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3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는 지구촌이 대선의 계절인 것 같다. 특히 한반도 이해관계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많이 선거를 치른다. 지난해 12월, 북한 지도자의 사망으로 지도부 교체가 시작되더니 올해 1월에 대만 총통선거가 있었고 3월에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11월 6일에는 미국 대선이 있고, 11월 8일부터 중국 18차 당대회가 열린다. 11월에 이른바 G2 국가의 지도자를 다시 확정하는 행사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월 19일 우리 대통령 선거가 있다. 2013년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경제적 지형이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하거나 곡절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렇게 상당한 환경변화가 예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새로운 정책 비전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어 유감스럽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4대 성장론 안에 ‘평화적 성장’이라는 화두를 넣어 놓고 있고, 안철수 후보도 ‘복지, 정의, 평화’라는 가치를 자신의 비전으로 제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있다. 이 와중에 기껏 논쟁으로 부각되고 있는 한반도 이슈가 북방한계선(NLL) 관련 ‘선거용 북풍’이라는 것이 한심스럽다.

지난 10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새 천년을 열면서 6.15공동선언이 발표되고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크게 신장한 것도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아시아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확립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일단 남북한이 그러하다. 10년 전만 해도 절반이 안 되던 북한의 대중무역 의존도는 2010년 처음으로 80%를 넘어섰고 작년에는 무려 89.1%를 기록했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숫자다. 남쪽도 예외가 아니다. 10년 전까지는 수출의존도가 10%정도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홍콩을 포함하여 30%가 중국수출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지금 한국경제 성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경제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 전체도 마찬가지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 유로 통화권처럼,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공식적인 경제 공동체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역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한국의 경우도 중국 수출 30%에 아세안 수출 15%이상 등을 합치면 절반의 수출은 동아시아에서 소화된다. 또한 이미 3조 달러가 넘어선 중국 외환보유고와 일본의 1조 달러, 그리고 우리의 3천억 달러 외환 보유고 등 5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도 동아시아에 있다. 사실상의 위력적인 자연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협력과 통일을 향한 길은 이제 미국 이상으로 중국과의 관계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립적인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로의 발전은 이제 점점 더 비현설적 전망이 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의 형성과, 남북 경제 공동체의 형성이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경제 협력과 중국을 핵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 협력이 상호 보완적으로 동시에 추진될 때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실행 전략들이 도출 될 것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남북경제 협력 구상이나 동아시아 협력 구상을 다시 재검토해서 새로운 구상과 전략 틀을 짜야 함을 암시해준다. 그러나 아직 대선 후보들이나 정당들에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전략 틀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최근 유로 통합과 위기는, 21세기의 국가 간 공동체 형성과 연방 구성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상당히 다양한 시사를 던져준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짚어보자. 첫 번째는 민주주의 문제다. 각 국가 사이에 경제, 정치, 사회적 통합과정을 밟아가면서 얼마나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인가와 함께, 각 국가의 시민들이 유럽의회나 유럽 집행위원회와 같은 통합된 대의기구를 통해 민주적 의사를 수렴하는가 하는 문제다. 특히 독일 시민과 프랑스 시민, 그리고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를 어떻게 유럽연합 차원으로 수렴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유럽위기 상황에서 그리스나 스페인 등 남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고 독일과 프랑스의 영향권 아래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나 유럽 중앙은행이 일방적으로 남유럽 시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유럽에서는 재정적자가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유럽 통합이 아니라 각 국가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유럽 통화동맹의 해체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안목으로 세계화를 접근해온 선두주자이자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인 대니 로드릭(Dani Rodrick)은 유로 존이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의 트릴레마’로 분석하고 세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다양한 시사를 주는 내용인데 그의 주장을 조금 길게 인용해보면 이렇다.

