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한 때는 직장 상사와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꿈이었다. 작지만 내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며 중산층을 대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비정규직에 이어 사회 양극화와 생활고를 나타내는 집단이 되어가고 있다.

더 이상 중산층이 아닌 자영업인

음식점, 목욕탕, 미용실, 카센터, 옷가게와 거리의 포장마차까지 문을 닫는 상황이다. 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휴업하거나 폐업한 음식점은 18만여 곳에 이른다. 대한제과협회에 가입된 제과점 수는 현재 8,000여 개로, 5년 전 2003년 말 1만 6,000개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최근 한 달 동안 400~500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대한미용사중앙회도 지난해에 비해 1,500여 곳의 이미용 업소가 문을 닫았다고 집계했다.

2005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인 전체의 월소득 평균은 171만 원으로 임금 노동자의 월소득 평균인 178만 원보다 낮았다. 노동조건 역시 열악하여 자영업인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8.3시간이며, 월 근로일수는 25.1일이다.

통계청은 올해 상반기 자영업인 수를 594만 5,000명으로 발표했다. 이는 제조업 종사자 400만 명과 건설업 종사자 180만 명을 합친 수와 비슷하며, 전체 취업자 2,300만 명 중 25퍼센트 가량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미국과 일본의 취업자 중 자영업인 비율이 각각 약 7퍼센트와 9퍼센트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기형적 구조

우리 자영업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경우 1인당 요소소득(임금+영업이익)은 1,139만 원 수준이다. 제조업의 1인당 요소소득이 4,033만 원인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이다.

또한 전체 자영업 중 서비스업이 70퍼센트 가까이를 차지하며 그 중에서도 도소매, 음식숙박업종사자가 36퍼센트에 이른다. 자영업 인구가 좋은 일자리인 고수익의 전문직이 아니라 영세한 개인 서비스 분야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자영업의 증가가 비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의 자영업은 90년대 정부의 농정포기 정책으로 농업이 붕괴하고, 외환위기 후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감행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후 2003년 카드대란으로 한차례 폭풍을 지난 후 2007년 말부터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의 폭풍을 지나고 있다. 여기에 향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다시 자영업으로의 인구 유입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에서 자영업은 갈 곳 없는 곳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것이다.

지역운동의 새로운 주체가 되어야

그런데 이제 그 마지막 보루마저 흔들리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그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 국내소비 위축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은행으로부터의 자금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급속히 늘어난 대형할인점과의 경쟁 및 과잉공급 상태라는 근본적인 문제점까지 갖고 있다.

자영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카드수수료 인하, 부가가치세 인하, 재료비 안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이미 지난 해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실질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카드 수수료 인하는 강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와 카드가맹점단체협의회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시기에 가장 필요한 소상공인대책으로 ‘카드 수수료를 대기업 수준으로 인하’가 1위(52.7퍼센트)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세금 경감’(43.6퍼센트), ‘소상공인 정책자금 및 신용보증 확대’(30.0퍼센트), ‘대형마트 등의 사업확장에 따른 소상공인 보호’(21.8퍼센트)가 꼽혔다.

하지만 한국사회 특유의 기형적인 자영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임금 부문에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공급과잉에 처한 자영업의 하위층을 흡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영업인 스스로는 지역에서의 협동조합 건설이나 대안 금융기관 설립 등의 연대를 통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른 사회주체들 역시 자영업인을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도시연대, 지역운동의 한 주체로 각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용어 공부>

▶ 자영업인

사회 일반적으로는 ‘자영업자’라는 용어가 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하는 사람들은 ‘기업인’, ‘기업가’라고 부르지 ‘기업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자영업자’는 영세 자영업 종사자들에 대한 다소 낮은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 용어로 보인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에서는 ‘자영업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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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11.15 20:44
3. 내수기반 없는 수출경제의 취약성 드러낸 실물경제

