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5정태인/새사연 원장

누구나 잘못을 범한다. 때론 치명적인 실수도 한다. 해서 손무제는 패전이 병가지상사라 하지 않았는가. 실제로 운명은 그 잘못을 인정하느냐에 의해 갈린다. 인정한 자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요, 인정하지 않은 자는 또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 또한 그러하다.

작년 초, 전 세계의 침체 속에서 ‘대한민국호’는 서서히 가라앉았고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가 곤두박질쳤는데도 ‘대세’는 박근혜였다. 이런 초겨울의 회색 분위기를 대역전시킨 것은 안철수 전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민주당은 조역, 아니 배경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낙승을 예상했던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야권은 패배했다.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명을 바꾸고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참칭하는 동안 민주통합당은 ‘가짜’만을 외쳤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다르다’는 식으로 과거를 호도했다.

또 다시 수렁에 빠진 희망을 건져 올린 이는 또 한번 안철수 전 후보였다. 그는 전 세계 정치사에 전무했고 후무할 가장 놀라운 제3후보이다.

 그가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 사퇴의 눈물을 뿌렸는데도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주역이 아니다. 민주통합당은 아직도 마지못해, 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지겠지”라는 관성으로 대선을 치르고 있다. 놀랍게도 지난 몇 년간 민주통합당은 한 번도 변화의 주역인 적이 없었다. 시민 스스로 들고 일어났을 때, 또는 그 불만을 대변한 몇몇 사람의 후광으로 간간히 어부지리를 챙겼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미적거릴 시간은 더 이상 없다. 

내 기준으로 볼 때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보다 훨씬 훌륭하다. 개인의 자질도 그렇지만 새 시대를 대변한다는 점에선 극과 극이다. 실로 박근혜 후보가 1979년 청와대를 나온 후 30여년 간 한 일이라곤 선거 때 당내 라이벌을 가차 없이 처단한 것 밖에는 없다. 그것이 그녀의 개혁이요, 아버지의 유산이다. 본디 신뢰란 반복되는 행위와 소통 속에서 쌓이는데, 에스프레소 한잔을 채울까 말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박 후보가 ‘신뢰의 정치인’이라면 그건 오직 민주당이 아메리카노처럼 멀건 존재이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의원직을 내 놓겠다든가, 참여정부 출신이라면 승리해도 청와대나 정부에 들어가지 않겠다든가, 다선 정치인이라면 은퇴하겠다든가 등등 독한 승부수를 경쟁적으로 내 놓아야 한다. 그마저 할 수 없다면 프레임이라도 제대로 짜야 한다. 그래야 반반의 승부나마 노릴 수 있다.

참여정부의 시대적 한계와 몇가지 치명적 오류에 대해 이제는 두부 모 자르듯 깨끗하게 인정해야 한다. 한미 FTA와 부동산가격 급등, 비정규직 증가가 바로 그것이다. 바로 이 진실을 인정해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 아니 민주당은 죽더라도 국민이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더 이상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 놓아선 안된다. 그래야만 박근혜 후보의 진정한 문제를 공격할 수 있다.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와 경제민주화는 다르지 않다”는 박 후보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진면목은 이 한 문장에 다 들어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와 4대강은 ‘줄푸세’의 실천이다. ‘줄푸세’야말로 서민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양극화의 주범이다.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각각 시장만능, 재벌만능주의와 서민 주역의 참여경제를 대표하는 이념이다.

이미 오류가 판명났음에도 박 후보가 ‘줄푸세’를 설파하는 것이야말로 ‘이념투쟁’이다. ‘줄푸세’는 현실에서 이미 서민의 지옥으로 증명됐다. 박근혜 후보는 진심으로 자신의 과거 주장이 틀린 적이 없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줄푸세’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 바로 여기에 답이 있다.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자는 물론 그 잘못을 또 저지를 것이다. 몇 년 후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박근혜 후보가 할 수 있는 말은 두 마디 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는요?” “참 나쁜 경제”라고... 그녀의 진정한 동맹인 재벌과 조중동 역시 아무 말 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주장이 바로 ‘줄푸세’이기 때문이다. ‘재벌의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아니면 ‘서민의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그 답은 ‘줄푸세’에 있다.

