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앱(App)의 등장과 스마트폰 정치의 출현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는 지금 ‘오바마 앱(App)’이 큰 화제다. 지난 6월에 등장한 ‘오바마 앱’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뉴스를 소개하고 토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치기부금 모금에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정치 어플리케이션’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오바마 앱’을 활용해 새로운 전자정부를 실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단 오바마 대통령다운 발상과 시도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스콧 브라운’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선거에서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워킹에지’라 불리는 이 앱은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주소를 스마트폰 지도에 표시해줌으로써 선거운동원들이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에서도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네티즌들이 자신의 투표를 증명하는 이른바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투표를 독려하는가 하면, 선관위도 후보자의 약력과 공약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방선거용 앱을 개발해 제공하기도 했다. 이렇듯 다양한 정치실험들과 함께 바야흐로 ‘스마트폰 정치’가 시작되고 있다.

인터넷과 정치영역의 관계의 발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에 인터넷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터넷의 확산이 산업과 경제영역 나아가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은 많았지만 그것이 대중의 정치참여 확대와 민주주의의 진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우선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에 반신반의했으며,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그러한 뉴 미디어와 대중의 온라인 정치참여가 현실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고 여긴 탓이다. 게다가 수십년 전 TV라는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이었던 뉴 미디어와 기술의 출현이 오히려 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를 가중시켜 대중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인터넷 정치’는 기껏해야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든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경제와 산업영역 이상으로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이후 나타난 몇몇 극적인 사건들만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드러내지 않던 대중은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 논쟁과 토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새로운 정치참여의 다양한 모델들이 실험되는가하면 실제로 예상을 뛰어넘는 커다란 정치적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인터넷 확산 초기의 온라인 정치실험은 지나가고 다시 웹2.0 시대가 열리게 된다. 쌍방향의 소통과 참여ㆍ공유ㆍ개방이라는 새로운 가치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다시 정치영역에서 새로운 변화와 신화들을 만들어 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이번엔 모바일 웹2.0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혁명의 변화속도와 파급력이 이전의 어떤 정보통신기기가 낳은 변화보다 빠르고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이 정치영역에서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는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는 경우 그 기술이 경제와 산업 측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발 빠른 분석과 전망이 이루어지는 데 반해 정작 정치ㆍ사회적 영역에 대해서는 깊이 사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 공간에서 대중의 정치참여가 극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나서야 뒤늦게 사후해석이 난무하는 경향이 반복되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한다고 해도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의 문제는 결국 한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 또 어떤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가의 문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모바일 웹2.0화, 모바일 웹2.0의 정치화

스마트폰 혁명이 정치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두 가지로 구분해서 본다면, 하나는 스마트폰 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 변화, 또는 트렌드가 기존의 정치영역에서 활용되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정치영역 안팎에 있던 다양한 정치행위자들이나 구조들이 스마트폰 혁명을 통해 정치영역 안에서 재구성되는 측면이다.

전자의 경우는 스마트폰 보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자 기존의 정치인들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입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 정당이나 정부가 스마트폰용 앱을 개발하고 이를 배포해서 국민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것 등이 해당된다. 이로 인해 정치인들은 실시간으로 시민들과 토론하고 자신들의 일상생활과 고민을 내보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시민들 역시 지금까지는 정당이나 시민단체를 통해서만 정치인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직접 정치인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도구를 갖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이 단순히 유행을 좇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정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결국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시키는 정치 콘텐츠의 발전과 확산 없이는 모바일 웹2.0의 ‘정치적 활용’은 정치인들의 패션 트렌드 이상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소셜미디어나 스마트폰을 잘 활용한다고 평가받는 정치인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이나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 기존 정치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던 진솔한 고민들을 토로하는 등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정치인들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자다. 즉 기존에 정치영역에 포함돼있지 않던 것들이 스마트폰과 모바일 웹2.0 기술을 통해 정치의 영역으로 재구성되고 기존 정치영역의 주체들이 완전히 변화하는 경우다. 더불어 새로운 정치참여 방식이 등장하는가 하면 권력과 정치 정보의 이동방식이 변하면서 정치영역의 구조를 아예 뒤바꾸는 경우마저 발생한다.

