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6 / 1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미국에서 2009년에서 2010년 동안 증가한 소득 중 93%가 상위 1%의 몫이었다. 이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닥친 침체 속에서도 상위 1%는 엄청난 소득 증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양극화와 불평등은 심해졌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은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우선 빈곤층과 중산층에 속한 이들이 충분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문제라고 본다. 사람이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 기술, 사회기반시설과 같은 곳에 투자해야 성장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데,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상위층은 정부가 소득 재분배나 재정 지출을 통해 투자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비판한다.

더불어 상위층의 엄청난 소득은 그들이 사회에 기여한 대가가 아니라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라 비판한다. 독점력을 남용하거나 정부와의 유착을 통해 비리를 저지르고, 기업의 발전보다 주주의 배당을 먼저 고려하고, 약탈적 금융대출로 서민들의 돈을 탈취한 결과라 꼬집고 있다. 또한 지금의 시장경제는 정치에 의해 움직이고, 정치는 돈에 의해 움직인다고 표현하고 있다.

 

불평등의 대가

(The Price of Inequality)

 

2012년 6월 5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불린다.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 미국인들의 사례를 많이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통계수치들은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수치들은 ‘아메리칸 드림’이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 미국은 유럽보다 기회의 평등도가 낮다. 이 자료가 존재하는 선진국 중 가장 낮다.

때문에 미국은 선진국 중 불평등도가 가장 높으며, 이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던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증가한 소득 중 93%를 미국의 상위 1%가 가져갔다. 소득 뿐 아니라 자산, 건강, 기대수명 등에서도 불평등 정도는 심화되고 있다. 소득과 자산은 상위층으로 집중되고, 중산층은 사라지고 있으며, 빈곤층은 증가하고 있다.

상위층이 높은 소득을 얻게 된 이유가 사회에 기여한 대가라면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위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경제를 파산 직전까지 끌고 갔던 은행들조차 막대한 보너스를 받았다.

이 외에도 상위층은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독점력을 키워서 자산을 모으고, 과도한 배당으로 기업에 손실을 가져온다. 정부와의 정치적 커넥션을 이용하여, 정부에게 팔 때는 비싸게 팔고(약품류) 정부에게 살 때는 싸게 사는(광물 채굴권) 식이다.

금융자산 역시 마찬가지다. 약탈적 대출과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서 가난한 이들을 착취하고 있다. 빈곤층을 직접 희생하여 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상위층이 부자가 되면 모든 이들에게 그 이익이 돌아간다는 이상한 이론인 적하효과가 작동했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997년과 비교해서 실질 소득은 더 낮아지면서 지금 대다수 미국인의 삶은 나빠졌다. 성장의 모든 과실은 상위층에게 돌아갔다.

미국의 불평등을 옹호하는 이들은 빈곤층과 중산층이 불평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에 비해 분배되는 파이의 비중은 줄었지만, 부자들과 슈퍼부자들 덕분에 파이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10년 동안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이 때는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성장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부터 성장속도는 줄었다.

불평등의 근원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상위층의 자기 이익 챙기기는 경제를 왜곡시켰다. 물론 시장경제에 따라 움직였지만, 미국에서 시장은 정치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치는 돈이 만든다. 부정이 많은 선거자금 모금이나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일어나는 회전문 인사가 그런 사례이다.

파산법은 금융파생상품에는 특권을 주지만, 정작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적절한 교육이 제공받아야 할 권리와는 상관없이 은행들의 배를 불리고 수많은 빈곤층을 가난하게 만든다. 돈이 민주주의를 이기는 나라에서는 이런 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불평등의 심화는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다. GDP 성장률과 함께 대다수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더 나은 시장경제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나라는 불평등을 줄여가고 있다.

미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높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불평등은 낮은 성장률과 비효율을 가져온다. 기회의 부족은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람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많은 빈곤층과 심지어 중산층들까지 그들의 잠재력을 펼치면서 살고 있지 못하다. 상위층은 공공 서비스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으며, 정부가 소득 재분배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서 세금이나 정부지출을 삭감하기를 원한다. 이는 교육, 기술, 사회기반시설과 같은 곳의 투자를 줄이면서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다.

