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8 / 04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올해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졌다. 그간 8% 성장률을 유지해오며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희망을 존재했던 중국이었다. 때문에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 Institute)에서 세계경제정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이며, 중국의 11차 5개년 계획의 국가자문위원회 위원인 위용딩(Yu Yongding)은 이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현재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는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중국 정부가 노력한 결과라는 것이다. 투자 증가율 중 부동산 부문이 GDP의 10%나 차지하는데 올해 상반기에 전년에 비해 16.3%나 하락했다는 것이다. 즉, 경제의 실질적 생산력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투기로 이어질 수 있는 부동산 투기가 줄어든 것이므로 그리 우려할 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올해 경제성장률 하락은 이미 작년에 예측했던 바이며, 지금 중국 경제는 높은 성장보다 성장의 방식을 바꾸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과도한 건설경기와 부동산 경기에 의존한 GDP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야 하며, 경상수지에서 흑자를 거두는 것과 달리 투자소득수지에서 적자를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중국은 높은 성장과 빠른 구조조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구조조정은 시기를 미룰수록 감당해야 할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경기둔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How Shoul China Respond to the Slowdown?)


2012년 7월 31일

위용딩(Yu Yongding)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2012년 2사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7.6%였다. 이는 1사분기의 8.1%에 비해 하락한 수치이며, 2009년 2사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성장에 관한 자료들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중국이 앞으로 매년 연간 8%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0년 초부터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거품을 잡기 위해서 중국 정부는 긴축 통화정책을 폈다. 그 결과 6월 물가 상승률은 2.2%로 떨어졌다. 29개월 만의 최저였다. 주택가격은 안정화되는 것처럼 보이며, 적절한 수준으로 하락했다고도 볼 수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는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노력한 결과이다. 부동산 부문의 투자 증가율은 GDP의 10%를 차지하는데, 2012년 상반기 동안 전년에 비해 16.3%가 하락했다. 이는 건축 자재, 가구, 설비 등 관련 산업에 있어서 투자의 둔화를 가져왔으며, 고정자산투자의 연간 증가율은 25.6%에서 20.4%로 떨어뜨렸다.

가계 소비의 증감은 명확하지 않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2012년 상반기 가계 소비가 공식 통계보다 많이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2012년의 경제 둔화는 이미 2011년에 정부가 예측했던 현상이다. 2012년 초, 전국인민대표자회이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정부가 2012년 경제성장률을 7.5%로 예측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더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 경제 발전 방식을 변화해야 하며,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고 말했다.

사실 GDP 중심의 성장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평균 GDP 성장률을 7%로 예측했다. 중국의 투자율는 GDP의 50% 정도인 반면 부동산 투자는 GDP의 10% 이상이다. 반복적인 건설과 쓰레기의 양산으로 투자 효율성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연간 성장률 10%에서 투자율 50%는 자본산출비율이 5라는 것인데,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대체로 높은 편이다.

중국의 소비율은 36%이다. 정부통계가 완벽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 이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많은 양의 돈이 물적 기반시설 건설에 투자된 반면, 인적자본 및 사회적 안전망을 위한 공공지출은 세계 평균 이하이다. 물적 자본에서 인적자본으로 더 많은 자원의 이동이 필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흑자는 다행스럽게도 매우 굳건했다. 덕분에 중국은 외환보유고로 3조 2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순외국인자산을 가진 나라로서, 중국은 투자소득에서는 적자를 겪고 있다. 2008년부터 중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쌍둥이 흑자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상수지 흑자의 감소가 구조적 문제인지 경기순환상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성장을 늦춰서라도 경제의 구조조정을 재촉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조정에 따르는 비용이 더 커질 것이다.

수년 동안, 정부는 최소 연간 성장률 8%를 목표로 삼아왔다. 매년 1000만 명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인구통계 및 기타 구조적 변화는 노동시장의 환경을 바꾸었다. 최근 8% 이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정부는 3년 동안 중 분기성장률이 가장 낮았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용기를 잃어서는 안된다. 성장률 하락은 중국이 종합적 경제정책을 적용할 때마다 경험했던 결과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중국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선제적인 재정 정책과 건전한 통화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정부는 거대한 철강과 에너지 프로젝트를 승인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승인할 것이다.

