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7 / 20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20)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생태문제는 전형적인 공유자원의 비극을 안고 있다. 또한 집단행동의 딜레마가 작용한다. 이는 집단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를 해결하는데 개인은 나서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보통 나 혼자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 보호에 나서보았자 변하는 것이 많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발생한다.

 

생태문제를 포용하지 못하는 경제학

우선 기존의 경제학이 생태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마르크스 경제학이다. 마르크스에게 중요한 것은 생산력과 생산관계라고 하는 사적유물론의 기본이다. 생산력이라는 것은 요새 경제학에서 얘기하듯이 함수로 정확하게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기술적 측면과 물적 측면이 강하다. 생산관계는 사회적 관계이다. 물적 관계인 생산력과 사회적 관계인 생산관계는 언젠가는 충돌한다. 일본 사람들이 마르크스경제학을 도입하면서 흔히 했던 비유가 사람의 몸과 옷이었다. 몸이 커버리면 옷이 안 맞게 되어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생산력이 커지면 생산관계가 바뀌어야 한다. 마르크스는 생산이 재생산되면, 그것을 생산할 때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인 생산관계도 재생산되고 그 둘이 부딪히면 혁명이 도래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생산관계가 제약조건이 된다.

그러나 생태문제, 환경문제는 단순히 생산관계의 한계를 넘는 수준이 아니다. 아예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생산력의 과도한 발달로 자연자체가 붕괴하는 것이다. 때문에 마르크스의 사고 속에서는 생태문제를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마르크스주의자 중에서도 생태문제는 자본의 탐욕 때문에 발생한다는 속류적인 해석을 많이 하기도 하고, 마르크스 자본론의 구절을 이용한 생태마르크스주의가 존재한다. 하지만 마르크스 자체로는 생태문제를 다룰 수 있는 틀은 없다. 사실 마르크스가 살았던 시대는 자연 자체가 문제가 되던 시대는 아니었다.

마르크스 이전에 자연문제를 다룬 사람으로는 인구론을 이야기한 맬서스(Malthus)가 있다. 맬서스는 토지는 한계가 있지만 인구는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위기가 온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전쟁을 하거나 위생상태를 개선하지 않고 열악한 채로 두어서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으로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당시 지식인들은 이에 환호했다. 하지만 맬서스의 우울한 예언은 붕괴했다. 맬서스의 인구론을 돌파한 것은 기술, 결국 자본이었다. 자본이 맬서스의 우울한 예언을 극복했다는 사실은 경제학자들의 머리속에 깊이 박혀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한계를 믿지 않는다. 계속해서 기술적 발전이 진행되면 한계를 극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두 번째는 케인즈 경제학이다. 케인즈는 <우리 손자들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소책자를 낸 적이 있는데, 우리 손자 세대는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해도 살 수 있을 것이므로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케인즈가 1946년에 죽었으니, 이미 케인즈의 손자 시대는 도래했지만 지금 우리의 삶과는 매우 다른 상상이었다. 어쨌든 케인즈는 미래에는 생산력이 발전해서 노동시간을 줄어들 것이가고 보았다. 단 하나 총수요 감소가 가장 큰 문제로 남을 것인데 이는 국가가 나서서 거시경제정책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보았다. 물론 케인즈가 우려했던 총수요의 문제는 지금도 큰 과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환경이라는 새로운 문제도 등장했다.


 

생태문제도 외부성의 하나로 취급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의 해결책은 간단하면서도 최악이다.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의 머리속에 들어 있는 것은 애로우의 일반균형이다. 자연자원이 희소해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그러면 소비는 줄고 생산은 늘어나서 다시 균형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이 맞을 때도 있다. 실제 70년대 석유파동이 생겼을 때 유가가 상승하자 에너지 절약 기술이 많이 등장했고, 경차가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을 통해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시장을 통한 해결이다. 더 극단적인 방법은 아예 자연자원을 거래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물과 공기는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재(free good)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물도 다 판매하고 있다. 공기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아니, 공기도 판매상품으로 만들어 환경문제를 해결하자고 할지도 모른다. 이 경우 가격을 지불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자연조차 제공되지 않는 심각한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주류경제학에서 환경문제는 외부성의 개념으로 다루어진다.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것, 시장 밖에 있는 것이 외부성이다. 외부성을 해결하는 대표적 해법은 피구세이다. 공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정확한 공해의 양,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공해의 양, 공해로 인한 피해의 정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 환경문제가 가져올 피해와 비용은 측정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가 얼마만큼의 비용을 가져올지 아무도 측정할 수 없다.

