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서평은 블로거 깨비님의 서평입니다. 원문 링크는 http://goo.gl/zMVi8 입니다. 협동의 경제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서평입니다. 책의 구성 및 중심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주류경제학에는 두 가지 명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인간은 무조건 이기적이어야 하고, 시장은 무조건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 이기적인 인간들만 사는 세상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시장이 아무리 효율적이라고해도 난 시장 만능주의 역시 싫다. 사실 나는 경제학도가 아니다. 그래서 경제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몇 년 전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몇 권의 서적을 읽은 적이 있었고, 책 표지에 쓰인 강렬한 문구가 멋있다고 느껴져 읽기 시작한 책이 바로 <협동의 경제학>이다.

 

"주류경제학은 300년 동안 우리를 속여 왔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고,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압축하자면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두 가지의 명제는 틀렸고, 인간은 이기적이 아니라 이타적이거나 상호적이어야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하므로 경제의 개념을 시장에 국한시켜서는 안 되며 시장경제에 사회적 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를 추가하여 네 박자 경제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개인의 합리성과 전체의 합리성이 불일치되는 사회적 딜레마(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공공재게임, 집단행동의 문제)를 시장경제의 한계로 설정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지에 대한 게임이론을 통한 여러 가지 사회적 딜레마 게임이 도입된다. 협동보다는 배반을 해야 이익인 죄수의 딜레마, 상대의 행동에 따라(협동하면 협동하고 배반하면 배반하는) 반응하는 사슴사냥게임, 그리고 상대의 행동과 관계없이 협동해야 하는 치킨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들이 소개된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는 배반하는 죄수의 딜레마에서 상대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는 사슴사냥게임의 형태로 바꿀 것을, 그리고 사슴사냥게임에서도 배반하지 말고 협동하는 방식으로 바뀌도록 요구한다. 그러면서 협동하기 위한 5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혈연선택(혈연관계가 가까울수록), 직접 상호성(자주 만날수록), 간접상호성(사람들의 평판이 잘 알려질수록), 네트워크 상호성(만나는 주변사람이 적을수록), 집단선택(집단의 구성원이 적고 집단의 수가 많을수록)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협동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책의 해답은 ‘신뢰’. 물론 응징과 보상이 협동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2차 딜레마에 빠져버리고 만다는 것.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과도한 사교육과 부동산 투기, 금융 위기 등 사회적 딜레마를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죄수의 딜레마에서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꾸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전 사회적으로 이타적이고 협동 지향적인 가치가 인정받아야 하며, 이러한 모든 해법의 토대는 ‘신뢰’라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도 정부도 아닌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 개인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협동조합과 상호부조와 같은 결사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것이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신사회적 경제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책에서는 예로 든 곳은 스페인 바스코 지방의 몬드라곤 협동조합과 도시로는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와 케나다의 퀘벡이다.

 

흔히 공공성이라는 용어로 포장되는 공공경제에서 흥미를 끈 부분은 스웨덴의 연대 임금정책이다. 수출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서 내수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보조해주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실패한 정책이란다. 대신 90년 중반부터 스웨덴은 산업구조 고도화에 성공하게 되고 평등과 협력전략으로 안정을 되찾았단다. 우리는 불평등과 극단적 경쟁의 논리로 스웨덴과 똑같이 성장은 했지만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복지국가가 되려면 먼저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힌다. 시장의 불평등을 그대로 둔 채, 아무리 많은 복지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재벌의 횡포로 납품단가 인하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상권을 빼앗긴 골목 상인들. 갈수록 늘어나는 비정규직 문제와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아무리 복지 재정을 쏟아 부어도 양극화와 불평등은 해소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진정한 복지국가 건설을 꿈꾼다면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계획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 임금 주도 경제로의 전환과 자산 가격 안정화라는 거시경제 정책을 토대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근데 사실 서민들에게는 부동산 대출과 사교육비 부담만 줄어들어도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책에서 언급하는 것은 생태경제다. 먼 미래 자손에게 어떤 환경을 물려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좀 이상하다. 이명박 정부 시기의 ‘녹색 성장’이 국내보다 세계에서 더 평가를 받았다는 부분이다. 분명 4대강 사업과 핵발전 확대에 덧씌운 ‘녹색 분칠’임에 틀림없지만 우리 정부가 녹색 성장을 ‘사회적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명시하고 사회 전반의 녹색 혁신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망라했기 때문이란다. 이명박 정부 내내 실재로 진행되었던 것은 이와는 반대지만 대신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금도 유효하단다. 그래서 핵 마피아, 거대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에너지 집약형 산업, 토건 마피아, 공기업(한전)과 화석연료와 핵 발전 반대에 목숨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한단다. 