“미국의 사례가 말해주는 것에 따르면,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그리고 다른 미국의 주정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통합을 하면서 민주주의를 살려내려면 (미국 연방정부처럼) 대표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초국가적 정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화가 각 국가의 국내적 정책을 우선 시행하는 권한을 제한하면서도 그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 민주적 공간을 확장해주지 않을 때, 민주주의와 세계화 사이의 갈등은 심화된다. 스페인과 그리스에서의 정치적 불안정이 말해주듯이 유럽에서는 이미 이런 한계를 넘어서 잘못 접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정치적 트릴레마가 착목하려는 지점이다. 우리는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가 주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없다. 우리는 셋 중에 두 개를 선택해야 한다.

유럽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정치적 동맹이냐 경제통합 해체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이 명시적으로 경제 주권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자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주권을 사용하든지 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주권을 유로 차원으로 위임한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민족국가 수준을 넘어선 유로 차원의 민주적 공간을 구축하는 것을 수반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각 국가들이 통화와 재정 정책을 펴도록 하기 위해 유로 통화 동맹을 포기하는 것이다.”(대니 로드릭, “주권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Sovereignty”, 2012.10.8)

우리의 경우라고 예외가 될까? 남북한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는 남과 북의 각 정치 지도자들이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고 민주적 의지를 수렴해서 협력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직 남남 갈등을 조성하는 유치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모습이지만 향후에 통일기구와 같은 것이 만들어지게 되면, 그런 기구가 남과 북의 민주적 의사를 어떻게 공평하게 반영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될 것임을 지금 유럽의 경험에서 읽을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국가 사이의 공동체 형성에는 민주주의와 주권의 문제가 민감하게 다가온다.

두 번째로 신자유주의와 경제 공동체에 대한 문제다.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라 오직 시장의 원리와 수익의 원리만을 가지고 사회를 조직하고 경제 공동체를 조직하려는 것이 신자유주의다. 이미 체결된 한.미 FTA, 그리고 추진 중인 한.중 FTA가 전형적으로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른 경제 협력 모델이다. 그런데 사실 유로 통화동맹 형성도 이런 맥락의 산물이었다. 물론 지금의 유로 통합 구상은 2차 대전 직후부터 시작된 오래된 것이었다. 그 동안 유럽의 경제 공동체나 통화협력, 그리고 정치 군사적 차원에서의 다양한 실험들을 축적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동구 사회주의 붕괴 이후 추진된 유로 통화동맹 형성 자체는 철저히 신자유주의적 발상의 산물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통화체제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인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은 유로 통화동맹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 1980년대 이래 약화되어온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유럽은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유럽연합을 결성하기로 하고 1999년 통화동맹을 만들면서 유로화 체제를 출범한다. 그 결과 현재 27개국이 유럽 연합에, 17개국이 유로 통화동맹에 가입했다.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시도는 정치적으로는 ‘유럽 연방주의’ 이상을 실현하여 전쟁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자유 시장’을 통해 경제를 도약시키려는 의도가 컸다.

그러나 규제 없는 자유시장과 시장의 자기조절 메커니즘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서 붕괴된 것처럼, 상품과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의해 유로 회원국가들 사이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고 하나의 통화로 경제권을 묶으려던 유럽식 자유 시장 실험도 기본적으로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유럽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모두에 있어서, 시장의 효율 논리만을 앞세운 접근법에서 기본적으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새사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한.미 FTA나 한.중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적이고 구시대적 통상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리고 “공공경제와 사회경제에서의 교류도 함께 일어나야 한다. 각국의 공공성과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국가 간의 소득격차, 기술격차, 문화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사연, 『리셋 코리아』, 350쪽)