경제학에서는 비용편익분석을 자주 사용한다. 어떤 일을 진행할 때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여 적절한 실행 수준을 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잘못된 비용편익분석은 인천공항철도이다. 비용은 건설비가 대부분이니 측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편익은 예상 승객수이므로 측정이 어렵다. 초기에 승객을 100명이라고 예상하고 건설했다면, 실제로는 9명 밖에 이용하지 않았다. 4대강 건설에 대한 비용편익분석은 어떠할까? 이는 인천공항철도보다 더 어렵다. 측정하기 어려운 환경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장실패론, 정의론, 엔트로피 이론의 결합

앞서 공공경제는 시장실패론에 정의론이 결합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생태경제는 역시 시장실패론에 정의론이 결합되는데, 특히 세대간 정의가 추가된다. 환경이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세대와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동시대를 살고 있는 노인과 아동 세대간의 정의라면 민주주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민주주의 중에서도 단순히 투표라는 절차를 통해서만 해결한다면 투표권을 가지지 못한 아동 세대가 불리하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공동체 내에서 충분한 토론을 진행하는 숙의민주주의를 통한다면 아동세대까지 고려한 적절한 자원의 배분이 가능하다. 그런데 미래세대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도 없다. 따라서 투표든 토론이든 진행할 수가 없다. 부모가 제 자식을 사랑하고, 제 손주를 사랑한다 해도 아주 먼 미래의 후손들까지 완벽히 고려할 수는 없다. 어떻게 세대간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이것이 생태경제를 논할 때 등장하는 큰 문제 중 하나이다.

생태문제를 다룰 때는 세대간 정의를 포함한 정의론에 이어 또 한 가지가 추가되는데 바로 엔트로피 이론이다. 생태문제란 자연의 한계에 봉착하여 발생하는 문제라고 했다. 따라서 열역학을 통해 물질의 흐름을 다루는 엔트로피 이론이 추가된다.

이를 경제학의 생산함수에 반영한 이가 제오르제스쿠 로에겐(Georgeseu Rogen)이며 저서로는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이 있다. 경제학의 생산함수는 간단한다. 노동(L)과 자본(K)을 투입해서 무언가를 생산해낸다.  Y=f(K, L)

제오르제스쿠는 여기에 자연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열역학 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추가한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열은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즉, 뜨거운 것은 차가워지지만 차가운 것이 뜨거워지지는 않는다. 투입물로 노동(L), 자본(K)과 함께 자연자원(R)을 집어 넣는다. 산출물로는 생산물(Y)과 함께 쓰레기(W)도 나온다고 보았다. 그래야 에너지는 보존된다는 열역학 법칙을 만족하기 때문이다. Y+W=f(K, L, R)


 

기술과 자본이 자연을 대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경제시스템은 중요한 두 가지 흐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생산과 소비를 통해 가격이 재생산되는 화폐의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경제활동자체의 기반으로 생태계에서 경제계로 투입되어 물질이 재생산되는 엔트로피의 흐름이다. 그런데 주류경제학은 전자만 주목하고 후자는 무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생태학자 댈리는(Daly)는 주류경제학이 생물체의 신진대사과정을 연구한다고 하면서 혈액순환과 같은 순환기관만 연구하고 외부환경과 연결되는 투입과 배설에 해당하는 소화기관에 대한 연구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대답은 맬서스의 우려를 극복한 기술, 자본으로 돌아간다. 생산요소 간에는 대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자연자원을 자본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토지는 비옥하지 못해도 농기구나 농약을 통해서 생산력을 높이는 경우이다. 이는 솔로우(Solow)와 스티글리츠(Stiglitz)가 제시한 것으로, 주류경제학의 환경문제 해결방법이다. 생산함수를 Y=f(L, K, R)로 하되 결국에는 최적화된 노동(L), 자본(K), 자연자원(R)의 양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L)과 자본(K) 같은 다른 투입요소가 충분히 커지면 자연자원(R)의 최적량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금까지의 기술진보는 이러한 설명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에 대해서 댈리(Daly)는 다시 비판한다. 첫째, 자연자원은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 기술이나 자본으로 대체할 수 없는 자연자원이 존재한다. 공기와 같은 것이 그렇다. 이렇듯 자원 간의 대체불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이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y)의 특징이다. 이를  강한지속가능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주류경제학의 한 분야인 환경경제학(biological economy)은 대체가능성, 약한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환경경제학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써야 할 것을 주장한다면, 생태경제학에서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도 실은 재생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재생가능한 에너지인 풍력 발전을 하기 위해 풍력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또 많은 재생불가능한 자본과 자원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그 어떤 것도 완벽히 재생가능하지 않다.


