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1 / 27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경제성장율을 전망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힘들었던 올해를 보내면서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바는 내년에는 경제가 활력있게 돌아가며 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석학들과 관련 기관들에서 내놓는 전망은 또 다시 우울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악의 경우 내년 세계 경제 GDP가 올해보다 2% 줄어드는 대규모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내년 미국 경제 GDP가 2%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종일관 비관적 경기전망을 해온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내년 경제성장율이 올해보다 최소한 1%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더불어 아래 소개하는 글을 통해서 최근 세계 주식시장이 증시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 밝혔는데, 증시 조정 이유이자 내년 세계 경제 침체의 이유로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선진국의 재정긴축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유로존의 주변국에 속하는 남유럽에서 재정긴축이 일어났지만, 침체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중심 국가로까지 퍼지면서 재정긴축도 확산될 것이라 짚었다. 미국 역시 심각한 재정절벽은 피한다고 해도 재정지출 축소에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일본 역시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오히려 소비세를 인상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먼저 미국의 경우 재정절벽을 앞두고 양당의 합의가 필요하며, 그것을 넘어서도 양당이 합의해야 할 많은 사안이 존재하는 상태이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국가에서 올해 선거를 치룬다는 점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세 번째는 주식시장에서의 평가 자체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매우 높은 반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저조하여, 주가는 올랐지만 기업의 실적은 나빠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네 번째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에 전쟁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중국, 한국, 일본이 포함된 아시아에서의 분쟁도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 요인으로 언급된 위의 네 가지를 잘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재정긴축 대신 재정지출, 정쟁 대신 합의, 거품 대신 실적, 전쟁 대신 평화가 내년 세계 경제를 구하는 길이다.

 

 

보수적으로 베팅해야하는 시대

(The Year of Betting Conservatively)


2012년 11월 19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7월부터 시작됐던 세계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제 식어가고 있다. 놀랄 일은 아니다.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 경제 모두 전혀 개선된 성장 전망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가 상승을 지탱할 여력이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최근 몇 달 동안 실망스러운 거시경제 지표가 나타났다면, 증시 조정은 더 빨리 일어났을 것이다.

선진국의 상황을 보자. 우선 유로존 침체가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다. 프랑스도 경기침체에 빠졌다. 독일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라는 주요 수출시장에서의 성장 둔화와 남유럽이라는 또 다른 수출시장의 심각한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여전히 무기력한 상태로 1년 내내 1.5~2%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 새로운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영국은 유로존과 마찬가지로 이미 더블딥에 빠졌다. 강력한 원자재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캐나다, 북유럽, 호주 등도 미국, 유럽,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경기침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한 편으로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포함한 신흥 시장국과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와 같은 기타 주요 국가들 또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중국의 침체는 정부의 신속한 재정 및 통화 정책과 신용개입으로 몇 분기동안 안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경기부양은 투자와 저축은 과도한 반면 민간 소비는 매우 위축된 상태의 지속불가능한 성장 모델일 뿐이다.


2013년에는 선진국 대부분에서 진행될 재정긴축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확산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침체기의 재정억제가 유로존과 영국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지만 이제 유로존의 핵심으로까지 퍼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이 재정절벽을 피하는 예산 계획에 합의한다 해도, 지출 축소와 증세가 2013년 GDP의 최소 1% 정도는 떨어뜨릴 것이다. 일본은 지진 후 재건축 과정에서 정부의 경기부양이 있었지만 이는 단계적으로 철수될 것이며, 반면 새로운 소비세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될 것이다.


IMF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초기에 동시다발적으로 과도하게 발생했던 재정긴축이 2013년 세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매우 옳다. 그렇다면 최근 미국과 세계 자산 시장에서 나타난 반등은 무엇을 말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중앙은행이 위험자산을 지원하면서 다시 유동성 공급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공격적이고 개방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은 무제한국채매입프로그램(Outright Monetary Transaction)으로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와 단일통화 붕괴에 대한 우려를 줄였다. 영국중앙은행은 양적완화에 이어 신용완화를 실시했다. 일본중앙은행 역시 반복적으로 양적완화의 양을 늘려가고 있다.


