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디플레이션의 늪을 헤매고 있는 일본경제의 물가가 2% 올라갈 때까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아베 신조가 가세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세계 자본주의 선진국 진영이 모두 강도 높은 통화 완화정책에 경제회생의 명줄을 걸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9월 세 번째 양적완화를 시작했으며 최근 그 강도를 높인 바 있다. 양적완화에 미온적이던 유럽중앙은행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무제한 양적완화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양적완화는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08년부터 미국의 선도로 시작됐다. 선진국들은 급전직하 추락하는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한쪽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다른 쪽에서는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재정적자 폭이 커지고 재정지출 여력에 한계를 보이게 되자, 점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의존도가 커지게 됐고 그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선진국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에 몰입하게 된 것은 세계경제가 비상적인 조치들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정상적인 시장기능을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적완화는 과연 기대한 경기회복 효과를 만들어 내기는 하는 것일까. 최근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 내부에서조차 그 효과를 의문시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회의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증권시장이 바닥이었던 1·2차 양적완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와 있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통화정책이 실물로 전달되는 채널들인 채권시장·신용시장·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양적완화는 재정지출 정책과 함께 사용돼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데 지금은 재정긴축을 하면서 양적완화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경제에 자금공급을 확대시켜 투자 활성화와 고용증대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해 자국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가운데 정작 신흥국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충격을 받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특히 미국의 달러공급 팽창은 달러 가치의 하락과 신흥국 통화가치의 팽창을 초래해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주게 된다. 달러가치 하락은 석유와 원자재 등 국제상품의 가격상승을 동반한다. 양적완화가 부자들에게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주지만, 상품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결국 소득격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정적으로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자국 실물경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되고, 그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자산가격 거품을 촉진시키게 된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통화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와 함께 외국자본 유입으로 인한 자본시장 변동성 증대, 추가적인 통화가치 절상압력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자본시장 자유화를 옹호해 왔던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양적완화 정책이 의도하는 것은 각국의 수요촉진을 통한 국내수요 견인보다는 환율상승을 통한 국제시장에서의 상대적인 경쟁력 확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양적완화정책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2013.1)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한다. 첫째는 자본 유출입 통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자본시장 개방의 전도사 역할을 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자본통제와 관련해 “분명한 대상에 대해, 투명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완전한 자본 이동 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며 자본통제를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토빈세가 지향하는 단기 해외투기자본 규제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외환거래과세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발전시켜야 할 문제의식이다.

둘째는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양적완화가 환율전쟁과 수출경쟁으로 변질될 것이 명확한 만큼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개혁해 내수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기반 확대의 핵심은 가계소득 성장에 의한 민간구매력 확장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기관들이 연이어 높은 기업소득 성장에 비해 정체된 가계소득 현황을 분석하면서 가계소득 성장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취지와 맥락이 닿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경제민주화도 가계소득 성장을 통한 민간소비 활성화를 목표로 한 것이어야 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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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23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우리는 언제까지 경제성장을 위해 달려가야 하는가? 경제성장이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가?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교수는 이 같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면서 이런 의문이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우리는 대체로 1인당 소득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주 기본적인 요구들이 해결되는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과 사람들의 행복은 연관성이 없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의 행복은 소득의 절대값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 크기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스키델스키 교수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설명하면서 성장이 행복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니며, 지금과 같은 양극화의 상황에서는 평등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평등은 사회안전망과 건강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기도 하고, 더 많은 여가를 즐기고, 더 많은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고, 동료 간에 더 많은 존경을 받으며, 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래, 이제 좀 다르게 살아야 한다. 국민총소득이 아니라 국민총행복지수가 중요한 시대가 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데에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논의하고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행복은 평등이다
(Happiness Is Equality)

2012년 10월 19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부탄의 국왕은 우리 모두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는 정부는 국민들의 국민총소득(GNP)이 아니라 국민총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를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행복을 강조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은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유행인걸가?