 

책 한 권 읽었다고 경제학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책 한 권 읽었다고 전국적으로 붐이 일고 있다는 협동조합의 원리를 이해했다고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경제학과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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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블로거 카제바람님의 서평입니다. 원문 링크는 http://goo.gl/LrI8a 입니다.

정태인 이수연, 2013

『협동의 경제학 :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시대의 경제학 원론』 레디앙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자

이기적 인간의 실패, 이타적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자크 아탈리의 ‘이타적 사회’라는 문장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시절 도서관에서였다. 디지털 노마드 개념을 창안하고 유럽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는 “미래사회는 프롤레타리아가 아닌 이타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며 향후 50년, 이타주의자로 구성된 새로운 엘리트집단이 나타날 것이다.”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세계를 뒤덮었던 시기, 그의 말은 예측이라기보다는 꿈이었다.

현재 신자유주의는 실패의 상징, 금융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 받고 있다. 인간의 탐욕을 극대화한 ‘자본주의의 종착지’로서 신자유주의는 세계 곳곳에 양극화와 격차사회를 유발했다. 무한에 가까운 이기적 욕망을 ‘자유’로 환치하는 속임수는 이미 끝을 보였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은 선순환하지 못했고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 실험은 실패했다.

 

주류경제학도 민망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파악하며, 책상 머리에 퍼질러 앉아 사회현상을 평면적으로만 살피던 주류경제학의 논리와 정의는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인간은 이기적이지만은 않으며 시장 또한 결코 효율적이지 않았다. 실상 이기적인 것은 경제학자들뿐이었다. 그들이 만든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어김없이 국가가 나섰다. 새로운 사회 원리와 다른 경제학이 필요하다. 외눈박이 주류경제학의 한쪽 눈과 양쪽 귀를 열어주는 시·청각의 확장과 개선이 시급하다.

책의 저자인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이수연 연구원)은 지금껏 세계를 지배해온 시장경제 유일사상의 극복을 외친다. 주류경제학자들의 ‘이기적 인간론’에 대한 이의제기와 함께 그들의 주장에 대한 불합리함,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주류경제학이 양산한 이기적 인간 혹은 시장만능주의 사상에서 벗어나 이타적 인간과 협력하는 인간을 말한다. 300년간 시장경제의 ‘외눈박이 사상’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렇게 왜곡되었으니, ‘사회적 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를 더해 네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4박자 경제학’으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다.

협동의 경제학은 ‘반反경제학’이다.

저자는 주류경제학의 문제를 지적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이기적 인간’이라는 주류경제학이 ‘돈 놀이’를 하느라 인간사회의 ‘정의’를 외면해버렸다는 것. ‘경제학 제국주의’시대(28p)로서 지난 30년간 다른 학문을 지배한 주류경제학은 합리성이라는 말로 인간의 이기적 선택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선택되지 않은 것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그래서 주류경제학에는 실업도, 금융위기도 없다는 것이다.

“대학뿐 아니라 고등학교나 중학교 경제 교과서 역시 주류경제학을 기반으로 쓰여 있다 한국에서도 주류경제학이 아니면 경제학을 배우기란 힘들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실업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일 그가 지금 일자리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가 노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임금이 너무 낮아서 차라리 노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 …거품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하더라도 알 수 없으며, 알더라도 사전에 통제할 방법은 없다. 이론은 완벽하다. 다만 시장에서 인간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했을 뿐”(30~34p)

또한 주류경제학의 이론적 배경이 이기적 인간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왜곡된 교육을 받고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강요된 사회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한다. 현재 시장실패는 ‘이기적 인간’의 실패이므로 ‘이타적 인간’으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기적인 동물에서 벗어나 다시 인간이 되자’는 말이다.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 ‘시장경제와 사회적 딜레마’에서는 시장만능주의가 초래한 시장실패와 주류 경제학의 ‘이기적 인간’론에 대한 반박, 사회적 딜레마를 탈출하기 위해 우리가 참고해야할 여러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인간은 늘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되어 있으며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서 이타적 선택을 할 경우 궁극적인 합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인간에게 이기적인 면이 분명히 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체로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학이 300년 역사 동안 절대적인 가정으로 삼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명제는 절대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 명제를 기반으로 세워진 경제학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상호적이고 따라서 협동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몇 백만 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의 역사 대부분을 인간은 상호적으로 행동했다. 다만 최근 300년 동안만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주장하는 학문이 세상을 지배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학문이 다른 모든 목소리를 압도했을 때 세상은 파탄이 났다.” (41~42p.)

저자는 자본주의 위기 해결의 대안으로서의 ‘협동조합’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재벌 기업의 독점, 이윤 극대화를 비판하며 경제민주화의 중요성 또한 언급한다. 본문에서는 게임이론을 이용한 다양한 사회적 딜레마 게임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가 ‘합리적’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이기적 결정을 내릴 때,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 교훈을 주고 있다. 한편 주류경제학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이기적은 것은 결국 경제학자들뿐이었다’는 몇몇 실험 결과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일련의 유쾌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협동하는 이타적 사회가 더 좋은 사회다.