많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통화당국은 정책금리를 낮췄다. 낮은 성장율, 낮은 인플레이션율, 제로금리에 가까운 단기 금리, 더 많은 양적완화와 함께, 대부분의 선진국이 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 물론 국가부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남아있는 유로존 주변국은 예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망적인 심정으로 투자할 곳을 찾던 투자자들이 주식, 상품, 신용, 신흥국 통화 시장에 뛰어든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세계 시장에서 증시 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심각한 침체가 전망된다. 동시에 유럽중앙은행의 과감함 행동과 은행, 재정, 경제, 정책적 단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위기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특히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는 여전히 위험하며, 유로존 중심부에서는 구제금융의 피로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재정, 부채, 세금, 규제의 측면에서 정치적, 정책적 불확실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재정에 대한 세 가지 우려가 존재한다. 우선 정치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증세와 거대한 지출감소가 자동적으로 발생하게 될 2013년 재정절벽의 위험이다. 두 번째는 부채 한도를 두고 재개된 양당 간의 싸움이며, 세 번째는 중기 재정긴축을 두고 벌어지는 새로운 싸움이다. 중국, 한국, 일본, 이스라엘, 독일, 이탈리아, 카탈로니아 등 많은 국가에서 선거 혹은 정치적 이행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 또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인다.

조정에 대한 또다른 이유는 주식시장의 평가가 과장되었다는 점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은 매우 높은 반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저조하다. 지금과 같이 저성장과 낮은 인플레인션의 상태에서 불확실, 변동성, 꼬리위험(tail risk, 발생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발생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증시조정은 빠르게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그 보다 더 거대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협상과 재제를 통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 위험이 매우 높다. 가자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새로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아랍의 봄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불길한 겨울로 바뀌고 있다. 중국,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의 지역적 분쟁 역시 민족주의자들의 힘을 강화시키고 있다.

소비자, 기업, 투자자들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위험회피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의 반등은 2012년 하반기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하방리스크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증시 조정은 2013년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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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의 [잇:북]2012.11.19 11:10

2012 / 11 / 1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 유럽 위기 편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 새사연은 올해 1월부터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번역하고 요약하여 소개하는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유럽연합의 경제 위기에 대해 다룬 7편의 글을 모아 테마북으로 엮었다.

 

[여는 글]

여름을 지나면서 조금 진정되는 듯했던 유럽이 다시 시끄럽다. 11월 14일 유럽노조총연맹(ETUC)의 주도 하에 유럽 23개국에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특히 그동안 재정위기와 긴축재정으로 고통받아온 그리스, 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 시민들의 반응이 격렬하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유럽연합(EU)이 탄생했고, 1999년 단일화페인 유로화가 출범했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들 사이의 커다란 경제력 차이가 존재했고, 이는 무역수지의 과도한 불균형과 금융자본의 쏠림을 가져왔다. 탄탄한 경제력을 가진 독일은 유로존 내의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높은 무역흑자를 올렸고, 그렇게 쌓인 돈은 독일은행을 통해서 그리스나 스페인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자본 흐름은 중단되었고 거품은 급속히 꺼졌다.