1) 어두운 2009년 경제전망

2008년 경제 성장률이 1/4분기 5.8퍼센트 → 2/4분기 4.8퍼센트 → 3/4분기 3.9퍼센트 등 분기마다 거의 1퍼센트씩 떨어지면서 한국의 실물경제도 빠르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IMF가 2008년 예상치를 4.1퍼센트로 전망하는 등 대부분의 기관들은 2008년 한국경제 성장치를 3.5~4.5퍼센트로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전망치는 더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수정한 2009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2.2퍼센트로 2008년 3.7퍼센트보다 무려 1.5퍼센트나 주저앉았다. 특히 미국 -0.7퍼센트, 유로 존 -0.5퍼센트, 일본 -0.2퍼센트, 영국 -1.3퍼센트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상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침체를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를 반영하여 2009년 한국경제 성장률도 4퍼센트 이상으로 보는 기관은 없다.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최대 3.9퍼센트에서 최하 1.1퍼센트로 내다보고 있으나 이마저도 앞으로 금융위기의 수습방향에 따라, 그리고 실물경제 침체의 깊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2009년 상반기는 그 침체의 골이 가장 깊을 것으로 예상되며 침체의 장기 지속성 여부도 이 시기를 통과하면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금융위기에 이어 본격적인 실물경제 침체가 향후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경제도 2008년 하반기부터 이미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는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시작된 수출둔화와 그 영향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실질적으로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반면 내수는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2005년 기준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는 일본보다 2배 이상 높은 28.2퍼센트였다. 이는 10년 전인 1995년의 24.9퍼센트에 비해서도 3퍼센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수출이 수입을 유발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수출이 국내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효과, 즉 내수연관효과 역시 줄어들고 있다. 2005년 기준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615로 10년 전의 0.698에 비해 낮아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돌아보면, IT버블 붕괴의 여파로 수출이 잠시 급락했다가, 다시 몇 년 뒤 신용카드 대란을 겪으면서 이번에는 내수가 심각히 위축되었다. 그런데 신용카드 대란 이후 민간소비가 아직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발 금융위기가 터져 이미 국내 경기가 침체상태로 빠져들고 있으며 상반기까지 20퍼센트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해왔던 수출마저 하반기에 들어 급격한 둔화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통관 기준으로 2008년 10월까지 수출실적을 보면 전년 대비 21.3퍼센트의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오히려 2007년 증가율 13.7퍼센트를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까지는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된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본격적인 침체로 확산되기 전의 상황인 것이다. 물론 그 조차도 수출금액이 아닌 수출물량 기준으로 보면 이미 8월부터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었으며 특히 자동차 수출물량은 7월부터 빠른 감소세를 띠었다.

국민의 소비로 견인되고 있는 미국경제의 경우 2008년 3/4분기의 소비지출 증가는 -3.1퍼센트로 후퇴하면서 경제성장률은 -0.3퍼센트를 기록했다. 그나마 약 달러 덕택에 수출이 호조를 보인 탓이다. 이 영향으로 미국 자동차 판매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2008년 10월 미국시장에서의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수출 증가율은 각각 -31, -38퍼센트를 기록했다.(GM은 -45.1퍼센트, 도요타는 -23퍼센트)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들어 한국의 대미 수출비중은 10~13퍼센트로 줄어들고 있어 수출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국은 21~23퍼센트, EU 13~15퍼센트, 아세안이 9~11퍼센트로 오히려 대미 수출비중을 앞지르거나 따라잡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하반기 들어 중국경제도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차이나쳉진국제신용평가(CCXI)는 3/4분기 경제성장률이 9.0퍼센트에 그친 중국의 2008년 경제성장률을 2007년의 11.4퍼센트에 한참 못 미치는 9.4퍼센트로 내다봤으며 2009년에는 8.6퍼센트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7년 이후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보다 더 추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중국의 이러한 경기침체가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상할 수 있는 사례가 IT 수출 동향이다. 2008년 10월 한국의 IT산업 수출 규모는 122억 3,000만 달러로 전체적으로 전년 동월대비 6.4퍼센트가 감소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대중국 수출은 47억 4,000만 달러로 1퍼센트가 감소하는 데 그친 반면, 대EU 수출은 20억 8,000만 달러로 14.5퍼센트, 대일본 수출은 6억 2,000만 달러로 26.4퍼센트나 급감했다. 다시 말해 중국의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순간 우리의 수출 규모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2009년에 중국경제가 최대 8퍼센트 성장에 머물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으로 내려앉는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경제를 이끌던 수출의 둔화는 기정사실화 될 것이고 한자리수 증가율을 겨우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세계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 내수의 뒷받침 없이는 한국경제의 동반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 둔화의 원인이 수출품의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 저하가 아닌, 미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의 자동차, IT와 같은 내구재의 절대적인 소비 위축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출 증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11년 전 외환위기에서 한국이 그나마 비교적 빨리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외 지역의 경기 호조로 수출이 대폭 증가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기대를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자체적으로 불황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수출이 아니라 내수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덧붙인다면 수출둔화는 외환시장 불안으로 치솟고 있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도 부정적인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 OECD 30개국 가운데 최근 경상수지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전환된 나라는 벨기에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08년 들어 10월까지의 누적 무역수지는 -134억 5,000만 달러였고 한해 전체로는 월평균 100억 달러 내외의 적자가 예상된다.

