머물지 않고 전국의 모든 학생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뒤처지는 학생과 학교,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일제고사는 뒤처지는 학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부가 몇 개의 학교를 선별해 시험을 치르는 표집평가로 시행하던 학력평가를 굳이 전수평가로 만든 것은 성적이 미달인 지역과 학교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표집평가로도 가능했던 교육격차의 확인을 전집평가로 더 명확히 파악해 각 학교를 지원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별다른 효과를 얻고 있지 못하다. 일제고사 성적이 낮은 학교에 취한 조치라고는 약간의 예산을 편성해 각 학교에 성적미달 학생을 줄이라는 압력을 넣은 것뿐이다. 이에 일선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서 성적이 미달된 학생들을 방과후 학교로 남겨 보충수업을 하고 있는 꼴이다. 성적미달로 낙인된 학생들이 이를 달가워 할 리가 없다.

게다가 일제고사는 어떤 ‘학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출제하는 시험내용도 객관식 문항에,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요하는 것이라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적어도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교육과정에서 말하듯 ‘글로벌 창의 인재’를 기르겠다는 생각이라면 그에 걸맞는 성취도 평가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 일제고사를 통해서는 학생들의 창의력 수준은 전혀 판별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뒤처지는 학생은 어떤 ‘학력’이 뒤처진다는 것인지 분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학생과 학교를 지원하겠다는 상황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경쟁 아닌 지원이 교육격차 해소의 해법

일제고사는 학생과 학교를 성적으로 경쟁시켜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 교육정책의 기조 하에 탄생했다. 그러나 교육의 ‘질’은 어떤 것인지 철학이 없는 정부는 또다시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강화시켰을 뿐 21세기적 창의교육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학력’은 어떤 것인지 바로 알고 일제고사가 어떤 성취도를 평가해야 하는지 정립해야 한다. 전수평가도 표집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뒤따르던 일본 역시 얼마 전 “개별 학교가 성적 경쟁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며 과도한 경쟁교육의 폐해를 이유로 4년 만에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표집평가로 전환하지 않았는가. 대신 일본은 일제고사에 배정된 예산을 고교 무상교육과 육아지원 등 교육복지 차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우리 정부가 표방했던 미국 역시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NCLB(no child left behind)법 개혁을 가장 앞세워 평가 방식을 결과중심에서 과정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규격화된 획일적 평가방식이 아니라 리서치, 과학적 조사를 통한 문제해결능력, 학생들의 의견 개진 등의 교육을 실시해 그에 맞는 평가 방안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경쟁 일변도였던 신자유주의를 포함한 세계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모든 학생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고사와 수능의 성적을 공개해 학교를 서열화하고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 아닌 학생 개개인을 책임지는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교육복지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 교과교사 외에도 상담교사와 보건교사가 상시적으로 학생을 돌보고, 하교 이후에는 지역의 공부방이나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설된 방과후 교실의 교사나 자원봉사자가 학생을 돌보는 식의 시스템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지역의 의사, 교수, 교육전문가 등이 함께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을 책임지고 그들의 학력과 건강권을 함께 고민하는 지역 공동체는 전체 교육문제의 밑그림으로 그려져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교육격차를 해소를 위한 학업성취도 평가도 이러한 전제가 있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금 정부가 손에 쥐어야 할 것은 채찍이 아니라 당근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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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01.30 13:56
<MB-오바마 교육정책 비교> 연재기획 목차

