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12.01 09:25
대안은 고교체제 개편과 일반고의 특성화, 다양화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제로섬 게임에 갇힌 교육현실

‘제로섬(zero-sum) 게임’. 각각의 참가자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손익의 총합이 제로가 되는 게임이다. 한 사람이 게임에 이겨서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하나를 잃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교의 입시경쟁은 이러한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생각해보자. 각 고교는 소위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게임에 가담하고 있다. 현재는 특수목적고(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자사고)가 게임의 승리자다.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각 지역의 명문고들이 다시 부상할 것이다. 그 기준은 수능성적과 명문대 진학률이 된다. 올해 공개된 일제고사나 수능성적, 학교정보공시, 매년 매체에서 보도되는 ‘서울대를 많이 보낸 학교 Best 10’과 같은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국의 모든 고교가 경쟁을 해도 결론은 같다. 소수의 명문대 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를 일류고교라고 부른다면 상대적으로 한명도 보내지 못하는 삼류고교도 있게 된다. 결국 총합은 제로다. 입시성적만으로 고교를 서열화한다면 결론은 항상 동일하다.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적성과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다수의 고교를 만들어야 이러한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논란이 된 ‘외고 폐지’는 이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외고를 폐지해도 ‘제2의 외고’가 생긴다면 ‘도루묵’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주장으로 시작된 이번 외고 논란이 전체 고교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논란이 급속히 확산되자 교과부는 ‘특목고 제도개선 연구팀’에게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팀은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 12월 10일까지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제로섬 게임을 벗어날 단초를 마련할 고교체제 개편안은 무엇일까.

1. 너무 복잡한 현행 고교체제

먼저, 우리나라의 고교체제를 간단히 살펴보자. 현행 고교체제는 과거에 인문고와 실업고로 단순히 나뉘어졌던 것과 달리, 그 세부유형이 15가지도 넘을 정도로 매우 복잡하다. 각 정부가 단기적인 정책 필요에 따라 새로운 이름의 학교들을 무분별하게 만든 결과다.

가령, 중3 학생이 고교를 선택하는 경로를 따라가 보자. <표 1>과 같이, 학생은 먼저 자신이 결정한 진로에 따라 대학진학을 원하면 일반계열, 구체적인 직업을 갖기 원하면 전문계열을 선택한다. 물론 전문계열도 졸업 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계열이 정해지면 각 학교의 특성과 선발시기, 선발방법 등을 파악해 전기학교나 후기학교 중 구체적인 한 학교를 선택한다.

전기학교를 지원하지 않았거나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생은 후기학교를 가게 된다. 후기학교에는 다수의 일반계고가 포함되며, 지역별로 학생 선발방법을 달리한다. 평준화 지역은 대부분 선지원 후추첨의 방식으로, 비평준화 지역은 학교별 시험을 치러 학생을 선발한다.

이와 같이 학생들은 고교 선택의 과정에서 복잡한 학교유형과 선발시기, 선발방법 등을 파악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 마이스터고 등의 새로운 유형까지 가세해 학생들은 어떤 고교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게다가 학생들은 고교 선택 시, 자신의 특기/적성 뿐 아니라 집안의 경제적 수준이나 내신 성적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너무 많다.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등의 값비싼 교육비나 대입에 유리한 ‘명문고’의 높은 경쟁률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고교체제는 학생이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교체제를 단순화 시켜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입시 위주로 획일화, 경쟁 확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고교체제는 <표 2>와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일반계와 전문계로 나눈다. 목적에 따라서는 소수의 영재육성을 위한 영재고, 특수분야의 전문적 교육을 위한 특목고, 체험위주 교육이나 특정분야의 직업적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특성화고로 나뉜다. 자율성에 따라서는 법인에 학사운영이나 교육과정, 등록금 책정 등에 자율성을 주는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성적이 낮거나 낙후지역에 위치한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해 학력 상승과 인성교육을 유도하는 자율형 공립고, 그 외에도 교육감이 특별히 지정하는 여러 자율학교들이 있다.