 

미래세대를 얼마나 아끼는가? 할인율 논쟁

대체가능성 여부와 함께 주류경제학에서 현재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할인율이다. 생태경제의 중요 개념 중 하나로 지속가능성이 있다. 이는 UN의 환경과 발전에 관한 세계위원회(WECD: 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 1987년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위원장이었던 노르에이의 여성 수상 브룬트란트(Brundtland)의 이름을 따서 브룬트란트 보고서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애로우는 이 보고서에 서술된 지속가능성을 구할 수 있는 수식을 만든다. t 시점에서 현재세대의 효용과 할인율을 적용한 미래세대의 효용을 구하여 그 사회가 누릴 수 있는 총효용을 구하는 수식이다. 효용은 소비함수를 통해서 구했다. 할인율이란 쉽게 말해 미래세대의 효용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느냐이다. 할인율이 작을수록 현재세대의 효용만큼 미래세대의 효용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할인율이 클수록 미래세대의 효용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의 할인율은 100%이다. 따라서 이 수식을 계산함에 있어서 과연 미래세대를 얼마나 고려해야 할 것인가라는 할인율의 크기가 매우 중요하다.

브룬트란트 보고서와 함께 생태경제학에서 또 하나 중요한 보고서로 꼽히는 것이 2007년에 나온 스턴보고서(Stern Review)이다. 2006년 영국 정부는 수석 경제학자 스턴에게 지구온난화에 대한 보고서를 부탁했다. 보고서에는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함께, 지금 당장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1%에 불과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그 비용은 5~2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보고서에서도 위의 수식을 계산하는데, 할인율을 1.5%로 잡았다. 이는 매우 낮은 수치로 미래세대를 위해서 우리가 지금 당장 줄여야 할 소비의 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할인율을 놓고 논쟁하고 있다. 학자마다 그 수치가 매우 달라서 1.5%에서 90%까지 이른다.

경제학자들이 논하는 효용함수는 너무 매끄럽다. 그 매끄럽게 잘 닦인 세계 속에서 경제학자들은 할인율 구하기에 치중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거의 자연의 한계에 직면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식의 계산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방우선의 원칙과 다중심적 접근

일단 지금 중요한 것은 예방우선의 원칙이다. 어차피 우리는 환경문제가 가져올 정확한 피해와 비용을 측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선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환경문제, 건강문제와 같이 인류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일수록 이런 원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우선의 원칙과 반대되는 것이 사전증명의 원칙이다.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문제가 발생할 것임을 증명해야만 그것이 결정과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FTA에 적용되고 있는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했을 때 어떤 문제가 있을 것인지를 증명해야만 그것을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다중심적 접근이다. 이는 공유자원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하여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오스트롬이 제시한 방법이다. 기후변화 같은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 세계가 힘을 모으는 것이다. 도쿄협약과 같은 것을 체결하고 모든 나라가 이를 준수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한 토론과 협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전 세계적 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두 손 놓고 앉아서 기다린다면 인류는 진짜 망한다. 개인, 가족, 학교, 마을, 도시, 국가, 세계로 이어지는 무수히 많은 층에서 저마다의 실천이 진행되어야 한다. 오히려 작은 단위일수록 실천이 쉽다. 그 실천에 의해서 상위단위가 기존의 정책을 바꿔나갈 수 있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를 이것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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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7 / 17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줄.푸.세는 경제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 자유화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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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5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일류국가의 비전은 ‘대한민국 747’을 통해 달성됩니다. 연7% 경제 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년 내 4만 달러 소득을 달성하여 10년 내 세계 7대강국으로 올라서겠습니다. 이를 위해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겠습니다.

이는 2007년 MB 대선공약집(‘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에 실린 이른바 747공약으로 알려진 국가비전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기조를 그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기업의 성장과 투자를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와 높은 세율을 정비하여 기업하기 좋은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법질서를 확립하여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사회갈등 구조를 해소하는데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MB는 747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정책 기조로 대선 경쟁자였던 박근혜의 ‘줄푸세’ 공약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그리고 지난 4년 반 동안 친기업 · 친시장을 모토로 줄푸세, 즉 MB노믹스를 가열차게 추진하였다.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대해서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되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박근혜 또한 이러한 시대사적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조금 달라졌겠지’ 하고 일말의 기대를 품은 사람도 더러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제(16일) 신문방송편집인 토론회에서 ‘줄푸세에서 경제민주화로 바뀐 것은 경제상황이 바뀐 것이냐, 경제철학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큰 틀에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같이 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법인세는 결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은) 다른 나라와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하였다.

 

재벌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 17%에도 못 미쳐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재벌대기업이 적용 받는 최고세율이 2009년 25%에서 22%로 인하되었다. 2010년 총 법인세 세수는 29.6조로 2008년 37.3조에 비해 7.7조나 감소하였다. 또한 재벌대기업에 편향된 세액 공제 및 감면 정책에 따라 과표 대비 총부담세로 계산한 실효세율은 2010년에 16.6%로 떨어졌다.