2008년 10월 들어 12억 2,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이는 수출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원유가격의 급락에 따른 수입증가율의 둔화 때문이다. 향후에도 수입증가율과 수출증가율의 둔화 속도에 따라 무역수지가 결정되겠지만 흑자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3) 중소기업에서 실체화될 실물경제의 타격

우리나라는 2008년 10월 현재까지 부도위험에 노출된 C&우방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경우처럼 굴지의 대형 은행이 도산한 사례도 없고, 과거 외환위기 시기처럼 대기업이 도산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이유는 그 위기가 중소기업, 자영업, 고용과 같은 경제구조의 하부에서부터 심화되어왔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97년 당시에는 한보, 기아와 같은 대기업의 중복 과잉투자로 인해 외환위기가 일어나 은행의 부실로 전파된 결과 대기업에 고용된 정규직 직장인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졌다면, 현재의 위기는 이미 중소기업, 자영업에서부터 누적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들은 오랫동안 경영난과 생활고에 허덕여 오던 와중에 이번 금융위기의 충격과 세계적 실물경기의 침체로 마지막 한계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치솟기 시작한 2008년 상반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국내 고용의 87퍼센트를 담당하던 한국의 중소기업이었다. 이제껏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좀처럼 문제제기를 하지 않던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와 “환헤지 상품 피해대책 촉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사례다.

외환위기 이후 3~4퍼센트의 낮은 영업이익률과 대기업의 1/3 수준에 불과한 낮은 생산성으로 버텨오던 중소기업들은 한때 중국이나 동남아로 진출해 비용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중소기업 채산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납품가의 결정권을 손에 쥔 대기업들은 납품가 인상에 인색했고, 이른바 글로벌 아웃소싱을 추진하며 국내 중소기업과의 연관도마저 줄여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자금줄인 은행들은 이미 수익성 위주의 경영체제로 돌아서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줄여온 터라 이들의 자금회전은 더욱 어려워진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2008년 6월 92.5퍼센트(전년 동월 대비)까지 폭등한 원자재 가격은 유가가 폭락하던 9월에도 여전히 59.1퍼센트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원자재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는 납품가로는 더 이상 견뎌낼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 결과 중소기업의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져서 2008년 9월 현재 가동률 80퍼센트 이상을 유지하는 중소 제조업체는 전체의 36.2퍼센트에 불과한 실정이고 2008년 초부터 평균 가동률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해 6월부터는 70퍼센트 미만으로 추락했다.

