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의 [잇:북]2012.11.19 11:10

2012 / 11 / 1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 유럽 위기 편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 새사연은 올해 1월부터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번역하고 요약하여 소개하는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유럽연합의 경제 위기에 대해 다룬 7편의 글을 모아 테마북으로 엮었다.

 

[여는 글]

여름을 지나면서 조금 진정되는 듯했던 유럽이 다시 시끄럽다. 11월 14일 유럽노조총연맹(ETUC)의 주도 하에 유럽 23개국에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특히 그동안 재정위기와 긴축재정으로 고통받아온 그리스, 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 시민들의 반응이 격렬하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유럽연합(EU)이 탄생했고, 1999년 단일화페인 유로화가 출범했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들 사이의 커다란 경제력 차이가 존재했고, 이는 무역수지의 과도한 불균형과 금융자본의 쏠림을 가져왔다. 탄탄한 경제력을 가진 독일은 유로존 내의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높은 무역흑자를 올렸고, 그렇게 쌓인 돈은 독일은행을 통해서 그리스나 스페인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자본 흐름은 중단되었고 거품은 급속히 꺼졌다.

거품과 함께 붕괴되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리스나 스페인의 정부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재정위기로 이어지며,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트로이카로 불린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은 구제금융과 함께 해당 국가에 임금삭감과 공무원 감축 등의 내용을 담은 긴축재정안을 요구했다. 물론 이에 대해 해당 국가 국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트로이카가 투자자인 독일이나 프랑스 은행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만 노력한다는 비판, 긴축재정을 강요하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독일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올해 2월 그리스가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네, 못받아들이네 하던 상황, 4월을 넘어서면서 이번에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네, 안하네 하던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세계의 석학들은 유로존 위기의 근본은 정치적, 경제적 통합 없이 진행된 통화통합에 있다고 지적한다. 단일통화를 쓸 경우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경제력 차이에 의한 불균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치정책은 부재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저마다의 입장을 주장하는 개별 국가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유럽연합은 ‘연합’이 되지 못했다. 장 피사니 페리는 이것이 바로 유럽연합과 미합중국과의 차이라고 지적하며, 연합체로서 초기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나눠지지 못한 유럽연합을 비판한다. 대니 로드릭은 결국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연합 역시 개별국가의 주권을 양보하고 유럽연합을 제대로 된 연합체로 만들던지 아니면 주권을 지키는 경제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별국가로 돌아가던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로랑스 투비아나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유럽연합이 유럽 차원의 투자를 주도해나가면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함께 시민들의 삶 또한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교육, 지식,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개선에 필요한 투자에 나서라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에도 적용되는 해법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저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고 있다. 이를 동아시아 공동체 차원에서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서 운용하면 그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세계 경제 침체로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금을 동아시아 내에 투자하여 역내 수출과 소비를 늘림으로써 경기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세계화 시대, 금융위기나 재정위기와 같은 위기는 세계화의 속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를 제어하는 수단과 주체, 이로 인한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이들은 여전히 개별 국가 차원에서 머물고 있다. 국경을 넘는 협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만, 결국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각 국의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세계화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의 협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수연

 

 

[본  문]

◆ 여는 글 -------------------------------------------- 4

◆ 그리스 사태, ECB가 강제적 채무조정 나서야 ---------------- 5
    유럽중앙은행 바로 잡기 / 조셉 스티글리츠

◆ 그리스, 세계 시장과 국민 정치의 갈등 --------------------- 8
    유럽 위기로 보는 세계화의 미래 / 케말 데르비스

◆ 그리스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12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 / 장 피사니 페리

◆ 6월 안에 다가올 그리스 유로 탈퇴, 어떻게 막을까 ----------- 15
    묵시록은 확실히 온다 / 폴 크루그만

◆ 유럽, 녹색 성장으로 탈출하라 --------------------------  20
    녹색 탈출을 준비하라 / 로랑스 투비아나

◆ 유럽이 미국처럼 합중국이 될 수 없는 이유 ----------------  24  
    유럽, 연방이 될 것인가, 붕괴할 것인가? / 장 피사니 페리

◆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주권의 트릴레마 ---------------- 28
    주권에 관한 진실 / 대니 로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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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2이은경/새사연 연구원

복지담론에서 승리하기

복지가 대세입니다. 선거시즌을 맞아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은 복지확충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특별히 우열을 가리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이렇게만 간다면 선거이후 우리는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맞이하게 되는 걸까요?

