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3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이후 우리 사회의 미래 전망에서 가장 애매한 대목은 '경제민주화'의 향방이다. 18대 대선에서 시대정신으로 부상했고 박근혜 당선자도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한 것이 경제민주화였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자 자신은 물론이고 소속된 정당의 성격이 경제민주화보다는 신자유주의를 뿌리로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진정성 논쟁이 나왔고 집권 후에 과연 약속을 지킬 것인지 의문도 많았다.

일단 첫 시작은 희망적이지 못하다. 가장 기초적인 경제민주화의 관문이라 할 대형 할인마트 규제를 크게 후퇴시켰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법안처리를 미뤄 둔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저녁 10시부터 영업시간을 규제하자는 안도, 월 3회 이상 휴무를 규정하자는 안도 모두 새누리당에 의해 거부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자의 자발적 의지로 실현될 경제민주화는 거의 없을 것임을 암시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그렇게 간단히 집권당에 의해 박물관 속에 다시 봉인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경제민주화는 세계적 차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하는 보편적 과제와 궤를 함께하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는 지난 30년 동안 무차별적인 무역과 금융의 세계화, 지속적인 감세와 규제완화, 공공부문의 약화와 민영화, 그리고 체계적인 노동권 약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해 왔다. 30년 동안 추구된 신자유주의 결과는 세계적 차원에서의 ‘심각한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였으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장기침체에 빠진 경기회복을 위해서도 불평등 해소는 점점 긴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99% 운동’이 제기되기 시작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거시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도 바로 이와 같은 세계사적 보편성 차원과 완전히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한국에 특수한 재벌 문제가 있으니 이를 서구와 같은 기준으로 맞추자는 따위의 97년 버전의 경제민주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신자유주의와 불평등에 저항하는 세계적인 움직임은 박근혜 정권 5년 동안 계속 확대될 것이며 당연히 우리 국민들의 경제민주화 운동도 계속될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완전한 시장의 자유경쟁과 시장에 대한 정부 간섭의 최소화를 주장하기 때문에 독점 대기업의 시장 독식과 경쟁 제한에 대해 신자유주의도 반대한다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는 그들의 주장과 달리 그 어느 때보다 금융과 제조업 모두에서 독점 대기업의 시대였으며,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독점화 수준을 글로벌 차원에서 확대한 시대다.

즉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로운 자본주의 모델이 작동하기 위해 실질적 경쟁과 많은 수의 경쟁이 필요하다던 이전의 입장을 포기하고 대기업 편향 정책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자유로운 경쟁이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확대시킨다는 개념 역시 포기했다. 대신 인수합병 등을 통한 거대기업의 출현이 설령 경쟁이 줄어드는 결과가 생기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더라도,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경제 전반의 부를 확대시킨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줄지 모르지만 ‘소비자 복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색다른 주장을 펴기 시작한다. 한국의 재벌들이 급격히 몸집을 키워 왔던 97년 이후 역시 한국에서 신자유주의가 급격히 확대된 과정이며, 이 두 과정은 아무런 모순 없이 진행됐다. 따라서 재벌개혁과 신자유주의 극복이 하나의 과제로 제기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의 독점 대기업은 선진국과는 약간 양상이 좀 다르다는 비판도 있다. 신흥국은 선진국을 추격하고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꺼이 정부가 지원까지 하면서 독점 대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용인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나 노동자 등이 얼마간 희생될 수 있지만 경제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제 삼성과 현대자동차와 같이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한국 재벌이 성장한 상황이라면 어떤가. 그러면 당연히 국제 경쟁력을 위한 국내 경제주체들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국내 경제주체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지금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그런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독점 대기업의 권력 확대는 자본주의 시장을 파괴할 뿐 아니라 정치적 민주주의를 위협하기 때문에 또한 용인될 수 없다. 콜린 크라우치(Colin Crouch) 영국 워릭대 교수는 20세기 전반기에 발전한 미국의 고전적인 반독점법이 기업 권력의 대규모 축적을 깨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독점 대기업의) 권력의 집중이 심해서 효과적인 경쟁이 사라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경제민주주의와 정치민주주의 모두에서 필수조건이었다. 보통사람들은 언제나 기업이나 정치인과 어느 정도 대등한 조건에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기업과 정치인에 의해 지배될 터였다.”(<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The Strange Non-Death of Neoliberalism)>, 84쪽)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1세기 초에도 거대 금융권력과 기업권력이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그 가운데 한국의 재벌이 선두에 서 있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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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박근혜 후보 선거 플랭카드 속에 경제 민주화는 없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각종 공약이 난무하고 있는 중이고 길거리에는 각 후보들의 공약이 적힌 플랭카드로 넘쳐난다. 그런데 당초에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라고 했던 경제 민주화 공약이 얼마나 될까? 특히 박근혜 후보가 내건 선거운동 구호와 플행카드 속에는 경제 민주화 내용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박근혜 후보는 지난 7월 11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경제 민주화를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걸었다. "저는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습니다. 국민행복의 길을 열어갈 첫 번째 과제로, 저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종인 전의원을 국민행복 추진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보수가 내걸기 어려운 경제 민주화를 박근혜 후보가 전면에 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핵심은 폐기처분 된 김종인의 경제 민주화 정책