2008년 상반기 원가상승 압박이 극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내용은 간단하다. 아파트 분양원가 개념과 유사하게 원청업체인 대기업들이 원자재가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도록 ‘납품가 연동제’를 법제화해달라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어렵다면 그 차선으로 각 산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교섭권을 위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에 의한 자율교섭’ 원칙을 내세우며 납품가 연동제를 묵살해오다 중소기업들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이른바 ‘납품가 조정협의 의무제’라고 하는 변형안을 내놓았다. 2008년 정기국회에서 입법 예고된 이 법안은 중소기업이 납품가 조정을 신청할 경우 대기업이 협의에 응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하청업체 간 교섭력 격차를 무시한 발상에 불과하다. 중소기업들 역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자재가 상승에 이어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두 번째 어려움은 바로 키코(KIKO, Knock In Knock Out)라는 파생상품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키코는 우량 수출기업들이 2007년 하반기 이후 극심한 환율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주로 외국계 은행)의 권유로 가입한 환헤지 상품이다. 그러나 2008년 들어 예상치 못한 환율 폭등으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2008년 3/4분기 키코 손실액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성진지오텍이 10월 16일 공시한 바에 따르면, 3분기 통화옵션 평가 및 거래 손실 규모가 1,526억 원에 육박했다. 이는 자기자본의 95.02퍼센트에 달하는 수치다. 3분기까지의 누적손실액(평가손실 포함)은 2,974억 원으로 시가총액 1,100억 원의 3배에 달할 정도다.

이미 2008년 6월 중소기업들은 은행들이 키코의 손실위험성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계약으로 제소했지만 공정위는 은행연합회 편을 들어주었다. 최근 120여 개 피해업체가 모여 씨티, SC제일은행, 신한, 외환은행 등 13개 은행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중소기업들이 2008년 상반기에 주로 원자재가 급등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감당해야 했다면 하반기부터는 여기에 금리 상승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더해졌다. 2008년 7월까지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5조 5,000억 원을 유지하다 8월에는 1조 8,000억 원, 9월에는 1조 9,000억 원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나마 금융위기가 고점에 올랐던 2008년 10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중은행에 중소기업 대출을 독촉한 뒤 다소 늘어난 것이 2조 6,000억 원이다.

중소기업의 절박한 자금 수요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자신들의 유동성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대출금의 회수를 검토할 시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협박도 통하지 않고 있다.

설사 대출을 받는다 해도 평균 7퍼센트 이상인 대출금리를 상환할 수 있는 여력조차 없는 것이 지금의 중소기업 상황이다. 순이자보상비율이 2005년 이후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은 중소기업들의 이자 상환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의 40퍼센트 가량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보면 된다.

원자재가와 고금리의 부담 그리고 환헤지 상품 피해로 줄도산 위기에 선 중소기업들이 2008년 상반기까지 견디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수준을 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이미 2008년 3/4분기 이후 본격화 되고 있는 국내 소비위축은 중소기업의 판매실적에도 점점 더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은 당장 고용에 미치는 충격파가 적지 않은 것은 물론, 나아가 은행의 대출부실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4) 이미 구조 조정된 자영업의 재구조조정

2008년 들어 가장 심각한 생존의 위기에 몰린 계층이 600만 자영업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소득상태나 영업활동 여건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상징하는 집단은 단연 비정규직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2008년에 접어들면서 부쩍 자영업, 특히 영세 자영업인들의 어려운 경제형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골목경제가 흔들린다’(쿠키뉴스 2008/8/6), ‘하루 12시간 일해 고작 3만원, 폐업생각 굴뚝’(경향신문 2008/8/4), ‘점포 절반이 자릿세도 못내요’(서울신문 2008/8/6) 등 자영업인의 채산성 악화를 표현하는 극단적인 용어들이 언론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한 중국집 운영주는 “중국집을 시작한 이래 요즘이 제일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예전엔 중국집을 차리면 90퍼센트는 잘 됐다. 그런데 요새는 주변에 폐업하는 집들이 많이 생겨난다”며 그 원인으로 지난해보다 35~40퍼센트가량 오른 식자재 값과 2배가량 오른 LPG가스비를 지목했다. 지난 2월부터 자장면 등 주요 메뉴가격을 500~1,000원씩 올려보기도 했지만 손에 떨어지는 돈은 1년 전보다 100만원 넘게 줄었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 드러나고 있는 자영업의 실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유독 자영업이 집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지, 문제의 장단기적인 원인은 대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90년대 정부의 농정포기 정책으로 농업이 붕괴하고 외환위기를 거치며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감행되면서 도시의 자영업 계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전체 규모로는 선진국의 2배를 넘어섰고, 영세한 도소매 서비스업 종사자의 규모만으로도 전체 취업자의 28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초과잉 초영세 상태로 떨어진 자영업은 2003년 카드대란으로 1차 구조조정 압박을 받아야 했고, 불과 2년 뒤 다시 2차 구조조정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2007년 말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구조조정의 압력은 한층 급격한 양상을 띠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도소매 음식업 종사자의 경우 2003년에 한 차례 그리고 2005년 이후 다시 급격한 감소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추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인의 수는 1년 전인 2007년에 비해 무려 7만여 명이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자물가 인상, 국내소비 위축의 가장 직접적 피해계층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연한 결과로 자영업인의 소득 역시 꾸준히 추락하고 있다. 이는 도시 근로자와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5) 유연화된 노동시장에 미칠 고용축소 충격