정부는 조속히 경제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2012년 상반기 성장률이 7.8%로 둔화된 것이 반드시 정책 방향의 결과라고 단정해서도 안된다. 중국은 높은 성장과 빠른 구조조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다. 현재의 성장 둔화를 직시하면서 중국은 적어도 당분간은 구조조정의 의지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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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1.06.27 11:50
2011 / 06 / 24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QE2: 자산버블 트리클다운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2. 양적완화와 FRB의 자산-부채 증가

3.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

4. 양적완화와 실물경제

5. 양적완화와 금융시장

1.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중앙은행이 총수요를 자극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은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명목금리가 0% 수준으로 내려가면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다. 왜냐하면 장롱 속에 현금을 보관하는 편이 낫지, 금리를 주면서까지 돈을 빌려주려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 시점에서 명목금리는 제로하한(zero bound)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물론 유사 이래 한국경제는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이러한 상황에 부딪혔고, 1999년 초반 일본경제도 제로하한에 도달하였다.
이 때 중앙은행이 붕괴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 또는 상승하도록 중앙은행이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번 달(6/22) 미국의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FOMC 성명서에도,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를 확장된 기간 동안 유지”하겠다는 문구가 이어졌다. 이는 경기회복이 가시화 될 때 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금융시장에 시그널을 보임으로써,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지닌다. 만약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제로금리 정책으로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했다고 가정해 보자. 통상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것으로 정의되므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실질금리는 하락하는 효과를 지닌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리먼 사태 이후 기대인플레이션은 -1%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금융시장에서 디플레이션까지도 예상한 것이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그리고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은 2%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경제 하강에 대한 우려로 다시 떨어지고 있다. 양적완화가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성과라 평가할 수도 있다.

“오늘 1온스의 금이 300달러 정도에 팔린다. 이제 현대의 연금술사가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새로운 금을 무한대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오랜 난제를 해결했다고 가정해보자. 또한 그의 발견은 대중에게 공표되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으며, 몇 일내로 금을 대량 생산할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발표한다. 금 가격에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짐작컨대 저렴한 금을 무한대로 공급하면 금의 시장가격은 폭락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금 시장이 상당한 정도로 효율적이면, 연금술사가 금을 생산해서 1온스의 황금을 시장에 내놓기도 전에 발명했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즉시 폭락할 것이다.”

이 말은 2001년 일본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로 양적완화가 실시되고 미국 내 학계에서도 디플레이션 논의가 있을 때, FRB 의장인 버냉키가 디플레이션 해법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다. 즉 상품화폐인 금처럼, “유통 중인 미 달러의 양을 늘림으로써 미국 정부는 재화와 서비스로 표시한 달러의 가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변함이 없다고 할 때, 그것의 가치를 표현하는 화폐의 공급을 늘려 화폐가치를 줄여서 디플레이션을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디플레이션 방지의 핵심은 통화 단위인 ‘달러’ 가치의 하락이며,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도 이러한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측정하기도 통제하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에 통화정책 도구로 논란이 많은 변수다. 또한 이미 제로하한에 도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 계속 유지하겠다는 시그널만으로 시장의 기대를 상승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성장률 등 실물경제를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도구는 유동성의 공급이다. 즉 ‘가격’ 변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 ‘양’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이는 크게 2008년 9월 리먼 사태를 기준으로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동성 부족의 문제로 간주한 FRB는, 2007년 12월부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리먼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총체적으로 붕괴되자 정책수단의 변화를 가져왔다. 따라서 부동산 파생상품의 증권화 과정과 관련된 ABCP, CP, ABS 등 단기신용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통상 개별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에 대한 중앙은행의 자금공급, 이에 따른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구성의 변화를 초래하는 프로그램을 신용완화(credit easing)라 부른다. 즉 신용완화 정책이란 민간 금융회사에 예외적인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민간의 금융자산을 중앙은행이 인수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에 비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이란 중앙은행의 장기국채 인수, 이에 따른 대차대조표의 규모 확대를 초래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따라서 2008년 12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725조 달러의 MBS와 국채를 매입한 프로그램을 1차 양적완화라 부른다. FRB는 양적완화를 통해 MBS와 장기국채를 대량 매입하여 침체된 주택시장을 부양하고 장기금리를 내려서 실물경제 회복을 노렸다. 그러나 FRB의 양적완화 효과가 끝나고 더블딥 우려가 시장에 팽배할 때 또 다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재개한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해 11월부터 6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추가로 매입하고 있다. 그리고 2차 양적완화 정책은 이번 달 말 종료된다. 그리고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될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미국경제 하강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팽배되어 있다.

2. 양적완화와 FRB 자산-부채 증가

위의 그림은 FRB의 신용 및 양적 완화 프로그램에 따른 대차대조표의 자산 상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 FRB의 총자산 규모는 대략 9000억 달러에 달했다.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자산규모에는 큰 변함이 없었다. 다만 자산의 구성 상 단기국채(treasury bills)가 감소하고 신용완화에 따른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에 대한 단기대출이 증가하였다.

