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디플레이션의 늪을 헤매고 있는 일본경제의 물가가 2% 올라갈 때까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아베 신조가 가세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세계 자본주의 선진국 진영이 모두 강도 높은 통화 완화정책에 경제회생의 명줄을 걸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9월 세 번째 양적완화를 시작했으며 최근 그 강도를 높인 바 있다. 양적완화에 미온적이던 유럽중앙은행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무제한 양적완화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양적완화는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08년부터 미국의 선도로 시작됐다. 선진국들은 급전직하 추락하는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한쪽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다른 쪽에서는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재정적자 폭이 커지고 재정지출 여력에 한계를 보이게 되자, 점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의존도가 커지게 됐고 그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선진국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에 몰입하게 된 것은 세계경제가 비상적인 조치들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정상적인 시장기능을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적완화는 과연 기대한 경기회복 효과를 만들어 내기는 하는 것일까. 최근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 내부에서조차 그 효과를 의문시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회의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증권시장이 바닥이었던 1·2차 양적완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와 있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통화정책이 실물로 전달되는 채널들인 채권시장·신용시장·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양적완화는 재정지출 정책과 함께 사용돼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데 지금은 재정긴축을 하면서 양적완화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경제에 자금공급을 확대시켜 투자 활성화와 고용증대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해 자국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가운데 정작 신흥국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충격을 받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특히 미국의 달러공급 팽창은 달러 가치의 하락과 신흥국 통화가치의 팽창을 초래해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주게 된다. 달러가치 하락은 석유와 원자재 등 국제상품의 가격상승을 동반한다. 양적완화가 부자들에게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주지만, 상품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결국 소득격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정적으로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자국 실물경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되고, 그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자산가격 거품을 촉진시키게 된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통화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와 함께 외국자본 유입으로 인한 자본시장 변동성 증대, 추가적인 통화가치 절상압력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자본시장 자유화를 옹호해 왔던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양적완화 정책이 의도하는 것은 각국의 수요촉진을 통한 국내수요 견인보다는 환율상승을 통한 국제시장에서의 상대적인 경쟁력 확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양적완화정책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2013.1)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한다. 첫째는 자본 유출입 통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자본시장 개방의 전도사 역할을 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자본통제와 관련해 “분명한 대상에 대해, 투명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완전한 자본 이동 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며 자본통제를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토빈세가 지향하는 단기 해외투기자본 규제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외환거래과세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발전시켜야 할 문제의식이다.

둘째는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양적완화가 환율전쟁과 수출경쟁으로 변질될 것이 명확한 만큼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개혁해 내수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기반 확대의 핵심은 가계소득 성장에 의한 민간구매력 확장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기관들이 연이어 높은 기업소득 성장에 비해 정체된 가계소득 현황을 분석하면서 가계소득 성장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취지와 맥락이 닿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경제민주화도 가계소득 성장을 통한 민간소비 활성화를 목표로 한 것이어야 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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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10 / 15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세계 3대 선진국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 지난 9월에 동시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작했다. 재정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중앙은행의 지원만으로 경기회복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기상황이 가장 낫다고 하는 미국경제도 좀처럼 고용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경기회복 수준이 미약하자 세 번째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을 발표했다. “매달 400억 달러 MBS 채권을 무기한 매입하고, 0~0.25%의 초저금리 기조를 적어도 2015년 중반까지 연장하며, 국채교환 프로그램을 지속”한다는 강력한 조치다.

그런데 앞서 미국 경제부양을 목적으로 한 3차 양적완화의 결과로 풀린 달러가 신흥국에 유입되면서 신흥국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킬 뿐 아니라 달러가치 하락을 초래하여 환율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세계의 시선 30:미국의 3차 양적완화는 두 번째 '환율전쟁'을 부르나? 참조) 최근 10월 13일 브라질 만테가 재무장관이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하면서, “선진국들의 이기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통화전쟁이 촉발됐다”고 비판한 것이 그 사례다. 

그렇다면 3차 양적완화가 미국의 실물경제 회복에는 도움이 되는가? 이 점에 대해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꼼꼼한 논리를 펴면서 비판한다. 요지는 2008~2010년 1차 양적완화, 2010~2011년 2차 양적완화, 2011~2012년 국채교환프로그램(오퍼레이션 트위스트, Operation Twist)에 비해 그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3차 양적완화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중요 이유 중의 하나는 통화정책과 재정 부양정책이 함께 사용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재정절벽과 같은 재정적 제약 상황 속에서 3차 양적완화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양적완화가 실물경제로 전달되어 실물경제 회복을 추동하게 해줄 경로들(채권시장 경로, 신용시장 경로, 통화 경로, 주식시장 경로, 그리고 신뢰의 경로들)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는 “만약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경로들이 모두 깨졌다면, 3차 양적완화가 경제성장에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루비니의 글이 그런것처럼 꼼꼼하게 실증적인 비교 분석을 한 컬럼이다. 

