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2 / 1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종선택은 진정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한 후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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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

1. '민생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박근혜 후보의 말은 맞다.

올해 한 해를 달구었던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제 국민들은 투표장에 가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최종적인 선택만을 남겨놓고 있다. 우리 경제와 사회가 위기적 국면에 놓여 있었던 만큼 수많은 정책과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고, 겉으로만 보면 엇비슷한 공약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런데 여야 후보들의 공약을 모아보면 대체로 보편 복지, 경제 민주화, 노동권 회복과 확대(또는 일자리)라고 하는 세 방면의 공약으로 집약된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가 전면적인 화두로 부상한 데에는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심화된 사회 양극화와, 부실한 사회 안전망 현실이 경제 위기 장기화로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위 5대 국민 생활 불안이라고 하는 보육과 교육, 주거, 건강, 고용, 노후 불안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보편 복지를 거스르려 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극적으로 정치권에서 퇴출되자 보수적 박근혜 후보도 복지를 형식적으로나마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가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시장 자체에서의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제 민주화가 ‘시대 정신’의 수준으로까지 부상했다. 이번에는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도 일찌감치 이에 편승했다. 물론 선거 막판에 자신이 끌어들인 김종인 전의원의 핵심적인 경제 민주화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야당이 비판해온 ‘진정성 없음’을 스스로 자인했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1700만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권 강화 역시 극히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비정규직 차별 축소와 최저임금 인상 차원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결국 보편 복지, 경제 민주화, 노동권 회복과 확대(또는 일자리)라고 하는 대선의 중심 공약들은 모두 ‘먹고 사는 문제의 개선’을 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한때 여야를 막론한 기성 정치권의 낡은 정치를 비판하면서 안철수 전 후보가 정치혁신을 제기했고 이를 야권 후보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걸자, 정치 혁신이 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 혁신이 필요한 이유도 어디까지나 지금의 경제 사회적 난국을 풀기위해서, 소모적 정치 구태를 벗고 미래 지향적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취지로 국민들이 공감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민생과 경제를 위해 정치 혁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알맹이를 모두 빼버린 경제 민주화 공약으로 퇴색하자 박근혜 후보는 ‘민생 우선’ 구호아래, 이른바 ‘전 국민의 70%를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는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 사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는 주장은 동어반복이다. 다만 지금 우리 국민이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먹고 사는 문제의 해법’ 여부에 있다는 사실은 맞다.  

그렇다. 지난 5년 전 대선에서도 핵심은 경제였고 먹고 사는 문제였다. 다만 그 당시 선택의 결과가 ‘줄. 푸. 세’와 같은 주장을 했던 이명박 후보였던 것이다. 이번에도 최종 선택은 경제이고 먹고 사는 문제다. 이제 ‘줄. 푸. 세’는 절대 해법이 되지 못함을 이명박 정부 5년이 보여주었고, 세계 금융위기가 보여주었다.

 

2. 임금과 소득을 제대로 받게 해주는 후보를 

먹고 사는 문제가 힘겨운 가장 본원적인 이유는 일하고 받는 임금 몫과 소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조건과 격차가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의 88%가 속해있는 중소기업 노동자와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임금의 상대적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아래 [그림 2]를 보면, 특히 재벌 친화적인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눈에 띄게 확대되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차도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다. 자영업자 포함하여 2500만 취업자 가운데 1천 만이 1~4인 규모에서 종사하고 있음을 기억해보자.  

이번 대선은 바로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더욱 심해진 이러한 소득격차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재벌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재벌개혁을 제대로 해야 격차가 줄어들고, 박근혜 후보말대로 중산층이 확대되는 것이다. 재벌개혁을 크게 후퇴시키면서 중산층을 늘리겠다고 하는 박근혜 후보의 주장은 그래서 엉터리인 것이다. 