왜 정부가 경제성장을 덜 강조해야 하는지는 경제성장이 어려울수록 잘 알 수 있다. 올해 유로존은 전혀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영국 경제는 긴축 상태에 들어갔으며, 그리스 경제는 몇년 동안 위축되어 있다. 심지어 중국도 침체에 들어설 전망이다. 성장을 포기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면 안되는 걸까?

경제성장이 회복된다면 이런 분위기는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강조하는 태도에 대한 진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 성장은 덜 중요한 미래 가치가 되고 있다.

성장을 강조하던 태도가 변하게 된 첫번째 요인은 지속가능성에 관한 관심이다. 과연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이전과 같은 속도로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1970년대 사람들은 성장을 계속 하기에는 자연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식량의 고갈이나 재생불가능한 천연 자원이 걱정거리였다. 최근에는 탄소 배출이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2006년 스턴보고서(Stern Review)가 강조했듯이 미래에 뜨거워진 지구에서 튀겨지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는 오늘날의 성장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만 한다.

신기하게도 이 토론에서 한가지 금기시되는 내용은 인구에 관한 것이다. 인구수가 적을수록 뜨거워지는 지구 위에서 우리가 직면하게 될 위험은 줄어든다. 하지만 선진국 정부는 자연스러운 인구의 감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임금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흡수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은 더 빨리 성장한다.

최근 들어 성장이 가져오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드시 더 많은 성장이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계속 성장해야 하는가?

이 질문의 시작은 몇십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1974년 경제학자 로버트 이스터린(Robert Easterlin)은  "경제 성장은 인간의 삶을 개선시키는가? 몇가지 실증 증거들" 이라는 유명한 논문을 발표한다. 많은 국가에서 1인당 소득과 스스로 느끼는 행복의 정도가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던 상황에서 그는 놀라운 결론을 이끌어낸다.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는 정도의 최소 소득이 충족된 상황이라면, 행복과 1인당 GNP는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GNP는 삶의 만족도를 측정하기에 매우 부족한 지표라는 뜻이다.이후 대체 지표를 고안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다. 1972년 두 명의 경제학자 윌리암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와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이 순경제적후생(Net Economic Welfare)이라는 지표를 도입한다. GNP에서 환경오염과 같이 나쁜 생산물을 제외시키고, 여가와 같이 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추가한 것이다. 더 많은 여가를 즐기고 더 적은 노동을 하는 사회가 더 많이 일하고 따라서 GNP도 높지만 여가를 덜 즐기는 나라만큼 후생이 높다는 것을 보였다.

최근 들어서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수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삶의 양은 측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삶의 질을 측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양과 질을 어떻게 종합하여 삶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지표를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는 경제학보다는 윤리학의 문제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양을 측정하는 후생 지표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또 다른 발견이 있다. 한 국가 안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보다 덜 행복하다는 것이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확보된 경우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그들의 절대 소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집단과 비교한 상대적 소득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다른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우월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열등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결국 후생은 성장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분배되는가에 달려 있다.

삶의 만족도는 평균 소득의 성장이 아니라 중위 소득의 증가, 다시말해 일반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10명의 사람이 있는데 이 중 1명은 관리자로 1년에 15만 달러를 번다. 다른 9명은 노동자로 1년에 1만 달러를 번다. 이들의 평균 소득은 2만 5천 달러이다. 하지만 90%는 1만 달러를 벌 뿐이다. 이런 식의 소득 배분에서는 성장이 되어도  일반인의 후생이 높아질 리가 없다.

특수한 사례를 든 것이 아니다. 지난 30년간 이어진 부자들의 사회에서 평균 소득은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심지어 하락했다. 즉, 미국이나 영국에 거주하는 매우 소수의 사람들이 성장의 과실을 대부분 가져갔다. 이런 경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이 아니라 평등이다.

더 많은 평등은 사회안전망과 건강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기도 하고, 더 많은 여가를 즐기고, 더 많은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고, 동료 간에 더 많은 존경을 받으며, 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 불평등이 심해질수록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끊임없이 자극당하면서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도록 강요당할 것이다. 우리는 터보엔진을 단 아빠와 호랑이 같은 엄마가 아이들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빡빡한 사회에 살고 있다.

오히려 19세기에 살았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더 훌륭한 시민의 소양을 보여준다.

