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3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아베노믹스, 엔저현상 지속될 전망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이 무제한적(open-ended)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엔화는 지난 해 1078엔 대에서 현재 94엔을 넘어서 20% 가량 평가절하 되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1160원까지 떨어져 원화가치는 엔화에 비해 25% 정도 평가절상 되었다 

이번 주 개최되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해서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겠지만,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 해 9월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각각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실시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한 물가안정목표치 상향(2%) 또한 통상적인 통화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나무랄 수도 없다. 따라서 유럽발 재정위기가 재발되지 않는 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 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엔화 약세는 긴축정책을 지속하면서 오직 수출증대에만 목을 매고 있는 유로지역의 경기회복에도 타격이지만,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과도한 수출의존의 우리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지난 해 4분기 국내 상장기업의 실적 쇼크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자본유출입 규제 강화하고 과도한 수출의존 성장전략 수정할 때 

한편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건전성 부담금과 선물환 포지션 등 일련의 자본유출입 규제가 실시되었다. 그동안 국제적인 자본자유화를 설파했던 IMF도 최근 집행이사회에서 승인된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의 자본유출입 규제를 전향적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급격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대외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자본유출입 규제를 더욱 강화할 시점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외환투기의 온상인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대한 규제가 조속히 실시되어야 한다.

특히 파생상품과 외환거래에 적용되는 금융거래세는 거래비용 증가로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생산적 투자활동으로 자원을 이전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자산 가격 및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로 금융 및 재정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주 낮은 세율에도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재정수입을 올려 복지지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취임을 앞둔 박근혜 정부는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로드맵을 향후 제출할 국정운영 청사진에 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부자 및 재벌증세에는 입을 닫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복지지출 재원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금융거래세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수출중심 성장전략 또한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주기적인 외환시장 불안은 원화 약세로 오히려 대기업의 수출경쟁력은 강화된다. 그러나 원화의 지나친 평가절상은 수출경쟁력 약화로 과도한 수출의존 경제체제에서 불가피하게 성장률 하락과 경기침체를 수반하게 된다 

즉 한국경제의 외환시장 불안은 수출대기업과 외환시장 투기세력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국민경제에 긍정적 효과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외환시장 불안 해소와 수출의존 성장전략 탈피,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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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4 / 16 새사연

자본 유출입 규제가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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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정책의 전환.

2. 왜 자본유출입 규제가 필요한가.

3. MB정부의 유일한 성과 외환 거시건전성 부담금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1. 2008년 금융위기 후 금융정책의 전환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는 개발도상국에 대해서 자본시장 자유화를 핵심 개혁정책으로 제시하였다. 한국경제도 1991년 8월 31일 ‘외환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여 자본 및 외환시장 자유화를 실시했고, 1992년부터 외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 증권 및 채권 시장에 본격적으로 유입되었다. 이후 김영삼 정권 하에서 세계화가 추진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되는 등 자본시장 자유화와 규제 완화 조치가 더욱 급격히 진행되었다. 구제금융에 대한 대가로 IMF가 요구한 것이었다.
 

그 결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자본수지 변동은 역사상 최고조에 달했다. 해외로의 자본유출이 GDP 대비 무려 49.5%에 달했다. 유입된 자본을 고려해도 2008년 4사분기에만 GDP 대비 23.2%의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환율은 폭등하고 주가는 폭락했다. 은행들은 해외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위기에 봉착했다. 그런데 2008년 11월 말 미국과 달러스왑 계약을 체결한 후 일시적으로 안정되었지만, 2009년 초 서브프라임 위기가 심화되자 환율이 다시 폭락하는 사태를 경험하였다. 자본이 급격하게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국내 경제는 널뛰기를 했다.

이런 환율 변동성은 1997년 이후 뚜렷이 확대되다가 2008년 급격히 심해졌다. 전일대비 환율 변동률을 살펴보면 1997년 이전에는 0.21%이다가 1997년 변동환율제가 실시되면서 0.37%로 심해졌다. 2008년 9월에서 2009년 3월까지는 1.69%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G20 국가 중 브라질, 남아공에 이어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아세안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대만이나 말레이시아보다는 4배나 높고, 태국이나 필리핀보다는 2~3배 높다.

