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운/ 새사연 이사 



세계경제를 뒤흔든 위기의 원인은 취약계층에서 시작되었다


런던정경대학 교수 코스타스 라퍄비챠스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를 이상하고 낯선 위기라고 했다. 라파비챠스에 따르면, 금융 역사에서 서민들의 빚 때문에 한 나라가 위기에 휩싸이고 그것이 글로벌 경제까지 뒤 흔든 사례는 없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당시 미국의 위기는 서브프라임 즉 가난하고 직업 없는 히스패닉들과 백인 노동자 계급이 상환능력 없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집을 사고 몇 년 후에 곧바로 변동이자 때문에 감당 할 수 없이 불어난 이자와 원리금으로 인해 채무불이행을 비켜갈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대출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고 급기야 미국 경제 전체를 위기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미국의 금융자산과 실물경제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직접적 계기는 저소득층의 채무불이행이다. 규모로 봐도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저소득층의 부채는 얼마 되지 않았다. 문제의 원인은 이를 근거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와 증권화 때문에 부채 상환능력이 있었던 자산까지 위기가 전염된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수준에서 부채상환 여력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밀접하게 연관된 (자산 유동화와 증권화가 만들어 놓은) 금융혁신의 고리 때문에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는 한 계층의 문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앞선 글에서 금융 자산 대비 금융 부채 규모가 45% 정도여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국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무디스 신용평가 회사의 진단을 인용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서처럼 촘촘하게 연계된 현대 금융 네트워크의 특징 때문에 위기는 적은 규모에서 발생한 채무불이행이 국민경제 전체를 잡아먹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정부는 2016년 4월 총선과 여름 종합 대책, 그해 11월 종합대책 보완책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총량 증가 관리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 중 특히 주목 할 내용은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가계의 소득 수준과 총부채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대출, 책임질 수 없는 대출을 막아 총량 증가를 억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 가계부채 사태는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접근은 전형적인 총량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총량 수준에서 한국의 가계부채는 아직 임박한 파국의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온 조치라고 보인다.


그러나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생계와 관련된 대출수요 증가다. 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빚이라도 내어야하기 때문에 증가하는 가계대출 부분이 문제를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하면 저소득층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찾아 갈 곳은 결국 고금리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제2금융권 신용대출, 그리고 캐피탈과 대부업체가 그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6년 가계대출 증가 요인은 무엇보다 생계 자금과 주택 임대차 대출이 특징이다. 2015년 1월~8월 동안 생계자금용 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에서 24.5%, 주택임대차용 대출은 6%에 그쳤다. 그러나 2016년 1월~8월 생계자금용 대출은 27.1%, 주택임대차용 대출은 13% 올랐다. 이는 더 이상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지금까지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60%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말이다(예금취급기관 기준).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출금상환 목적의 대출이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 해 1월~8월 25%였으나 올해 1월~8월에는 10%로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이는 생활자금과 주택임대차 비용에 급하여 그나마 빌려서 갚았던 것도 불가능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NICE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신용등급 4등급 이하 금융소비자는 964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은행권 대출은 고신용자에 집중되었다. 금융소비자 1,498만 명 중 1~3등급은 534만 명, 4~7등급은 698만 명, 8~10등급은 266만 명이다. 또한 은행권 1~3등급 대출비중은 2012년 말 69%에서 2015년 말 79%로 크게 증가하였다. 2016년 이후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는 주로 저신용 금융 소비자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1분기부터 2016년 1분기까지 가계대출 총량 증가는 주로 은행권 대출 증가에서 비롯된다. 이 기간 동안 비은행 대출은 증가세가 크지 않고 또한 총량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6년 1분기 이후 총량 증가는 비은행 대출의 증가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위에서 은행권 대출심사 엄격화에 따라 생활자금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결국 문제는 총량 증가를 관리하는데 있지 않고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소득 계층과 직업군 또는 연령층에 대한 선제적인 공적 채무조정이다. 이들의 위험이 단순히 우려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 될 경우 우리나라에 2008년 미국의 파국이 재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벌어진 파국에 대응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왜 그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다. 더 나아가 그들이 금융혁신을 통해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위기가 터지고 이를 어떻게 수습하고자 했으며 또 하였는지에 대해서이다. 미국의 경우, 재무부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부실 모기지 증권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주택시장 지원 정책으로 압류위기에 처한 가구가 채무불이행으로 압류에 처하지 않도록 지원하였다. 지금도 해당 정책을 개선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적 채무조정 실적이 부진하다. 공적 채무조정이란 ‘부실채권을 채권자의 입장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입장에서 접근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갱생과 회복을 통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을 의미한다. 이것이 다음 칼럼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 본 칼럼은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을까?> 연재 칼럼입니다.