이러한 고교체제의 분류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목적 및 자율성에 따른 분류에 속한 ‘학교의 다양화, 특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학교들이 오히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획일화 돼 있다. 그 중 가장 문제되는 것이 바로 외고다. 이들 학교는 고교서열화를 공고히 하고 입시경쟁과 사교육 팽창을 주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존의 특목고, 자사고가 수능성적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는 형국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각 학교의 설립취지에 맞는 특성화 교육보다 입시에 치우친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가 태반이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자율고, 기숙형 공립고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공개된 수능시험 성적결과에서 내년에 문을 여는 다수의 자율고가 전국 혹은 지역 내 최상위 성적을 거둔 것은 자율고가 이미 지역 내 명문고였음을 보여준다. 기숙형 공립고는 지난해 지정된 82개교 중 74퍼센트가 농어촌 우수고나 자율학교로 지정됐던 명문고였다. 프로젝트형 학교가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이나 교육여건이 아닌 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선정됐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과 같이 이러한 특수학교는 특성화고를 제외하면, 전체 일반계 고교 중 4분의 1을 차지한다. 대학에 유리한 고교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은 여기서 촉발된다. 게다가 본래 7퍼센트에 불과했던 특수학교 비중은 이명박 정부의 프로젝트형 학교로 인해 25퍼센트까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성적 ‘최상위권’을 넘어서 ‘상위권’에 해당하는 학생들까지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둘째, ‘목적에 따른 분류’에서 특목고에는 영재고와 특성화고의 성격이 혼재돼 있다. 과학고는 과학영재고와 유사하며, 외고는 현실적으로 국제고와 기능/역할을 구분하기 어렵다. 전문계 열은 직업교육 특성화고와 목적/영역이 비슷하다.

또한 외고는 지난 글에서 살펴봤듯 ‘어학영재’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성적우수자들을 모아 입시교육을 시키며 전체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있다. 몇몇 예체능계열의 경우, 외고와 같이 인재를 키우기 위한 특화된 교육이 아닌 입시 대비 테크닉 위주의 교육을 진행해 설립취지가 모호해졌다(새사연, <외고 논란, 어디로 가야하나①> 참고).

셋째, ‘자율성에 따른 분류’를 보면 자율권이 소수의 학교에 집중적으로 부여돼 있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함을 알 수 있다. 학교운영의 특례가 주어진 자율학교는 각 학교유형마다 학생 선발, 교육과정 운영, 교사 초빙, 등록금 책정 등 자율권의 범위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 중 학생선발권이나 등록금 책정은 지난 글에서 외고와 자율고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듯이 우리 교육현실에서 아직 규제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수업시수, 수업내용, 평가요소 등 교육 과정 운영에 대한 자율권은 교사와 학생에게 주어져야 한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사회/학부모/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자율권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모든 학교가 누려야 할 자율권을 일부 학교에만 부여함으로써 학교 간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새사연, <외고 논란, 어디로 가야하나②> 참고).

3. 단계1 : 수평적 다양성으로의 고교체제 개편

정부가 다양한 유형의 학교들을 만든 이유는 다양한 교육적 수요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즉, 학생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복잡해진 학교유형으로 인해 학교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 대부분은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명문고’로 부상해 그 취지를 무색케 한다. 전체 일반계 고교의 4분의 1이 명문고라면 나머지 4분의 3은 별 볼일 없는 삼류학교로 인식된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입시경쟁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교체제를 단순화하면서 교육의 ‘보편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의 일반계 고교는 특목고, 자사고가 꼭대기를 차지한 피라미드형 구조로 볼 수 있다. 학교별로 서열화된 상태에서 다양성을 추구한 결과다. 이러한 고교구조를 <그림 2>와 같이 각 지역의 일반고를 다양화, 특성화시켜 ‘수평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첫째, 특목고 유형을 없애고 외고와 국제고는 특성화고로 전환한다. <표 3>과 같이 과학고 및 예체능계고는 영재판별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학교별 평가를 거쳐 영재고로 전환시킨다. 영재교육에 적합하지 않은 학교는 특정분야 중점학교(일반고)나 특성화고로 전환시킨다. 전문계고는 모두 특정분야의 직업교육을 위주로 하는 특성화고로 전환시킨다.

영재고는 현재와 같이 영재진흥교육원에서 영재판별도구를 개발해 학생을 선발하며 일반계 고교의 3퍼센트 이내로 학교수를 유지한다. 특성화고는 일반고와 동일하게 선지원 후추첨으 로 학생을 선발하며 교육비 역시 차등을 두지 않는다. 교과부와 지역교육청은 각 특정분야에 대한 교육과정 운영 기준을 정해 감독하며 3년 주기로 평가해 학교 존속 여부를 결정한다.

