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참여(새사연 보건복지분과)
박유원 | 간호사, 새사연 회원
이은경 | 한의사,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정달현 | 예본치과 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정수창 | 새사연 회원
조남선 | 의사, 새사연 운영위원
황지원 | 소화아동병원 간호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정책위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윤찬영(진행 및 정리) | 새사연 미디어센터장

사회 :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의 확산 속도가 다소 늦춰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에도 우리 국민들의 위기감은 오히려 커져만 가고 있다. 세 살짜리 아이가 단 삼일 만에 숨진 사건이 알려진 데다 수능을 앞두고 있어 어린 자녀와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근심이 큰 상황이다. 신종플루가 이미 대유행 단계에 들어선 지금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에 대해 짚어보기로 하자. 우선,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지 얘기해 달라.

박유원 : 병원의 분위기는 바깥의 분위기와 또 다르다. 이렇게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는 정말 처음이다. 누가 외래진료소에서 대기하다가 재채기라도 하면 저쪽 가서 하라는 호통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그만큼 불안해하고 있다.

조남선 : 신문이나 방송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다 보니 의사의 말도 믿지 않는다. 증상이 경미해 타미플루를 처방해주지 않으면 나갔다가도 다시 들어온다. 주변 이야기를 듣고 왜 나만 처방해주지 않느냐며 하소연한다. 설득하기가 너무 힘들다.

이은경 : 병원이 오히려 병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거점병원의 경우는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의료진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료진들도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조남선 : 당국이 지침을 계속 완화하는 바람에 혼란만 커졌다. 처음에는 엄격한 처방 기준을 내려보냈다가 타미플루가 부족하다는 보도로 국민들이 불안해하자 의사의 판단 아래 처방을 할 수 있게 한발 물러났다. 결국 지금은 마구잡이로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은경 : 언론이 지나치게 이슈화하면서 불안감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효율적인 사회적 대응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것이 쉽지 않다. 몇 달 뒤 신종플루가 잦아든 뒤에라도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정부와 언론이 오히려 병을 키우고 있다

사회 : 그렇다고 해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정달현 : 새로운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인간-돼지-조류의 독감바이러스가 섞여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출현한 사례다. 다행히 유전자정보가 조기에 파악되고 기존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해 대처가 가능하긴 했지만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무척 강해서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성이 강한 데다 증상의 전변도 무척 빠르다. 가령, 한 교실에 환자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확산될 뿐 아니라 증상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더 큰 불안감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정수창 : 언론보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망자 위주의 선정적 보도는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를 또 한 번 드러냈다. 이런 식의 보도행태를 보인 나라는 없었을 것이다.

박유원 : 가족들과 함께 3주 간 미국에 다녀왔는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신종플루 관련 보도가 그다지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정수창 : 매일 사망자 위주의 보도를 선정적으로 해대고 있는데, 사망자 수를 감추라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다뤘어야 할 여러 문제들을 놓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령, 매년 계절독감으로도 우리나라에서만 수천 명이 사망한다는 사실은 왜 알리지 않는가.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겠지만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도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200~4000명이 계절독감으로 사망

사회 : 계절플루와 사망률을 비교하면 어떤가.

이은경 : 미국의 경우 매년 3만 6000명 정도가 계절플루(독감)로 사망하는데 현재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1000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매년 약 2000~4000명이 계절플루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해,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52명이다.

사회 : 물론 죽음의 무게를 상대적으로 따질 수는 없겠지만, 위험성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 그 위험성이 다소 과장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마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는 젊은층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또 독감과 달리 백신이 미리 준비돼있지 못했던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은경 : 맞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한계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한다. 계절플루라고 해서 노인과 아이들만 사망하지는 않는다. 안타깝지만 한계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단언하건데 지금과 같은 혼란이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환기를 자주 시키며 손을 자주 씻고 코와 입을 만지지 않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냉정을 되찾았으면 한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감염에 대비해 평소보다 일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남선 : 신종플루에 걸리면 반드시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도 잘못 알고 있는 사실 가운데 하나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병이다. 물론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경미한 감기 기운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기보다는 마스크를 쓰거나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고, 고열과 인후통(목통증) 등 조금 더 증상이 심할 경우는 병원을 찾아 타미플루를 처방 받으면 된다. 콧물이 좀 난다든가 하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특별한 증상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는 점을 꼭 당부 드리고 싶다.

이은경 :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노인은 공공장소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건강한 성인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필요는 없다.

사회 : 백신과 타미플루의 부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은경 : 논란이 많은 문제긴 하지만 남용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또 백신을 모든 국민이 맞아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고위험군부터 접종을 하게 되면 집단 전체의 면역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전염력도 한풀 꺾일 것이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재기를 하거나 자비를 들여서라도 접종을 하려들면 오히려 혼란만 커질 수 있다.

조남선 : 간혹 검사 없이 타미플루만 처방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증상이 나타날 경우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나중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항체가 생성되었다면 더 이상 신종플루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거점병원을 없애고 중증환자를 위한 치료병동 마련해야

사회 : 개인 차원의 대응 방안을 살펴봤는데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은경 : 당장 거점병원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거점병원으로만 몰리는 상황에서 거점병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넘쳐나는 환자들로 제때 제대로 된 진료조차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전염을 확산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보건소와 동네 의원을 비롯한 모든 병의원에서 신종플루 관련 진단과 처방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면서, 입원 조치가 필요한 중점치료환자를 위해 치료중심병원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점병원이 아니라 위험 환자들만을 위한 치료중심병원이다. 정부에서 방침을 세우고 국민들에게 적극 알려나가야 한다. 더 이상 컨테이너 박스 밖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달현 : 특히 앞으로 영유아 환자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는데 이들을 격리 치료할 병상이 극히 부족한 상황이다. 한두 개 병동을 비워서라도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박유원 :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 가족들이 환자를 돌보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아픈 경우 병가를 계속 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학교나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 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황지원 : 그런 부분은 특히 계층 간 차이도 크게 나타난다. 부모가 좋은 직장에 다니면 자녀의 진단서만으로도 휴가를 쓸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경우는 자기 몸이 아파도 함부로 쉬지 못한다. 사회적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는 병가를 최대한 인정해줘야 하며 지역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사회 : 어떤 기사를 보니 앞으로 2~3년 안에 이보다 독한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 방식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조남선 :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왔고 그래서 선진국들은 몇 년 전부터 독감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을 준비해 왔다. 타미플루와 백신 비축량의 차이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웃나라 중국도 치사율이 60퍼센트에 달하는 사스(신종플루는 0.02퍼센트) 를 겪은 뒤로 사회 전체의 전염병 대응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번 일을 겪었다고 해서 저절로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예산 확보 문제 등이 특히 그렇다. 국가적 차원의 전염병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정달현 : 앞서도 잠깐 언급됐지만 초기에 거점병원 중심으로 치료체계를 세운 것도 문제다.

