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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7 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란 (1)
  2. 2011.03.28 불만제로? 불만 백프로!!!
2011.06.16이은경/새사연 연구원

의약품의 슈퍼판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복지부에서 최종 중단하는가 했더니 대통령의 호통 한마디에 중단했던 적이 없었고 계속 추진중이라는 장관의 대답이 나왔다. 의사협회와 약사회는 연일 기자회견과 항의집회를 번갈아 열고 있다. 의약품을 둘러싼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

의약품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구분된다.

약은 크게 전문의약품(ETC : Ethical The Counter drug)과 일반의약품(OTC : Over The Counter drug)로 2가지로 나뉜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을 말하고, 일반의약품은 주로 감기, 소화불량 등의 가벼운 질환일 때 의사의 처방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약을 말한다. 그 외 염모제, 치약제, 살충제, 살균소독제, 위생용품 같은 의약외품이 있다. 의약품은 현행 약사법상 전문, 일반 구분 없이 약국에서만 판매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번 논란은 일정한 약(가정 상비약)을 약국외에서 판매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논란은 매우 오래되었다. 경실련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오던 것으로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4월 지경부 발표에서 촉발되었다.

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방안

‘11. 4월 27일 기획재정부에서 확정 발표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평가 및 향후 추진방향중 감기약, 해열제, 소화효소제 등 가정상비약인 일반의약품 일부를 약국외에서 판매하도록 하는 방안이 들어있다.

<추진지연과제 대응방안>

실현가능성, 소비자 편익 증대 효과가 큰 과제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추진

* (예시)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 : 현행법 내에서 일부 가정상비약의 구입불편 해소방안 우선 마련 후, 의약품의 상시적 분류 시스템 구축방안 검토

<사업서비스 개선방안>

?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 및 의약품 분류 시스템 구축

ㅇ 현행법 내에서 구매 수요가 높은 가정상비약*의 휴일, 심야시간대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11.5월)

* 소화제, 해열제, 감기약 등을 우선 대상

ㅇ 전문/일반의약품간 상시적 분류 시스템 구축방안 검토

* 의약분업(‘00) 이후, 의약품분류 조정을 실시하지 않아 일반/전문의약품간 불균형 심화(의약분업 당시 전문/일반의약품간 비중은 6:4 수준 → 현재는 8:2 수준)

논란이 확산되며 약사회의 반대가 거세지고 약의 안전성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되면서 복지부가 한발 물러선 입장을 밝힌다.

‘11. 6월 3일 복지부 의약품 재분류 논의 발표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의를 중단하고 6월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를 개최하여 현행 의약품 분류에 대해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당번약국을 활성화하겠다는 약사회 자체 방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이행을 강조하며 의약품 분류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약사회의 5부제 시행 방안을 복지부가 실효성있는 대책으로 받아들인 것이고 약국외판매의 적극 추진은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약사회가 당번제, 심야약국 운영 확대 등의 조치를 실제 이행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11년만에 열리는 의약품 분류 소분과위원회

오는 15일 열리는 중앙약심. 여기의 안건은 ▷의약외품 품목 확대 ▷2종 의약품 분류체계를 3종으로 세분 ▷약국외 판매 의약품 분류 ▷약사심의위원회 운영방안 4가지이다. 이중 핵심은 현행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으로 되어 있는 2단계의 의약품 분류체계를 ‘전문의약품-약국판매 의약품-약국외 판매 의약품’식의 3단계로 전환하는 것과 의약외품의 품목을 확대하는 안건이다. 현 의약품(전문/일반)으로 나뉘어진 체계는 의약분업 때 의약품 재분류 사업을 통해 전문과 일반 의약품으로 규정된 이래 한번도 수정된 바 없이 유지되어 왔다. 전문의약품 중 안정성이 확보된 것은 일반의약품으로 돌리고, 일반의약품 중 일부를 의약외품으로 돌려 약국외 판매가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상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 의약품 분류에서 의약외품의 범주에 일반의약품의 일부를 추가하면 법개정없이 장관고시만으로도 약국외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물론 약국외 판매 의약품의 단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의 생각은 의약품 분류 기준을 바꿔 약국외판매 의약품을 신설하고 그 전까지는 의약외품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것인지를 걱정한다. 의약품 재분류는 의약분업 시기 명문화했으나 그동안 한번도 열린적이 없는 데다 구성 역시 의사, 약사, 공익대표가 공히 4인으로 의-약계의 입장이 팽팽할 경우,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약을 너무 많이 먹는 사회 vs 의료공백이 있는 사회

찬성?

