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8                                                                                   박세길/ 새사연 前 부원장




전쟁이 시작되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 여당과 여기에 반대하는 국민들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 이 전쟁은 나날이 확전 일로에 있다. 새누리당 수뇌부에서는 교사 지침서와 참고서로까지 전선을 확대시키고 있다. 전쟁은 새로운 국정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기로 한 2017년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도대체 이 전쟁은 왜 시작된 것일까? 누가 무슨 의도로 이 전쟁에 불을 붙인 것일까? 이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지난 10월 8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단일 국사교과서’ 박대통령이 결정했다”였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최고 통치자의 의중이 강력히 반영된 것임을 입증한다. <한겨레> 등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의 친일 독재 전력을 미화하려는 의도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해 왔다. 유신독재에 항거했던 1970년대 민주화운동 출신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본능적으로 나올 수 있는 시각일 수도 있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정만으로 이처럼 엄청난 전쟁을 감행한 것일까? 친박․비박으로 갈려져 있는 새누리당 수뇌부가 역사 교과서 전쟁에 대해서만큼은 일치단결해 있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지난 2012년 4월 총선 때의 일이다. 총선을 앞둔 몇 달 전만 해도 대부분의 분위기는 야당이 이긴다는 쪽이었다. 심지어는 여당 안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워낙 죽을 쓰는 바람에 여당 심판론이 널리 확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서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두고 한미FTA 국회 비준이 이루어졌고, 제주 해군기지 공사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구럼비 바위 폭파가 강행되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두 가지 조치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별 인기 없는 일을 강행하는 정부의 처사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 즈음 서울 모처에서 원로 선생님 두 분을 뵌 적이 있었다. 두 분 모두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말씀드렸다.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야당이 질 것입니다.” 두 분 선생님은 몹시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총선 결과는 나의 예상대로 여당인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 여당의 총선을 지휘했던 인물은 당 대표를 맡고 있었던 박근혜였다. 세상은 박근혜를 향해 선거 여왕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도대체 박근혜는 무슨 재주로 지극히 불리한 상황에서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을까?