IMF는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한 대비책으로 경상수지 흑자나 외국자본 유입을 통한 외환보유고 축적을 권장했다. 외환을 쌓아두었다가 푸는 방법으로 급격한 유출에 대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우리의 경험은 외환보유고 축적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200억 달러에서 2008년에는 2600억 달러로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GDP의 30%가 넘는 막대한 금액으로 3개월 수입금액은 물론 1년 미만의 대외부채 총액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그러나 2008년 2사분기에서 4사분기까지 외환보유액 630억 달러를 방출했음에도 급격한 원화가치 폭락을 막을 수 없었다. 일평균 외환 거래 규모가 400억 달러에 달하고, 4사분기에만 일시에 500억 달러 가량 외국인의 자본유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강조한 IMF의 잘못된 판단을 충실히 따랐다. 외환보유고 축적을 위해 수출주도 성장정책을 강화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고환율을 유지했다. 자본시장도 더욱 개방했다. 그 결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모두 흑자를 기록하여 막대한 외환보유고는 쌓였지만, 동시에 금융 불안과 부실 확대를 얻었다. IMF의 신자유주의와 이명박 정부의 신중상주의가 만나 이루어진 것이 지금의 한국경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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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0.06.22 11:08
한국 정부, 외국자본 통제에 눈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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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물환 규제안 내용


정부는 6월 14일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얼마 전부터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전해져 시장에는 이미 선 반영되었기 때문에, 발표 이후 시장의 동요는 없었다. 금융·자산 시장에서 규제안이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졌던 또 다른 이유는 그 내용이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억제하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까지도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는 절대로 안 된다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한계가 많다. 정부의 규제안은 기존의 자본자유화의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 문제만 부분적으로 손대고 있다. 규제 규모가 현재 시장의 거래량을 거의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이어서, “유출입 완화”란 의미가 무색하다.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외국은행 지점의 선물환포지션 한도 신설

2009년 11월부터 발표된 금융회사의 외환건전성 제고 및 감독 강화 방안에는 외국 은행 지점에 대한 규제는 빠져 있었는데, 이번에 발표된 변동성 완화방안은 규제의 범위에 외국은행 지점까지 포함하면서 몇 가지 규제의 내용을 강화하였다. 종전에는 선물과 현물의 종합포지션을 기준으로 국내은행만 자기자본대비 50퍼센트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에는 선물환포지션을 따로 분리하여 한도를 정해 현물과 선물의 매수-매도 포지션이 상쇄됨으로써 규제가 유명무실해지는 문제를 보완하였다. 이번 규제안은 국내은행, 증권, 종금사의 경우 선물환포지션이 전달 기준 자기자본의 50퍼센트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국내은행의 경우 선물환 거래의 개념에 선물뿐만 아니라, 통화스와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등 통화관련 모든 파생상품이 포함된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은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250퍼센트로 정하였다.

해외사용 용도로만 외화대출 제한

지금까지는 시설자금에 대해서는 국산시설을 구매하는 경우 기업이 은행에서 외화를 대출받을 수 있었다. 원화대출로 대체가 가능한데도 외화대출을 허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외화수요를 유발하였고, 자본유입 확대에 기여하였다. 금융 위기와 함께 급격한 환율변동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앞으로는 시설자금 용도로도 국내에서 신규로 외화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중소 제조업의 대해서는 국내시설 자금 용도로 외화대출을 일부 허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외환건전성 감독 강화

수출기업의 선물환 거래한도를 실물거래의 125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낮추었다. 기업이 필요이상의 선물을 거래해 생기는 외화차입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비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단기자금을 줄이고 중장기 자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중장기 외화자금관리 비율을 현재 90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2. 외국 은행 지점의 역할과 비중

이번 규제안의 핵심은 외국 은행 지점까지 포함할 수 있게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 외환시장에서 외국 은행 지점의 비중이 매우 컸으나, 지금까지 그 어떤 규제책도 그들은 제외하고 있었다. 그들의 역할과 비중을 살펴보자.

[그림1] 외국 외환시장의 기본 메커니즘

외환시장의 관계자들은 2000년대에 찾아온 한국 조선업의 호황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발생한 한국 외환시장의 ‘붕괴’의 한 원인이라고 말하곤 한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외환시장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그들의 말뜻을 알 수 있다.

그림1을 보고 설명하자면, 조선업체 A가 수주를 하게 되면 계약금을 받고, 이후 몇 차례로 나누어 중도금과 잔금을 받는다. 계약과 배를 인도하고 최종 잔금을 받는 기간이 수년에 이르기 때문에, A기업은 그 사이 환율의 변동으로 인해 손실을 볼 가능성을 피하고 싶어 한다.