가장 큰 것은 진료공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국은 토요일 오후부터 주말내내 문을 닫는 경우가 많고 10시 이후에도 거의 약을 구할 수 없다. 급작스런 발열이나 소화장애, 통증시 약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불편함이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많은 약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고 분류는 11년 동안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 또한 파스, 박카스 등도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편히 구입할 수 없다. 안정성이 인정된 전문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일반의약품 중 유해성이 없는 것은 약국외에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

우리나라는 약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고 인구 1인당 약국수도 매우 많다. 미국 등 약국외 판매를 하는 나라들은 약국 비율이 낮다. 또한 안전하다고 논의에 올라있는 타이레놀 등의 경우도 약화사고가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콘텍 600 등 안전하다고 인정되어 광고까지 허용하며 사용하고 있던 약도 나중에 부작용이 발견되어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박카스는 카페인 함량이 높으며, 시럽제 같은 감기약도 일정정도의 환각성분이 들어있어 오남용의 여지가 매우 높다. 선진국에서는 모두 약을 슈퍼판매한다는 것도 진실이 아니다.

*유럽지역 약국외 판매 허용국가

영국, 독일, 스위스, 덴마크,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체코, 라트비아, 네델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슬로베니아 (12개 국가)

*유럽지역 약국판매 불허용국가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그리스, 벨기에, 포르투칼, 스페인, 터키,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핀란드, 헝가리, 시프러스, 에스토니아, 슬로베키아, 몰타 (16개 국가)

의사와 약사간의 영역다툼?

약사회는 일반약판매를 통한 수익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의사협회에서는 중앙약심에서 진행하려고 하는 전문의약품 재분류방안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약사회에서는 일반의약품이 약국을 제외한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경우, 일반약 판매 수익 감소와 안전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의사회에서는 일반의약품 일부는 약국외 판매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는 것은 절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약분업 이후 구축된 의약관련 질서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약국외판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두 영역간의 이익다툼으로만 몰아가려고 한다. 전봇대를 뽑는 실력으로 국민의 편익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서 호통을 치며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형국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 우리나라의 과도한 약소비경향과 지나치게 높은 약제비의 적정화 방안, 합리적 의약품 분류방안과 분류의 주체, 국민의 편익보장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이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이 글의 주제를 벗어나며 추후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약을 둘러싼 더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이야기 되어야 한다. 바로 앞서 논의한 서비스선진화방안이다.

다시, 의료서비스 선진화

기획재경부에서 발표한 서비스선진화방안은 2005년 서비스선진화방안이 발표된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오고 있는 정책이다. 서비스 산업선진화방안은 다른 표현으로 하면 사회서비스분야의 민영화, 상업화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료민영화로 규정하고 계속 반대해오고 있는 사항이며 정부에서는 국민 편익증대, 서비스 산업육성,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이라는 논리로 서비스영역의 민영화와 규제완화, 공공영역의 축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의료부분에서는 영리법인허용, 채권허용, 당연지정제 폐지, U-Health 법안과 건강관리서비스 법안 들로 대표되는 제도를 추진했으나 국민들의 반대로 거의 무산되고 있다. 앞서 박스처리한 내용처럼 국민 편익 증대효과가 큰 것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하자는 방침에 맞춰 의약품 재분류와 일반약 일부 약국외판매가 논란이 된 것이다.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약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의료광고 허용

올해 9월에 말많던 종합편성채널이 시작된다. 종편에 대한 많은 논란 중 하나가 광고에 대한 허용수준이다. 현재는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만 법으로 허용되어 있으나 광고대상에 대해서는 구체적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방송을 시작할 전망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이다. 전문의약품을 광고하게 되면 고가의약품의 사용이 늘어나게 되고 의약품에 광고가격이 덧붙여지면서 약가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현재, 일반의약품은 방송광고가 가능하다. 만일,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의 범위가 증가하면 이 역시 광고시장이 커지는 효과를 낳는다. 의약품 광고가 늘어나면 무엇보다 의약품 소비가 증가하고 광고비 만큼 약값은 비싸진다. 여기에 조중동을 비롯한 종편 참가자들과 제약회사의 이해가 결합된다. 정부가 과연 국민의 편익을 위해 의약품 재분류와 약국외 판매를 추진하는 것일까? 종편시작과 광고시장,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요구 등과 아무 상관없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을까?