거품과 함께 붕괴되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리스나 스페인의 정부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재정위기로 이어지며,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트로이카로 불린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은 구제금융과 함께 해당 국가에 임금삭감과 공무원 감축 등의 내용을 담은 긴축재정안을 요구했다. 물론 이에 대해 해당 국가 국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트로이카가 투자자인 독일이나 프랑스 은행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만 노력한다는 비판, 긴축재정을 강요하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독일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올해 2월 그리스가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네, 못받아들이네 하던 상황, 4월을 넘어서면서 이번에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네, 안하네 하던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세계의 석학들은 유로존 위기의 근본은 정치적, 경제적 통합 없이 진행된 통화통합에 있다고 지적한다. 단일통화를 쓸 경우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경제력 차이에 의한 불균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치정책은 부재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저마다의 입장을 주장하는 개별 국가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유럽연합은 ‘연합’이 되지 못했다. 장 피사니 페리는 이것이 바로 유럽연합과 미합중국과의 차이라고 지적하며, 연합체로서 초기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나눠지지 못한 유럽연합을 비판한다. 대니 로드릭은 결국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연합 역시 개별국가의 주권을 양보하고 유럽연합을 제대로 된 연합체로 만들던지 아니면 주권을 지키는 경제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별국가로 돌아가던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로랑스 투비아나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유럽연합이 유럽 차원의 투자를 주도해나가면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함께 시민들의 삶 또한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교육, 지식,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개선에 필요한 투자에 나서라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에도 적용되는 해법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저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고 있다. 이를 동아시아 공동체 차원에서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서 운용하면 그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세계 경제 침체로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금을 동아시아 내에 투자하여 역내 수출과 소비를 늘림으로써 경기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세계화 시대, 금융위기나 재정위기와 같은 위기는 세계화의 속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를 제어하는 수단과 주체, 이로 인한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이들은 여전히 개별 국가 차원에서 머물고 있다. 국경을 넘는 협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만, 결국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각 국의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세계화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의 협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수연

 

 

[본  문]

◆ 여는 글 -------------------------------------------- 4

◆ 그리스 사태, ECB가 강제적 채무조정 나서야 ---------------- 5
    유럽중앙은행 바로 잡기 / 조셉 스티글리츠

◆ 그리스, 세계 시장과 국민 정치의 갈등 --------------------- 8
    유럽 위기로 보는 세계화의 미래 / 케말 데르비스

◆ 그리스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12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 / 장 피사니 페리

◆ 6월 안에 다가올 그리스 유로 탈퇴, 어떻게 막을까 ----------- 15
    묵시록은 확실히 온다 / 폴 크루그만

◆ 유럽, 녹색 성장으로 탈출하라 --------------------------  20
    녹색 탈출을 준비하라 / 로랑스 투비아나

◆ 유럽이 미국처럼 합중국이 될 수 없는 이유 ----------------  24  
    유럽, 연방이 될 것인가, 붕괴할 것인가? / 장 피사니 페리

◆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주권의 트릴레마 ---------------- 28
    주권에 관한 진실 / 대니 로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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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는 지구촌이 대선의 계절인 것 같다. 특히 한반도 이해관계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많이 선거를 치른다. 지난해 12월, 북한 지도자의 사망으로 지도부 교체가 시작되더니 올해 1월에 대만 총통선거가 있었고 3월에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11월 6일에는 미국 대선이 있고, 11월 8일부터 중국 18차 당대회가 열린다. 11월에 이른바 G2 국가의 지도자를 다시 확정하는 행사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월 19일 우리 대통령 선거가 있다. 2013년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경제적 지형이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하거나 곡절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렇게 상당한 환경변화가 예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새로운 정책 비전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어 유감스럽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4대 성장론 안에 ‘평화적 성장’이라는 화두를 넣어 놓고 있고, 안철수 후보도 ‘복지, 정의, 평화’라는 가치를 자신의 비전으로 제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있다. 이 와중에 기껏 논쟁으로 부각되고 있는 한반도 이슈가 북방한계선(NLL) 관련 ‘선거용 북풍’이라는 것이 한심스럽다.