‘보이지 않는 손’이나 ‘시장의 효율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었지만 사실 경제학이 가르치는 것은 “이기적으로 행동하라. 그게 현명한 행동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보가 될 뿐이야!”라는 외침이었던 것이다. …현재의 경제학 교육에 분명 문제가 있다. (122p)

2부 ‘협동의 경제학’에서는 본격적으로 ‘이타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한다. 인간은 특정 환경 혹은 조건에 따라 협동하게 되며, ‘응징과 보상의 제도화’를 통해 협동의 중요성을 실질적으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 협동을 위해 ‘신뢰’가 필요하며 신뢰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보다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경제라는 기존의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여기서도 경제학자, 경제학과 대학생을 상대로 한 실험은 계속된다. 결과는 마찬가지.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무임승차·비양심적 성향이 더 강했다. 더 이기적이었다.

사회의 일반적 신뢰에 관하여 본문에서는 교육, 소득, 직업, 건강 등이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소득 불평등은 신뢰를 떨어뜨리고 평등과 다양성의 추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을 해결해야 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일반적 신뢰, 사회적 공공성의 ‘상향평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3부는 책의 주요 테마라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다. 사회적 경제로서 ‘협동조합’의 의미와 현재 여러 협동조합들의 성과, 협동조합의 원칙, 산재된 과제와 문제점들을 두루 살펴본다. 또한 세계의 협동조합 성공 사례를 들며 그들의 성공요인 속에 남다른 역사적 배경과 전통이 있음을 소개한다.

협동조합이란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형태, 노동이 스스로 주인이기 때문에 노동이 원하는 사회적 가치인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적 약자 보호, 지역사회 발전과 같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183p.)

저자는 협동조합이 대세가 되지 못한 이유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외부적 환경과 협동조합의 조직의 내부적 특성을 원인으로 꼽는다. 자본 조달에서의 불리함과 금융기관에서의 차별적 대우, 운영 면의 불리함과 평등한 조직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구성원 간의 갈등. 국내에서, 협동조합은 다양한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적으로 언급되는 세계의 협동조합 성공사례는 협동조합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품게 해 준다.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에 비해 임금이 14퍼센트 정도 낮지만 고용이 안정되어 있어 경기 악화에도 조합원의 77.6퍼센트가 해고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의 1인당 GDP는 4만 달러로 이탈리아 국가 전체 GDP 평균의 2배에 달한다. 볼로냐에는 주택건설 협동조합과 노숙자의 자활을 돕는 사회적 협동조합도 있어 협동조합의 활동영역에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캐나다 퀘백의 ‘태양의 서커스’는 협동조합이 이뤄낸 기적이며 퀘백에는 경제의 모든 곳에 협동조합이 자리 잡고 있다.

저자는 협동조합 성공 사례의 소개를 통해 비록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협동조합은 ‘가능성 있는 대안’임을 알리고 있다. 협동조합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 실효성과 성장가능성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에게 좋은 대답이 되어줄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주택협동조합’과 같이 한국적 특성에 더 유효한 사례를 좀 더 중점적으로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택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새사연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련 정보를 얻고 있는 바이다.)

 

 

 

 

 

 

보편적 복지국가, 녹색혁명에 대한 꿈

4부 공공경제에서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달성하기 위한 ‘공공성’을 논의한다. 오로지 효율성만 따지는 주류 경제학, 시장만능주의가 해결하지 못하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공공성의 중요함에 대해 살펴보고 보편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위해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거시 경제 정책의 시행과 제도적 보완을 촉구한다.

효율성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다소 ‘비효율적’이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공공성으로서 의료와 방송을 언급했고 의료와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되었을 때,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에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 보편적 복지국가, 민주주의 국가로서 공공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19장 ‘한국은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을까?’ 에서는 제목에서 주었던 기대와 달리 거시경제 정책,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 자본통제 등 다소 원론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주를 이루는 기존의 경제, 사회과학 서적과 달리 새롭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이에 대한 욕구가 온전히 충족되지 못했고 평이한 해설에 평이한 아쉬움이 뒤따랐다. 1부에서 3부까지 이어지는, 뜨겁고 즐거운 토론의 시간을 거쳤으나 결론을 내리는 것에 충분한 시간적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인상이었다.

