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놀라움으로 이끈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Brexit)!
그 영향력은 어디까지이고, 유럽연합은 어떻게 될 것이며, 세계경제와 아시아경제
그리고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새롭게 새사연 이사로 합류한 정승일 박사가 유럽연합과 브렉시트의 관계를,
국제금융을 전공한 송종운 박사가 영국자본과 세계경제, 나아가 아시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말합니다.
이번 강좌는 열린 확신광장으로 무료로 진행되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꼭! 신청을 해 주시길 바라며 많은 관심 및 참석 부탁 드립니다.

 

  • 구성: 1. 유럽 연합과 브렉시트 (정승일 새사연 이사, 정치경제학 박사)
             2. 영국자본의 이동과 세계 경제 (송종운 새사연 자문위원, 경제학 박사)
             3. 질의 응답

  • 일시: 2016년 7월 21일 (목) 저녁 7시

  • 장소: 마포구 서강동 주민센터 2층 다목적실 (6호선 광흥창역)

  • 비용: 무료 (원활한 진행을 위해 꼭! 신청을 해 주세요!)

  • 문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02.322.4692 / edu@saesayon.org

  • 신청하기: http://goo.gl/forms/sTgwXCm8LYRLL1Ef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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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4 / 05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2013 세계의 시선 (14)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백년만의 영국 연금개혁파일받기

위의 PDF 아이콘을 누르시면 파일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1. 논란중인 한국 노후소득보장

 

박근혜 정부의 65세 이상 노인 1인 1연금 제도 도입(국민행복연금)으로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율과 생활고가 매우 극심하기 때문이다.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노인빈곤률은 45.1%로 OECD평균 13.5%의 3.4배에 달하고, 그 결과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등 노인들의 삶의 질이 매우 낮다.

 

노후소득보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미 성숙해가고 있는 국민연금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사각지대로 보편적 소득보장시스템이라 할 수 없고,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월 7만 원 정도로 노후 생활비를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정부가 택한 방식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하고, 2014년 7월부터 하위 소득 70% 중 국민연금 미가입자만 20만원 지급하고 나머지는 차등지원, 재원은 국고와 지방비 부담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노후소득보장시스템의 장기적 방향 부재가 제일 크다. 국민행복연금으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회보험방식의 국민연금과 조세기반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해 보편적 노후소득보장시스템을 만드는 문제는 기존 가입자와의 형평문제, 부과식 vs 적립식 문제 해결, 동 세대간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부유층 노인과 저소득층 노인의 소득 재분배와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소득 재분배를 어떻게 제도화 할 것인지, 더 근본적으로는 고령사회 속에서 노후소득보장에 사회 전체가 얼마나 투자할 수 있을 것인지 등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2. 각자도생해야하는 한국의 노인들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 해결은 대부분 민간영역에 맡겨져 왔다. 의료와 자녀양육, 교육문제를 사회 전체적 책임으로 보는 인식은 일정정도 확산되어 있고 그에 따라 공적 영역도 점차 증가해왔다. 아직 OECD 평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총사회지출에서 의료와 양육, 교육 관련 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소득보장은 여전히 개인의 몫이다. 

아래 [그림 1]과 [그림 2]는 총사회지출에서 노령부분과 보건부분 추이를 국제 비교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민주의 국가로 국가 공적영역이 큰 스웨덴, 다층적 구조로 민간/공공 역할분담을 갖고 있는 영국, 자발적 민간부분이 큰 미국이 비교대상이다. 내용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노령부분의 지출이 매우 취약하다. 그나마 법정민간사회지출에 법정퇴직금이 포함되어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는 2000년대 후반부터 노령부분 지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주된 대상이 정규직 노동자에 국한 되어 있다.