지난 10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새 천년을 열면서 6.15공동선언이 발표되고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크게 신장한 것도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아시아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확립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일단 남북한이 그러하다. 10년 전만 해도 절반이 안 되던 북한의 대중무역 의존도는 2010년 처음으로 80%를 넘어섰고 작년에는 무려 89.1%를 기록했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숫자다. 남쪽도 예외가 아니다. 10년 전까지는 수출의존도가 10%정도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홍콩을 포함하여 30%가 중국수출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지금 한국경제 성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경제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 전체도 마찬가지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 유로 통화권처럼,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공식적인 경제 공동체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역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한국의 경우도 중국 수출 30%에 아세안 수출 15%이상 등을 합치면 절반의 수출은 동아시아에서 소화된다. 또한 이미 3조 달러가 넘어선 중국 외환보유고와 일본의 1조 달러, 그리고 우리의 3천억 달러 외환 보유고 등 5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도 동아시아에 있다. 사실상의 위력적인 자연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협력과 통일을 향한 길은 이제 미국 이상으로 중국과의 관계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립적인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로의 발전은 이제 점점 더 비현설적 전망이 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의 형성과, 남북 경제 공동체의 형성이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경제 협력과 중국을 핵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 협력이 상호 보완적으로 동시에 추진될 때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실행 전략들이 도출 될 것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남북경제 협력 구상이나 동아시아 협력 구상을 다시 재검토해서 새로운 구상과 전략 틀을 짜야 함을 암시해준다. 그러나 아직 대선 후보들이나 정당들에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전략 틀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최근 유로 통합과 위기는, 21세기의 국가 간 공동체 형성과 연방 구성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상당히 다양한 시사를 던져준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짚어보자. 첫 번째는 민주주의 문제다. 각 국가 사이에 경제, 정치, 사회적 통합과정을 밟아가면서 얼마나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인가와 함께, 각 국가의 시민들이 유럽의회나 유럽 집행위원회와 같은 통합된 대의기구를 통해 민주적 의사를 수렴하는가 하는 문제다. 특히 독일 시민과 프랑스 시민, 그리고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를 어떻게 유럽연합 차원으로 수렴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유럽위기 상황에서 그리스나 스페인 등 남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고 독일과 프랑스의 영향권 아래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나 유럽 중앙은행이 일방적으로 남유럽 시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유럽에서는 재정적자가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유럽 통합이 아니라 각 국가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유럽 통화동맹의 해체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안목으로 세계화를 접근해온 선두주자이자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인 대니 로드릭(Dani Rodrick)은 유로 존이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의 트릴레마’로 분석하고 세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다양한 시사를 주는 내용인데 그의 주장을 조금 길게 인용해보면 이렇다.

“미국의 사례가 말해주는 것에 따르면,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그리고 다른 미국의 주정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통합을 하면서 민주주의를 살려내려면 (미국 연방정부처럼) 대표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초국가적 정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화가 각 국가의 국내적 정책을 우선 시행하는 권한을 제한하면서도 그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 민주적 공간을 확장해주지 않을 때, 민주주의와 세계화 사이의 갈등은 심화된다. 스페인과 그리스에서의 정치적 불안정이 말해주듯이 유럽에서는 이미 이런 한계를 넘어서 잘못 접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정치적 트릴레마가 착목하려는 지점이다. 우리는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가 주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없다. 우리는 셋 중에 두 개를 선택해야 한다.

유럽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정치적 동맹이냐 경제통합 해체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이 명시적으로 경제 주권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자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주권을 사용하든지 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주권을 유로 차원으로 위임한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민족국가 수준을 넘어선 유로 차원의 민주적 공간을 구축하는 것을 수반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각 국가들이 통화와 재정 정책을 펴도록 하기 위해 유로 통화 동맹을 포기하는 것이다.”(대니 로드릭, “주권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Sovereignty”, 2012.10.8)

우리의 경우라고 예외가 될까? 남북한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는 남과 북의 각 정치 지도자들이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고 민주적 의지를 수렴해서 협력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직 남남 갈등을 조성하는 유치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모습이지만 향후에 통일기구와 같은 것이 만들어지게 되면, 그런 기구가 남과 북의 민주적 의사를 어떻게 공평하게 반영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될 것임을 지금 유럽의 경험에서 읽을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국가 사이의 공동체 형성에는 민주주의와 주권의 문제가 민감하게 다가온다.

