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의 [잇:북]2012.11.06 11:19

2012 / 11 / 0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2012 미국 대선 편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여는 글]

* 새사연은 올해 1월부터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번역하고 요약하여 소개하는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오늘(2012. 11. 6) 치뤄지는 미국 대선에 대해 다룬 7편의 글을 모아 테마북으로 엮었다.

2012년은 선거의 해이다. 대만, 러시아, 프랑스, 멕시코에서 총통 혹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11월에는 중국 공산당의 정권 교체가 있으며, 12월에는 우리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줄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 선거가 곧 다가온다.

그리고 오늘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오바마와 롬니의 대결 결과가 궁금해지는 가운데, 그간 새사연이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을 통해서 소개했던 미국 대선과 관련된 글 7편을 모아 테마북으로 엮었다.

미국 대선은 이미 올해 초부터 후보 간의 분명한 정책적 차이를 드러내며 쟁점을 형성했다.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일자리를 확충할 것인지를 두고 오바마와 롬니가 제시하는 대안은 극명히 달랐다. 오바마는 증세와 재정지출 증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것으로 주장한 반면, 롬니는 감세와 긴축재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정부에 있었던 라이시와 타이슨, 그리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불평등에 대한 각성을 촉구해 온 스티글리츠는 롬니의 정책이 불평등을 강화하며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며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롬니가 자신이 설립한 사모펀드를 통해 탈세를 한 사실을 두고 공공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경우 경제정책 뿐 아니라 사회정책에 있어서도 의료보험을 강화하고 동성애를 인정한 오바마가 롬니보다 나으며,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경험없는 롬니의 즉흥성을 우려했다.

라잔과 에리언은 어느 후보를 지지한다고 표명하는 대신, 자유기업에 의해 위협당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중산층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하거나 재분배 정책을 중심에 놓고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통합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역시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심각한 불평등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선택의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여진다. 오늘 미국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지켜보며, 우리 또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수연

 

[목 차]

◆ 여는 글       --------------------------------------------- 2

◆ 이번 선거에서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5
    세기의 우화 / 로버트 라이시

◆ 미국 대선의 쟁점은 사회적 책임감이다  ---------------------- 9
    미국의 제한된 선택 / 모하메드 엘 에리언

◆ 민주주의와 자유기업의 조화    ----------------------------- 13
    미국 대선의 핵심 / 라구람 라잔

◆ 오바마와 롬니, 누가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줄 것인가 ----------- 18
    오바마와 롬니의 고용정책 비교 / 로라 타이슨 

◆ 대선 후보의 탈세가 문제인 이유    -------------------------- 24
    롬니가 내야 할 공정한 몫 / 조지프 스티글리츠

◆ 왜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를 공개지지할까?  ----------------- 28
    워싱턴 포스트의 공개지지: 오바마 대통령에게 4년 더 /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

 ◆ 오바마의 재선이 전세계에 이롭다    ------------------------- 34
    전세계적인 미국의 선거 / 조지프 스티글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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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07.14 13:19
미국의 의료 현실과 오바마 개혁이 주는 시사점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여러 영역에서 새 행정부의 개혁과제에 대한 분석과 함께 한국의 상황에 대한 비교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의 영역은 어떨까?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셀 오바마는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가 매우 훌륭하며 미국도 그러한 방향으로 의료 개혁을 진행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모두가 실패했다고 하는 미국식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전면적 재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식 의료제도를 따라가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식 의료민영화가 어떤 상황인지, 왜 오바마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국정 현안으로 의료개혁을 천명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료개혁은 오바마정부의 핵심적 정책 중 하나

‘미국식 의료’하면 많은 이들이 영화 <식코>에서 보여진 악몽 같은 현실을 떠올릴 것이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제일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으면서도 의료의 질은 가장 낮은 국가다. 개인파산의 절반 정도가 의료부담으로 인한 파산이고 일자리를 선택하는 기준 역시 어떤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런 이유로 오바마의 “미국을 위한 변화 : 제44대 대통령을 위한 진보적 청사진(Change for America: A Progressive Blueprint for the 44th President)”이라는 정책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의료비부담 경감과 전국민건강보험 실현이 의료개혁의 최우선 기치로 계획되어 있다.

먼저 미국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①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없다
미국의 경우 약 27퍼센트가 공적건강보험체계, 68퍼센트가 민간보험, 15퍼센트가 보험에 포함되지 않고 직접 의료비를 부담하는 형태다. 즉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국민 의료보험이 없는 나라다. 공적 의료보험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그리고 응급실운영이나 기타 공공의료 제공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제도는 현재 막대한 의료비 지출로 심각한 재정부담을 야기하고 있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가입 대상자가 아닌 근로능력이 있는 미국민들은 고용주가 제공하는 민간 건강보험 등에 가입해 있는데,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서 보험료 부담이 높아지는 등의 이유로 무보험자가 4,500만 명(2007년 기준)에 달하고 있다. 미국인 중 59.7퍼센트가 고용주를 통한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급증하는 건강보험료의 부담으로 인해 200인 미만의 중소기업 고용주들이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건강보험을 중단하고 있고 최근의 경제위기로 이런 추세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젊은 성인 남성의 경우 제대로 된 직장이 없으면 아무런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다. 즉 빈곤선 이상이나 65세 이하로 중소기업 노동자나 자영업, 비정규직, 청년실업자 등의 경우 보험적용 미적용자이거나 부분적 적용자(underinsured)의 처지가 된다. 즉, 보험가입은 되어 있으나 보험혜택의 내용이 형편없어 막대한 본인부담을 지불하지 않고는 의료이용을 할 수 없는 경우로 이렇듯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의료사각지대가 전체인구의 30퍼센트에 육박한다.