 

즉, 노후생활비의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대표적 노후소득보장수단인 “국민연금 + 법정퇴직금”은 정규직 노동자, 중산층 이상 계층에 집중돼 사회적 노후관련 지출이 증가할수록 노인 소득 양극화가 증가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한국사회에서 노후소득보장문제가 개인의 책임이거나(개인저축, 보험, 가족부양) 기껏해야 본인 노동의 결과물(법정 기업퇴직금)에 국한되어 있는 한 노인층의 빈곤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특히 노동시장 이중화로 인해 정규직과 기타 비정규직/자영업간의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규직 중심의 노후보장시스템은 젊은 시기의 양극화를 노후에 더욱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261880/155-pension-boost-stay-home-mothers-incredibly-pro-family-says-Iain-Duncan-Smith.html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2013/jan/14/sustainable-pension-plan

http://www.guardian.co.uk/money/state-pen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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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4 / 09 최정은/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아빠들이 출산휴가로 한 달을 쉴 수 있는 ‘아빠의 달’을 도입한다는 정부 계획이 최근 발표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임신과 출산을 독려하고, 일자리를 나눠 고용률을 올릴 목적으로 올 상반기 중에 임금 100%를 지급하고 자녀 출산 90일 안에 아빠들이 출산휴가 30일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기획재정부, “박근혜 정부 2013년 경제정책방향”, 2013.3.28).

 

‘아빠의 달’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과연 아빠들이 한 달을 쉴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의견들로 뜨거웠다. “법을 지키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느냐”, “법보다 무서운 게 상사 눈치다”, “정시퇴근이라도 하면 좋겠다”, “일부 대기업이나 공무원 좋을 정책이다”, “중소기업 다니면서 한 달 쉴 수 있느냐”, “출산휴가는 곧 퇴사와 같다”, “여성들 육아휴직부터 챙겨라”, “의무화 하지 않으면 어렵다”, “시기상조다” 등 대다수가 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이는 이미 대선 과정에서 예견된 문제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빠출산휴가는 일주일 미만인데다 여성들이 상사와 동료들 눈치로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아빠의 달’ 시행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맞았다. 세계적으로도 아빠출산휴가는 이용률이 낮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녀가 태어나면 아빠들은 아빠출산휴가(paternity leave)와 부모휴가(parental leave)를 통해 쉴 수 있다. 아빠출산휴가는 1960년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가 최초로 도입해, 오늘날 OECD 국가들의 2/3가 아빠들에게 출산휴가권을 주고 있다. 부모휴가는 일반적으로 엄마와 아빠의 휴가권으로 1974년 스웨덴이 처음 도입해 90년대 후반부터 여러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다. 아빠휴가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에서도 아빠의 이용을 독려하려고 ‘할당(quotas)’이나 ‘보너스(bonus)’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노르웨이가 1993년에 처음 도입했다. 아빠휴가 할당제는 엄마에게 이 권리를 양도할 수 없고 사용하지 않으면 상실되도록 설계되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보너스 형태로 기존의 부모휴가기간에 아빠휴가를 별도로 주고 있으며 스웨덴이 대표적이다(Huerta, M. et al. "Father's leave. Father's involvement and Child Development: Are they related? evidence from four OECD countries", OECD, 2013).

 

많은 나라에서 유급으로 아빠의 출산휴가를 지원하고 있으나 제도의 설계, 기간, 급여 체계에 따라 이용률은 차이가 난다. 부모휴가권을 부부가 나눌 수 있고, 양도 가능한 경우 임금이 낮은 엄마들이 대체로 이용하고, 아빠들의 이용률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아빠휴가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노르웨이에서는 아빠의 90%이상이 휴가권을 사용하고, 70%의 아빠가 5주 이상으로 장기간 쉬고 있다. 아빠출산휴가는 정착만 된다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아빠출산휴가, 아빠양육참여, 자녀의 인지발달은 상관성이 높아 자녀의 생애 초기에 아빠가 출산휴가를 낸 경우 이후 양육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가족 안에서 여성은 양육자, 아빠는 생계부양자라는 고정관념도 바꾸는데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Huerta, M. et al., 2013.).