 

3. 금융을 제대로 규제하고 가계를 살릴 후보를 

우리 가정이 짊어지고 있는 부채가 국민경제의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알고 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계 부채가 조정과정을 밟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오히려 사상 최대의 부채 증가를 기록했다. 부채 증가는 경제 규모가 늘어 가는데 따른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방관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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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2 / 13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빈곤가구의 특성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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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심화되는 빈곤문제

2. 빈곤가구의 현실

3. 빈곤가구의 특성

4. 시사점 및 과제

 

 

[본 문]

1. 심화되는 빈곤문제

□ 늘어나는 빈곤층, 심화되는 불평등, 양극화

- 최근 우리나라는 빈곤층 증가와 함께 불평등, 양극화의 심화라는 사회적 문제에 직면해 있음

-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분배지표에 따르면, 도시 2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상대적 빈곤율 모두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그림 1] 참조)

-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2000년대 초반 10.0% 수준에서 2012년 현재 12.4%로 증가함. 이와 함께 지니계수 역시 1997년 경제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음. 저소득층의 증가와 함께 국내 소득불평등 역시 심화됨

- 최근 금융위기 이후 지니계수가 감소하고 상대적 빈곤율도 낮아진 것으로 나오긴 했지만,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할 경우 여전히 2000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에 머물러 있음

- 이미 이런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들 중에서도 높은 수준임

- 2000년대 후반 OECD 회원국들의 (세후)가처분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빈곤층 비중은 15.2%로 미국(17.3%), 일본(15.7%)보다는 작지만 OECD 평균인 11.1%보다 높으며, 유럽의 다른 선진국에 비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음([그림 2] 참조)

 

□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빈곤층의 현실

- 통계청은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했을 때 빈곤상태에 있는 인구의 비중이 15.2%라 발표함. 우리나라의 인구를 5,000만명으로 보고 계산하면 약 760만명이 상대적 빈곤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임

- 이러한 저소득층의 확대는 불평등, 양극화의 심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측면의 문제도 가지지만, 그 자체로 낮은 소득으로 인해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이들이 많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음

- 이들 빈곤층, 저소득층은 낮은 소득으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

- 상대적 빈곤층의 상당수는 소득보다 지출이 더 큰 적자상태에 처해있음. 상대적 빈곤층의 소비수준은 중산층 이상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그 이상으로 소득이 낮기 때문에 소득보다 소비가 더 큰 적자상태에 직면해 있음

- 이러한 현실은 빈곤층으로 하여금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채 등과 같은 질 나쁜 부채를 쓰도록 강요하고 있음


□ 상대적 빈곤층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

 - 상대적 빈곤층의 증가는 불평등, 양극화의 심화와 함께 여러 사회적 문제들의 원인이 되어가고 있음

- 경제성장 측면에 있어서도 저소득계층의 증가, 불평등, 양극화 등은 도움이 되지 않음. 빈곤층의 확대는 소비 감소를 가져와 선순환적 경제성장, 즉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투자,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성장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사회문제 해결과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빈곤층을 줄이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함

- 특히, 최근 대선후보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중산층 확대의 핵심은 이들 저소득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임. 정해진 규모의 중산층을 만드는 것보다 생계유지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구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함

- 이를 위해서는 빈곤층, 빈곤가구의 현실과 그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함. 그리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지원대상, 지원방안을 가진 정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임

- 즉, 단순한 중산층 규모의 확대가 아닌 전반적인 국민의 삶 개선이라는 지향을 가진 정책이 추진되어야 함

 

2. 빈곤가구의 현실

□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한 빈곤층 및 빈곤가구의 규모 추산

- 이 글에서는 빈곤가구의 현실과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연간) 원자료를 이용함

- 특히, 가구원이 1인 이상인 전체 가구를 포괄하고 있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의 자료를 활용하고 있음

- 이 자료들을 이용해 통계청과 동일한 방식(가구원 수를 기준으로 한 균등화 가처분소득을 구하고, 전체 인구를 가중치로 해 중위소득을 구함)으로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상대적 빈곤층(중위소득 50% 미만), 중산층(중위소득 50% 이상, 150% 미만), 고소득층(중위소득 150% 이상)을 추산한 결과는 [그림 3]과 같음. 이는 가구원이 1인 이상인 전국의 모든 가구에 속한 인구를 대상으로 한 것임
- 추산결과에 따르면 2011년 상대적 빈곤층의 비중은 14.3%임.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경제위기 이전인 2006년보다는 높은 수준임. 2011년 중산층의 규모는 65.3%임

- [그림 3]은 인구단위로 상대적 빈곤층, 중산층, 고소득층의 규모를 추산한 것임(이를 위해 통계청과 동일한 방식으로 균등화 가처분소득을 구함. 하지만 가중치에 있어 전체 인구가 아닌 가구수를 이용함)