1.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을까? ①

2.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을까? ② : 가계부채 총량 증가 관리 대책, 문제 원인은?


원문 바로가기: http://saesayon.org/2017/03/29/20533/




발행일: 2017.03.29

발행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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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시 무디스인가?

출처 http://www.ibtimes.co.kr/article/news/20090209/5693797.htm

지난 14일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다는 소식에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최고치인 1735.33까지 뛰어올랐고, 원화 가치도 2008년 9월 이후 최고로 올랐다. 무디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한국이 세계 위기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를 잘 억제하면서도 다른 나라와 차별적인 경제 회복력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무디스를 비롯한 이른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과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무디스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때 ‘금융 연금술’이란 말을 낳을 정도로 경이로운 금융 기법으로 평가 받던 ‘증권화(securitization)’(또는 자산유동화)의 과정에서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은 컸다. 나중에야 밝혀진 일이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유동화 증권에 높은 신용 등급을 매겨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도록 한 것이 바로 이들 신용평가사들이기 때문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중심에는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몇몇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거대 투자은행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산유동화를 위해 앞다퉈 특수목적회사를 세우고 MBS(주택담보증권), CDO(부채담보증권)라는 이름의 금융 파생상품들을 만들어냈다. 복잡한 수학과 물리학 수식 안에 가려지긴 했지만 이들 증권 안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숨어 있었다. 훗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금융 빅뱅의 뇌관이었던 셈이다.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러한 파생상품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고 그 덕에 높은 수익률에 눈이 먼 헤지펀드들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여와 기꺼이 투자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한때 무디스 이사를 지냈던 제롬 폰스는 지난해 3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금융위기가 이미 정점을 넘어선 시점에서도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에 대해 최고 등급인 AA 등급을 유지했으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도산하기 불과 1개월 전에도 A등급을 유지했다. 대규모 손실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야 했던 AIG에게는 이보다 높은 AA등급이 주어지기도 했다.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무디스는 2001년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맞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사에 대해 나흘 전까지도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친 일이 있었다. 당시 무디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들은 바로 이듬해에 역시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맞은 월드컴사를 상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미국 의회에 이들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 법안이 제출되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방법과 절차에 대한 규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더불어 신용평가 대상 기업으로부터는 어떠한 서비스 비용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G20 정상회의에서도 추상적이나마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평가 대상 기업들에게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평가의 방법과 근거도 불투명할 뿐이다.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 무디스의 이번 조치로 한국의 신용등급은 33개월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렇다면 과연 33개월 전 한국의 신용등급을 무려 10등급까지 끌어내린 신용평가사들의 조치는 정당했을까.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직전 한국의 신용등급은 무디스 A1, S&P AA-, 피치 AA-로 선진국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외환위기가 일어난 지 두 달 사이에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6등급 아래로, S&P는 10등급 아래로 끌어내렸다. 한국의 국채가 두 달 만에 ‘정크 본드(jung bond, 투자 가치가 없는 쓰레기 채권)’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외국 자본은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우리 앞에는 엄청난 빚 독촉장이 쌓여있었다. 결국 그해 12월 3일 한국은 IMF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 경제와 우리의 삶으로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파도가 밀려드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한 나라의 신용등급이 이렇듯 짧은 시간에 내려앉는 일은 적어도 당시까지만 해도 유례가 없었을 뿐 아니라, 같은 시기에 외환위기를 겪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였다는 사실이다.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내리는 신용평가의 공정성, 나아가 정치적 의도까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수많은 기업들에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국가 기관이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들일 뿐이다. 30여 년 전인 1975년 미국증권거래소가 무디스, S&P, 피치 등 3개 신용평가사를 공식 평가사로 지정한 것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의 역할과 권한은 어디까지나 미국 안에 머물렀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금융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전 세계의 기업으로, 또 국가들로 평가의 대상을 늘려갔고 그에 따라 이들의 힘도 자연스럽게 커져갔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엄청난 힘에 걸맞는 책임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먼 곳에서 우리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정작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빚이 1년 사이 32조 8000억 원이나 늘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국회 정무위 보고). 이번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그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문이 그들이 내뱉는 ‘신용 평가’ 안에 머물러야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힘겹게 지나온 오늘, 우리는 그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지난 30여 년 간 확장돼온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더불어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실효성있는 공공의 감독과 규제, 과점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경쟁 구도의 보장, 나아가 공공 신용평가기관의 설립 등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 그것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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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12.31 09:45
국가 부도 가능성 1위 베네수엘라?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1. 미국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

두바이가 국가채무나 다름없는 두바이 월드의 채무상환을 일시 중지하고, 그리스가 부채 문제로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강등되면서 국가 디폴트 사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의 언론 매체들이 베네수엘라가 디폴트 가능성 1위에 랭크되었다고 대대적인 보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프레시안>이 미국 의 보도를 인용해 베네수엘라가 향후 5년에 걸쳐 국가파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뽑혔다는 기사를 전했다.