가령, 웹2.0 시대의 인터넷 정치는 유선 인터넷망을 통해 단일 의제에 접속한 대규모 군중이 집결하는 형태였다면 모바일 웹2.0 시대의 정치는 개인들의 관심사와 의제가 더욱 주목받게 되면서 더욱 다양한 의제들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이것이 통합적으로 전개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웹2.0이 가지고 있는 실시간성과 이동성이라는 특징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생활적 의제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고 이것이 거꾸로 기성 미디어나 정당, 정부 등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디어와 정치영역의 관계도 변할 수 있다. 알다시피 정치와 미디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미디어는 정치의 매개자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에게 정치적 이슈나 의제를 이해시키고 결집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일례로 전국적인 범위로 배포되는 신문의 발전과 정당의 발전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기존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미디어의 급격한 발전으로 기존의 정치영역과 미디어의 결탁관계를 거치지 않고 대중이 직접 정치영역에 접속하고 소통하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다.


정치인들도 기존 미디어와의 결탁ㆍ공모를 통해 정보를 통제하고 특정 이미지나 의제를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정치정보가 이동하는 흐름과 통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로 인해 대중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부와 정당의 정책,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대한 반응 역시 실시간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지난 웹2.0 시대에 논의되었던 거버넌스라는 개념이 민간 전문가나 시민단체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시민들에게 직접민주주의 수준의 참여를 보장하는 모바일 웹2.0 시대의 새로운 정치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와 정당, 미디어의 고민도 더 깊어져야 한다. 과거 웹2.0 시대에는 권력의 흐름이 중요해졌다면 실시간성과 이동성이 추가된 모바일 웹2.0 시대에는 “흐름이 바로 권력”이 된다고 할 수 있다(이재열·송호근, 2007).

모바일 웹2.0 시대의 직접민주주의 정치를 가로막는 장애물들

스마트폰이 낳은 모바일 웹2.0 혁명이 정치영역에서 더 많은 시도와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정치실험들이 전개되었는데 이렇게 등장한 새로운 정치적 시도들은 향후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더 넓게 확산되면서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오프라인, 즉 현실 정치에서 제도적 개선과 발전이 이러한 변화에 상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모바일 웹2.0 혁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면서 광범위한 변화를 낳는다고 해도 현실에서 법ㆍ제도적 변화와 인프라가 뒷받침되고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추동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정치참여 확대와 같은 민주주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 연예인이 투표 후에 이른바 투표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린 것에 대해 선관위가 선거법상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사건이다. 이미 대중은 스스로 다양한 정치참여 방식을 개발하고 실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법ㆍ제도의 개선 또는 인프라의 정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선인터넷, 또는 스마트폰판 정보격차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상당수의 정치정보가 디지털화되고 실시간 소통과 감시, 모니터링, 토론과 의견개진 등 스마트폰으로 인한 새로운 정치행위의 발전이 빠르면 빠를수록 여기에서 소외되는 계층도 빠르게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특정계층과 집단만 정치정보에 빠르게 접속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정치영역에서의 정보격차를 확대하고 사회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당을 비롯한 정치영역의 행위자들은 이제 정치정보와 참여에 대한 양극화, 격차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스마트폰의 확대가 시민들의 자발적 정치참여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발전에 뒤따르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정치참여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한때 세계 언론은 지금은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터넷이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칭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확산을 기반으로 한 정치영역에서의 새로운 시도와 대중들의 열성적인 참여를 통해 한국정치는 한 단계 성숙하고 발전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가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2008년 당시 대통령선거에서 소셜미디어의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실험을 단행했고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스마트폰 혁명을 필두로 모바일 웹2.0 시대가 정치영역에서의 새로운 민주주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어쩌면 몇 년 후에는 ‘스마트폰이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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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IT 산업은 한국의 효자산업이었다. 97년 외환위기 직후에 한국의 수출을 주도한 것도 IT산업이었고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IT버블 붕괴 이후에도 오히려 한국의 IT산업은 세계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며 한국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매년 기업들의 분기실적이 발표될 때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얼마를 벌었는지, 엘지전자가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얼마를 점유하고 있는지 등이 화제가 되곤 해왔다. 그런데 2009년부터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되고 전세계의 산업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한국의 IT산업이 위태롭다느니 지나치게 하드웨어에 집중된 산업구조가 문제라느니 하는 불안감 섞인 이야기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순식간에 변하는게 여론이고 분석이라지만 잘 나가던 한국 IT산업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아니면 새삼스러울 것 없는 한국 IT산업의 고질적인 문제가 스마트폰 혁명으로 재조명된 걸까?

