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새사연 연구이사 



대중소기업 동방성장론자들이 제기하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와 불평등 심화 문제는 2차 이하 하청협력업체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이들 업체에서 발생하는 저임금과 낮은 수익성, 낮은 기술력의 문제를 동반성장론자들이 제안하는 '공정한 하도급 질서 확립'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일부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 해법의 한계와 범위는 명백하다. 이들 업체 종업원들의 임금수준을 높이려면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  



원청 대기업의 하청 갑질이 심해지는 이유는?


납품선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중소 하청업체들의 상황은 1998년 이후 더욱 악화되었다고 홍장표 등은 주장한다. 사실이다. 왜 그럴까? 그들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부품조달 하도급 계약에서 경쟁 입찰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시장경쟁이 격화되었다. 둘째, 복사발주(複社發注), 즉 하나의 부품을 하나의 납품업체가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2~3개의 납품업체가 동시에 납품하는 관행이 새롭게 생겼다. 이 두 가지 이유로 부품 하청 생산납품업체들의 협상력이 더욱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의 관행을 이제 와서 되돌릴 수는 없다. 뒷돈이 오갈 수 있는 불투명한 수의계약보다 경쟁 입찰이 훨씬 투명하고 완전경쟁 시장 모델에 가깝기 때문이다. 민주·진보 경제학자들 스스로가 지난 20년 동안 “시장원칙 즉 경쟁시장 원칙이 모든 경제 분야에 관철되어야 한다.”고 항상 말해오지 않았던가?


다만 복사발주에 대해서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사발주를 하게 되면 여러 개의 공급·납품 업체들 간에 품질과 기술력, 가격 등을 놓고 경쟁이 벌어진다. 경쟁적 시장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를 달리 보면, 하청협력 업체들이 납품선을 다변화하는 것에 대응하여 최종 완성재(자동차, 전자) 업체들 역시 조달선을 다변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요독점’이 해체되는 것과 동시에 ‘공급독점’이 해체되는 것이고,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 경쟁적인 시장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복사발주는 과거부터 있었으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시장개혁에 따라 더욱 확산되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복사발주율은 1994년에 각각 61.9%, 56.2%였는데 2001년에는 76.8%, 67.2%로 높아졌다.


복사발주를 할 때에는 아무래도 단사 발주에 비해 부품 납품업체의 협상력이 약화된다. 1개의 회사가 특정 부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2~3개의 하청 납품업체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최종 완성재 업체 입장에서는 복사발주를 통해 납품가격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구나 하나의 납품회사가 해당 부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다른 납품회사의 공급 물량을 늘려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복사발주 그 자체를 금지 또는 제한시키는 내용의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야권 경제학자들 스스로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시장개혁 시기 이래로 지금까지 일관되게 “경쟁적 시장 원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오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 복사발주를 규제하자는 것은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해왔던 독점시장으로, 즉 불공정시장으로 복귀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청 단가에 국가 규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


요즘 외주하청 계약(하도급 계약)은 대부분 공개경쟁 입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수의계약이 아니라 여러 납품업체들이 경쟁하는 공개입찰에서 납품업체가 선정되어 계약이 체결된다.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수록 주류 경제학자들은 공정한 시장질서라고 부르는데, 이런 의미에서 요즘 납품시장은 공정한 시장질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납품업체들은 공개적인 입찰 경쟁에서 납품가격뿐 아니라 자사 제품의 품질과 성능, 기술력과 신뢰성, 납품 기일 준수 여부 등 다양한 항목별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승부를 겨룬다. 원청업체는 이러한 다양한 항목별 점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하청업체를 선정한다.


공정거래법상 하도급 규제법 강화를 통한 하청단가 정부 규제가 겨냥하는 목적은 결국 1차적으로 가장 높은 납품가격을 제시한 하청업체가 하도급 계약을 따내도록 원청업체의 구매부서 행위를 규제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공정한 시장질서란 무엇인가? 보다 높은 납품 단가를 제시한 납품업체가 무조건 하청 계약을 따내는 것이 공정한 (납품) 시장질서는 아닐 것이다. 물론 가장 높은 납품가를 제시한 하청업체를 원청 발주업체가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그 납품업체가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보여줄 때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다른 하청업체들이 ‘불공정 거래’를 문제 삼을 것이다. “내가 더 낮은 납품가를 제시했고 더구나 경쟁업체와 품질력, 기술력이 비슷한데 왜 그 경쟁업체가 선정되었나?”고 항의할 것이다. “이것은 원청업체 구매부서 임직원과 하청계약을 따낸 납품업체 사장 사이에 뭔가 부정한 거래가 있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고 하면서 원청업체에 엄중한 감사를 요청할 것이다.