이은경 : 거점병원은 격리와 집중 치료를 위한 곳이어야 했는데, 거점병원을 지정하면서 보건소를 비롯한 많은 병의원들이 신종플루 진료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거점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거점병원은 병원대로 또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사회 : 전염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가 아니었나.

이은경 : 대책이 발표되던 당시는 이미 신종플루의 전염력과 치사율에 대한 분석이 나왔을 때다. 감염성이 높고 치사율이 낮다는 특성에 따라 대규모 감염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웠다면 모든 병의원들이 진료를 담당하면서 격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만을 거점병원으로 보냈어야 했다. 이런 식이라면 거점병원이 500개나 필요하지도 않았다. 지역별로 필요한 만큼의 격리 병상을 마련하고 몇몇 병원에 대해서만 지원을 집중했어야 옳았다고 본다.

정달현 : 격리병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일 이번보다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돌게 되면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전염이 확산돼 사망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진료시설을 갖춘 버스, 즉 이동식 병원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격리 상태를 유지하면서 진단을 하거나 거점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이은경 :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부를 탓하기는 쉽지만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불안감을 키우는 식의 대응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혼란이 커짐으로써 오히려 대응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에서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면서 앞으로 근본적인 전염병 관리체계와 의료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수창 : 옳은 지적이다. 정부의 책임은 확실하게 묻되 현재의 상황을 지나치게 과장해 불필요한 예산이 쓰이거나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사회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짚어보기로 하자. 2~3년 뒤를 내다보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정달현 : 무엇보다도 열악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체계가 얼마나 허약한 수준인가가 분명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준의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료제 및 백신의 확보, 격리치료를 위한 있는 병상 마련, 전염병 관련 전문 인력의 확보 등은 공적 의료체계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남선 : 공공의료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작업과 동시에 민간의료기관도 위급한 상황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달현선생님 말처럼 우리나라는 이미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치의제도, 일정 비율 이상의 전염병 치료병상의 확보, 전문 인력의 의무 배치 등 현재의 민간의료기관들이 국가 차원의 전염병 치료체계 안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황지원 : 바이러스 변이에 의해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0.02퍼센트의 치사율로도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는데 만일 치사율이 0.1퍼센트만 되도 국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박유원 : 설마 하는 생각을 버리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세워 대비해야 한다. 당장의 효용만을 따지는 얄팍한 경제 논리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이은경 :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전문가 집단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의료인들은 단 한 번도 책임있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거점병원에서 빼달라는 요구가 가장 먼저였고 치료비 보장과 원내 투약, 거점병원 지원 등 경제적 이해가 얽혀있는 부분만을 요구했을 뿐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아쉬웠다.
민간의료기관 위주의 우리 의료시스템에서 의료인과 개별 의료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더 위험한 바이러스가 유행할 경우 우리나라 의료인들과 의료기관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스스로의 자성과 함께 경제적 이해관계를 떠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가 모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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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참여(새사연 보건복지분과)
고병수 | 제주 탑동365일의원 원장, 새사연 이사
이은경 | 한의사,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정달현 | 예본치과 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황지원 | 소화아동병원 간호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정책위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진행 및 정리 - 윤찬영 | 새사연 미디어센터장

사회 : 지난 대담에서는 신종플루를 둘러싼 여러 오해와 혼란들에 대해 짚어보았다. 이번에는 올바른 질병 관리 체계라는 조금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 짚어보자. 현재 정부는 백신 확보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인상이다. 어떻게 보나.

이은경 :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을 확보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 국내에는 충분한 백신 생산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정상적인 방식으로 제때 필요한 물량을 생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부는 면역증강제를 사용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을 생산해내려 하고 있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과연 이런 식으로 면역증강제를 사용해 만든 백신의 안전성을 100% 확신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걸프 증후군이나 길렌-바레 증후군 등 심각한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황이다.

고병수 : 백신의 안전성이나 유효성과 관련한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되풀이돼왔다. 한쪽에서는 백신 접종이 전염성 바이러스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또 그 안전성도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백신 사고들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양의학 중심의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백신의 안전성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 대책이다

사회 :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정달현 : 1976년에도 지금과 같은 유전자형의 독감이 유행했는데 당시 백신 접종자 가운데 ‘길렌-바레 증후군’이라고 하는 신경마비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평소의 두 배 정도로 늘어난 일이 있었다. 최악의 백신 사고로 꼽히는 사건으로, 백신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런 식의 집단발병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으며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접종이 이루어져왔다. 그래서 백신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이번 백신도 종만 다를 뿐 계절플루(독감) 백신과 정확히 같은 방법과 설비로 만들어졌으며 임상시험도 통과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논란은 면역증강제와 관련한 것이다. 1차 걸프전 당시 탄저병백신을 맞은 병사들 사이에서 건망증, 우을증과 같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나타난 일이 있었다. 이를 ‘걸프 증후군’이라 부르는데 당국이 조사를 해보니 백신의 면역증강을 위해 사용한 스쿠알렌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체 내에 들어간 스쿠알렌이 스쿠알렌 항체를 생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녹십자가 생산하고 있는 백신에도 이 스쿠알렌 성분의 면역증강제인 MF59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면역증강제를 제조한 스위스 노바티스사를 비롯해 백신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당시의 탄저병백신과 달리 MF59를 사용한 백신은 우리 몸에서 스쿠알렌 항체를 전혀 만들어 내지 않으며 이제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미국에서는 MF59가 함유된 신종플루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유럽에서 생산되는 백신 가운데 일부에만 MF59가 포함돼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MF59를 사용해 만든 백신에 대해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황지원 : 중요한 것은 그런 불확실성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국민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주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괴담’ 쯤으로 무시하는 행태는 옳지 않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는 TV를 통해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고, 그래서 백신을 맞지 않겠다거나,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비율이 60% 이상이지 않나.
주변의 의료인들도 이번에는 맞지 않겠다는 분들이 많다. 이미 시기도 늦었고 더구나 스 쿠알렌을 사용했다고 하니 굳이 맞을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들이다. 다만, 한결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으면 한다는 점이다.