 

회의적인 양적완화 효과

(Hard to be Easing)

2012년 10월 1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3차 양적완화에 착수하기로 한 미국 연준(Fed)의 결정은 세 가지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3차 양적완화는 빈사상태에 빠진 미국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것인가? 미국과 전 세계의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상승을 견인해줄 것인가? 마지막으로, 국민경제(GDP)성장과 주식시장에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1차, 2차 양적완화와 뒤 이은 연준의 국채매입 프로그램(Operation Twist)때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 대한 3차 양적완화 효과가 강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전의 통화 완화정책들이 지속적인 주가상승과 연관되어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3차 양적완화의 규모와 기간은 더욱 대규모적인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확고히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이전의 양적 완화 시기에 비해 훨씬 적거나 단기적일 것이다.

우선 이전시기 양적완화 정책은 주가와 수익률이 매우 낮은 시점에서 시작되었음을 고려해보라. 2009년 3월에 S&P500 지수는 660선 아래였고 기업과 은행들의 주당 순이익(EPS)은 금융위기 저점으로 추락했으며 주가 수익률(PER)도 한 자리 수였다. 지금은 S&P500 지수는 1430을 맴돌고 있을 정도로 100%이상 올랐고 평균 주당 순이익은 100달러에 접근했으며 주가 수익률은 14배를 넘어간다.

2차 양적완화 기간인 2010년 여름에조차 S&P500, 주당 순이익, 주가수익률 모두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 만약 3차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 성장률이 취약한 수준에 머무르게 되면(그럴 가능성이 높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더욱이 이번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 1,2차 양적 완화는 더 이상의 경제침체를 방어하고 더블 딥(double-dip)을 피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는데, 그것은 재정부양책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3차 양적완화는 재정적 긴축, 심지어 거대한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동반하고 있다.  

미국이 올해 말에 다가오는 GDP의 4.5%에 달하는 재정절벽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GDP의 1.5%에 달하는 재정긴축이 2013년 경제에 충격을 가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현재 미국경제 성장률이 연율 기준 1.6%에 머무르고 있는데, 여기서 GDP 1%정도의 재정긴축은 2013년 미국경제가 거의 정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3차 양적완화로 가계와 기업이 서서히 회복되어서 2013년에도 미국의 성장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준다고 할 때에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그 이상의 회복 조짐은 없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경기가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통화완화 정책을 선언하기 직전에 이미 성장세로 반전했음을 경제 선행지표들이 보여주었다. 당시에는 이미 회복세로 들어선 경기를 더 자극하는 식으로 양적완화가 역할을 했고 이것이 주가상승 지속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데이터들은 미국경제가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유사하게 동력이 약하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노동시장의 취약함과 낮은 수준의 자본지출, 그리고 느린 소득상승은 올해 3분기 성장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을 부정하고 있다.  

한편 통화 완화 정책을 실물경제로 전달하기 위한 주요 경로인 채권시장, 신용시장, 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등은 무너져버리지 않았다면 취약해져 있는 상태다. 이제 채권시장 경로는 성장을 촉진해주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장기국채 이자율은 이미 매우 낮은 상태이며 추가적 할인이 민간 차입자들에게 차입비용을 의미 있게 낮춰주지 못한다.  

신용채널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은행들이 추가적으로 대출을 풀어주기 보다는 초과 준비금으로 쌓아놓는 식으로 양적완화로 생긴 추가적 유동성을 대부분 비축해놓고 있다. 차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반면 차입을 원하는 사람들은 가계부채가 높고, 차입을 원하는 (대부분 중소 규모의) 기업들은 신용 제한에 걸려 있는 상태다.

통화 경로도 비슷하게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성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양적 완화로 인해 -인용자) 달러 약세 환경이 만들어져도 순 수출이 좀처럼 탄탄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많은 나라에서 중앙은행들이 미국 연준을 따라 다양한 방식의 양적완화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고 그 결과 약 달러를 유지하려는 연준이 조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무역수지와 성장률에 대한 약 달러 효과는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제한받고 있다. 첫째, 약 달러는 (석유, 원자재, 곡물 등) 상품가격이 높아지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상품 순 수입국인 미국으로서는 무역수지 개선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강력한 수출에 의해 유도되는 성장률 개선은 수입의 증가를 수반하게 된다.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한 약 달러의 총 효과는 제로에 수렴한다.