환차손을 헷지하고 싶은 기업을 상대로 은행들은 선물환 거래를 권한다. 기업A는 선물환을 매도하고, 은행은 선물환을 매수해 준다. 선물환 매수를 원하는 상대자가 있어 매수-매도가 상쇄되면 괜찮지만, 상쇄되지 않을 경우 중개자로서 은행은 자신들이 떠안을 수 있는 위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외화 자금시장에서 차입을 한 후 현물 시장에서 매도한다. 은행은 원화로 전환된 돈을 원화자금 시장에 투자한다. 시간이 흘러 기업의 선물환 매도계약 만기가 되면, 은행은 투자한 원화자금을 회수해서 계약조건 대로 A기업에 돈을 지불하고, A기업에서 받은 외화를 가지고 외화자금시장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는다.

2000년대의 조선업의 호황으로 기업의 선물환 매매 수요가 증폭했고, 이에 따라 외화차입 시장도 크게 확대되었다. 차입금은 대부분 단기 자금으로 이루어졌는데, 세계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을 ‘붕괴’시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총외채 증가액은 1935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50퍼센트 정도가 국내은행과 외국 은행 지점의 선물환 매매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선물환 매매에 유입된 차입금의 상당 부분을 외국 은행 지점이 담당해 왔다.

[그림2] 외화 차입금 규모와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
출처: 한국은행

그림2는 금융위기 이전의 차입금 시장의 변화와 이 시장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2006년 1분기에 국내 외화 차입금은 857억 달러였는데,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이 2008년 3분기 차입금은 1,882억 달러로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외화차입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2004년 3분기 61퍼센트에서 2008년 3분기 85퍼센트로 24퍼센트 증가하였다.

[표1] 은행의 외환거래량과 외은지점 비중(단위: 억 달러)
출처: 한국은행

표1은 국내은행과 외국 은행 지점의 외환거래량과 그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다소 변화는 있지만 외국은행 지점이 외환거래량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외국은행 지점은 그동안 정부의 관리대상에서 빠져있었다.

3. 정부대책의 효과?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는 일단 환영할 수 있지만, 이번 규제안이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간다.

4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선물환포지션은 자기자본의 15.6퍼센트 수준이고, 외국 은행 지점의 경우에는 301.2퍼센트라고 한다(경향신문, “선물환 거래 외화대출 제한키로”, 2010.06.13). 새 규제안에 따르면 외국 은행 지점의 경우 자기자본의 50퍼센트 정도를 축소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말 외국 은행 지점의 자기자본은 약 9조 원이다. 따라서 외국 은행이 축소해야 하는 선물환포지션 규모는 약 4.5조 원 가량이다.

하지만 국내은행의 경우 선물환포지션의 비율이 규제한도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 은행의 축소분이 국내은행에 의해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손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수출기업과 맺는 선물환 거래는 1년을 초과하는 중장기적 계약이지만, 외국 은행 지점을 통해 차입하는 외화의 경우 3개월 미만의 단기 자금들이다. 따라서 외국 은행 지점의 단기채무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고, 국내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그림3을 보면, 2004년 1분기부터 2010년 1분기까지 6년 동안 국내은행의 평균 단기채무비율은 48퍼센트였던 반면, 외국 은행 지점은 93퍼센트였다.

[그림3] 은행의 단기 채무 비중
출처: 한국은행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대량의 단기 차입금이 대출연장을 하지 않고 한꺼번에 유출되기 때문에 외환시장이 붕괴하고, 증권시장이 폭락하게 된다. 외국 은행 지점이 단기외채에 의존하여 영업하는 것을 개선하지 않으면, 자기자본 대비 비율로 선물환포지션 규모를 규제하는 것이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규제안에는 증권투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외국인들이 현재 한국 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그들의 매매 패턴에 따라 한국의 주식, 채권, 외환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 되었지만 정부는 이번 규제안을 설명하면서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규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림4] 외국인 순매수와 증권, 외환시장의 변동
출처: 한국은행

그림4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매 패턴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좌지우지 되고, 외환시장이 연동되어 움직인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증권시장에 투자되는 외국자본에 대한 적절한 규제책 없이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과 유럽의 G20회원국들은 금융체제(architecture of finance)의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금융체제의 중심적 패러다임을 변경하고 체제 전체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우리 정부는 기존의 금융자유화, 자본시장 개방, 은행의 거대화 담론을 그대로 유지한 채 부분적으로 규제책을 도입하는 시늉을 내고 있다. 진지하게 종합적인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세계경제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 더 단기적으로, 전 세계적인 재정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끝나지 않은 세계적 위기가 다시 덮쳐왔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또 다시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박형준 hjpark@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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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06.11 17:13
적정 외환보유고 논쟁에 부쳐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외환시장 충격이 주는 막대한 영향

