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8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서 벌이는 가장 뜨거운 경제논쟁은 이론의 여지없이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독과점으로 인한 자유로운 시장경쟁의 제한’, 즉 시장실패 때문일 것이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대기업들이 자유경쟁을 제한하고 독과점 가격 등으로 초과이윤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시정하고 다시 자유로운 경쟁시장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독과점 억제를 목표로 하는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과점적 시장을 자유경쟁 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의 자발적 협조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일정한 시장개입과 규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한국의 재벌개혁도 이런 측면이 있다. 특히 보수세력은 재벌개혁에서 이 측면만을 강조하고 ‘부의 재분배’ 등은 외면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과연 ‘독점적, 비경쟁적 시장’을 다시 ‘비독점적, 경쟁적 시장’으로 되돌려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기업들은 자본과 시장의 집중을 통해 끊임없이 독점을 추구하고, 국가는 지속적으로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억제하는 게임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경제민주화란 말인가. 물론 아니다. 이는 철저히 자유주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경제적으로 시장이 실패하거나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전통적인 의미의 시장적 방법이 아닌 다른 제도와 다른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하나의 대안이 바로 공공경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다양한 인간의 생활방식을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시장 영역에 편입시켜 온 것이다. 수도·전기·가스·철도 등 에너지와 SOC 산업 분야가 대표적이고, 교육과 보건 같은 사회서비스 부문이 또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민영화를 ‘재공공화’시키는 경제개혁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중요한 경제민주화다.

그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소리 높여 합창하고 있는 3명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민영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우선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문제의식이 없다고 판단된다.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범위가 얼마나 좁은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러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어떨까. 문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민명령1호 타운홀 미팅에서 “공공연구소 연구원의 60%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져 왔는지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기관도 경쟁과 효율을 평가지표로 삼아 너무나 잘못된 방향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특히 ‘경쟁과 효율’만을 평가지표로 삼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당히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5년 동안 무모하게 추진해 온 민영화 후과를 어떻게 수습하고 ‘공공성’에 기반한 경제민주화를 펼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야권의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안철수 후보는 민영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안 후보는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이제는 더 이상 공기업의 민영화가 만병통치는 아니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차이나 텔레콤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데 민간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죠”라고 밝혔다. 또 “모든 공기업의 민영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리 봐야 하는데, 특히 국민의 생활과 관련해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있는 철도·공항 등은 민영화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부분이다.

이처럼 시장 실패를 극복하고 과도한 시장화를 교정하기 위해, 보다 광범위하게 공공경제 영역을 복원하고 확대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경제민주화 과제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하나 더 있다. 최근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도 시장경제·공공경제와 함께 우리 경제 사회의 한 축을 지탱해 줄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들이 많다. 경제위기에 사회적 경제가 강한 특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결국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독과점과 시장 실패를 ‘자유경쟁 시장’으로 바꾸는 개혁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시장 단일 경제구조에서 시장경제와 공공경제, 그리고 사회적 경제로 경제의 소유와 운영구조를 다양화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조금 확대된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후보들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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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1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재벌개혁의 중요수단, ‘계열분리 명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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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새사연은 9월에 일차로 대선후보들의 주요 정책을 비교 분석해 보았다. 물론 이들 후보들의 정책 평가 기준은 대선후보 16대 정책과제를 실은 책 『리셋 코리아』에 있다. 주요 7대 정책 평가를 한 내용은 테마북으로 엮었으니 참조 바란다. (http://bit.ly/UXuL8X )

새사연이 준비한 두 번째 대선정책 시리즈는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이다. 박근혜 후보,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10월에 접어들면서 정책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대선은 특히 중복되는 공약이 유독 많은 상황이어서 유사한 정책들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가 되었던지,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거나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 정책들도 적지 않다. 새사연은 이런 '외면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보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해당 정책이 조명받도록 할 목적으로 두 번째 시리지를 기획하게 되었다. 새사연 회원들과 독자들의 성원을 바란다.

 

[ 본 문 ]

‘계열분리 명령제’, 늦었지만 안철수 후보가 ‘말하다.’

새사연은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대선 정책이 되어야 하지만, 막상 대선 후보들이 입을 닫고 있는 정책들을 발굴하여 국민들과 후보들에게 환기시키고 싶었다. 경제 민주화 관련해서 첫 번째로 제시하려고 한 정책이 ‘계열분리 명령제’였다. 그런데 이 브리핑이 준비되고 있는 10월 14일 안철수 후보 측에서 재벌개혁 정책 공약 안에 전격적으로 계열분리 명령제를 포함시켰다. 대선이 7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늦게나마 ‘후보들이 말하지 않은’ 공약이 아니라 ‘말한 공약’이 된 것이다. 어쨌든 환영한다.