두 번째로 신자유주의와 경제 공동체에 대한 문제다.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라 오직 시장의 원리와 수익의 원리만을 가지고 사회를 조직하고 경제 공동체를 조직하려는 것이 신자유주의다. 이미 체결된 한.미 FTA, 그리고 추진 중인 한.중 FTA가 전형적으로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른 경제 협력 모델이다. 그런데 사실 유로 통화동맹 형성도 이런 맥락의 산물이었다. 물론 지금의 유로 통합 구상은 2차 대전 직후부터 시작된 오래된 것이었다. 그 동안 유럽의 경제 공동체나 통화협력, 그리고 정치 군사적 차원에서의 다양한 실험들을 축적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동구 사회주의 붕괴 이후 추진된 유로 통화동맹 형성 자체는 철저히 신자유주의적 발상의 산물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통화체제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인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은 유로 통화동맹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 1980년대 이래 약화되어온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유럽은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유럽연합을 결성하기로 하고 1999년 통화동맹을 만들면서 유로화 체제를 출범한다. 그 결과 현재 27개국이 유럽 연합에, 17개국이 유로 통화동맹에 가입했다.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시도는 정치적으로는 ‘유럽 연방주의’ 이상을 실현하여 전쟁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자유 시장’을 통해 경제를 도약시키려는 의도가 컸다.

그러나 규제 없는 자유시장과 시장의 자기조절 메커니즘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서 붕괴된 것처럼, 상품과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의해 유로 회원국가들 사이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고 하나의 통화로 경제권을 묶으려던 유럽식 자유 시장 실험도 기본적으로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유럽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모두에 있어서, 시장의 효율 논리만을 앞세운 접근법에서 기본적으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새사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한.미 FTA나 한.중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적이고 구시대적 통상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리고 “공공경제와 사회경제에서의 교류도 함께 일어나야 한다. 각국의 공공성과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국가 간의 소득격차, 기술격차, 문화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사연, 『리셋 코리아』, 350쪽)

남과 북의 민의를 잘 수렴하는 협력과정, 그리고 시장 논리보다는 양자의 공익적 논리를 존중하는 협력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너무 상식적일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서 각 국가가 민주적 절차를 밟아서 동아시아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럽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실제 과정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이런 원칙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유럽 통합의 위기를 여러 모로 살펴서 교훈을 얻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글은 통일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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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9 / 0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유럽이 잠잠하다. 두 달 전만 해도 세계경제를 금방이라도 위기로 몰아넣을 것처럼 시끄러웠는데 말이다. 정치가와 관료들이 여름 휴가를 갔기 때문이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도 들린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는 유럽 정치가들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위기를 수습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이제는 과연 유럽연합의 통합이 계속 진전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연방국가인 미국의 통합과 유럽의 통합을 비교하고 있다. 단일시장과 단일통화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의 통합은 유사하다. 하지만 유럽이 미국과 다른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연합 차원의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연합 차원의 공공지출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국가를 지원함에 있어서 조건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조건은 개별 국가의 주권을 제약하게 된다. 또한 사실상 채무국에 대한 지원금이 연합정부 차원의 자금이 아니라 개별 국가들이 각출한 자금의 합이다 보니 채권국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인해 유럽의 통합정치가 실현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나마 해결책이 있다면 유럽연합의 기구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유럽연합 기구에 각 국가의 대표들이 모여서 유럽 전체 차원의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위기에 대한 보험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럽연합 회원국의 공동의 이익이라는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는 가운데 더 이상의 통합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장 피사니 페리는 브뤼셀에 위치한 경제정책 싱크탱크 브뢰겔 연구소의 대표이며, 파리 도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유럽연합의 행정부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자문위원이었으며, 프랑스의 국제 경제 연구 기관인 CEPⅡ의 대표이기도 했다.

 

 

유럽, 연방이 될 것인가, 붕괴할 것인가?

(Federalism or Bust of Europe?)

 


2012년 8월 31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

 

유럽 채권시장의 8월은 위기감을 넘어 침묵의 상태였다. 휴가를 떠난 유럽의 정치가들은 지난 몇 달 간의 고민의 시간에서 물러서서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이 될 수 있을까?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갈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뿔뿔이 흩어지고 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단. 생산, 노동, 자본 시장이 대부분 통합되었고, 연방 차원의 예산 편성은 개별 주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혼란을 상쇄했으며, 은행 부문에서의 문제와 같이 기타 주요 위기의 처리에 있어서 연방 정부가 책임을 졌다. 주 정부는 지역에 필요한 공공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지만, 거시경제 안정화에 있어서 실질적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유럽 연합에게 하나의 모형이 되어 준다. 특히 단일화된 시장과 단일통화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유럽은 미국의 모형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무엇보다 먼저 유럽은 연방 차원의 예산이 자리 잡지 못했다. 1970년대 유럽 공공지출을 유럽 GDP의 5~10%에 달하도록 높이고자 했지만 이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오늘날 유럽의 예산은 GDP의 1%에도 미치지 못해 30년 전보다 늘어나지 않았다.