이은경 : 그 부분이 핵심이라고 본다. 지금 정부는 유행을 억제할 수 있는 규모, 즉 전체 인구의 27%인 1366만 명분의 백신을 어떻게든 확보해 내년 2월까지 접종을 실시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시기는 이미 놓쳤다. 정작 중요한 것은 충분한 백신 생산 시설을 확보해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사회 : 앞으로의 일도 중요하지만 당장 겨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확산을 막아야 하지 않나.

이은경 : 물론이다. 우선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확보된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면역증강제를 사용해 만든 백신의 경우는 임상시험이 끝나는 대로 접종을 하더라도 사전에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현재 신종플루 백신은 물론 계절플루(독감) 백신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국민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현재의 분위기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국민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

질병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달현 : 며칠 전 우리 국민의 82%가 신종플루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는 설문결과가 발표되었다. 백신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사회는 정말 환상적인 사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 뒤에는 초기 대응의 미숙함과 혼란으로 인한 지나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더불어 건강을 지켜줄 사회적 시스템과 안전망의 부재로 인해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떠넘겨지는 우리의 열악한 건강 관리 체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양의 백신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안전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사회 : 백신 생산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국내 제약회사들의 규모가 작기 때문인가.

고병수 : 사실 백신은 시장성이 낮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의 힘만으로는 충분한 시설을 갖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비단 백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 관리 체계라는 큰 틀에서 정부는 시장성이 낮지만 꼭 필요한 약품을 생산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황지원 : 사실 지금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녹십자의 생산 시설도 작년에 완공하기로 돼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들어 예산이 삭감되는 바람에 늦어졌다. 결국 정부가 현 사태를 자초한 셈이다.

이은경 : 다시 말하지만, 그 동안 이런 부분들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향후 대책을 약속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취해야할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국민들이 백신이 부족한 현재의 상항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사회 : 다음으로 질병 관리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는데 앞으로 어떤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고병수 : 소위 거점병원들의 행태에서 드러났듯이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조차 정부 당국의 방침이 전혀 집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거점병원조차 진료를 거부하지 않았나. 사실 그 동안 정부는 민간병의원들과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일반 민간병원들이 따라오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조차 정부 방침을 안 따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정부가 아무리 그럴듯한 방침을 세운다 해도 민간의료기관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아무 일도 안 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부를 중심으로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 사이의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보건소를 늘리는 단순한 방식으로 공공성이 확대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수많은 민간병의원들과 어떻게 효율적인 연계 체계를 갖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현실성 있는 공공의료 확충 방안이다. 질병 관리 체계 역시 그 속에 녹아 들어가야 한다.

이은경 : 중요한 얘기다. 민간의료기관들을 국가적 의료 관리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적 의료기관을 만드는 과제와 함께 민간의료기관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제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이 몇 퍼센트인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핵심이 아니다.

황지원 : 우리나라 대형 병원들은 몇 년 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가 장비들을 경쟁적으로 들여오는가 하면 병상 수도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정작 질병 관리에 필요한 격리병동이나 연구시스템은 서울대병원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정적인 질병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모색이 시작되길 바란다.

이은경 : 앞에서 얘기됐듯이, 시장성은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결국 국가가 나서서 예산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국영제약회사와 백신공장 강제실시 등은 사실 오래 전부터 얘기된 정책들이다. 그런 점에서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도록 해야 한다. 최근 많이 거론되는 의약품 강제실시도 사실 소수 백혈병 환자들의 문제로 머물러왔기 때문에 그 동안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달현 :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윤리와 책임 의식 아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체계가 필요하다.
조금 더 포괄적으로는 일상적 건강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이미 많은 나라들에서 자리 잡은 ‘주치의 제도’도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지역마다 주치의가 있었다면 제대로 준비도 안 된 거점병원으로 사람이 몰려 오히려 전염 위험이 높아지는 어이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장기적인 대안으로는 지역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관리해주는 건강관리사 제도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들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길

이은경 : 현재 인류가 가진 철학과 삶의 자세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백신과 항생제를 남용하거나 끊임없이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축산업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우리들 일상을 돌아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가령, 휴교령이 내려져도, 또 아이들에게 열이 나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 이런 식이라면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한 휴교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몸이 아파도 기를 쓰고 일을 하러 가지 않나. 일에 대한 열정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개인의 건강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덜 일하고, 스트레스를 줄여 개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이들과 취약계층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과 휴식의 기회, 제대로 된 치료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번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그리 높지 않지만, 보다 더 심각한 신종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인류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뜬금없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식의 근본적인 회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병수 : 마지막으로 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과연 의료인들이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다 했는지, 오히려 섣부른 소견 발표로 불안감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경우처럼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전염병일지라도 의협과 지역의사회가 나선다면 정확한 정보와 지침이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만 쳐다보고 있을게 아니라 의료인들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회 : 이상으로 현재 신종플루를 둘러싼 정부 대응 방식의 문제점과 함께 올바른 대안들을 살펴보았다. 정리해보면, 현재 어떻게든 의약품만 확보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가적 차원의 질병 관리 체계를 갖추는 데 소홀했음을 인정하고 향후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아울러 의약품이 부족하다는 우려로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짚어보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난 질병 관리 체계의 허약한 지점들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모든 분들이 의견을 함께 했다. 백신 생산 시설을 비롯해 꼭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물자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정보들이 일선 의료기관과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 등이 과제로 제기되었다.
더불어 의료인들 스스로 전문가로서의 책무에 대해 성찰해보길 바란다는 의견과 함께 우리 시대의 철학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회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 동안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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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참여(새사연 보건복지분과)
고병수 | 제주 탑동365일의원 원장, 새사연 이사
이은경 | 한의사,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정달현 | 예본치과 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황지원 | 소화아동병원 간호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정책위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진행 및 정리 - 윤찬영 | 새사연 미디어센터장

