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 03 / 04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불붙고 있는 혁명의 기운이 전 세계에 ‘3차오일 쇼크’의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실각하자마자 또 한명의 세계 최장기 권력자인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도 위태위태하다.

 

이집트가 서방 세계의 아프리카 통로로 기능해 온 것과는 달리 리비아는 오랜 반미, 반이스라엘 노선을 걸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미국이 대통령궁을 폭격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의 카다피는 축출되기는커녕 오히려 권력기반이 강화되어 왔다. 냉전 시대 제국주의 국가들이 카다피를 축출하는 데 실패했던 것은 리비아 민중의 지지와 함께 세계 8위의 원유생산 국가라는 지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카다피는 어느새 민중의 영웅에서 민중의 적이 되어 있고, 그의 앞날은 또다시 민중혁명의 기운과 ‘석유’에 맡겨질 전망이다.

 

리비아에서 민중 학살이 일어나면서 서방국가들은 하나 둘 ‘카다피의 석유’를 포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주판알이 튕겨진다.

 

세계적인 시장전망기관으로 성장한 노무라 연구소는 발빠르게 유가가 배럴당 220달러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배럴당 220달러는 전 세계에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몰고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게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원유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최근 금융시장 플레이어들의 ‘유가 급등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고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1. 유가 200달러 시나리오

 

유가 급등 시나리오는 중동·북아프리카 산유국의 생산 감소 또는 중단으로부터 시작된다. 리비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58 백만 bbl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1.8%를 차지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원유 수급 상황은 일일 백만 배럴 안팎에서 거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과잉 공급과 과소 공급으로 인한 가격 급락 혹은 수요 급락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비아가 원유 생산을 중단했을 경우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 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220달러까지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는 일부 금융시장의 시나리오는 이번 위기가 지난 1990-91년 걸프 전쟁 경험을 대입한 것이다.

 

당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연이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유가는 전쟁 전에 비해 최고 130% 상승하였고 잉여 생산능력은 전 세계 수요의 2.3% 수준까지로 급락하였다.

 

현 시기에 유가가 200달러를 돌파하려면 여기에 더해 몇 가지 부가적인 조건들이 시나리오에 추가되어야 한다. 부가조건이라 이라 함은 첫째, 정정불안이 리비아에서 인접 산유국인 알제리까지로 확대된다는 것과 둘째, 혼란스러운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최소 수 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것 등을 말한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가 유가급등을 가로막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전반기에 150달러 수준 가까이 치솟았던 유가는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에 돌입한 하반기에 4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다.

 

2. 국제 원유 수급 불균형 전망

 

앞서 언급한 바대로 리비아는 일일 원유 생산량이 1.58 백만 bbl이며, 서방에 의해 그 다음으로 지목되고 있는 산유국인 알제리는 1.30 백만 bbl이다. 이들 국가가 원유 생산을 중단한다면 일차적으로 약 2.88백만 bbl의 원유 생산이 감소함으로써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이차적으로 OPEC의 잉여 생산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수급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향후 유가의 움직임은 1) 중동,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이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 2) 이로 인해 실질적인 생산 감소는 얼마나 일어날 것인지 3) 생산 감소에 다른 국가들이 얼마나 이를 보충할 것인지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고 할 것이다.

 

공식적인 수치상으로만 보자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잉여생산능력은 리비아와 알제리의 생산량을 합한 것을 능가한다. 사우디는 2011년 1월 현재 약 3.5 백만 bbl의 잉여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우디를 비롯한 다른 OPEC 국가들이 생산량을 늘린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유가의 급등은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생산시설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우디의 잉여 생산능력은 한 달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된다.

 

지난 주 OECD 국가들은 비축유를 방출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수급상황의 악화가 유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겠다.

 

현재 OECD 국가들의 석유재고량은 약 50~60일 분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재고 수준은 최근 5년 이내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소비국들이 동조하여 재고 수준을 다소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유가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3. 시장 시스템이 오일 쇼크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현재 국제 원유시장은 걸프 전쟁 당시와는 크게 달라져 있다. 1990-91년 당시는 1986년 경 OPEC의 가격통제 시스템이 붕괴되고 이른바 ‘시장결정 시스템’으로 변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2011년 현재 ‘시장결정 시스템’에는 금융시장의 투기적 수요가 매우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2008년 유가급등 (이른바 ‘슈퍼 스파이크’)도 그 원인이 ‘원유시장의 금융 전염’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금융위기의 혼란스런 시기를 제외하면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유가의 상승과 비상업적 포지션(non-commercial position)의 매수량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비상업적 포지션이란 실물 거래가 아닌 주로 선물시장에서의 거래를 의미한다. 이 거래에는 실제 소비자, 판매자들이 헤지를 위해 참여하기도 하지만, 투자은행들이 자신들의 파생상품 판매를 위해 참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각종 펀드들이 기축통화에 대한 대체자산 보유를 위해 참여하기도 한다. 비상업적 포지션은 실제 원유 인도분의 최소 수십 배에 달하며 현물 가의 변동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원유에 대한 금융투기는 이른바 장외거래(OTC)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거래 행위가 당국에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그 양과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2006년에 미국 상원 조사위원회는 석유시장의 거래의 60%를 ‘순수한 투기’로 보고한 바 있다.

 

4. 한국 정부는 환율을 어찌할 것인가?