양적완화를 실물경제로 전달해주는 다른 의미 있는 유일한 경로는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다. 그러나 3차 양적완화가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주장은 다소 순환 논법적이다. 지속적인 자산 가격 상승을 위해서는 성장률이 회복되어야 하고, 성장률은 자산효과로 인해 회복될 수 있다는 동어반복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만약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경로들이 모두 깨졌다면, 3차 양적완화가 경제성장에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최근 추가적인 경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것은 ‘신뢰의 경로(confidence channel)’인데, 오랜 동안 충분히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시키겠다는 연준의 약속이 민간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연준은 2010년 2차 양적완화 당시 제로금리를 당초 2013년까지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가, 이번에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2015년까지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 인용자) 문제는 어떻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그러한 효과를 유지시킬 것인가 하는데 있다. 부채 축소, 거시적 불확실성, 취약한 노동시장 회복, 그리고 재정적 제약이 계속되는 환경에서는 신뢰는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요약하면, 3차 양적완화가 전면적인 경기침체 위험을 감소시켜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런 축소과정을 견뎌야하는 경제에 대해 지속력 있는 회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다. 3차 양적완화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하게 해주고 약간의 자산 가격 상승을 자극해줄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실망스러워지고 기업 실적과 수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게 되면 주가상승은 흐지부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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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8/15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5대 사건으로 재구성한 세계 경제위기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새롭고 또 다른 폭풍의 초기 국면”

2. 5대 핵심 사건으로 재구성해 본 5년
1) 4년 전 8월, 금융공황 개시를 알린 사건이 프랑스에서
2) 2008년 9월 15일, 딱 하루만의 ‘자유시장의 날’
3) 국제공조의 힘?, 2009년 4월 2일 런던 G20정상회의
4) 2010년 5월, 그리스에서 시작된 새로운 유형의 위기

3. 2011년 8월 5일,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어떤 국면을 예고하는가.

[요약]
“우리는 새롭고 또 다른 폭풍의 초기 국면에 놓여 있으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와는 같지 않다”

지금의 위기를 2008년과 비교하면서 당시에 비하면 금융회사 부채도 적고 갑작스런 충격 요인도 없지만 해결책을 마련할 여지가 적다면서 세계은행 로버트 졸릭 총재가 던진 말이다.

8월 2일에서 12일 동안 세계 주식시장의 대 혼란과 패닉이 있었다. 7월 31일 미국 정부와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을 어렵게 타결했다는 것만으로, 그리고 EU의 중심국가에 속한다고 할 이탈리아와 스페인 재정관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정도만으로 보름 동안 폭풍처럼 몰아졌던 세계 금융 충격을 예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급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대 혼란에서 태풍의 눈이 된 것이 8월 5일 S&P가 전격 발표한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었다.

달러 기축 통화국가이자 여전히 세계 GDP의 1/4가량을 생산하는 미국에게 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연 이어 미국 공기업들에게 이를 적용하면서 사람들은 걱정했던 더블 딥이 우려를 넘어 현실로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 미국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도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이제 위기는 유럽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부추기는 양상이다.

연속해서 이어지는 주요 정책 결정자들의 발언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점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우선 8월 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올 들어 지금까지 경제성장세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느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지표는 전반적인 노동시장 상황이 최근 몇 개월간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업률도 높아졌다. 가계의 소비지출은 둔화되고 있으며, 비(非)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투자도 여전히 취약하고 주택시장도 계속 침체돼 있다.”고 하여 경기의 급격한 하락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중심이라고 할 뉴욕연방은행의 총재인 더들리도 지난 13일, "올 들어 지금까지 경제성장은 우리가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더디"고 "최근 몇 개월 간 노동시장은 재차 악화되는 모습이고 실업률은 9%대로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그런 탓에 소비지출은 살아날 조짐이 없고 주택경기도 억눌려 있다"고 미국경기 침체현실을 평가했다.

실물경제라는 것이 금융시장과 달리 불과 한 두 달 만에 상황이 급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정책 기관들과 결정자들의 실물경제 전망 발언은 확실히 이번 금융 충격 전과 후가 선명하게 대비될 만큼 달라졌다. 그러나 달라진 전망만큼 수습 대책이 달라진 것은 없다.

※ PDF파일 원문에서는 그래프를 포함한 본문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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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8.1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몰라서 느끼는 공포’와 ‘알면서도 손 놓을 수밖에 없어 느끼는 공포’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압박이 클까. 전자가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라면 후자는 지금의 경우다. 현재는 증시에서 흔히 말하는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지배하면서 주가 폭락과 패닉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의 재정적자, 국가부채 문제, 실물경기 둔화 등 현재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요인들은 어제오늘 알려진 문제가 아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조차도 지난 4월부터 평가기관들이 공개적으로 경고해오던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위기라고 해서 늘 대비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과 양적완화, 재정지출 등 정책수단들을 중앙은행과 정부가 이미 한도까지 써버렸기 때문에 추가여력 자체가 제한돼 있다. 금리도 이미 제로 수준으로 내려왔고 과잉유동성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며, 재정위기로 각 국가가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알고 있지만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는 것이 더 두려울 수 있다. 불확실성이 제거된 상태이기 때문에 금융시장 혼란이 없을 것이라던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이 보기 좋게 빗나간 이유다.