표: 안철수 후보가 발표한 7대 재벌개혁과제(10.14일자 발표 

1) 재벌 총수의 편법 상속·증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철저히 방지.

2) 총수 및 임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법을 집행하여 법 앞의 평등을 실현.

3) 재벌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여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을 검토.

4) 재벌이 계열 금융기관을 이용하여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금융과 산업이 결합되어 경제의 위험요인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강화.

5) 작은 돈으로 그룹 전체를 손쉽게 지배하는 대표적 수단인 순환출자를 금지.

6) 지주회사에 대한 부채비율을 축소하고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상향조정.

7) 다중대표소송 제도 도입, 집중투표제 강화 및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소수주주를 보호하고 재벌 총수의 전횡을 견제.

우선 안철수 후보가 공약한 ‘7대 재벌개혁 과제’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한 가지 미리 확인할 것은, 이 공약이 경제 민주화 공약 전체가 아니라 ‘재벌개혁 공약’이라는 점이다. 즉, 안철수 후보 자신이 발표문에서 “재벌개혁이 강자의 횡포를 막는 경제 민주화의 출발점이라면, 이런 협동조합 운동은 약자의 힘을 키우는 경제 민주화의 결승점”이라고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7대 개혁안은 전체 경제 민주화 과제 중에서 ‘강자의 횡포’를 막는 규제 쪽만 발표한 것이다. 향후 ‘약자의 힘을 키우는’ 경제 민주화가 별도로 제시될 것임을 기대하게 된다.

‘강자의 횡포를 막는’ 규제 방안으로 제시된 7대 개혁안은 전반적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개혁안이나 시민사회개혁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언급된 ‘기업집단법’이 빠진 점이나,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새로 추가한 점 등이 눈에 띄지만 일단 넘어가고 ‘계열분리 명령제’ 제안만 살펴보자.

안철수 후보는 재벌개혁 7대 과제 중에서 세 번째 과제로서 재벌이라는 거대 집단이 국민경제에 미칠 ‘시스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계열분리 명령제’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철수 캠프 경제 민주화 책임자인 전성인 교수가 “계열분리 명령제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도입된 것”이라는 언급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아 상당히 높은 위상과 무게의 정책수단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한국경제 2012.10.14일자.)

다만 1단계 시급한 재벌개혁 조치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미흡할 때 동원하는 “2단계로 계열분리 명령제 등 보다 강력한 구조개혁 조치”로 ‘검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백업(back-up)’ 정책으로 보류해 놓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대선 후보들이 ‘말을 시작’했다는 점을 중시하면서 다른 후보들도 여기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극 펴기를 기대한다.

 

이미 집중된 경제력을 되돌리는 최후의 수단, ‘계열분리 명령제’

그렇다면 당초에 새사연은 왜 계열분리 명령제가 중요한 재벌개혁 정책이라고 생각했는가? 새사연은 대선후보 16대 정책과제를 실은 책 『리셋 코리아』199~204쪽에 걸쳐 자세하게 계열분리 명령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리고 3월 29일자 브리핑 “재벌개혁 최후수단, 계열분리 명령제를 도입하자”를 통해 구체적으로 그 취지와 방안을 제시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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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0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불황형 고용증가’라는 이상 현상, 대선 후보들의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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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대선정책 트라이앵글’에서 10월은 ‘일자리’가 초점

2.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취업자 수가 늘어난다.

3. ‘불황형 고용증가’와 직장 밖으로 쏟아지는 베이비부머

4. 5년 동안 복지 일자리 두 배, 자영업 다시 팽창

5. 고용의 ‘양’이 아니라 ‘질’을 보고 정책 세워야

 

 

[본 문]

1. ‘대선 정책 트라이앵글’에서 10월은 '일자리‘가 초점

‘보편 복지 -> 경제 민주화 -> 노동개혁’은 2012년 대선의 핵심 ‘정책 트라이앵글이’다. 새사연은 올해 초, “크게 진보 의제구도는 보편복지에서 경제 민주화로 나아가고 있고 2012년 현재 이것이 노동 민주화로 더 전진할 수 있을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라고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새사연이 기대한 노동권 강화와 노동조합 협상력 강화에 무게가 실린 노동 민주화 수준은 아니지만 ‘일자리’ 문제가 핵심 의제로 포함되기는 했다.