* 이 글은 PD저널에 기고 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11.21최정은/새사연 연구원

 

무상보육 공약 , 새 대통령 업무 첫 관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만 0-5세 무상보육 공약은 새 대통령의 업무로 평가될 첫 번째 관문이다. 유력한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대선공약으로 만0-5세 무상보육을 약속하고 있어, 올 대선을 전후해 이 공약의 이행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 연말까지 2013년 예산안 심의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무상보육을 담보할 재정이 담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은 만0-2세 무상보육이 시행된 지 6개월만에 파행을 맞자 일제히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사실상 무상보육을 후퇴시키는 안을 발표한 지난 9월 25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0~5세 육아를 책임지는 것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꼭 필요하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무상보육 폐기는 무책임한 국정 운영의 극치"라고 몰아세웠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첫 공식 발언으로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또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라며 날선 목소리를 냈다.

무상보육 논란 , 지금은?


무상보육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몇 개월간 재정문제로 맞서다 겨우 만0-2세 무상보육을 종전의 소득하위 70% 지원으로 후퇴시키는 정부안으로 봉합된 상태다. 정부의 보육료지원 개편안은 맞벌이 가정에 매월 10~20만 원 부담을 주고, 전업주부의 보육시간 이용을 제한하고 있어 시행되더라도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도 마지못해 정부안에 합의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재정은 만0-2세아 소득상위 30% 가정 지원과 무상보육으로 인해 급증한 신규 수요지원을 합한 지자체 부담액 6600억 원이다.

지자체는 보육료지원 외에도 정부가 결정하는 국가주도사업에서 정부의 재정 분담율을 90~100%까지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매칭으로 진행되는 보육사업이 지방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국 244개 자치단체 중 지자체의 자주재원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시군구가 전체의 20%에 달한다고 한다(이동식, "지방재정의 자율성 강화방안", 제3회 공법학자대회 지방자치법제분과, 2012.6.28.).

진정성, 보여줄 때다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에 부모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나마 희소식 하나가 들려 온다. 최근 국회 지방재정특별위원회가 영유아무상보육사업의 국고보조율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영유아 무상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을 현행 서울 20%, 지방 50%에서 서울 40%, 지방 70%로 인상하도록 하는 안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요구한 100% 지원과는 간극이 있고, 법적 효력도 없어 지켜봐야 한다.

무상보육은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다. 무상보육은 어느 지역에 사느냐의 문제와 상관없이 정부가 책임져야할 과제다. 그동안 대선주자들은 수없이 ' 진정성'을 강조했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의 진정성을 검증받을 절호의 기회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11 / 22 이수민/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여는 글]
     
            진정한 정책은 가장 소외된 곳부터 돌볼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5년 전 겨울 춥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심정으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었지만 우리는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더 추운 바람 속에 촛불을 들고 내던져져야 했습니다. 길고도 험난한 5년이었고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습니다.

약 한 달 전 새사연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명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과 주장을 비교분석한 글들을 모아 <18대 대선후보 기초 정책비교>라는 제목의 테마북을 만들었습니다. 한 나라와 한 시대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의 공약 치고는 기대보다 부족하고 부실한 부분들이 많아 평가에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일방적인 지지나 비난만으로는 새사연이 이야기하는 '시대교체'는 고사하고 '정권교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9월까지 발표된 공약을 기준으로 세 후보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해보았습니다.

그 후 새사연은 세 후보들이 기존의 공약들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고, 새로운 공약들을 제시하리라 기대하면서 대선정책 두 번째 시리즈로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속에서, 그리고 더불어 장기화 되는 세계적 대침체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의한 양극화와 불평등이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경험한 국민들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요구를 경제 민주화와 보편복지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모았고, 그 결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온 세 후보의 공약마저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공약들의 유사함이 국민의 목소리와 후보들의 진정성을 제대로 담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단순히 표를 위한 선전 전략이 아닐까 걱정이 일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을 읽어나가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거나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정책들을 짚어보았습니다. 1) 경제 민주화, 2) 경제 성장론, 3) 공공부문 민영화, 4) 사회적 경제, 5) 저소득층 지원, 6) 보건의료, 7) 여성 일자리의 7가지 분야를 살펴보았습니다.