아주 간단한 예를 통해 FRB의 신용완화에 따른 민간은행의 대차대조표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두 종류의 은행을 상정하고 법정지급준비금은 예금의 10%라고 상정하자. 두 은행 모두 동일한 자본금과 예금으로 영업활동을 한다. 다만 B은행이 위치한 지역의 경기가 활성화되어 A은행보다 대출 기회가 더 많은 환경을 가정하고 있다. 단기 은행 간 신용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위의 예처럼 B은행은 A은행에서 차입하여 대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당연히 지급준비금을 최소화하려는 은행의 행위에 따라 초과지급준비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 신용경색이 발생하게 되면, A은행은 B은행에 차입금 상환을 요구할 것이다. B은행이 다른 은행에서 차입하거나 더 많은 예금을 유치할 수 없다면, A은행에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줄여야 한다. 따라서 가계를 비롯한 차입자는 대출을 상환해야 하고 이는 예금 인출을 초래한다. 결국 대출을 상환함에 따라 경제 전체의 통화량과 경제활동은 줄어들게 된다. 이른바 연속적인 대출회수와 부채축소의 악순환, 디레버리징이 발생하는 것이다.

통상 중앙은행이 신용경색에 대응하는 방법은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차입비용이 줄어들고 따라서 전에는 수익을 맞출 수 없었던 대출 활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B은행의 대출감소를 상쇄할 만큼 A은행에서 대출을 늘리면 경제활동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다. 신용완화란 기준금리를 낮출 수 없는 환경에서, 디레버리징을 최소화하기 위해 A은행이 했던 자금중개 기능을 중앙은행이 직접 대신하는 것이다. 즉 중앙은행이 직접 A은행에 자금을 입금시키면 된다. 특별 유동성 확대 프로그램이란 이런 원리에 따라 작동하였다.

중앙은행에 예치된 B은행의 지급준비금 계좌에 중앙은행이 40을 입금시키면, B은행은 이 자금으로 A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다. 즉 B은행 입장에서 중앙은행 대출은 은행 간 시장을 대체한 것이고, 결국에는 A은행의 지급준비금 확대로 귀결된다. 증가한 지급준비금을 회수하기 위해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해 단기국채를 매각하였다. 그 기간 단기국채는 2770억 달러에서 184억 달러로 감소하였다.[위 그림의 연두색] 그러나 2008년 9월 신용완화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FRB가 보유하고 있던 단기국채가 소진되자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단기국채 매각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FRB는 재무부와 공조하여 재무부가 단기채권을 발행하고, 채권 매각대금을 중앙은행 계좌에 입금하는 프로그램(SFP)을 도입하여 지급준비금을 흡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SFP 프로그램의 규모보다 2008년 11월 이후 도입된 1~2차 양적완화 규모가 훨씬 컸다. 양적완화가 시행될수록 지급준비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금융위기 이전 평균 400억 달러에 달하는 지급준비금 규모는 현재 1.65조 달러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의 대부분은 법정지급준비금을 초과한 초과지급준비금이다.

3.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

경제학 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아주 유명한 방정식이 존재한다.

M = mH

(M: 통화량, m: 통화승수, H: 본원통화)


즉 경제 전체의 통화량은 본원통화(지급준비금+유통 중인 화폐)에 통화승수만큼 곱해져서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신용창조’라고도 해석되는데, 지급준비율이 10%이고 민간이 모든 현금을 은행에 예금하면 통화승수는 10이 된다. 즉 중앙은행이 지급준비금을 10%만큼 증가시키면 ‘신용창조’ 과정을 통해 통화량은 100%만큼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은행에 1달러의 자본금을 투입하면 실제로 가계와 기업에 8~10달러의 대출을 초래할 수 있는 통화승수 효과는 궁극적으로 더 빠른 경제성장의 속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2009년 4월, “구제금융에 사용된 돈이 어디로 갔는가?” 라며 대중의 분노가 폭발할 즈음,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타운 대학에서 실시한 연설 내용 중 일부다. 금융회사에 대한 구제금융은 신용창조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음과 같은 유명한 식도 경제학 교과서에 잘 기술되어 있다.

경제 전체의 통화량과 유통속도의 곱은 명목소득과 같다는 항등식인데, 이를 통해 통화량 증가는 물가상승률을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중앙은행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의 두 가지 유명한 경제적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즉 양적완화가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고리가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 중앙은행이 국채매입을 통해 지급준비금이 증가해야 한다. 둘째, 지급준비금 증가는 통화량 증가를 초래해야 한다. 셋째,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해야 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은행의 신용 및 양적완화 정책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그러나 지급준비금 증가가 반드시 통화량 증가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통화량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초과지급준비금이 가계와 기업 대출 증가에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FRB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에 0.25%의 금리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불확실성과 부채축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안한 기대수익률이 0.25%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가계의 기존 대출금 상환 규모가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규모보다 크면 오히려 통화량은 줄어들 수도 있다.