 

그럼에도 남성이 장기간 출산휴가를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 최근 영국정부도 현재 2주간의  아빠출산휴가를 6주로 확대하고, 2015년까지 부모휴가기간 50주를 아빠와 함께 나눠 쓸 수 있는 ‘유연한 부모휴가(flexible parental leave)' 제도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일부에선 현실성 문제를 지적했다. 영국 아빠들은 자신의 직종이나, 전일제 여부에 따라서 정부의 ‘아빠출산휴가’에 대해 찬반을 달리하고 있다. 특히 한시도 일을 놓기 어려운 제조업이나 요식업에 종사하거나 시간제로 일하는 아빠들은 장기간 아빠출산휴가가 사회적 편견을 불러올 수 있다고 걱정한다. 영국 아빠들은 법적으로 출산휴가를 보장받아도 자신의 경력이나 사회문화적 편견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소중한 권리를 마다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영국의 컨설팅사 ‘오피스엔젤스(officeangels)'가 2012년 11월에 16세 미만 자녀를 둔 영국 아빠 1,072명(전일제 466명, 시간제 606명)을 대상으로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이나, 아빠휴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officeangels, "the rise of part-time dads", 2013). 이 설문 결과가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내용을 통해 소개되어 옮겨본다.

 

 

 

 

 

영국 아빠의 40%는 출산휴가를 쓰지 않는다
(40% of fathers do not take paternity leave)

 

2013년 1월 7일
가디언(the guardian)
마틴 윌리엄스(Martin Williams)


영국 남성은 출산휴가를 위해 2주간 쉴 수 있다. 그러나 시간제로 일하는 아빠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기 때문에, 아빠들이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설문조사가 발표되었다. 아빠의 40%는 자녀 돌봄을 위해 쉴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사무실에 머문다.

 

영국 아빠 1,0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이나 문화 부문에서 일하는 아빠들은 아빠휴가권을 더 이용하려는 반면, 제조업, 요식업, 레저 분야에 종사하는 아빠들의 절반 이상은 이용 가능한 출산휴가도 거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에서는 2003년부터 출산이나 입양으로 아빠가 되면 2주 유급 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엄마가 일찍 직장으로 복귀해 휴가권을 이전한 경우, 아빠들은 추가로 26주를 쉴 수 있다.

 

2015년까지 영국 정부는 아기의 생애 첫 해로까지 아빠휴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연한 아빠 휴가”는 부모가 일을 쉬고 양육할 권리를 지원할 것이다. 공식 통계로 보면 매년 42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많은 아빠들이 그들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 결과 남성들은 아빠출산휴가를 여전히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일하는 아빠의 절반 이상은 일하는 시간을 줄여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한편, 1/4 이상은 그들의 고용주가 그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간제로 일하는 아빠들은 아빠출산휴가로 인해 경력전망이나 재정적으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염려한다. 그들의 70%는 사회적 낙인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1/4은 미래 경력에 손해가 된다고 느낀다. 단지 시간제 노동을 하는 아빠의 1/4만이 아빠출산휴가를 보내면서 어떤 걱정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피스엔젤스(officeangels)의 부행장인 안젤라 스미스(Angela Smith)는 “아빠들이 경영주와 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빠들도 가족생활의 역동성을 그들의 경영주가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아빠들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고용주에게 그들의 걱정거리를 꺼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아빠휴가를 요청한 직원을 경영주가 해고하거나 부당한 처우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으며, 이는 근속기간과도 무관하다. 정부 지침은 아빠가 아빠휴가급여나 추가적인 휴가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젤라 스미스는 “시간제로 일하는 아빠들이 사회적 낙인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영국 사회가 더 성숙되어야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국은 더 유연하고 역동적인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이 일과 양육의무를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제로 일하는 아빠의 80%가 가족생활의 보조자로 인식하고, 단지 21%만이 요리, 청소, 양육은 부모들이 동등하게 나눠해야 한다고 말한다.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careers.guardian.co.uk/fathers-choose-not-to-take-paternity-le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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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5고병수/새사연 이사

이제는 영국 방문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영국의 NHS를 돌아보고자 런던에 왔지만 아직 완수하지 못한 미션이 있다. 그것은 영국 일차의료의 현장이었다. 우리 일행들의 시간표에도 일차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계획이 없던 터라 나는 개인적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여행 초반에 숙소 주변에 있는 GP surgery(동네의원)를 찾아갔다가 딱지 맞은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것은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는 방식이었다. 미리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사전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외국에서의 어떠한 방문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현지에 있는 지인을 이용한 방문이나 만남을 취하게 된 것이다.