소외된 정책들은 중소상인과 중소기업, 저소득가구,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 주로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에 대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고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대선 정책 두 번째 시리즈를 준비하며 대통령 후보의 진정성이란 자신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기 이전에, 반대로 표를 줄 것이라 기대되지 않지만 소외받고 있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어놓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외면 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부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소외받는 정책, 근본적으로는 소외받는 국민과 계층에 대한 정책이 조명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총 7편의 글을 테마북으로 엮었습니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이수민

 

[목  차]

◆ 여는 글                                                             

◆ 경제 민주화(김병권)
    : 재벌개혁의 중요수단, '계열분리 명령제'                             

◆ 경제 성장론(김병권) 
    :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 90년대 벤처정책 부활? 혹은 '삼성 스타일'   

◆ 공공부분 민영화(김병권) 
    : 대선 후보들은 과감히 민영화를 전복시켜라                           

◆ 사회적 경제(이수연) 
    : 한국 사회적 경제의 올바른 시작을 위해                               

◆ 저소득층 지원(김수현) 
    : 하우스 푸어보다 심각한 푸어를 위한 대책은?                       

◆ 보건의료(이은경) 
    : 보건의료시스템 개혁 없이 건강보험 강화는 불가능                

◆ 여성 일자리(최정은) 
    : 일-가정 양립, 여성고용개선과 종일제 보육으로 해결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11.1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세 명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지난 9월 이후 치열한 정책공약 경쟁을 벌이면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해 온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조만간에 후보등록을 하고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책경쟁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일 것이다. 세 후보 모두 가장 중심 공약으로 제시한 분야이며, 동시에 당장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한 가지 던져보자. 가장 보수적인 새누리당의 정강까지 개정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집어넣는 한편, 헌법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기초한 상징적인 인물인 김종인 전 의원을 굳이 영입을 했던 박근혜 후보의 재벌개혁 공약과 경제 민주화 공약은 무엇일까. 그리고 문재인·안철수 후보와는 어디에서 차별성이 드러날까.

정답은 좀 엉뚱하다. 적어도 13일까지 박근혜 후보의 공식적인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공약은 ‘없다’가 정답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캠프의 공식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문자 그대로 없다. 후보 캠프의 공식적인 사이트 어디에도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내용이 없다. 박근혜 후보가 언론을 통해 발언한 어디에도 확정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없다. 그렇게 중요한 경제민주화 공약이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선거일 한 달 남짓 시점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사실 11월 초까지만 해도, 오랜 시간 뜸을 들이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기업집단법 제정’을 중심으로 거의 정리됐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예상보다 강도가 높은 수준이며, 여기에 사교육 제한과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가 추가되면서 수위가 제법 높은 공약 초안이 박근혜 후보에게 전달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말뿐이었고 공식화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지난 8~9일 다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후보 사이의 설전만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박근혜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얘기를 하고, 대기업집단법에 대해서는 “국민한테 도움이 되는지, 국익에 가장 합당한가를 잘 조율하고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한가한 얘기를 했다. 이쯤 되면 사실 재벌개혁 생각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를 신뢰한다던 지금까지의 말을 뒤집으면서 “당초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던 얘기가 조금 약세로 돌아섰다는 우려, 그런 느낌을 받는다”거나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많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로비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했다.

이런 장면은 낯이 익다.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위원장의 사퇴 협박이 그랬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경제 민주화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으로 그랬다. 이번에도 그 연장이다. 그 와중에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공식 방안을 내놓은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고 결국 박근혜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방안을 거부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제는 미뤄서는 안 된다. 박근혜 후보는 말하라. 도대체 어떤 재벌개혁안이 박근혜 후보의 공식적인 공약인가. 어떤 경제민주화 방안이 박근혜 표 경제민주화 방안인가. 특히 대기업집단법을 하겠다는 것인가 말겠다는 것인가. 하겠다면 대기업집단법이라는 바구니에 무엇을 담으려고 하는 것인가.

새사연은 이미 올해 초에 “향후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방향전환과 바람직한 모델로의 접근을 고려하면서 재벌개혁에 대처해야 한다. 그 동안 학계나 법조계에서 간간히 나왔던 ‘기업집단법’ 제정은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한국의 재벌체제를 핵심 경제 구조 틀로 보고 공식적인 법적 틀로 이를 수용하고 성문법적 틀 안에서 규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어 현 단계에서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새사연 “재벌개혁과 재벌규제법”, 2012년 3월14일)