복지국가는 경제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얼마를 누구에게 주는가에 대한 문제만으로 바라봐선 안됩니다. 세계화와 양극화로 인해 발생한 빈곤의 문제를 복지혜택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원인을 그대로 두고 현상에만 손을 대는 ‘언발에 오줌누기’ 식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화가 복지에 미친 영향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와 그로인한 양극화의 심화를 불러왔습니다. 국경이 없어진 다국적 기업들은 보다 규제가 적고 임금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거나 혹은 옮기겠다고 협박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로 대부분의 국가들은 기업에 대한 세금을 지속적으로 낮춰주고 있습니다. 또 한 측면으로는 노동의 유연화가 진행됩니다. 정식 고용을 줄이고 하청이나 위탁형태로 바꾸어 그 과정에서 노동자는 양극화 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세계화는 이런 식으로 복지의 영역을 약화시킵니다.

복지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과 정책적 수단은 줄어드는 반면, 높은 고용강도와 노동의 양극화, 질높은 일자리의 감소로 복지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 악순환을 겪는 것입니다. 여기에 심각한 경제위기상황이 오면 막대한 공적자금은 자본을 살리는 데로 투자되며 국가경제는 갈수록 취약해지게 됩니다. 이것이 현재 복지국가의 위기 현상의 본질입니다. 여기에 국가지출에 대한 비효율이 지적되고 복지망국병이란 말을 덧씌웁니다.

결과적으로 경제구조와 복지문제가 분리되어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든 재원을 확충해서 필요한 복지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표가 되고 복지의 핵심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도를 설계하느냐가 되고 있습니다.

복지프로그램의 차별성을 넘어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교육이 이야기 되고 있고 재정 마련을 위한 논쟁이 치열합니다. 누가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하는지가 선거 차별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를 유지한 채 복지를 통해 문제점을 완화하겠다는 방법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4대보험의 보장성을 강화도 중요하지만 보험에 가입조차 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자본통제와 재벌개혁, 적극적 일자리 창출정책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복지국가 건설 논쟁의 진정한 핵심입니다.

복지프로그램 확충을 넘어 경제-복지의 선순환 사회로 갈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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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2 / 15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케말 데르비스(Kemal Dervis)의 "유럽 위기로 보는 세계화의 미래(The Global Future of Europe's Crisis)"와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의 "국민국가의 부활(The Nation-State Reborn)"을 요약 소개한다.

케말 데르비스는 전 터키 재무장관이자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 세계은행 부총재로 현재는 브루킹스 연구소 부소장이다. 대니 로드릭은 하버드대학교의 국제정치경제 교수이며, 저서로는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가 있다.

오늘(15일)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의 최종 승인을 내리기로 했던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취소됐다. 최근 그리스 의회를 통과한 긴축안을 이행하겠다는 그리스 각 정당의 서면확약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근본적으로는 그리스가 긴축안을 이행할 것이라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 긴축안은 임금삭감, 공무원 감축 등 그리스 국민들의 희생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독일과 프랑스 채권은행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그리스 국민들의 저항은 거세다. 때문에 지금은 사퇴한 그리스 전 총리 파판두레우는 긴축안을 포함한 구제금융안과 유로존 잔류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부칠 것을 제안해었다. 하지만 금융자본의 압력에 의해 국민투표는 철회되었고, 결국 사퇴했다. 현재 그리스 총리는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사람으로 불리는 파파데모스다.

그리스의 이같은 상황을 두고 데르비스는 국민국가의 민주적 정치와 세계화가 대립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향후 이 둘 사이의 대립과 긴장이 중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았다.