국민건강에서 약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약을 많이 사용하고(OECD 약제비 평균 17-18%, 우리나라 2009년 29.6%) 필요없는 약도 많이 먹고 있다.(항생제 처방률이 낮아져서 50%초반, 미국 43%, 네덜란드 16%, 소아 항생제 처방률 성인의 2배) 약가격 자체가 비싸게 책정되었으며,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보고체계는 매우 취약하다. 여기에 한-미 FTA 등이 통과되면 다국적 제약회사의 의약품독점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필수의약품은 비싸게, 필수적이지만 시장이 작은 의약품은 공급이 되지 않거나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의약품광고 확대로 의약품에 대한 오남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광고가격은 의약품에 전가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통한 더 많은 의료광고, 더 독점적 가격의 의약품 공급인가? 합리적 약의 공급과 사용을 위한 제도개선인가?

정부에서는 이 외에도 영리법인 약국, 약을 취급할 수 있는 전문자격사 제도 등 약 부분의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정책을 많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대로 약의 올바른 공급과 사용을 위해 필요한 개혁사항은 산적해 있다. 약부분의 핵심은 규제를 완화하여 시장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리베이트, 과도한 약가책정 등 공급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 토대위에서 필요한 약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정부는 투약공백으로 약을 구입하지 못하는 문제가 어느정도 심각한지, 국민이 약국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하기를 어느정도 원하는지, 실제 안전하게 약국외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의 종류는 어떠한지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상의 내용이 증명되지 않은채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해도 대다수 국민들이 약구입의 공백에 불편을 느끼고 있는 현실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약사회에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당번약국, 5부제 시행 등이 실효성을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의약품 분류와 판매권

의약품은 재분류되어야 한다. 현재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이 외국에서는 어떻게 소비되고 있으며, 실제 의사를 통해서만 안전하게 공급될 수 있는지 하나하나 검토해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의약품이 일정기간 사용되고 안전성이 증명되면 재분류를 통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는다. 우리나라 전문의약품의 기준이 정당한지, 약국외 판매 의약품이 필요한지, 일반의약품 중 어느 정도가 약국외 판매가 가능한지 등은 엄밀한 전문적 판단과 국민 편익에 기초해 정리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각 집단의 이익에 기초해서 논의해서는 안된다. 공익대표가 1/3 포함되었다고는 하나 전문적 지식과 조직화된 현실적 파워로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 지나치게 안전성을 지적하는 전문적 지식이 국민 편익을 저해하는 것인지, 과연 안정성을 이유로 기존 의약품 중 단 하나도 약국외 판매가 돼서는 안되는지, 기존 전문의약품중 단 한품목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서는 안되는지에 대해 전문가집단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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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3.03     고병수/새사연 이사

 

“요즘 감기는 열이 심하고 장염이 같이 생기니까 먹는 거 조심하세요. 약 잘 먹이고요.‘

 

이렇게 아이를 진찰하고 보내려는데, 엄마는 뭔가 망설이는 듯 하더니 몇 마디 물어본다.

 

‘혹시, 약에는 항생제 안 썼죠?’

 

물론 항생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라 생각해서 처방한 약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보냈다. 그런데 요즘 그런 물음이 많아졌다. 약에 무슨 성분이 들어갔는지 알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환자 권리이고, 그래서 처방정도 두 장 주도록 보건복지부에서 권유하고 있으니까 응당 그러려니 했는데.....

 

며칠 전에는 스테로이드제 혹시 들어갔냐고 물어오는 엄마가 있었다. 스테로이드제는 전문 중에서도 전문약이기 때문에 쉽게 물어볼 성질이 아닌데, 나는 오히려 왜 물어보는 건지 궁금해졌다.

 

“어, 그건 왜 물어보세요?”

“아니, 다름이 아니라..... 그제 TV에서 감기약에 스테로이드제라는 걸 많이 쓴다고 하다라고요. 그래서.....”

 

아, 또 TV로구나. 이놈의 TV에서 뭔 얘기만 나오면 며칠 또 엄청 바빠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신경이 거슬렸다. 도대체 방송된 내용이 어떤 건지 궁금해서 진료 끝나고 녹화된 거라도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항생제 남용 국가, 대한민국

 

보신 분들은 다들 내용을 알 거라서 대충 요약만 해보면,

 

감기약에 항생제 남용이 너무 많더라.....

어떤 경우에는 강력한 염증 억제약인 스테로이드제까지 처방하더라.....

물론 꼭 필요할 때는 쓰지만 문제가 있더라......

 

이런 내용이다.