지난 1사분기 기준, 미국의 가계부채는 11.5조 달러로 2008년 3분기보다 1.03조 달러(8.2%) 감소하였다. 즉 지급준비금이 1.6조 달러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안 가계의 부채축소 또한 진행되어 통화량(M1 또는 M2)의 증가규모는 지급준비금에 미치지 못하였다. 즉 유통속도가 하락하여 M1으로 측정한 통화승수는 금융위기 이전 1.6~1.7에서 0.84까지 떨어졌다. 따라서 통화량이 증가하더라도 유통속도가 하락하면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즉 증가한 통화량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정도는 경제활동의 수준에 의존한다.

4. 양적완화와 미국의 실물경제

천문학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미국경제에 무엇을 남겼을까? 각종 실물 및 금융시장 지표를 통해 양적완화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실업률은 여전히 9.1%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직전 5% 수준이던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09년 중반부터 경기가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2년 동안 불과 1%p 하락하는 데 그쳤다. 고용률은 상황이 더욱 안 좋다. 금융위기 이전 63%에 달하던 고용률은 현재 58.4%로 5%p 낮은 상태다. 특히 2차 양적완화 조치 이후 실업률과 고용률 지표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최근 이 두 지표는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2차 양적완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0년 10월, 1.2%에서 5월에는 3.4%로 상승하였다. FRB가 중시하는 근원물가 또한 0.6%에서 1.5%로 상승하였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초래한 것이다. 즉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FRB가 공식적으로 의도한 소비와 투자 증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양적완화의 부정적 효과가 초래한 간접적인 결과이다.


다음으로 생산 측면을 살펴보면, 제조업 구매력 지수는 지난 5월 53.5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시장의 신규주택 착공 건수 또한 56만 건으로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6000억 달러의 국채를 매입하는 2차 양적완화 시행 이후, 실물경제는 거의 회복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최근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시점을 앞두고 다시 하강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되던 작년 상반기와 모든 지표의 추세가 거의 동일하다. 즉 양적완화는 실물경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양적완화는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사실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easy money)이나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은 이름만 달리할 뿐 그것이 의도한 목적은 동일하다. 이른바 자산버블 트리클다운(Asset Bubbles Trickle down) 효과를 노린 것이다.

5. 양적완화와 미국의 금융시장

FRB는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하여 실물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였다. 그러나 1~2차 양적완화 기간 동안 실제 장기금리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이 뚜렷이 나타난다.

통상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매입하면 국채의 시장가격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오히려 양적완화가 시행되기 전에 수익률이 하락하고 실제 시행될 때 수익률이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양적완화가 시작되기 전, 시장에 이미 양적완화에 대한 ‘투기적 기대’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던 금융회사는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막대한 시가차익을 얻게 된다. 그리고 실제 양적완화가 시행되기 전후에 국채를 내다팔고 증권이나 원자재 등 투기적 시장으로 자금을 이전하였다. 최근 장기금리는 2월 3.77%까지 오른 후 최근 다시 3%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또 다시 양적완화가 시행될 것이라는 투기적 수요,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수요, 그리고 실물경제 침체 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FRB가 의도한 것은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자산가격 부양이다. FRB가 안전한 국채를 높은 가격에 시장에서 매입하여 증권과 회사채, 그리고 원자재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켜 자산가격을 부양하려는 의도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위기 이전 장단기 금리는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비록 양적완화가 시행되었음에도 장단기금리 차이는 여전히 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투기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급격히 하락하였다. 예를 들어, 무디스 Baa 채권의 수익률은 금융위기 직후 9%를 상회했으나 최근 5%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식시장 또한 양적완화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시장이다. S&P 500을 기준으로 금융위기 직후 저점보다 거의 90% 정도 상승하였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유럽의 부채문제도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종결에 대한 월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한편 미국의 양적완화는 기축통화인 달러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원자재 시장의 버블을 초래하였다. 달러는 2009년 3월의 저점에 비해 17% 정도 가치가 하락하였다. 시장의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기대는 고금리와 환차익을 노린 캐리 트레이드의 증가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상승하였고, 이는 작년 양적완화를 전후로 이른바 ‘환율전쟁(Currency War)’을 촉발하기도 하였다. 즉 FRB의 대규모 국채매입은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와 달러를 매각하고 신흥국 통화를 포함한 고수익 위험 자산으로 자산의 재분배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자국의 수출시장 확대를 목적으로 환율전쟁을 일으킨 배후이기도 하다.