외환위기 이후 고용 문제의 중심에는 주로 비정규직과 관련한 이슈가 놓여있었다. 이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자 난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경기침체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고용 문제는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얽힌 실타래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면서도 심각한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경제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고용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폭과 깊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점은 한국경제 전체의 고용창출력 약화의 문제이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인 2002년~2007년에 신규취업자 수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바 있다. 경제가 회복기에 있던 이 기간 동안의 평균 신규취업자 수는 약 28~29만 명 정도로 외환위기 이전인 1990년대 초반의 50만 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신규취업자 감소의 주된 요인은 경제성장률(GDP성장률) 하락과 제조업의 고용창출력 하락에 있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서비스업의 고용 확대가 이를 보완해 왔으나 최근 3~4년 동안은 이마저도 막혀 버렸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아예 감소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동안 과대 고용되어 있던 영세 자영업인들의 2차 구조조정이 2004년부터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창출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2008년은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2007년 7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신규취업자의 감소 추세가 2008년 들어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는가 하면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월 23만 5,000명이던 신규취업자 수는 3월에는 18만 4,000명으로 줄어들더니 6월 14만 7,000명에 이어 지난 10월에는 급기야 9만 7,000명으로 급락했다. 정부 역시 4분기에도 10만 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의 고용창출력 악화의 결정적 요인은 그동안 비교적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던 사업자서비스 부문의 고용 악화에 있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새롭게 취업자 감소에 동참하는 형국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창출력의 악화는 특이하게도 실업자는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채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2008년 평균 경제활동가능인구 증가분인 약 43만 명의 26퍼센트(9월 기준)만이 취업자로 흡수되었음에도 실업률은 3.2퍼센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늘어난 경제활동가능인구의 대부분이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곧바로 비경제활동 인구로 편입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실업자의 증가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년층 취업준비생의 증가와 함께 남성 장년층의 ‘그냥 쉬었음’(통계청 분류) 항목의 증가가 눈에 띈다. ‘그냥 쉬었음’ 항목 인구는 2007년 현재 130만 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80퍼센트가 남성이다. 경제사정의 악화에 따라 이런 계층이 급속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의 추이를 판단하는 데 있어 여성 노동력의 추이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여성 취업자들은 남성 취업자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해 왔다. 이른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나쁜 일자리’가 소폭 확대된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쁜 일자리’를 주도한 대표적인 계층으로 여성과 노년층 그리고 단시간 일자리 종사자를 들 수 있는데 특히 여성이 전체 고용사정을 대표하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여성의 고용률은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비농가 여성 고용률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41.8퍼센트에서 2007년 47.6퍼센트까지 증가했다. 한편 이 기간 동안 비농가 남성 고용률은 불과 1.3퍼센트 포인트 증가했을 뿐이다. 이는 고용의 질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핵심 노동계층과 청년 노동계층의 노동력 확대가 용이하지 않자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여성 노동력을 확대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만약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면, 1960, 70년대 산업화 시기 농림어업 부문이 제공했던 ‘싼값의 노동력’을 이제 여성계층이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여성 노동력은 대규모로 동원 가능한 최후의 노동력 풀(pool)인 셈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여성노동력의 고용지표들도 남성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남성 고용지표의 악화 속도보다는 아직 덜하지만 2003년 이후 최초로 고용률이 하락하는 추세가 나타난 것이다. 만일 이러한 결과가 영세한 한계기업들의 고용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이는 곧 이들 기업들의 도산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대적인 감원과 고용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물경제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2008년 말~ 2009년 초에는 중소기업, 건설업 등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비상경영, 감산, 인력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융권과 대기업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이는 정부 역시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2009년 경제성장률을 3퍼센트로 가정하며 내년 약 12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부는 감세와 재정지출 등을 통한 1퍼센트의 추가 성장으로 20만개까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1퍼센트 성장에 일자리 7~8만개가 어떻게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지 근거를 밝히고 있지는 않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1퍼센트 성장으로 평균 6~7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2008년을 기준으로 보면 4만개에도 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주식, 펀드,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 기조가 꺾이지 않아 이자 부담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고용마저 축소돼 소득이 줄어들면서 말 그대로 유례없는 생활고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4. 위기를 구조전환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방안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일로를 걷던 2008년 9월까지만 해도 이명박 정부는 “외환위기 때와 지금은 다르다”며 한국경제의 안정성을 주장했다. 그런 자신감 탓인지 정부는 현실화되고 있는 위기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영화 정책(8.11~10. 10),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8.21~), 감세정책(9.1), 그리고 금산분리 완화 정책(10.13)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러나 10월에 접어들어 주가 폭락과 환율 폭등이 심상치 않은 국면을 예고하고 외신 발 국내 은행의 위기설이 끊이지 않자, 진지한 정책적 고려도 없이 갖가지 금융안정화 대책과 경기진작 대책을 백화점식으로 풀어 놓기 시작했다. <10.19 금융안정화 대책>과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 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서로 모순되고 충돌되는 설익은 정책들의 남발은 오히려 향후 장기화될 불황에 대한 체계적인 대처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는 외환위기 이후 잠재되어 있던 문제들이 세계적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에 의해 금융과 실물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대단히 심각한 국면이다. 여전히 급격한 충격과 변동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임시방편적 응급처방이 아니라 경제시스템의 구조전환까지 감안한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며 위기의 전개 상황에 맞춰 체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1) 외부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적 기제 필요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경우 대선 이후 금융 불안정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고, 한국 역시 미국과의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 체결로 금융경색의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불안정성의 해소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금까지는 금융경색이 기업과 실물경제를 압박했다면 앞으로는 오히려 실물경기 침체와 기업실적의 악화가 금융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뇌관들도 아직 제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우리 금융시장은 외국 금융변동성에 대한 어떤 완충기제도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밤사이 뉴욕증시가 폭락하면 바로 다음날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폭증하고 환율이 치솟는 상황이 2008년 9, 10월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는 투기세력이 제한 없이 들어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처럼 시장의 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외환보유고와 국가재정을 시장에 쏟아 붇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① 외환거래의 안정화