예컨대 박근혜 후보는 출마 선언문에서 “저는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습니다.”고 하여 정책 트라이앵글 구도를 그대로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역시 후보수락 연설문에서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다섯 개의 문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그것은 일자리 혁명의 문입니다. 복지국가의 문입니다. 경제민주화의 문입니다. 새로운 정치의 문입니다. 그리고 평화와 공존의 문입니다.”라고 하여 정치개혁과 남북관계 개혁을 추가하기는 했지만 핵심 뼈대는 트라이앵글이다. 물론 그 가운데 일자리 혁명을 제일 앞에 내세우면서 차별성을 시도했다.

한편 안철수 후보는 “국가가 기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서 불안을 해소해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시장에서의 경쟁에는 공정한 기회와 규칙이 보장되어야 하고요.” “또 복지와 정의는 평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으니 남북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제도 절실합니다. 결국 복지, 정의, 평화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여 대표 슬로건에는 노동이 빠져 있다. 그러나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기업에도 독이 되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장을 별도로 할애하여 고용과 노동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 노동개혁의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결국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강조점만 약간씩 다를 뿐 정책 트라이앵글 구도 안에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9월에는 하우스푸어 의제가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더니, 이번 10월에는 일자리 창출이 상당히 쟁점이 될 조짐이다. 정책 트라이앵글 가운데 노동과 고용의제가 부각 될 시점이라는 예상을 할 수가 있다. 우선 박근혜 후보가 조만간 일자리 정책 구상을 구체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9월 28일 "기존의 제조ㆍ서비스업 등 많은 부분이 IT(정보통신)ㆍ과학기술과 활발히 융합돼 그로 인해 부가가치가 올라가고 서비스업의 생산성도 향상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창조 경제’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이른 시일 안에 창조경제가 제시하는 일자리의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일자리 정책 경쟁이 예고된다.

그런데 미리 하나 지적해둘 것이 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는 마치 특별히 새로운 기술혁신을 이뤄야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처럼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혁신 경제’도 이런 뉘앙스가 다소 있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혁신 기술의 첨단을 여전히 구가하고 있는 미국경제는 실업률이 떨어지고 좋은 일자리가 쏟아져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도 계속 기술혁신이 되고 있지만 이것이 일자리를 늘렸다는 증거가 사실 없다.

우리 국민이 살고 있는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최근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 개수가 부족한 데 있지 않다. 이미 있는 일자리들에 대해 자본이 비용절감에 집착하여 비정규직 저임 일자리로 나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며, 여기에 대해 노동자들이 저항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각종 제도들이 해체되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일자리는 새로운 산업, 새로운 기술 도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바로 그 직장과 일터에서, “노동자의 노동권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제고하며 노동자의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사 관계를 개혁해서”, 바로 그 장소에서 좋은 일자리를 소생시켜야 한다. 그래서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과 일터에서 일자리 변화의 혁신’, 이것이 일자리 문제의 키워드다. 그런데 대부분의 후보들의 공약 초점이 ‘일자리 바꾸기’가 아니라 ‘일자리 만들기’로 되어 있는 점만 보더라도 이러한 인식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현실 인식과 진단부터 어긋나 있다.

 

2.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취업자 수가 늘어난다.

어쨌든 대선 핵심 정책 트라이앵글의 한 꼭짓점을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 정책(노동개혁)이 10월부터 구체적인 공약으로 제시될 예정인 가운데, 막상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이상 현상이 발견되고 있어 주목된다. 성장과 고용의 관계가 동조화 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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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02 진남영/ 새사연 연구원

2012 대선 주요 후보별 부동산, 주거정책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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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새사연은 이번 대선이 수개월 전인 4.11 총선처럼 상호 비난과 폭로전을 반복하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정책대결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나라의 운명과 방향을 결정할 대선 국면인 만큼 폭넓은 시야와 방향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갈 비전이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제시되길 바란다. 아직은 정책과 공약이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못한 단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의 저서와 발언을 중심으로 정책 맥락을 짚어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정책선거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요 약]

지난 19대 총선과 이번 18대 대선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2010년 지방선거부터 불기 시작한 강력한 복지열풍이 올해 총선과 12월 대선까지도 영향권 안에 넣으면서 부동산 문제를 주거복지 문제로 전환시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 상승’이나 ‘경기 부양’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주거 복지’의 시각으로 선거 출마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볼 수밖에 없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킨 것이 바로, 정치권도 어찌할 도리가 없이 인정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추세다. 지금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모든 유력 대선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차기 정부 집권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고, 이를 전제로 하여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박근혜 후보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는 주거정책의 원칙과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채, 대단히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졸속적인 세부 주거정책을 내놓았다. 어쨌든 덕분에 부동산 정책은 이제 세부정책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다. 비교적 원칙과 방향이 잘 세워진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도 세부정책을 가지고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할 시점이다.