- 인구단위가 아닌 이들이 속한 가구를 단위로 빈곤에 처한 가구의 비중을 추산할 수 있음

- 이들이 속한 가구를 기준으로 해 가구단위로 살펴보면(즉, 빈곤층 인구가 속한 가구를 빈곤가구, 중산층이 속한 가구를 중산층가구, 고소득층이 속한 가구를 고소득가구로 함), 2011년 현재 전체가구의 20.3%에 해당하는 가구가 빈곤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남

- 2011년 현재 중산층 가구의 비중은 60.5%임

 

□ 빈곤가구의 현실

- 실제로 소득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가구단위로 보았을 때 빈곤가구, 중산층가구, 고소득가구의 평균소득과 평균지출은 [표 1]과 같음

- 2011년 현재 빈곤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7만 4천원인데 비해 지출은 113만 9천원임. 평균 지출이 평균 소득보다 큼. 빈곤가구의 월평균 지출 대비 소득의 크기는 76.7% 밖에 되지 않음

- 빈곤가구의 소득은 중산층가구의 1/3도 되지 않는 낮은 수준임. 고소득가구의 소득은 빈곤가구의 7배 이상임

- 소득만큼은 아니지만 지출수준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임. 이런 지출수준의 차이는 생활수준의 차이로 나타날 것임

- 가구의 총지출이 총소득보다 더 큰 가구를 적자가구라 보았을 때, 빈곤가구의 경우 2011년 현재 절반이 넘는 64.4%의 가구가 적자가구에 해당됨. 빈곤가구 내 적자가구의 비중은 지난 6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 중산층가구, 고소득가구에도 적자가구가 존재함. 하지만 적자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이유에 있어 빈곤가구와는 차이가 있음. 중산층가구, 고소득가구의 경우 높은 지출수준으로 인한 결과라고 한다면, 빈곤가구의 경우 낮은 소득수준이 적자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주된 이유임. 빈곤가구는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수준의, 생계유지를 위한 지출을 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낮은 소득으로 인해 적자 상황에 처해 있음([표 1] 참조)

- 적자 상황에 처해 있는 빈곤가구는 생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사료됨. 특히, 저축과 같은 축적된 자산이 없는 빈곤가구의 경우 생계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수준의 지출을 유지하기 위해 사채와 같은 질 나쁜 대출에 의존하는 선택을 강요당함

- 저축이나 자산을 가지고 있는 적자가구의 경우 그것으로 적자를 매우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음. 또한 소비수준이 높아서 적자상태에 있는 가구의 경우 소비를 줄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음. 하지만 그렇지 못한 빈곤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축이나 자산 축적 수준이 중산층에 비해 낮으며, 생계비 역시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절약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음. 생계유지를 위해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음

- 빈곤층의 질 나쁜 부채를 없애는 동시에 빈곤층, 빈곤가구의 소득을 상승시킬 수 있는 정책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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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4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사회적 경제가 오고 있다

최근 ‘사회적 경제’라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시민단체나 재야경제학자들의 입을 통해 간간히 듣긴 했지만, 근래엔 서울시 시장도, 심지어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도 ‘사회적 경제’가 경제를 살릴 거라 말한다. 도대체 사회적 경제의 정체가 무엇일까?

우리사회에 사회적 경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건 사실 그리 최근이 아니다. 1997년 이후 한국사회에 신자유주의적 질서,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논리가 확장되고 실업과 빈곤이 날로 심화되면서 대안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이 사회적 경제였다. 1990년대 초반 빈민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의 맹아라 할 소규모 노동자협동조합이 등장하기도 했고, 1996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5개의 ‘자활지원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노동부에서 드디어 ‘사회적’이라는 말을 정책용어로 쓰기 시작했는데, 바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실행하면서였다. 이 사업은 수익성은 낮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사회적 일’로 정의하고, 사회적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과 함께 그것을 취약계층의 일자리로 만들어내려는 시도였다. 이후 더욱 속도를 내더니 2007년에는 사회적 기업법이 만들어졌고, 2010년에는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마을기업 육성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는 정부 중심의 극심한 실업상태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도입된 측면이 크다. 물론 그 전에 활동하던 민간 부문들이 있었고, 지역별로는 원주와 같이 자체적인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를 구성한 곳도 있지만, 사회적 경제가 '사회적' 차원에서 자리를 잡았던 건 아니었다. 사회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중앙 정부는 사회 서비스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의무를 민간에게 떠넘기기 위해 서두른다는 지적도 있고, 정부 주도로 하다 보니 과도한 성과주의와 수익 위주로 운영되어 사회적 경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전과는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올해 12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부터 협동조합의 바람, 사회적 경제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97년 이후 시작된 양극화가 10년이 넘도록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소위 효율성을 추구하던 시장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 스스로가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시장경제, 정말일까?