스마트폰 혁명이 재조명한 한국 IT산업의 문제점

스마트폰 혁명은 앱스토어(Appstore)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또한 애플과 대만의 전문 제조업체 팍스콘의 수평분업형 모델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인해 주목받게 된 소프트웨어 산업과 새로운 IT제조업 모델은 거꾸로 기존 한국 IT산업의 문제점들을 재조명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지적되어왔던 한국의 IT산업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IT제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 산업에 비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문제다. 일부에서는 IT제조업에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 양극화라는 것이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서 현재 IT제조업에 있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지만 사실 크게 변한 상황은 없다.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확대되고 있는 것이 경향이다.


원래 IT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지니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로 초기에는 사용자의 증가 추세가 느리지만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면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산업의 경우 일정정도 성장하고 나면 산업 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게 되는데 이를 적절히 규제하는 것이 정부정책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부정책이 97년 외환위기 이후 수출에만 지나치게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대기업에만 자원이 집중되었고 IT 중소기업들은 정부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대기업들의 하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더구나 IT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투입이 절대적으로 낮아 오로지 노동에만 의존하는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다시 드러난 IT 제조업의 문제점을 짚어보면 전체 IT 제조업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일부 수출 중심의 최종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수출효자 노릇을 하는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부품에 대한 자립도가 낮은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부품소재산업이 일본, 대만 등에 비해 취약한 지점도 곧 잘 지적되는 문제다. IT제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는 결국은 경제 주체들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게 되고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결과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IT제조업 고용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IT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대한 낮은 협상력과 불공정한 거래 관행으로 충분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투자를 하지 못하고 오로지 노동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IT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제아무리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을 많이 팔아도 중소기업 제조업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나날이 높아져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최근 스마트폰 혁명으로 부품소재산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의 발전 없이는 전통적인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 되면서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모델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의 IT산업 구조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실 이미 세계의 IT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오고 있었다. 세계 IT시장은 전체 규모 3.4조 달러(‘08)에서 정보통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46.6%, 소프트웨어 산업이 30.7%에 이르고 있고 하드웨어 산업은 22.7%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전체 IT산업 생산액 중 하드웨어 산업이 73%를 차지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은 8%에 불과하다. 한국의 언론들이 매년 삼성이나 엘지의 반도체, 휴대폰 판매량을 대서특필하는 동안에도 세계 IT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주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한국의 무선인터넷 정책 등을 두고 이동통신사들이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갇혀있었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사실 재벌대기업들의 화려한 판매실적과 이를 마치 국가적 자부심으로 여기게 조장한 언론들의 호들갑 뒤에서 한국 IT산업 전체가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갇혀있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이러다보니 스마트폰 혁명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게 되자 급기야 한국 정부와 대기업들도 하드웨어 산업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으로 구조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대기업과 하드웨어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의 IT산업이 지금까지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과실을 대기업만이 독점하다시피 해왔고 더구나 이런 과실이 IT제조업과 콘덴츠 개발 등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소기업들에게까지 돌아가지 않으면서 IT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와 괴리되는 현상이 심화되어 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성장의 과실을 얻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오로지 노동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밖에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자 이로 인해 정작 중소기업 노동자들이나 개발자들은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되었고 IT산업이 신종 3D산업이라는 취급을 받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한국에서 반복되는 애플과 팍스콘 노동자들