실효세율은 2008년 20.6%에 비해 평균 4%p 감소하였다.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표가 증가할수록 실효세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500억 초과 대기업부터 과표가 늘어날수록 실효세율은 오히려 감소한다. 특히 5000억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6.97%에 불과하였다. 2008년과 비교하면 5000억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4.1%p 감소하였다.

과표 100~200억인 중견기업보다 1%p 정도 더 많이 줄어들었다. 재벌대기업의 평균 감면율은 22.8%로 과표 200~500억인 중견기업보다 7.64%p 높게 나타났다. 전체 감면액(산출세-부담세) 규모는 7.4조로 이 중 38%인 2.8조를 41개 재벌대기업이 독자치하였다. 기업수로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41개 재벌대기업은 매년 평균 686억 원씩 감세 혜택을 받은 것이다. 산출세액에서 부담세액의 차이는 세액 공제와 감면으로 구성된다. 세액 공제 5.56조 중 주로 재벌대기업에 이득이 돌아가는 임시투자세액공제와 R&D세액공제가 3.6조로 전체의 65.5%를 차지하였다.

한편 감세정책에 따라 법인세 최고세율을 3%p 내렸는데, 감세 이전인 2008년 실효세율을 2010년 과표에 적용할 경우 2010년에만 7.1조 원 가량의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었다. 이 중에서 500억 초과 364개 대기업이 전체 감세혜택의 54.8%인 3.9조를 차지하였다. 특히 42개 재벌대기업은 2010년 전체 31.9%에 달하는 2.3조의 감세혜택을 독차지하였다.

 

법인세 인하는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박근혜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다른 나라와 (조세)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국가경쟁력’을 모토로 내건 YS 정권 이래로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속적으로 인하되었다.

...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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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1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그리스 위기와 월가 금융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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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시장은 만족시켰지만, 그리스 국민도 만족시켰나
2. 그리스의 유로 존 가입과 파생금융상품
3. 위기국면에서 다시 엮인 그리스와 골드만삭스
4. 남유럽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5. 금융시장 뒤에 가려진 그리스 시민의 생활

 

[본 문]

2010년부터 각종 수습대책에도 불구하고 악화되어 온 유럽위기는 2012년 6월에 가장 중요한 시련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좀 더 종합적으로 유럽위기를 조망해보고 이후 세계경제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점검해 보는 기획으로 [유로 2012]를 마련했다. 지금 유럽에서 한창인 축구 경기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유로화의 향방이 2012년에 분기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을 담고 있다. - 편집자 주

 

1. 시장은 만족시켰지만, 그리스 국민도 만족시켰나?

유럽위기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며 세계의 시선을 모았던 그리스 2차 총선이 6월 17일 치러졌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긴축을 지지했던 신민당이 29% 전후 지지율로 신승하고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27% 정도 지지율로 2위를 했다. 신민당은 3위의 사회당과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국민 여러분. 불안한 정치 상황을 떨쳐냅시다. 분노가 아닌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재정 개혁을 위해 표를 던집시다.” 이 내용은 그리스 안에서 나온 주장이 아니다. 독일 판 파이낸셜 타임지 6월 16일자 사설이다. 독일 신문이 그리스 국민들에게 노골적으로 시리자를 찍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유럽의 언론과 정치세력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그리스 국민을 협박했고 그들은 결국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금융시장의 입장에선 신민당과 사회당의 연정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안도가 된다." 런던의 한 금융 관계자 말이다. 그렇다. 그리스 총선결과는 국제 금융시장을 일시적으로 만족시켰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원하는 ‘시장의 안정’이 과연 그리스 국민이 원하는 ‘생활의 안정’과 일치하는가.

신민당 승리로 귀결된 총선결과는 2001년 유로 존 가입이후 지금까지 사태가 전개되어 오던 방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 위기가 발생하고, 그리스 국민의 분노가 쌓여서 총선에 이어 재총선까지 이르도록 한 긴축정책의 방향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과연 예전처럼 계속 긴축약속을 이행한다고 하면 시장의 안정은 가능한 것일까?

결국 지금 시장이 얻은 안정은 아주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잠시의 안정을 얻은 대신에 그리스는 지금까지의 국면을 전환시키고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시리자의 급격한 부상과 ‘재협상’ 요구 덕분에 독일과 유럽 연합이 그리스에 대한 재정긴축 압박 강도를 약간 늦출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당장의 급격한 뱅크 런은 완화될지 모르지만 성장능력 침식과 실업률 상승이라는 더 큰 문제는 더 심각하게 누적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 위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야 진정한 위기 탈출이 가능할까. 과연 그리스 시민들이 부정직하고 게으르며, 그리스 정치인들은 부정부패를 일삼고, 그리스 국가체계는 탈세가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는 독일과 일부 보수 세력들의 원인 진단은 맞는 것일까.