사회적 경제를 '착한 경제'라고도 한다. ‘착한 경제’라는 말은 시선을 잡는 구석이 있다. 경제와 착한 것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제는 돈을 많이 버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시장경제라 부른다. 시장경제는 인간이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임을 전제한다. 이기심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도록 해주는 원동력이며, 각 개인의 이기심이 채워질수록 사회 전체적으로도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고 평가된다. 착한 것이 낄 틈이 없다.

그런데 인간은 정말 이기적일까? 여기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A와 B라는 두 사람이 있다. 이제 A에게 1만 원을 주고, B와 나눠가지도록 한다. A가 B에게 얼마를 주든 상관없다. 1000원이든 5000원이든 주고 싶은 만큼 제시할 수 있다. B는 A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할 수 있다. 단, B가 A의 제안을 거절하면 두 사람은 모두 한 푼도 갖지 못한다.

당신이 A라면 얼마를 제시하겠는가? 당신이 B라면 A가 얼마를 제시했을 때 제안을 수용하겠는가? 만약 시장경제에서 말하듯이 인간이 물질적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라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A는 1원을 제시하고, B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A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소한의 금액인 1원만 주는 게 이기적인 행위이다. B의 입장에서는 A의 제안을 거부해서 한 푼도 못받는 것보다는 1원이라도 받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전 세계의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들이 위 실험을 수도 없이 반복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체로 A는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금액을 B에게 제시하고, B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만약 A가 욕심을 부려 2000원 이하의 금액을 제시하면, B는 이를 거절하고 차라리 한 푼도 받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가? 우선 인간은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남을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반발한다. 협력과 응징을 통해 남이 나에게 하는 만큼 나도 베푼다는 것이다. 가장 상식적이고도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이를 상호적 인간이라 한다.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으며 상호적이라는 사실에서 경제는 착해질 수 있다. 이 ‘착한 경제’가 바로 사회적 경제다.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시장경제가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경제는 개인의 상호성을 전제로 협력을 통해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사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보다 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왔다. 원시부족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식량 공유의 습관이 대표적이다. 시장경제는 19세기에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야 우리 곁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제라고 하면 시장경제가 전부이며, 경제활동은 당연히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인간에게는, 그리고 사회 속에는 이기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런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터지며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들고,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욕심과 경쟁을 강요하는 시장경제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학문적이고 정책적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곳은 프랑스였다. 1800년대 후반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대규모 도시노동자가 양산되었고, 이들의 삶은 매우 열악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집단 대응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경제사상가 샤를 지드(Charels Gide)는 ‘시장경제를 더 사회적이고, 공평한 체제로 전환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제시했다. 이런 실용주의적 입장과 함께 생시몽(Saint Simon)이나 푸리에(Fourier)와 같은 사회주의자들은 ‘사회, 경제적 목적을 지닌 협동조합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01년에는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등이 프랑스에서 법적 인정을 받았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위기에 처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가 유럽 전체에 퍼져나갔다. 시장과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들의 자발적 공동체가 나서게 된 것이다. 1989년에는 유럽위원회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사회적 경제의 정의와 범위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공통적으로 시장과 국가의 바깥에 존재하며, 자발적이고 민주적이며, 전체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지향하는 경제라는 점을 포함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만족시킬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경제 안에는 어떤 기구들이 포함될까? 대체로 경제적 목적(수익 창출)과 사회적 목적(구성원이 합의하는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구로서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포함된다. 나라에 따라 경제적 목적은 전혀 추구하지 않은 채 사회적 목적만을 추구하는 자선단체나 비영리 단체까지도 사회적 경제 안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의 대표 주체이다. 협동조합의 기본은 모든 조합원이 출자금을 지출한다는데 있다. 이는 노동이 자본을 고용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일반적인 기업은 사장님이 자기 돈으로 회사를 차리고 직원을 고용한다.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반대다. 이 차이가 협동조합을 착한 기업, 올바른 기업으로 만들어 준다. 일반 기업에서는 고용주인 자본이 거두는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노동자를 해고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다. 하지만 협동조합에서는 노동, 다시 말해 조합원이 고용주가 되고 이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수익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공동체 의식, 지역사회에의 기여도 추구하게 된다. 일반기업보다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 또한 당연한 결과이다. 주식회사가 1주 1표의 원리로 돌아간다면,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원리로 돌아간다는 차이점도 여기서 나온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협동조합회사법인(Mondragon Cooperative Corporation, 이하 몬드라곤)은 끊임없이 일자리를 창출하며, 해고가 없기로 유명하다. 1956년 5명의 노동자들이 협동조합형태로 만든 난로공장에서 시작한 몬드라곤은 2010년 기준 스페인 7위의 기업이 되었다. 금융, 제조, 유통, 교육 부문에서 260여 개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8만 4천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8만 4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두 1인 1표를 행사하는 조합원으로 몬드라곤의 이사회를 선출하고 사업을 결정한다.

