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포르말린-퍼클로레이트 다음은 뭘까
낙동강에 다시 '괴물'이 나타났다. 처음이 아니다. 첫 출현은 1991년이다. 당시 영남지역 대다수
사람들은 그 괴물과 만나 구토를 일으키며 휘청거렸다. 활개치던 괴물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하지만 후유증은 컸다. 곳곳에 임신중절의 쓰라린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괴물은 온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1994년, 2004년, 2006년에도 곰비임비 내비쳤다. 그 괴물이 2008년 삼일절 날 다시 기습해왔다. 3월 6일 현재까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낙동강에 출몰한 그 괴상한 물체의 정체는 일단 독극물이다. 지금 이 순간도 영남지역 곳곳에서 생수가 불티나게 팔린다. 수돗물 마시기 불안해서다. 괴물 때문이다. 독극물은 잊을 만하면 찾아왔다. 때로는 갑상선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 퍼클로레이트(2006년)로, 때로는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2004년)으로, 때로는 벤젠과 톨루엔(1994년)으로 살천스레 등장했다.
불쑥불쑥 나타나 큰 불안감 조성하는 '괴상한 물질'
더러는 과장이라고 눈 흘길 터다. 하지만 굳이 '괴물'이라 쓰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 2006년에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영화 <괴물>이 떠올라서다.
물론, 그 영화는 가상이다. 주한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마구 방류하면서 생태계를 교란하고 유전자를 변형시켜 탄생한 괴물이다.
그 독극물이 지금 이 순간,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1천만 명의 영남인들을 불안감에 내몰고 있다. 비단 독극물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지자체 당국의 대응 자세도 영화 <괴물>과 꼭 닮은꼴이다.
찬찬히 짚어보자. 3월 1일 새벽 3시에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에서 불이 나면서 낙동강으로 페놀이 흘러들었다. 하지만 화학물질 공장에서 불이 났는데도 대책은 곧장 실행되지 않았다.
코오롱유화 공장은 사건 초기에 그 어떤 기관에도 독극물 유출 가능성을 통보하지 않았다. 그 결과다. 독극물은 낙동강으로 꾸역꾸역 흘러들었다. 김천시의 상황보고서는 사실과 달리 작성된 게 확인됐다. 게다가 화재 현장에서 포르말린까지 검출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과연 그래도 좋은가. 낙동강 중상류에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해있다. 언제 다시 독극물이 흘러들어갈지 아무도 모른다. 환경운동 단체와 언론이 과민 반응을 한다는 투의 정부 당국자나 기업 홍보 담당자의 말에 귀 기울일 만큼 한가할 수 없다.
우리 모두 정직하자. 대한민국에 주둔하고 있는 외국 군대가 이 땅의 환경오염에 만전을 기하리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실제로 주한미군이 머물고 있는 곳의 환경오염 실태는 끔찍할 정도다. '설마 미국이…'라는 환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옳다.
대자본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스스로 환경오염을 막으려 최선을 다하리라는 판단은 순진할 뿐더러 위험한 일이다. 자본의 논리는 언제나 더 많은 이윤이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은 자본은 그 엄연한 사실을 더는 은폐하지 않는다. 공공연하게 권리로 부르댄다.
독극물 수준의 낙동강 괴물, 앞으로 무엇이 되어 나타날까
문제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나마 느슨했던 공적 규제마저 아예 풀어버리는 데 있다. 모든 걸 기업의 논리와 판단에 맡기겠다는 신자유주의 발상이다. 하지만 대자본이 사익에 앞서 공익을 고려하리라는 환상에 사로잡힐 때, 그 피해는 벅벅이 민중에게 돌아온다.
그렇다. 저 낙동강에 출몰해 온 괴물은 아직은 독극물 수준이다. 하지만 그 괴물의 정체를 우리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때, 이번에도 일과성으로 잊을 때, 더구나 한강과 낙동강이 이어질 때, 초강대국 미국과
분단국가 한국이 자유무역 시장으로 연결될 때,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우리 민중이 만날 괴물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오늘이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 새사연 원장
필자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창립공동대표, 한겨레신문 노조위원장,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손석춘의 청년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새사연 원장입니다. 이 글은 이스트플랫폼과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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