이 러한 한국 IT산업의 고질적 문제점들이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전파한다는 스마트폰 혁명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국민들의 삶이 그렇게 단순하게 개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세계적인 산업의 변화가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의 경영전략 등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크다. 아마 한국의 대기업들도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시하게 되고 부품소재산업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곧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개발자들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는 없다. 사실 스마트폰 혁명을 세계적 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는 애플만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자사의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대만의 혼하이그룹 자회사인 팍스콘이라는 전문 제조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팍스콘의 노동자들은 유례 없이 열악한 노동시간과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최근 몇 달새 무려 열두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애플 아이폰의 세계적인 성공이 중국의 팍스콘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와 비례하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과 팍스콘 노동자들의 관계는 한국의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 하청 노동자들의 관계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이 스마트폰 열풍에 동참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고 부품소재산업 등을 혁신시킨다고 해도 이는 중소기업,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대한 노동강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애플이나 구글과 같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서가는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제품단가 하락을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를 목표로 중소기업에 단가압력을 넣을 수도 있다. 이미 휴대폰 시장에서 재벌대기업들이 세계 휴대폰 시장을 더 많이 차지할수록 국내 부품생산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이익률이 하락한 2005년, 2006년의 기존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더구나 ‘앱스토어’등의 성공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 콘덴츠 산업 등의 경우도 대기업들이 나서서 이를 단독으로 수직계열화할 경우 자본도 투자여력도 부족한 중소기업들이나 개발자들이 이에 맞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이나 콘텐츠 개발도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의 대량 축적이나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거대한 변화라해도 초창기에는 늘 빛나는 성공을 거둔 개인들이 주목받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재벌대기업들의 위용만 주목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 IT중소벤쳐기업들의 몰락과 대기업들의 독점화 현상도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진정한 상생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따라서 현재 한국 IT산업의 바람직한 혁신과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정부정책과 함께 기업들의 경영방식도 변해야 한다. 정부정책은 그동안 수출효자산업으로 인식해온 IT대기업들의 하드웨어 산업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부품소재산업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이 더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기업들에게 그냥 맡겨둬서는 안 된다. IT중소기업들이나 콘덴츠 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노력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정책은 정부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현재 정부가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우만해도 87.8%가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하는 등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그간 수출주도정책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 대기업들도 이제 변화된 환경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덴츠 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과 공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급히 깨달아야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스마트폰 혁명, 모바일 웹2.0 혁명이 그대로 대기업, 중소기업의 관계 변화, 개발자 등을 포함해 중소제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애플도 삼성도, 구글도 결국은 새롭게 열리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생산의 고리에서 최종점을 차지하기 위해 플랫폼 전쟁이니 혁신이니 하는 말을 가져다 혈투를 벌이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노동의 문제, 고용의 문제, 국민생활의 변화와 개선 등을 고려하기보다는 이윤추구에 몰두하는 것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이 단순히 새롭게 열린 시장에서 수직계열화를 통해 기존의 방식대로 중소기업과 개발자들의 노동과 노력을 빼앗아가는 방식을 고수한다면 이것은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변화에 대한 얕은 고민과 시야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바일 웹2.0 혁명의 근본가치인 ‘참여, 공유, 개방’은 기업의 변화에 앞서 국민들의 의식에 변화를 낳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의 소비자로서 머물지 않고 정치, 사회, 경제적인 문제에 실시간으로 참여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거대기업들의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이나, 공존을 외면하는 독점과 편법을 예리하게 지적하며 참여와 공존을 거부하는 낡은 질서를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모 바일 웹2.0 혁명의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는 국민들의 의식에 이미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쩌면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보다 먼저 국민의식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을 더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스마트폰 혁명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수용하는 국민들의 대중적 요구가 주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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