신종플루, 빠르긴 하지만 생각보다 세진 않다

사회 : 신종플루가 발병한 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계절적 요인에 더해 추석까지 앞두고 있어 국민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발병을 계기로 우리나라 질병 관리 체계의 허약함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왜곡된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오히려 오해와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치료제와 예방 백신을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이번 대담을 통해 신종플루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가려보았으면 한다.
우선 신종플루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짚어보는 것으로 대담을 시작해보자.

고병수 : 계절플루(계절독감)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알다시피 감기와 독감은 원인과 증상이 다르다. 흔히 생각하듯 감기가 심해지면 독감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감기는 200여종의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감기에 비해 증상이 심하고 지속 기간도 길뿐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영유아와 노인들의 경우 치사율이 높다.
이번에 발생한 신종플루 역시 독감의 일종으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새로운 독감이란 뜻에서 신종플루라고 부르는 것이다. 독감이니 만큼 감기처럼 얕봐선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때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처럼 치사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은경 : 지금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신종플루는 일반 계절플루와 비교해 전염력은 약 2~3배 정도 강하지만, 치사율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다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계절플루의 치사율은 약 0.1%).
발병 37주째인 지난주까지 ILI(Influenza Like Illness, 독감 의심환자)가 1000명당 6.2명(2.6명부터는 유행 단계)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신종플루 확진율은 약 4.3%였다. 이를 전체 인구로 확대해보면 약 30만 명 정도의 독감 의심환자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20~30%를 감염자(계절플루 포함)로 잡아도 현재 약 6~9만 명 수준으로 다른 해에 비해 약 2~3배 많은 플루(독감) 환자가 발생할 것이 예상 된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계절플루의 유행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300만~500만 명이 고열, 인후통, 폐렴 등의 심각한 임상증상을 보이는가 하면,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25~5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이 영유아와 노인들이다.
결국 앞서 고병수 선생님이 지적했듯이 무시무시한 신종 전염병이 창궐한 것처럼 불안해하거나 불안감을 부추기는 행태는 옳지 않다.


황지원 : 사망자 수에 초점을 맞춰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은 언론의 행태도 문제지만 전문가들의 잘못된 발언들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 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타미플루나 백신이 부족하다는 점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에서 타미플루 문제를 강조하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묻힌 측면도 있다.

날개 돋힌 듯 팔리는 세정제 그러나 의심스러운 효과

고병수 : 요즘 체온계 값이 4배로 뛰고 세정제, 마스크 등이 동이 나는 현상이 벌이지고 있는데 이건 정부와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탓이다. 사실 세정제의 항균 작용은 말 그대로 세균을 죽이는 작용일 뿐 독감의 원인인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다. 차라리 비누와 물로 바이러스를 씻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곳곳에 세정기를 설치하고 세정액을 뿌리는 것은 심리적 위안이 될 뿐 실제 아무런 효과가 없다. 입에서 입으로 침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가장 큰 만큼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스스로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정도의 조치가 적당하다.

황지원 : 사실 우리 병원에서도 그런 점들을 잘 알고 있지만 환자분들의 원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실 입구마다 세정기를 다 설치했다.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니 환자들에게 설명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빵집에도 있는데 병원에 없다면 어느 누가 이해를 하겠나.

사회 : 타미플루와 백신 문제가 나왔는데, WHO에서 이미 2년 전에 새로운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타미플루(치료제) 비축을 권고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부가 미리 대처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황지원 : WHO가 우려했던 것은 AI와 같은 위험한 전염병의 등장이었다. 정확히 2009년에 어떤 종류의 독감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충분한 예방 체계를 갖췄다고 볼 순 없지만 이번에 타미플루 부족량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타미플루가 아니라 엄격한 처방기준

정달현 : 치료제를 확보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다른 문제들을 모두 덮을 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타미플루가 충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물론 새로운 독감이고 아직 우리 몸에 면역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이에 대처하는 방식은 너무 혼란스럽다. 타미플루 문제에서 드러나듯이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들이 대량으로 유포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가령, 타미플루는 이번 신종플루만을 위해 개발된 약이 아니라 일반적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다. 실험실에서는 분명하게 효과를 나타냈지만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문제가 다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현재 전 세계가 임상실험장이 되고 있는 우려할만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많이 투약되면서 변이와 내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은경 : 냉정하게 말해 현재 타미플루는 부족하지 않다. 앞으로 들어올 양까지 합쳐 현재 인구의 약 11%에 해당하는 양을 비축하고 있는데 이는 WHO에서 제시한 처방기준에 따라 처방하기만 한다면 충분한 분량이다. 65세 이상, 5세 미만, 임산부, 기저질환(당뇨 등) 보유자를 대상으로 처방하면 된다. 이것을 넘어서면 당연히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정달현 : 일부에서는 영국처럼 인구의 80%에 해당하는 양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에는 찬성할 수 없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초기에 엄청난 양을 투여했지만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회 :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많을 것 같다.