남과 북의 민의를 잘 수렴하는 협력과정, 그리고 시장 논리보다는 양자의 공익적 논리를 존중하는 협력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너무 상식적일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서 각 국가가 민주적 절차를 밟아서 동아시아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럽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실제 과정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이런 원칙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유럽 통합의 위기를 여러 모로 살펴서 교훈을 얻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글은 통일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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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선이 두 달 안쪽으로 진입하면서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조금씩 구체성을 띠고 논쟁이 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래 성장전략이다. 지금 시점에서 성장전략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5년 전 17대 대선에서 성장 지상주의 구호였던 ‘747 공약’과는 차원이 다른 성장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화려한 고속성장 구호가 아니라 당면한 불황의 늪에서 탈출해 심각한 고용문제를 풀어내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 “일부 학자들은 경제위기의 위중함을 '대불황(Great Recession)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위기가 언제 종료될 것인지 아직 막연할 뿐 아니라 위기 종료의 조건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은행 총재조차도 장기침체를 인정할 만큼 차기 정권은 불황의 터널을 견딜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가장 늦게 성장론을 피력한 박근혜 후보는 ‘창조경제론’, ‘스마트 뉴딜’이라고 작명한 자신의 성장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 뉴딜은 과학기술과 IT라는 비타민을 통해 시들어 가는 여러 산업에 생기를 다시 불어넣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을 농어업에 적용해 고부가가치 농어업을 만들고, 제조업에 활용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업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스마트·정보통신·융합·고부가가치·경쟁력 등의 단어들이 반복되면서 엮어진다. 좋은 말이다. 그리고 첨단 분야에서 기업을 하려면 매일처럼 들어야 하는 단어들이고, 기업경영을 위해 꼭 필요한 개념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가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기업경영의 시야에서 잡히고 있는 이런 개념들을 ‘산업정책’을 세울 때는 모르겠지만, 국가경영전략을 세울 때도 필요하고 의미 있을까. 최근까지는 대다수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모든 조직을 기업처럼 운영하라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자본주의 최대 위기라고 하는 대불황(Great Recession)을 겪고 있는 지금도 그런가.

프랑스 지리학자 질 아르디나는 최근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국가는 기업과 달리 이윤추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의 운영은 시장의 순간적인 성과보다는 긴 역사의 흐름에 의존한다. 국가의 영토도 손실이 난다고 다 팔아치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번쯤 음미해 볼 대목이다. 덧붙여 그는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지수’ 등이 얼마나 임의적인지도 지적했다. "2007~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일랜드·아이슬란드·두바이 등은 경쟁력이 높은 국가로 소개됐지만, 이들의 국가경제는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처럼 기술경쟁력이나 첨단부문의 부가가치 창출력 등에만 의존해 국민경제 비전을 세우고 성장동력을 짜는 편협함을 버려야 할 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차기 지도자들은 여전히 여기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침체로 가는 것은 기술혁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부가가치 창출력이 약해서도 아니다. 상품의 공급이 취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수요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이 발명되고 시판되면 뭐 하나. 살 돈이 없는데. 그래서 경제가 위기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기술 지상주의가 심각하긴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공유가치성장론’도 일정하게 기업 경영학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혁신 기반 경제론’도 기술혁신을 축으로 성장전략을 고민한다는 차원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조금 더 박하게 평가하자면 이런 논리들은 모두 신자유주의와 아무런 불편 없이 잘 어울리던 개념들이었다.

그런데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좀 다른 화두를 던졌다. 박 시장은 “사회혁신이야말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라며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국가와 시장·사회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사회 공동체 역할의 강화, 협동조합의 활성화 등에서 차기 10년의 혁신을 발견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성오 연구위원은 한 기고에서 다음과 같은 기대를 표시했다.