"나는 다른 이를 짓밟고 밀어제끼며, 다른 이와 충돌하고 싸우는 방식을 통해 유지되는 삶을 바라지 않는다. 사회적 삶으로서 가장 바람직한 인간...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좋은 상태는 아무도 가난하지 않고 아무도 더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앞으로 나가기를 강요당하며 뒤처질까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상태이다."

부탄의 왕을 비롯하여 수량화할 수 있는 부의 한계를 깨달은 많은 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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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15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세계 3대 선진국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 지난 9월에 동시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작했다. 재정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중앙은행의 지원만으로 경기회복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기상황이 가장 낫다고 하는 미국경제도 좀처럼 고용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경기회복 수준이 미약하자 세 번째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을 발표했다. “매달 400억 달러 MBS 채권을 무기한 매입하고, 0~0.25%의 초저금리 기조를 적어도 2015년 중반까지 연장하며, 국채교환 프로그램을 지속”한다는 강력한 조치다.

그런데 앞서 미국 경제부양을 목적으로 한 3차 양적완화의 결과로 풀린 달러가 신흥국에 유입되면서 신흥국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킬 뿐 아니라 달러가치 하락을 초래하여 환율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세계의 시선 30:미국의 3차 양적완화는 두 번째 '환율전쟁'을 부르나? 참조) 최근 10월 13일 브라질 만테가 재무장관이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하면서, “선진국들의 이기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통화전쟁이 촉발됐다”고 비판한 것이 그 사례다. 

그렇다면 3차 양적완화가 미국의 실물경제 회복에는 도움이 되는가? 이 점에 대해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꼼꼼한 논리를 펴면서 비판한다. 요지는 2008~2010년 1차 양적완화, 2010~2011년 2차 양적완화, 2011~2012년 국채교환프로그램(오퍼레이션 트위스트, Operation Twist)에 비해 그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3차 양적완화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중요 이유 중의 하나는 통화정책과 재정 부양정책이 함께 사용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재정절벽과 같은 재정적 제약 상황 속에서 3차 양적완화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양적완화가 실물경제로 전달되어 실물경제 회복을 추동하게 해줄 경로들(채권시장 경로, 신용시장 경로, 통화 경로, 주식시장 경로, 그리고 신뢰의 경로들)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는 “만약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경로들이 모두 깨졌다면, 3차 양적완화가 경제성장에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루비니의 글이 그런것처럼 꼼꼼하게 실증적인 비교 분석을 한 컬럼이다. 

 

회의적인 양적완화 효과

(Hard to be Easing)

2012년 10월 1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3차 양적완화에 착수하기로 한 미국 연준(Fed)의 결정은 세 가지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3차 양적완화는 빈사상태에 빠진 미국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것인가? 미국과 전 세계의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상승을 견인해줄 것인가? 마지막으로, 국민경제(GDP)성장과 주식시장에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1차, 2차 양적완화와 뒤 이은 연준의 국채매입 프로그램(Operation Twist)때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 대한 3차 양적완화 효과가 강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전의 통화 완화정책들이 지속적인 주가상승과 연관되어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3차 양적완화의 규모와 기간은 더욱 대규모적인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확고히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이전의 양적 완화 시기에 비해 훨씬 적거나 단기적일 것이다.

우선 이전시기 양적완화 정책은 주가와 수익률이 매우 낮은 시점에서 시작되었음을 고려해보라. 2009년 3월에 S&P500 지수는 660선 아래였고 기업과 은행들의 주당 순이익(EPS)은 금융위기 저점으로 추락했으며 주가 수익률(PER)도 한 자리 수였다. 지금은 S&P500 지수는 1430을 맴돌고 있을 정도로 100%이상 올랐고 평균 주당 순이익은 100달러에 접근했으며 주가 수익률은 14배를 넘어간다.

2차 양적완화 기간인 2010년 여름에조차 S&P500, 주당 순이익, 주가수익률 모두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 만약 3차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 성장률이 취약한 수준에 머무르게 되면(그럴 가능성이 높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더욱이 이번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 1,2차 양적 완화는 더 이상의 경제침체를 방어하고 더블 딥(double-dip)을 피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는데, 그것은 재정부양책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3차 양적완화는 재정적 긴축, 심지어 거대한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동반하고 있다.  