 

[본 문 ]

부동산, 2007년과 2012년 사이

부동산 정책은 역대로 가장 민감하고 복잡한 선거정책 이슈였다.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기에 자산 가치 변동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국민의 주거 정책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건설경기와 직결되어 있고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도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부동산 정책이 가계부채와 밀접히 연동되어 있어서 가계부채 대책과 한 묶음으로 취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이지만 5년 전인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까지는 선거 국면에서 부동산 정책이 한결 같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토지와 주택, 전월세 등을 모두 시장거래 상품으로 보고 ‘시장원리’에 따라 거의 경쟁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이다. 그것이 주택 보유자에게 자산 가치를 올려주고,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혀주며, 건설경기를 띄워준다고 믿게 했다. 특히 2008년 총선에서 경쟁적 뉴타운 공약이 정점이었다. 그리고 대체로 이 경쟁은 보수 쪽에 유리했다. 부동산 경기에 의존한 경기부양과 자산 가격 상승은 분명 한국사회에서 보수가 유지되어 온 강력한 뿌리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19대 총선과 이번 18대 대선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2010년 지방선거부터 불기 시작한 강력한 복지열풍이 올해 총선과 12월 대선까지도 영향권 안에 넣으면서 부동산 문제를 주거복지 문제로 전환시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 상승’이나 ‘경기 부양’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주거 복지’의 시각으로 선거 출마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볼 수밖에 없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킨 것이 바로, 정치권도 어찌할 도리가 없이 인정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추세다. 지금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모든 유력 대선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차기 정부 집권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고, 이를 전제로 하여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박근혜 후보가 “과거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뛸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하고, 문재인 후보가 “장기적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했던 사례들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까지는 전월세 보증금이 급상승하면서 ‘전월세 상한제’ 정책이 보편화되었다. 전세가격 상승이 둔화될 정도로 주택경기가 더욱 침체하기 시작한 올해에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정치권의 가장 중대한 이슈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급격한 주택가격 하락과 연체, 그리고 경매사태 시나리오까지 감안하여 위기관리 대책 수준에서 나올 수 있는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 back)’방안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후보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문재인, 참여정부의 ‘뼈아픈 실책’을 넘어 종합적 정책 기대

모든 정책 분야에서 문재인 후보는 태생적으로 참여정부와의 연속성과 차별성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하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았으며, 2005~2006년 부동산 가격 폭등의 후과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그의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참여정부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참여정부 경제 정책 가운데 가장 뼈아픈 실책 중의 하나가, 임기 중반에 부동산 폭등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이런 금융정책을 좀 더 일찍 추진했더라면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한마디로 금융시스템이 스스로 거품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랬기에 우리 역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189쪽)

일단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 정책 시행 시점이 늦은 부분을 주로 실책으로 보고 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대목중의 하나다. 이어 그는 하우스푸어 대책에 상당한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문재인 후보의 하우스푸어에 대한 두 가지 인식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첫째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국가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둘째는, 은행의 책임을 지목한 지점이다.