현지인들이 바라보는 동네의원

비가 오락가락 하였지만, 런던의 날씨야 항상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작은 접이용 우산 하나만 들고서 나와 홍승권 교수는 전철을 타고 런던 시외로 빠져나갔다. 우리는 소개받은 분을 만나기 위해 식당을 하고 계시는 레인스 파크(Raynes park)라는 곳으로 갔다. 나무가 주변에 많고, 집들은 전형적인 영국식으로 되어서 길을 따라 늘어선 조용하고 예쁜 곳이었다.

처음 보는 동네에 찾아든 우리는 비가 다소 거세지자 우산을 펼치고 둘이 어께를 맞대고 동네 구경을 했다. 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도시를 벗어나면 조용하기는 비슷한지라 아주 드물게 사람 지나가는 게 보일 정도였다. 하긴 이 시간에는 다들 출근했을 테니까....

남정네 둘이서 우산 하나 쓰고 가는 게 신기했는지, 이상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힐끗힐끗 쳐다본다.

“아, 이런 목가적인 동네에서 우산을 쓰고 가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시꺼먼 남자라니.....”
“누가 할 소리를. 우산 가져온 게 이처럼 후회스러울 수가 없군.....”

우리가 찾아간 교포 내외가 운영하는 식당(맨 왼쪽)

우리는 서로 못마땅하다는 말투를 내뱉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드디어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서 약속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교포 내외분이 운영하는 곳으로 아담하였고, 일식부터 한식까지 다 하는 곳이었다. 만나려고 하는 분은 이 곳 주인인 장석규씨(가명. 나이 60대 초반) 부부였다. 그 부부는 영국에 정착한지 30년 정도 된 분으로 런던 근교에서 식당을 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처음 영국에 와서 온갖 일들을 다 하며 고생하다가 식당을 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 거리 끝에 보면 GP surgery가 하나 있어요. 동네 사람들은 그곳을 주로 이용하지요. 동네에 있으니까 아프면 찾아가기는 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아요.”

식사를 하면서 장석규씨는 자기가 겪은 NHS 및 동네의원에 대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의사들은 친절하고, 웬만한 것들은 해결해 드릴 수 있을 텐데요?”

“물론 친절하죠. 한국에서처럼 의사 얼굴 잠깐 보고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내가 필요한 얘기는 어느 정도 하고,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얘기도 많이 듣고 오죠. 하지만 정작 해결을 해야 하는 내용에서는 한정없이 느려요. 내가 몇 년 전부터는 허리가 아팠는데, 찾아가면 허리 디스크 탈출증이 약간 있다 그러고는 해주는 게 없어요. 검사를 하자는 말도 없고, 운동하라, 필요하면 진통제 정도는 주겠다 이 정도죠. 매일 허리가 아파서 힘든데, 별다른 차도가 없으니 얼마나 걱정되겠어요?”

장석규님씨는 영국의 의료에서 공짜도 좋지만, 돈이 들더라도 시원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거나, 치료약이라도 원 없이 받아보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한단다. 물론 처음에 영국에 와서 돈이 없을 때는 무료로 진료 받을 수 있다는데 너무 놀랐고,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서 천국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와서 보면 이 나라가 의료기술이 발달 하기는 한 건지 의심되는데다가 제도가 마음에 안 들게 됐다고 한다.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만큼 더 진료 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필요하면 CT 등 정밀 검사들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그게 세월아 내월아입니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것은 잘 보장이 되는데, 좀 더 검사 받거나 치료를 하려면 한정 없이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오곤 하지요.”

장석규씨 부부 동네에 있는 동네의원(GP surgery).

이것은 10년 전 처음 영국을 방문했을 때도 들은 얘기였다. 영국 사람들은 현지 상황에 적응되서 그런지 별로 불만이 없지만, 교포들은 이곳의 의료 체제에 다소 만족스러워 하지 못했다. 불만족의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가장 많은 불만은 대기 시간. 위내시경을 받으려고 하든, CT를 찍으려고 하든, 고관절 수술을 하려고 하든 무한정 기다리는 게 일이다. 그 다음 불만은 약을 잘 안 주는 거. 우리처럼 약을 무한정 받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웬만하면 약을 주지 않으니 병원이 병원 같지가 않단다.