물론 그리스 시민들과 정치, 조세제도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를 그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한마디로 유치한 짓이라고 코스타스 라파비타스(Coastas Lapavitsas) 런던대 경제학 교수는 지적한다. 사실 이런 유형의 비판은 당연한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다. 지금 위기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겪고 있는 위기인데, 그들 국가들이 모두 그리스 사회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기의 원인은 그리스 사회의 내부적 문제를 넘어서 다양하게 짚어볼 수 있다. 우선 재정동맹 없는 유로 통화동맹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위기가 현실화 된 이후 유럽연합이 위기에 빠진 남유럽 국가들에게 요구한 긴축정책이 위기를 오히려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와 아울러 이번 그리스 위기나 유럽위기 역시 철저히 글로벌 금융위기 반경 안에서 발생한 위기라는 점을 짚어야 한다.

2010년 그리스 1차 구제 금융이후의 시점에만 갇혀서, 마치 그리스와 남유럽 위기가 처음부터 국가채무위기였고 이것이 유럽 국채시장이라는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독일과 프랑스의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해서 지금의 위기가 발생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은 그리스 국가채무위기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리스와 남유럽의 국가채무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 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유럽에도 예외 없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신자유주의적 금융 세계화와 금융규제 완화, 그것이 초래한 투기적 거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거품붕괴로 세계경제를 휩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유럽 국가들에서 국가채무위기로 발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리스 위기 해결은 그리스의 부패 척결이나 조세 징수제도 개혁과 같은 개별 국가적 문제로 환원될 수 없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의 일환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2. 그리스의 유로 존 가입과 파생금융상품

알려진 것처럼 그리스와 남유럽위기는 2009년 10월 4일 그리스 총선 직후 새로 집권한 사회당이 2009년 그리스 재정적자가 사실은 6%가 아니라 12.7%라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유럽 안정협약에 의하면 유로 회원국의 재정적자 한도는 3%인데 그 4배가 넘어가는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니 국가부도위기가 급격히 확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데 그 후 수개월 뒤인 2010년 2월, 더욱 놀라운 사실들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리스의 재정적자 통계 조작은 2001년 그리스가 유로 존에 가입하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통계조작에 월가의 첨단 금융기법들이 또한 동원되었고 월가의 최대 금융회사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이 개입되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마이클 루이스는 자신의 책 『부메랑(Boomerang)』에서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2001년 골드만삭스는 그리스 정부의 실제 부채수준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는 합법적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혐오스런 일련의 거래에 가담했다. 언론은 이 거래와 관련해 골드만삭스가 수수료로 3억 달러를 챙겼다고 보도했다. 이때 그리스는 10억 달러를 대출받았다.”

“그리스가 마음대로 돈을 빌리고 지출할 수 있게 해준 방법은 미국 서브프라임 채무자의 신용을 세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과 유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 투자은행의 역할도 동일했다. 나아가 투자은행은 그리스의 정부 관리들에게 국가 운영 복권과 고속도로 통행료, 항공기 착륙료, 그리고 유럽 연합이 제공한 기금에 이르기까지 미래 수입을 증권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스 정부는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소득 흐름을 선불로 팔아 지출했다. 채권자들이 그리스에 대한 대출을 유럽연합이 보증한다고 생각하고 그리스 외부에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그리스는 실제 재정 상태를 숨길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뉴욕 타임스에 발표된 언론 보도 등의 내용을 종합해서 2001년 그리스가 어떻게 조작된 재정적자 통계를 가지고 유로 존에 가입할 수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확인해 보자.   

그리스는 2001년 유로 통화동맹 가입당시 가입 허용 조건인 재정적자 3%보다 더 큰 적자규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금융파생상품을 동원하여 이를 인위적으로 축소했다. 이 때 사용된 파생상품은 그 자체로는 사실 별 문제가 없는 통화스왑(Currency swap)이었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그리스로 하여금 달러와 엔화표시 국채를 발행하도록 하고 이를 유로화로 교환할 때 일종의 가상 환율을 설정함으로써, 스왑과정에서 실제 교환할 수 있는 금액보다 1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차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런 식의 파생상품 거래는 부채장부에는 기재되지 않았고, 그리스 정부는 나중에 스왑 청산시 상환해야 할 부담이 훨씬 더 클 지라도 당장은 실제보다 적은 재정적자를 가지게 된 것이다.

