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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9 [손석춘 칼럼] 묻지마 MB심판론에 물은 심판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 다음날이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증언했다고 썼다. 오만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그 국민은 두달도 되지 않아 7월28일 심판의 대상을 바꿨다. 오만한 민주당을 심판했다.

민주당은 최대 승부처로 꼽힌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에서의 패배를 두고 야권 단일화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당이 최선을 다했지만 단일화가 좀 늦은 것이 원인이었다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을과 충남 천안에서의 패배는 투표율이 낮아 한나라당의 조직동원이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야권 연대가 늦어 졌다는 민주당 지도부를 보라

과연 그러한가. 단언하거니와 민주당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절망스러울 정도다. 단일화가 늦어 패했다? 투표율이 낮아 한나라당이 이겼다? 원인을 모두 외부로 돌리는 작태다. 하지만 외부 요인보다 내부요인이 크다. 아니, 결정적이다.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온 서울 은평을이 상징적 보기다. 민주당이 장상을 공천했을 때, 대다수 민주시민은 도무지 어이가 없었다. 장상으로 이재오를 이기겠다는 오만은 대체 어디서 비롯하는 걸까?

6월 지방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을 민주당 지도부는 시들방귀로 여겼다. 지방선거 뒤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던 민주당은 기실 얼마나 꼴볼견이었던가. 지방선거 바로 다음날 나는 서울시장선거에서 한명숙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이 패배한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하며 그렇지 않는한 정작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판적 지식인들의 경고를 모르쇠했다. 장상 공천은 그 필연적 귀결이다. 장상이 누구인가. 김대중 정부시절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되었을 때, 이미 여론의 심판을 받고 물러난 사람이다. 바로 그 장상을 결정적 시기에 한나라당 이재오의 맞수로 공천한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은 말살에쇠살이다.

그렇다. 7월 재보선은 묻지마 정권 심판론에 대한 매서운 심판이다. 심판을 받고도 단일화가 늦었다거나 투표율이 낮았다고 강변하는 민주당의 오늘은 무조건 야권연대란 승산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진실을 증언해준다.

무조건 야권연대로 정권 심판론에 매서운 심판

희망은 있다. 민주당이 강원도에서 선전했기 때문이 아니다. 광주에서 민주당이 이겼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광주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2만표를 넘으며 민주당 후보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서서 민주노동당을 조준해 한나라당 2중대나 반미 정당 따위의 색깔공세를 폈는 데도 민주노동당 후보에 광주시민들이 2만 표를 준 사실이야말로 희망이다.

물론 실체이상으로 희망을 부풀릴 생각은 없다. 만일 광주시민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당선시켰다면, 민주당이 장상을 공천하며 민주노동당에 색깔공세를 펴는 따위의 오만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을 터다.

그렇다. 지금의 민주당으로선 결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명박을 심판할 수 없다. 바로 그 교훈을 민주당이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면 2010년 7월 재보선의 패배는 예방주사가 될 터다. 하지만 민주당에 과연 그런 능력이 또는 겸손이 있을까. 

손석춘 2020gil@hanmail.net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