가령, 국제계열 특성화고의 경우 영어과목은 공통기본과목으로 하고 제2외국어 전공 수업의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우수학생을 유치해 입시 위주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 적성과 소질이 있는 보통학생을 특정분야의 전문가로 양성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둘째, ‘학교운영의 특례’가 주어진 자사고, 자율고, 그 외 자율학교는 각 학교별로 설립목적과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부각시켜 자율형 고교(자율고는 ‘자율형 사립고’의 줄임말로 쓰이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자율형 고교’라 칭함)로 통합한다.

자율형 고교 역시 모든 학교가 선지원 후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일반고와 동일하게 교육비를 책정한다. 각 학교유형별로 달리 적용되는 교장공모제 실시, 교사 초빙, 교육과정 운영, 학년운영, 수업일수 등의 자율권은 국가적 차원에서 공통기준을 정한다. 이렇게 되면 자사고, 자율고 등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단, 교육여건상 낙후지역에 속하거나 학력이 낮은 학교를 우선적으로 선정하는 자율형 공립고는 그 취지를 살리도록 한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자율형 고교가 성적우수고에 치중해 선정 됐다면 이제는 일반고 중 집중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교부터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점차 교육여건 개선과 학력상승을 유도해 일반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고교체제 개편의 첫 단계는 이와 같이 특목고를 영재고와 특성화고로 전환하고, 학교운영에 자율권이 주어진 학교들을 자율형 고교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전체 고교는 결국 일반고와 소수의 영재고, 특성화고, 자율형 고교 네 가지로 형태가 단순해진다.

4. 단계2 : 일반고의 다양화, 자율화

두 번째 단계에서는 특성화고와 자율형 고교의 구분이 굳이 필요하지 않도록 일반고에 다양성,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고교체제의 대수술과 동시에 일반고의 개혁에도 착수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고의 개혁은 국가가 통제하던 자율권을 자율형 고교의 수준으로 점차 열어주는 것으로 시작돼야 한다. 무학년제로 운영해 수준에 따라 학생 스스로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일 정 수준의 학점이 돼야 다음 단계로 진급하도록 한다. 수준별 수업에 맞게 학습에 대한 평가 역시 교사와 학생들의 몫이다. 교육강국 핀란드와 같이 수업을 듣다 이해가 안 되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는 학생들은 소수의 그룹을 만들어 보조교사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 방식으로 학교에서 기초학력을 책임지는 것은 기본 전제다.

국영수 위주의 입시교육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적성과 소질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같은 과목을 다양한 수업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형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외고의 수요가 각 일반고에 ‘외국어 심화반’과 같은 형식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수업의 질과 방법이 수준별로 잘게 나누어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방과 후 학교 형태로 ‘대학과목 선이수제’를 활성화하거나 유학을 원하는 학생을 위한 ‘유학반’을 개설할 수도 있다.

일반고가 이와 같이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을 실현하게 되면 학생들은 각 학교의 설립취지나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알아본 후 학교를 선택하게 된다. 성적 이전에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먼저 따져보고 그에 알맞은 학교를 찾는 것이다. 학교에 들어간 후에도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수준별로 선택해서 듣는다. 물리학에 관심 있는 학생은 다른 과목에 비해 물리학 수업을 더 많이 선택하거나 그와 관련된 프로젝트형 수업이나 방과 후 학교를 이용하는 식이다.

5. 단계3 : 지역 내 교육 네트워크 구축

최종 단계에서는 지역 내 학교가 교육청을 중심으로 교육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일반고가 다양화되면 각 지역마다 과학, 외국어 뿐 아니라 사회, 음악, 체육 등 분야별로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가진 중점학교가 갖춰지게 된다. 여기에는 특성화고나 자율형 학교, 특성화된 일반계 고교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를 통해 각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은 해당 지역 내에서 원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이렇듯 각 지역에 분야별 전문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네트워크에는 학부모, 학생, 교사, 지역 내 교육전문가 등이 고루 소속돼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분야별로 부족한 영역의 교육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고 당면한 교육적 문제 해결을 위해 소통한다. 같은 분야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상시적인 교류의 틀을 갖고 학교 간 교육내용과 방법을 공유하고 필요 시에는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통합형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 다.