골드만삭스 이 거래의 수수료로 3억 달러를 받았다. 물론 이런 수법은 그리스뿐만이 아니었고, 이탈리아도 JP모건과 인위적인 환율 조건으로 유사한 스왑거래를 하여 재정적자를 장부에서 덜어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더 나아가서, 그리스는 2001년 국가공항이 미래에 받을 공항수익을 담보로 현금을 끌어오기도 했는데, 그리스 신화의 이름을 빌러 아이올로스(Aeolos)라고 이 거래를 명명했다. 또한 2000년에는 역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리아드네(Ariadne)라는 이름의 차입을 감행 했는데, 이는 국가복권수익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통화스왑거래(swap transaction)'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모두 '차입(loan)'이 아니고 공항수익, 복권수익 등 미래수익의 선불 ‘판매(sales)'로 잡혔기 때문에 그리스 정부의 공공부채 장부에서 빠져나갔던 것이다.

덕분에 그리스의 재정적자는 유로 존에서 요구하는 3%미만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물론 미래 수익을 골드만삭스에게 판매해버렸기 때문에, 그리스 정부는 2019년까지 골드만삭스에게 거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전 그리스 재무장관이 의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리스와 금융회사, 금융파생상품은 유로 존 가입부터 얽혀있었고, 이들 덕분에(?) 그리스는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서 유로 통화동맹의 일원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골드만삭스, JP모건, 그리고 다른 많은 은행들이 개발한 파생상품들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아마도 그 외의 다른 나라들에서 정부가 부채를 늘리는 것을 은폐하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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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1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경제 자유와 경제 민주화, 무엇이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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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전경련, 경제 민주화 논쟁에 뛰어들다
2. 우리 헌법의 경제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3.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 경제 민주화
4.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에 우선한다

 

[본 문]

1. 전경련, 경제 민주화 논쟁에 뛰어들다

보편복지와 함께 2011년부터 우리사회의 가장 강력한 의제로 부상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비록 4.11총선국면에서는 정책대결보다 폭로전으로 비화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대선을 앞두고 가장 쟁점이 될 상위 의제다. 일부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운동을 ‘진보의 탈을 쓴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는 현재 시점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운동이 재부상하고 있는 국민생활적 배경을 진지하게 따져보지 않은 결과이며, 핵심에서 벗어난 주장인 셈이다.

우리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논점을 잡아가고, 쟁점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침 핵심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전경련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이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지난 6월 4일, “경제 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정면반박하고 나섰다.

세미나 관계자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 경제 민주화의 법적 이론적 근거를 정면 반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런 세미나를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세미나에서는 헌법적 차원, 경제 이론적 차원, 철학적 차원에서 반(反)경제 민주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진보 개혁세력이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경제 민주화의 정당성의 출발점으로 삼자 전경련과 보수 세력도 거기서부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제 우리도 논의를 확장시켜 전개해 볼 필요가 있고 이를 국민들과 나눠야 한다.

 

2. 우리 헌법의 경제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까?

헌법의 원칙은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

경제 민주화를 공박하는 전경련이나 보수 세력의 핵심 주장에 따르면, 우리 헌법은 어디까지나 자유 시장 경제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사적 재산권의 불가침과 기업 활동의 자유가 원칙이다. 따라서 경제 민주화라는 명목으로 재산권과 경제활동 자유를 어쩔 수 없이 침해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119조 1항인 경제 자유가 원칙이고 119조 2항인 경제 민주화는 아주 제한된 국면에서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경제 민주화를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뉘앙스까지 보여주고 있다.

검토해야 할 수 많은 논점이 있을 수 있지만 몇 가지만 추려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우선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우리헌법이 순수한 ‘자유 시장 경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주의적 통제경제는 더욱 아닌, 그 사이의 다양한 혼합경제의 하나로서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보장을 근간으로 하여 독과점의 폐해를 막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하여 국가의 경제 간섭을 요구하는 경제 질서다.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는 경제재의 생산과 분배가 자유경쟁원칙 하에서 행해지며,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한도 내에서 국가의 경제 관여가 정당화되는 경제 질서를 말한다.

우리 헌법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의 판시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때문에 2000년대에 신자유주의 물결이 거세진 분위기에 편승해 전경련이나 보수 쪽에서는 119조 2항 경제 민주화 조항을 삭제하자는 개헌을 주장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번 세미나에서도 또 다시 119조 2항을 폐지하자고 주장한 것이 아닌가. 따라서 우리 헌법이 자유 시장 경제 질서에 충실하고 있다는 주장은 부합하지 않는다.

폭넓게 적용되는 경제 민주화 조항, 예외규정 아니야

둘째로, 따라서 헌법 119조 1항(개인과 기업 활동의 자유)을 ‘원칙’으로  119조 2항(경제 민주화를 위한 국가개입)은 ‘예외’로 단순 구분하는 방식도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경제 민주화 조항만 보더라도 ① 국가의 적정한 소득 재분배 역할, ②독점에 의한 시장실패에 국가 개입, ③경제 주체들(자본과 노동 등) 사이의 세력 불균형에 국가 개입 등으로 폭넓게 규정되어 있다. 더 나아가 헌법 경제 분야에서 119조 이외에 120조~127조까지 국토자원과 농지 등에 대한 사적 소유 제한과 중소기업 보호 의무, 대외무역 규제 등까지를 포함하여 고려한다면 경제 민주화가 ‘예외’ 조항이라는 근거는 희박하다.