또한 지금은 2008년처럼 과열된 부동산이나 금융상품 거품이 일시에 꺼지면서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이 연쇄적으로 붕괴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를 필두로 실물경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둔화 추세가 확연한 마당에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 능력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면서 주식 같은 위험자산 투자를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 2008년처럼 거품의 연쇄적인 붕괴와 파산의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진짜 문제는 이번 금융시장 대혼란의 여파가 이미 하향 추세로 돌입한 실물경제 침체를 가속시키면서 더블딥 우려를 현실로 굳힐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세계적인 주가 폭락 행진이 수습되더라도 경기침체 압박으로 금융시장 경색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며 기업과 가계로 가는 자금 흐름은 눈에 띄게 둔화될 것이다. 경기 전망을 걱정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내수와 수출의 감소로 인해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회피하고 현금을 쌓으려는 경향을 갖게 될 것이다. 경제 주체들의 이 같은 행동은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하면 상황이 호전될까.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무려 2조3000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실물경제 회복 효과는 실제 미미했다. 특히 2차 양적완화를 시행했던 지난해 4·4분기부터 미국 경제는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하여 올해 1분기 0.4%, 2분기 1.4% 성장률에 그쳤다. 그 결과가 지금 금융시장 혼란의 원인이 되었다. 3차 양적완화가 실시된다 하더라도 강도나 규모가 이전보다 훨씬 제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2008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수조위안을 풀어 경기부양책을 펴고 세계경제를 구해낼 것인가. 당장 9일 발표된 7월 중국 물가 6.5%가 부담이다. 더구나 최근 위안화 환율이 빠르게 절상되면서 중국 역시 수출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최대 채권국가인 중국 정부에도 부담이다. 국제 공조 이전에 향후 미국과 또 한 차례 환율전쟁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실물경제의 재침체를 피할 수 있는 길이 쉽지 않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유독 심각한 문제다. 이 때문에 올해 정부가 전망한 4.5% 성장은 고사하고 4% 성장률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변동성이 유독 심한 금융시장 안정화와 함께 향후 실물경기 악화에 대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다가올 정기국회와 2012년 예산 편성시 법인세 추가 감세 중지나 사회복지 예산 증액 문제를 심각히 검토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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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 / 08 / 1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과연 우리 금융시장이 튼튼해서 충격이 적었을까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최근 한국 금융시장 혼란의 특징- 주식시장에 집중하여
2. 2008년과 달리 금융시장 전체 충격이 적었던 이유
3. 왜 모건스탠리는 한국 금융위험도를 여전히 높게 볼까

[요약]
▶ 금융시장의 충격이 극심했던 지난 8월 2일~9일 동안을 돌이켜 보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금융시장 가운데 주식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높은 변동성을 보였지만 그 외에 채권시장, 외환시장, 차입시장에서는 혼란 조짐이 훨씬 적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 금융시장이 받은 충격은 예상보다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 물론 외환 충격에 대비해서 정부가 세워둔 정책들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순전히 정부 정책 덕분에 2008년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고 보는 것은 역시 과장된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히 2008년과 다른 상황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 2008년 10월은 한국에 투자한 주요 금융회사들과 헤지펀드 등의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현금 유동성 동원이 절실했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뿐 아니라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까지도 가릴 것 없이 팔아치워 현금화해서 본국으로 송금을 해야 했다. 수익률을 계산할 여유도 없었으며 자금을 묶어둘 여지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달랐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했지만 급히 본국으로 송금해야 할 유인이 적었기 때문에 주식매도 자금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는 정도가 약했고 채권 매도나 차입금 회수 움직임도 없었기 때문이다. 위험 지대를 피해서 일단 상대적 안전자산인 채권에 옮겨 놓은 것이지 회수했던 것은 아니다.

▶ 만약 8월 2일~9일 동안 외국인이 매도한 3조 원이 넘는 주식 대금에 그와 비슷한 수준의 채권 매도가 발생했다고 가정한다면, 일주일 사이 50~60억 달러 이상의 규모가 외환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연쇄적인 작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여기에 환투기까지 가세하면 그 혼란은 지금의 몇 배의 대가를 치러야 했을 수준일 것이다. 정부의 몇몇 개선된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대외충격 완충장치는 여전히 부실하기 때문이다.

▶ 앞으로도 실물경기 장기 침체를 동반한 금융 불안정성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으며 2009년 이후 한국 자본시장에 유입된 엄청난 외국 자금 규모를 생각할 때 급격한 자본 유출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우리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국내외적으로 이에 대한 무성한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 취해진 조치는 매우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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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