“하우스푸어의 주요한 원인은 약탈적 대출입니다. 금융기관이 무책임한 대출로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모두 가계에 떠넘긴다고 해서 약탈적 대출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법률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낮은 이자 상품으로 옮기도록 지원하거나 상환기간을 연장”것을 넘어서 아직 더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은행의 책임을 지목했다면 ‘주택담보과잉대출 규제법(공정 대출법)’이나 일정 수준의 채무조정 분담과 같은 정책으로 은행의 책임을 구체화해야 하는데 아직은 진전된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하우스푸어 외에 이른바 렌트푸어라고 불리는 670만 무주택 가구의 주거안정 대책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데, 문재인 캠프에서 아직 특별히 추가적으로 나온 대책은 없다. 다만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공약에 비추어 보건데, 전월세 상한제와 민간임대 등록제 도입, 공공임대주택 매년 12만 호 공급과 주택 바우처 연간 14만 가구실시 등이 문재인 후보 측의 공약으로 포함될 것이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가 부동산 문제를 ‘주거 복지’의 관점으로 철저히 접근하고자 한다면, 이미 상당한 공감대가 있는 전월세 상한제 등 세입자의 주거권 보호를 위한 적극적 정책제시와 입법 작업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지나치게 하우스푸어 정책에 관심이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극화 시대의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양극화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 정책이 있다면 당연히 양극화의 수혜자에 대한 일정한 규제와 고통 분담 요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아무도 손실을 입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혜택만 주는 그런 정책은 양극화 시대에는 가짜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자산계층이나 다주택자, 일정 규모 이상의 임대 사업자 등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에서 규제완화와 세제 완화 정책으로 일관했던 부분을 되돌리는 정책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특히 문재인 후보가 해야 할 몫이 있을 것이다.

 

안철수, 교과서적인 주거복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안철수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경기부양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주거복지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은행의 책임을 지목하고 있다는 점, 소득연계 임대료 정책이나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 보호기간 연장 등 세입자 주거 안정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과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는 무엇보다도 부동산 정책이 경기부양이 아니라 서민의 내 집 마련 등 주거 안정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06쪽)

“정부는 주택가격 대비 대출 비율이 낮아서 거시 감독은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담보를 충분히 잡고 있는 은행권은 안전하고 오히려 연체이자까지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는 거예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국민들은 살던 집이 날아가고 파산에 이르게 되는데도 말이죠. 경제의 활력보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일이나 금융권의 수익을 우선시하는 행태가 이런 문제의 배경인데요.” (183쪽)

“공공 임대주택 입주권을 줘도 보증금이나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소득과 연계해서 임대료를 책정하도록 제도가 여러 면에서 현실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월세 등 세입자 보호도 필요한데요. 우리나라의 학교나 직장의 주기를 생각해서 현재 2년인 임대차 보호기간을 3년 정도로 연장하도록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전세 보증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도록 합리적인 선에서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도고 보고요” (107쪽)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공공임대주택 재원으로 국민연금을 고려하자는 언급도 있다. “국민연금이 많은 재원을 갖고 있는데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미래가 불안정한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기보다 국가 보증 하에서 안정적이고 공공성이 높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국민연금의 채권과 주식투자가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상당히 안전한 장기투자라고 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투자를 국민연금이 하는 것을 특별히 무책임하게 볼 일은 아니다.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정책조합이 될 수도 있다.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해서도 가장 일반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출을 해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만기를 연장해주고 변동 금리를 장기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등 부채구조조정에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득 범위에서 갚아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죠.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주택 대출도 선진국처럼 20~30년 만기의 장기대출 형태로 갈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주택가격 하락이 더욱 현실화되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주택소유가구와 무주택 세입자, 건설업계와 금융업계 등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책적 선택과 구체화의 과제를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자산계층의 저항을 돌파하는 한편, 순발력 있는 위기관리대책을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박근혜, 중산층 흡수의 키워드로 부동산 정책을 선택했나?

개발공약에서 복지공약으로 전환되면서 부동산 정책이 보수 세력에게 더 이상 공격적인 정책 이슈가 아니게 되었다. 그를 반영하듯 19대 총선 시점까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제한적이지만 전월세 상한제 실시 등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개혁적인 정책에 일부 편승한 것 외에 능동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더욱이 아주 최근까지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마지노선이었던 DTI규제 완화까지 손을 댄 마당이어서 입장이 더욱 애매하게 된 상황이다.

그런데 9월 들어 하우스푸어 대책이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박근혜 캠프는 공격적으로 대책을 쏟아낸다. 특히 지난 9월 23일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20~40대 무주택자를 위한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이 정점이었다. 우선 하우스푸어대책으로 ‘지분매각제도’를 내놓았는데, 기본 개념은 ‘세일 앤 리스 백’과 같지만 집 전체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부채에 해당하는 지분만큼을 공적 금융기관에 매각한다는 것이 다르다. 매각한 지분의 6%를 임대료로 내면서 자신이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세일 앤 리스백 정책에 대해서는, 채권은행이 손실을 회피하는데 유리할 뿐 채무자인 주택 소유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 주택 매각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불분명 하다는 점, 주택 소유자가 5년 후 되살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점, 실제 이런 식으로 매각하려는 주택 소유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 등 부정적 비판이 이미 상당히 나와 있다. 지분매각 방식은 재원이 덜 들어갈 것이라는 가정 말고는 똑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현실성은 세일 앤 리스백보다 더 떨어진다.