정달현 : 그래서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처음에 살펴봤지만 이번 신종플루는 그다지 센 놈이 아니다. 전염성이 다소 높긴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라면 감염된다고 해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치유된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불안하다는 이유로 엄청난 돈을 들여 치료제를 확보하고 닥치는 대로 처방을 한다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하다.
또한 의료 정책이라는 조금 더 넓은 안목으로 봐도 수천억 원을 들여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기회는 다른 곳에도 있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정책적인 판단을 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은경 : 국민들 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에 투약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조금 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료계-언론의 완벽한 불협화음... 누굴 믿어야 하나

고병수 : 타미플루 처방 기준은 앞서 얘기한 기준에 의사의 재량에 따른 판단이 추가됐다. 지침을 바꿔 의사의 재량권을 포함시킨 것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비축량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들끓자 정부에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엄격한 기준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오히려 이런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은경 : 일부에서 타미플루 비축량을 문제 삼은 것도 비판 받을 지점이 있다. 물론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화근을 키웠겠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계속 악수를 두도록 만들었다. 정부의 기준이든, 누구의 기준이든 의학적 판단에 따라 입장을 취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의 역할에 아쉬운 점이 많다.

정달현 : 신속한 확진을 위해 신종플루 확진검사기를 보건소마다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6시간이면 검사가 가능하지만 하루에 30명밖에 못해 확진까지 5~6일이 걸린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일부에서 그런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균 시설이 갖춰진 설치 장소도 없을 뿐 아니라 검사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언젠가 보건소마다 고가의 CT기를 설치하라는 요구가 등장한 적이 있는데 그만큼이나 황당한 요구다(CT 검사의 남용은 국가적 차원의 의료비 증가를 가져올 뿐이며 이미 우리나라에는 너무 많은 CT기가 도입돼 있음).

이은경 : 타미플루는 48시간 안에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확진은 큰 의미가 없다. 의심환자들 가운데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고위험군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하면 된다. 다시 기계를 도입하고 사람을 교육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쓰는 것은 낭비다.

황지원 : 타미플루를 요구하는 환자를 설득하는 것도 힘들지만 감염을 우려해 1인실을 쓰겠다고 서로 싸우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의심이 가는 환자를 입원비가 비싼 1인실로 보내려 하면 확진이 아닐 경우 환불해줄 거냐며 따지기도 한다. 병원 안의 갈등은 정말 심각하다.

이은경 : 그래서 더더욱 위험을 과장해 불안감만 키우고 있는 현 사태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냉정을 되찾고 올바른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사회 : 고위험군에게만 타미플루를 처방하는 엄격한 기준을 따를 경우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실제 몇몇 사망자의 경우는 병원에서 처방을 해주지 않아 사망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고병수 : 그런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평소에도 단순 발열 환자에게 항생제를 남용하는 등의 방어적 진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폐렴으로 사망할 경우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을 남용하기 시작하면 정말 끝이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인 내 아들도 고열이 3일 이상 가지 않으면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가슴 아프지만 현대 과학의 한계이자 의료의 한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수준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황지원 : 물론 기저질환의 문제도 있다. 각종 폐,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을 비롯한 신장 및 간질환을 앓는 만성질환자도 신종플루의 고위험군 환자다. 의료기관에서 이러한 기저질환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있는가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단순히 의사들의 게으름을 지적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정부의 정확한 지침이 일선 의료기관까지 전달되는 데 몇 달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은경 : 결국 의학의 한계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고 현 의료 체계의 문제로 짚어야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핵심은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확산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타미플루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중증환자는 어떻게 돌볼 것인가 등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위험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처럼 타미플루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다 보면 다른 부분들을 모두 놓칠 수밖에 없다.

고병수 : 타미플루가 없어 제대로 된 처방을 못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식의 선정적인 주장은 결코 옳지 않다. 죽음을 카운트하고 있는 이 분위기는 어떻게든 잠재워야 한다.

사회 : 지금까지 신종플루를 둘러싼 여러 가지 오해들을 살펴보았다.
정리해 보면, 신종플루는 매년 발생하는 계절플루와 비교해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영유아와 노인, 임산부와 기저질환을 가진 분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지만 그 밖의 경우는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 위생에 주의를 기울이면 크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세정제나 세정액은 아무 효과가 없으니 비누와 물로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란 사실도 짚어보았다.
현재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치료제 타미플루와 관련해서는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모든 의심 환자에게 투약하면 오히려 내성과 변이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므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처방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타미플루가 부족하다고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다음 시간에는 정부가 오는 11월부터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접종하겠다고 밝힌 예방 백신을 둘러싼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이번 신종플루 발병을 계기로 드러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과 대책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지금까지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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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09.15 11:13

1. 신종플루와 계절독감의 차이점

신종플루는 돼지독감, 신종인플루엔자, 신종인플루엔자 A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부르는 정식명칭은 Influenza A(H1N1)이며, 2009년 4월에 새롭게 발견된 바이러스다. A형 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헤마글루티닌(H, 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다제(N, neuraminidase)라는 두 가지 종류의 단백질을 통해 사람의 세포 속으로 침투한다. H는 16종, N은 9종이 존재하기 때문에 H1N1은 독감 바이러스가 H 1번과 N 1번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론적으로는 총 144종의 A형 독감 바이러스가 존재하나 지금까지 문제가 된 바이러스는 H1N1(스페인독감 바이러스), H5N1(조류독감바이러스), H2N2(아시안 독감), H3N2(홍콩 독감) 등이고 이번에 발견된 신종플루 역시 H1N1 타입의 변종으로 스페인독감과 유사해 우려가 높다.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유전자 조사결과 돼지와 조류, 인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조합으로 밝혀졌다. 이번 바이러스는 돼지, 인간, 조류 독감 바이러스 외에 유라시아의 돼지 독감 바이러스 2가지 등 5가지 바이러스가 뒤섞인 형태라고 한다. 원래 바이러스는 자신이 숙주로 하는 종외에 다른 종을 넘나들면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다른 종을 감염시키더라도 다른 종 사이의 대유행을 일으키는 변이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 일반적인 계절독감은 인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소변이에 의한 감염이다.

