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7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미친 기름값'은 누구의 책임인가?

어떤 신문이 아예 대놓고 ‘미친 기름값’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요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전국 평균 2,000원에 육박해서 사상 최고치를 위협하고 있다. 해당 기사가 나왔던 2월 13일에 ‘정유업계의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4대 정유업체의 작년 매출액을 다 합쳐 보니 무려 200조 원 가량이다. 이 두 기사를 보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이 많지 않았을까? 특히 차량으로 먹고 사시는 분들이 느낄 박탈감이 떠오른다.

얼핏 보면 둘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기름값이 오르는 것은 마진이 줄어든 주유소의 자구책에서 비롯되었고 작년에 정유업계의 실적이 좋았던 것은 유례없는 수출 호황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소매업주인 주유소와 수출대기업인 정유업계가 각자 나름 노력해 온 자연스런 결과로 해석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석유에 얽힌 가격과 수익결정 구조를 보면 우리는 정유업계의 책임을 보다 강화해야 함을 알 수 있다. 몇 가지 사실을 되새겨 보자.

첫째, 정유업계는 담합을 통해 도매 가격을 독점적으로 결정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도매가가 떨어져야 소매가도 떨어질 수 있다. 정부가 폭등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펼친 대표적인 정책은 이른바 ‘알뜰주유소’ 정책이다. 경쟁을 통해 기름값 하락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정유업계에 대한 압박은 전제되지 않았다. 시장을 독점한 4대 정유업체가 매년 담합을 통해 도매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는 시늉을 보이긴 하지만 실효성은 없다. 정유업체는 돌아가면서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하는데 이른바 ‘자진신고자 감면제’를 이용해 과징금을 면제받는 수법을 사용한다.

둘째, 정유업계는 원유 가격이 상승해도 생각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한국의 정유제품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수송용 연료는 세계 최고의 환경 기준을 자랑한다. 이런 경쟁력은 세계 6위의 설비능력과 수출규모로 증명된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선진국들이 휘청하고 선진국들의 정유시설이 노후화됨에 따라 석유제품의 수출 전망은 한마디로 ‘장밋빛’ 그 자체이다. 원유 가격이 상승한다 해도 수출이 워낙 호황이다 보니 정유업계는 크게 걱정할 바가 아니다.

셋째, 원유 수입량의 상당 부분은 정유업계에 의해 그대로 수출된다.

원유 수입량의 약 1/4은 그대로 수출된다. (석유제품 수출금액은 원유 수입액의 약 1/2) 한국에서 원유 수입의 최대 큰 손이 정유업계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유업체의 수출량은 한국의 원유 도입원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유 도입원가 급등의 부담을 오로지 주유소와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유가 급등 시에는 충격을 일정하게 흡수해 주는 최소한의 책임 정도는 져 주어야 한다고 본다.

주유소와 국민들이 기름값 폭등에 근심이 늘어가도 정유업계는 언제나 국제유가에 그 책임을 돌린다. 그러나 대규모 원유도입은 최소 수 개월에서 최대 수 년의 장기거래가 기본이다. 정유업체는 거대 구매력을 바탕으로 유가 급등의 위험을 회피하는 한편, 주유소 운영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또 한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정유업계는 유가 급등의 부담을 사회에 전가시킬 수 있는 구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엄연한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

※ 이 글은 여성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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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8.07 10:10

미, 석유 가격 조작 회사 고소

지난 7월 24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옵티버 홀딩(Optiver Holding)이라는 회사를 석유 가격 조작 혐의로 고소했다. 에너지시장에서의 투기거래에 대한 조사가 실시된 후 적발된 첫 사례다. 옵티버 홀딩은 두 개의 자회사와 세 명의 트레이더를 시켜 원유선물시장이 마감되기 직전에 막대한 양을 사들여 지금까지 종가폭발(bang the close)을 유도했음이 드러났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자국에서 생산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를 안보상 전략물자로 정해 해외에서의 거래와 투기를 막는 정책을 펼쳐왔다. 석유 선물거래는 1982년 이후 뉴욕상품거래소(NYMEX) 등의 제한된 장소에서 CFTC의 규제 아래 선물과 옵션의 거래량이 엄격히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이른바 ‘상품선물현대화법’이 통과되면서 구멍이 뚫리게 되었다.

상품선물현대화법은 대형 전문 투자자들에게는 해외에서의 전자 거래와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고 CFTC의 감시를 면제시켜, 사실상 불투명한 투기를 양산시켰다. 2002년 당시 세계 7위의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사는 로비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대 규모의 회계 부정으로 몰락하였고, 후에 이 법안의 투기거래 구멍을 ‘엔론루프홀(Enron Loophole)’라 부르게 되었다.

에너지 투기거래의 구멍 '엔론 루프홀'

올해에만 벌써 40차례 가까이 열린 상원 청문회의 증언에 따르면, 대규모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이 엔론루프홀을 이용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엔론루프홀을 “경찰도 없고 속도제한도 없는 고속도로”라 표현한다.

올해 CFTC의 조사로 투기적 요소가 유가상승에 약 70%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골드만 삭스와 같은 거대 투자은행들, 엑슨모빌과 같은 거대 에너지기업들이 부도덕한 거래행위를 주도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런던석유시장(ICE)을 이용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선물시장인 ICE도 투기거래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이다.

NYMEX와 ICE의 선물가격은 세계 유가를 사실상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예컨대, 러시아와 노르웨이와 같은 비OPEC의 주요 산유국들은 이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자국에서 생산된 원유가격의 기준으로 삼는다. 세 번째로 큰 석유거래소인 DME(두바이상품거래소)도 뉴욕과 런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투기거래 주춤하자 유가 하락

투기거래 문제를 오래전부터 지적해왔던 경제학자 엥달(F. William Engdahl)은 주요 인사가 겸직을 해 사실상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엥달의 표현에 따르면 DME는 NYMEX의 ‘딸’쯤에 해당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2003년 이후 기록적인 유가 급상승의 배경에는 금융자본의 투기행위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유가가 들썩이면 주요 원인으로 설명되던 ‘수급불안’이나 ‘지정학적 위기’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7월 첫 주에 145달러까지 돌파했던 유가가 최근 5주 연속 하락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최근 유가 하락세는 그 역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최근 미국의 의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투기거래 규제 움직임의 영향으로 이해된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연일 엔론루프홀의 완전폐지를 정책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상원은 15개의 규제 관련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부도덕한 자본은 규제로 막아야

앞으로 석달 남짓 남은 미국 대선이 끝나기까지 투기규제의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올 하반기에는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함께 급등했던 원자재와 곡물의 가격도 최근 유가와 비슷한 폭락세를 겪고 있다. 이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 될 것인가?

2006년에도 미국에서 투기거래제한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했으나, 부시 정부와 의원들의 소극적 태도, 에너지 금융기업들의 로비로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아직 섣부른 장담을 하기는 어려우나, 이번에는 규제법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 높다. 투기 자본이 만들어 놓은 후과-스태그플레이션-가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확대되어 미국 정치권도 어쩔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투자 자본과 투기 자본을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들이 많다. 자본은 언제나 가장 손쉽고 자유롭게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생활인의 입장에서는 부도덕한 자본을 가려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따라서 그에 대한 규제도 항상 필요하다.

 이상동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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