둘째로, 하우스푸어 대책보다 더 비판 여론이 높은 대책이 바로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다. 한마디로 집 주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기존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 보증금을 집 주인이(세입자가 아니다!!)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그 이자를 세입자가 금융기관에 납부토록 하는 방안이란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세입자가 전세를 사는데 집 주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는 것이다. 전세인데 매달 이자라는 이름의 사실상 임대료를 낸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세입자에게는 오직 전세와 월세가 있을 뿐이다. 세입자가 목돈을 지불하고 일정기간 추가비용 없이 주거공간을 사용하면 전세이고 목돈이 없을 때 매달 현금을 지불하면 월세다. 결국 세상에 목돈 안 드는 전세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목돈 안 드는 전세란 이름만 전세일 뿐이지 매월 이자를 대납하는 ‘월세’ 형식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세입자가 이렇게 복잡한 월세를 굳이 들어갈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또 집 주인 역시 전세를 피하는 것이 대세인데 굳이 은행 대출을 받는 형식의 전세를 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올해 나온 선거 공약 중에 가장 황당한 선거 공약 1순위에 올라야 할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공약이 실현되면 확실하게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다. 바로 은행이다. 대출이 늘어나게 생겼다. 떼어먹힐 가능성도 없다. 공적 금융기관이 이자 지급보증을 해준다니 완벽하다. 정확히 금융권에서 설계를 해주었을 법한 발상이다. 또한 이 제도는 틀림없이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고 그 만큼 은행의 대출 규모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부담이 어려울 만큼 치솟는 전월세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의 정답은 황당한 전세제도가 아니라 전월세 상한제일 것이다.

셋째, 20~40대 무주택자를 위한 ‘행복주택 프로젝트’라는 것도 내놓았다. 일본 등지에서 벤치마킹했다고 하면서 국가 소유인 철도부지 위에 인공 부지를 조성해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절을 지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영구임대주택을 약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기차 길 위에 지어진 20만 채의 영구임대주택이 어떤 주거환경일지 상상하는 것은 미뤄두자. 이미 새누리당은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120만호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가 있다. 기차 길 위 20만 임대주택도 여기에 포함되는가? 나머지 지을 100만 호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40대 무주택자와 서울ㆍ수도권의 대학생’에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별도로 이들을 위해 기차 길 위 20만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것인가?

결국 박근혜 후보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는 주거정책의 원칙과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채, 대단히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졸속적인 세부 주거정책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덕분에 부동산 정책은 이제 세부정책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다. 비교적 원칙과 방향이 잘 세워진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도 세부정책을 가지고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할 시점이다. 시민사회에서 제시해온 주택담보 대출까지를 포함하는 통합 도산법 제정으로 하우스푸어 채무조정, ‘주택을 담보로 하는 과잉 대출 규제법(공정 대출법)’으로 약탈적 대출 재발 방지, 전월세 상한제의 조속한 입법화와 임대차 보호제도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할 것이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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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9.24정태인/새사연 원장

 

경제위기의 해법과 대선 후보들

세계금융위기 속에서도 그럭저럭 암초를 피해가던 한국경제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수출증가율이 서너달 연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건 이미 10년 이상 거짓으로 판명난 낙수효과(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아래로 돈이 흐를 것이다)에 이어 수출 신화도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경제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의 경제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시민들은 구체적 해법까지 내 놓았다. 2010년 지자체 선거로부터 서울시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새누리당을 굴복시킨 보편복지, 지난 총선부터 이슈가 되어 박근혜후보가 김종인씨를 영입하게 만든 경제민주화, 그리고 전국을 몰아치고 있는 협동조합의 열기가 바로 그 답이다.  

문제는 누가 이런 시대적 요구를 수행할 것인가이다. 한 사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1974년 이미 “사법살인”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았지만 2007년에 이르러서야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 박근혜후보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는가? 어떤,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경제민주화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김종인씨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의 어록에 나오는대로 ”내가 말했으니 끝“이니 토달지 말라는 투다. 결국 역사도 현실도 자신의 판단에 따라 진위가 결정되고 국민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자기 확신을 넘어 과대망상에 이른 것이다.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수용한다고 말은 했지만 어떻게 해석해서 실행할지는 박근혜후보만 알고 있다. 과연 재벌-경제관료-조중동이라는 한국의 지배계급의 뜻에 반하는 ‘최종 해석’을 할까?