그리고 달러가치 하락은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의 버블도 추동하였다. 금융위기 직후 40달러 이하로 떨어진 원유가격은 최근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하였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원유가격 상승은 달러가치 하락과 거의 추세를 같이 한다.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은 ‘달러’로 거래된다. 따라서 동일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달러가치 하락은 상품의 가격상승을 초래한다. 또한 주식과 회사채 시장과 마찬가지로, 상품시장 또한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상승 기대로 투기적 수요가 증가한 것도 적지 않은 요인이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양적완화는 실업률을 비롯한 실물경제 침체를 극복하는데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하였다. 이에 비해 주식과 회사채, 그리고 상품시장에서 투기적 자산가격 버블을 초래하였다. 한 마디로 양적완화 정책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지 않은 집단에게 가장 많은 수혜를 안겨다 주었다. 반면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적은 수혜와 가장 많은 손실을 보게 만들었다.

사실 그린스펀을 계승한 버냉키는 월가를 비롯한 금융회사와 부유층의 버블 수혜가 실물경제를 부양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자산가격 상승은 재산효과(wealth effect)와 부채차입 증가가 민간소비를 통해 실물경제를 회복하고, 추가적 자산수요가 금융시장의 활황을 기대한 것이다. 이른바 자산버블 트리클다운 효과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실업률과 주택시장 침체에서 보듯 양적완화는 실물경제 회복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였다. 높은 실업률과 가계부채의 부담이 투기적 금융자산 버블이 중하위 계층으로 ‘대출’과 ‘투기’가 확산되는 것을 자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경제정책은 소득 및 자산 양극화, 높은 가계부채 비율, 취약한 미국 제조업 경쟁력 등 미국경제의 근본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통화정책으로는 실물경제의 근본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통화정책이 새로운 ‘버블’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부채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부채를 늘려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은 월가의 금융회사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부채와 리스크를 다른 집단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 이에 비해 소득양극화와 고용창출, 그리고 제조업 경쟁력이 회복되어야 미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1990년대 이후 일본경제가 그랬던 것처럼 장기 제로금리와 실물경제 침체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2차 양적완화는 각종 경제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명백히 실패한 정책이다. 따라서 3차 양적완화는 당분간 거론되기 어려울 것이다. FRB는 기존 자산의 원리금 상환금액을 재투자하여 현 수준대로 자산 규모를 유지할 것이다. 다만 실물경제가 현재보다 더욱 악화되면 또 다시 3차 양적완화가 월가에서 대두될 것이다. 1차 양적완화가 끝나기 전후에 실물경제가 침체되자 월가에서는 또 다른 양적완화를 잔뜩 기대하였다. FRB가 움직이지 않으면 월가에서 먼저 양적완화의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작년 양적완화가 발표되기 전에도 골드만삭스는 최대 1조 달러의 2차 양적완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시장의 기대치를 잔뜩 끌어올렸다. 월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산가격 부양이라는 FRB의 암묵적 의도는 물거품난다. 따라서 FRB는 월가의 의도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2차 양적완화가 실패로 판명이 났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팽배된 상태에서 3차 양적완화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FRB는 월가의 기대와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적절히 3차 양적완화를 조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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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2.10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정부가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으로는 중국의 역할과 외환시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수입 물가에만 그치지 않고 수출 성과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경로가 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 해외요인이 원화가치 상승으로 완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 분위기 속에서 국제 에너지가격에 초점을 맞춰 역사적 경험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생활물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시각을 조금 더 넓혀 보자는 취지에서다. 석유 기반의 경제체제가 성립된 이래 금융시장에서의 거품과 붕괴 사이클은 언제나 기축통화 표시 유가 사이클과 동행했다. 어떤 논자는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석유달러’(petrodollar)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유가와 기축통화 가치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일체화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잠시 최근의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국제 금융위기가 ‘빵’ 하고 터지기 직전인 연초에 당시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이 가격은 1980년 전후 석유 파동 때의 가격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2008년 바로 그때 석유시장으로 달러가 대거 유입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실수요자와는 관계없는 비상업적 거래량의 증가 추세와 유가의 상승 추세가 정확히 일치했다. 상품시장이 금융에 감염된 것이다. 비상업적 거래는 투기성이 매우 깊이 개입돼 있을 것이라고 의심된다. 즉, 투기자금의 유입 정도와 에너지 가격이 비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가에 비례하는 또 하나의 수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달러 환율이다. 최근 10여년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달러 환율이 높아질수록 에너지가격은 상승한다.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하락할수록 에너지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그래프로 나타내 보면 거의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나타낸다. 결국 유가와 투기수요(금융), 그리고 달러 가치가 한 몸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미국은 사실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면 벌써 무너졌어야 할 정도의 국가채무 수준에 다다른 지 오래다. 그렇다고 당장 무슨 큰 문제가 벌어지도록 국제적으로 그냥 놔두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미 노쇠할 대로 노쇠해진 현재의 국제경제 체제는 질서 있고 부드러운 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가 됐다. 그리고 현재의 체제란 바로 달러, 부채 그리고 석유기반 에너지 패러다임이 그 핵심이라 할 것이다.