금융위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환율이 1,200원 수준에서 안정되어 급격한 불안정성이 잦아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9년 1월초 기준으로 2,012억 달러였던 외환보유고가 수개월 동안 이어진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투자 증가세에 힘입어 2009년 5월말 기준 2,267억 달러 이상으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회에 다시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확보해 두자는 것이다.

지난 5월 28일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이 "경상수입액과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액 등을 감안해 볼 때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 정도 돼야 위기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외환보유액을 1,000억 달러 이상 늘리자는 주장과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에 정부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관망하고 있다.

사실 주식시장, 대출시장, 채권시장과 달리 외환시장은 주로 은행들이나 해외 금융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금융시장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에게는 상당히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겪은 기억이 뚜렷한 우리 국민들에게 외환시장의 불안정성과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주요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걱정이 괜한 기우가 아님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09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급격히 확산되자 한국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외환시장이었다. 1,100원대를 오가던 환율이 순식간에 1,500원 선을 넘었는가 하면, 외환보유고는 2008년 9월 2,400억 달러였던 외환보유고가 3개월 만에 2,000억 달러에 턱걸이를 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300억 달러 한미 통화스왑이 없었다면 2,000억 달러마저 무너졌을 것은 분명하다.

외환위기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외환지불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고, 외신들은 잇달아 국내 시중은행발 외환위기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으며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내려가면서 위기는 증폭되었다. 1997년 이후 엄청난 기회비용을 감수하며 축적해왔던 세계 5위 규모의 막대한 외환보유고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단지 외환지불능력 문제만 터져나왔던 것은 아니다. 환율 폭등으로 글로벌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수입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외환관련 파생상품 손실이나 외환헤지손실은 곳곳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었던 KIKO와 환변동보험 상품에 의한 기업손실이 총 5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자본시장연구원, “세계 외환시장의 최근 흐름과 국내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시사점”, 2009.5).

GM대우는 2008년 자동차 판매 영업이익으로 2,300억 원을 남겼음에도, 외환 손실이 1조 원을 넘겨 큰 손해를 봤다는 회계결과도 발표한 바 있다. 2009년 들어 무역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후 자본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본 것도 외환 파생상품 손실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결과이기도 하다.

외환보유고는 얼마나 쌓아야 안심할 수 있을까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 통화가 고작 0.5퍼센트 수준의 중요도 밖에 안되는 실정에서 우리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처하면서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외환시장과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축적해야 한다고 여겨왔다. 그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은 외환보유고를 쌓는 일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은 이 문제를 거의 사활을 건 과제처럼 다뤄왔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때 100억 달러도 안 되었던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2001년 9월 기준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05년 2월에는 다시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때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업체에게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었다. 한때 외환보유고가 너무 많다며 외환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투자를 촉진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던 적도 있었다. 당시 환율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끌어올리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는 실제적인 시장개입을 하기도 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2008년 3월 외환보유고는 2,642억 달러로 최고 수준에 도달해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에 이어 5위에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외환보유고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환율은 올라갔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직후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2,400억 달러를 넘겼지만, 급격한 외환시장의 불안과 환율 폭등은 막지 못했다. 결국 “최후 지불수단이 2,400억 달러나 있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외환 보유고) 수준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최근 몇 달 동안의 경험이었다.”는 평가가 나올만 했던 것이다(금융연구원, “외환보유액과 원화의 위상”, 2009.3.)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3개월 수입물량 지급대금 정도의 외환보유고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3개월분 수입결재 대금 외에, 1년 안에 돌아오는 외채를 상환할 수 있는 금액이 더해져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추가로 외국인들이 투자한 주식투자와 채권투자를 대량 회수할 것까지 감안한 외환보유고가 쌓여야 한다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신흥국들의 자본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환율제도와 외환거래가 자유화된 것과 거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 개방으로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주식투자나 채권 투자, 파생상품 투자 등)가 급증하고 그 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나면서 외환시장에 주는 충격이 매우 커지게 되었다는 것이 이번 금융위기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이다. 여기에 개방화되고 자유화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면서 환투기 세력들이 활발하게 움직여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그 정도가 심화되었다.