몬드라곤은 초기부터 바스크 지방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그 방안으로 기업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최우선에 두었다. 기술학교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치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창업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이를 꼼꼼히 검토하여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노동인민금고에서 자금을 지원해준다. 경영진을 위한 교육과 훈련이 제공된다. 노동자들에게는 자체 사회보험이 제공된다. 만약 한 기업이 망하거나 어려워져서 실직자가 생기면 다른 기업으로 이직된다. 이 모든 일이 몬드라곤이라는 거대한 협동조합 안에서 일어난다.

몬드라곤은 겉모습만 보기에는 마치 재벌기업 같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조합원이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특히 해고 없는 직장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삼성의 목적은 수익 증가와 주가 상승, 그리고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의 무난한 3세 승계일 것이다. 두 기업의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조합원이 주인이냐, 주주가 주인이냐의 차이다.

착한 경제, 상상하는 만큼 가능하다


우리사회 시민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올해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고,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에는 사회적 경제라는 기둥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을 개혁하고 규제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제까지 재벌이 차지해왔던 자리를 새로운 경제주체가 메워주어야 한다. 재벌을 규제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가 그것을 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벌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을 중소상인과 중소기업에 돌려주는 경제민주화 역시 협동조합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골목까지 들어오는 재벌들의 빵집이나 대형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동네 슈퍼 협동조합이나 동네 빵집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복지국가 건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복지를 수익성만 추구하는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 정부의 복지체계를 지역 구석구석까지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조직은 지역에 뿌리박은 민간 조직이면서, 수익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건강보험시스템에서 마지막 의료서비스 전달(1차 진료)을 의료생협이 맡는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국가의 관료조직을 타고 내려오는 의료서비스보다 지역 주민들이 만든 의료생협을 통한 의료서비스가 훨씬 더 적절하다.

꼭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우리 동네에서, 지금 나에게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협동조합으로 해결할 수 있다. 동네에 마을버스가 필요하다면 마을버스 협동조합을 만들자. 지역신문이 필요하다면 지역신문 협동조합을 만들자.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를 만들 수도 있다.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가 많이 생길수록 우리사회 전반에 깔리는 운영원리 또한 경쟁이 아니라 협동으로 변화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권위자인 이탈리아 경제학자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협동조합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을 이룰 수 있으며,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도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세상은 바뀐다. 지금 당장 착한 경제를 상상해보자.


* 이 글은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격월간 잡지 '민들레' (http://www.mindle.org)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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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11 / 1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미국 대선은 오바마의 재선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오바마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다. 미국 경제 뿐 아니라 세계 경제는 여전히 침체 상태이고, 뾰족한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1월 1일로 다가온 재정절벽(세금 인상과 예산 삭감으로 인하 큰 폭의 재정지출 감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전 터키 재무장관이자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 세계은행 부총재였던 케말 데르비스는 오바마의 당선 요인은 광범위한 중산층의 지지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바마가 두 번째 임기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정책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재분배라고 말한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살아나야 수요가 회복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들이 소득재분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득재분배를 위한 방안으로 양질의 교육과 기술훈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럴 때에 실업을 막을 수 있고, 안정적 고용을 통해서 소득재분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고,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케말 데르비스의 제안처럼 소득재분배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필요한 조치이다. 미국 국민들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 부자증세와 재정지출을 강조한 오바마를 선택한 것이다. 반면 감세와 재정긴축을 주장했던 롬니는 이 문제를 실현하기에 부적절한 후보로 평가받은 것이다. 몇 달전 있었던 프랑스 대선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높이겠다고 주장했던 올랑드가 당선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민주당이 부자증세 계획을 발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 국의 국민들이 선택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이제 우리의 선택이 남았다. 부자증세와 복지강화는 물론이며 근본적으로는 중산층 이하의 임금과 소득을 높여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득재분배를 이룰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일지 잘 판단해보자.