촘촘한 그물망처럼 연결된 교육 네트워크는 지역교육청 내에 구 단위까지 위원회를 두어 관리한다. 광역단위의 네트워크는 지역적 범위가 너무 넓어 신속하고 유기적인 교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와 학부모/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윈-윈 게임의 교육을 위해

지금까지 외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봤다. 제로섬 게임에 처해있는 교육현실 속에서 외고 문제는 고교체제 개편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고교체제 개편의 기본 방향은 △ 학교의 학생선발권이 아닌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해야 하고, △모든 학교가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며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에는 차등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는 본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영재고와 특성화고로 전환하며, 여러 형태로 분화돼 있는 자율학교는 자율형 고교로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교체제를 단순화해 학생의 학교선택을 돕고, 소수의 학교에만 특혜를 줘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팽창을 가속화시키는 폐단을 없애기 위함이다.

동시에 일반고는 자율형 고교와 같이 자율권을 점차 확대해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과 다양한 교육과정을 갖출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함을 설명했다. 이러한 일반고의 변화는 각 지역 내 학교들의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는 단초가 되며, 이로 인해 특성화고나 자율형 고교가 일반고와 구분되어야 할 당위성이 사라지도록 한다.

지역 내 교육 네트워크는 학교 간 교류를 넓혀 각 분야별로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된다. 이는 각 지역 내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사회나 학부모/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진정한 수월성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식 교육을 의미한다. 20퍼센트의 엘리트 학교를 양산하고 80퍼센트의 일반고를 삼류학교로 전락시키는 것은 수월성 교육의 방향에 반대될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커다란 손실을 가져온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한 진로 선택이나 과도한 입시경쟁은 자유로운 학교선택을 가로막는다. 따라서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특권적 학교형태와 교육여건이 낮은 학교는 줄이고 일반고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수평적 다양화’를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고교체제가 개편되어도 우리 교육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렵다. 대학교육의 개혁과 입시제도 개선, 사교육에 대한 대책 등은 별도로 제시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바뀌지 않는다고 해서 그 해답만을 기다리며 현재 고교의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 다양성/수월성 교육을 위해서는 고교와 대학, 사회가 함께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학교가 고르게 교육여건을 갖춘 상태에서 각 학교를 특성화시키고, 지역별로 그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성/수월성 교육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교육을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모두가 성공하는 ‘윈-윈(win-win) 게임’으로 만드는 길일 것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11.19 10:48
외고 폐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다 한순간 식어버렸다. 이유는 분분하다. 일단 교과부는 다음 달 초까지 정리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외고는 수년간 입시경쟁과 사교육 팽창을 가속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교과부가 외고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제시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고를 자율고로 전환하면

외고 학교당국은 현재 외고를 유지하면서 입시전형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와 외고의 줄다리기 싸움의 결과를 본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이 싸움은 언제나 외고의 승리로 이어졌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면 또다시 외고 문제는 외고의 요구대로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외고 폐지 방안은 과감한 개혁으로 지지받을 만하다. 하지만 정 의원의 외고 대책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 지정하도록 한 내용이다.

현행 고교체제를 보자. 전체 고교는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 등의 전기학교와 후기학교인 일반계고로 나뉜다. 그리고 지역별로는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으로 나뉜다. 평준화 지역은 대부분 학교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선지원 후추첨의 방식으로 선발하지만 ‘지역 명문고’에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의 지원이 몰리게 마련이다. 비평준화 지역은 학교별로 시험을 치러 학생을 선발하므로 학교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지역 명문고’ 선호현상이 뚜렷하다.

