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1년부터 경제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했으니 3년째다. 특히 지난해는 2.0% 수준밖에 성장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별히 주목할 경제적 충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던 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다. 새로 취임하는 박근혜 정부는 예산집행을 상반기에 몰아서 할 뿐 아니라 추경편성까지 해서라도 경기악화를 막으려 할 것이지만 체감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럼 하반기는 어떨까. 그건 그때 가 봐야 한다. 유럽위기 향방 등 대외적 변수들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나라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2012년 실적은 최고의 신기록 행진을 했다. 지난해 매출액 잠정집계는 201조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8.4%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더 놀랍다. 29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전년 대비 거의 두 배인 88.84%가 증가했다. 이 정도 어마어마한 규모면 우리 국민들에게 떡고물이라도 떨어졌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우리경제에서 ‘부자 삼성 가난한 국민’의 특징이 점점 더 짙어져 간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왜 그럴까. 한국은행에서 이에 대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이슈보고서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민소득 가운데 기업이 이윤·이자·배당금으로 가져가는 몫이 계속 커져 온 반면 가계에게 차례지는 몫은 줄어 왔다고 분석한다. 외환위기 직전인 95년 국민소득 가운데 가계의 비중은 70.6%였다. 그런데 2011년에는 61.6%까지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의 몫은 16.6%에서 24.1%까지 늘어났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신자유주의 영향 등으로 가계소득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에서 유독 가계의 몫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2011년 기준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76.4%, 일본 65.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69.0%였다. 한국이 61.6%였음을 비교해 보라. 언론에서는 우리 사회가 '격차 사회'라고 난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남성과 여성의 격차 등 수많은 격차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격차의 근원에는 기업과 가계가 가져가는 몫의 격차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보자.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가계소득이 예전에 비해 늘지 않은 이유를 세 가지 차원에서 설득력 있게 정리했다. 첫째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를 임금증가가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90년대에는 연평균 임금 증가율이 11.7%였고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2.8%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양상이 달라진다. 임금상승률은 7.2%에 불과한데, 영업이익률은 10.2%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은 훨씬 더 올랐을 것이다. 결국 기업이 이윤을 내고 성과를 올려 거둔 몫을 노동자에게 비례해서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자 삼성, 가난한 가계의 숨은 비밀은 이처럼 단순한 곳에 있었다.

두 번째는 기업의 노동자뿐 아니라 취업자에서 28.2%나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됐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수익 역시 임금과 유사하게 90년대까지는 괜찮았지만 2000년대 오면서 현저히 줄어들었다. 90년대에 자영업자 연평균 영업이익은 10.2% 증가해 기업 영업이익과 비슷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자영업자 영업이익이 고작 1.5%밖에 늘지 않았고 기업은 10.2%가 늘었으니 당연히 기업에 비해 자영업 가계의 소득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임금노동자보다 못한 영세 자영업의 확산은 여기서도 확인된다.

세 번째는 바로 가계부채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의 저축률이 10%가 넘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 덕분에 부채에 대한 이자상환보다 저축에 대한 이자수입이 많아서 순이자소득이 14%씩 늘어났다. 그런데 2000년대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다. 순이자소득이 마이너스 13.3%로 역전된 것이다. 2011년 기준 1천조원의 가계부채 때문에 상환해야 할 이자가 연간 44.5조원 규모로 불어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반면 기업은 2000년대 들어와 부채 비율이 크게 축소됐고, 금융비용도 줄어들었다. 들어오는 수입은 충분히 오르지 않고 나가야 할 지출만 늘어난 곳은 가계뿐이었다.

이런 분석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소득 확대→소비증가→고용창출→인적자본 축적→성장지속→소득확대'의 선순환을 이루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체제로 바꿔야 한다. 새사연은 이를 ‘소득주도 성장모델’이라고 부른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빼 버렸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첨예한 이슈가 된 경제민주화가 그 해답이 되지 않을까.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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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사람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본질은 바꾸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바꾸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더라도 어렵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려고 흉내만 내는 경우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금방 이전 모습으로 돌아온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 경제가 1%대로 주저앉기 시작하자, 박근혜 후보는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성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보수적인 색깔을 다시 드러내 보였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경제민주화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운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례적 이야기를 반복한 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성장에 부담되는 게 아니라 성장을 돕는 것으로, 경제민주화와 성장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도 제대로 될 리 없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당초에 경제민주화와 성장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이 조금만 약해져도 곧바로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성장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년에 2% 이하로 성장 전망이 떨어지면 성장을 하겠다고 경제민주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거의 확정적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긴 침체에 들어갔다.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까지 매 분기 전기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이어진다면 경기부진 지속기간이 과거보다 더 길어지게 되며, 향후 성장경로도 하방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경기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기 정권을 책임질 대선후보들은 당연히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나 최소한의 성장동력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고려해야 할 성장은 5년 전의 ‘747 성장’과 같은 고속성장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현재의 세계적 장기침체 국면에서 탈출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여기에 답을 해야 한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확실해지는 정도에 따라 재벌 등 일부 보수세력들이 ‘재벌 때리기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식의 반격을 해 올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도 이런 발상을 하는 것 같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는 다음과 같은 의견도 있다. “국내외 경제가 통합돼 있는 상황에서 공급은 충분할 수밖에 없고, 공급 측면에서 투자여력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수요의 충분한 개선 없이는 투자의 급속한 회복은 어렵다는 점에서 수요회복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장에 영향을 줄 경제민주화의 역할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경제민주화는 당면한 양극화의 가장 확실한 해법일 뿐 아니라 내수를 기반으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느냐 여부는 경제민주화 담론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소득불평등 문제로 돌아가서 국민경제 총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가계에 소득이라는 ‘성장연료’를 주입해 주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그렇게 해서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이라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성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새사연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다.