미국이 올해 말에 다가오는 GDP의 4.5%에 달하는 재정절벽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GDP의 1.5%에 달하는 재정긴축이 2013년 경제에 충격을 가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현재 미국경제 성장률이 연율 기준 1.6%에 머무르고 있는데, 여기서 GDP 1%정도의 재정긴축은 2013년 미국경제가 거의 정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3차 양적완화로 가계와 기업이 서서히 회복되어서 2013년에도 미국의 성장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준다고 할 때에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그 이상의 회복 조짐은 없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경기가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통화완화 정책을 선언하기 직전에 이미 성장세로 반전했음을 경제 선행지표들이 보여주었다. 당시에는 이미 회복세로 들어선 경기를 더 자극하는 식으로 양적완화가 역할을 했고 이것이 주가상승 지속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데이터들은 미국경제가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유사하게 동력이 약하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노동시장의 취약함과 낮은 수준의 자본지출, 그리고 느린 소득상승은 올해 3분기 성장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을 부정하고 있다.  

한편 통화 완화 정책을 실물경제로 전달하기 위한 주요 경로인 채권시장, 신용시장, 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등은 무너져버리지 않았다면 취약해져 있는 상태다. 이제 채권시장 경로는 성장을 촉진해주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장기국채 이자율은 이미 매우 낮은 상태이며 추가적 할인이 민간 차입자들에게 차입비용을 의미 있게 낮춰주지 못한다.  

신용채널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은행들이 추가적으로 대출을 풀어주기 보다는 초과 준비금으로 쌓아놓는 식으로 양적완화로 생긴 추가적 유동성을 대부분 비축해놓고 있다. 차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반면 차입을 원하는 사람들은 가계부채가 높고, 차입을 원하는 (대부분 중소 규모의) 기업들은 신용 제한에 걸려 있는 상태다.

통화 경로도 비슷하게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성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양적 완화로 인해 -인용자) 달러 약세 환경이 만들어져도 순 수출이 좀처럼 탄탄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많은 나라에서 중앙은행들이 미국 연준을 따라 다양한 방식의 양적완화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고 그 결과 약 달러를 유지하려는 연준이 조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무역수지와 성장률에 대한 약 달러 효과는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제한받고 있다. 첫째, 약 달러는 (석유, 원자재, 곡물 등) 상품가격이 높아지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상품 순 수입국인 미국으로서는 무역수지 개선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강력한 수출에 의해 유도되는 성장률 개선은 수입의 증가를 수반하게 된다.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한 약 달러의 총 효과는 제로에 수렴한다.

양적완화를 실물경제로 전달해주는 다른 의미 있는 유일한 경로는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다. 그러나 3차 양적완화가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주장은 다소 순환 논법적이다. 지속적인 자산 가격 상승을 위해서는 성장률이 회복되어야 하고, 성장률은 자산효과로 인해 회복될 수 있다는 동어반복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만약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경로들이 모두 깨졌다면, 3차 양적완화가 경제성장에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최근 추가적인 경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것은 ‘신뢰의 경로(confidence channel)’인데, 오랜 동안 충분히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시키겠다는 연준의 약속이 민간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연준은 2010년 2차 양적완화 당시 제로금리를 당초 2013년까지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가, 이번에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2015년까지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 인용자) 문제는 어떻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그러한 효과를 유지시킬 것인가 하는데 있다. 부채 축소, 거시적 불확실성, 취약한 노동시장 회복, 그리고 재정적 제약이 계속되는 환경에서는 신뢰는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요약하면, 3차 양적완화가 전면적인 경기침체 위험을 감소시켜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런 축소과정을 견뎌야하는 경제에 대해 지속력 있는 회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다. 3차 양적완화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하게 해주고 약간의 자산 가격 상승을 자극해줄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실망스러워지고 기업 실적과 수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게 되면 주가상승은 흐지부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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