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5 / 13 새사연

부상하는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의 재발견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협동조합의 발전은 네트워크에 달렸다.

2. 지역 공동체를 강화해주는 협동조합

3. 복지국가의 전달체계로서 사회경제

4. 두 개의 네트워크와 숙의 민주주의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 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리셋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 원래 원고들을 가지고 회원들과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2007년 사회적 기업법 제정, 그리고 2011년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으로 한국에서도 사회경제에 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사회경제는 세계적으로도 1990년대 이래 각광을 받고 있다. 사회경제란 인간의 상호성(reciprocity)에 기초해서 공동체 구성원의 연대라는 가치를 달성하려는 경제다. 따라서 집단소유와 민주적 결정, 국가와 시장으로부터의 자율, 개방 등이 사회경제의 특징이다. 협동조합은 대표적인 사회적 경제의 형태이다. 이름 자체에 들어 있듯이 사회경제의 효율성은 협동에서 비롯된다. 특히 인간의 이기성에 기초해서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달성하는 시장경제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즉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데 사회경제의 역할이 크다.

사회적 딜레마란 사회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이런 문제는 모두가 이기적으로 행동할 경우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전 인류의 생명이 걸려 있는 기후변화문제는 지금 맞닥뜨린 가장 큰 규모의 사회적 딜레마이다.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은 협동이다. 협동은 심리학이나 사회학, 그리고 근년에는 경제학자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노박의 ‘협력 진화의 5가지 규칙’을 대표로 하여 협력이 일어나는 조건이 밝혀지고 있다.

협력의 조건이 잘 갖추어진 사회에서는 협동이 사회규범(social norm)이 되고 협동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집단 정체성를 갖게 된다. 협동하는 사회에서는 상호적 행동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협동하는 사람에게는 협동하고 사회규범을 어기는 사람에 대해서는 스스로 손해를 보더라도 응징하거나 아예 상종을 하지 않는 것이 상호성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협동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모두가 서로 협동하게 된다. 즉, 협동의 전제는 신뢰이다. 그런데 신뢰라는 사회자본은 쌓아 올리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배반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신뢰는 깨지고 협동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경제에서는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사회경제가 실현되는 서로 신뢰하고 협동하는 집단이 형성된다는 것은 그에 따르는 위험도 수반한다. 강력한 집단 정체성은 흔히 외부에 대한 폐쇄성과 공격성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협동의 공동체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이탈리아 출신 사회학자 감베타(Diego Gambetta)는 마피아나 거리의 갱단도 협동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협동하는 집단은 외부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내부의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기술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잠금현상이 발생하면 그 집단은 정체하거나 심지어 반사회적일 수 있다. 즉 민주주의의 원리가 없는 집단, 특정 가치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가진 집단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협동조합 역시 이를 조심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7원칙

1.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협동조합은 자발적인 조직으로서, 협동조합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조합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의지가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성적, 사회적, 인종적, 정치적, 종교적 차별 없이 열려 있다.

2.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협동조합은 조합원에 의해 관리되는 민주적인 조직으로서, 조합원들은 정책 수립과 의사 결정에 활발하게 참여한다. 선출된 임원들은 조합원에게 책임을 갖고 봉사해야 한다.

단위 조합에서는 조합원마다 동등한 투표권(1인 1표)을 가지며, 연합 단계의 협동조합도 민주적인 방식으로 조직하고 운영한다.

3.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조합원은 협동조합에 필요한 자본을 조성하는데 공정하게 참여하며 조성된 자본을 민주적으로 통제한다. 일반적으로 자본금의 일부분은 조합의 공동재산이다. 출자 배당이 있는 경우에 조합원은 출자액에 따라 제한된 배당금을 받는다.

조합원은 다음과 같은 목적에 따라 잉여금을 배분한다.

(1)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잉여금의 일부는 배당하지 않고 유보금으로 적립

(2) 조합원의 사업 이용 실적에 비례한 편익 제공

(3) 조합원의 동의를 얻은 여타의 활동을 위한 지원

4. 자율과 독립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에 의해 관리되는 자율적인 자조 조직이다.

협동조합이 정부 등 다른 조직과 약정을 맺거나 외부에서 자본을 조달하고자 할 때는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가 보장되고,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5.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협동조합은 조합원, 선출된 임원, 경영자, 직원들이 협동조합의 발전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도록 교육과 훈련을 제공한다.