마지막 5부 생태경제에서는 환경경제학을 통해 생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주류경제학의 시각을 벗어나, 경제를 자연 안에 뿌리내린 하위시스템으로 간주하는 생태경제학을 다룬다. 생태경제학은 동시대 사람들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명까지 생각한다. 생태경제학이 추구하는 핵심 목표는 지속가능성이며 경제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제약은 자연법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생태경제 문제는 해결방법이 쉽지 않다. ‘산업’과 ‘노동’에 직결된 생태경제 문제는 해결 과정에서 관련 집단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써는 ‘예방 우선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지켜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협동조합, 시작은 작은 곳에서부터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저자는 주류경제학과 시장만능주의의 전제가 잘못되었고, 우리는 잘못된 경제학 원칙에 따라 사회를 운영해 왔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실패로 촉발된 금융위기, 자본주의 실패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이타적 경제 혹은 협동조합을 제시한다.

저자는 시장경제의 문제점만 지적하거나 사회적 경제 혹은 공공경제 어느 하나만 강조하는 극단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시장경제의 한계를 인식하되, 그 원인이 ‘이기적 인간’이라는 전제에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타적 인간’, 협동의 원리에 입각한 협동의 경제학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현실적 실행방안들이 완벽하지는 않으며 저자 본인도 완성도 높은 해결책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류경제학에 편중된 교육을 받은 우리가 시장경제, 시장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류경제학의 ‘속임수’를 제대로 파악하고 어떤 선택이 우리 개인과 사회를 위해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임을 강조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이 화두가 되고 있다.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창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도 많다. 그야말로 협동조합은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진정한 자기 존재를 되찾는 '웰빙'이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평가절하 되어버린 선례가 있다. 무엇이든 유행처럼 번지면 그 본질이 호도, 변질되기 십상이다. 사회적 경제 혹은 협동조합이라는 시대의 대안이 열풍처럼 급격히 번지는 현상 또한 조금은 우려스럽다.

저자는 협동조합을 꿈꾸는 이들에게 ‘동네 문제 해결사가 되어라’라고 조언한다.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란 결국 신뢰와 협동이 바탕이 된 ‘협동의 문화’이며 이는 단기간에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협동의 경제학은 인간 개개인의 이타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지역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려 힘을 모으고, 에너지를 축적해가는 것이야말로 협동조합의 정신에 맞닿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우선 주류경제학의 문제점 혹은 모순들에 대한 궁금증들이 해소된다.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제 ‘탐욕스러운 손’으로 똑똑히 보이게 된다.

협동의 경제학은 ‘경제학적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혹은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내용들을 풀어 놓는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그러니 이타적 인간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또한 “왜 협동조합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지극히 당위적인 답변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향한 조금은 덜 추상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뜻밖의 기회에 읽게 된 협동의 경제학. 서평이라기엔 너무 난삽하고 부끄러운 글이다. 그럼에도 글을 남기는 것은 이 같은 양서가 조금이라도 더 알려져서 보다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 시간에 쫓겨 완독까지 시일이 많이 걸렸으나, 향후 다시 읽어도 좋을만큼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높은 책이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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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본 서평은 블로거 으뜸벗님의 서평입니다. 원문 주소는 http://goo.gl/5ErHc 입니다.


지난 5월의 어느 날 새사연(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http://www.saesayon.org)에서 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이하 ‘협동의 경제학') 서평 단을 모집한다고 하여 평소 글쓰기를 즐기는 나는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얼마 후 선정되었다는 메일과 함께 택배로 ‘협동의 경제학' 책이 배송 되어 왔다. 책을 꺼낸 순간 최근의 출판 시장에서는 드물게 책 표지에 띠지가 없었고(사실 구입할 때는 예쁘게 보이지만 책을 읽을 땐 불편한 부분이다.) 종이도 약간의 갱지 느낌에 읽기 편한 채도를 가지고 있어 특이하다는 첫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대선 전 불교문화회관(종로 조계사 경내)에서 한홍구 선생님과 조국교수님, 정태인 선생님의 토크쇼를 들으며 내가 오해했던(사실 내 머리 속의 정태인 선생님은 FTA갈등으로 참여정부와 척을 지었고, 어쩌면 술로 세상을 잊으려 했던 학자? 물론 나의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근거한 억측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아닌 경제학자로 새롭게 다가왔다.

이미 여기 저기서 정선생님의 예언처럼 협동조합이 유행이 되었고 어느 순간 협동조합 하면 정태인 선생님이 생각나게 되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결론 부터 말하면 역시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와 같은 비전공자에게 경제학은 수학만큼이나 어려운 개념이다. 물론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처럼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쓰여지거나 경제학자가 쓴 심리학 책이지만 너무나도 쉽고 명쾌하게 다가왔던 '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같은 책들도 있기는 했으나 17년 차 (경제 비전공자 출신) 은행원인 필자에게도 대부분의 경제학 서적들은 난해하거나 이해하기 어렵거나 읽기에 지루했음을 고백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의 경제학'은 읽기에 편했다. 아마도 적절한 비유 또는 예를 들어 설명하는 방식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물론 여전히 A, B로 변경된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산식 들은 가끔은 Skip했던 것도 사실이긴 하다.
 