 

 

버락 오바마의 두 번째 임기

(The Second Coming of Barack Obama)

 


2012년 11월 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케말 데르비스(Kemal Dervis)

힘든 선거였지만, 버락 오바마는 재선에 승리했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바마는 새로운 4년의 임기 동안 미국과 세계를 위해서무엇을 할 것인가?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8%에 달하는 실업률을 껴안은 채 재선에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프랑스 전 대통령), 고든 브라운(영국 전 총리), 호세 사파테로(스페인 전 총리)와 같은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최근의 경제적 문제로 인해 자리에서 밀려났다. 공화당 대통령 조지 부시의 8년 임기 동안 폭발한 금융 악재로 인해, 오바마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회복을 위해 뛰어야만 했다.


오바마는 단지 그의 비범한 개인적 쾌활함 뿐 아니라 중산층 유권자의 폭넓은 지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오바마의 경제 회복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중산층 유권자들은 부자들을 옹호하는 것처럼 인식된 공화당 후보 롬니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미국의 계속되는 인구 변화는 라틴계를 비롯한 소수민족에게 강력하게 피력하지 못하는 후보의 승리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특히 롬니가 실패한 부분이다.

이번 선거는 과도한 비용 지출과 네거티브적 공격이 많았다는 점에서, 많은 유권자들을 불쾌하게 만들만 했다. 하지만 대안은 항상 존재하며,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격렬하게 싸워야만 한다는 미국 민주주의의 경쟁력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기로에 서있는 세계 경제와 함께 오바마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었다. 미국은 엄청난 확장적 통화정책과 거대한 재정적자를 유지함으로써 그나마 불안정하고 약한 수준의 경제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금고에는 현금이 쌓여있지만, 민간 투자는 정체되고 있다. 일본은 총리가 계속해서 깜짝놀랄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확실한 경제 회복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유럽 역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의 기민한 임기응변과 국채시장에 무제한 개입하겠다는 약속 덕분에 겨우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최근 십년동안 가장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으며, 성장은 본질적으로 침체되어 있다. 남유럽의 문제는 심지어 독일마저 경기 침체에 빠지도록 만들고 있다. 게다가 그리스는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다. 유그리스 자체는 작은 국가에 불과하지만, 그리스가 보여주는 총체적인 붕괴는 금융과 사람들의 심리에 매우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세계 신흥시장의 경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신흥국들의 잠재생산성 증가추세는 선진국보다 높다. 하지만 경기순환적 디커플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선진국 경제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 - 역자주). 세계 경제는 전체적으로 상호의존적이다. 어떤 중요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는 전세계로 전파된다. 협소한 거시경제의 시야를 넘어서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자체만으로 세계경제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어떤 경로를 밟느냐는 세계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이며,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 G20 등에서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생각은 전세계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오바마가 두 번째 임기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경제정책은 무엇일까? 세계 경제가 처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국, 독일 등에는 거대한 투자 자원이 있다. 기후와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높은 생산력과 거대한 번영을 가져다주며 노동과 고용을 증진시키 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기술혁명의 시작에 서 있다.


하지만 이런 자원들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회복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선진국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회복은 투자자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수요의 회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자본은 많은 수익을 거두었지만 거기에 부과되는 실질 세율은 높지 않으며, 현재의 저금리는 기업에게 유용하다. 또한 미국이 2011년에 이룬 경제성장의 90% 이상이 상위 1%에게 돌아가는 것과 같은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수익 배분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회복을 제한하고, 거시경제 정책은 지속적인 경기부양의 필요성과 커져가는 공공부채의 위험, 저금리로 인한 자산거품 사이에서 길을 잃게 만든다.

