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07.15 00:12

4개월 남짓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을 지켜본 결과 그들이 진정 신자유주의자, 시장주의자들인가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경제에 대해 강제적인 통제와 규제를 가하려는 정책적 발언을 서슴치않기 때문이다.

MB의 시장개입, 효과 없는 물가잡기와 고환율 정책

취임초인

지난 3월, 52개 생필품(이른바 MB물가)을 정해서 물가 통제를 하겠다고 나설 때가 그랬다. 마치 강력한 가격 통제를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과는 어떠했나. 3월에 MB물가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 3.8퍼센트를 훨씬 뛰어넘는 6.7퍼센트를 기록했다. 52개 품목을 지정해서 오르는 가격을 지켜본 것 외에 무엇을 했는가 하는 비난이 쏟아진 이유다.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최근 고유가와 외국인 주식시장 탈출로 환율이 급등하자, 정부는 아예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시장에 외환보유고를 대거 풀어서라도 환율을 잡겠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당국이 외환시장에 의도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5월 이후 정부는 이미 환율개입을 해왔다. 그러나 두 달 동안 1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외환시장에 쏟아 부었지만 1,030원을 넘는 고환율을 꺾지 못했다. 오히려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을 사서 외국인 주식 매도를 부추겼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이제는 국민생활까지 통제하려나

한술 더 떠서 정부는 70년대나 80년대를 방불케 하는 민간생활 통제의지도 내보였다. 정부는 최근 고유가 대응 에너지 절약 3단계 대책을 발표했는데, 유가가 150달러를 넘기면 2단계 위기관리 대책을 발동하고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 대해서도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 정책을 취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민간에게 강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내용은 이렇다. 대중 목욕탕의 격주 휴무, 유흥음식점 등의 야간 영업시간 단축과 TV 방영시간 제한, 골프장과 놀이공원의 영업시간 단축 등이 그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의무화 한다면서 수천명의 인원을 풀어 전국 100만개가 넘는 음식업소를 조사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다.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인들에게나, 조사를 하겠다고 나온 공무원에게나, 불안에 떨며 원산지를 확인하고 음식을 먹을 국민들에게나 모두 못할 짓을 하는 셈이다. 당초에 광우병 우려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았다면 이같이 소란스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었겠나.

물가 통제도 그렇고, 환율개입도 그렇고, 에너지 강제 절약 방침마저도 시장주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반시장적인 국가 개입양상으로 보인다. 마치 21세기 신자유주의와 70년대 국가 자본주의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는 모양이라고 할까. 그러나 실체를 들여다보면 확실히 이명박 정부는 매우 분명한 신자유주의자이고 시장주의자임을 알 수가 있다. 대기업과 대자본에 대한 규제완화, 개입 철폐는 철저히 지키고 있는 대신 국민생활에 대한 개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위한 법인세 감면과 수도권 규제완화, 한미FTA 추진, 공기업 매각과 민영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이를 입증하는 증거다.

시장은 정말 신성불가침한 곳인가

그렇다면 정말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면 안 되는 것일까. 시장 개입을 조금 다른 차원에서 얘기해보자. 1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을 포함한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이른바 시장을 확대하는 시장주의적 해법을 택했다. 반면 말레시아는 시장개입 해법으로 대처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수습하고자 금리인상과 재정긴축에 들어갔을 때, 말레시아는 금리를 인하하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했다. 한국이 관리변동환율제도를 풀어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전환했을 때, 말레시아는 고정환율제로 외환을 통제했다. 특히 외국인 자금 유출을 적극적으로 차단하여 사실상 말레시아 증권시장에 투입된 외국자금을 반출하지 못하도록 1년 동안 묶어두는가 하면, 나중에는 이를 다소 완화하여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국외유출세(exit tax)를 도입했다. 상황이 진정된 2001년에 가서야 자본통제는 해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유가를 포함한 물가관리, 환율관리, 그리고 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으로 인한 주가 폭락 등 산적한 난제들을 앞에 두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공개적인 환율개입을 두고 실효성과 정당성 논쟁이 분분하다. 필요한 조치인가 아니면 환율 조작국이란 오명을 받을 수 있으니 시장에 맡겨야 하는가, 실효성이 있기나 한 것인가 아니면 투기자본에게 이용만 당할 것인가.