20세기를 거치면서 유럽 연합의 공공지출은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고, 유럽이 통합을 시작했을 때 공공지출은 이미 국가 수준으로 높아졌다. 연방 지출은 매우 중요한데, 국가별 수준에서 유럽 전체 차원으로 전환되어야 했다. 당연히 이러한 변화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최근에 유로존은 회원 국가 사이의 상호 보험 제도를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2010년부터 유로존 사이의 원조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고 사이프러스로 확장되었다. 스페인도 조만간 은행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함께 원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들끼리 서로 돕는 특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연대는 공짜가 아니다. 수혜자는 예산의 책임가 있는 운영을 약속하는 재정 조약을 따라야 하며, 준자동적 제재(이는 유렵연합 차원에서 개별 국가에 제재를 가하기 전에 회원국들의 찬반을 묻는 것이다. 인구와 영향력을 고려한 가중 다수결을 통해 제재 여부에 대해 찬성의 결과가 나오거나 또는 분명한 반대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 - 역자 주)도 뒤따른다. 또한 원조의 수혜자들은 제안된 정책을 시행하고, 정치에 있어서도 외부의 감시를 받아들이도록 요구받는다. 다시 말해 연대의 대가로 주권의 제한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의 회원국 정부와 의회는 여전히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원조 자금이 연방 차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들이 제공한 자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확실히 채권국은 이웃국가의 지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더 많은 힘을 요구한다. 그 결과 통화는 단일화되었지만 유럽의 상태는 미국과 다르다. 단일통화가 오히려 유럽의 각 국가들을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연방 정부는 공동의 위기에 대응하는 방패로서 행동하며 각 주 정부가 곤경에 처했을 때 자동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파산한 주 정부를 구제하거나 주 정부의 자치권을 가져오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는다. 반대로 유럽에서는 전체를 보호하는 방패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곤경에 처한 회원국을 위한 자동적인 지원도 거의 없다. 다만 상황이 더 나은 국가가 조건이 따르는 지원을 하는 정도이다. 따라서 미국은 힘의 집중과 경쟁하지만 유럽은 서로 각각 경쟁한다.

이같은 국가 간 경쟁은 유럽의 통합 정치를 어렵게 만든다. 모든 연방은 중앙 정부와 주 정부 간의 긴장 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웃국가로부터 감시당하고 지시받는 것은 중앙으로부터의 감시와 지시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불쾌하고 두려운 일이다.

현재 유럽의 국가가 겪는 문제의 중요한 이유는 유럽연합 기구의 취약함이다. 유럽연합의 기구는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고, 유럽인들 전체가 책임을 지는 기구여야 한다. 공동의 유럽은 단지 국가 단위의 유권자에 국한된 정부와 의회에 의해 국가적 이익을 계산하는 식으로는 탄생할 수 없다.

유럽이 자신만의 모델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는지 아니면 표준적인 연방 모델 근처에서 오락라가락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해법이라면 유럽 전체의 토론을 소집하고, 각 국가의 대표를 파견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유럽 의회가 책임지는 유럽연합의 기구가 보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환시키는 것이다.

어떤 길을 가든지 앞으로 유럽은 공동의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니면 통합의 길을 유지할 만큼 공동의 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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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2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앞으로 5년 이상의 의미가 있을 18대 대선이 이제 4개월을 채 남겨 놓지 않았다. 지난 20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경선결과 대선후보가 확정됐다. 예상했던 대로 대세론을 등에 업고 83.9%라는 압도적인 경선득표를 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곧이어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경선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장외의 강력한 후보로 인정받고 있는 안철수 원장의 움직임도 더 빨라질 것이다.