현재 외환보유고 확대 논란도 사실상 그 연장선에 있다. 2009년 3월말 기준으로 단순 계산을 해보자. 현재 3개월치 수입 금액은 712억 달러이다. 그리고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를 뜻하는 ‘유동외채’는 1,857억 달러이다(한국은행, “2009년 3월말 국제투자대조표 분석”, 2009.5)

여기에 외국인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투자(주식투자 +채권투자) 금액은 2,436억 달러이니, 이 가운데 1/3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최악의 가정을 해보면 812억 달러 정도가 나온다. 이를 모두 합하면 산술적으로는 3,381억 달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9년 5월말 현재 외환보유고가 2,267억 달러이므로 추가로 1,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쌓아야 안심이 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이정도 규모면 외환시장 안정과 환율 안정을 이룰 수 있겠는가? 문제는 누구도 이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것은 2008년 10월 금융위기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과연 그 정도의 외환보유고를 확보할 수 있는 나라가 있기는 한 걸까. 2조 달러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는 세계 1위 외환보유국 중국이 과연 외환보유고 때문에 환율이 안정되어 있을까, 아니면 관리변동 환율제 때문일까.

세계 2위 외환보유국으로 약 1조 달러 가까운 외환을 보유한 일본의 단기외채가 1조 3,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은 또 무엇을 말해 주는가. 외환보유액이 1,500억 달러인 홍콩의 단기외채는 5,000억 달러를 넘는다. 이런 사실은 무얼 의미하는 건가. 외환보유고가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은 되겠으나, 근원적인 안정화는 다른 요인들에 의해 상당히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끝까지 시장논리로만 접근하면 답이 없다

외환 변동성이 극심해지기 시작한 2008년 9월부터 최근의 외환보유고 확대 논쟁까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종합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외환시장 변동성이 매우 커지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이 금융시장은 물론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갈수록 증대하고 있다는데 공감하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한다.

▶ 단기적으로는 유동외채를 감당하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것을 감안해서 외환보유고를 확대하자. 외환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기에 들어가고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지금 시점이 좋다. 아울러 통화 스왑을 확대해 안정적인 외화 조달 통로를 확대하자. 그러나 외환보유고 확대를 위한 달러 매입으로 원화 통화가 지나치게 풀리고 달러 매입을 위한 외평채 발행 부담이 생기는 문제를 고려하자. 외국 특히 미국에서 ‘환율 조작국’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유의하자.

▶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규모 세계 14위인데 비해 외환시장 규모가 18위로 아직 작기 때문에 외환시장 규모를 키워서 외화 유출입으로 인한 변동성을 최소화하자(한국금융센터 창립 심포지엄 발표에서 <프레시안> 2009.5.15). 이 정도가 거의 대책의 전부인 듯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가정이 있다. 외환시장 불안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이고, ‘개방된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다시 뒤로 돌리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는 가정을 미리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많은 대책이 나와도 한결같이 시장적 접근 방식의 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준비해서 필요한 때에 외환시장에 달러를 풀거나 사들이는 식으로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자는 주장도 그렇고, 외환 시장 규모를 키워서 불안정성을 최소화 하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난 수개월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제가 필요한 금융부문은 바로 외환시장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파생상품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미국처럼 주택금융시장이 아니라 바로 외환파생상품시장을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금융규제를 이야기 한다면 반드시 외환시장 규제를 말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0여년간 외환시장에서 정부가 취한 규제완화, 자유화 조치들을 엄밀하게 재검토하고 현재 시점에서 재규제를 하거나 새롭게 규제할 영역이 있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지난 신자유주의 30년간 완화되거나 폐지되면서 지금의 금융위기를 일으킨 각종 규제를 재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이 “이미 개방된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보유고가 불어나고 환율이 떨어지자 해외투자 등을 독려하면서 외화의 해외유출관련 규제를 폐지했던 2005년의 자본거래 허가제 폐지를 복원시키는 문제는 심각히 검토할 만하다. 왜냐하면 지금은 당시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자본거래 허가제는 “유사시 안전장치의 일환으로 실시되었던 보완장치의 하나로, 환투기 조장 등을 통해 국내 외환 및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자본 거래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얻도록 한 제도”였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한국 주식시장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외국인투자 비중을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최근 환율변동성은 외국인 주식 매매 동향에 의해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외환위기설이 모두 국가채무 문제라기보다는 시중은행들의 과도한 단기차입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은행의 단기차입 비중을 제한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은행 단기차입 폭등의 이유가 주로 국내의 해외투자나 선박수주에 대한 선물환헤지 때문이라고는 하나, 단기차입이 커져서 환율이 크게 요동친다면 본래 헤지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고 오히려 환헤지로 인한 손실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인 관전에서도, 외환시장 규모를 키워 안정성을 도모한다는 것은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시장 규모가 세계 18위로 경제규모보다 작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순위 문제가 아니라 규모의 격차 문제다. 세계 외환시장 일일 거래량은 2007년 기준으로 3조 2,000억 달러이고 외환파생상품을 포함하면 4조 달러에 이른다(새사연, 한국 경제의 큰 구멍, 외환시장, 2009.4)