그런데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상호 갈등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대답을 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창업국가 코리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다시 신기술과 창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금 누구에게 창업을 독려하는가. 자본도 없고, 시장수요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에 나서라는 것인가. 아니면 그나마 직장을 잡은 30~40대 직장인에게 직장에서 나오라는 얘기인가. 그도 아니면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퇴직금을 밑천 삼아 창업에 뛰어들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에 뛰어들어 자영업 과잉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아무 때나 신기술이나 창업을 말하면 첨단이고 벤처인 것은 아니다. 제발 아무 때나 만능의 열쇠인 것처럼 ‘창업’ 얘기를 남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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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1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 90년대 벤처정책 부활? 혹은 ‘삼성 스타일’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목 차]

1. 박근혜 후보만 ‘말하지 않았던’ 성장정책

2. 성장론? 잘해야 10년 전 IT산업 정책

3.‘스마트 뉴딜’은 신종 비정규 양산 정책인가?

4. 박근혜 후보는 박원순 시장에게 배워도 좋을 것.

 

[본 문]

1.박근혜 후보만 ‘말하지 않았던’ 성장정책

기다렸다. 한국의 보수와 박근혜 후보가 어떤 성장론을 들고 나올 것인지. 원래 성장론은 보수의 단골 메뉴 아니던가? 그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그런데 그들의 성장모델 - 중국이나 독일식으로 국내 저임금과 해외수출로 성장 동력을 삼던 수출 의존형 모델이나, 미국과 남유럽처럼 부진한 소득을 부채로 충당하여 소비하는 부채 의존형 성장 모델은 금융위기로 무너져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가 재정자극 정책을 사용하여 경기부양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랬더니 보수는 성장이 아니라 균형재정과 긴축을 들고 나왔다. 증세 대신에 노동자와 국민들의 내핍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진보 세력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자극정책과 사회안전망 강화로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이를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보수는 긴축 협약을 하자고 하고, 진보는 성장협약을 하자는 것이 지금의 유럽이 아닌가. 공화당은 재정삭감을 주장하고 민주당은 버핏세를 주장하는 것이 지금의 미국이다.

한국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경선에 나섰던 손학규 전의원이 ‘진보적 성장론’을 그리고 문재인 대선 후보가 ‘포용적 성장론’을 들고 나오면서 민주 통합당 쪽에서 새로운 성장전략에 불을 지폈다. 새사연도 대선정책을 담은 단행본 『리셋 코리아』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대안적 성장론으로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를 강력하게 제시했다. 이는 이미 세계 노동기구(ILO)와 국제연합(UN)의 각종 포럼에서 대안적 성장전략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을 한국에 선도적으로 적용한 시도였다.

더구나 하반기로 들어오면서 한국경제의 위축은 더 이상이 가정이 아니라 확정적 현실로 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 성장률을 2.4%로 대폭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의 위기관리 대책과 함께, 침체로부터 어떻게 탈출하고 어떻게 회복 동력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대선후보들은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침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지금까지 시종 성장론에 대해 말문을 닫고 있었다. 오직 내용이 모호한 ‘박근혜 표 경제 민주화’만 반복할 뿐이었다. 성장론이 블랙박스로 남은 가운데 일자리 정책도 덩달아 블랙박스였다. 그래서 기다렸다. ‘창조 경제론’이라 이름붙인 일자리 정책과 성장정책의 내용을 보기 위하여.