② 의료비가 지나치게 비싸고 비효율적이다
미국의 의료비지출은 GDP의 약 15퍼센트로 OECD평균 9퍼센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의료비지출 증가의 원인은 고령화, 의료기술의 발전 등 자연적 영향도 있으나 다른 선진국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나치게 높은 의료비의 증가는 미국의료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의료비에 돈을 많이 쓰면 의료의 질과 국민건강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좋아야 함에도 여러 통계에 비추어 미국의 건강수준은 거의 꼴등을 다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가파른 의료비 증가는 미보험자에 대한 보험적용을 어렵게 하여 개인 재정 파산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앞서 밝혔듯이 파산 가정의 절반가량은 의료비로 인해 파산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기업의 의료비 부담 증가폭도 커지고 있어 미국 자동차기업들의 경우 생산된 자동차 한 대에 포함된 의료비가 미국 GM은 무려 1,525달러로 나타나, 캐나다 GM의 187달러, 일본 도요다의 97달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GM이 파산한 원인 가운데 노동자에 대한 의료보장 부담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③ 보험적용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 보장수준의 격차가 크다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사람의 보장수준은 매우 높으나 미적용자나 부분적 적용자에게는 기본적인 의료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민간보험이 너무 세분화 되어있고 회사별, 가격별, 계약 병원별로 보험내용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수준의 차이도 심하다. 심지어 병원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어느 보험에 속해있는지, 그 보험에서 커버해주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그 병원이 보험적용이 안 되는 경우에는 병원을 다시 옮겨야 하며 받은 서비스 중에서 보험적용이 안 되는 서비스가 있다면 막대한 본인부담금을 지불해야한다. 이런 행정비용이 미국 의료비의 약 1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또한 인종별, 성별, 소득수준별 건강수준의 차이가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미국 건강보험정책의 변화와 주요 이슈

의료개혁에 대한 미국국민들의 요구는 매우 높다. 아래 표는 지난 2008 대선에서 각 당의 지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조사한 결과다. 의료개혁에 대한 요구가 2번째로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면 의료개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61퍼센트가 어려워진다면 더더욱 의료개혁을 해야 한다고 답한 자료도 있다.

오바마의 의료개혁안
① 의료비 축소

의료보장체계의 개혁을 위한 “오바마-바이든 계획(OBAMA-BIDEN PLAN)"에 따르면 의료비와 보험료 감소를 최우선 기치로 내세우고 있으며 매년 가구당 2,500불의 의료비 감소 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천명하고 있다.

의료비감소를 위한 대안으로는
- 최신의 전자의료정보 시스템을 도입하여 의료과실(Medical Error)로 인한 사상자와 의료비용 감소
- 급증하는 의료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독과점 형태의 민영 건강보험 시장과 의약품시장을 지목하고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가격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 큰 방향이다.

이는 민간보험회사들의 지나친 영리추구행위와 제약회사의 과도한 이윤추구행위를 의료비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의료공급분야의 영리행위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이다. 가장 큰 계획은 전국민건강보험거래소(National Health Insurance Exchange : NHIS)를 설립한다는 것과 새로운 공공보험회사(National Health Plan)를 신설하여 기존의 민간보험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NISH(건강보험거래소)에는 기존의 민간보험회사를 강제 참여시키고 기본적인 보장내용을 포함하는 상품의 판매, 기왕력 등에 따른 가입 거부조항의 금지, 집단 보험료율 선정, 새로운 공공보험에 준하는 보장성 등에 대한 강제 조항을 신설, 기존 민간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보험회사(National Health Plan)를 NISH에 포함시켜 공공-민간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공보험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아무런 룰 없이 진행되는 민간보험회사끼리의 경쟁으로 의료보장성 약화와 의료비 상승이 악화되었다고 보고 이를 개혁하고자 하는 것과 민간-공공의 공정한 경쟁을 촉발하고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공공보험체계의 강화를 추구한다는 방안이다.
또한 같은 약이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60퍼센트가 넘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현 의약품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메디케어와 제약회사 간 약가를 직접 협상하도록 하는 한편, 안전성이 검증된 값싼 의약품을 수입해 공적건강보험에서 적극 활용하여 약제비의 절감과 공공보험의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 외에도 의료비절감을 위한 대책으로
-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자와 개인보험 가입자에 대한 의료비지원
- 의료기관의 질적 평가와 평가결과, 진료비용 공개 등의 방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② 전국민 의료보장체계 구축
민간 건강보험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고, 보험 미가입자 또는 현행의 민간 건강보험을 원하지 않은 가입자는 ‘공공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과 그에 대한 재정지원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민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원칙적 천명은 있으나 구체적 시기나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다양한 건강보험 가입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을 밝히고는 있으나 재원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의 문제가 있다. 오히려 전국민 의료보장보다 어린이 대상 의료보장(SCHIP)를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 무보험자에게 전국민건강보험거래소를 통해 새로운 공적 건강보험과 인가된 민간 건강보험 중에서 하나를 택할 선택권 제공
- 대규모 사업자의 경우 건강보험 제공을 의무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일정금액을 국민건강보험재정으로 납부하는 것을 의무화(Pay or Play)
- 개인의 경우도 건강보험료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