이들 보도의 원천은 영국에 기반을 둔 CMA Datavision이란 회사에서 나온 것이다. 이 회사는 신용평가와 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선물/옵션 거래소인 CME그룹의 자회사이다. 데이터비전은 2009년 4분기 “국가 신용 위험도 평가 보고서”에서 자신들의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의 국가 파산 가능성은 57.7퍼센트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밝혔다. 2위에는 54.6퍼센트의 우크라이나, 3위에는 49.1퍼센트의 아르헨티나가 각각 랭크되었다.

데이터비전의 국가 디폴트 가능성 계산은 금융 시장에서 5년 만기 국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중간값을 누적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계산방법이 얼마나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데이터비전뿐만 아니라, S&P, 무디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이 미국 발 금융위기에서 한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위기가 폭발하기 직전까지도 빚을 갚을 능력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 제공된 모기지 대출을 근거로 만든 파생 담보부증권에 최고 등급을 부여하였었다. 또한 한국의 경우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었지만, 뚜렷한 근거도 없이 동유럽 국가보다 높은 CDS 프리미엄을 물어야 했다.

2. 객관적 근거보다는 금융시장 큰손들의 정치적 행동

여러 관련 정보를 종합해 보면 베네수엘라의 파산가능성은 객관적인 경제지표에 근거하고 있다기보다는 차베스가 진행하고 있는 국가 기간산업의 국유화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반감과 우려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최근 2개월 동안 베네수엘라의 CDS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많이 급등하였는데, 그 이유는 차베스 정부가 소규모 은행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실행한 데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11월과 12월에 8개의 은행이 폐쇄되었다고 한다(2009.12.11).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의 국유화 조치가 국내예금의 2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소규모 은행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부자들의 자금이 몰려있는 주요 은행까지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CDS 프리미엄 가격의 상승을 낳았고, 여기에 근거한 계산으로 베네수엘라가 향후 5년 내에 국가부도를 겪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 것이다.

위의 그림은 베네수엘라의 실질GDP, 소비자 물가지수의 변화율, 국민총소득에 대한 총외채 비율의 장기적 변화를 시계열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은 소비자 물가가 여전히 높긴 하지만 차베스 정권이 권력을 확립한 이후 상대적으로 크게 안정되었고, 국민총소득 대비 외채의 비율도 엄청나게 낮아졌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실질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2008년 하반기부터 이런 추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런 변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유가격의 변화이다. 베네수엘라의 GDP에서 원유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8퍼센트 이상을 유지해 왔었는데 11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상당 정도 그 여파로 인해 GDP증가율이 둔화되었고,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물가는 2008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 전년 동기에 비해 30퍼센트 가까운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이 높긴 하지만 베네수엘라 가계소득에 큰 타격을 주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적으로 임금이 물가에 연동되어 움직여 왔다.

3. 인플레이션과 성장

인플레이션 문제는 차베스 정부가 베네수엘라 방식의 사회주의 개혁을 원만하게 진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위의 그림은 1990년대 베네수엘라가 겪은 초고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통화량이 증가와 맞물려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이후 차베스 정부가 권력을 안정적으로 확립을 한 이후에도 통화량은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초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또한 1990년대의 초고인플레이션 국면과는 성격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 당시는 GDP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2000년대 초반 이후에는 높은 실질 경제성장률이 달성되면서 중고-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그의 책 『Growth with Stability』에서 성장 없는 저인플레이션보다는 성장이 있는 중고-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더 낫다고 주장한다.

스티글리츠와 그의 동료들은 남미, 동유럽, 중동의 여러 국가들의 장기적인 거시경제 지표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아래 표2의 자료들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이들은 분석을 통해 각국의 경제주체(정부, 기업, 가계)들이 저/중/고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어떤 경제적으로 어떤 경험들을 하는가를 살펴본 뒤 중위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 다른 두 상황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힌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흔히 접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악마 같은 이미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금융자본의 이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적으로 과장된 결과이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돈놀이를 하는 주체들은 인플레이션을 저주하게 되어있다. 차베스 정부가 초고인플레이션으로 물가문제가 확산되는 것만 막는다면 신용평가 기관들의 ‘바람’처럼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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