 

달러가 주도하는 국제금융시스템은 주로 저금리 정책으로 나타나는 고위험의 인플레이션 통화정책과 침체를 회피하거나 연기시키기 위한 재정정책의 유혹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전의 금본위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제3차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3) 체제'를 만드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다.

 

제3차 브레튼 우즈체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 주는 사람은 없으나 어쨌든 현재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각국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 미국경제의 경우 무역적자와 국가부채를 일정한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저축률이 획기적으로 상승해야만 한다. 이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며, 화석연료 소비의 획기적 감소를 동반해야만 한다.

 

한편 아시아나 석유수출 국가들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구조조정해야 하는데, 내수 비중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그렇다면 수출산업을 뜯어고쳐야 하고 보유 달러자산의 일정한 손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중동의 석유수출 국가들은 아마도 여기에 더해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의 분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난 15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는 세계화의 확대를 경험해 왔다. 무역 증가와 세계화는 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켰고 결과적으로 석유가격을 밀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기술혁신과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생산증대가 일어났고, 이는 유가 상승을 어느 정도 막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간중간 에너지가격의 단기적인 급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켰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떨어뜨림으로써 다시 석유 수요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났던 것이다. 인플레이션 사이클은 우리가 최근 2008년에 경험했듯이 통화 시스템의 위기를 동반하는 침체를 겪고 나서야 끝이 난다. 침체는 물론 수요를 감소시키고 에너지가격을 떨어뜨리게 되지만, 낮은 에너지가격은 이른바 새로운 거품-파괴(boom-and-bust) 동학의 씨앗이 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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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 / 02 / 0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정부의 물가개입, 이번에는 효과가 있을까.

 

금융위기 와중에서도 8%이상의 성장률을 지속시키고 있는 중국은 물론 경제성장률 6.1%를 달성한 한국을 포함하여 경기회복속도가 강했던 아시아 신흥국들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양파를 위시하여 식품가격이 20%가깝게 올라 사회적 혼란마저 우려되는 인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08년 금융위기 초반의 급작스런 식량,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일부 국가들에서 폭동까지 일어났던 기억을 상기시킬 정도이다. 한국 역시 연초부터 각종 물가안정 대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물가억제가 서민생활 대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일단 물가안정을 제 1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은 지난해보다 다소 느슨한 물가관리를 허용하는 듯한 인상을 비쳤다. 물간안정 목표를 과거 3%를 중심선으로 0.5%편차를 두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1%편차로 확대하고 대략 3%에서 0.5% 올라간 전망치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올 1월에 기준 금리를 0.25% 올리면서 처음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점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올라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한국은행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조와는 달리, 정부는 연초부터 우려되는 물가불안을 정치적으로 잠재우기 위해 상당히 인위적인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일단 생활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대학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여러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름 값의 경우 유가와 환율 간 변동관계를 면밀히 살펴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정유사들을 긴장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료와 도시가스ㆍ우편료 등 중앙 공공요금을 소관부처 책임 아래 상반기에 원칙적으로 동결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서 물가안정의 일환으로 전세가격 안정대책까지 발표했지만 일단 실효성에 대한 호응도는 낮다.

 

시장경제를 특별히 중시해온 이명박 정부가 유독 물가관리에서 만큼은 70년대식 국가개입에 적극적이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였던 2008년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자, 정부는 이른바 ‘MB물가’라고 불리던 물가인정 품목을 정해 관리에 나섰지만 대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면서 석유와 원자재 가격, 식품가격이 크게 폭등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 향방에 관심을 두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이 이런 차원에서 여전히 불안한 것은 이해할만 하다.