그래서 야권 경제학자들과 같은 ‘공정시장 경제민주화론자’들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 하나의 해법을 내놓았다. 납품업체들이 서로 경쟁하지 말고 담합하면 해결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즉 특정 부품을 공통으로 납품하는 여러 납품업체들이 서로 담합(카르텔)하는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예외적으로 허용하자고 그들은 말한다. 약자인 납품업체들이 하나로 뭉쳐서 담합하는 것을 국가가 허용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 같은 공공단체가 그 담합체의 하청 계약에 개입하여 중재하면 된다는 식이다. 한마디로, 수요자 독점(원청업체 전속거래)에 대응하여 공급자 독점체를 만들자는 해법이다. 경쟁적 시장질서는 여기서 사라진다.


그런데 이 해법에는 치명적 허점이 있다. 먼저 부품 납품시장에는 국내업체들만 있는 게 아니며 외국계 기업들이 많다. 예컨대 자동차 엔진 전자부품 납품시장에는 국내 기업만이 아니라 보쉬와 지멘스, 델파이 같은 다국적 업체들이 있다. 이들 해외 업체들은 납품업체 간 담합(독점)에 가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자사 제품의 월등한 품질력과 기술력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공개 입찰 경쟁을 해야 국내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보쉬와 델파이 등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국내 하청업체들 사이의 담합(독점)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법제도가 국회를 통과한다면 WTO협정 또는 미국 및 EU와의 FTA협정 위반으로 곧바로 제소당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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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2 / 0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새사연 2013년 회원 캠페인- “새사연과 함께하는 희망 북클럽”을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의 집권 연장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진보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힘들어 하는 다수 국민이 존재하는 한 변화에 대한 모색은 멈출 수 없으며 우리 사회의 진보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가 노력을 기울여온 보편 복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일자리를 의제로 하여 치러진 18대 대선임에도 진보가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수가 손쉽게 의제를 차용해도 아무런 차별화가 되지 않을 만큼 진보 정책의 폭과 깊이가 짧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진정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과 생각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살아있는 진보 정책’을 모아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평범한 생활인들과 손잡고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추구해온 새사연은 진보 학습으로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것을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제안합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새사연 연구원들이 각자 회원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한권씩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진보의 깊이를 위한 물음을 던지겠습니다.

아울러 이후에 회원님들이 추천하는 책, 새사연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 저자와의 대화 등을 다양하게 시도할 생각입니다. 회원님들의 관심과 참여 기대 하겠습니다. 

 

 

<새사연 희망 북클럽⑦>『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

-착한 경제학은 가능한가?-

 

추천도서 7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

(이정전, 2012, 토네이도)

대한민국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았을 수요와 공급의 X 모양의 그래프. 우리가 공부하는 경제 교과서의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 그래프는 더 이상 우리의 삶을 나타내지 못한다. 이제 우리가 따져야 할 좌표는 수요와 공급을 넘어 선 관계와 미래, 그리고 환경과 행복이다.

이런 사실을 경제학의 변방에서 홀로 개혁의 깃발을 흔드는 독립투사가 아닌, 서울대 경제학과의 한 교수가 들려준다는 점에서 이제 대한민국 경제학의 큰 방향이 바뀌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기대 해 보며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를 추천한다.

 

곧 출간될 정태인 새사연 원장의 신간 <협동의 경제학>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경제학이 싫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학자들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이와는 결혼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요즘은 사위나 며느리를 고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말을 한다. 단 전공 학점이 나쁜 경우는 괜찮을 수도 있으므로 성적증명서를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경제학자들은 어쩌다가 저런 평을 얻게 되었을까? 고등학교 시절 수능 선택과목으로 경제학을 선택했던 인연으로 어찌어찌 지금까지 경제학에 관심을 두고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고등학교 때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 한 점을 이루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그 사실 그렇게 매력적이었다. 칠판에 그려진 X자 모양의 그래프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었다. 가격이 오를 때도, 생산량이 줄어들 때도 결국은 한 점으로 설명이 되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몰랐던 진짜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그래프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그리고 사실 공부보다는 다른 일들이 더 재미있었다). 그래프를 따르자면 실업이 발생하는 건 순전히 노동자들의 자발적 선택 때문이며, 세금을 부과하는 일은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킬 뿐이었다. 또한 이기적 인간과 효율적 시장을 가정하는 탓에, 현실에서는 불법인 성 매매, 장기 매매, 마약 거래 등을 허용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적절하다는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학문이란 것이 결국 현실을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때, 현실의 많은 부분은 생략되고 단순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오히려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다. 진짜 답답한 것은 이론과 현실의 괴리와 그것을 연결시키는 방식에 관한 논의가 경제학 수업 시간에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주류경제학의 논리들이 무너지는 한편, 경제학에 철학과 윤리학을 접목시키려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런 것들은 대학 밖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소모임에서야 접할 수 있다. 강단에서 그래프와 수식을 넘어서, 경제학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경제학이 발전해온 역사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해주는 교수님은 안타깝게도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가 반가웠던 첫 번째 이유는 경제학의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 교수님이 직접 ‘실은 경제학에 이런 문제가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니 뭔지 모르게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저자 이정전 교수는 이전에도『시장은 정의로운가』, 『경제학을 리콜하라』 등의 저서를 통해 꾸준히  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해왔다. 