① 오바마, 일제고사에 반대하다
② 채찍인가 지원인가, 180도 다른 교원 정책
③ 극과극, 교육소외층에 대한 정책 판이한 한미


해가 바뀌었건만, 이명박 정부는 경쟁과 평가를 중심으로 한 시장주의적 교육개악 드라이브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올해에도 예상되는 일제고사 실시, 자율형 사립고와 같은 특수학교 확대, 억압적 교원정책 강행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이러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원조였던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대대적인 방향 전환에 착수하고 있다. 전임 정권의 교육 정책으로 미국이 경쟁력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양방향으로 크게 엇갈리고 있는 한미 교육정책의 차이는 무엇일까.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쪽은 어디일까.
새사연은 우리 교육의 희망을 찾는 다음카페 ’교육 새로고침’(
http://cafe.daum.net/eduf5) 운영진과 함께, 오바마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미국 교육 개혁 방향과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교하고 향후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해 본다. <편집자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교육의 현장에는 상당한 지각변동이 있었다. 학교자율화 조치로 0교시, 야간자율학습 등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한 규제들이 사라졌고, 귀족학교이자 엘리트교육의 산실이라 비판받아 온 자사고, 국제중과 같은 특수학교들이 늘었다. 또한 일제고사, 학업성적 공개, 학교선택제 등 학생 간, 학교 간 경쟁구도를 강화하고 학교서열화를 촉진시키는 정책들이 착실히 실행됐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해 온 대학자율화 조치는 ‘3불 정책(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폐지로 이어져 교육양극화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 학부모들의 근심만 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변화와 희망’을 키워드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오바마는 교육개선을 자신의 강령으로 삼겠다고 밝히며, 미국의 경쟁력 강화 방안 중 하나로 교육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지금 미국이 직면한 여러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지에서다. 오바마의 당선은 세계적 금융자본주의의 몰락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이지만, 경쟁과 선택을 강요하는 전국적인 학력평가로 몸살을 앓아온 부시 정부의 실패한 교육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선택이기도 했기에 그의 교육개혁 의지에 더욱 힘이 실린다.

실제 미국의 교육현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몇 가지 수치를 통해 살펴보자. 미 고등학생들은 매년 120만 명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고, 그 수는 매년 6,000명씩 늘어나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 4명 중 1명인 29퍼센트는 제때에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체 직장의 2/3는 대졸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고 있어 고교 졸업률 저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학생들의 학력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중 2학년에 해당하는 학생 중 70퍼센트는 교과서를 제대로 읽지 못해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10개 중 3개 학교의 대학 신입생들은 고교과정을 반복해야 하고, 커뮤니티 대학(우리나라의 전문대와 유사)에서는 기본적인 교육을 위한 교정과정이 43퍼센트에 이른다. (참고 www.strongamericanschools.org)

미 민주당 대선 교육공약집인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교육계획(Barack Obama and Joe Biden’s Plan For Lifetime Success Through Education)’을 통해 오바마는 미국 교육정책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일제고사와 같은 경쟁과 평가 중심의 교육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학급당 인원 수 감축과 학교시설 증축 등의 교육복지를 높여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소수민족과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이 불평등한 교육을 받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교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그들의 자율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이뤄나갈 예정이다. 오바마 정부의 개혁 방향은 지난 부시 정부와 영미식 교육정책을 그대로 들여온 이명박 정부의 행로와는 상반된다.