이렇게 전체 고교를 놓고 보면 고교를 진학하려는 학생들 중 상위권 학생은 먼저 특목고, 자사고를 가기 위해 경쟁하며, 여기서 탈락한 학생과 나머지 학생들은 일반계고 내에서도 대학진학에 유리한 ‘지역 명문고’를 중심으로 경쟁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에서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구의 경우, 1등은 외고로 진학하고, 2~3등은 인근 비평준화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그 지역 명문고에 입학하고, 4~7등은 공동학군의 명문고에 지원하는 현실이다. 그런 서울지역도 올해 말부터 선지원 후추첨을 확대해 전 지역에서 고교선택제를 실시한다. 수능성적 공개 등으로 인한 고교서열화와 맞물려 입시경쟁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질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외고를 자율고로 전환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성적 우수자를 골라 뽑아’ 명문대 진학을 시켜왔던 외고에 비해 ‘내신 50퍼센트 이상인 지원자 중 추첨 선발’이라는 자율고는 입시경쟁이나 사교육을 완화시키는데 당장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상위권 학생들을 모아놨을 때 현재 외고와 같은 ‘1등급’ 수능성적 결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는 인식이 커서 경쟁률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2의 외고’ 될 가능성 커

장기적으로는 봤을 때는 자율고가 ‘제2의 외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자율고도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필기고사를 제외하고도 학생에게 각종 서류와 심층면접 등을 자유롭게 요구할 수 있다. 외고가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팽창의 주범이 된 가장 큰 이유가 학생 선발방법의 문제임을 감안하면 비평준화 지역의 자율고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실제 자율고의 전신 격인 자사고의 경우, 학생 선발 시 서류전형과 주요과목 심층면접, 내신 등을 두루 본다. 이러한 난이도 높은 입시전형 때문에 각 입시학원에는 외고와 함께 자사고 대비반이 따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비평준화 지역에만 학생선발의 특혜를 주는 것은 평준화 지역에도 영향을 끼쳐 더욱 문제가 된다. 평준화 지역의 자율고 역시 형평성의 논리를 대며 끊임없이 학생 선발권을 달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율고는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도 기존의 자사고보다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전체 교육과정의 6분의 5를 학교에서 알아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각 학교에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권을 주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문제는 외고와 마찬가지로 자율고 역시 학교설립의 취지에 무색하게 국영수 위주의 입시과목을 확대 편성하는 등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치우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서울지역 자율고의 교육과정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자율고가 영어와 수학 수업시간을 크게 늘리고, 예체능 과목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학교가 수학을 주당 2시간에서 8시간 늘렸고, 9개 학교는 영어를 주당 1시간에서 12시간 가량 늘려서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대신 예체능 과목은 8개 학교에서 수업시간이 줄었다. 얼마 전 공개된 수능성적에서 자사고가 특목고와 나란히 상위권의 다수를 차지한 결과는 자사고가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입시준비의 자율권’으로 악용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최상위권’에서 ‘상위권’ 학생으로 경쟁의 폭 커져

이렇듯 자율고가 대입준비에 유리한 학교가 되면 외고 폐지로 인한 수요가 고스란히 자율고로 몰리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교육업계에서는 당장은 ‘내신 50퍼센트 이상 선발’이 사교육 억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향후에는 오히려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외고가 성적 최상위 학생만 모여 있어 내신에 불리했다면 자율고는 중상위권 학생만 모아 입시교육을 하기 때문에 대입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에서 내신 기준을 상위 50퍼센트에서 더 높이는 방안이 벌써 검토된 것은 이러한 우려를 가중시킨다. 이런 식으로는 ‘최상위권’ 학생이 아닌 ‘상위권’ 학생이 갈 수 있는 ‘입시학원’을 만드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목표는 2012년까지 150개의 자율고를 설립하는 것이다. 이는 지금껏 성적 상위 2~3퍼센트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특목고에 가기 위해 경쟁을 해왔다면, 이제 전체 중학생의 절반이 자율고에 가기 위해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신 사교육 팽창 우려

자율고로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촉발되면 그에 따라 사교육비는 자연히 커진다. 따라서 자율고에 따른 사교육비 문제는 앞서 밝힌 자율고의 선발전형과 교육과정의 변질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원계는 ‘외고 폐지’로 특목고 대비반을 운영해 온 대형학원은 위축되고 대신 내신 위주로 운영해 온 동네 보습학원은 오히려 호재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 사교육 현황을 보면 상위권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수강하는 특목고 준비를 위한 사교육과 내신성적을 위한 사교육 참여율은 엇비슷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8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중학생이 사교육을 받는 이유 중 특목고 진학준비와 밀접한 ‘선행학습’을 답한 학생(56.6퍼센트)이 내신과 밀접한 ‘학교수업 보충’을 답한 학생(57.9퍼센트)보다 적었다. 자율고가 내신으로만 선발전형을 제한한다 해도 입시명문고가 되는 이상 사교육비를 억제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자율고 지정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에 맞게 운영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다.