저자는 서문에서 “경제학 교수들이 현실에 대해 강의실에서는 말해주지 않는 내용들을” 담았다고 밝히며, 우선 경제학 교과서에서 정의하는 시장과 현실의 시장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본다. 경제학에서 시장은 어떤 재화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도구이다. 이 때 그 사람이 재화를 필요로 하는 정도는 그가 지불하는 금액, 즉 가격으로 표현된다. 결국 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돈’으로만 이야기된다. 돈이 없는 사람들의 수요는 시장에서 아예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은 시장의 근원적 한계이며, 모든 것을 시장의 방식으로 굴러가게 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저자는 경제학에 대한 이런 비판적 관점을 정부, 부동산, 환경 등으로 확대시키며 현실의 다양한 사례들과 경제학 이론을 접목해서 설명한다. 특히 경제학이 비용편익분석을 통해서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실은 이 분석 방식이 얼마나 주관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새만금 간척사업의 효과를 계산할 때, 간척사업 후 생산되는 쌀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쌀을 국제가격으로 계산하느냐, 국내가격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3배 정도 차이가 나며 쌀을 단순 재화가 아니라 안보재로 상정할 경우 그 가치는 더 높아진다. 따라서 이런 식의 경제학적 손익 계산이 아닌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저자는 정치는 “사람들이 공익을 생각하면서 공적인 마음으로 행동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며, “평등의 원칙”을 으뜸으로 삼는 영역으로 시장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으로 ‘행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행복에 관한 경제학 연구들이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연구들에 의하면 행복의 가장 높은 영향을 주는 3가지 요인은 “가정의 화목, 좋은 인간관계, 보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소득 수준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인데, 평균적으로 소득 수준이 연간 1만 5000달러를 넘어가고 나면 소득증가가 행복지수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행복의 역설’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었으니 이런 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또한 소득이 주는 만족감은 소득의 절대액수보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위치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우리사회가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서 나아가야 할 바는 더 높은 성장률, 더 많은 소득 수준이 아니다. 가정, 인간관계, 일을 통해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각종 자생적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타인과의 소득 수준 비교가 큰 영향을 미치므로, 사회구성원 사이의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에게는 <국부론>외에 또 다른 저서가 있다. <도덕감정론>이다. 이 책은 인간의 도덕심, 인간의 심리를 주제로 하는 책이다. 아담 스미스는 경제학자이기 전에 철학자였다. 저자는 “아담 스미스는 경제학이 철저하게 인간의 일상행태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미래의 경제학의 아담 스미스의 정신을 온전히 살린 경제학이요, 철학이 앞에서 이끌고 심리학이 뒤에서 밀어주는 경제학이다.”고 말한다.  

이기심, 효율성, 경쟁, 성장만을 이야기하는 경제학이 이제는 좀 바뀔 수 있기를 바란다. 행동경제학에서 진행된 여러 실험들에 의하면 경제학 전공자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더 이기적이라고 한다. 신자유주의가 확산되었던 지난 30여 년 동안은 일반인들도 경제학 전공자만큼이나 경제학적 가치관들을 주입받았다. 이기심, 효율, 경쟁, 성장은 현실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기에는 좋은 도구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아니다. 이론과 현실의 괴뢰를 좁히고, 공동체와 미래세대까지 포괄하는 경제학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 그런 문제제기들이 국내에서도 많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저자 이정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객원교수를 거쳐, 한국자원경제학회장, 한국 환경 경제 학회이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경실련환경개발센터 대표,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프레시안등에 행복경제학 및 세계 경제 위기, 부동산 정책, 환경정책 등을 망라한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활발한 기고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 정진기 언론문화상 경제경영 도서 대상을 수상했다.