“두레와 계·향약을 통해 전통사회에서 다져진 한국인들의 협동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여기에 한국 사람들의 진취적인 역동성이 더해진다면, 단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 강국으로 우뚝 선 경험이 협동조합에서도 반복될 것이다.” 필자도 그의 기대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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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1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테마북] 세 대선 후보의 주요정책을 새사연이 평가한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여는 글]
 

진정 ‘시대를 바꾸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앞으로 한국의 5년을 결정지을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불과 7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두들 이번 선거는 ‘5년이라는 시간의 주기에 따라 찾아온 또 한 번의 선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100년 만에 한번 터질법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세계 경제지형에서 큰 변화가 초래되고 있고, 극점에까지 다다른 우리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으로 국민들의 생각과 마음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복지가 시대의 화두가 되고, 성장을 대신해서 경제 민주화가 시대정신이 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시대를 바꾸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다른 이유입니다. 새사연은 일찍이 올해 초 18대 대선 후보들에게 제시한 종합 개혁비전 『리셋 코리아』를 출간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민들이 2012년 양대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두 민주정부 때처럼 대통령과 청와대 일부 바뀌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재벌 - 관료 - 보수언론의 3각 동맹에 휘말려 새로운 체제의 화두인 최소한의 보편적 복지국가도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3중, 4중의 위기가 중첩되는 거대한 전환을 맞고 있으며, 양대 선거는 새로운 사회 경제체제를 선택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정권 교체는 물론이며 이를 통해 시대교체를 이루어야 한다.”

“2011년 아랍에서 시작해서 월가 점령시위로 터져 나온 민주들의 숨 가쁜 목소리도 시대교체, 즉 신자유주의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선택하고 수립해 나가는 일은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를 동반할 때 가능하다. 단순히 새누리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아닌, 시장국가에서 복지국가로, 여의도 정치에서 시민정치로 넘어가는 시대교체가 되어야 한다.”

과연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세 유력 후보들은 모두가 시대의 변화를 만들겠다고 공약하고 있는 중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우리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기는 침체되고, 분열과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과 소득격차 심화라는 거대한 폭풍이 덮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지금 우리는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고,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합니다. 국민들의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 시스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 계층 간의 이동이 차단된 사회시스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구조, 지식산업시대에 역행하는 옛날 방식의 의사결정구조, 이와 같은 것들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습니다.”고 역설했습니다.

한결같이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단지 5년간의 국정책임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떠 맡을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새사연은 침착하게 일찍부터 그들의 공약과 주장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추동할 만한 비전과 내용, 실행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아직은 불행하게도 평가를 하기 민망할 정도로 발표된 내용이 부족하거나 부실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추상적인 구호에 그친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평가할 자료가 부족한 부분이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가능한 부분들을 선별해서 평가해보았습니다. 1) 총론적인 시대정신, 2) 경제 민주화, 3) 노동개혁, 4) 조세개혁, 5) 복지공약, 6) 보육공약, 그리고 7) 부동산 공약 등 7개를 선별해보았습니다.

총괄적인 결론은 기대에 미치지 않았지만, 9월까지 발표된 내용을 기준으로 평가해보았기 때문에 아직 발표되지 않은 내용들이 있을 겁니다. 또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에 세부적이고 의미 있는 공약 내용들이 추가로 나올 것을 기대합니다. 그 만큼 18대 대선은 우리역사와 우리 국민에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사연은 10월, 11월 계속하여 대선 후보들이 발표하는 공약 분석과 평가를 계속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정책연구원으로서 새사연이 18대 대선에 성실하게 기여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 10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김병권

 

[목 차]

◆ 여는 글 4

◆ 국민이 부여한 ‘시대의 숙제’는 무엇인가.(김병권)

◆ 경제 민주화 공약에 ‘A학점’을 줄 수 없는 이유(김병권)

◆ 양질의 일자리 정책으로 노동시장정책 전환해야 (김수현)

◆ 부자와 재벌에게 증세를, 국민에게 복지를 (여경훈)

◆ 미완의 보육정책, 의지에 달렸다. (최정은)

◆ 복지국가, 강력한 의지로 논의 시작해야 (이은경)

◆ 부동산정책 방향전환, 풀지 못한 각론 (진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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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누리당의 박근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그리고 국민 지지를 기반으로 안철수 원장이 차례로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12월19일 치러질 18대 대통령선거 주요 후보들이 확정됐다.