외고보다 교육비 더 높은 ‘귀족학교’ 될 수 있어

자율고는 등록금이 일반계고의 3배 이내로 규정돼 있다. 대략 350~450만 원 선이다. 학교운영비나 보충수업비와 같은 수익자부담 경비를 더하면 4배에 이른다. 외고의 경우에도 등록금이 일반계고의 2~3배 수준이라고 하나, 실제 교육비는 6~7배 이상으로 1000만 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자율고는 특목고와 달리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는 학교다. 오로지 사학의 법인전입금과 등록금, 수익자부담경비 등으로 운영된다는 의미다. 사학이 투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넘어가게 돼 있다.

그런데 현재 외고 중 자율고의 법인전입금 기준을 충족시키는 학교는 별로 없다. 서울에서는 6개의 사립외고 중 이대부고 한 군데 뿐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자율고의 법인전입금 기준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고의 자율고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교육비가 외고보다 더 높은 ‘귀족학교’가 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고/자율고를 통해 본 고교체제의 개편 방향

외고를 자율고로 전환시키는 것은 고교서열화의 꼭대기 자리를 차치했던 외고를 자율고로 대체하는 형국에 지나지 않는다.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자율고는 외고의 핵심적인 세 가지 문제 즉, 학생선발부터 대학진학까지 입시기관화 된 점, 사교육 광풍을 몰고 온 점, 서민은 들어가지 못할 귀족학교인 점 등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이러한 외고와 자율고 문제를 보면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몇몇 학교에 학생선발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의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선발권’이 아니라 학생의 ‘학교선택권’이다. 소수의 학교에 학생선발권을 주면 그 학교는 우수학생을 모아 명문고로 부상하려 한다는 사실은 이미 경험적으로 입증됐다.

학교가 우수학생을 뽑는 것보다 보통학생을 우수학생으로 키우는데 중점을 두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체 학교를 고르게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모든 학교가 질 높은 교육환경과 교육내용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유효해질 것이다. 학생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수월성 교육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전체 교육의 공공성을 해치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실 모든 학교와 교사는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그것을 학생들의 능력에 맞게 융통성 있게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자율권을 가진 학교는 소수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명문대 진학률 높이기에 혈안이 되어 ‘입시를 위한 자율권’으로 악용하고 있다.

각 학교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이유는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가령, 어떤 학교에서 무학년제나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할 때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꽉 짜여진 과목별 수업시수나 고정된 수업내용, 평가요소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정작 자율권이 부여된 학교는 교육을 다양화 시키지 않고 오히려 더욱 획일화시키는 입시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이는 각 학교를 평가하는 요소가 대입결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각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인성교육을 실시했을 때 좋은 학교로 평가받지 못하면 아무도 이런 실험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제2의 외고’가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교육 공공성의 테두리를 지키는 선에서 다양화, 특성화 교육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주며 자율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는 학교별로 차등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값비싼 학비 때문에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현 정부의 다양성/수월성 교육정책 기조에도 위배된다.

진정한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려면 각 분야의 인재양성으로 수익을 얻을 국가와 지역사회, 기업이 함께 교육비를 지원하는 것이 옳다. 능력이 뛰어난 학생에게 그 능력에 맞는 값을 치루고 교육받으라는 것은 정부가 인재를 키우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외고 문제의 해결방안은 이러한 결론들을 전제로 모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외고 논란이 특목고, 나아가 전체 고교체제의 개편으로 이어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다음 글에서는 고교체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대안을 모색해본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10.30 07:00
외고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들

청와대도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형적인 외고를 개선하든 학교 형태를 바꾸든 청와대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며 해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외고 논란이 우왕좌왕 방향을 잡지 못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입장은 없다.

외고 논란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외고를 자율형사립고(자율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사교육 과열의 근본적인 원흉은 외고”라는 이유에서다. 정 의원은 자율고는 내신 50퍼센트 안에 드는 학생이 모두 지원 가능하고 추첨으로 선발해 사교육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막상 외고들의 재정상태를 점검해보니 서울에서 자율고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건 단 한 곳뿐이었다. 자율고로 지정되려면 학교법인은 학생들이 낸 납입금 총액의 5퍼센트(지방 3퍼센트)에 해당하는 액수를 학교에 내야 한다.

