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의 [잇:북]2012.11.19 11:10

2012 / 11 / 1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 유럽 위기 편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 새사연은 올해 1월부터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번역하고 요약하여 소개하는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유럽연합의 경제 위기에 대해 다룬 7편의 글을 모아 테마북으로 엮었다.

 

[여는 글]

여름을 지나면서 조금 진정되는 듯했던 유럽이 다시 시끄럽다. 11월 14일 유럽노조총연맹(ETUC)의 주도 하에 유럽 23개국에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특히 그동안 재정위기와 긴축재정으로 고통받아온 그리스, 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 시민들의 반응이 격렬하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유럽연합(EU)이 탄생했고, 1999년 단일화페인 유로화가 출범했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들 사이의 커다란 경제력 차이가 존재했고, 이는 무역수지의 과도한 불균형과 금융자본의 쏠림을 가져왔다. 탄탄한 경제력을 가진 독일은 유로존 내의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높은 무역흑자를 올렸고, 그렇게 쌓인 돈은 독일은행을 통해서 그리스나 스페인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자본 흐름은 중단되었고 거품은 급속히 꺼졌다.

거품과 함께 붕괴되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리스나 스페인의 정부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재정위기로 이어지며,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트로이카로 불린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은 구제금융과 함께 해당 국가에 임금삭감과 공무원 감축 등의 내용을 담은 긴축재정안을 요구했다. 물론 이에 대해 해당 국가 국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트로이카가 투자자인 독일이나 프랑스 은행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만 노력한다는 비판, 긴축재정을 강요하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독일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올해 2월 그리스가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네, 못받아들이네 하던 상황, 4월을 넘어서면서 이번에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네, 안하네 하던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세계의 석학들은 유로존 위기의 근본은 정치적, 경제적 통합 없이 진행된 통화통합에 있다고 지적한다. 단일통화를 쓸 경우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경제력 차이에 의한 불균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치정책은 부재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저마다의 입장을 주장하는 개별 국가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유럽연합은 ‘연합’이 되지 못했다. 장 피사니 페리는 이것이 바로 유럽연합과 미합중국과의 차이라고 지적하며, 연합체로서 초기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나눠지지 못한 유럽연합을 비판한다. 대니 로드릭은 결국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연합 역시 개별국가의 주권을 양보하고 유럽연합을 제대로 된 연합체로 만들던지 아니면 주권을 지키는 경제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별국가로 돌아가던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로랑스 투비아나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유럽연합이 유럽 차원의 투자를 주도해나가면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함께 시민들의 삶 또한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교육, 지식,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개선에 필요한 투자에 나서라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에도 적용되는 해법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저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고 있다. 이를 동아시아 공동체 차원에서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서 운용하면 그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세계 경제 침체로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금을 동아시아 내에 투자하여 역내 수출과 소비를 늘림으로써 경기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세계화 시대, 금융위기나 재정위기와 같은 위기는 세계화의 속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를 제어하는 수단과 주체, 이로 인한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이들은 여전히 개별 국가 차원에서 머물고 있다. 국경을 넘는 협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만, 결국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각 국의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세계화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의 협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수연

 

 

[본  문]

◆ 여는 글 -------------------------------------------- 4

◆ 그리스 사태, ECB가 강제적 채무조정 나서야 ---------------- 5
    유럽중앙은행 바로 잡기 / 조셉 스티글리츠

◆ 그리스, 세계 시장과 국민 정치의 갈등 --------------------- 8
    유럽 위기로 보는 세계화의 미래 / 케말 데르비스

◆ 그리스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12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 / 장 피사니 페리

◆ 6월 안에 다가올 그리스 유로 탈퇴, 어떻게 막을까 ----------- 15
    묵시록은 확실히 온다 / 폴 크루그만

◆ 유럽, 녹색 성장으로 탈출하라 --------------------------  20
    녹색 탈출을 준비하라 / 로랑스 투비아나

◆ 유럽이 미국처럼 합중국이 될 수 없는 이유 ----------------  24  
    유럽, 연방이 될 것인가, 붕괴할 것인가? / 장 피사니 페리

◆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주권의 트릴레마 ---------------- 28
    주권에 관한 진실 / 대니 로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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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0김병권

 

“유로존 탈퇴 공포가 긴축정책에 대한 분노를 이겼다.”

지난 17일 그리스 총선 결과를 본 ‘월스트리트 저널’의 평가다. 투표에 참여하는 그리스 시민들의 마음의 일단을 표현하고 있다. 2008년 이후 5년째 이어진 경기후퇴와 2010년 이후 3년째 계속되는 강도 높은 긴축의 악순환으로 더 버티기 어려워진 그리스 시민들의 분노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으로 이어질 것인지 세계가 초조하게 지켜봐야 했다. 아마 그리스 선거 역사상 세계의 관심을 이렇게 끌었던 경우는 없었으리라.