지금의 경기침체는 공공지출의 감소, 저임금, 실업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IMF와 금융시스템 개선을 위한 UN의 전문가 위원회에 의하면 불평등은 경제적 불안정을 가져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불평등이 미국의 가치와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극단적 수준에 도달하면 통화 정책부터 예산 배분까지 모든 공적 결정에 있어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모두를 위한 정의”가 숨쉬는 나라가 아니라 부자를 위한 정의가 숨쉬는 나라가 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다. 하지만 바꿀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하기에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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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2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반대한다.” 며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추진해온 유럽식 긴축재정과 함께 미국식 경기부양책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는데 만장일치했다. 과연 경기부양책을 어떻게 펼칠지 두고 봐야겠지만, 긴축정책에을 고집해오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사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무리한 긴축정책을 강요한 결과이다. 유럽은 구제금융을 해주는 대신 그리스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긴축정책을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민들의 임금은 대폭 깍였고,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경기는 침체되고 있다. 긴축정책을 계속 할 경우 부채의 규모는 줄어들지 몰라도 경기침체에서 빠져나갈 출구를 찾기 힘들다. 그리고 경기가 계속 침체되는 한 부채의 축소도 불가능하다.

앞서 살펴보았던 경제학자 루비니(Nouriel Roubini)와 크루그먼(Paul Krugman)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었지만, 긴축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아래 소개하는 경제학자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의 견해 역시 긴축정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스티글리츠는 지금 유럽 경제의 핵심 문제는 재정건전성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경기가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신뢰를 되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고집스럽게 긴축정책을 주장한 결과 경제는 더 불안정해졌으며,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이러한 정치 지도자들의 오판은 범죄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티글리츠는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투자와 수요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며, 하루라도 빨리 유럽이 이 대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긴축정책 이후

(After Austerity)

 

2012년 5월 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올해 IMF 연례회의는 유럽과 국제 사회의 경제정책이 방향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각 국 재무장관에서 민간 금융기관의 책임자까지 금융계의 지도자들은 위기 국가들이 적자를 줄이고, 국가 부채를 연착륙시키고, 구조적 개혁을 단행하며,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등 지금까지 나온 주문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지금은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

중앙은행, 재무장관, 민간은행의 책임자 등 경제의 키를 잡고 있는 이들은 세계 금융 시스템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혼란을 지속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엉뚱하게 제시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침체에 빠진 상황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 긴축정책이 총수요를 더욱 축소시키고, 생산력과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시장 그 자체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시장은 불안정한 자산 거품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수요가 줄어들 때 이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실업과 공포를 확산시키고 임금과 소득 그리고 소비를 줄어들게 만든다. 가구형성률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젊은이들 중 독립하였다가 다시 부모에게로 돌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담보로 잡힌 많은 주택이 압류당하고 있다. 균형 재정을 고수하는 지역에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재정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 이는 자동적으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유럽이 부주의하게 잘못 채택한 방법이다.

긴축이 아닌 대안은 존재한다. 독일과 같은 국가는 재정정책을 펼칠 여유가 있었다.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재정지출을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성장을 가져온다. 또한 유럽의 나머지 국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세금을 늘리고, 그만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소비를 늘리는 것은 오랫동안 사용된 방법이다.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잘 설계된다면(상위층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교육에 지출하는 등의 방법을 잘 혼합하면), GDP와 고용의 증가는 상당할 것이다.

사실 유럽 전체는 재정 상태가 나쁘지 않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미국에 비해 낫다. 만약 미국의 각 주가 자체 재정에만 의존한 채로 운영된다면 미국 역시 재정 위기에 빠질 것이다. 각 주에서 자체적으로 실업급여를 준다고 가정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을 지원해준다면 유럽 전체의 부채 감당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성장과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미 유럽 내의 금융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은 현금이 부족한 국가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EIB는 대출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데, 특히 중소기업에게 지원되는 자금을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은 모든 경제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원천이지만, 은행이 대출을 축소할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긴축을 주장했던 유럽의 판단은 오진이었다. 그리스는 재정에 비해 지출이 과도했다. 하지만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위기 전까지 재정적자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았다. 재정건전성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재정건정성과 긴축정책은 역효과를 낳는다. 유럽의 문제가 일시적이든 근본적이든 상관없이 긴축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유로존은 최적 통화 지역(OCA, Optimal Currency Area)에서 멀어지고 있다. 자유 무역과 자유로운 이민이 가능한 지역에서 조세경쟁(각종 세제혜택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 - 역주)은 성장할 수 있는 국가를 갉아먹는 요인이다.