외고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다. 수능 성적 상위권을 싹쓸이 해온 몇몇 사립외고들을 중심으로 외고 폐지를 반대했다. “정부의 학교 다양화, 수월성 교육 기조에 위배되는 정책”이라는 이유다. 한편 외고가 사교육을 과열시키는 문제를 시인하며 스스로 2011년부터는 영어듣기 평가를 입시전형에서 없애고 입학사정관 전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전교조는 외고를 다른 학교형태로 전환하는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며 일반고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다양성, 수월성 교육은 전체 일반고에서도 실현시켜야 하므로 특별한 학교를 설치해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몇몇 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주는 이상 소위 명문대에 가기 위한 학생들의 경쟁과 그에 따른 사교육 팽창은 막을 수 없다는 논리다.

외고의 핵심문제 세 가지

중구난방 쏟아지는 해법들 속에 공통점이 있다면 외고를 어떤 식으로든 개혁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참여정부 시절, 교과부가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시키는 안을 제출했을 때 격렬히 반대하던 한나라당과 외고 스스로도 지금은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면 외고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째, 외고는 입시기관화 됐다. 외고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골라 뽑아 명문대나 아이비리그 진입을 위한 혹독한 ‘훈련’을 해주는 엘리트 학교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학 영재를 육성하기 위한’ 본래의 목적과 달리 수학 성적 우수자를 먼저 뽑고 수능보다 어려운 영어듣기 평가를 한다. 중학교 내신도 반영하며, 입학 후에는 수학, 과학 등을 배우는 이과반을 운영하거나 방과 후 수업이나 방학 보충수업을 통해 편법적인 입시 위주의 국영수 수업을 해왔다. 대입 시에는 몇몇 주요 사립대가 외국어 과정의 이수 정도나 토플 점수 등에 가산점을 주거나 내신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외고에 특혜를 주기까지 한다.

그 결과 외고는 명실상부한 ‘입시전문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2009년 서울, 경기 지역 외고의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률은 41.1퍼센트에 달했고, 대원외고의 경우는 SKY대 진학률이 84.6퍼센트였다. 아이비리그 합격생 수는 7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취업 현황을 봐도 역대 법조인 수에서 대원외고 출신은 322명으로 경기고(441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둘째, 외고는 ‘사교육 광풍’을 불러왔다. 명문대에 진입하기 위한 최고의 코스로 외고를 가고자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자 외고 입시는 점점 치열해졌다. 일반 중학교 교육만으로는 외고입시를 통과하기 어렵다. 이는 얼마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서울지역 6개 외고입시 영어듣기 평가 문항의 난이도를 분석한 결과가 뒷받침한다. 영어듣기 평가의 수준이 고교 1학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학교 교육만으로는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사교육과 특목고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민주당 김춘진 의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전국 30개 외고 학생 2882명과 같은 지역 일반고 27개교 학생 295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외고 재학생 중 입학 전 특목고 전문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은 학생이 84.4퍼센트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도권 외고 학생 중 91.6퍼센트는 사교육을 1년 내내 받고 있다고 답했다. ‘평생 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는 책제목처럼 특목고를 가기 위해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모인 특목고 내에서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 학생들은 끊임없이 사교육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외고는 ‘있는 사람들만의 리그’다. 서울 소재 외고를 보면,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1년 학비는 서울외고 850만 원, 대일외고 790만 원 등 2008년 평균 700만 원이 넘는다(안민석 의원실). 일본 50~100만 원, 유럽이나 미국 300~400만 원 선에 이르는 해외여행 프로그램이나 유학반을 운영하는 외고의 특성을 감안하면 지불해야 하는 교육비는 연간 1000만 원에 육박한다.

외고생들이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사교육을 받는 현실을 감안하면 연간 2000만 원이 넘게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부모’만이 자녀를 외고에 보낼 수 있다.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공부를 아무리 잘 해도 외고는 ‘그림에 떡’이다. 이에 따라 외고생의 아버지는 상위직 비율이 50퍼센트, 어머니는 전업주부 비율이 65퍼센트에 달한다.