그런데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일일 거래량은 고작 300억 ~ 500억 달러 수준이다. 세계 외환시장 규모의 1/100 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규모를 조금 키운다고 해봐야 한 번에 수십억 달러씩 움직이는 환투기 세력과 ‘시장 안에서’ 경쟁하여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소규모 금융개방경제’에서 규모로 승부를 본다는 것은 자기모순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최근 달러 기축통화체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아시아 통화 바스켓 등 글로벌하게, 그리고 지역별로 새로운 통화체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향후 추세를 반영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아시아 통화체제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함께 연동시켜 우리의 환율제도 개혁을 검토하는 것이 먼저지, 외환시장 규모를 키우자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이 될 수는 없다.

이제 외환시장에 대한 시장지상주의를 극복하고 규제와 제도개혁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볼 때가 되었다. 이것이 외환보유고 확대 논쟁보다 중요한 이슈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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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05.19 10:41
금융시장 안정화와 유동성 장세 점검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코스피 지수는 1,400선을 돌파한 후 숨고르기를 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 근처까지 내려가는 등 2008년 10월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올해 안에 경제성장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고, 내년에는 3.7퍼센트 수준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 터져 나왔다. 물론 지금까지 예측이 맞은 적이 없기에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런 예측은 틀려도 그랬나보다 하면 되지만, 금융시장의 규제 장치를 바꾸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잘못 바꾸면 우리에게 엄청난 실질적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공황이 엊그제의 일인데,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월 15일 공매도를 허용하기 위한 준비를 거의 끝냈다고 발언했다. 이 제도 자체가 미국발 금융공황의 주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장붕괴를 가속시키는 메커니즘이며, 투기세력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연계하여 단기간에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데 사용하는 주된 수단이다. 우리나라 같이 외부충격에 취약한 경제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가 소수 투기세력에 휘둘릴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글에서는 이런 취지를 가지고 현재 어느 정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금융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소위 유동성 장세라고 하는 자산시장의 강한 반등의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외국인이 ‘쥐락펴락’

미국과 서유럽의 주요국에서 금번 경제공황은 주택가격 하락 → 모기지담보부증권, 부채담보부증권 부실화 → 금융시장 불안(채권부실화, 파생상품 가치하락, 주가폭락) → 신용경색, 부채 디플레이션 → 소비심리위축, 실물경제 위축(산업생산 감소, 고용감소, 임금삭감)의 과정으로 전개되었다. 신흥국 위기의 전개과정은 조금 달랐다. 선진국에서 금융공황이 심화되자 신흥국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듯 투자했던 자본을 철수했다. 이에 외환시장이 큰 폭으로 요동쳤고, 급격한 환가치 하락으로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였다.

[그림1]은 한국금융시장을 예로 보여주고 있지만,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체코, 폴란드 등 어떤 이머징 마켓을 대입해도 다 비슷한 그림이 나온다. 신흥국의 위기는 ‘외국자본이탈 → 자본시장 폭락 → 외환시장 교란(신흥국 화폐가치 폭락) → 기업의 대규모 환차손 → 수출입 시장 축소 → 실물경제 타격(생산 감소, 고용감소)’의 과정을 밟으며 경제공황에 빠져들었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극에 달했던 2008년 10월에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하루에 6,000억 원을 팔아치우는 등 엄청난 규모로 투자를 정리하였다. 외국인들은 2004년 시가총액 기준으로 한국주식시장의 42퍼센트까지 점유했다가 비중을 차츰 줄여왔다. 2007년 초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과도한 비중을 축소하는 차원에서 매도가 이루어지다가, 그 이후 급격히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2007년 한 해 동안 31조 원의 순매도를 보였고, 2008년에는 42조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매도에도 불구하고 2008년 9월까지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림2]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때까지는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비중을 축소한 것과 비슷한 규모로 채권시장에서 순매수가 이루어졌고 외화차입도 지속되었기 때문에 외환시장은 안정된 범위에서 유지되었다. 하지만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사태 이후에는 외국인들이 주식의 매도강도를 높임과 동시에 채권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특히 외환조달시장에서 10월 한 달 200억 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대규모로 자금회수가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투자금 회수와 더불어 달러사재기와 역외 투기세력들까지 결합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1,600원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동요가 한 동안 지속되었다.