암기식, 주입식 수업 강요하는 일제고사

특히, 오바마가 교육개혁을 위해 최우선적인 과제로 선택한 것은 NCLB(No Child Left Behind)법 개혁이다. NCLB법은 미국 부시 대통령이 취임 하자마자 ‘단 한 학생의 낙오자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교육결과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한 교육정책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일제고사를 추진한 배경과 맞닿아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시각차를 보이는 한미 교육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명박 정부의 일제고사 정책에 대해 살펴보자. 2009년 새해가 밝자, 교육학자 154명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해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한 7명의 교사를 파면, 해임한 서울시교육청의 징계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는 요구였다. 그들은 “그동안 NCLB에 의한 시험이 바람직한 교수활동을 유도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연구가 많이 보고됐다. 그런데 정부는 일제고사가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따질 새도 없이 교사들을 해직시켰다.”며 이명박 정부의 일제고사 실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7년까지 10여 년 간, 우리나라에는 전국의 학생들에게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내용의 학력평가를 실시하는 일제고사가 없었다. 대신 전국에서 3~5퍼센트의 학생을 표집해 시험을 치르던 기초학력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평가가 있었으나 이명박 정부가 그 시험대상을 전체 학생으로 바꾼 것이다. 그 이유는 지역/계층 간 교육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학생 개개인의 학력에 맞는 지도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나 현재 실시되고 있는 일제고사는 올해 초에 시행되는 학교정보공개와 맞물려 학생과 학교를 성적으로 줄 세우는 정책이라는 논란이 많다. 교육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격차를 더 벌어지게 만드는 꼴이다. 또한 어린 초등학생 때부터 성적 경쟁으로 학습 부담감을 주고, 각 학생의 학력에 맞는 지도를 하기는커녕 일선학교에서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험문항과 비슷한 문제 풀이 위주로 암기식, 주입식 수업을 강화하는 부작용도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올해에도 일제고사를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지난해 7명의 교사 징계에 이어 강원도에서도 일제고사 대신 정상수업을 진행한 초등교사 3명을 파면, 1명을 해임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지난해 말 주요업무 보고에서 올해에도 일제고사를 변함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시의 NCLB 정책이 실패한 이유

그렇다면 미국 부시 정부의 NCLB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NCLB법은 전통적으로 주정부 차원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존중되어온 미국의 교육정책에 연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NCLB 정책은 미국학생들의 기초 학력 저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의무화하였다.

이의 핵심 내용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책임을 묻는 체계적인 상벌제도와 교육재정의 지원이다. 연방정부의 재정지원(title 1)을 받으려면 모든 공립학교들의 3~8학년 학생들이 매년 정규적인 학력평가(영어, 수학)를 치러야 한다. 또 각 주 정부는 4학년과 8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연방정부의 학력검사에 참여해야 한다. 과거 클린턴 정부 때는 일부 학교를 표본 추출하여 표준화 학력검사를 실시했으나, 이제 이전까지 제외되었던 특정 인종 학생들과 장애 학생들에게까지 연도별 학업성취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 주정부와 교육청,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계속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의 부모에게는 스쿨 바우처 등 여러 방안에 대한 선택권을 주었다. 스쿨 바우처는 ‘학부모들에게 일정액의 바우처(voucher, 일명 학교상품권)를 지급해 이 돈으로 자녀의 학교를 선택하게 하자’는 학교 선택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자녀 개인의 성적뿐만 아니라 학교 등급까지 표준학력고사 결과를 공개했으므로, 학부모들은 이를 바탕으로 각 학교를 비교, 선택했다. 그리고 선택된 학교들 중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가 성적 향상 요망학교나 실패학교로 규정되면 주 정부는 학부모에게 바우처를 줘서 자녀가 선택한 사립학교에 등록금 대신 납부하도록 했다. 대신 공립학교의 경우 학생 한 명이 사립학교를 선택할 때마다 교육비가 감소되어 교육재정 감소의 압박을 받는다.

몇 년 동안 성적이 나쁜 학교들은 영리목적의 기업에 위탁되거나 차터스쿨(charter school)로 전환하여 학교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부실 공립학교들을 인수해 경영해온 미국 최대의 공립학교 위탁기업인 에디슨스쿨의 경우, 지속적으로 수익금을 허위보도 해온데다 최근에는 주가가 85퍼센트나 하락하면서 올해 당장 학교를 운영할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에디슨스쿨은 미국 22개주에 걸쳐 136개 학교를 기업처럼 운영했고 한때 투자자와 학부모의 큰 호응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왔으나,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지면서 학생들의 성적향상 폭이나 학비부담 면에서도 다른 공립학교와 별반 차이가 없는 실패한 학교가 되고 있다.