그런데 그 후 수개월 동안, 박근혜 후보는 확정적인 경제 민주화 정책을 좀처럼 내놓지 않았다. 경제 민주화를 할 것이라는 동어반복만 계속하는 가운데, 당 내에서 김종인-이한구 논쟁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드디어 11월 초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경제 민주화 공약을 준비해서 박근혜 후보에게 제시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거기에는 재벌총수와 임원진의 급여 공개, 재벌 범죄에 대한 국민 참여재판 확대,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소액주주의 독립이사 선임권한 부여를 포함하고 있었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수용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특히 각종 재벌 규제 방안을 '대기업 집단법'이라는 특별법으로 묶어서 포괄적인 재벌규제체제를 만들고, 필요한 경우 계열사의 지분조정 명령제를 넣는 것 까지가 검토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박근혜 경제 민주화에 일말의 기대를 걸게 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주지하는 것처럼, 박근혜 후보가 처음으로 공식화해서 밝힌 11월 중순의 "경제민주화 5대 분야 35개 실천과제"에는 앞서 언급한 경제 민주화 내용은 전부 빠져 있었다. 나아가 박근혜 후보는 경제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 민주화와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면서 경제 정책 기조를 공식적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자신의 제안을 폐기처분 당한 김종인 위원장은, "11월11일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를 앞두고) 박 후보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선거전략 변화를 처음 알았다.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하니까 성장 콤플렉스에 또 빠진 것인데, 새누리당의 상당수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두 개의 경제 민주화 법안 처리를 무산시킨 박근혜 후보

그 이후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경제 민주화 의지가 완전한 허상이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 또 있었다. 100여개가 넘게 국회에 제출된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 중에서 유일하게 관련 상임위를 통과해서 올라온 법안의 처리를 거부했던 것이다. 바로 대형할인마트 영업시간과 휴무 지정 강화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을 지난 11월 22일 법안심사 소위에서 새누리당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현재 평균임금의 30%를 약간 넘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까지 올리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차별 금지 등은 경제 민주화와 노동 민주화를 상징하는 매우 기초적인 과제들이었다.

핵심을 모두 거세시키고 발표한 박근혜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약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을 해소"하겠다거나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제해서 골목상권과 영세자영업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겠다는 문구는 남아 있었지만, 그 조차도 실제로는 시행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 확실히 증명된 것이다.

이제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과 머릿속에는 '민주화가 실종된' 경제 공약이 과거의 경제 성장공약으로 되돌아간 채 남아있게 된 것이다. 결국 현재 문재인과 박근혜 두 유력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약 차이는 이제는 '거의 차별화가 안 된다'가 아니라 '있고 없고 차이'로 확실히 구분된다.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70% 이상은 경제 민주화를 원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 경제 민주화를 위해 누구를 뽑아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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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10 / 1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행동하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선 후보들의 선택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본 문]

지금은 ‘행동하는 경제 민주화’가 필요하다.

“19대 국회가 시작된 후 4개 월 남짓 동안 경제민주화 관련하여 여당과 야당에서 입법 발의로 나온 것이 100여개가 넘는다.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개정안 입법 발의만 20개가 넘는다. 이제 지금 단계에서 국민이 원하는 건 행동하는 경제민주화다. 대선 후보들은 당선 전에라도 가능한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라. 올해 회기 안에 반드시 시급한 경제 민주화를 입법하라."

위 인용문은 경제민주화 국민운동 본부가 10월 10일 진보 정의당 의원들을 만나고 11일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만나서 집중적으로 요청한 내용이다. 물론 정책적으로 각 정당과 후보들이 내놓은 경제 민주화 정책에서 더 채워야 할 여지들이 여전히 많다. 더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보강되어야 한다. 또한 학문 이론적으로 지금도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개념이나 내용, 방향을 두고 많은 논쟁들이 전개되고 있다. 모두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미 내용이 확정적이고 여야와 다수 여론도 이견이 없이 분명한 사안도 적지 않다. 심지어 여야가 유사한 내용으로 입법 발의한 내용들도 있다. 이런 경우 정기 국회가 열려 있는 마당에 법안을 심사하여 통과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히 이런 법안들 중에는 시급한 민생관련 경제 민주화 법안들도 상당하다. 중소상인 보호 입법, 비정규직 관련 입법, 청년 일자리 관련 입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입법이 미뤄지면 질수록 상인들과 비정규직, 청년들이 겪는 현실적인 생활의 어려움과 생존의 위험이 늘어난다. 경제 민주화 국민운동 본부는 아래 표와 같은 7대 경제 민주화 법안을 당장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수 있다고 제시한 바가 있다.

 

19대 국회가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할 7대 경제 민주화 법안

 

1) 재벌 총수 범죄 등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

2)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산업 발전 개정 실천

3) 중소상인·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

4)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입법

5)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공감대가 가장 큰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입법화

6)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남발 규제로 일자리의 안정성을 지키기 법안

7) 청년 실업 사태와 초저임금 문제 해결로 청년의 희망 만들기 법안

그렇다. 여야 후보들과 정당들이 서로 경제 민주화 ‘진짜, 가짜’ 논쟁을 말로 해봐야 판별이 되지 않는다.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 민주화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듯이 경제 민주화도 다르지 않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도 정치권에서 말하는 경제 민주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경제 민주화에 대해 혼란스러운 것은 경제 민주화라는 말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말잔치만 난무할 뿐 실체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지 않는가?

 

문재인, ‘세 후보의 경제 민주화 책임자 회동’을 제안을 살려라.

"경제민주화에 대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측 경제민주화 책임자 3자가 모여 협의하자."
 

먼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경제 민주화 입법 행동 방안을 제시한 내용이다. 이미 여야가 경제민주화와 관련 공통된 법안을 다수 내놓은 만큼 김종인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정우 문재인 캠프 경제민주화 위원장, 그리고 안철수 캠프의 경제 민주화 책임자가 서로 만나 여야 합의로 입법화 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추가적인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면 세 후보 측 책임자가 모두 모여 협의하자고 했다. 상당히 현실적인 제안이다. ....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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