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4 / 09 최정은/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아빠들이 출산휴가로 한 달을 쉴 수 있는 ‘아빠의 달’을 도입한다는 정부 계획이 최근 발표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임신과 출산을 독려하고, 일자리를 나눠 고용률을 올릴 목적으로 올 상반기 중에 임금 100%를 지급하고 자녀 출산 90일 안에 아빠들이 출산휴가 30일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기획재정부, “박근혜 정부 2013년 경제정책방향”, 2013.3.28).

 

‘아빠의 달’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과연 아빠들이 한 달을 쉴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의견들로 뜨거웠다. “법을 지키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느냐”, “법보다 무서운 게 상사 눈치다”, “정시퇴근이라도 하면 좋겠다”, “일부 대기업이나 공무원 좋을 정책이다”, “중소기업 다니면서 한 달 쉴 수 있느냐”, “출산휴가는 곧 퇴사와 같다”, “여성들 육아휴직부터 챙겨라”, “의무화 하지 않으면 어렵다”, “시기상조다” 등 대다수가 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이는 이미 대선 과정에서 예견된 문제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빠출산휴가는 일주일 미만인데다 여성들이 상사와 동료들 눈치로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아빠의 달’ 시행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맞았다. 세계적으로도 아빠출산휴가는 이용률이 낮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녀가 태어나면 아빠들은 아빠출산휴가(paternity leave)와 부모휴가(parental leave)를 통해 쉴 수 있다. 아빠출산휴가는 1960년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가 최초로 도입해, 오늘날 OECD 국가들의 2/3가 아빠들에게 출산휴가권을 주고 있다. 부모휴가는 일반적으로 엄마와 아빠의 휴가권으로 1974년 스웨덴이 처음 도입해 90년대 후반부터 여러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다. 아빠휴가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에서도 아빠의 이용을 독려하려고 ‘할당(quotas)’이나 ‘보너스(bonus)’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노르웨이가 1993년에 처음 도입했다. 아빠휴가 할당제는 엄마에게 이 권리를 양도할 수 없고 사용하지 않으면 상실되도록 설계되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보너스 형태로 기존의 부모휴가기간에 아빠휴가를 별도로 주고 있으며 스웨덴이 대표적이다(Huerta, M. et al. "Father's leave. Father's involvement and Child Development: Are they related? evidence from four OECD countries", OECD, 2013).

 

많은 나라에서 유급으로 아빠의 출산휴가를 지원하고 있으나 제도의 설계, 기간, 급여 체계에 따라 이용률은 차이가 난다. 부모휴가권을 부부가 나눌 수 있고, 양도 가능한 경우 임금이 낮은 엄마들이 대체로 이용하고, 아빠들의 이용률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아빠휴가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노르웨이에서는 아빠의 90%이상이 휴가권을 사용하고, 70%의 아빠가 5주 이상으로 장기간 쉬고 있다. 아빠출산휴가는 정착만 된다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아빠출산휴가, 아빠양육참여, 자녀의 인지발달은 상관성이 높아 자녀의 생애 초기에 아빠가 출산휴가를 낸 경우 이후 양육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가족 안에서 여성은 양육자, 아빠는 생계부양자라는 고정관념도 바꾸는데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Huerta, M. et al., 2013.).

 

그럼에도 남성이 장기간 출산휴가를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 최근 영국정부도 현재 2주간의  아빠출산휴가를 6주로 확대하고, 2015년까지 부모휴가기간 50주를 아빠와 함께 나눠 쓸 수 있는 ‘유연한 부모휴가(flexible parental leave)' 제도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일부에선 현실성 문제를 지적했다. 영국 아빠들은 자신의 직종이나, 전일제 여부에 따라서 정부의 ‘아빠출산휴가’에 대해 찬반을 달리하고 있다. 특히 한시도 일을 놓기 어려운 제조업이나 요식업에 종사하거나 시간제로 일하는 아빠들은 장기간 아빠출산휴가가 사회적 편견을 불러올 수 있다고 걱정한다. 영국 아빠들은 법적으로 출산휴가를 보장받아도 자신의 경력이나 사회문화적 편견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소중한 권리를 마다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영국의 컨설팅사 ‘오피스엔젤스(officeangels)'가 2012년 11월에 16세 미만 자녀를 둔 영국 아빠 1,072명(전일제 466명, 시간제 606명)을 대상으로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이나, 아빠휴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officeangels, "the rise of part-time dads", 2013). 이 설문 결과가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내용을 통해 소개되어 옮겨본다.