* 출처: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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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9정태인/새사연 원장

 

‘착한 경제학’의 독자들이 잘 알다시피 사회적 경제는 어느날 갑자기 ‘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흔쾌한 협동에 필수적인 신뢰란 오랫동안 서서히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대 ‘새마을운동’처럼, 또 참여정부의 ‘국가균형사업’처럼 중앙에서 하향식으로 만들려다가는 그나마 남아 있는 지역의 역량만 허공에 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없는 걸까? 문재인 전 후보는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적 경제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만일 박근혜 당선인이 48%의 문 전 후보 지지자들을 염두에 둔다면, 그리고 자신의 공약과 아무런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 공약은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지난해 8월 말 주간경향 990호에 나는 ‘SEQ’(서울-에밀리아로마냐-퀘벡)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에는 서울을 염두에 두고 썼지만 이제 중앙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004년 캐나다의 폴 마틴 총리는 “사회경제를 캐나다의 사회정책 수단의 핵심 부분으로 삼겠다. 기업가가 강한 경제에 필수적이듯 사회기업가는 강한 공동체에 필수적”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퀘벡의 경험이야말로 연방정부의 정책 수립에 가장 큰 자산이었다.
 
따라서 지금 박근혜 당선인에게 가장 긴요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1년여 ‘마을 만들기’라든가, ‘중간조직 만들기’를 하면서 부딪힌 여러 장애, 특히 중앙정부 차원의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들을 몸으로 느꼈을테니 말이다. 박 당선인이 서울시장을 만난다면 서울시는 그동안의 경험을 요약해서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해야 한다. 만일 새로운 대통령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부담된다면 주무부처를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 현재 협동조합법은 기획재정부, 사회적기업법은 노동부, 생협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무부처이고, 마을 만들기와 관련해선 거의 전 부처가 고유의 사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제대로 간파했듯이 사회적 경제는 시ㆍ군ㆍ구 단위의 지역공동체가 주도해야 한다. 서울과 같은 광역정부, 나아가서 중앙정부는 이런 실천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자금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협동조합은 돈과 사람의 문제로 곤란을 겪었다. 주식회사처럼 돈을 모을 수 없고 조합 내 임금 격차가 보통 6배 이하로 억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히 협동조합을 신설하거나 확대할 필요가 있을 때는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사회적 경제가 막 움튼 우리나라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은 출자금과 비분리자산(협동조합의 내부유보로 회사를 청산할 때도 출자자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연합조직이 조성한 협동조합 기금(레가의 경우 ‘coopfond’, 모든 단위 조합은 수익의 3%를 연합조직에 낸다), 그리고 협동조합 자체의 금융기관(예컨대 레가가 소유한 보험회사 ‘unipol’)에서 필요한 돈을 조달한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조성되기까지 필요한 것은 ‘공동체 기금’이다. 각 지역에서 먼저 돈을 모으고 중앙정부가 이에 맞춰 출자해서 상당한 규모의 종잣돈을 마련해야 한다.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정부가 ‘상호성’이라는 사회적 경제의 원리에 따라 엄격하게 운용하면서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쌓아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모든 정책에 사회적 경제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부 조달의 일정 비율을 사회적 경제에 배정하거나 가점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효율형 주택개량사업이나 지역별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과 같은 국가 차원의 사업을 지역의 주택협동조합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울스와 긴티스 말대로 “제도설계를 잘 하면 공동체, 시장, 그리고 국가는 서로 대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에 성공한다면 자마니 교수의 말대로 사회적 경제는 우리나라에서 ‘제2의 경제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부디 박근혜 당선인이 이 정책을 받아들여서 자마니 교수의 예언이 실현되기 바란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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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6정태인/새사연 원장

한국 관료들, 미국의 통상전략을 실행하다
 
2001년 정권을 잡은 부시는 새로운 통상전략으로 ‘경쟁적 자유화’를 내세웠다. 당시 미 무역대표부 대표였던 로버트 졸릭(현 세계은행 총재)의 작품이었다. 목표는 뚜렷했다. 첫째,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미국식 시장친화적 기업법과 규제완화를 받아들이도록 한다. 셋째, 미국의 대외정책과 군사전략, 나아가서 미국적 가치를 지지하도록 한다.