 

해외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물가 불안

 

금융위기로 인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과 경기부양의 후폭풍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있어왔지만, 적어도 현재적 시점에서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지역별, 품목별 편차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과 일본, EU를 포함한 선진국 들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여전히 디플레이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은 시장에 풀린 자금과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또한 소비되는 상품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 영향권에 들어갔다기보다는 품목별로 차별화가 심하고 특히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 일부 생필품의 가격 변동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주로 신흥국들에서 현재 물가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는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시장에 풀린 유동성과 정부의 경기부양에 의한 유동성, 그리고 해외자금 유입으로 인한 유동성에 의한 통화팽창을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금리인상이나 긴축을 통한 자금 회수를 검토한다. 그러나 최근 유동성 팽창은 일반적인 실물 상품시장에서의 생활물가에 영향을 준 측면 보다는 증권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등 주로 자산시장으로 유입되어 자산 가격을 지지해왔던 측면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공급 요인으로는 해외 수입가격의 상승 영향을 들 수 있다. 달러 가치 하락과 신흥국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석유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그것이다. 금융위기 정점이었던 2009년 초반 4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원유가격이 2011년 현재 90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당분간 상승세가 계속될 전망인 것을 보면 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08년 7월 국제 유가가 한때 145달러를 넘어섰던 경험은 금융 불안이 심각해지면 일시적으로 금융자산이 원자재와 같은 상품시장으로 몰리면서 투기를 부추기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도 달러 유동성 과잉과 맞물려 원자재에 대한 투기적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석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에너지 가격과 공산품의 생산자 물가를 자극하고 다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소맥, 옥수수, 대두 등 곡물가격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2010년 하반기부터 곡물가격이 30%이상 빠르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2011년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생필품을 중심으로 이미 우리의 제 1 수입국이 된 중국 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를 짚어봐야 한다. 중국의 소비자 물가는 2010년 11월부터 5%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올해에는 최소 6%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국 물가 상승의 강력한 자극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소비자 물가는 일정하게 수입물가의 변동에 영향을 받으면서 움직여왔다. 특히 수입 물가는 환율 변동으로 다시 굴절되면서 국내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2008~2009년에는 환율이 수입물가 상승을 더 증폭시킨 반면, 2010년에는 완화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또한 수입물가 상승은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생산자 물가를 경유하면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는데, 통상 생산자 물가에 후행하는 소비자 물가 속성상 올해 소비자 물가의 상승 추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수입 물가는 이미 10%를 넘어서고 있고 생산자 물가도 5%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해보면, 현재의 물가 불안은 국내외에서 유입된 유동성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국민의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의 경우 국제적 상품가격 변동성과 중국 발 인플레이션에 따는 수입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내적으로 등록금 가격이나, 전세가격, 그리고 각종 공공요금 인상 요인 역시 생활과 직결되는 물가 불안의 직접적 동기가 되기도 한다.

 

 

임금과 소득, 그리고 물가상승

 

사실 지난해 2.5~3.0로 상승했던 물가가 올해 3.0~4.0 수준으로 올랐다고 해서 국민생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미리 진단해보는 것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지난해 배추가격 폭등이나 최근 인도의 양파가격 폭등과 중동의 식량가격 폭등, 그리고 2008년 석유와 식량가격 폭등의 결과 나타났던 국민들의 저항들을 살펴보면 물가가 1~2%올라서 발생했던 것이 아님은 쉽게 알 수 있다. 최소 10~20% 이상 폭등하면서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석유가격이나 원자재 가격, 그리고 식량가격과 수입 생필품 가격 등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서 국민생활에 충격을 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 요인은 주로 해외 요인이나 환율 요인 등에 의해 결정되고 있고 이는 고에너지 산업구조나 취약한 농업구조 등을 해소하지 않는 한 단기적으로 금리인상 등 국내 정책수단에 의해 획기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정부의 개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은 공공요금 관리 정도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국민생활에는 오로지 물가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물가는 경제성장률이나 금리 등과 연동되면서, 그리고 특히 국민들의 고용안정 및 소득 상승과 결합되면서 동시적으로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물가 상승은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계층에게는 일반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부채를 떠안고 있는 쪽에게는 부채의 실질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조차 한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과거 70~80년대와는 달리 현재의 물가 상승이 적어도 임금비용의 상승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성장률이 0.2%로 사실상 정체되었던 2009년에 임금과 소득이 전부 마이너스에 빠졌던 것은 물론, 6.1%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던 지난해에도 평균 명목 임금인상률은 5%밑을 맴돌았으며, 실질 기준으로 소득 역시 2%내외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초래했다기보다는 낮은 임금 인상이 물가안정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편이 합당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론을 말해보자. 연초부터 국민 경제생활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물가불안을 두고 전시행정을 하듯 요란하게 물가억제 대책을 내놓기 전에 다음의 사항들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선, 상당부분 해외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물가상승 요인을 국내적인 단기 처방으로 잡겠다는 실효성 없는 약속 보다는, 국민들의 실질 소득을 개선시켜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임금억제는 물가 안정보다는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오히려 키워온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임금 상승을 유도하여 물가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도 임금비용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를 더 이상 꺼낼 명분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로, 해외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은 특히 중소기업들의 원가비용을 상승시키게 되며 불가피하게 대기업에게 납품하는 납품단가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례는 이미 2008년에 주물 중소기업을 필두로 상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험한 바가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대기업들은 하청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인상에 인색했고 결국 중소기업들은 역사상 초유의 납품 거부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둘 정도로 위기에 몰리면서 ‘납품가 원자재 가격 연동제’를 주장했던 바가 있다. 전체의 90%에 가까운 고용을 책임진 중소기업이 경영위기에 몰리면 이는 곧바로 고용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관심을 두어야 할 정책 방향은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가격 현실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 의지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이 될 공공 서비스 요금과 등록금, 그리고 전세가격 안정화에 대해 정부가 약속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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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8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는 단상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이 많다. ‘3한(寒)4온(溫)’이란 말은 까마득한 옛날 말로 들리고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보름 넘게 연속으로 강추위가 지속되었다. 온도만큼이나 우리를 추워지게 만드는 것은 계속 지속되고 있는 물가 문제일 것이다. 물가는 안 오르면 좋겠으나 임금 인상을 전제로 한다면 무조건 싫어 할 일은 아니다. 이른바 통화주의 경제학이 거시경제 정책을 정복하고 나서 통화당국의 목표는 물가에만 맞추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타게팅을 위해서 완전 고용정책을 포기했다. 실질 임금이 오르고 고용이 확대된다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임금과 고용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고 금리만 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자리잡힌 지 너무 오래 되었다.