‘차라리 돈 안 받고 NCLB 안 한다’

NCLB법은 결국 실패한 교육정책으로, 근본적인 수정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공립학교들은 시험 결과와 학교등급이 공개되면서 학업성취도 성적을 올리기 위한 교육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학생 성적과 학교 평균을 올리지 못하면 교장, 교사들이 쫓겨나고 학교가 문을 닫을 판이니 학교는 시험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성적을 올리기 위한 온갖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연방정부가 NCLB의 재정지원을 소홀히 하자, 각 주정부와 교육청, 학교 단위에서는 ‘차라리 돈 안 받고 NCLB 안 한다’며 연방교육비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도시 빈민지역이나 시골의 ‘title 1’(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학교)의 공립학교들은 교육시설, 교사의 자질과 열성도가 매우 낮아 학생들의 학력수준과 학교생활의 질이 현저히 낮다. 이러한 학교는 ‘실패학교’라는 꼬리표를 피해갈 방법이 없다.

바우처 제도가 겉으로는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같지만, 결국 학교를 상품화해 사립학교를 살찌우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교육 재정으로 사립학교를 지원함으로써 공립학교의 재원을 고갈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공교육을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우처를 받더라도 빈자리가 없는 사립학교에 학생을 더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지원하는 등의 조치는 전무해 학교 선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학생도 성적과 소득이 높은 극소수 학생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가난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사립학교에 갈 수 있는 교육바우처 대신에 부유한 지역에 집을 살 수 있는 주택바우처를 주라’는 반박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새로운 평가방식으로 경쟁과 처벌 시스템 개혁해야

이로 인해 미 NCLB법에 근거한 일제식 학업성취도 평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 보장되는 스쿨 바우처(school voucher) 프로그램, 대안공립학교인 차터스쿨 등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에 변화가 예견된다. 이는 부시정부의 교육개혁 중 가장 많이 비판 받아온 교육시장화 정책이다. 오바마의 교육공약을 통해 NCLB 개선안의 개략적 맥락을 살펴보자.

첫째, 오바마는 교사나 교장, 학교에게 NCLB 방침을 지키도록 강요하기보다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학생들의 학업을 향상시키기 위한 충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통해 고급 인력의 교사를 확보하고, 부정적인 보상이 아니라 긍정적인 보상을 해줌으로써 교사들을 우대하겠다고 약속한다. NCLB가 교육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아이들에 대한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오바마는 학생들에게 일 년 내내 규격화된 시험을 보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학생들의 학업을 향상시키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성취를 기록하기 위해 평가 방식을 결과중심에서 과정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한다. 수업방식도 학생 개개인이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개별화 맞춤형으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획일적인 평가방식이 아니라 리서치, 과학적 조사를 통한 문제해결능력, 학생들의 의견 개진 등의 교육을 실시해 그에 맞는 평가 방안으로 바꾸겠다는 거다. 교사들을 더 이상 성적을 높이기 위한 수업으로 내몰지 않겠다는 의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셋째, 오바마는 처벌이 아닌 지원 위주로 전환하는 형태로 책무성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학습장애가 있어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들이나 이민 등의 이유로 아직 영어가 서투른 아이들에게 평가결과에 따라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에 적절한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학생에게 성적 향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졸업 때까지 학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생각이다.

오바마의 NCLB 개선안은 그동안 민주당을 비롯해 전국교육자협의회(NEA), 미국교사연맹(AFT) 등이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라고 주장하면서 일제식 학업성취도 평가와 학교선택제를 반대해온 결과를 반영했다. 이들은 사회 기본적인 공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공교육의 기본 이념을 포기하고, 공공 교육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교육시장화 논리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서 사실상 실패한 정책인 NCLB법을 모방하고 있다. 예외 없이 모든 학생을 평가하는 일제고사, 학업성적 공개, 학교선택제 도입 등은 이미 국제적인 교육개혁의 흐름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영미식 교육모델이다. 교육시장화 정책을 전면 수정한 오바마의 교육개혁이 시작된 지금, 이명박 정부는 부시 공화당 정부의 교육정책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진지하게 뒤돌아봐야 한다.

이영탁/교사, 새사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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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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