성장론? 잘해야 10년 전 IT산업 정책

드디어 10월 18일 박근혜 캠프가 ‘창조경제 스마트 뉴딜’이라는 엄청난 개념 조합으로 작명한 성장정책, 일자리 정책을 발표했다.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 창조경제론이라고 박근혜 후보는 정의했다. 그리고 이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7대 전략’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

1

국민행복 기술을 전 산업에 적용하여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

(스마트 뉴딜 정책 시행)

2

소프트웨어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

3

정보의 개방과 공유를 통해 창조 정부 만들기

4

창업국가 코리아를 만들기, 대학을 창업기지로 만들기

5

스펙초월 채용시스템 만들기(정부가 인재양성)

6

청년들의 해외취업기회 확대(K-move 시작)

7

미래 창조 과학부 신설

그런데 뭔가? 어디에 성장전략이 있는가? 어디에 위기 탈출전략이 있는가? 7대 과제 중에 앞의 4가지는 IT산업에 대한 일상적인 정부지원 전략, 즉 IT산업 정책이고, 5,6번 2개는 이명박 정부시기에도 등장했던 청년 취업대책 메뉴들의 일부이다. 마지막 ‘미래 창조 과학부 신설’이야 모든 후보들이 얘기하는 정보통신부 부활과 이름과 다르지 맥락은 같은 얘기니 차별될 것도 없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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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8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세 명의 유력 후보들 사이의 지지율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 정책이 구체화되고 우선순위가 명확히 선별돼 국민 앞에 제시되지 않고 있다.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완성된 공약집을 선보인 캠프는 단 한 군데도 없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정책 비전은 일단 화려한 모습으로 선보이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문재인 후보는 ‘포용적 성장’을 내세웠고, 안철수 후보는 최근 '혁신경제'라는 것을 화두로 꺼냈다. 모두 낙관적인 비전들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외적인 경제환경은 대선후보들의 낙관적인 비전을 수용해 줄 여건이 도무지 아닌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모두 떨어뜨린 바 있는데, 단기적 전망뿐 아니라 장기 진단도 우울하기만 하다. 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세계경제가 괜찮은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는 금융위기 시작(2008년)으로부터 적어도 10년은 확실히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슨 소리인가. 최소 2018년까지는 경기불황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결국 차기 정권(2013~2017년)은 집권기간 내내 세계경제 불황의 터널 속에서 생존하고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국제통화기금의 최근 전망에서만 거론된 것이 아니다. 새사연은 올해 상반기에 펴낸 대선 정책 단행본 ‘리셋 코리아’에서 “2008년 금융위기는 대침체를 넘어 장기침체(Long Recession)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올해 대통령 선거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시대교체가 될 정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야 침체 극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장기불황을 탈출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국경제의 외형을 마사지하거나 성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체질을 바꾸고 구조를 개편하는 그런 수준의 개혁안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무엇보다 기존의 수출의존형, 부채의존형 경제발전 모델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수출의존형 발전전략이나 부채의존형 발전전략 자체가 이미 불황 속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을 정점으로 지난해와 올해, 그리고 내년 이후까지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출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 수년 동안은 이웃 국가 중국의 호조로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이 9~10% 성장하던 시대는 끝났다. 게다가 모든 나라들이 위기탈출 대책으로 환율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출을 늘리려 한다. 수출의존형 발전전략이 고스란히 불황 속으로 들어가는 전략인 이유다.

부채의존형 발전전략도 마찬가지의 한계에 봉착했다. 이제 1천100조원의 가계부채는 부동산 경기하락과 맞물리면서 우리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어마어마한 장애물이 됐다. 가계부채로 인해 금리정책 등 많은 거시정책이 제한을 받고 있다. 가계부채는 얼마 안 되는 국민들의 소득을 이자와 원금상환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심각한 구매력 약화를 불러와 내수를 약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득 불평등 문제로 돌아가서 국민경제 총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가계에 대해 소득이라는 ‘성장 연료’를 주입해 줘야 한다. 우리는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이라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경제체제로의 구조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과제가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는 해결책이 바로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동반성장 전략이다. 다시 말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포용적 성장전략 안에 소득주도 성장을 매우 중요하게 위치시켰다는 점이다. 안철수 후보도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고용이 따르지 않는 성장은 궁극적으로 상품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켜서 파괴적인 결과를 낳게 됩니다.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분배와 보상을 해 줘서 구매력을 키우는 것이 결국 내수시장 활성화를 가져와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적시했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에 대한 이해의 틀을 흡수하고 있다. 물론 박근혜 후보에게는 노동자와 중소상인의 소득을 키워 내수를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다시 걱정스러워지는 대목도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이처럼 수출주도·부채주도 성장전략이라는 낡은 시스템을 폐기하고,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워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소득주도 성장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이 더 이상 구체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두 후보의 정책 창고에서 벌써 녹슬고 있는 것인가. 10년 장기불황이 언급되는 마당이어서 더욱 걱정스럽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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