금융시장 안정도 외국인 덕분

[그림1]과 [그림2]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원-달러 환율의 폭등과 주식시장의 폭락뿐만 아니라 2009년 3월 이후의 외환과 주식시장의 안정화 역시 외국인 투자가들 덕분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대규모 주식 순매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은 3월부터 5월 13일 현재까지 약 4조 6,000억 원의 순매수를 보이며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에 개인투자가들은 약 1조 원의 순매도를 보였고, 일반 법인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도 2조 5,000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한국거래소).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3월 이후 3조 3,000억 원에 달했다.

주식과 채권시장에 8조 원 가까운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오면서 외환시장도 안정을 되찾았다. 물론 여기에는 2월부터 흑자로 돌아선 경상수지 흑자도 큰 기여를 하였다. 한국은 2월에 29억 달러, 3월에 43억 달러, 4월에 60억 달러 등 큰 폭의 무역수지흑자를 기록하였다(지식경제부). 이는 3월과 4월에 외국인이 한국 자산시장에 유입한 투자액 이상의 외화가 무역에서 유입된 것이다. 자산시장만 보면 한국은 지난 10월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표현해 주는 간단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신용스프레드를 봐도 2008년 9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였던 지표들이 많이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그림3]). 이는 전 세계적인 차원의 공조를 통해 각국 정부가 저금리 정책과 통화량 확대 정책을 편 결과 금융시장에서의 패닉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신용경색이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비우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가 여전히 높다는 사실과 우량 회사채와의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경제 불황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는 증표이기도 하고 실물경제를 악순환에 빠트리는 자본시장의 모순적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림4]는 비우량 회사채의 이자율과 신용 스프레드가 높아지면서 순발행 규모도 축소된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통화 공급도 늘렸지만, 이는 주로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과 대기업에 혜택으로 돌아갔고, 그 밖의 부문에서는 신용경색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중소기업과 개인의 파산을 확산시켜 경기불황이 더 심화될 것이다.

유동성 장세 기반은 여전히 취약

앞서 본 것처럼 외환시장의 안정과 주식시장 반등의 일등공신은 외국인 투자의 귀환과 무역수지 흑자이다. 하지만 둘 모두가 자산시장의 안정을 지속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좀 미덥지 못하다. 외국인들의 귀환은 올 초까지 지속된 한국자산시장의 과매도 국면을 이용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단기적인 성격이 강하다. 경제 위기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다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에 또 다시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림5]에서 알 수 있듯이 무역수지 흑자의 경우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에 자산시장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줄 수 있는 근거가 되진 못한다. 수출이 수입보다 덜 축소되어서 생긴 흑자일 뿐이다.

지난 1월에 수출입규모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30퍼센트 이상씩 각각 줄었던 것이 3월말 기준으로 수출은 -18.4퍼센트 줄었지만, 수입은 -37.5퍼센트로 더 떨어졌기 때문에 흑자가 발생한 것이다. 수입 감소를 좋아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제조업생산 감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3월에 약간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산업생산지수도 여전히 감소 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신규취업자수도 급격히 줄어들어 무려 20만 명 가량이 줄었다.

주요 부문별 성장률을 보더라도 이런 사실은 확인된다. 이명박 정부가 집중 적으로 지원해주는 건설업만 일정 정도 반등했을 뿐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추세적인 성장률 감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림6] 참조). 건설업도 정부가 1년 치 예산을 1분기에 다 쏟아붓듯이 조기 집행해 나온 결과라서 지속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황의 전형적인 단계를 밟고 있을 뿐