 

 

 

 

 

영국 아빠의 40%는 출산휴가를 쓰지 않는다
(40% of fathers do not take paternity leave)

 

2013년 1월 7일
가디언(the guardian)
마틴 윌리엄스(Martin Williams)


영국 남성은 출산휴가를 위해 2주간 쉴 수 있다. 그러나 시간제로 일하는 아빠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기 때문에, 아빠들이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설문조사가 발표되었다. 아빠의 40%는 자녀 돌봄을 위해 쉴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사무실에 머문다.

 

영국 아빠 1,0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이나 문화 부문에서 일하는 아빠들은 아빠휴가권을 더 이용하려는 반면, 제조업, 요식업, 레저 분야에 종사하는 아빠들의 절반 이상은 이용 가능한 출산휴가도 거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에서는 2003년부터 출산이나 입양으로 아빠가 되면 2주 유급 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엄마가 일찍 직장으로 복귀해 휴가권을 이전한 경우, 아빠들은 추가로 26주를 쉴 수 있다.

 

2015년까지 영국 정부는 아기의 생애 첫 해로까지 아빠휴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연한 아빠 휴가”는 부모가 일을 쉬고 양육할 권리를 지원할 것이다. 공식 통계로 보면 매년 42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많은 아빠들이 그들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 결과 남성들은 아빠출산휴가를 여전히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일하는 아빠의 절반 이상은 일하는 시간을 줄여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한편, 1/4 이상은 그들의 고용주가 그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간제로 일하는 아빠들은 아빠출산휴가로 인해 경력전망이나 재정적으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염려한다. 그들의 70%는 사회적 낙인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1/4은 미래 경력에 손해가 된다고 느낀다. 단지 시간제 노동을 하는 아빠의 1/4만이 아빠출산휴가를 보내면서 어떤 걱정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피스엔젤스(officeangels)의 부행장인 안젤라 스미스(Angela Smith)는 “아빠들이 경영주와 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빠들도 가족생활의 역동성을 그들의 경영주가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아빠들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고용주에게 그들의 걱정거리를 꺼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아빠휴가를 요청한 직원을 경영주가 해고하거나 부당한 처우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으며, 이는 근속기간과도 무관하다. 정부 지침은 아빠가 아빠휴가급여나 추가적인 휴가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젤라 스미스는 “시간제로 일하는 아빠들이 사회적 낙인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영국 사회가 더 성숙되어야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국은 더 유연하고 역동적인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이 일과 양육의무를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제로 일하는 아빠의 80%가 가족생활의 보조자로 인식하고, 단지 21%만이 요리, 청소, 양육은 부모들이 동등하게 나눠해야 한다고 말한다.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careers.guardian.co.uk/fathers-choose-not-to-take-paternity-le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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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4 / 04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추천 보고서(9) 노동시장 내 여성 차별 해소 정책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목  차]

1.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노동시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
2. 여성에 대한 차별이 가져올 문제들
3. 노동시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한 정책
4. 여성 차별 문제, 해결될 수 있을까?

 

 

 

[본  문]

 


1.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노동시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

 

우리나라의 여성 취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1년부터는 천만 명 이상의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성의 고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2013년 2월 현재 여성고용률은 48.1%로 남성고용률 71.6%에 비해 20%p 이상 낮다. 이는 15세 이상 여성들 중 절반 이상이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노동시장 진입에 있어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OECD 회원국들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여성고용률은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또한 여성은 노동시장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임금, 처우, 노동환경에 있어 남성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 통계청의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여성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49만 7천원으로 남성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255만 9천원보다 100만원 이상 적었다. 그리고 의료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도 차별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여성이라 받는 차별도 있지만, 시간제 근로나 계약직과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여성에 대한 노동시장 내 차별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은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는 [그림 2]의 연령대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의 경우 결혼, 출산, 육아를 하는 30대에 경제활동참가율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위 M자