응급실 얘기도 나왔다. 인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식당에서 글라인더에 손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 여기저기 살점이 뜯어졌는데,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고 한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의사는 와보지도 않고, 간호사가 보더니 약 발라주고 거즈로 싸서는 집에 가라고 했다. 그 분은 왜 더 치료를 안 해주냐고 물었더니 그 정도면 됐고, 집에서 약 바르면서 치료하면 잘 나을 거라고만 했단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환자가 의자 집어 들고 생난리를 쳐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그 사람은 다음날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와서는 성형외과에 가서 여러 군데 꿰매고 정성스런 치료를 받은 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전에도 이런 류의 얘기는 여러 번 들었다. 아기가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는 와보지도 않아서 4시간을 기다리다가 열이 저절로 떨어져서 돌아왔다는 얘기, 어떤 이는 충수돌기염 증상이 보여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가 한번 와서 보더니 아니라고 하면서 그 다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라는 얘기.

영국의 응급실.....

영국은 응급실 이용도 모두 무료이다. 심각한 중상을 입었을 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아이들이 열나거나, 배가 아플 때에도 모두 응급실을 찾아간다. 영국도 밤에는 딱히 찾아갈 의료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응급실에 갔을 때부터이다. 영국의 응급실에서는 응급 상황(emergency)이냐, 준응급상황(긴급상황, urgency)이냐, 아니면 가벼운 질환이냐에 따라 차별이 엄청 심하다. 웬만한 가벼운 질환 같으면 간호사 선에서 끝내버리고 의사 얼굴을 보기란 불가능하다. 여기서 가벼운 질환이란 고열 난다든지, 약간 찢어졌다든지, 뇌 이상은 없어 보이고 단지 머리를 다쳐서 피가 난다든지,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든지 이런 것들이다.

간호사가 호출하면 의사가 와서 보기는 하지만, 저쪽 침대에 중환자들이 있다면 위의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날이 밝을 때까지 치료 받기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국 응급실의 우선 순위는 말 그대로 응급상황의 환자들이다. 거기에 의료진의 손이 필요한 시간에는 몇 시간을 기다렸든, 아프다고 호소하든 순위에서 밀리게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몰인정한 것 같지만, 외국의 응급실은 대게 비슷하다. 우리처럼 먼저 왔다고 우선 봐줘야 하는 것은 사실 응급실 이용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다. 영국 사람들은 자기들은 기다릴 상황이라는 걸 알고 몇 시간이고 침대에 누워서 기다린다.

※ 나중에 영국에서 돌아왔을 때 장석규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허리 때문에 한국으로 왔다면서 병원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나는 영국에서의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병원을 소개해 드렸다. 하지만 한국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없어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자기 비용을 들여서라도 검사나 치료를 충분히 받고 가겠다고 고집하셔서 잘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봐드렸다.

며칠 후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아봤는데, 척추의 양성종양인 ‘상의세포(Ependymoma)’ 라는 것으로 판명되어서 수술 대기 중이라고 했다. 자신은 척추 통증의 원인을 찾아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수술에 대한 후유증으로 걱정이 컸다. 나는 이런저런 설명을 해드리면서 안심을 시켰고, 얼마 전에는 수술을 잘 마쳐서 재활치료 중이라는 연락을 또 받게 되었다.

이것은 영국에서 오진을 한 것이 아니라 검사받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다 보니 종양을 키운 결과라고 보이는데, 영국처럼 발달된 의료제도에서 공적인 것을 중시하다보니 개인의 문제가 뒤처지는 한 단면이라고 보면 된다. 이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게 현재 영국 정부의 몸부림이고.

현지 의사 이야기

영국을 떠나는 마지막 날, 돌아가는 비행기는 오후 늦게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급히 연락이 닿은 중요한 분을 만나기로 했다.

우이혁씨. 그는 한국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다가 2000년 영국으로 건너와 종합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consultant(경험이 많은 교수급 의사) 자격을 얻었다. 지금은 개인 정신과 의원을 열어서 환자들을 보고 있다. NHS 체계의 진료를 하기도 하지만 다른 consultant들처럼 민영보험회사와 연결된 개인 환자를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왜 영국까지 왔느냐부터 영국의 의사들은 어떤 진로를 밟느냐 여러 얘기를 나누다가 술 한 잔 걸치면서는 자연스레 동네의원 의사들의 문제, 환자들의 불만, 그래도 영국의 의료제도가 한국보다 낫다는 얘기 등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같은 의사여서 그런지 필요한 얘기들이 많이 오갔다. 지면상 자세히 실을 수는 없으나, 몇 가지를 추려보면....