진보도 시장개입을 준비할 때

분명한 것은 외환을 시장에 풀어 환율을 통제하는 것은 시장에 제동을 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타는 것으로 반시장주의적인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현실적으로 외환 자유화와 변동환율제가 거의 100퍼센트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시장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큰 틀의 외환 거래 자유화와 변동 환율제를 인정하면서도, 외화 거래 규모 상한선을 두거나 환율 변동폭의 상한선을 두는 식의 일정한 제한을 두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영업시간 제한 등 일반 국민의 생활마저 통제해야 할 ‘비상적’ 상황이라면 왜 자본은 통제하지 못하는가. 이는 명백히 시장 개입에 대한 엄청난 피해의식이며 공포의식이다. 외환을 통한 시장개입은 말레시아가 외환위기시 적용했던 자본통제나 국외유출세(exit tax)보다도 약한 것이다. 심지어 환율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는 변동환율제도 조차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현재 변동환율제도를 사용하는 나라는 절반도 안 되니 말이다.

시장개입이 사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신자유주의의 본산인 월가와 FRB는 지난 3월 미국 금융위기가 정점에 이르고 베어스턴스가 파산상황에 이르자, 구제 금융을 실시하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금융위기를 막고 있지 않은가. 최근 식량위기가 발생하니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서슴없이 자국 국민의 식량 확보를 위해 식량수출 통제를 가하지 않는가.

시장은 사실 신성불가침의 영역도 아니고, 개입하는 순간 자본주의가 붕괴하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도 시장에 개입한 역사가 개입하지 않은 역사보다 더 길다. 이미 시장개입은 누구에 의해서든 시작되었다. 혹시 진보조차도 시장개입을 두려워하고 시장개입 수단을 기피한 것은 아닌가. 이제 시장개입을 준비할 때가 된 것은 아닌지 상황을 돌아볼 일이다.

김병권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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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7.14 11:17

4개월 남짓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을 지켜본 결과 그들이 진정 신자유주의자, 시장주의자들인가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경제에 대해 강제적인 통제와 규제를 가하려는 정책적 발언을 서슴치않기 때문이다.

MB의 시장개입, 효과 없는 물가잡기와 고환율 정책

취임초인 지난 3월, 52개 생필품(이른바 MB물가)을 정해서 물가 통제를 하겠다고 나설 때가 그랬다. 마치 강력한 가격 통제를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과는 어떠했나. 3월에 MB물가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 3.8퍼센트를 훨씬 뛰어넘는 6.7퍼센트를 기록했다. 52개 품목을 지정해서 오르는 가격을 지켜본 것 외에 무엇을 했는가 하는 비난이 쏟아진 이유다.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최근 고유가와 외국인 주식시장 탈출로 환율이 급등하자, 정부는 아예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시장에 외환보유고를 대거 풀어서라도 환율을 잡겠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당국이 외환시장에 의도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5월 이후 정부는 이미 환율개입을 해왔다. 그러나 두 달 동안 1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외환시장에 쏟아 부었지만 1,030원을 넘는 고환율을 꺾지 못했다. 오히려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을 사서 외국인 주식 매도를 부추겼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이제는 국민생활까지 통제하려나

한술 더 떠서 정부는 70년대나 80년대를 방불케 하는 민간생활 통제의지도 내보였다. 정부는 최근 고유가 대응 에너지 절약 3단계 대책을 발표했는데, 유가가 150달러를 넘기면 2단계 위기관리 대책을 발동하고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 대해서도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 정책을 취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민간에게 강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내용은 이렇다. 대중 목욕탕의 격주 휴무, 유흥음식점 등의 야간 영업시간 단축과 TV 방영시간 제한, 골프장과 놀이공원의 영업시간 단축 등이 그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의무화 한다면서 수천명의 인원을 풀어 전국 100만개가 넘는 음식업소를 조사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다.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인들에게나, 조사를 하겠다고 나온 공무원에게나, 불안에 떨며 원산지를 확인하고 음식을 먹을 국민들에게나 모두 못할 짓을 하는 셈이다. 당초에 광우병 우려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았다면 이같이 소란스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었겠나.