하지만 이번 신종플루는 인간, 조류, 돼지의 독감 바이러스가 조합을 이룬 것으로 인간 사이에서 높은 전염성을 지니게 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몇 년 전 발생한 조류독감은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고 조류 대 인간, 인간 대 인간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인간 대 인간의 대유행을 야기하는 변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는 치명적이지 않다. 단지 전염성이 강하기에 많은 사람이 감염되는 대유행이 가능한 것이고 그럴 경우 ‘감기환자의 폭발적 증가 → 고위험군의 중환자 다수 발생 → 감기로 인한 사망자 증가’ 등의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향후 1~2주 사이 감염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면 전 지구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대유행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각각의 가능성에 근거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1) 더 이상 대유행이 없고 이보다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수준에서 유행이 멈출 경우이다. 이 경우에도 계절독감은 유행할 것이므로 계절독감을 신종플루로 오해해 타미플루 등을 잘못 투약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2) 대유행이 일어나 인구의 20퍼센트 정도가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치사율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1000만 명의 감염, 중증질환으로 이환되는 경우가 30만 명 정도,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5만 명 정도, 사망자는 1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인 공공의료시스템의 유무, 사회경제적 환경, 효과적인 대증치료 유무에 따라 환자발생과 사망률 등은 계층별, 지역별, 나라별로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3)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 국소적 변이의 경우는 큰 문제가 없으나 조류독감과 같이 치명적 바이러스와 섞이는 경우나 계절독감 바이러스 등과 섞여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전 세계적으로 위급상황이 될 것이다. 다행히 현 바이러스는 쉽게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치명적 변이의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이번 신종플루는 다행히 적당한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으나 가까운 시일 내에 더 치명적인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60~70년 주기로 이러한 대변이를 일으키고 그 때마다 큰 피해를 야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조류독감과 같이 독성이 강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 대 인간의 대유행을 가능케 하는 변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조류독감과 같이 치명적 독감과 감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의 조합 가능성도 높게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WHO에서도 지속적인 인플루엔자 대비책을 강조하고 있다. 왜 이런 바이러스의 변이가 가능한 것이고, 이를 촉발시키는 사회경제적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2. 새로운 전염병의 도래인가?

조류와 돼지, 인간의 만남

1997년부터 보고된 조류독감은 60퍼센트가 넘는 치사율을 나타내고 있고 조류와 조류, 조류와 인간감염을 넘어 인간과 인간감염이 발생하였다. 조류 인플루엔자 H5N1은 2003년 말부터 현재까지 2년 동안 10여 개 아시아 국가들의 가금류에서 지속적으로 유행하여 이미 토착화된 상태다. 현재 인간 사이의 유행은 일어나지 않고 있으나 그 치명적 독성으로 차기 대유행의 1차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사이에서 변이와 감염을 일으키나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통로는 쉽지 않다. 치사율은 높으나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변이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어떤 특정한 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침투할 경로를 획득한 조류 인플루엔자는 치명적 결과를 낳게 되고 그것이 1920년경 최소 2000만 명에서 최대 1억 명까지 사망했던 스페인 독감의 원인바이러스다.

<<조류독감>>의 저자 마이크 데이비스는 조류독감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는 밀집된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들 사이에서 대규모 역병으로 발전할 기회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대규모 가공공장 주변에 가금류 농장들이 조밀하게 위치하는 사육 형태를 낳은 현대의 축산업 혁명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축산업 혁명으로 집에서 소규모로 키우던 가금류가 세계적 차원에서 대규모로 생산하는 공장으로 바뀌면서 닭이 수억 마리씩 모여 있는 지역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런 곳들이 곧 조류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돼지의 호흡기에는 인간독감 바이러스, 조류독감 바이러스,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모두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뒤섞이는 혼합용기(mixing vessels)로 불려왔다. 1957년과 1968년에 발생한 전염병 대유행 바이러스들은 돼지를 매개로 섞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신종플루역시 돼지를 매개로 여러 바이러스가 섞인 형태라고 보고되고 있다.

WHO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은 몇 년 사이 치명적인 조류 인플루엔자가 공장식 대규모 축산업의 부작용으로 급격한 바이러스의 변이를 일으키고, 세계화된 교역 및 상호 이동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조류 인플루엔자와 인간 감염을 가능케 할 인간독감 바이러스가 돼지를 매개로 섞이고 있다는 점이 치명성과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의 출현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바이러스 변이의 원인

<<새로운 전염병>>의 저자 마크 제롬 월터스는 인류의 지구 환경 및 자연의 순환 과정 파괴가 신종 전염병의 등장과 전염병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의미의 전염병(에피데믹)이 아닌 환경전염병(에코데믹)이라는 것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정복한 것으로 여겨졌던 전염병들이 다시 인류를 공격하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연구되고 있지만 환경의 파괴와 생태계의 변화가 새로운 병원체들의 변이를 촉발시킨 것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새로운 전염병 발생과 재유행의 원인>

-WHO의 보고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 노령 인구가 증가된 인구학적 변화
 동물 병원소와의 접촉을 증대시키는 생태학적 변화
 병원체의 전파를 확장시키고 가속화하는 국가 간 여행 및 교역의 증가
 기존 전염병의 감소에 수반된 공중 보건 체계의 이완과 와해
 항생제 남용

-미국CDC의 보고
 인구 및 행태의 변화
 혈액 제제 (HIV) 및 장기 이식(BSE:광우병) 등 국제적 전파를 유발케 한 의료기술과 산 업의 발달
 처녀지의 벌목과 개발 때문에 사람들을 새로운 환경에 노출케 한 경제 발전과 토지 이용
 국제적 여행과 교역의 증대(예:뎅기열과 에이즈)
 항생제에 대한 내성 형성 등 병원체 적응과 변화(예:결핵균과 VSA등 내성균)
 공중 보건 활동의 감축(예: 디프테리아, 식품안전)

특히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는 세균과는 또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세균보다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어 변이가 쉬울 뿐더러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습지의 개발과 가축생산의 변화 같은 생태계의 변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온 바이러스의 적응도를 뒤흔들어 다양한 종을 넘나드는 바이러스 변이를 촉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신종플루 발원지로 알려진 멕시코 라글로리아 지역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스미스필드사가 세운 양돈공장이 있다. 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돼지의 배설물로 고생해왔다. ’스미스필드(Smithfield)사’는 미국계 양돈기업으로 지난 2000년에는 미국에서 분뇨 무단배출이 적발돼 1260만 달러 벌금형을 받은 적도 있다. 최근 영국의 가디언 지에서는 이 농장이 신종플루의 원인일 수 있다는 발표를 했다. 스미스필드사는 검역 결과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고 급기야 멕시코 당국은 이번 돼지독감의 중간 조사에서도 라 글로리아 지역에는 돼지독감의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양돈산업의 이해관계 때문에 돼지 농장의 역학조사가 광범위하게 실시되지 못했으며, 질병의 명칭까지도 돼지독감에서 신종플루로 바꿔서 부르게 된 것이다.