그 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기업집단법이 엉뚱하게(?) 박근혜 캠프에서 흘러나왔을 때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말만 무성하게 흘리다가 폐기처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에는 명확히 말해야 한다. 대기업집단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아닌가. 도입한다면 어떤 내용과 수준의 대기업집단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아니 도대체 재벌개혁을 위해 무엇하나라도 할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11.13최정은/새사연 연구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의 선 굵은 공약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경제민주화·일자리·복지를 시대 과제로 말해왔지만, 그 차이가 선명하지 않아 후보 간 차별을 두기 어려웠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열악한 한국 사회에서 보육 정책은 젊은 세대들이 절박하게 느끼는 출산과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고충과 맞닿아 있어 더더욱 화두가 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가장 먼저 여성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부산 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를 방문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위한 실천 과제로 ‘보육’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 맞춤형 보육서비스 구축, 방과후 돌봄 서비스 제공 대상 확대, 아빠의 달 도입, 임신 기간 부분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 가족친화적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가사도우미 서비스 지원, 관리직 여성 일자리 확대, 자녀장려세제 신설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부의 무상보육 철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무상보육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0월3일 여성 유권자들과의 간담회 ‘여심, 문심’에서 무상보육 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문 후보는 “0~2세뿐 아니라 전 아동을 무상보육한다 해도 전체 비용이 7조5000억원 정도면 감당이 된다. 사회적 여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첫 연도 중에 예산을 고갈시킨 정부가 무능한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10월14일 임산부와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만 0~5세 무상보육 전면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30%·이용 아동 50% 확대, 생활권별 산부인과 및 산후조리원 확충, 아버지 휴가 2주간 제도화, 필수 예방접종 항목 확대, 출산지원을 위한 방문서비스 ‘육아 코디네이터 제도’ 도입, 장애인 출산과 육아 전담도우미 도입, 출산장려금 확대, 다문화 가정 임신과 출산 지원 등을 약속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을 펴낸 직후 정부의 무상보육 철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9월25일 안 후보는 정책 네트워크포럼 ‘내일’에 참석해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포기에 대해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또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철회를 보고 복지란 것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한가를 알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자신이 맞벌이 시절 겪었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중심의 보육 문제를 지적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30% 확충을 강조했다. 

세 후보 모두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 보육의 공공성을 늘리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보인다. 박 후보는 매해 50여 개씩 5년간 250여 개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턱없이 모자라는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읍·면·동만 해도 당장 전국 474개 지역에 이른다(2011년 보육통계).
 

특별활동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문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50% 확대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공립을 확대하면서 부실한 민간 어린이집을 과감히 퇴출하는 방안도 내놓아야 이 공약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안 후보는 10월16일 직장인들과의 도시락 번개 모임에서 “국공립 보육시설이 10%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 놀랐다. 선진국을 보면 50%가 아니라 70~80% 넘는 나라도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최소 30% 정도는 늘리고 이를 기준으로 민간이 따라오면 상향 평준화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담은 구체적인 정책 공약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만큼 중요한 게 노동자들의 육아휴직 제도 정착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0~2세 영아들의 가정 양육이 활성화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는 있지만 육아휴직 급여 수준이 낮고 ‘눈치’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인은 현실적으로 적은 형편이다.

이에 대해서는 세 후보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가장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통상임금 40% 수준인 현행 육아휴직 급여를 7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상자를 확대하고 국비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 후보가 내놓은 ‘아빠의 달’ 도입도 좋은 공약이다. 남성이 육아를 공동으로 담당해보는 경험 자체가 의미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는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그 제도도 빛이 날 것이다.

세 후보의 공약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현실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쟁점도 많다. 보육 교사 처우 개선과 보육료 현실화 문제이다. 새누리당은 표준 보육비를 다시 산정해 가격을 현실화하자고 주장해왔다. 일부 타당한 면도 있으나, 보육료를 올리는 것만으로 교사의 처우가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먼저 호봉에 따른 교사 월급이 보장되고, 시간외 수당 지급, 원장과 교사의 일방적 계약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의 무상보육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보육료 부담은 줄지 않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기본 보육료 외 특별활동비 때문이다. 지역별로 상한선을 두고 있지만 10만~20만원씩은 기본으로 부담하는 실정이다. 영유아 시기까지 내려온 과도한 조기교육의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부모의 욕심과 민간 시장의 과열 경쟁으로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을 내놓은 후보는 아직 없다.

세 대선 후보의 보육 공약은 언뜻 보기에 모두 비슷해 보인다. 아직 단순 나열식이고 우선순위를 두지도 않아 선심성 공약으로도 비친다. 사실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 확대, 그리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와 민간 지원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가리고, 타협보다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이명박 정부 보육 정책의 가장 큰 한계는 서비스 기반이 시장화된 데 따른 불만족이다. 이런 근본 문제를 누가 잘 인식하고 풀어나갈 수 있을지, 국민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이 글은 시사인에 기고한 글임을 밝혀 둡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