물가 통제도 그렇고, 환율개입도 그렇고, 에너지 강제 절약 방침마저도 시장주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반시장적인 국가 개입양상으로 보인다. 마치 21세기 신자유주의와 70년대 국가 자본주의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는 모양이라고 할까. 그러나 실체를 들여다보면 확실히 이명박 정부는 매우 분명한 신자유주의자이고 시장주의자임을 알 수가 있다. 대기업과 대자본에 대한 규제완화, 개입 철폐는 철저히 지키고 있는 대신 국민생활에 대한 개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위한 법인세 감면과 수도권 규제완화, 한미FTA 추진, 공기업 매각과 민영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이를 입증하는 증거다

시장은 정말 신성불가침한 곳인가

그렇다면 정말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면 안 되는 것일까. 시장 개입을 조금 다른 차원에서 얘기해보자. 1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을 포함한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이른바 시장을 확대하는 시장주의적 해법을 택했다. 반면 말레시아는 시장개입 해법으로 대처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수습하고자 금리인상과 재정긴축에 들어갔을 때, 말레시아는 금리를 인하하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했다. 한국이 관리변동환율제도를 풀어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전환했을 때, 말레시아는 고정환율제로 외환을 통제했다. 특히 외국인 자금 유출을 적극적으로 차단하여 사실상 말레시아 증권시장에 투입된 외국자금을 반출하지 못하도록 1년 동안 묶어두는가 하면, 나중에는 이를 다소 완화하여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국외유출세(exit tax)를 도입했다. 상황이 진정된 2001년에 가서야 자본통제는 해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유가를 포함한 물가관리, 환율관리, 그리고 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으로 인한 주가 폭락 등 산적한 난제들을 앞에 두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공개적인 환율개입을 두고 실효성과 정당성 논쟁이 분분하다. 필요한 조치인가 아니면 환율 조작국이란 오명을 받을 수 있으니 시장에 맡겨야 하는가, 실효성이 있기나 한 것인가 아니면 투기자본에게 이용만 당할 것인가.

진보도 시장개입을 준비할 때

분명한 것은 외환을 시장에 풀어 환율을 통제하는 것은 시장에 제동을 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타는 것으로 반시장주의적인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현실적으로 외환 자유화와 변동환율제가 거의 100퍼센트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시장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큰 틀의 외환 거래 자유화와 변동 환율제를 인정하면서도, 외화 거래 규모 상한선을 두거나 환율 변동폭의 상한선을 두는 식의 일정한 제한을 두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영업시간 제한 등 일반 국민의 생활마저 통제해야 할 ‘비상적’ 상황이라면 왜 자본은 통제하지 못하는가. 이는 명백히 시장 개입에 대한 엄청난 피해의식이며 공포의식이다. 외환을 통한 시장개입은 말레시아가 외환위기시 적용했던 자본통제나 국외유출세(exit tax)보다도 약한 것이다. 심지어 환율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는 변동환율제도 조차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현재 변동환율제도를 사용하는 나라는 절반도 안 되니 말이다.

시장개입이 사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신자유주의의 본산인 월가와 FRB는 지난 3월 미국 금융위기가 정점에 이르고 베어스턴스가 파산상황에 이르자, 구제 금융을 실시하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금융위기를 막고 있지 않은가. 최근 식량위기가 발생하니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서슴없이 자국 국민의 식량 확보를 위해 식량수출 통제를 가하지 않는가.

시장은 사실 신성불가침의 영역도 아니고, 개입하는 순간 자본주의가 붕괴하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도 시장에 개입한 역사가 개입하지 않은 역사보다 더 길다. 이미 시장개입은 누구에 의해서든 시작되었다. 혹시 진보조차도 시장개입을 두려워하고 시장개입 수단을 기피한 것은 아닌가. 이제 시장개입을 준비할 때가 된 것은 아닌지 상황을 돌아볼 일이다.

김병권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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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