먼저 트위터로 옮겼던 (@Jaehoon_Jang)인용구를 다시 옮겨보면
 
‘자신이 맡은 의무를 다하는 것, 대가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 남을 돕거나 은혜를 갚는 것,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 이런 것이 친 사회적 태도인데, 당연한 것이 어려운 사회 그래서 우리는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 (협동의 경제학인용)’
 
‘일반 상식으론 명백한'부정'도 '관행'으로 치부되어 사회의 불의에 분노하는 그들이 내부의 부정에 대해선 그저 무감각하게 바라보며 상식적 죄의식과 수치심마저 없어져 버린 것, 그것이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다. (협동의 경제학 수정 인용)’
 
‘핀란드 교육의 가치는 '평등과 협동', 이 아이는 달리기를 잘하고, 애는 수학을 잘 하고, 이 친구는 음악에 발군인데 등수를 어떻게 정하나? 좋아서 공부하는 핀란드 아이들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시간을 공부하는 울 아이들이 불행한 이유(협동의 경제학 중)’
 
등 주로 10장 '네 박자로 굴러가는 경제'이전, 책의 내용을 발췌 인용하였다. 그러나 140자로 트위터에 필자의 감상과 섞어서 정리를 해보려 지속적으로 하려는 시도는 근무시간 중 인터넷 사용이 안 되는 관계로 스마트폰으로 계속 추가적인 정리를 시도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무리가 있어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으며 때론 질문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과감하게 정태인 선생님 페북에 글을 남겨 보기도 했다.
 
(질문)
참여정부의 한미FTA 추진이 그 자체로 신 자유주의 추앙으로 매도 당하는 것이 때로는 안타까운 사람입니다. 물론 2MB에 의해 체결된 한미FTA는 참담합니다만, 85페이지에 보면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한미FTA도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하여 체결되었다. 첫째, 다른 국가가 미국과 FTA를 맺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맺어야 한다. 그래야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둘째,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다. 우리만 뒤처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71페이지에는 '하지만 A와 B는 둘 다 자백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자백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자백하는 쪽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 질문은 그렇기 때문에 참여정부가 하려 했던(일부 선의였으나 부족했던 점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FTA는 71페이지의 사례처럼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선의 그러나 틀렸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그 다음날 댓글로 정태인 선생님께서 '원래 죄수의 딜레마가 차선의 선택인 거죠. 최선으로 가지 못하는 게 비극이고요. 문제는 미국 죌릭의 "경쟁적 자유화" 전략이 죄수의 딜레마의 응용인데(사교육에서 설명했지만 이걸 잘 응용하면 지배집단은 힘 하나 안들이고 피지배집단의 경쟁에 의해서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걸 간파한 사람이 없었다는 거죠ㅠㅠ' 라는 답변을 주셨다.

역시 SNS를 통해 저자와 거의 리얼타임에 가까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경험은 신선했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 있었던 부분은 아마도 제3장 사회적 경제의 제12장 협동조합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책에서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는데
1. 조합원의 참여는 자발적이고 개방적이다.
2.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3. 경제적으로 공동 소유하고 공동 이용한다.
4.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5. 교육과 훈련 및 정보를 제공한다.
6. 협동조합은 서로 협동한다.
7.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7가지 원칙을 통해 고양/파주에서 준비중인 ‘바보주막(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 하는 여러 사람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려는 주막*)’의 애정과 관심 속에 건강한 협동조합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그 성공에 ‘협동의 경제학'에서 배운 여러 가지 논점들을 잘 녹여 들게 하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보답으로 내가 해야 할 새로운 미션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 에드문드 버크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것은, 선한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The only thing necessary for the triumph of evil is for good men to do nothing.)를 인용하며 협동조합이든 좋은 책(협동의 경제학)이든, 마음에 딱 맞는 팟케스트 등을 친한 사람에게 권하는 작은 일이든 우리는 서로 협동하며 선한 사람으로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조금 많이 돌아 바다로 가고 있는 강물 속 돌멩이 하나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며 내 스스로가 대선 이후 스스로 괴로워하다 정신을 차린 후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참여의 활동(1) 정의로운 말하기, 글쓰기, 추천하기 2) 정의로운 (정당, 시민단체 등) 가입하기, 후원하기 3) 정의로운 소비하기 4) 정의로운 투표하기 5) 결코 절대로 패배주의,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기)을 늘려가고 있다.
 