“우리나라 헌법상의 경제 질서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모순과 폐해를 시정하기 위하여 국가가 경제활동에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점에서는 독일이나 미국의 경제 질서와 마찬가지이지만, 사회 정책적 고려를 위한 규제에 있어서는 독일보다 훨씬 약하고, 산업간 ? 지역간 균형 있는 발전과 경제 주체간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려고 하는 경제 정책적인 고려를 위한 규제에 있어서는 미국이나 독일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한 대목도 맥락을 같이한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전경련이나 대기업들이 119조 1항을 들어 경제 자유를 강조하고 진보세력은 2항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들어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기본인데, 일부에서는 경제 민주화 주장이 마치 국가 개입을 부정하고 시장주의(자유주의)에 편승하고 있다고 비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이후 경제 민주화운동은 기본적으로 헌법 119조 2항을 대의명분으로 내걸고 있고 그 핵심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를 위한 국가의 개입이다. 균형 있는 국민경제는 소득 재분배, 독과점 방지, 그리고 경제주체들 사이의 조화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재산권은 수많은 기본권 중 일부일 뿐

셋째로, 사적 재산권과 기업 활동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37조)는 조항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보수 세력은 유독 강조한다.

헌법 37조항은 사실 재산권뿐만 아니라 국민의 모든 기본권을 제한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을 밝힌 항목이다. 말하자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31조), 근로의 권리(32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34조) 등도 동일하게 37조의 적용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 기본권들은 현실에서 서로 충돌하기도 하며 따라서 재산권만을 유독 강조할 수는 없다. 특히 재산권은 자연권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고, 각 개인이 소유한 자치권의 하위 범주 차원에서 인민과 인민의 대표들이 사적 소유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지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적 재산권의 제한 범위는 37조가 아니라 액면 그대로 23조 1,2,3항 규정을 해석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사적 재산권을 기본권으로 보호하되 공공복리에 따라야 한다면서 재산권을 상대화시키고 있고, 동시에 ‘공공의 필요에 따라’ 사적 재산에 대해 국가가 보상을 전제로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그 누구도 “정당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생명, 자유, 재산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미국 수정헌법 5조 보다도 훨씬 강력한 제한 규정이다.

 

3.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 경제 민주화

한 국가의 사회질서는 당대의 역사적 필요나 사회적 요구, 그리고 사회 세력 사이의 힘의 관계를 헌법에 투영시킨다. 따라서 사적 재산권의 보호나 기업 활동의 자유, 그리고 국민경제의 균형을 위한 국가의 역할 등은 우리사회의 역사적 발전경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이번에는 1945년 해방이후 제헌헌법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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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1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위기의 뿌리 유로화,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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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유럽위기, 다시 한 번 ‘신자유주의 종언’을 알리다
2. 가까이 다가온 붕괴 시나리오
3. 유로 경제 공동체의 탄생에서 시작된 유로화 역사
4.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로 촉진된 유럽환율조정
5. 독일 통일로 유로 통화동맹 성사
6. 영국이 유로동맹에서 빠진 이유


 

[본 문]

2010년부터 각종 수습대책에도 불구하고 악화되어 온 유럽위기는 2012년 6월에 가장 중요한 시련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좀 더 종합적으로 유럽위기를 조망해보고 이후 세계경제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점검해 보는 기획으로 [유로 2012]를 마련했다. 지금 유럽에서 한창인 축구 경기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유로화의 향방이 2012년에 분기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을 담고 있다. - 편집자 주

 

1. 유럽위기, 다시 한 번 ‘신자유주의 종언’을 알리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월 12일 프랑스 르 피가로(Le Figaro)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최근 경제와 금융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들이 유럽위기의 심각성과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에 대해 가감 없는 의견을 언론에 쏟아내고 있다. 온갖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일관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그 분석과 진단들이 매우 심각하다. 학계에서 던지는 화두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은 발언들이 줄을 잇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반기 우리 모습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현재로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어렵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 25일 한 발언이다. 하반기 우리경제 전망이 불가능할 정도로 당면한 유럽위기의 파장이 엄청날 것을 예견한 대목이다.