현재 거대 목축 기업의 축사는 들판이 아니라 기업형 공장이다.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 축사에는 배설물이 쌓여있고 사육동물들은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협소한 공간에 갇혀있다. 쌓여 있는 돼지 배설물은 살모네라균을 비롯한 병원균의 서식처이고 악취와 오염물질, 폐수의 원천이다. 이런 오염에 노출된 돼지를 질병에서 보호하고 몸집을 키우기 위해 광범위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가 투여된다. 여기에서 자라난 돼지는 면역체계가 취약해 일단 질병이 발생하면 급속도로 전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바이러스 변이는 전 세계적 규모로 벌어지는 농축산물 생산방식의 변화가 야기한 새로운 자연환경에 바이러스가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생태계 파괴와 다국적기업에 의한 축산업 혁명, 제3세계의 도시화 등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을 비정상적으로 높이고 있다. 또한 다른 종들 간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 교환 기회를 증가시킨다. 더구나 빈곤의 증대와 다국적 제약회사의 의약품 독점,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공공보건의료 체계는 변이된 바이러스의 인간감염을 촉진시키고 사망률을 높이고 있다. 심각한 오염과 낮은 의료 혜택에 시달리는 제3세계는 바이러스의 전파와 2차 감염의 토대가 되고, 이런 저소득국에서 발생된 변이바이러스는 국제무역과 여행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이다.

3. 거대 축산업의 발전

전 세계 육류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단백질 공급원이 육류로 바뀌고 있고 그 추세는 선진국 중심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되면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3억 명이 축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지구 농업생산량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 소 사육 두수는 13억 마리로 추산되며, 소 사육면적은 전 세계 토지의 24퍼센트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소를 비롯한 가축들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곡물의 70퍼센트 가량을 소비하고 있으며,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전체 곡식의 1/3을 가축들이 먹어 치우고 있다.

이러한 육류소비는 1980년 이후 본격화된 공장식 축산업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공장식 축산업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다는 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동일한 조건 하에서 최대한 많은 양의 고기를 생산해내기 위하여 밀집 사육 환경을 선택한다. 공장식 축산은 높은 생산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동물의 자연적인 습성은 무시된다. 성장 환경의 부적합성, 신체 훼손, 질병 등으로 질병의 발생 가능성과 확산 속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사육되는 가축들은 많은 양의 항생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실제 80년대까지의 축산업은 지금과는 상이한 형태였다. 소농장을 중심으로 사육되었고 농장 당 사육수는 일정 수준이었다. 지금은 상위 몇 개의 기업이 생산을 거의 장악하고 있고 몇 개의 대형 농장에서 대부분이 생산되고 있다. 또한 집중화와 거대화가 전 세계적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고 중국, 브라질, 미국, 아르헨티나 등 몇 나라에서 주도하고 있다. 반면에 가축의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아마존의 밀림이나 많은 숲들이 사라지고 제 3세계에 돌아갈 곡물들마저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공장식 축산업이 전염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

돼지독감 같은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는 핵심 요인은 적절한 규제나 생물학적 안전장치 없는 공장식 축산이다. 런던동물학회(Zoological Society of London, ZSL)와 미국의 조지아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의 지구연구소(Earth Institute) 연구팀은 새로운 전염병 발생의 60퍼센트는 ‘비인간 동물’을 원인으로 하고 새로운 전염병 발생의 71퍼센트는 ‘야생동물로부터 기원된 병원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근 50~60년 동안 인수공통 전염병의 발생은 과거보다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대량 축산이 야기하는 유전적 다양성의 부족과 열악한 환경이 존재한다.

공장식 축산업은 무게가 많이 나가고 번식력이 좋은 종을 유전자조작을 통해 만들어낸다.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져 질병에 취약해질 뿐만 아니라, 밀집한 사육환경을 통해 최소한의 공간과 최소한의 활동범위만이 허용된다. 이는 전염병 발생의 배경이 된다. 영국 양계장의 3분의 2는 10만 마리가 넘는 닭들을 한 사육장에서 사육한다. 미국에서는 돼지 6500만 마리가 고작 6만 5000개의 시설에서 사육된다고 한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빨라져 상위 몇 개의 공장형 농장이 세계 대부분의 육류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사육 환경에서 동물들은 병에 더 취약해지고, 병은 빠르게 전파돼 더 치명적인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

지난해 퓨 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는 “산업식 동물 생산은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 즉, 많은 수가 집중된 동물 무리에서 바이러스가 끝없이 순환하면서 돌연변이와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 확률이 커진다. 그 결과 인간 대 인간 전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고 보고하고 있다.

축산업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완화한 것도 위험을 더 키웠다. 미국에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에게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은 연간 300만 파운드에 달하지만 질병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가축에게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은 그 8배인 연간 2460만 파운드에 달한다고 한다. 육류 생산을 위해 성장호르몬도 투여하고 있다. 밀집형 사육환경에서 동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사료에 항생제와 호르몬제, 약품과 방부제를 섞는다. 이런 광범위한 약물사용과 배설물 및 위생 처리 과정의 규제와 감시가 다국적기업의 로비에 의해 완화되면서 공장식 축산공장은 새로운 바이러스 탄생의 생태계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1898년 창립된 미국 축산육우협회는 현재 미국 전역에 23만여 명의 축산업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최대 축산 이익단체다. 1985년 ’육우 권장과 조사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연 예산 6000만 달러를 집행할 수 있는 막강한 이익단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단체는 회원들의 농장 경영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농장 운영에 필요한 토지, 물, 기타 자원에 대한 개인의 권한을 보호하고, 외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전 방위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 축산육우협회 출신들이 미 농무부 고위직에 5명이나 포진하고 있다. 이 중 한 명인 램버트 차관보는 미국 축산육우협회에서 15년이나 일한 사람이다. 축산업 검역을 직접 담당하는 이 자리에 검역 대상인 미국 축산육우협회 인사가 들어온 것(<오마이뉴스>, 2008.05.30 재인용)