영국의 의료체계가 중시하는 것은 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다. 오랜 경험 속에서 1948년 NHS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영국이 가져온 철학인데, 그것은 진보나 보수 구분이 없다. 다만 요즘 문제가 되는 것은 한정된 의료 재정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이냐 논란이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공적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동네의원 의사들은 대부분 개인 진료소를 차리지만 공무원이라는 생각을 한단다. 이 말은 의사들이 돈을 벌려는 것보다는 정부의 파트너로서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한 축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의료 체계를 우리나라에서 보면 답답한 것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항상 문제가 되는 대기 시간, 검사나 치료의 지연, 치료약을 풍부히 사용하지 않는 것, 응급실의 문제 등.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영국 의료 체계의 국가의 책임성이나 의료의 형평성 등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헤어지는 시간에 우이혁 의사와 함께 찍은 사진. 가운데가 정신과 전문의 우이혁씨.

시간이 허락하면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우리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히드로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영국의 의료제도와 한국의 장점을 결합한 멋진 퓨전 의료제도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가 주치의제도를 시행한다면 환자들과 의사가 얼굴을 마주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진료하는 모습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의 관습에서 벗어나자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필요한 검사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금방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동네의원에 엑스레이(X-ray), 내시경 장비, 초음파 등 어느 정도의 의료장비들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사람들은 그런 검사 한번 받으려면 엄청난 기다림을 겪어야 하는데 말이다. 수술도 우리나라는 금방 시간을 잡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고관절 치환술 받으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야 얼마든지 빨리 잡힌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정신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의료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며,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올려서 암치료뿐만 아니라 입원이나 웬만한 수술 치료에도 개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국민들도 보험료를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에 동의를 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크게 부담을 못 느낀다. 보험료 상한선을 없앴기 때문에 수익이 높은 사람들은 보험료를 많이 내게 되고, 저소득층은 거의 내지 않아도 되며, 중산층들도 높아진 의료보장성에 만족을 하기 때문에 기꺼이 부담을 하게 된 탓이다.

영국 방문기를 끝내며.....

사실 영국을 방문할 때는 기대가 컸다. 확실히 우리보다 선진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현지를 돌아보면서는 그다지 우러러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나 시설들이 많이 발전을 했고, 게다가 전국민건강보험은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중 가장 핵심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속에서 아직도 후진적인 일차의료 현장이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는 안타까울 뿐이다. 아마 다가올 2012년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는 분명 이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라고 보고, 미리 준비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은 필자가 2011년 7월 2일부터 7월 9일까지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최근 보수당 캐머런 정부의 NHS 개혁에 관한 것과 일차의료 현장에 대한 견학을 하고 느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나중에 자료집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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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9.22고병수/새사연 이사

영국 방문 며칠 동안의 공식적인 방문과 회의가 끝났다. 남은 며칠은 개인 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몇 가지 일을 하기로 했다. 그것은 영국의 민간의료 상황에 대한 파악과 일차의료 현황, 즉 영국의 주치의제도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일행들이 방문하거나 만난 사람들은 거의 공공의료를 강조하거나 그것을 강력하게 지키려는 사람들이었는데, 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나 주민들의 생각과 오히려 그 반대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얘기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낯선 나라에 와서 병원 시설들을 보거나 관계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미리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홍승권 교수와 나는 한번쯤 맨땅에 헤딩하기로 마음먹고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오늘은 영리병원 격에 해당하는 개인병원들을 탐방하기로 하였다.

런던의 압구정동 ‘할리 스트리트’

서울의 압구정동, 청담동을 가보면 고급 술집, 백화점, 고급 식당들도 많지만 한 골목 건너 성형외과나 피부과 같은 곳들이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특정 영업점들이 한 군데 모여 있다는 것은 돈을 낼 수 있는 수요층이 가까이 있다는 이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전문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런던에도 그런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는 솔깃해진 마음으로 찾아가 보았다. 일단 주변 시내를 죽 훑어보면서 가기로 했는데,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따라 이 골목, 저 골목을 구경하며 다녔다. 서울의 강남구처럼 런던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구경거리도 많았다.