최근 외환시장의 극심한 불안정성은 우리가 지금처럼 외환시장의 완전한 개방과 제약 없는 자유변동환율제를 능동적으로 운영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 사실 1998년 외국환거래법을 제정해 외환시장을 자유화하고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한 것은 어디까지나 IMF의 요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뿐 내부적인 여건 성숙에 따른 조치는 아니었다. 또한 향후 달러 단일 기축통화체제를 포함한 국제통화에 대한 다양한 체제전환 논의와 국제 외환시스템의 변동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안정적인 외환관리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전히 시장기능에 의존하는 방식 보다는 ‘시스템적 기제’를 다시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향후 환율 불안정성이 심화될 경우외환거래법에 규정된 세이프 가드 등을 활용하여 적절한 외환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구조적으로도 외화가변예치제도에 상응하는 시스템을 두어 단기적인 대규모 외환 반출입을 제어하여 급격한 환율변동과 외환경색을 막고, 대신에 중장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그만큼 우대하는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최근의 위기를 통해 시장에 의해 자유롭게 환율이 움직이는 자유변동환율제도는 대규모화 되고 투기적 성격이 강한 외국 금융자본에 의해 정부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적정한 수준의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지금의 대처 방식은 외환보유고를 낭비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 명확하므로 중단되어야 한다.