 

나도 감기에는 항생제를 안 쓰려고 무지 애를 쓰고 있기 때문에 ‘불만제로’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항생제 부분은 충분히 공감이 갔다. 하지만 내용에 다소 문제가 있다.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었는데, 항생제 처방률이 아주 낮은 이유를 보니 세균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키트를 사용하고 결과에 따라 항생제를 쓴다는 내용이다. 아주 훌륭한 방법이기는 하나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것이 문제이다. 그 키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검사비용이 들어가는데, 그 비용을 국가나 환자가 부담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독일은 국가에서 비용 부담하고, 그것에 안 맞는 항생제 처방은 규제를 가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 나라에서 인정해줄까?

 

방송에 나왔다시피 우리나라 항생제 처방률은 외국에 비해서도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OECD 평균 21.3%로, 나라별 비교를 해보면 벨기에 27.1%, 한국 23.8%, 독일 14.2%였다. 물론 항생제 처방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겠는데, 마치 우리나라가 엄청 높은 것처럼 얘기하고, 그것을 처방하는 의사들은 마치 부도덕한 부류인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이 맘에 안 들었다.

 

 

억, 감기에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다니.....

 

항생제보다 더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것은 감기에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스테로이드제란 콩팥 위에 얹혀져있는 부신이란 곳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부신피질호르몬이라고도 말한다. 그것을 치료용 약으로 만든 것인데,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이 강력하고, 기분을 좋게 하기도 한다.

 

의료에서는 심한 아토피나 두드러기 등 피부 질환에 많이 사용하고, 심한 관절염에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흔히 입이 돌아갔다는 병, 즉 얼굴신경마비에는 고용량으로 치료를 하기도 하고, 천식이나 각종 질환에도 적절한 용량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하게 된다.

 

부작용으로는 부종, 피부염, 골다공증, 당뇨 등이 있는데, 보통은 장기간 복용할 때 문제가 되고, 의사들이 필요에 의해 단기간 사용할 때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래 전에 어느 약국이 피부치료를 잘 하더라, 관절약을 잘 쓰더라 하면서 유명했던 일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표현으로 거기 약을 쓰면 ‘직방이더라’라고 할 정도이다. 그게 이 스테로이드제를 혼합해서 약에 넣었기 때문에 피부병이 좋아지고, 관절이 좋아지는 효과였다.

 

할머니들은 그 약을 쓰다 보니 다른 데를 가지도 못하고, 그 약국만 가게 된다. 전국에서 소문 듣고 가기도 한다. 문제는 오래 사용하다보니 오히려 피부병을 악화시키고, 관절이 녹아나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져서 세균감염에 취약해지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부작용들은 장기가 사용할 때의 문제들이었다.

 

방송에서 스테로이드제의 위험성을 시청자들에게 보도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약을 써야 하는 것까지 부도덕하고, 무리한 투약인 것처럼 해버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병의 치료를 위해서 필요할 때 사용할 수는 있다고 마무리에서 짧게 얘기하기는 했지만, 이미 보도의 상당 부분에서 ‘스테로이드 = 독약’인 것처럼 표현해버렸으니 괜찮다는 뒷말이 시청자들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얼마 전 일본의 의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잃어버린 10년’이란 제목인데, 10여년 전 일본에서 아토피 치료에 약간씩 사용했던 스테로이드제를 나쁜 것으로 몰아가는 바람에 그 약을 잘 못 쓰게 되었고, 대체의약품 개발 붐이 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아토피를 치료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오히려 병이 더 심해져서 사람들이 고생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적절히 사용하라고 한 약을 쓰지 못하게 막아버리면 안 된다. 스테로이드제 사용 지침과 부작용에 대해 의사들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사용 지침 범위를 벗어나서 어느 정도는 사용할 수도 있다. 나도 잘 안 낫는 알러지비염이나 편도염이 심할 경우에 2~3일 정도 간단히 쓰기도 한다. 확실히 효과가 있어서 환자들의 상태가 아주 좋아진다.

 

 

재작년인가? 아이들 감기에 ‘아세타아미노펜’이라는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보도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간독성이 있어서 황달이나 간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진료실에 들어오는 아이 엄마들마다 해열제를 꼭 먹어야 한다느니, 안 쓰도록 해달라느니 말이 많았다. 분명 의학 교과서에는 과용량이나 치사량을 사용할 때라고 씌여 있는데,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듯한 보도가 되어버려서 의사들이 참 난처했었다.

 

참고로 난 아이들을 키울 때, 서로 약을 먹겠다고 아우성을 치면, 해열제가 달작지근하기 때문에 한 숟갈 떠서 먹이기도 했다. 물론 열이 없어도.....

 

방송에서 한 번의 보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사람들의 인식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이번의 방송 프로그램 내용도 앞뒤를 좀 생각하면서 했으면 참 괜찮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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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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