그간의 궤적을 추적해 보면 박근혜의 정치를 지배해 온 것은 철저한 좌우 구도 형성이었다. 박근혜 입장에서 볼 때 좌우 대결 구도는 필승 구도였다. 좌우 구도 안에서 기득권 세력은 국민적 지탄의 대상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본색을 감출 수 있다. 나아가 우파가 안정적인 다수를 점할 수 있다. 보수 성향의 영남 지역과 역시 보수 성향이 짙은 50~60대가 인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을 전후하여 한국 사회가 좌우 대결 구도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던 이슈는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었다. 두 개의 이슈는 매우 정확하게도 한국 사회를 좌우 두 세력으로 갈라놓았다. 2012년 정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한미FTA 국회 비준과 제주 해군기자 구럼비 바위 폭파를 강행한 것은 좌우 대결 구도를 재생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자연스럽게 총선은 그 같은 좌우 대결 구도 안에서 치러졌고 결과는 박근혜가 의도한 대로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지금의 여당은 오랫동안 권좌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야당 신세로 내몰리면서 권력을 빼앗기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다. 오랫동안 야당 생활을 하면서 권력 없이 사는데 익숙한 지금의 야당과는 체질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여당은 권력 획득에 대한 절실함에서 야당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 여당 입장에서 볼 때 향후 전망은 심히 어둡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도 지표로 드러난 경제 성적이 그들 스스로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못하다. 통상 경제는 보수가 강하다고 믿고 표를 몰아 준 국민들 입장에서 여간 실망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대선 주자들의 경쟁력을 놓고 보더라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김무성인데 보수 언론에서조차 정치인 김무성은 보이는데 정치 지도자 김무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과연 이러한 조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위시한 집권세력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꺼내들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무엇일까? 좌우 대결 구도를 재현시키는 것 말고 달리 길이 있을까? 관찰자 입자에서 볼 때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좌우 이념 대결을 부추기는 최상의 수단일 수 있다. 이 점은 여당 수뇌부의 발언이나 <조선일보> 등의 기사 내용을 통해 비교적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10월 8일자 <조선일보>는 역사 교과서 현대사 필진 36명 중 31명이 좌파 성향이라며 우파의 분발을 촉구하는 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새누리당 수뇌부는 우익 교과서를 만들자면 노골적으로 우익의 총궐기를 선동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수뇌부가 의도한대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좌우 이념 대결로 치닫는다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매우 유리한 환경에서 치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일 가능성도 매우 크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수뇌부를 자신들이 판 함정에 빠트릴 수도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둘러싼 반응은 한미FTA와는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민주주의의 본성인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획일성을 추구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보수적 역사학자들조차도 광범위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보수 성향의 매체인면서도 <중앙일보>가 강력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속내가 확연해지겠지만 작금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다분히 ‘대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좌우 이념 대결의 함정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엄중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대립을 다양성 대 획일성,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면서 합리적 보수층까지를 결집한다면 한국 사회 특유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의 전진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보는 관점에서 역사적 시각이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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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1 / 27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경제성장율을 전망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힘들었던 올해를 보내면서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바는 내년에는 경제가 활력있게 돌아가며 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석학들과 관련 기관들에서 내놓는 전망은 또 다시 우울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악의 경우 내년 세계 경제 GDP가 올해보다 2% 줄어드는 대규모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내년 미국 경제 GDP가 2%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종일관 비관적 경기전망을 해온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내년 경제성장율이 올해보다 최소한 1%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더불어 아래 소개하는 글을 통해서 최근 세계 주식시장이 증시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 밝혔는데, 증시 조정 이유이자 내년 세계 경제 침체의 이유로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선진국의 재정긴축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유로존의 주변국에 속하는 남유럽에서 재정긴축이 일어났지만, 침체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중심 국가로까지 퍼지면서 재정긴축도 확산될 것이라 짚었다. 미국 역시 심각한 재정절벽은 피한다고 해도 재정지출 축소에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일본 역시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오히려 소비세를 인상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먼저 미국의 경우 재정절벽을 앞두고 양당의 합의가 필요하며, 그것을 넘어서도 양당이 합의해야 할 많은 사안이 존재하는 상태이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국가에서 올해 선거를 치룬다는 점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세 번째는 주식시장에서의 평가 자체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매우 높은 반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저조하여, 주가는 올랐지만 기업의 실적은 나빠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네 번째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에 전쟁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중국, 한국, 일본이 포함된 아시아에서의 분쟁도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 요인으로 언급된 위의 네 가지를 잘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재정긴축 대신 재정지출, 정쟁 대신 합의, 거품 대신 실적, 전쟁 대신 평화가 내년 세계 경제를 구하는 길이다.

 

 

보수적으로 베팅해야하는 시대

(The Year of Betting Conservatively)


2012년 11월 19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7월부터 시작됐던 세계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제 식어가고 있다. 놀랄 일은 아니다.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 경제 모두 전혀 개선된 성장 전망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가 상승을 지탱할 여력이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최근 몇 달 동안 실망스러운 거시경제 지표가 나타났다면, 증시 조정은 더 빨리 일어났을 것이다.

선진국의 상황을 보자. 우선 유로존 침체가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다. 프랑스도 경기침체에 빠졌다. 독일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라는 주요 수출시장에서의 성장 둔화와 남유럽이라는 또 다른 수출시장의 심각한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여전히 무기력한 상태로 1년 내내 1.5~2%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 새로운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영국은 유로존과 마찬가지로 이미 더블딥에 빠졌다. 강력한 원자재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캐나다, 북유럽, 호주 등도 미국, 유럽,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경기침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한 편으로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포함한 신흥 시장국과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와 같은 기타 주요 국가들 또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중국의 침체는 정부의 신속한 재정 및 통화 정책과 신용개입으로 몇 분기동안 안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경기부양은 투자와 저축은 과도한 반면 민간 소비는 매우 위축된 상태의 지속불가능한 성장 모델일 뿐이다.