화려한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모습(왼쪽 그림). 이 거리 왼편에 헤롯 백화점이 있다.
거리 왼쪽으로 꺽어지면 할리 스트리트가 나온다. 오른쪽 사진은 거리 중간에 있는 공원.

가다보면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와 불륜 관계라고 알려진 이집트 출신의 도니 파예드의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최고급 백화점 ‘헤롯’을 비롯한 백화점들이 즐비한 거리도 나오고, 옛것과 현재가 버무려져 있는 도시답게 유명 관광지도 보인다.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지나면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조금 한적한 곳에 ‘할리 스트리트(Harley street)’라는 곳이 나온다. 언뜻 보면 조용한 주택가 같은 곳인데,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거의 병원들이다. 물론 집들은 거의 고풍스런 옛 고급 주택가들이고, 1층이나 2층은 병원 간판이 조그맣게 붙여져 있다.

 
할리스트리트 전경(왼쪽)과 그 중 한 건물 입구(오른쪽) 모습.
간판들은 거의가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피부 관리에 대한 것들이고, 한 건물에 여러 과목들이 몰려있는 경우가 많다.

홍승권 교수와 나는 천천히 건물 간판들을 들여다보며 걸어본다. 어디 한 군데라도 들여다보려고 문을 두드리면 인터폰 목소리만 들린다. 먼저 예약을 했는지 물어보고, 예약을 안 했으면 전화로 예약을 해야 들어올 수 있단다. 하나같이 꽁꽁 잠겨져 있고,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다. 영국 사람들은 뭐 하나 친절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 업종이라면 고객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게 하고, 구경도 할 수 있게 해야 홍보가 되는 법이거늘.....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어떤 종류의 병원들이 있나 살펴보는 것만으로 만족을 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영리병원의 한 단면인 컨설턴트 의사

할리 스트리트에 있는 병원들의 의사들은 거의가 NHS 병원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즉 NHS 병원에도 근무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이런 곳에서 진료하며 병원 외 수입을 얻어가고 있었다. 공공의료의 메카인 영국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지 알아봤는데, 오래 전부터 조금씩 허용이 되어 왔던 일이고, 지금은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NHS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개인 진료로 또 수입을 올리는 모습이 어쩐지 얄미워 보인다. 우리로 치면 국립병원이나 보건소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나와서 따로 개인 진료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공공병원에서 일하며 외부에서 개인 진료를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의사들은 대부분 관련 전문과에서 오랫동안 전문직을 수행했던 사람들로 ‘컨설턴트(Consultant)’라는 명칭을 붙인다. 우리 같으면 전공의(레지던트)가 있고, 그 위에 임상 교수가 있는데, 아마 어느 정도 경륜이 된 교수쯤 되어야 그런 컨설턴트라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다. 이 정도면 의사가 되어 20년 쯤 지나서이다.

컨설턴트는 특정 전문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반의로 알려진 GP 세계에서도 있는데, 그들을 특별히 ‘GP consultant’라고 부르기도 한다. 컨설턴트....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 뜻으로는 상담이라는 말이지만, 그들은 경험 많은 의사를 지칭하는 것으로도 쓰고 있었다.

같이 걷던 홍승권 교수가 며칠 전에 겪었던 재미있는 경험담을 얘기해 주는데..... 한번은 병원에 가서 중년의 의사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닥터(Dr.)’라는 호칭을 썼더니 언짢아 하더란다. 나중에 그 분이 살짝 귀띔해주는데, 자신을 닥터가 아니라 ‘미스터(Mr.)’라고 부르란다. 닥터는 그냥 의사지만 미스터는 격 높은 의사를 부를 때 표현하는 것이라나. 어쨌든 컨설턴트에 해당하는 의사들도 그렇게 불리길 좋아한다니까 혹시 여러분들이 그런 분들을 만나면 실수하지 않도록.