동시에 그리스 시민들의 분노의 폭발을 두려워한 금융시장과 독일 등 유로 핵심 국가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리스인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좌파연합인 시리자(Syriza)를 선택하면 그리스가 마치 즉시 끝장날 것처럼 언론매체들을 동원해 선전했다. 심지어 투표 전날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은 ‘그리스 국민들에게’라는 사설을 싣고 선거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협박해 물의를 일으켰을 정도였다. 좌파연합 시리자는 긴축 재협상을 원했던 것이지, 한 번도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의 집권은 곧 유로존 탈퇴라고 분위기를 몰고 갔다.

어쨌든 금융시장과 유로 중심국들의 협박이 먹혔던지 이변은 없었다. 그리스 유권자들은 60% 미만의 전례 없이 낮은 투표율을 보이며 적지 않게 투표 자체를 포기했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좌파연합 시리자보다 약 3% 정도 더 많은 표를 긴축지지 정당인 신민당에게 줬다. 그러자 온갖 언론들이 "금융시장은 안도했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리스 시민들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취재한 언론은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세계는 여전히 시민이 아니라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유럽 채권시장의 운명이 유럽의 작은 나라 그리스 운명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진정 이번 선거 결과가 그리스 시민들에게 안도할 일인가. 나아가 금융시장과 유로존에게도 안도할 일인가. 선거 전까지 파국을 향해 치닫던 유럽위기가 선거 후에 무엇이 변했는가. 결국 그리스인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안도할 일은 없는 것이 아닌가. 위기의 시계는 계속 작동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버드대학의 케네디스쿨 교수인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총선 전인 1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언(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좌파연합 시리자가 승리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17일 선거에서 시리자가 승리한 후 그리스의 새 정부는 IMF·EU와 맺은 구제금융과 긴축협약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한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기존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금융의 붕괴가 임박한 것을 우려해 그리스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진다. 이번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도움을 거절하고 그리스은행의 현금은 고갈된다. 그리스 정부는 자본유출입 통제에 들어가고 마침내 국내 유동성 공급을 위해 드라크마(drachma) 통화를 부활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자 모든 시선이 스페인에 쏠린다. 독일을 비롯한 유로국가들은 처음에는 스페인의 뱅크런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스페인 정부도 추가적 재정 삭감과 구조개혁을 발표한다. 유로안정기구(ESM)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스페인은 수개월 동안 파산을 면한다. 그러나 스페인 경제는 계속 악화되고 실업률은 30%를 향해 올라간다.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총리의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들로 인해 총리는 재총선을 소집한다. 그의 정부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극도의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총리는 사임한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납세자들이 이미 충분히 도와줬다면서 더 이상의 스페인에 대한 지원을 거절한다. 스페인 상황은 빠르게 뱅크런·금융 붕괴, 그리고 유로 탈퇴로 이어진다.

독일·핀란드·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으로 이뤄진 미니 유로 정상회의가 급히 소집되고 공동통화로서 유로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다른 회원국에 대한 금융압력을 증대시킬 뿐이다. 유로존의 부분적인 와해가 현실화하면서 금융 용심 융해(Meltdown)는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로 확산된다.

그런데 이상의 시나리오가 과연 17일 총선에서 좌파연합 정당이 승리해야만 작동할 것인가. 오히려 현재의 총선 결과가 이 시나리오의 작동을 부채질할 개연성도 있지 않을까. 그리스 총선 직후 스페인 국채금리가 7%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이 가능성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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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1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유럽위기가 또 다시 위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 여파로 하루에 50포인트 이상씩 연속적으로 주가가 추락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도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 중심에 그리스의 채무위기가 있다. 2010년 5월에 1차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만 2년이 지났지만 그리스 채무위기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었고, 2차 구제금융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지난 5월 6일 총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제2당이 된 후 연립정부 구성이 실패하고, 6월 17일로 재총선 실시가 확정되면서 위기는 증폭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스 국민들이 총선을 통해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긴축을 거부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가 긴축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로 4개의 그리스 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전격적으로 차단했다. 그러자 5월 14~15일 동안 그리스 은행에서 12억 유로의 예금이 인출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스의 위기는 이제 마지막 임계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 16일자 기사에서 향후 그리스의 상황은 4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전했다. 첫째는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로서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둘째는 유로 존에 남아있되 유럽이 요구하는 긴축안을 거부하는 것이다. 6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좌파연합도 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는 지난 3월에 유럽과 그리스가 합의한 긴축안을 재협상하는 것인데, 그러자면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 금융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 유럽 전체가 침체에 돌입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마지막은 그리스가 기존 합의대로 긴축을 수행하는 것인데 거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현재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유로 존 탈퇴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뉴욕대학교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 존을 탈퇴하고, 유로 국가들은 이 과정이 질서있게 진행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 루비니 교수는 지난해부터 계속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탈퇴하는 것이 그리스와 유로 존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주장을 해왔다..("Greece should default and abandon the Euro", 파이낸셜 타임즈 2011.9.19) 긴급한 유럽의 상황과 그리스의 운명을 진단해보는데 루비니 교수의 주장은 검토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스는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

(Greece Must Exit)

 