형 여성노동공급곡선이라고 불리는 이와 같은 경향은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성들에게 가사와 육아에 대한 책임이 전가되면서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출산, 육아를 선택하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이유와 관련해 가사,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고 보는 사회?문화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기업으로부터 받는 직?간접적인 퇴사종용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아직도 많은 기업들에서는 여성의 결혼이 퇴직사유가 되고 있으며, 아이를 가진 기혼여성이 자신의 경력을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정책이 마련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육아휴직을 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지난 총선 전부터 여성의 육아휴직을 당연한 듯 주장하던 새누리당 역시 작년 6월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는 사무처 여직원의 육아휴직 신청을 거절해왔다. 더욱이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출산과 육아는 직접적인 해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30대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배제시켜 여성고용률을 하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노동시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이는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할 때 주로 임금수준이 낮고, 사회보험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일자리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림 3]의 연령대별 성별 비정규직 비중 및 월평균 임금을 보면, 남성 임금근로자와는 달리 여성 임금근로자의 경우 30대를 기점으로 정규직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월평균 임금 역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 글상자의 제목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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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최정은/새사연 연구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의 선 굵은 공약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경제민주화·일자리·복지를 시대 과제로 말해왔지만, 그 차이가 선명하지 않아 후보 간 차별을 두기 어려웠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열악한 한국 사회에서 보육 정책은 젊은 세대들이 절박하게 느끼는 출산과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고충과 맞닿아 있어 더더욱 화두가 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가장 먼저 여성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부산 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를 방문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위한 실천 과제로 ‘보육’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 맞춤형 보육서비스 구축, 방과후 돌봄 서비스 제공 대상 확대, 아빠의 달 도입, 임신 기간 부분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 가족친화적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가사도우미 서비스 지원, 관리직 여성 일자리 확대, 자녀장려세제 신설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부의 무상보육 철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무상보육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0월3일 여성 유권자들과의 간담회 ‘여심, 문심’에서 무상보육 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문 후보는 “0~2세뿐 아니라 전 아동을 무상보육한다 해도 전체 비용이 7조5000억원 정도면 감당이 된다. 사회적 여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첫 연도 중에 예산을 고갈시킨 정부가 무능한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10월14일 임산부와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만 0~5세 무상보육 전면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30%·이용 아동 50% 확대, 생활권별 산부인과 및 산후조리원 확충, 아버지 휴가 2주간 제도화, 필수 예방접종 항목 확대, 출산지원을 위한 방문서비스 ‘육아 코디네이터 제도’ 도입, 장애인 출산과 육아 전담도우미 도입, 출산장려금 확대, 다문화 가정 임신과 출산 지원 등을 약속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을 펴낸 직후 정부의 무상보육 철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9월25일 안 후보는 정책 네트워크포럼 ‘내일’에 참석해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포기에 대해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또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철회를 보고 복지란 것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한가를 알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자신이 맞벌이 시절 겪었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중심의 보육 문제를 지적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30% 확충을 강조했다. 

세 후보 모두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 보육의 공공성을 늘리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보인다. 박 후보는 매해 50여 개씩 5년간 250여 개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턱없이 모자라는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읍·면·동만 해도 당장 전국 474개 지역에 이른다(2011년 보육통계).
 

특별활동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문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50% 확대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공립을 확대하면서 부실한 민간 어린이집을 과감히 퇴출하는 방안도 내놓아야 이 공약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안 후보는 10월16일 직장인들과의 도시락 번개 모임에서 “국공립 보육시설이 10%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 놀랐다. 선진국을 보면 50%가 아니라 70~80% 넘는 나라도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최소 30% 정도는 늘리고 이를 기준으로 민간이 따라오면 상향 평준화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담은 구체적인 정책 공약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만큼 중요한 게 노동자들의 육아휴직 제도 정착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0~2세 영아들의 가정 양육이 활성화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는 있지만 육아휴직 급여 수준이 낮고 ‘눈치’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인은 현실적으로 적은 형편이다.

이에 대해서는 세 후보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가장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통상임금 40% 수준인 현행 육아휴직 급여를 7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상자를 확대하고 국비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 후보가 내놓은 ‘아빠의 달’ 도입도 좋은 공약이다. 남성이 육아를 공동으로 담당해보는 경험 자체가 의미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는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그 제도도 빛이 날 것이다.

세 후보의 공약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현실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쟁점도 많다. 보육 교사 처우 개선과 보육료 현실화 문제이다. 새누리당은 표준 보육비를 다시 산정해 가격을 현실화하자고 주장해왔다. 일부 타당한 면도 있으나, 보육료를 올리는 것만으로 교사의 처우가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먼저 호봉에 따른 교사 월급이 보장되고, 시간외 수당 지급, 원장과 교사의 일방적 계약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의 무상보육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보육료 부담은 줄지 않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기본 보육료 외 특별활동비 때문이다. 지역별로 상한선을 두고 있지만 10만~20만원씩은 기본으로 부담하는 실정이다. 영유아 시기까지 내려온 과도한 조기교육의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부모의 욕심과 민간 시장의 과열 경쟁으로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을 내놓은 후보는 아직 없다.

세 대선 후보의 보육 공약은 언뜻 보기에 모두 비슷해 보인다. 아직 단순 나열식이고 우선순위를 두지도 않아 선심성 공약으로도 비친다. 사실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 확대, 그리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와 민간 지원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가리고, 타협보다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이명박 정부 보육 정책의 가장 큰 한계는 서비스 기반이 시장화된 데 따른 불만족이다. 이런 근본 문제를 누가 잘 인식하고 풀어나갈 수 있을지, 국민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이 글은 시사인에 기고한 글임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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