로드릭 역시 한 때 세계화로 인해 국민국가는 쓸모가 없다는 환상이 돌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국민국가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고 보았다. 위기 이후 구제금융을 실시하고, 경기부양 재정정책을 피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일들은 모두 국민국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세계화와 국민국가의 대립이라고 불리기에는 정확하지 않다. 1%만을 위한 세계화, 금융자본만을 위한 세계화와 99%를 위한 민주적 정치의 대립이라고 불러야 정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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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위기로 보는 세계화의 미래
(The Global Future of Europe's Crisis)

2012년 2월 14일
케말 데르비스(Kemal Dervis)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유로존 위기는 2012년에도 계속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리스 국가 부채에 대한 그리스와 채권은행 사이의 협상은 결국 결론이 나겠지만 채권은행이 얼마나 협조할지는 의문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공공부문에서의 국채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IMF의 요구는 타당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경우 부채에 허덕이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도 똑같이 부채 탕감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 IMF, 유럽안정화기금(ESF),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약속한 지원은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다.

물론 몇 가지 긍정적인 조치도 있었다. ECB는 3년 동안 1%의 이자로 유럽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은행 위기를 막았다. 하지만 이 조치가 채무 국가들이 지고 있는 장기 대출을 줄이지는 못했다. S&P는 1월 중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그 외 7개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을 AAA로 낮췄다.

유로존이 직면한 위기의 핵심은 경제 통합 없이 일어난 통화 통합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유럽 위기는 통화 통합이라는 특수한 문제를 넘어서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개별 국민국가의 민주적 정치와 세계화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을 지적하고 있다. 무역, 통신, 금융이 서로 연결되면서 금융시장의 요동에 더 취약해졌으며, 각 국민경제 사이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졌다. 그 결과 모든 곳에서 개별 국민국가의 정치인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에 제약이 따르기 시작했다.

이런 긴장 상태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건이 그리스 전 총리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이다. 국민투표는 의사결정 수단으로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시장은 매 시간, 매 분마다 변하지만 국가의 토론은 몇 주씩 걸린다는 사실이다. 결국 금융시장과 그들을 두려워한 유럽 지도자들의 압력에 의해 파판드레우의 제안이 철회되기까지 2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전 세계에 걸쳐 국민소득에 비해 금융자산은 매우 커졌다. 금융시장은 대부분의 국가를 제압할 수 있다. 부채에 많이 의존한 국가일수록 취약하다. 만약 금융시장과 중국중앙은행이 갑자기 미 재무부 채권의 매입을 거절한다면 미국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채권국가 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금융위기로 인해 중국의 수출품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중국 역시 심각한 경제적 문제에 처할 것이다.

이렇게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위협들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더 강력한 세계 경제 정치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싶고,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싶고, 제안된 협력 조치들에 대해 동의절차를 거치기를 원한다. 초국가적인 형태의 정치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시장을 국가 내부에 재배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초국가적 협력을 추구해온 유럽연합에서조차 경제문제에 대한 정치적 협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지금 위기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그럴 일을 없을 것이며,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세계화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부분적으로 역행하지 않는다면, 지금 유럽이 고심하고 있는 국경을 넘어서는 정치는 전 세계가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21세기 전반기에 펼쳐질 핵심적인 정치적 토론은 세계 시장과 개별 국민국가의 정치 사이의 긴장 해소 방법이 될 것이며, 유럽위기는 이를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국가의 부활
(The Nation-State Reborn)

2012년 2월 13일
대니 로드릭(Dani rodrik)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우리 시대의 근원적인 신화 중 하나는 세계화와 개별 국민국가는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다. 교통과 통신의 혁명은 국경을 사라지게 하고 세계를 축소시켰다. 국가 규제에서의 협력에서부터 다국적 기구를 조직하는 국제적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운영 방식이 등장하여 국민국가의 입법자들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 국내 정치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거의 힘이 없다.