좋은 책을 읽게 해주시고 이타적 경제학의 출현을 예고하신 고마운 분들께 으뜸벗(장재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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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블로거 착선님의 서평입니다. 원문 주소는 http://goo.gl/hbt7E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일 수도, 이타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트 리들리나 도킨스 등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인간은 이타적인 사회를 형성하며 상호 경쟁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몇십 년 전에 이미 확고한 이론이였고 아직까지도 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주류 경제학의 합리적 선택이론 등으로 구성된 현대의 체제는 사람들에게 정해진 끝이 있을 수 없는 상대적 지위 경쟁,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경쟁을 강조하며, 궁극적으로 이기적으로 살라고 조언합니다. 이러한 경쟁의 모습은 과거 격렬한 경쟁 끝에 멸종했던 동물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파괴적이기도 합니다. 


프로 스포츠계의 환경은 극단적이다. 성공하면 대중의 우상이자 갑부로 변신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상처만 잔뜩 안은 채 일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사람들도 극단적으로 행동한다. 1995년 각 분야에서 최고에 속하는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5년 동안 매 경기 이길 수만 있다면 5년이 지난 후 부작용 때문에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약물을 복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치팅 컬처》p.100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사회는 수많은 사회적 딜레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종교 혹은 왕정이 지시와 명령을 통해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했으며, 근대의 철학자들은 사회계약설이나 보편 계급, 혹은 시장 이론을 통해 이러한 딜레마를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사회적 딜레마의 구조를 이해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등장한 게임 이론은 가장 유용한 방법론 중 하나입니다. 게임 이론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죄수의 딜레마, 사슴사냥게임, 치킨게임과 같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 입니다.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사교육 문제는 죄수의 딜레마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상대방이 협동하든 배반하든 상관없이 무조건 배반하는 게 이득입니다.

그러나 제도의 적절한 변화를 통해 죄수의 딜레마 구조를 사슴사냥게임 구조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사슴사냥게임은 남이 배반하면 나도 배반하겠지만, 남이 협동할 때는 나도 협동하는 것이 이득인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에는 협동에는 협동으로, 배반에는 배반으로 대응하는 상호적 인간과 이타적 인간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인간이 이타적일 수 있다는 것은 최후통첩게임이나 독재자게임 등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성향을 이끌어내는 것은 환경적 측면, 제도적인 측면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간의 이타성을 입증한 최후통첩게임의 구조에서도 그 조건을 바꾼다면, 예를들어 인터넷을 통해 알지도 못하고 만날 일도 없는 사람간의 관계로 실험을 한다면 인간의 이기적 본성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스너프 필름같은 것은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지만, 막상 이라크에서 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사람들이 살아있는 건물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폭격하는 장면을 별 혐오감 없이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최근의 행동경제학,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사회학의 연구들은 협동이 더 이익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회적 신뢰는 더이상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가 아니라, 유형의 재화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파샤 다스굽타는 UN에서 포괄적 부 지수를 개발했는데, 합의된 상호 강제 구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는 곧 그 사회의 재산인 것입니다. 이러한 협동은 사람들끼리 더 소통이 잘 될수록,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수록, 혹은 사회가 긍정적인 역사적 집단 기억을 가질수록 잘 이루어집니다. 반면 국가 부패, 소득 불평등, 범죄율 등은 사회의 신뢰도를 저해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세계가치조사 등을 통해 나타난 우리나라 사회의 신뢰도는 매우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5년 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은 타인을 믿을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나이가 어릴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비이기적으로 호의적인 행동을 할수록 우리는 사회적 협동의 열매를 더 많이 딸 수 있다. 비합리적인 감정에 의존해 기회주의를 초월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는다. 신고전주의 경제학과 신다윈주의 자연선택 이론의 교훈은 옳지 않을뿐더러 규범적으로도 위험하다. 프랭크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선행을 가르칠 때 선행이란 어렵지만 고귀한 것이므로 실천해야 한다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선행은 장기적으로 보답이 있으므로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치자는 것이다. -《이타적 유전자》p.200

세계은행의 디파 나라얀과 란트 프리체트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사회조직에 많이 참여할수록, 협동을 더 많이 할수록 평균 1인당 소득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유대는 더 밝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 뿐 아니라 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에도 배제성과 불평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집단 선택에 의한 협동은 집단의 개방성, 가치의 보편성, 구성원의 다양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위험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들을 토대로 이기성과 공공성, 상호성, 자연과의 공존이 조화를 이루는, 경쟁의 사회에서 협동의 사회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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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출처 : http://goo.gl/JB8vN

*본 기사 및 사진은 오마이뉴스에 저작권이 있음을 알립니다. 


3년 전인 2010년 7월. 이탈리아 볼로냐 거리는 뜨거웠다. 말그대로 아스팔트는 지글거렸고 당시 특별기획 취재 차 이탈리아에 갔던 현장취재팀은 연신 땀을 훔쳐 닦았다. 당시 우리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잇따른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대안을 찾는데 골몰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이탈리아 애밀리아로마냐주(州)의 볼로냐였다. 경제위기 속에도 해고 없이 높은 성장을 이끌어온 도시였다. 내로라는 대기업도 없지만 유럽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 중 하나였다(관련기사 : 잘나가는 대기업도 없는데, 왜 세계가 주목하지?).