한나라당이 입장을 전환한 이유

외고의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지금 ‘외고 폐지’를 얘기하는 걸까. 특히 한나라당이 입장을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 특목고를 안 건드리고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가 ‘친서민’ 행보의 첫 걸음으로 제기한 사교육비 절감 대책이 학원 심야영업 제한 조치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초/중학생 사교육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특목고에 대한 대책은 필수적이다. 이것이 성공만 한다면 정부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이번 대책을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의 일환인 자율고 100개 설립이라는 정부 계획을 완성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아직 정확한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언론에 따르면 정두언 의원은 특성화고로 전환한 후 각 사학이 지정요건을 충족하면 자율고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부는 일반고로부터 지원을 받아 올해 30개교를 선정, 2011년까지 100개의 자율고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각 사립고의 호응은 예상보다 낮았다. 우선 서울지역은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와 달리 자율고에는 학생 선발권을 주지 않고 내신 50퍼센트 내의 학생이면 누구나 추첨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자 각 사립고가 우후죽순 자율고 신청을 철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율고로 전환한 후 우수 학생을 유치해 명문고로 부상하려 했던 사립고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자율고로의 전환을 신청한 사립고 중에는 자율고의 지정요건을 충족하는 사학재단이 거의 없었다. 정부가 법인전입금 요건을 납입금 총액의 25퍼센트(자립형 사립고)에서 5퍼센트로 현저히 낮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급한 정부는 ‘자격미달’의 사학들을 상당수 자율고로 지정했다. 서울시가 지난 7월 선정해 발표한 18개 자율고 가운데 8개는 2007년을 기준으로 법인전입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교이고, 3개 학교는 “현 시점에서는 미달이지만 학교 구성원들이 전입금을 내겠다”고 각서를 썼다. 전국적으로도 본래 계획이었던 30곳에 못 미치는 20곳의 자율고를 지정한데다, 그 가운데 법정전입금 기준을 충족시키는 학교는 절반 정도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자율고 100개 설립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외고 폐지 후 자율고로 전환’이라는 대책은 입시경쟁과 사교육 팽창의 요체라는 외고를 폐지하면서 계획대로 자율고를 확대하려는 셈법임을 엿볼 수 있다.

한편, 한나라당의 ‘외고 폐지’안은 각계에 화려하게 진출한 특목고 동문들이 학교의 브랜드를 내세워 새로운 ‘권력’ 카르텔을 형성하는데 대한 강한 견제의 측면도 있다. 특목고 졸업생의 70퍼센트 이상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 외무고시, 행정고시 등 각종 국가자격시험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해 외무공무원으로 임용된 외무고시 합격자 31명 중 특목고 출신이 17명이나 된다(<동아일보> 09.08.13 기사 참고). 2009년 현직 판사수를 봐도 경기고 38명을 제치고 대원외고 출신이 59명으로 1위다. 과거 경기고 출신이 고위공무원을 휩쓸었던 것처럼 10년 후에는 특목고가 그 명성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외고 문제의 진정한 해법은 어디에

1980년대에 설립된 이래로 90년대부터 전성기를 누린 외고는 입시경쟁과 사교육 팽창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전형요소를 바꾸는 등 외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외고는 요리조리 규제를 피해갔다. 내신 비중을 높여 특정 지역에 합격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려하자, 영어듣기 시험 난이도를 어렵게 하고 창의/사고력 시험을 통해 수학시험을 보던 외고였다. 국영수 지필고사를 금지하면 심층면접을 통해 구술로 시험을 봤다. 그러던 외고가 국감을 계기로 모두 한 목소리로 ‘폐지’라는 초강수를 두자 움찔하며 자구책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그 자구책은 초라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2009학년도부터 창의/사고력 시험이 폐지되고 영어듣기 시험을 공동 출제하도록 한 상태에서, 현재 외고는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고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듣기 시험을 없애도 자유로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한다면 얼마든지 영어능력을 시험할 수 있다. 내신을 집중적으로 높이기 위한 사교육 팽창도 막을 수 없다. 지금까지 내신을 반영할 때 수학과 과학에 가중치를 두던 관행도 사라질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외고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외고에 대한 해법들을 짚어보고 향후 외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해본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