대선 이전부터 그랬지만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쟁점이 되는 영역은 여전히 경제개혁 부분이다. 지금 경제개혁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로 집중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독식해 불평등을 조장하는 재벌에 대한 개혁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적 정의를 실현하자는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추진해야 할 경제개혁은 대단히 광범위한 것이며 근본적인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자본주의의 대세로 간주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온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누적시켜온 뿌리 깊은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멈춰 세워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 차원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과제는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한 고용차별과 불안정성 △금융 자유와 개방으로 인한 투기와 신용거품 △주주자본주의 경영으로 인한 단기수익 추구를 규제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는 특히 노동권 보호(노동 민주화), 금융의 규제강화(금융 민주화)와 함께 주주자본주의를 폐기하고 기업과 산업에서 더 폭넓은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혁을 위해 국가가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특히 금산분리를 넘어서 금융시장 규제와 자본 유출입에 대한 일정한 규제는 중요하다. 신자유주의 위기가 금융위기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토는 대선에서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위기가 전혀 해소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본시장은 여전히 위기에 취약하지만 과도한 자본 유출입 변동에 대한 경계는 없다. 1천조원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라며 불안해 하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한 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 논의도 없다.

재벌이 은행과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은행은 모두 재벌로부터 독립돼 있지만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가계부채의 주범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금융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재벌이라기보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선 후보들이 최근 좀 더 실험적으로 제시하는 경제개혁 비전들도 신자유주의 극복이라는 큰 틀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문재인 후보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공유가치 성장론'을 제시한 바가 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제안하는 공유가치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연장선에서 산업 생태계의 발전 속에서 기업의 이익을 찾는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경영학 개념이기는 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신자유주의 틀 안에서 제시된 개념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으며, 부분적 수용은 가능하지만 대선의 핵심전략이 될 정도는 아니다.

출마선언 후 제일 먼저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혁신 기반 경제론’도 유사하다. 그는 “현재 정치권 화두가 경제민주화와 복지인데, 거기에 혁신경제가 연결돼야 두 바퀴의 자전거처럼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면서 전통 제조업 틀을 벗어난 지식기반 혁신경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벤처적 혁신의 개념만으로 우리경제의 양극화를 해결하고 불평등을 완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정권시절에도 적지 않게 벤처기업 육성과 혁신형 중소기업을 강조했지만 양극화 해소나 불평등 완화에 기대한 것만큼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경제질서를 대체할 개념으로는 너무 약하다.

안철수 후보는 이런 언급도 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통해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되면 마음 놓고 도전해 창업할 수 있고 성공확률도 높아지고 일자리 창출도 많이 된다”면서 “그런 자유로운 환경에서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맞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혁신경제 자체가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혁신을 위한 토양을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다. 차라리 혁신을 위해서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는 효율과 경쟁만을 유일 가치로 내세운 신자유주의에 대해 공히 비판적이다. 그러나 아직 제시한 정책 구도는 신자유주의에 맞설 만큼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더욱 과감한 정책 진화를 기대해 본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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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9 / 2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2 대선 주요 후보별 시대인식 비교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편집자 주 > 새사연은 이번 대선이 수개월 전인 4.11 총선처럼 상호 비난과 폭로전을 반복하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정책대결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나라의 운명과 방향을 결정할 대선 국면인 만큼 폭넓은 시야와 방향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갈 비전이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제시되길 바란다. 아직은 정책과 공약이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못한 단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의 저서와 발언을 중심으로 정책 맥락을 짚어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정책선거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요 약]

결국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보수이든 진보이든 그렇다. 국민들은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온 몸으로 느끼며 가장 정확히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의 요구는 무엇인가? 전세계 인류를 경제위기로 몰아넣은 신자유주의를 종식시키고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대선 후보들은 이를 얼마나 인식하고 반영하고 있을까?