2012년 5월 1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그리스의 비극이 막바지 상황까지 이르렀다. 올해 또는 내년 중에 그리스가 채무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 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6월 17일 2차 총선을 통해 들어선 새 정부가 유로존 탈퇴를 유보한다고 해도 지금까지처럼 긴축과 구조개혁이라는 실패한 정책을 답습한다면, 그리스 경제는 회복되기 어렵다. 그리스는 채무부담의 악순환, 경쟁력 상실, 대외 부채, 그리고 계속 악화되어 가는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다. 이를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질서 있는 디폴트와 유로 존 탈퇴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위원회(EC),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라고 하는 '트로이카(Troika)'가 이 과정을 조정하고 그리스와 나머지 유로 국가에 닥칠 붕괴 충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트로이카의 감독아래 이뤄진 최근의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은 그리스가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 규모였다. 그러나 설사 더 많은 공공부채가 경감되어도, 조속한 경쟁력 회복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리스 경제는 성장 국면으로 되돌아오기 어렵다. 성장 국면으로 되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리스는 더 이상 부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결국 실질 통화가치 절하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가능한 선택은 유로화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것인데, 이는 독일이 워낙 완강하고 ECB도 확장적 통화정책을 공격적으로 시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 두 번째는 임금을 초과하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도록 구조적 개혁을 통해 단위 노동비용을 급격히 줄이는 것인데 역시 가능성이 없다. 독일이 이런 방법으로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10년이 걸렸다. 그리스가 앞으로 10년 동안이나 침체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 세 번째 선택지는 내부적 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라고 부르는 방식인데, 상품가격과 임금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향후 5년 동안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다.

위의 세 가지 방법이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다. 자국통화 드라크마화로 복귀하여 급격한 통화절하를 통해 조속히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제를 성장세로 돌려놓는 것이다.

물론 유로존 탈퇴 과정은 상당한 외상을 남길 것이며, 이는 그리스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로존의 핵심 금융기관들이 겪게 될 자본 손실이다. 그리스 정부와 은행,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유로표시 대외채무도 갑작스럽게 폭등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들은 모두 극복 가능하다. 2001년 아르헨티나도 달러 부채를 페소화(pesofied)시키면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미국도 1933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당시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달러를 69%나 절하시켰다. 그리스도 유로 부채의 드라크마화(drachmatization)가 필요하고 불가피하다.

만약 은행들이 적절하고도 적극적으로 재자본화(recapitalization, 역주 - 화폐 가치나 물가가 변동할 때 그 수준에 맞도록 자본의 화폐표시액을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표시된 가격은 변할지라도 자본의 가치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를 수행한다면, 유로존의 은행들이 겪게 될 자본 손실로 인한 고통은 관리할 수 있다. 그리스 은행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 일시 휴업이나 자본 통제와 같은 임시적인 비상수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무질서한 예금 인출사태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안정기금(EFSF/ESM)은 직접적인 자본공급을 통해 그리스 은행의 재자본화를 수행해야 한다. 유럽 납세자들에게 그리스 은행을 인수인계해주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의 드라크마화로 인해 채권자가 부담하는 손실을 부분적으로 보상해줄 수 있다.

또한 그리스의 공공부채를 구조적으로 조정하여 감축시켜야 한다.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요구할 것은 부채의 액면가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만기를 10년 정도 연장시켜주고 이자를 줄이는 것이다. 이자 지불 유예 선언과 함께 민간 채권자에 대한 추가적인 헤어컷(채무탕감)도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지금보다 실질 GDP가 더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지금의 경기침체 상태에서는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부채의 실질 가치는 증가한다. (이를 부채 디플레이션이라 한다.) 하지만 유로존 탈퇴는 장기침체를 겪지 않고도 통화 가치 하락을 통한 즉각적인 경제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 드라크마화로 인해 유로존 내에서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무역 손실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유로존 GDP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로화에서 드라크마화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것 이상의 환율 하락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고 대외 부채가 드라크마화 되면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환율이 오버슈팅(일시적 급등)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본통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다른 국가들도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역시 적절하지 않다. 다른 주변 국가들은 이미 그리스와 같은 심각한 부채를 문제를 갖고 있으며,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그러한 예로 포르투갈을 들 수 있는데, 마침내는 부채를 구조조정하고 유로존을 탈퇴할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같은 경우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여부와 관계없이 유럽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IMF와 ESM, ECB의 유동성은 유로존내의 문제가 되는 모든 국가와 은행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스가 어떻게 되는지와 상관없이 유로존의 은행들은 조속한 재자본화를 필요로 한다. 유럽연합의 직접적인 자본 개입을 통한 광범위한 해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아이슬란드의 경험과 지난 20년 동안 많은 신흥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명목 통화가치 절하와 대외 부채에 대한 질서있는 구조조정과 감축은 경제의 지속성, 경쟁력, 성장을 가져왔다. 이런 경우들처럼 그리스 역시 유로존 탈퇴가 가져오는 부수적 피해를 감수하며 회복되어야 한다.

지금은 이혼을 피할 수 없는 불행한 결혼과 같다. 결국 양쪽 모두에게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 이별이 되도록 규칙을 잘 세워야 한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질서있게 진행된다 해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서히 무질서하게 그리스 경제와 사회가 붕괴되는 것이 훨씬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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