첫 대선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는 지난 7월10일 출마선언과 이번의 후보 수락 연설에서 공통적으로 ‘국민행복’을 강조했다. “지금은 국가의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의 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에 국가의 성장과 국민의 행복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액면 그대로 주장을 받아들이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얘기다. 더욱이 국가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해야 했던 박정희시대를 기억하는 우리는, 그 딸이 아버지 시대와는 다른 개념을 들고 나왔으니 반길 일이 아닌가.

그런데 사실 정책 결정자들이 국가 안의 살아있는 국민들을 보면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국가의 경계선을 넘어 지역공동체와 인류를 고려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는 최근 유럽 합중국을 꿈꾸면서 통화통합을 했던 유로공동체에서도 너무 잘 드러난다. 현재 남유럽국가 중에서도 그리스는 유로통화권 탈퇴를 고려해야 할 만큼 경제위기가 심각하고, 스페인이라는 유로 4위의 경제대국은 국가적 구제금융이 임박해 있다. 구제금융에 얼마가 들어갈지, 국채금리 안정화가 될지, 성장률이 회복될지 등 갑론을박이 벌써 3년째를 이어오고 있는 중인데도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런데 막상 그 경제통화권과 그 국가들 안에 살고 있는 국민들과 노동자들의 삶을 살피는 모습은 드물다. 정말 그들의 현실적 삶은 경제위기로 인해 어떻게 돼가고 있을까. 가장 간단한 세 가지 실업지표를 살펴보자. 유로존의 실업률은 2007년 1월의 7.9%에서 올해 5월 11.2%로 높아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독일은 9.4%에서 5.5%로 낮아졌다. 네덜란드의 경우 4.0%에서 5.1%로 약간 높아졌지만 평균의 절반에 그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문제가 되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은 어떤가. 그리스는 같은 기간 8.7%에서 23.1%로, 스페인은 8.2%에서 24.7%로 뛰어 올랐다. 실업률이 3배가 늘어났고 유로 평균의 2배가 넘는다. 두 번째 실업지표인 청년실업을 보면 더욱 극적이다. 같은 기간 독일은 12.6%에서 7.9%로 낮아졌고 네덜란드도 10% 미만이다. 그러나 그리스는 25.5%에서 53.8%, 스페인은 17.6%에서 52.6%로 뛰었다. 그리스와 스페인은 청년의 절반 이상이 공식적인 실업자인 것이다. 하나의 연방을 지향하는 하나의 통화국가들이라고 보기에는 독일·네덜란드 등과 그리스·스페인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더 문제는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과감한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독일 등의 정치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리스와 스페인 국민들에게 더 내핍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1년 이상의 장기 실업률을 보도록 하자. 예상대로 독일은 2007년 4.9%에서 지난해에 2.8%로 줄었고 네덜란드는 1.5%로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런데 4.1%로 장기 실업률이 독일보다 낮았던 그리스는 2011년 8.6%로 뛰었다. 스페인은 2007년 1.7%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그리스보다 높은 8.8%다. 이쯤 되면 도대체 그리스·스페인 노동자와 시민들의 삶이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치권과 유럽 중앙은행·유로집행위원회 등은 그리스와 스페인의 삶이 아니라 채권은행의 손실규모를 따지고 있고 긴축을 통한 부채상환을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와 스페인 시민들에게 유로통화는 무슨 의미가 있으며 유로 합중국의 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계 곳곳에서 유로존 붕괴 여부를 놓고 논쟁하는 것이 부질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다시 우리 자신으로 돌아와 보자.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8.1%가 향후 계층상승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예 모든 국민이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고 산다는 것이다. 그 주된 이유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란다. 더욱이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안정된 삶’과 ‘소득분배의 공평성’을 주요인으로 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행복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는 34개국 가운데 32위로 꼴찌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가장 불행한 우리 국민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반갑기는 하다. 그런데 대통령의 딸로서 보수적 세계에서 단 한발도 나온 적이 없는 박근혜 후보에게 국민의 불행이 과연 어느 정도 공유가 될까. 불행에 대한 공유가 있어야 행복에 대한 진정한 갈구가 함께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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