하지만 세계 금융 위기는 이런 미신을 산산조각냈다. 은행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실업자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이는 누구인가? 금융 시장의 감시와 규제를 위해 법을 다시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바로 국민국가이다. G20, IMF, 바젤위원회 등은 결국 들러리다.

심지어 지역협력기구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유럽에서도 개별 국가의 이익이 우선이다. 독일의 마르켈 총리는 부채국가들의 긴축을 선호하지 않지만, 자국 내 선거를 위해 다르게 행동해야 했다.

지식인들은 두 가지로 국민국가를 공격한다. 첫째, 재화와 자본, 사람이 전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기구로서 정부를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비판이다.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가 더 통합되고 효율적이 되면 세계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도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유방임은 더 많은 금융위기와 정치적 반발을 가져왔다.

둘째, 세계주의자는 국경의 인위성을 비난한다.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에 의하면 통신 혁명은 세계 규범(global ethics)을 창조했다. 노벨 경제학을 수상한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우리에게는 국경을 뛰어넘는 "다중 정체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모르겠다. 실증조사에 의하면 여전히 국적은 중요한 정체성으로 존재한다.

몇 년 전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는 지역, 국가, 세계에 대한 소속감을 측정했다. 예상대로 스스로를 세계시민이라 여기는 사람보다 한 국가의 국민이라 여기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에서는 국민이라는 정체성보다 지역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이 높았다.

50년 전만 해도 지리적 거리는 경제 활동의 강력한 제약조건이었다. 인터넷이 발명된 후에도 국경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물리적으로 먼 곳에 있는 국가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국가의 웹사이트를 더 많이 방문한다.

문제는 우리가 여전히 국민국가는 사라진다는 미신이 붙잡혀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무능력을 변명하고, 지식인들은 비현실적인 세계지배구조를 꿈꾼다. 사회적 약자들은 이민자와 수입품을 탓한다.

우리가 언젠가는 세계시민이 되겠지만, 지금의 위기는 여전히 국민국가의 정부가 해결하고 있다. 국민국가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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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7.08 10:10

7월 7일부터 9일까지 ‘부자 국가들의 클럽’ G8(선진 8개국) 정상회의가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다. 선진 7개국과 1998년에 합류한 러시아로 이루어진 G8 국가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05년부터 동참하기 시작한 ‘신흥 경제개발도상국’인 중국, 인도, 남아공, 멕시코, 브라질 등 5개국 정상이 합류한다. 여기에 개최국인 일본이 특별 초청한 한국, 호주, 인도네시아 정상이 참여한다. 일본의 초청 덕택에 한국도 처음으로 G8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수렁에 빠진 세계경제와 G8

원래 이번 회의의 주요 주제는 탄소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포스트 교토 의정서’ 제정 이지만 현실적으로 눈앞에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 대처방안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7월 2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G8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세계 경제가 위험지대로 진입하고 있다. 유가와 식량가격이 동반상승하면서 세계 인구 중 1억 명이 극도의 가난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G8 정상들이 위기타개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세계 경제는 1년 전 미국에서 촉발된 신용경색과 금융 불안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라는 매우 심각한 경제적 수렁으로 깊이 빠져 들고 있다. 특히 식량가격과 석유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고 이는 다시 달러와 환율, 금리 그리고 국제 금융자본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즉, 달러가치 폭락과 금융자산 투기화가 식량가격과 유가를 상승시키고, 이렇게 상승한 고유가는 다시금 물가상승과 주가폭락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화의 선도자 G8의 시대는 가고

이와 같은 세계 경제 난맥상은 오히려 세계 최고 경제대국들의 모임인 G8 정상회의를 돋보이게 만들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G8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선진8개국 G8의 위상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1990년대 초 동구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미국이 군사, 정치적으로 유일 패권을 장악하던 시절, 자본주의적 세계 질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선진국들의 확신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넘쳐났다. 이들이 거침없이 주도하였던 ‘세계화(Globalisation)’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확고한 대세였다. 21세기라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될 때 까지만 해도 그 기조는 유지되었다.