협동조합은 일반 대중, 특히 젊은 세대와 여론 지도층에게 협동의 본질과 장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6. 협동조합 간의 협동

협동조합은 지방, 전국, 지역 및 국제적으로 함께 협력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협동조합 운동의 힘을 강화시키고 조합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봉사한다.

7.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동의를 얻은 정책을 통해 조합이 속한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5.03정태인/새사연 원장

누가 뭐래도 진보개혁진영은 패배했다. 4월 11일을 벼르고 별렀던 많은 시민들을 ‘멘붕’ 상태로 몰아넣었다는 것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2010년 지자체 선거 승리, 박원순 서울 시장의 승리와 참신한 시정으로 가파르게 치솟던 희망의 불길에 찬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 날 이후 20일이 지난 지금, 정치권이 정신을 차렸다는 증거는 없다. 아니 내 보기엔 각 당이 아전인수의 해석을 거쳐 더 큰 패배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에선 참여정부의 이해찬 총리와 국민의 정부의 박지원 비서실장이 손을 잡았다. 선거 과정 중에 일어난 사사건건의 불협화가 패배의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과연 문제는 해결될까?

1954년 미국의 심리학자 셰리프 부부는 저 유명한 ‘로버 동굴의 실험(Robber cape experiment)’을 했다. 평범한 중산층 대학생들을 아무렇게나 두 집단으로 나눈 뒤, 한정된 자원(물)을 놓고 경쟁하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들은 자기 집단에 이름을 붙이고 지도자를 뽑은 뒤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급기야 살인을 우려할 정도에 이르러 실험을 중단시켜야 했다.

7년 뒤 셰리프 부부는 ‘집단간 갈등과 협동’이라는 책에서 이런 갈등을 해소할 방법을 제시했다. 이들 집단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이제 과거의 적대적 집단에 대한 호의적 정보가 제시되어 혐오스러웠던 행동도 재해석될 것이고 지도자들은 협동을 향한 단호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될 것이다.

과연 대통령선거의 승리는 ‘친노’나 ‘비노’ 어느 한 집단의 힘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그러므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은다면 민주당 내의 협동이 이뤄질 것이다. 문제는 그런 협동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국민의 정부든, 참여정부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명박 정부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 것이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의 고달팠던 기억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불행하게도 국민의 눈에는 박근혜 씨가 팍팍한 현실을 타개할 개혁의 지도자로 보였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에서 비롯된 보편복지의 청사진조차 보여주지 못한 채, 돌아가신 두 대통령만 전면에 내세우는 게 고작인 집단을 누가 믿겠는가? 즉 ‘협동 민주당’의 목표와 능력이 국민의 눈에 그저 그런 과거로의 회귀로 비친다면 그런 협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니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과거의 ‘중도’로 돌아가자는 시대착오가 바로 그렇다.

불행하게도 진보진영은 더 문제다. 진보진영 내부의 집단간 경쟁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더 강한 조직력을 가진 집단이 투표를 통해 언제나 승리했다. 일반인의 상식을 넘어선 부정이 관행이 됐다. 나는 책과 강의에서 “집단 선택에 의한 협동”의 위험성을 누누이 강조한다. 집단의 개방성, 집단 가치의 보편성, 집단 구성원의 다양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협동이라는 묘약은 죽음에 이르는 극약이 된다.

감베타라는 사회학자는 마피아와 같은 갱 집단을 예로 들어 ‘사회적 자본’의 그늘을 지적한 바 있다. 통합진보당 후보경선에서 벌어진 부정선거 의혹은 이런 그늘이 이미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집단 내 규범은 어느 덧 보편으로부터 훌쩍 멀어졌고 초등학생도 알만한 부정행위에 대한 죄의식과 수치감마저 사라졌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쉬쉬 하던 문제가 국회의원 선거라는, 숨을 곳 없는 더 큰 공간에서 확대재생산된 것이 관악을 사태이다.

“더 큰 적 앞에서 단결하자, 내부의 흠을 밖으로 드러내지 말자.” 이런 ‘조직 보위’의 억지 주장이야말로 진보의 장송곡이다. 진실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부정에 연루됐다면 당선자라 해도 읍참마속의 칼을 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진보의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 아닌가.

진실을 밝혔을 때 올 극심한 내부 혼란과 분열을 두려워하지 말라. 집단 간의 갈등과 화해와 관한 수십 년 간의 연구는 집단 내부의 분열을 치유할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건강한 진보만이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어렵지만 유일한 묘방, ‘숙의 민주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글은 PD저널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