GP 컨설턴트 역시 NHS와 계약 관계에서 동네의원을 운영하지만, 일주일 중 특정일에는 개인 환자를 보게 된다. 그 때는 NHS의 영향을 안 받아서 따로 환자를 접수하고 진료비도 다소 비싸게 개인에게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대기 시간과 해야 할 검사들이 지연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느 정도 인정한 형태이다. 우리 같으면 건강보험에서 인정 안 해주는 검사나 치료 행위들을 개인 비용으로 해도 좋다는 것과 같게 보면 된다. 병의원을 이용해본 분들이면 가끔 의사에게서 어떤 것은 건강보험으로 안 되니까 본인이 일부 비용부담을 해야 합니다 라고 얘기를 듣는 것이 있을 텐데, 비슷하게 보면 될 것이다.

민간 병원이 점점 많아지는 영국에서 이러한 개인 진료 시설(의원급)이 늘고 있다는 것은 요즘 추세로 보면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 아직도 영국의 의사들은 의료를 공공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개인의 영리를 위해 이용하려는 움직임 또한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 의원들은 우리가 찾아간 할리 스트리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런던 곳곳에 한두 군데씩 차려져 있고, 런던 교외에도 있었다.

의사들의 욕구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요구도 있었기에 이러한 개인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만난 어떤 영국 주민은 거의 모든 피부질환이든, 성형문제든 NHS에서 해결을 해주는데, 그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차라리 자기 돈 내고 이런 개인 진료를 받으며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성형이나 피부 관련 진료소가 아닌 GP 컨설턴트도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동네의원이지만 빨리 봐주고, 필요한 검사들을 해주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선호하는 형태라고 한다.

고민이 깊어진다. 우리의 건강에 관한 모든 문제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대원칙이 옳은 걸까, 일부일지라도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걸까?

영국을 방문한 방문단 내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100퍼센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측과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현실이므로 보장성을 높이면서도 일부에서는 개인이 해결하도록 해도 된다는 의견.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의료 보장성은 90%이다. 이는 감기든, 사고이든, 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질환들을 90퍼센트 이상 국가가 비용을 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의 통상국가라고 하면서 아직도 건강보장성이 60%를 맴돌고 있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이 수치마저 간신히 턱걸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암에 걸리면 수 천 만원씩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비용 때문에 치료 중단을 고민하기도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민영화 바람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성급하지만 이렇다. 공공의료를 실현한 그들의 고민은 한계에 부딪힌 공공의료의 효율성을 위해서 약간만 개인의료에 대해 빗장을 여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렇다 할 공공의료 수준을 못 이루어내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영리병원을 허용하느니 마느니 논쟁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90% 수준까지) 의료 보장을 이루어 내면서 영리병원 얘기를 내놔야 국민들에게 먹혀들 것 아닌가.

현재 우리의 60퍼센트 수준의 의료 보장성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게 되면 의사들이나 병원들은 앞 다투어 그 쪽으로 가려고 할 게 뻔하다. 물론 그 쪽으로 간다고 다 왕창 돈을 벌지는 않을 것이지만, 하여튼 많은 의사들의 눈과 귀를 현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변에 있는 병원들은 보통의 질환들을 가진 환자들(돈 안 되는 환자들)을 안 보려고 할 것이고, 우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기를 진료할 병원을 찾아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영국의 민간병원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병원에서 비용 부담이 되는 수술들을 기피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의사협회에서도 지난 봄에 공식으로 영리병원 반대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정형근 이사장도 최근 영리병원은 우리의 건강보험을 뒤흔드는 게기가 될 것이라며 반대의 소리를 냈다. 이러할진대 도대체 누가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들여놓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일까?

영국의 의사 자격 과정

Medical degree : 의과대학 5~6년 과정

Foundation House Officer : 일반의, 전문의 공통의 2년 과정 (우리나라의 인턴 과정)

이 과정을 마쳐야 의사자격증이 나오며, 영국의사협회 (BMA, British Medical Association)의 회원이 된다

일반의(GP) / 전문의(Specialist) 수련 과정으로 일반의 3, 전문의 3~6년 과정

Consultant : 병원 근무 경력이 높은 의사에게 주어지는 자격. 교수급으로 보면 됨


이 글은 필자가 2011년 7월 2일부터 7월 9일까지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최근 보수당 캐머런 정부의 NHS 개혁에 관한 것과 일차의료 현장에 대한 견학을 하고 느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나중에 자료집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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