②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복원

현재 은행에 대해서는 당장 시급한 원화와 달러화의 유동성 공급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런 대처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은행을 매개로 한 금융과 산업의 장기적 관계금융은 위축되었으며,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financial intermediation) 역시 현저히 약해졌다. 대신에 수익추구를 최대 목표로 하여 수수료 수익에 매달렸으며, 시장성 수신을 확대하여 대출규모를 키우는데 주력했다.

은행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 이는 10월 금융위기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자금 위험에 빠진 은행에 대해 정부와 중앙은행은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고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은행 시스템이 붕괴하면 기업과 가계 전체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플레이어 가운데 특히 은행은 여타 금융회사들과 분리하여 봐야 한다.

우선 은행들의 수익추구 제일주의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자금지원과 지급 보증을 해주는 조건으로 배당금 지급 금지는 물론, 당분간 대주주 주식 매각 금지를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공적 자금으로 은행을 도와준 만큼 주주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도 은행 유동성위험 책임을 직원들에게 소득삭감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물어야 한다.

나아가 특히 은행에 대해서는 외국인 지분소유제한을 다시 부활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 재정이나 연기금을 통해서라도 지분을 매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외환위기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했던 말레이시아는 여전히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 소유제한 30퍼센트를 유지하고 있다.

최소한의 자금 중개기능을 살리기 위해 기존 중소기업에 해당되었던 기업의무대출 비율을 설정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 중간 단계로 현재 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은행을 자금 중개기능을 수행하는 선도은행으로 전환하여 외국자본에 넘어간 여타 시중은행들에게 자극을 주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은행이 손실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은행직원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파생상품과 관련된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 사실 그동안 은행들은 펀드판대로 막대한 수수료 이익을 챙겨왔다. 은행들이 2007년 펀드 판매로 올린 수수료 수익은 모두 1조 6,824억 원이었다. 전년대비 106.9퍼센트나 급증했으며, 증권사 수수료 수익보다 큰 것은 물론 은행 전체 당기 순이익의 11.3퍼센트에 달하는 금액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펀드 가치 하락으로 보유 자산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동안 은행들은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고 있었던 셈이다. 고객 대면 접촉도 가장 넓고, 신뢰도도 높은 은행이 손실위험이 있는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막대한 범위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③ 자본시장 탈동조화와 직접 금융으로서의 역할 확보

이제까지 우리는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소유비중이 높으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부정적 결과가 있을 수 있는지 충분히 학습했다. 미국 등 선진자본시장과 완전히 탈동조화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완충장치를 갖춰 외국인들이 쉽게 유동성을 회수할 수 있는 현금 창고 역할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율적인 시장메커니즘을 통해서 선진국 수준인 25퍼센트 전후로 외국인 지분율을 조절해낼 수 있는 국내 자본규모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외국인 지분소유 제한을 다시 부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하며, 그것이 어렵다면 외국인이 단기 차익매매를 할 수 없도록 단기차익 매매에 대해 높은 자본 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아울러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인 현금 배당 송금을 일시에 할 수 없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서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사실 위기 상황이었던 2008년 1월~10월 동안 112개의 상장사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9퍼센트가 늘어났던 수이다.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유상증자나 기업공개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극히 어려운 실정인데 반대의 경우가 수월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균형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 모델을 기초로 한 자본시장 통합법 역시 무기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내년 연말로 예정된 헤지펀드 허용도 유보해야 한다. 여전히 금융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고, 향후 글로벌 자본시장의 재편이 어떻게 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내수기반 확충을 통한 경기침체 대비

현 정부는 ‘규제완화와 감세 → 수출 대기업 투자활성화 → 중소기업 활성화 → 고용확대’로 이어지는 적하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더욱이 현재 수출부진은 수출기업의 내부적 문제 보다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위축에서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에 수출지원에 정부의 재정을 쏟아 붓는 것은 효과가 거의 없다. 효과가 있다손 치더라도 내수 연관효과가 적어 국민들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데 효율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대기업 수출지원 대책에 역점을 두기 보다는 대규모 부도위기로 갈 수 있는 중소기업들을 살리고, 자영업이 살아갈 숨통을 터주어야 하며 고용과 소득을 늘려서 내수 구매력을 창출하는데 정부의 재정여력과 정책 수단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①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생존기반 확보