 

한국은 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우리의 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부 말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이외에는 없는 것일까? 국민들에게 캠페인을 펼치기에 앞서 환율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과 2010년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지역 불안 이전에 유가가 상승국면에 들어서 있었던 셈이다. 이 두 해 동안 WTI 가격은 각각 배럴당 34.76 달러, 12.02 달러 상승했다. 2008년 최고점과는 아직 격차가 있으나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가급등의 위기감이 반감된 것은 이 기간에 원화가 강세를 띠면서 유가급등의 효과를 다소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정부는 더 이상의 원화 강세를 용인하기 어려워 1100원대 수준에서 환율을 묶어두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더 피하고 싶은 것이다.

 

자, 이제 리비아발 태풍이 몰아닥치면 어찌할 것인가? 거칠게 말해서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보면 원화 절상의 여지는 앞으로도 약 20% 정도는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유가 급등의 영향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어쨌든 환율정책은 언제나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동반하게 되므로 고도의 정책적 판단과 세밀한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완전 개방화, 자유화된 한국 외환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서 환율정책을 펼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정책과 외환통제, 그 중요성은 금융위기가 잦아든 지금에도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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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2.24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아프리카, 중동의 민중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정치권력이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이들 지역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이나 정보 전달을 받지 못한 탓에 시대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다소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런 와중에 한국과 서방의 언론이 가장 크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무래도 유가의 움직임이 되고 있다. 깊은 이해(理解)에 앞서 당장의 이해(利害)를 따지는 것을 당연한 인간의 속성이라 해야 할까?

 

어쨌든 유가의 변동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까닭에 이를 잘 따져보는 것이야 나무랄 바가 아니다. 하지만 은근히 민중들이 시위를 자제해야만 유가가 떨어질텐데라는 식은 곤란하다. 이기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자칫 모든 책임을 민중들에게 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국제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민중들이 아니다. 유가상승의 책임은 원유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자들에게 일차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 복잡한 가격 결정시스템을 다 들여다 볼 수는 없겠으나 몇 가지만 확인해 보자.

 

유가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투기 수요’

 

산유국 민중들의 시위가 없었을 때에도 국제 원유 가격이 급변하는 경험은 숱하게 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2008년에 미국서부텍사스산 중질유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기록한 바도 있으며 2010년 하반기부터 유가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급변동은 원유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자산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석유시장이 ‘금융화’되었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이른바 수요-공급의 토대에서 벗어나 자산보유, 달러대체, 그리고 투기 등의 목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아직 명백하게 정설로 굳어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은 석유시장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1986년 OPEC에 의해 정책적으로 가격이 결정되던 시대가 끝나자, 원유 가격 결정은 이른바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는 1950년대까지 초국적 석유메이저 기업들이 완전히 전세계 원유가격을 통제했었고 1970~80년대에는 OPEC이 가격을 통제한 바 있다. 이들과 구분짓기 위해 현재의 가격 결정 시스템을 ‘시장 시스템’이라 부르는데 실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명칭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가격 결정 시스템은 지극히 복잡하며, 따라서 그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과정을 생략하고 TV에 나오는 원유가격 지표만을 보게 되면 이해관계자가 누군지를 알 수 없게 된다.

 

원유는 ‘경매’로 판매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이제 110달러가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그 가격에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구나. 하지만 이런 인식은 절반의 진실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원유는 ‘아는 사람’끼리 일대일로 거래되며 장기 계약이 기본이다. 원유는 청과물 도매시장의 경매처럼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구매자가 매일매일 가격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계약 시기는 일반적으로 최소 한달, 보통은 2년 이전에 이루어지며, 이 때 지표 유가를 참고로 하여 판매자(보통 산유국 국영기업)와 구매자(보통 소비국 사적기업)가 일대일로 가격 협상을 하게 된다. 지표 유가는 참고로 삼는 것이며 진짜 계약가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계약 가격은 보통 원유의 질, 인도 방식, 구매량, 불량 발생 때의 처리 방법 등을 모두 고려하여 기준 가격에 프리미엄이나 디스카운트를 얹는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여기서 기준 가격은 원유의 품질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방식에서는 매일매일 유가가 급변한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수입가격 부담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정유회사들이 지표 유가가 올랐다고 바로바로 휘발유 가격을 올리는 것을 보고 필자는 독점기업의 횡포를 의심한다. 실제로 원유 가격은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유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기초 재화로써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정부와 독점기업에 도입단가 공개를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과점 기업에 의한 국제 원유 가격 평가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앞서 언급한 원유의 기준 가격은 소수의 기업(oil pricing reporting agencies)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압도적인 전문성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기준 가격 평가를 독과점한다. 원유 거래시장이 워낙 불투명하고 참여자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제3의 가격 평가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기업마다 평가기준이 다르고 소수 기업이 지나치게 권력을 가지는 것은 비판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원유의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기준 가격을 절대적으로 참고하기 때문이다. 미국 월가의 신용평가회사들이 최근 금융위기의 버블을 증폭시킨 것처럼 이들 석유 가격평가회사들도 유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유가는 이상의 실물 거래 가격이 아니다. 3대 지표 유종인 미국텍사스산중질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두바이유의 가격은 실제로는 선물, 옵션, 스왑 등으로 거래되는 (파생)금융상품의 가격을 지수화해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금융참가자들의 복잡한 이익구조가 개입되어 실물가격을 왜곡시키거나 혹은 교정하고 있다.

 

원유는 전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재화이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도 에너지 가격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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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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