4. 식품가격의 하락과 신자유주의 발전, 공장식 축산업의 배경

신자유주의가 번영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배경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저렴한 상품의 출현이 있었다. 80년대부터 먹거리의 소비자 가격은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싼 소비재의 전 세계적 유통, 그에 기반한 고용 불안정 및 값싼 노동력의 지속적 공급, 제 3세계 지역경제 파탄과 값싼 노동력의 유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중심에 거대 농축산업과 값싼 먹거리가 존재한다.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적인 과잉생산을 통해 실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상품과 노동력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금융을 중심으로 자본을 축적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싼 농산품과 공산품의 지속적인 유입이 필요하다. 이렇게 공급된 값싼 소비재는 저임금의 토대가 되고 금융산업의 거품과 더불어 실질임금의 저하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시대의 번영이라는 환상을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작동해 왔다.

WTO체제 하에서 농축산물은 무역상품이 되었고 우르과이라운드를 시작으로 대량의 농자재 투입, 대량 생산, 대량 유통, 대량 소비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카길, 붕게, ADM, 콘아그라의 초국적 곡물 메이저들은 국경을 뛰어넘어 종자, 비료, 농산물 등 먹거리와 관련한 모든 산업을 관장하고 있다. 농식품 체제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이 시스템은 거대화되고, 농민으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모든 영역이 국경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고 있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다국적 식품회사들은 거의 모든 먹거리 부분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자 및 비료, 농약과 같은 연관 산업에도 진출하여 농업생산과 관련된 사업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농식품 시스템은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한 지역에서 한 품종만을 생산하게 되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생산방식이 세계 각 지역에 이식되었고 그에 수반하는 노동력의 이탈로 또 다시 저임금 노동자군이 대량으로 생겨나게 되었다. 이는 광범위한 이주노동자군을 형성,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기여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생산방식은 지역 생태계의 파괴를 야기하게 되어 제 3세계의 식량자급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즉 신자유주의는 저가의 농축산물을 기반으로 한 저임금구조를 한축으로 하고, 여기서 이탈된 지역민들이 저임금 노동자군을 형성하는 것을 또 다른 한 축으로 발전해 왔다. 그 배경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곡물-축산-원자재-가공-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 식품회사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값싸게 공급한 저질의 먹거리는 신자유주의 풍요의 결과물로 여겨져 왔다.

지금은 이런 생산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위적인 저가 농산물에서 고가 농산물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다. 이번 경제위기 때는 극심한 식량시장의 폭등을 경험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투기적 자본의 식량산업에의 유입과 농업연료의 붐이 원인이지만 장기적 원인으로는 저가 농산물 시기에 세계의 수많은 소농들이 토지를 떠나 이주민이 되고 그 공간을 몇 개의 거대 식품기업들이 차지하게 된 과정이 존재한다. 전 세계적 규모로 확산된 식품산업이 각 국의 생산능력을 떨어뜨리고 거의 모든 먹거리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지구상에 자국의 농축산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이는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 되었다.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중국을 비롯해 10여 개 나라 정도가 농산물 수출국이고, 또 수입을 해서라도 식량자급을 유지하는 나라가 20여 개 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또한 육류 등 동물성 단백질 공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면서 전 세계적 규모의 식량불균형, 영향불균형, 생태계 파괴 등과 같은 결과들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5. 피해는 누가 보는가?

지금까지 신종플루의 위험성과 변이에 대한 우려, 치명적 바이러스의 변이를 조장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가장 비자본적인 생산구조를 갖고 있는 농축산업에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통해 전 세계가 몇 개의 거대 곡물 농장과 몇 개의 거대 가축공장으로 재편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물이 신자유주의를 강화하고 신자유주의 번영의 물적 토대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생태계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미세 생물들은 변이를 하고 항생제나 치료제가 듣지 않는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 미생물의 변이와 질병 변화 추이를 의학과 공중보건이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치료제와 예방백신 보유 순위는 그대로 국가의 경쟁력 순위로 바꾸어 볼 수 있다. 이전의 대유행 때도 피해는 제3세계와 저소득층에 집중되었고 영양상태와 공공보건체계가 우월한 선진국이 의약품까지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저개발국가의 대유행은 말 그대로 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금융위기의 근원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투기자본임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는 주변국으로 확산되고 가장 큰 피해는 곡물가 상승, 국제 지원 부족 등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제 3세계가 되는 현 상황과 너무도 닮아있다.

<보존의학 컨소시엄(Consortium for Conservation Medicine)>의 의장인 피터 다스작(Peter Daszak)은 “세계의 공공보건을 위한 재원은 잘못 배치되고 있다. 대부분의 재원은 충분히 자체적으로 감시를 할 수 있는 부국에 편중되어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지역은 대부분 개발도상국 지역이다. 만일 미래 인간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질병을 알아보고 있다는 우리는 완전히 잘못된 곳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전염병위기는 근본부터 다르다. 금융위기의 확산은 여러 중재를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치명적 전염병의 위기는 국경, 자본, 빈부를 넘나든다. 낮은 단계의 전염병확산은 국가단위로 차단할 수 있으나 전 세계적 범유행은 통제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즉 생태계 파괴로 인한 전염병 발생은 전 인류의 위험요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경제위기로 신자유주의의 무분별한 탈규제 금융·경제 시스템의 결함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갔다. 몇 번의 몸부림은 있겠으나 신자유주의는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예견이 많다. 그 신자유주의의 배경에 역시 탈규제화되고 사유화된 농축산업과 교역이 존재한다. 이런 식품생산방식이 과연 종언을 고할 것인가? 인간이 새로운 식품생산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은경/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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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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