유럽이 긴축을 향해 질주한 결과는 장기적이고 엄청난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다. 유럽연합이 살아남는다 해도 높은 실업과 거대한 침체를 대가로 치룰 것이다. 특히 위기 국가들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위기는 유럽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는 불에 기름을 뿌린 격으로, 어떤 방화벽으로도 막기 힘들 것이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 중 하나인데, 이렇게 큰 규모의 경제가 긴축정책 후 회복된 사례는 아직 없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많은 자산, 인적 자본은 낭비되고 파괴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오랫동안 빼앗긴 젊은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청년실업률은 급격히 높아져서, 어떤 국가에서는 50%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임금을 매우 낮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시절은 기술을 배우고 능력을 쌓는 시기이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퇴화되고 있다.

게다가 많은 국가들이 지진, 홍수, 태풍, 허리케인,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취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사람이 만든 재앙까지 더해지는 것은 더욱 더 비극이다. 유럽이 그렇게 되고 있다. 과거 경험을 무시하는 유럽의 지도자들의 고집은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유럽의 고통, 특히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의 고통은 불필요한 과정이다. 다행히도 대안은 존재한다. 대안을 미루면 더 비싼 대가를 치룰 것이다. 지금 유럽은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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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1 / 17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곤경에 처한 미국(The Straits of America)”이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한다. 글을 쓴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경제분석기관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RGE, Roubini Global Economics)'의 회장이며 뉴욕대학교  스턴스쿨(Stern School) 교수이다.

아래 글에서는 최근 몇 가지 거시경제 지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어려운 이유를 꼽고 있다. 크게 소비 감소, 수출 부진, 정부 정책 부재, 외부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우선 소비 감소에 대해서는 임금이 하락하고,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투자가 늘지 않을 것이고, 주택 가격의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소득 불평등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수출에 있어서는 원래도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고 있던 상황에서 환율 문제와 전반적 세계 경제 침체,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책적 대응 역시 어려운데 우선 올해 대선이 있다는 점에서 재정적자를 무릅쓰면서까지 경기부양을 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역시 유동성을 확대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유럽 위기와 중동, 북한,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 등에 의한 외부요인이 경제 주체들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이 위축되어 경기 침체가 지속될수록 그들이 피하고자 하는 위기를 불러올 뿐이라며 경고했다.


곤경에 처한 미국(The Straits of America)

2012년 1월 12일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지난 몇 달 간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는 기대보다 좋았다. 하지만 2012년에도 미국의 경제는 여전히 침체할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미국의 소비자들은 소득, 자산, 부채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금은 하락하고 있으며, 그나마 세금감면혜택과 이전지출(정부의 사회보장기금 같은 것)에 의해 가처분 소득이 미약하게 증가했을 뿐이다. 하지만 세금혜택과 이전지출로 인한 소득 보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일자리 증가 속도가 너무 느리다. 실업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고정적으로 최소 매달 1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 성향이 높은 사람들(노동자와 저소득층)보다 저축 성향이 높은 사람들(기업과 고소득층)에게 소득 분배가 집중되는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은 모두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방해한다.

투자도 늘지 않을 것이다. 2012년의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세금감면혜택이 종료되고, 기업은 꼬리위험(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시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에 몸을 사리고 있으며, 최종 수요는 여전히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부분의 투자도 노동 절약형 기술을 도입하는데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택산업은 침체된 지 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혼수상태이다. 새 집에 대한 수요가 80%나 감소했으나 주택 공급은 수요를 넘어서면서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주택을 모기지로 저당 잡힌 이들의 40%(약 2천만 명)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빚을 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소비자 심리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수요의 증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잠재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막대한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의 이유들 때문에 2012년에도 수출은 성장의 장애물이 될 것 같다.

- 달러 가치가 더 약화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는 계속해서 통화가치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고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추가 "양적 완화"를 따라할 것이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급격한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 선진국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모두 낮은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곳이 없다.
-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원유 가격이 여전히 높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정책을 통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2012년에는 재정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이며, 11월 대통령 선거로 인한 정치의 공백이 장기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다. 미국 경제가 계속 침체한다면 연준은 다시 한 번 양적 완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준은 정치적 한계에 직면할 것이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내에는 양적 완화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통화정책이 반드시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아직 부채청산(디레버리징, Deleveraging)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부채에 의해서 일어난 침체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것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기업, 소비자를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만드는 꼬리위험이 있다. 바로 부채가 쌓여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부채가 터질 수도 있는 유로존, 미국 대선 결과, 아랍의 봄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불안정, 북한의 성공, 중국의 지도자 교체, 세계 경제 침체 등이 그것이다. 이 크고 작은 위험 속에서 기업, 소비자, 투자자들은 경제 활동을 잘 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사람들이 좋은 시기를 기다리며 경제 활동을 줄이는 것이 결국은 모두가 피하고 싶었던 위기를 더욱 앞당길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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