지금까지 살펴본 국내 금융시장의 동향과 몇 가지 실물지표들의 전반적인 경향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전 세계 경제가 미국 자산시장의 동향과 실물경제지표를 보고 동조화되어 같이 움직이고 있다. 어느 나라를 들여다보아도 다 비슷한 그림이 나온다. 국가별 신용도를 나타내는 국가CDS 프리미엄 추이만 보더라도 이런 사실이 쉽게 확인된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심하게 요동친 이유도 [그림6]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월에 한국의 국가CDS가 660Bp까지 올라갔었는데, 이는 국가부도 사태가 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던 폴란드가 2009년 2월에 기록한 420Bp보다 무려 240Bp가 높은 것이었다. 이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한국의 위기를 의도적으로 과장했다는 의혹에 무게를 실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화되면서 각국의 CDS프리미엄도 추세적인 하락을 보였다. 5월 현재 한국의 CDS프리미엄은 180Bp정도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으로 내려와 있다.

각국의 주식시장도 2009년 3월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5월 현재 2008년 9월 1일 지수를 100으로 볼 때 약 70 정도의 수준을 회복했다. [그림8-1]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코스피의 반등은 다른 국가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었다. 거의 2008년 9월 수준을 회복했다.

[그림8-2]에서처럼 원-달러 환율을 고려하여 코스피 지수를 환산하면 다른 나라와의 차이가 좀 줄어들긴 하지만, 여전히 회복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2008월 10월에 코스피가 원-달러 환율을 고려했을 때 50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생긴 더 강한 반등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그 만큼 외국인들의 투자성향에 따라 변동하는 폭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만큼 투기의 대상으로 이용되기도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튼 각국 정부들이 세계적인 공조를 통해 구제금융, 저금리 정책, 통화량 확대, 거대한 경기부양자금 투입 등의 정책을 펼쳐 금융시장의 안정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수행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해 여러 의혹과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금융시장의 주요 주체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진 않다. 반면, 실물경제 지표가 여전히 암울하다는 사실 또한 전 세계 각국이 공유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상황 전개 자체가 경제공황의 전형적인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패닉에 의한 급작스런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의 붕괴 이후 신용경색이 금융부문에서 산업으로 확산되었고, 현재는 패닉이 진정되었지만 산업의 침체는 지속되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상황을 경제공황 2단계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단언 하건데, 앞으로 갈 길이 멀다.

1930년대와 1970년대 위기 패턴에서 ‘오락가락’

[그림10]은 현재 미국의 다우지수의 변화를 1930년대 대공황 시절과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때 보였던 10년 간의 지수 변화와 나란히 놓음으로써 현재 세계 경제가 서 있는 좌표를 가늠해 보고자 시도한 것이다.

다우존스지수의 변화만을 놓고 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는 1930년대 위기와 1970년대 위기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에는 1970년대 위기 수준의 반응이 나타나다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에는 1930년대 공황수준으로 패닉의 지수가 심각해졌다가 다시 최근에 1970년대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1970년대 위기가 1930년대 위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지수의 회복이 빨랐지만 원래수준으로 돌아오는데 약 10년이 걸렸다. 현재의 위기도 시시 때때로 강한 회복기대감과 금융자산 시장에서 강한 반등이 나타나겠지만 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참고로 1930년대 대공황의 경우 1954년이 되서야 1929년 주식시장이 붕괴하기 직전의 명목지수 수준으로 돌아왔다.

각국 정부가 여러 가지 형태로 시중에 돈을 쏟아 부어 금융시장의 안정화와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고용지표와 산업생산지표가 더 이상 심각하게 악화되진 않고 바닥을 다지고 있다. 그러자 경기회복에 대한 섣부른 예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기회복이 이루어진다면 좋은 일이다. 애써 이런 전망이 틀린 것이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내놓는 근거가 별로 없다. 이런 주장들이 가지고 있는 더 큰 문제는 이번 위기를 생각하는 안이한 태도이다. 대부분은 이번 위기가 갑작스런 금융시스템의 혼란에 의한 것이고 이것이 진정되면 예전의 경기순환 사이클을 회복하는 것 마냥 이야기하고 있다. 결코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위기는 엄청난 규모의 레버리지를 통한 자산시장의 팽창을 주된 기반으로 했던 신자유주의 축적체제가 붕괴한 것으로서, 원상태로 회복하려면 금융시장의 패닉이 일어나기 이전의 부채규모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패닉이 일시적으로 진정되었다고 해도 이전의 호황시기에 마구 빚을 져서 투자를 하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투자처를 찾아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에 몰리면서 강한 반등을 보여주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지 이전의 상태를 회복할 수는 없다. 경기의 회복은 이전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특히 고용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체제에 대한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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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