물가 인상은 임금 인상과는 무관하다.


우리나라에서 물가 인상에 대한 경고는 이미 작년부터 있어 왔다. 경제성장과 수출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여기에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안고 있는 한국 경제가 금리인상을 저지한 것도 저금리 기조의 배경에 집어넣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저런 인플레이션 압력 가운데 임금 인상 요인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른바 임금과 물가가 상호 연동되면서 상승하는 임금-인플레이션 스파이럴(spiral) 현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서 개방화되어 있는 한국경제의 특징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는 고용에 기반한 (임금) 소득이 소비증가를 이끌고 소비 증가가 다시 생산과 투자를 늘려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벗어 나 있다. 고용과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소비는 부채에 의존해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물가대책, 농업과 중소기업을 고려하고 있는가?


개방화된 데다가 이미 세계 경제분업 구조에 깊숙이 뿌리박은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임금보다는 외부효과가 훨씬 결정적이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는 중국으로부터 생활용품-농산물 등-을 대량 수입해 왔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원부자재와 중간재 수입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원부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늘어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수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로의 수출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큰 이익을 본 대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도 주도하고 있다. 수출이 중소기업의 이익과 내수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수입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교과서에서 인플레이션은 생산자에게 유리하다고 배웠지만 농업과 중소기업 생산자에게는 별로 이익이 가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는 물가가 들썩이기만 하면 관세를 낮추는 대응책을 연일 내어 놓고 있는데, 관세가 낮아지면 개방경제의 피해자인 농업과 중소기업에는 더욱 불리해질 것이 분명하다.


기름값 논쟁과 세금 문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서인지 최근 기름값과 관련해서 논쟁이 높아지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왜 국제유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올리기만 하느냐며 일반 국민들의 인식을 대변하고자 나선 가운데, 기름값의 반은 세금이라는 사실로부터 정부의 책임을 묻는 곳도 있다. 유류세로 논쟁이 옮겨 붙자 정부 재량으로 세금을 리터당 277원이나 감소할 수 있다는 소비자운동단체의 분석이 나오고 이는 정부 책임을 부각시키는 데 기여했다. 유류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교통세의 80%가 이른바 토건족에게 흘러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입 구조 뿐만 아니라 세출 구조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새롭게 알려진 것이다.


세출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소비자운동단체들의 주장을 무조건 유류세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다른 모든 세금이 그러하듯이 그것 하나만 놓고 크다 적다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 다른 에너지 가격과 비교해야 할 터인데 이는 에너지 정책과 연계되어 있다. 예컨대 높은 유류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재생가능에너지 투자에 사용한다면 고세율의 정당성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고세율의 문제는 그것의 쓰임이 갖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환경운동 진영은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한 고세율 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에너지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에도 세금이 쓰여야 한다. 확보된 재원을 에너지빈곤층 지원에 사용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대 난망이긴 하지만, 필자의 바람은 유류세가 대표적인 간접세라 할 때 간접세 위주의 세제구조 일반으로 논쟁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데 있다. 직접세 비중이 낮고 간접세 비중이 높은 세제구조는 시장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불리하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 전체에 대해서 고찰하면서 적정한 유류세의 수준은 어디인지, 그리고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단기 정책은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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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