그 중에서도 메디케이드와 국가어린이건강보험프로그램(SCHIP)의 수급 자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빈곤층과 소수인종, 특히 어린이의 의료보장을 확대하는 부분에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모든 어린이가 의료보장을 받도록 제도화하며, 부모의 보험을 통해 자녀가 25세가 될 때까지 건강보험을 제공받도록 옵션을 확대하는 것을 기본으로 아이들에게 만큼은 건강보험을 의무화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보험료뿐만 아니라 공제액과 정률제 금액을 최소화하여 예방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고, 이직할 경우 기존의 건강보험을 그대로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함으로써 보험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비율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③ 예방의료ㆍ공중보건 서비스 확대
질병예방 서비스와 공중보건 서비스를 확대하여 만성질환(Chronic Disease)의 예방ㆍ관리를 강화하여 만성질환 치료비 감소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국민건강 증대를 통해 의료비를 줄일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는 의료비의 대부분이 급성기 치료와 응급실 처치, 사망 직전의 생명유지에 지출되는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민은 비싼 의료비 탓에 의료기관을 잘 이용하지 않아 급성 질환에 걸리거나 사망 직전에서야 의료기관을 찾는 비율이 높다. 이를 개혁하기 위해 예방적 진료와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에 대한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의료개혁의 가능성과 한계

오바마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건강보험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비용 조달과 이해당사자(보험회사, 제약회사,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사이의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경제위기로 신자유주의가 위기를 맞으면서 천문학적인 예산조달을 위한 세금 증가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 등 구체적 대안이 실행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는 현재 부유층 증세를 통한 예산확보와 대국민 여론화를 통한 대중적 지지의 확산, 다양한 개혁안에 대한 열린 토론 방식 등을 개혁의 추진방안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개혁안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더불어 과연 개혁안의 내용들이 의료비절감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하는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다. 민간 영리적 의료공급자들에 대한 강력한 통제와 전국민의료보장제도의 도입, 공공보험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증대 등이 보장되지 않은 채, 즉 민간의료보험체계의 근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험가입자를 늘리고 보장성을 강화하며 공공과 민간의 경쟁을 활성화 하는 정도의 개혁안으로 미국의 의료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의료체계가 이렇듯 모든 문제의 집합장으로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임에도 국민들 사이에서 개혁의 목소리가 높지 않고, 또 개혁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미국만이 모든 선진국이 수십 년 전에 도달한 수준의 공적의료보험체계를 세우지 못한 원인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이라는 이데올로기 탓에 모든 사람이 일괄적으로 포함되는 전국민 보험제도와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것
- 의료공급자(보험회사, 제약회사,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의 강력한 로비
-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은 높으나 그를 실현시킬 강력한 추진주체의 미형성
- 개혁방안에 대한 다양한 입장차와 그로 인한 사회적 논란 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미결정의 문제 등
사실 미국내 오바마의 의료개혁을 지지하고 정책내용을 입안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런 식의 의료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한다.

오바마 의료개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문제는 미국이 아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미국의 문제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느냐 하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보건의료 부분의 가장 강력한 정책은 의료산업화다. 이는 의료시장을 개방하고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여 의료를 영리화하겠다는 정책이다. 문제는 의료문제를 시장에 맡겨서 성공한 사례가 지구상 그 어느 곳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이라는 생생한 증거를 옆에 두고서도, 국민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도 몇 달 후면 똑같은 논리를 반복하는 정부의 강심장도 대단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의료민영화 반대 운동을 벌여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도 정말이지 피곤한 일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미국의 의료개혁가들과 국민들의 답답함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그나마 양호한 상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또 다른 조건이 존재한다. 미국은 그래도 약 35퍼센트의 공공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있으며 공공부분에 지출하는 예산규모도 전체 의료비의 45퍼센트에 달한다. 이러한 공공의료기관이 미국의 의료제도가 완전한 파국으로 가지 않는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0퍼센트를 넘는다. 이 절대적 비중의 민간의료기관이 사실상 영리적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영리성을 더 강화하고 보장성이 6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건강보험을 축소시키자니, 이건 강심장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소수의 몇몇 재벌병원과 보험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에 다름 아니다.

한번 구축된 의료제도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미국의 예가 증명하듯이 거의 불가능 할 수도 있다. 정부는 지금 의료에서 중요한 핵심과제가 무엇인지 다시 논의해야 한다. 영리화와 민영화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공공성과 보장성이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는 의료개혁의 새판을 준비해야한다.

이은경/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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