균형잡힌 소득재분배는 단지 사회적, 도덕적 문제가 아니다. 이는 거시경제에서 필수적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에게 꼭 필요한 해법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물론이며 전세계적으로 교육과 적절한 기술 훈련이 제공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훈련받지 못한다면 수많은 노동자들은 실업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소득재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제 북유럽이 5조 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 반면 남유럽의 수요는 붕괴되고 미국의 적자는 5조 달러에 이른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나 이상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계적 협력이 요구되며, 선거 이후 미국에 대해서는 청정에너지혁명, 고용창출 투자의 확대, 새로운 성장 방식 만들기와 같은 약속을 지킬 것이 강력하게 요구된다.

미국의 길고 어려웠던 선거는 끝이 났고, 이제 포괄적인 개혁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이를 잘 깨닫고, 미국과 전세계의 수 억 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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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세 명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지난 9월 이후 치열한 정책공약 경쟁을 벌이면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해 온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조만간에 후보등록을 하고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책경쟁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일 것이다. 세 후보 모두 가장 중심 공약으로 제시한 분야이며, 동시에 당장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한 가지 던져보자. 가장 보수적인 새누리당의 정강까지 개정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집어넣는 한편, 헌법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기초한 상징적인 인물인 김종인 전 의원을 굳이 영입을 했던 박근혜 후보의 재벌개혁 공약과 경제 민주화 공약은 무엇일까. 그리고 문재인·안철수 후보와는 어디에서 차별성이 드러날까.

정답은 좀 엉뚱하다. 적어도 13일까지 박근혜 후보의 공식적인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공약은 ‘없다’가 정답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캠프의 공식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문자 그대로 없다. 후보 캠프의 공식적인 사이트 어디에도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내용이 없다. 박근혜 후보가 언론을 통해 발언한 어디에도 확정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없다. 그렇게 중요한 경제민주화 공약이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선거일 한 달 남짓 시점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사실 11월 초까지만 해도, 오랜 시간 뜸을 들이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기업집단법 제정’을 중심으로 거의 정리됐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예상보다 강도가 높은 수준이며, 여기에 사교육 제한과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가 추가되면서 수위가 제법 높은 공약 초안이 박근혜 후보에게 전달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말뿐이었고 공식화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지난 8~9일 다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후보 사이의 설전만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박근혜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얘기를 하고, 대기업집단법에 대해서는 “국민한테 도움이 되는지, 국익에 가장 합당한가를 잘 조율하고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한가한 얘기를 했다. 이쯤 되면 사실 재벌개혁 생각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를 신뢰한다던 지금까지의 말을 뒤집으면서 “당초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던 얘기가 조금 약세로 돌아섰다는 우려, 그런 느낌을 받는다”거나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많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로비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했다.

이런 장면은 낯이 익다.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위원장의 사퇴 협박이 그랬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경제 민주화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으로 그랬다. 이번에도 그 연장이다. 그 와중에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공식 방안을 내놓은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고 결국 박근혜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방안을 거부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제는 미뤄서는 안 된다. 박근혜 후보는 말하라. 도대체 어떤 재벌개혁안이 박근혜 후보의 공식적인 공약인가. 어떤 경제민주화 방안이 박근혜 표 경제민주화 방안인가. 특히 대기업집단법을 하겠다는 것인가 말겠다는 것인가. 하겠다면 대기업집단법이라는 바구니에 무엇을 담으려고 하는 것인가.

새사연은 이미 올해 초에 “향후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방향전환과 바람직한 모델로의 접근을 고려하면서 재벌개혁에 대처해야 한다. 그 동안 학계나 법조계에서 간간히 나왔던 ‘기업집단법’ 제정은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한국의 재벌체제를 핵심 경제 구조 틀로 보고 공식적인 법적 틀로 이를 수용하고 성문법적 틀 안에서 규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어 현 단계에서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새사연 “재벌개혁과 재벌규제법”, 2012년 3월14일)

그 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기업집단법이 엉뚱하게(?) 박근혜 캠프에서 흘러나왔을 때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말만 무성하게 흘리다가 폐기처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에는 명확히 말해야 한다. 대기업집단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아닌가. 도입한다면 어떤 내용과 수준의 대기업집단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아니 도대체 재벌개혁을 위해 무엇하나라도 할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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