최근 정부는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 대책을 남발하고 있지만, 납품가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중소기업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하청 중소기업의 경영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다. 즉, 100개의 중소기업 정책보다 ‘납품가 원가 연동제’ 하나가 훨씬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가 원가 연동제가 자율계약 침해라고 밝혔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로서 하청 중소기업의 채산성을 맞출 최선의 방안이다. 납품가 연동제를 공정거래법 안으로 법제화하고, 중소기업청 산하에 중립적인 원가조정 센터를 두어 원가 변동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방식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업 거래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에게 중소기업을 지원하라고 독촉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할 가장 유력한 대안 역시 중소기업의 납품가 연동제를 받아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가장 급한 중소기업 자금조달 문제를 보다 능동적이고 직접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후선에 서서 은행을 통한 지급보증이나 자금지원을 하고, 시중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대출연장이나 추가 대출을 하기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거의 자금중개기능을 하지 않고 있는 상업은행들에게 정부가 자금을 쏟아 부어봐야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게는 자금이 흘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국민·우리·신한 3개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이 신보의 보증서를 갖고 가도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이다. 철저히 사익을 추구하는 일반 시중은행들에게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는 것은 사실상 ‘지원 대책’이라고 볼 수도 없다.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분주한 것이 아니라 도산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선별하며 살생부를 만들고 있는 마당이다.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회복은 중장기적 과제로 둔다 하더라도, 당장 비상시국에서 정부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위해 직접적인 자금조달 통로와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주요 상업은행과 대기업 부실을 막기 위한 구제금융 대책이 필요하듯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위한 구제금융 대책 역시 필요한 때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지원 기금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정부재원으로 대규모 기금을 조성하고, 자금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 빠른 실사과정을 거쳐 융자를 해주거나 회사채를 매입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동시에 아직 국책은행으로 남아있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재고되어야 한다. 시중은행을 통한 자금지원이 여의치 않자 정부 스스로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을 활용하여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중소기업을 위한 국책 공공 금융기관이 왜 필요한지는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끝으로 소기업이나 자영업인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카드수수료 인하 역시 촉구나 권장 사항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적용해야만 실효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장기화될 실물경기 침체상황에서 우선 중소기업들의 생존 조건을 확보한 후 중소기업과 내수기반중심의 경제로 구조 전환하는 방향에서 경제위기 탈출구를 찾아 나가는 길이 가장 빨리 침체를 벗어나는 길이 될 것이다.

② 고용을 통한 구매력 창출과 내수 진작

미국 경제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장기화될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을 견뎌내면서 안정적으로 경기회복을 도모하자면, 고용과 소득을 늘려 구매력을 창출하여 내수를 견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용을 비용으로 치부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추구는 결국 부채경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시대에 토목공사를 해서 내수를 부양하는 것 역시 맞지 않다. 그런데 정부는 감세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로 11조원의 공공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SOC투자 확대 등 건설투자 확대가 4.6조원으로 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수년간 고통스런 경기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공사 보다 대규모 사회서비스 사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방안은 예상되는 경제난 속에서 저소득층, 육아, 노인 등 사회복지 서비스를 대거 확충해주고 고통을 완화해주는 한편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현재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는 사회서비스 영역 확충도 달성할 수 있다. 즉, 대규모 토목공사 대신에 대규모 사회서비스 사업으로 내수 창출과 경기부양, 그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이를 발판으로 경기회복 이후 사회서비스 영역을 현대화시켜 나가는 기회를 열어야 한다.

아울러 큰 폭으로 양산될 가능성이 높은 실업자 군을 위해 실업급여 기간을 늘리고, 청년실업자와 재취업자에 대해서도 정부의 임금 지원금액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 현재의 방식으로 은행과 기업에게 자금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고용에 직접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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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일시 : 2008년 11월 7일
※ 업로드 과정에서 마지막 5분이 잘렸습니다. 양해바랍니다. 강연 때 쓴 파워포인트(pdf파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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