박근혜 후보는 99% 저항의 시대에 100% 국민행복론을 들고 나오면서 신자유주의 속에서 부를 독차지한 1%를 숨기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시대교체를 외치는 가장 적극적 후보이지만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그 방향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낡은체제를 청산하고 미래가치를 대변하는 후보이지만 역시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차별화되지 않고 있으며 실질적인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본 문 ]

새사연의 제안, ‘정권 교체’에서 ‘시대교체’로!

“시민들이 2012년 양대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두 민주정부 때처럼 대통령과 청와대 일부 바뀌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재벌 - 관료 - 보수언론의 3각 동맹에 휘말려 새로운 체제의 화두인 최소한의 보편적 복지국가도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3중, 4중의 위기가 중첩되는 거대한 전환을 맞고 있으며, 양대 선거는 새로운 사회 경제체제를 선택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정권 교체는 물론이며 이를 통해 시대교체를 이루어야 한다.”

“2011년 아랍에서 시작해서 월가 점령시위로 터져 나온 민주들의 숨 가쁜 목소리도 시대교체, 즉 신자유주의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선택하고 수립해 나가는 일은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를 동반할 때 가능하다. 단순히 새누리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아닌, 시장국가에서 복지국가로, 여의도 정치에서 시민정치로 넘어가는 시대교체가 되어야 한다.”

위의 인용문은 올해 5월 출간된 새사연의 정책대안 종합판 『리셋 코리아』의 내용 중 일부이다. 새사연은 최초로 대선에서 ‘시대교체’의 화두를 던졌었다. 시대교체로서의 대선이란 5년 전의 민주정부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노무현 정부, 김대중 정부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주정부 10년에 더해 이명박 정부 5년 전체에 걸쳐 한국경제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투기와 양극화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민주정부 10년을 경험했던 것은 우리 사회의 비극으로 남았다. 민주정부는 사회복지를 늘려서 양극화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적극 수용한 신자유주의 그 자체가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위험한 경제 질서라는 인식은 하지 못했다. 결국 시대의 변화를 이끌지 못한 민주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자’가 되어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신자유주의와 친기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 질서의 근본적 위기를 알린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했다. 불가피하게 재정을 확대하여 경기부양을 하고 얼마간의 외환 거시건전성 규제 방안을 내놓는 등 국가를 동원해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신자유주의 정부가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 정부들은 철저하게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역진해서 정책과 공약을 제시했고 결국은 국민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2012년 18대 대선에 참여하는 후보들은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을까? 시대의 변화를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주요 후보들의 글과 발언에 기반하여 짚어보도록 하자.


박근혜 후보의 시대인식, 국가발전에서 국민행복으로

지금 70억 지구 인류 전체에게 4년 이상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파국과 자본주의의 위기 현장을 외면하기란 아무리 보수 우익이라도 해도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신자유주의와 시장 지상주의의 비판자라는 얼굴로 행세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기는 침체되고, 분열과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과 소득격차 심화라는 거대한 폭풍이 덮치고 있습니다. (중략) 이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꿔야 합니다. (중략) 저는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출마 선언문 중 일부이다. 그 내용을 보면 ‘자본주의 위기 → 소득격차 심화 → 국민 생활과 삶의 위기에 대처 → 경제 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라는 논리 전개이다. 완벽히 진보개혁 진영의 언어와 논리구조를 차용해 왔다.

정작 자신이 그 동안 주장해왔던 줄푸세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당연히 반성도 없다. 오히려 줄푸세가 경제민주화와 같은 맥락이라 오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근혜 후보의 시대인식은 몰역사적이다.

이 뿐 아니다. 그의 대표적 선거공약인 ‘100%국민 행복론’은 더욱 몰역사적인 주장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부를 독식하는 1%에 저항하는 99%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 마당에 100% 국민이라니, 왜일까? 정말 더 완벽한 국민행복을 강조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100% 속에 1%를 슬쩍 합쳐버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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