이곳을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이다. 일주일여 동안 우리는 볼로냐 곳곳을 누볐다. 취재가 끝나갈 즈음에 그가 기자에게 물었다. 뜬금없었다. "경제학 책 봤어?"라고 말이다. 기자는 "대학 교양수업시간에 (경제학) 원론 정도요"라고 답했다. 이어 다시 "그나마 다행이네"라며 "이제 경제학 교과서를 버려야 해"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협동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경제가 어떻게 실제로 구현되는지를 생생하게 지켜봤다. 당시만해도 우리에게 '사회적 경제'는 여전히 낯선 단어였다. '협동조합'은 농협·수협을 빼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협동조합'과 '기업'을 갈라놓고 볼 뿐이었다. '협동조합도 기업'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 와의 '사회적경제' 취재 여정은 지난해 캐나타 퀘벡 주(州)로 이어졌다(관련기사 : 퀘벡의 조용한 혁명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퀘벡 모델 역시 경제위기에서 빛을 낸 사례다. 협동조합과 정부·시민사회 등이 어떻게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그는 "퀘벡의 몇 가지 네트워크와 지원 사례 등은 당장 서울시에서도 벤치마킹해 볼 만하다"고 평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이미 새로운 사회적 경제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경제학 싫어하는 까칠한 경제학자가 말하는 사회적 경제

그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고민이 최근 책으로 나왔다. <협동의 경제학>(레디앙)이다. 기자에게 '경제학 책을 버려야 한다'고 했던 그가 내놓은 '경제학'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은 그 혼자 낸 게 아니었다. 정 원장은 "이수연 연구원이 없었으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퀘벡 취재 때도 함께했다. 그들과 오랜 만에 마주앉았다. 

- 책 첫장에 아예 대놓고 '경제학이 싫다'고 쓰셨던데.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이며) 예전부터 그래왔다. 막상 써놓고 보니까, 좀 그렇지만…."

- 서울대 경제학과 78학번이시니까, 경제학 공부만 햇수로 꽤나 된 것 같다. 
"35년이네. 그런데 아마 제대로 (경제학을) 공부한 시간은 4년이 채 안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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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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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대로' 무엇을 공부했는지, 아니면 공부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박현채 민족경제론에 빠져 공부하던 때를 일컫는지, 아니면 최근 몇년새 부쩍 주창해온 '사회적 경제'를 말하는지…. 하지만 그 스스로 변명했듯이, 기존 주류경제학의 사고를 깨는 것은 분명했다. 이미 그의 책상에 수북이 쌓여있는 행동경제학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논문들이 이를 보여준다.

- 책을 보니까 '경제학은 이미 죽었다'고 했다. 그리곤 다른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현재의 주류 경제학의 논리 자체가 틀렸다는 건 아니다. 다만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다. 세계에서 내로라는 잘난 학자들이 수학적 증명에만 매달려있다. 누구하나 제대로 금융위기를 말한 적이 없다. 우리 주변의 실업이나 부동산 거품 등 민생문제를 딱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경제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게다가 경제학에 시장경제만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정 원장의 이야기다. 그의 냉소적인 말투는 여전하다.

"현실과 상식에도 맞지않는 이야기들이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지배하면 어떻게 될까. 은행들의 약탈적인 대출이 금융위기를 가져오고, 사교육 경쟁은 우리 아이들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잖아요. 지구온난화는 이대로 가면 인류가 다 죽는다는데…. (웃음) 이것을 말이예요. 우리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시장이 다 알아서 해준다는 게 요즘 경제학이예요. 이게 맞을까?"

"개성공단 해법? 재벌 소비재산업 유치하면 해결"

그의 이같은 합리적(?) 의심이 '협동의 경제학'을 이끌어냈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지 않고 서로 배려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실제 우연히 손에 쥔 1만 원이라는 돈을 두 사람이 어떻게 나눠 갖는지를 관찰한 실험(최후통첩게임)을 통해서 입증된다(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면 된다, 어렵지 않다).

정 원장은 "시장도 돈 있는 사람들의 수요만 생각할 뿐"이라며 "돈 없는 사람들의 필요는 무시하는 근본적인 한계와 시행착오 등 때문에 (시장의) 실패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개인과 사회의 이익 추구과정에서 벌어지는 딜레마도 마찬가지다.

- 진보든 보수든 어떤 정권이든 사회적인 갈등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시장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기존 경제학에선) 개인의 이익 추구가 곧 사회전체의 이익 극대화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부동산 투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성공단 문제도 그렇다."