문제는 나머지 유력 후보, 두 사람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안철수교수는 우유부단한 듯 하고  문재인후보는 참여정부의 실정을 되풀이할 것 같다. 안교수가, 모피아의 대부로 유명한 이헌재씨를 영입했다는 보도, 그리고 문재인후보가 “노무현과 이명박의 한미 FTA는 다르다”고 주장한 사실 때문에 우리는 불안하다.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바대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시민들이 나서면 된다. 특히 “경제는 전문가가 알아서 하는 것”이란 생각이 문제다. 가령 아동수당을 얼마나 어떻게 주는 게 최선일지, 재벌개혁의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지는 분명 전문적인 지식과 정치적 힘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정답을 전문가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건 명백한 오류이다.

예컨대 재벌개혁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공통의 해법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다. 진보개혁진영에 속하는 학자들마저 설왕설래 중이다. 최근에 장하준교수는, ‘재벌개혁론자들’의 주장이 “1주 1표”를 달성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주주자본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상조교수는 현재의 “1주 다표”(총수일가가 전체 주식의 1%에 불과한 의결권으로 계열 전체를 지배하는 것)를 “1주 1표”로 바꾸는 것도 개혁이라고 맞섰다.

분명 재벌개혁론자들의 당면 목표인 “1주 1표”가 글로벌 스탠다드는 아니다. 적어도 숫자로만 보면 세계적으로 가족기업이나 “1주 다표”가 더 일반적이다. 또한 외부 시장에 의한 통제(예컨대 주식시장에 의한 인수합병 위협)가 모든 나라에서 효과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장하준교수가 주장하는 “1주 다표”(재벌들에게 주당 더 많은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부여하자는 주장)가 민주주의에서 더 먼 것은 확실하다. 그래도 재벌이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그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가족기업집단이 더 효율적인지, 아니면 주식시장에 의해 통제되는 회사가 더 효율적인지 확실하지 않다.

세계 학계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이런 복잡한 논쟁에 보수적인 경제학자까지 가세하면 어느 한 쪽이 깨끗하게 ‘승리’하는 사건은 벌어질 수 없다. 즉 지극히 전문적인 것처럼 보이는 경제문제, 그러나 나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문제에도 시민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어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우리가 명백히 아는 사실들이 있다. 예들 들어 한국의 재벌은 너무 커서 “대마불사”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더욱이 관료는 물론, 정치와 사법부까지 장악했으니 큰 문제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재벌은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영원한 권력이 됐다. 자신의 경제권력을 이용해서 하청기업을 수탈하고 기업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보루인 노조마저 인정하지 않는 것 역시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는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견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이 매우 위험하며 장기적으로 경제적 효율성도 저해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시민연합정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시민 대다수가 합의하는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즉 경제문제에도 시민참여가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푸는 길이다. 내 청와대 근무 경험을 되새겨보면 시민들의 요구가 뒷받침 됐을 때만 정부는 지배동맹과 대결할 수 있다. 

2008년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는 무려 6개월을 넘게 매일 광장에 모였다. 여중생의 “살고 싶어요”라는 절규로 시작된 촛불은 “한반도 대운하”(4대강 사업), 공기업 민영화, 한미 FTA 반대 등 공공성 이슈로 진화했다. 하지만 당시 취임한 지 6개월도 안된 대통령에게 “물러가라”는 요구는 누가 봐도 무리였다.

글머리에 말했듯이 이번 대선은 세계적 위기 속에서 치르고 있으며 앞으로 수년간 우리 경제는 2% 내외의 성장률에 묶일 것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시민들의 경제해법은 무시되고 수출증대-낙수효과라는 구시대의 주문, 박근혜 후보가 5년 전에 정식화한 “줄푸세”를 다시 실행할 것이다. 바로 그 “줄푸세”가 현재의 위기를 만들었는데도 그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다르지 않다”고, 자신 만의 ‘최종 해석’을 내놓았다. 2013년 5월, 촛불을 들고 일어나 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일 것이다.