그러나 21세기를 통과한 지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첨단 금융메커니즘을 타고 전세계로 급속하게 전염되어 갔을 때,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정부들이 보인 행보는 신속하지도 협조적이지도 못했다. 그로 인한 심각한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매우 강력한 세계적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는 식량위기와 석유가격 폭등에 대해서도 아직 통일된 원인 진단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G8국가들의 위상과 능력은 20세기의 그것과 같지 않다. 이는 1997년 전세계에서 G8의 경제 비중이 65퍼센트였던 것이 10년 뒤인 2007년에 58퍼센트로 줄어들었던 데서도 드러난다. 이를 반영하듯 골드만 삭스 로버트 호매츠 부회장은 “세계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세계 경제권력 조직은 예전과 같지 않다. G8 회원국에 변화를 맞는 첫 시점이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유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매우 우려한다” 는 공허한 선언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여 세계경제를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아직 유가상승의 원인 진단조차 제대로 모아지지 않은 상태다. 국제 금융자본의 투기적 거래가 유가 상승의 주요원인이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즉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의 수요 급증이 원유가격 급등의 원인”이라는 미국정부 주장이 여전히 거세다.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수급차질인지, 투기거래인지가 합의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회 내부에서는 투기적 거래가 유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행정부와 투자은행들은 투기효과를 크게 보지 않고 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달러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작다.”, “고유가를 부추기는 몇몇 요소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배적인 요인은 수급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급격한 원유가격 상승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따위의 공허한 선언이 G8에서 합의될 석유문제 처방법이라는 황당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실효성 없는 “식량 생산국 수출규제 원칙적 폐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나서서 투기성 자본이 석유와 농산물 등의 1차 산품 시장에 유입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제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참관인 자격인 브라질의 제의가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석유가격 폭등을 막기 위한 투기자본 규제 대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유가에 대한 G8의 허술한 인식 수준은 식량위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G8 국가들은 식량문제 역시 주로 인도, 중국 등 신흥 성장국의 영향으로 인해 수요는 늘어나고 공급은 줄어드는 수급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때문에 대처 방안도 식량생산 증산문제와 식량수출통제 완화방안에 초점이 맞춰진다. 또한 식량 공급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별 식량비축제도(국가별로 곡물 비축량을 할당하여 할당된 식량을 보관하면서 비상시 시장에 방출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시스템)를 만들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국제식량기구를 창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식량위기에 대한 G8의 결론은 “식량 생산국들의 수출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정도로 모아지고 있다. 또 다시 의미도, 실효성도 없는 방안이 제출된 것이다. 사실 주요 식량 수출국들은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인도, 카자흐스탄, 브라질, 파키스탄 등으로 G8과는 관계가 없는 국가들이다. 유일하게 러시아가 식량 수출국이자 G8 국가로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니 G8의 수출규제 폐지선언이 무슨 실효가 있겠는가?

전농과 민노총 소속 투쟁단 일본 입국 거부당해

이와 동시에 G8은 ‘식량으로 사용되지 않는 식물을 사용하는 제2세대 바이오 연료 보급 추진’을 합의 내용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영국 가디언이 폭로한 세계은행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바이오 연료 생산으로 인해 식량가격이 75퍼센트나 상승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바이오 연료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자선단체인 액션에이드도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들이 바이오 연료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보조금을 철폐하고 경지를 바이오연료 생산지로 전용하는 것을 5년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G8 정상회의에서는 G8 국가들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계 NGO들이 일본 삿포르에서 ‘반대 및 대안 서밋’ 행사를 열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자, 농민단체들도 참석을 위해 지난주 출국했다. 그러나 7월 3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투쟁단 19명이 일본정부에 의해 입국을 거부당했고, 7월 4일에는 민주노총 투쟁단 5명 역시 입국을 거부당했다.

아시아의 경제대국 일본과 세계 일등 경제 강국들의 격에 맞지 않는 민감한 반응이다. 이들이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더 이상 자신들이 세계를 주도할 능력과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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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