치킨게임과 사슴사냥게임
치킨게임: 치킨은 겁쟁이를 뜻한다. 매-비둘기 게임(Hawk-Dove Game)으로도 불린다. 매는 돌진하는 미친놈이고, 비둘기는 도망가는 겁쟁이다. 매와 비둘기만 만나면 언제나 매가 이긴다. 하지만 매와 매가 만나면 서로 멸망하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된다.

사슴사냥게임: 사슴과 토끼를 사냥하러간 사냥꾼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들에게 더 큰 이득이 되는지를 설명하는 게임. 토끼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한명의 사냥꾼으로도 충분하다. 대신 사슴을 사냥하기 위해 두명의 사냥꾼은 힘을 합쳐 자신이 맡은 길목을 지켜야 한다. 혼자 토끼를 사냥해서 얻는 고기보다 사슴을 사냥해 반으로 나눈 고기가 훨씬 많다.

- 개성공단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곧장) 원래 남북관계가 치킨게임이다. 여기서 미친 놈은 북한이다. 물론 요즘 남한 정부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북한이 남한보다는 앞뒤 안가리고 돌진할 수 있다."

- 현 정부들어서 외국에선 남북간 전쟁까지 언급할 정도였으니.
"(고개를 흔들며) 전쟁나면 남한이 이길 것이다. 경제력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데…. 하지만 남한은 가진 게 많아서 잃을 것도 많다. 이 때문에 쉽게 미친 놈이 될 수 없다. 만약 북한이 질 때 지더라도 서울 향해 미사일을 쏘면, 남한은 겁쟁이나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그의 개성공단 해법은 단순했다. 남북이 서로 협력하거나 협동하면 갈등 국면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이득이 크다는 것을 만들어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정 원장은 이를 게임이론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남북간의 대립을 치킨게임에서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꾸면 된다"고…. 그의 말을 옮겨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은 이거예요. '우리는 협동할 것이고, 이때 너희도 협동하는 것이 더 많은 이득을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는 거예요.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등이 그렇죠. 근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상호주의 전략을 들고 나왔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건데, 한마디로 '네가 잘하면 나도 잘하고, 네가 잘못하면 나도 잘못한다'는 거죠. 협동과 응징인데, 문제는 응징에 방점이 찍힌 거예요. 서로 잘못하니 응징만 반복되고, 북한 입장에서는 협동보다는 배반할 때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는 결국 "미친 놈을 상대하면서 게임을 이렇게 바꿔놓는 사람이 바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여유있는 쪽에서 한 번은 협동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했다. 한 번은 관대한 입장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것이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첫걸음'이라는 것. 그는 "개성공단에 삼성같은 재벌의 소비재 산업을 유치하면, 북한도 남한 정부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창조경제? 수첩에서 어떻게 창의 나올까"

그와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박근혜 정부의 평가로 이어졌다. 특히 '창조경제'로 일컬어지는 박근혜노믹스에 대해 묻자, 곧장 고개를 흔든다. 특유의 냉소적인 웃음도 이어졌다. 

-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나.
"(창조경제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상상력과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하던데…, 말은 맞다. 그런데 지금 구조가 그런가."

- 지금 경제부처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처의 정책에 '창조'란 말이 들어간다.
"(웃으면서) 그러니까…. 공무원들은 아마 책상머리에서 땀 좀 흘렸을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란 게 어디서 나올까. 빈 공간(니치)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숨 막히는 경쟁구도와 꽉 막힌 구조에서 창의성이 나올까."

그는 "창조경제가 제대로만 되면 좋다"고 말했다. 대신 현재의 재벌 경제시스템을 그대로 놔두고서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까지 앞장서 외쳤던 '경제민주화'도 창조경제를 위해서 먼저 필요하다고 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지금같은 입시경쟁 시스템에서 창의성을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죠. 당장 내일부터 일제고사부터 없애보세요. 그리고 정부 스스로 빈 공간을 만들어보도록 해보세요.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과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보세요. 물론 별로 가능성이 안 보이지만…. '박근혜 수첩속의 대한민국'으로는 경제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죠."

그래도 그에겐 아직 희망의 끈이 있다고 했다. 이른바 서울의 실험이다. 박원순 시장이 추진중인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경제정책이 그것이다. 또 역설적으로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전국적으로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상에도 주목한다. 

그는 "사회적 경제는 신뢰와 협동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며 "물론 신뢰와 협동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국적인 협동조합 열기에 대해 걱정도 앞선다. 한꺼번에 수천여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만큼 파산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 원리부터 시작해서 주변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하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얼추 그와의 이야기가 두 시간을 넘어섰다. 이수연 연구원도 인터뷰 내내 옆자리를 지켰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 역시 요즘 사회적 경제에 푹 빠져있다. 정 원장의 각종 강연과 원고 등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생각도 다듬어갔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사회적 경제를 통해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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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의 경제학'을 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태인 원장과 이수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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