한 나라만 덜컥 미끼를 물면 다른 나라들도 부나방처럼 달려들도록 고안된 이 전략은 저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응용한 것이다. 2005년까지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전체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대하는 전미자유무역협정(FTAA)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아무리 달콤할지라도 ‘악마와의 키스’(멕시코 관료의 표현)는 역시 두려운 일이었다. 첫 단추가 아쉬운 미국에 제 발로 찾아간 나라가 있었다. 쇠고기 완전수입 자유화, 스크린쿼터 축소,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완화, 새로운 약값 정책 도입 불가를 협상 개시의 선결요건으로 내걸었는데도 이 나라는 더더욱 매달렸다.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미 통용되지 않는 일본식 경제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미국과의 FTA를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한국 경제를 달성하자는 것이 한·미 FTA 추진의 핵심입니다”(청와대 브리핑 1호). 그의 후임이 된 김종훈은 더 친절하게 “한·미 간 상호방위조약에 뒤이어 FTA 체결은 경제동맹”이라고 덧붙였다.

ABR(Anything But Roh·노무현이 아니면 전부 다)를 외치던 이명박 정부도 한·미 FTA는 예외였다. 참여정부의 “서비스 산업화”와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 선진화”는 똑같이 민영화와 규제완화였고 동시에 미국의 목표였다. 한·미 FTA는 한국 사회의 사실상 지배자인 재벌, 경제관료, 보수언론 삼각동맹의 오랜 꿈을 실현시키는 강력한 무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융위기는 바로 그런 꿈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복지와 양립 가능한가
 
금년 양대 선거의 화두는 단연 복지다. 한·미 FTA는 복지와 양립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미래의 서비스는 모두 개방한다는 의미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 현재유보 항목도 언젠간 모두 개방해야 한다는 의미의 ‘역진방지 장치’, 다른 나라에 더 많이 개방할 경우 자동적으로 미국에도 적용된다는 뜻의 ‘미래 최혜국대우’, 그리고 이 모든 독소조항을 합한 것보다 더 큰 위협이 될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있는 한, 복지 확대는 불가능하다. 아메리카 대륙의 복지국가 캐나다가 미국과 FTA를 맺은 후, 2000년대 소득불평등 정도가 13위인 한국보다 악화된 것(12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멕시코는 부동의 1위, 미국은 4위). 예컨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연합정책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약속했다. 이들의 약속대로 보장성 90%, 연간 1인 진료비 상한 100만원이 되면 민간의료보험(특히 보장성 보험)은 사실상 필요 없어진다. 한국에서 암보험을 많이 판 미국계 보험회사의 한국지사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만일 이 회사의 투자자가 ISD를 걸면 어떻게 될까? 단 세 명의 법률가가 한·미 FTA 위반 여부만 들여다본다. 더구나 단심이다. 특히 ‘최소기준대우’(국제관습법에 비춰 과도한가, 아닌가)를 위반한 것일까, 아닐까?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의 관습법을 어긴 건 분명해 보이는데 세 명은 어떻게 판단할까?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KTX 일부 민영화에 미국인 투자자가 끼어든다면 그 역시 한·미 FTA 적용 대상이 된다. 만일 새누리당이 또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공공서비스(전기, 철도, 가스, 우편, 수도 등) 민영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인 투자자는 컨소시엄 형태로 여기에도 들어올 것이다. 공공요금이 폭등하고 지방서비스가 끊어지고, 심지어 대형사고가 터진다 해도 우리는 영국 철도처럼 재국유화를 할 수 없다. ISD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잘해야 FTA 피해 줄인다
 
지난해 11월, 당시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로 “한·미 FTA 시즌2”가 시작되었고 몇 달이 흘러 또 하나의 굽이를 넘어가고 있다. 한·미 FTA의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는 정권의 성격에 달려 있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한·미 FTA는 자발적 민영화 및 규제완화와 결합할 때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공공성 강화라는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후보를 잘 살펴서 떨어뜨려야 한다.

다음으로는 복지를 강조하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 국민의 요구대로 가능한 빠른 속도로 복지를 과감하게 확대하면 한·미 FTA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농산물 무상급식이나 골목상권 보호 정책, 우체국 보험 확대, 환경규제 강화, 심지어 공공요금 규제도 모두 한·미 FTA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선거를 잘해야 한·미 FTA의 피해를 줄이고 나아가서 독소조항을 제거하거나 통째로 폐기할 수 있다.

외교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이후 뚜렷이 드러난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두말할 나위 없이 엄정 중립이다. 지금은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호혜적 협력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할 때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서 중국을 자극할 때가 아니다. 한·미 FTA 폐기를 중국에 약속하고, 환경·에너지 협력, 철도·가스관·통신망 연결, 외환보유액 공동관리 등 각종 협력 프로그램으로 짠 새로운 국제조약 틀을 논의해야 한다. 우리의 대미 수출의존도는 10%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100%가 훨씬 넘는 관료와 지식인들의 정신적 의존도이다. 이런 젖먹이들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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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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