왜 후회할 일을 지금 하면 안되는가? 이미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관철하기 위한 시민들의 모임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고 협동조합 설립의 열기도 뜨겁다. “우리가 지지할테니, 국가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 정책 목표가 확실해지면 그 임무를 수행할 내각 역시 윤곽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이헌재씨처럼 시장만능주의를 앞장서 실천해온 경제관료, 통상관료가 내각에 들어가서는 안될 것이다. 삼성 장학생들이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사법부와 입법부를 장악해서도 안 된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는 정부가 곧 “시민연합정부”다.

낙선운동과 투표참여운동, 그리고 야권 단일화 협상을 넘어서 “시민정부 만들기”에 우리가  나서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하고 따뜻한 삶을 우리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2008년 촛불의 정신을 되살려 서울 광장에 모여야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고 우리 모두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을 밝힐 수 있다.

<안철수의 생각>은 훌륭하다. 평생 정책만 다룬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그렇다. 물론 적잖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자기의 생각을 섞어서 여러 사람의 의견 짜깁기한 것과 <안철수의 생각>은 다르다. 일관된 생각의 다발이 굵은 흐름을 이루고 있다.

예컨대 재벌개혁에 대한 그의 생각이 그렇다. 그는 놀랍게도 학계에서도 채 소화되지 않은 ‘이해당사자 이론’에 입각해서 재벌 문제를 진단하고 법조계에서도 아직 내용을 채우지 못했지만 방향이 뚜렷한 ‘기업집단법’을 대안으로 내세웠으며 그 생각의 틀은 ‘산업생태계’이다.

더구나 그는 종업원지주제나 이윤공유, 경영참가라는 미시적 실천 방안을 이미 실행해서 성공해본 사람이다. 그는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보편적 증세가 필요한 이유 또한 정확히 지적한다. 당장 표에 도움이 되는 복지정책을 나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책<안철수의 생각>을 읽기 전까지 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의 높은 지지율도, 확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우리 국민의 장점이자 단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팬덤 현상으로 간주했다. 하여 간간히 보도되는 그의 ‘공자 말씀’도 곧 사라지려니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내 선입견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그는 내공을 지니고 있다. 폭발적 매력이란 면에선 뒤처질지 몰라도, 정책에 관한 한 2001년 내가 처음 만난 노무현을 훨씬 능가한다. <안철수의 생각>은 바이러스처럼 국민 안에 퍼질 것이고 현재까지의 대통령 후보 그 어느 누구도 마땅한 백신을 내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안철수 스스로가 가장 뛰어난 백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흔히 언론은 안철수 교수를 중도로 분류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중간쯤이라는 뜻일테고 <안철수의 생각>이 나온 뒤에는 민주통합당 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굳이 자리를 따지자면 이 책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중간쯤, 아니 진보파의 일부 그룹보다 더 왼쪽에 있다. 새로운 사회를 연구원 6년의 연구와 내 뼈저린 실패의 경험이 결합되어 금년 초에 나온 <리셋 코리아>와 ‘싱크로율’ 거의 100%라는 게 그 증거다.

안 교수의 또 하나의 장점은 그의 생각이 진보적이라 하더라도 ‘색깔공세’에 시달릴 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물론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야 세가 불리하면 어떻게든 붉은 색을 덧칠하겠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삶 어느 편린에도, 책 속의 어떤 낱말 하나에도 그럴 구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억지춘향은 역풍을 맞을 뿐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야 하고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데 필수적인 지지세력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어야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 안 교수의 취약점이다. 갑자기 정당을 만들고 현재의 팬덤을 조직적인 정책지지 집단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실로 난감한 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답을 알고 싶은 분들에겐 오연호와 김헌태가 쓴 <안철수>를 권한다. 한마디로 이번 대선을 통해 ‘시민정부’를 만들자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기존 정당도 환골탈태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내각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보기에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후보, 그리고 안철수가 정책의 위치를 놓고 겨루는 것은 말다툼 이상의 의미가 없다. 같은 정책 목록 안에서 누가 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 놓는가, 어떻게 반대편 국민을 끌어들일 것인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강준만 교수가 <안철수의 힘>에서 역설한대로 이제 증오의 정치는 끝내야 한다. 반대 쪽 후보에 표를 던진 국민이라 하더라도 흔쾌하게 승복할 수 있는 정책을 내 놓고 소통과 타협으로 실천해야 한다. 물론 안철수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더더구나 아니다. <안철수의 생각>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는 협동은 세계와 한국의 장기 위기 속에서 우리가 살아날 길인 동시에 대선 승리의 유일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 글은 작은책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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