금융정책을 책임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열흘 뒤인 지난 6월 4일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번질 경우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6월 8일에는 “2008년 리만 사태에 비하면 이번 위기는 여러 면에서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유럽위기는 수습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고, 위기는 세계적으로 확산 될 것인데, 그 강도가 2008년 리만사태를 넘어 1929년 대공황에 준하는 심각한 국면을 초래케 할 것이라는 공포의 예언이다. 곧 이어 6월 10일 금융 감독을 책임진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세계경제 인식이 김석동 위원장과 다르지 않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6월 12일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다.

한마디로 한국의 경제와 금융 정책 책임자들이 현재 시점에서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닥터 둠(비관적 경제 전망론자)들이 되고 있는 셈인데, 이후 긴 안목의 전망은 비장하기조차 하다.

권혁세 원장은 “유럽 위기가 여러 국가의 정치 문제까지 겹쳐 더 나빠진 만큼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장시간이 걸린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긴축과 둔화가 굉장히 오래 이어질 것이므로 지금부터 우리도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사연이 우려한 대로 “장기 침체(Long Recession)” 전망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새사연은 최근 출간한 『리셋 코리아』에서 “선진국 전체가 일본형 장기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학자들이 대공황과 비교하기 위해 ‘대침체(Great Recession)’라고 이름 불렀던 2008년 금융위기는 이제 ‘장기침체(Long Recession)’로 전환하고 있다.” 고 전망한 바 있다.

이어 김석동 위원장은 “끊임없이 위기를 불러오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온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하고 이제 소비자와 투자자에 대한 보호, 사회적 책임 등이 강조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자유주의적 이명박 정부의 금융 책임자도 유럽위기로 인해 ‘신자유주의가 종언’되었음을 공인한 것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에서 쏟아져 나왔던 신자유주의 종언에 이은 두 번째 사망선고다.

 

2. 가까이 다가온 붕괴 시나리오

그런데 사실 유럽위기는 2010년부터 계속 진행되어 오던 것이 아니었나. 매번 극히 위험할 것 같았던 고비들이 구제 금융이나 각종 수습책에 의해 ‘그럭저럭’ 넘어가지 않았나.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더 큰 위험이 누적되었을지 모르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럴지 모른다는 관성이 생긴 터였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들의 발언을 보면 이번에는 쉽게 넘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는 어느 정도 심각한 국면일까?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Paul Krugman)의 비관적 전망을 하나만 예로 들면서 일단 직관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해보자. 크루그만은 6월 안에 그리스의 유로 탈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5월 13일, 유로 붕괴의 4단계 시나리오를 묵시록처럼 던지기도 했다. (표 1 참조)

그는 “정치적 동맹 없는 통화동맹이라는 결함이 있는 거대한 실험이 어떻게 균열되어갈 것인지를 보는 것이 갑자기 쉬워졌다. 우리는 장기적 전망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은 연간 단위가 아니라 월간 단위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상황의 긴박성을 전하고 있다. 최근 위기가 그럭저럭 넘기기에 결코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유로 경제 공동체의 탄생에서 시작된 유로화 역사

그렇다면 이제 유럽위기를 진단하고 전망을 하는 것도 종합적인 시야와 역사적 흐름을 가지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맥락에서 유로라고 하는 통화동맹(Monetary Union)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략 3번의 계기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첫 번째 계기는 1958년 유럽 경제 공동체의 탄생이고, 두 번째 계기는 1971년 미국 달러의 금태환 정지와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이며, 마지막 계기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의 통일이라고 하는 너무나 잘 알려진 역사적 계기다. 1945년 2차 대전 종전 이후 1999년 1월 유로화 출범에 이르기까지 55년 역사에 대해 이 분야의 전문가인 베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의 저서 『달러제국의 몰락(Exorbitant Privilege)』에서 밝혀놓은 바를 참조하며 살펴보자.

1945년 이후 유럽에서 일어난 중대 사건과 변화는 거의 모두 전쟁의 상흔에서 시작되었다. 경제동맹과 통화동맹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켄그린은 이렇게 묘사한다. “20세기 유럽사의 중심적인 사건인 2차 대전은 통화체제의 변화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통화동맹으로 이어진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전쟁에서 겪었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았다. 그들은 유럽의 통합이 또 다른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50년대에 독일의 경제력의 회복되면서 독일을 유럽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결국 전쟁방지와 평화라는 유럽인들과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 동기가 경제 동맹과 통화동맹을 서두르는 데에도 중대한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즉, 순수하게 경제논리의 자연스런 귀결로만 유럽의 통화동맹과 유로화 탄생을 해석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종전 후 가장 먼저 형성된 공동체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이다. 이 역시 독일의 재무장을 억제하려는 프랑스와 전후 상실된 국제적 영향력을 제고하려는 독일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여기에 유럽공동시장의 창출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 이탈리아와 베네룩스 3국이 가세하면서 1951년 파리조약에 따라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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