2013년에는 선진국 대부분에서 진행될 재정긴축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확산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침체기의 재정억제가 유로존과 영국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지만 이제 유로존의 핵심으로까지 퍼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이 재정절벽을 피하는 예산 계획에 합의한다 해도, 지출 축소와 증세가 2013년 GDP의 최소 1% 정도는 떨어뜨릴 것이다. 일본은 지진 후 재건축 과정에서 정부의 경기부양이 있었지만 이는 단계적으로 철수될 것이며, 반면 새로운 소비세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될 것이다.


IMF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초기에 동시다발적으로 과도하게 발생했던 재정긴축이 2013년 세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매우 옳다. 그렇다면 최근 미국과 세계 자산 시장에서 나타난 반등은 무엇을 말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중앙은행이 위험자산을 지원하면서 다시 유동성 공급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공격적이고 개방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은 무제한국채매입프로그램(Outright Monetary Transaction)으로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와 단일통화 붕괴에 대한 우려를 줄였다. 영국중앙은행은 양적완화에 이어 신용완화를 실시했다. 일본중앙은행 역시 반복적으로 양적완화의 양을 늘려가고 있다.


많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통화당국은 정책금리를 낮췄다. 낮은 성장율, 낮은 인플레이션율, 제로금리에 가까운 단기 금리, 더 많은 양적완화와 함께, 대부분의 선진국이 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 물론 국가부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남아있는 유로존 주변국은 예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망적인 심정으로 투자할 곳을 찾던 투자자들이 주식, 상품, 신용, 신흥국 통화 시장에 뛰어든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세계 시장에서 증시 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심각한 침체가 전망된다. 동시에 유럽중앙은행의 과감함 행동과 은행, 재정, 경제, 정책적 단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위기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특히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는 여전히 위험하며, 유로존 중심부에서는 구제금융의 피로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재정, 부채, 세금, 규제의 측면에서 정치적, 정책적 불확실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재정에 대한 세 가지 우려가 존재한다. 우선 정치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증세와 거대한 지출감소가 자동적으로 발생하게 될 2013년 재정절벽의 위험이다. 두 번째는 부채 한도를 두고 재개된 양당 간의 싸움이며, 세 번째는 중기 재정긴축을 두고 벌어지는 새로운 싸움이다. 중국, 한국, 일본, 이스라엘, 독일, 이탈리아, 카탈로니아 등 많은 국가에서 선거 혹은 정치적 이행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 또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인다.

조정에 대한 또다른 이유는 주식시장의 평가가 과장되었다는 점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은 매우 높은 반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저조하다. 지금과 같이 저성장과 낮은 인플레인션의 상태에서 불확실, 변동성, 꼬리위험(tail risk, 발생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발생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증시조정은 빠르게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그 보다 더 거대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협상과 재제를 통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 위험이 매우 높다. 가자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새로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아랍의 봄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불길한 겨울로 바뀌고 있다. 중국,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의 지역적 분쟁 역시 민족주의자들의 힘을 강화시키고 있다.

소비자, 기업, 투자자들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위험회피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의 반등은 2012년 하반기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하방리스크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증시 조정은 2013년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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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1 / 1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의제도 아래에서 선거는 아주 드물고 짧게 자신의 정치적 주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아무리 정치가 후진적이라고 해도 이 때 만큼은 가능한 민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비록 투표 뒤에 또 다시 긴 시간 동안 자신들이 뽑은 대표가 당초의 공약을 어기고 민의를 배신한다고 하더라도.

특히 지역별, 직업별, 성별, 연령대별 실제 인구구성의 형태를 비교적 가장 가깝게 반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인구 구성에 따른 선거구 재조정을 고민한다거나, 소선구제의 민의 왜곡 여부 검토, 비례대표제나 정당 명부제, 여성 할당제 등 다양한 보완제도를 고민하는 것은 가능한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려는 것과 결부되어 있다.

[그림 1] 16대 대선(2002년)과 17대 대선(2007년)의 연령대별 투표율 비교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투표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 특히 연령대별 민의 반영이 상당히 왜곡되어 나타난다. 투표율이 떨어지면 모든 연령대에서 고루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들만 집중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2년 대선에 비해서 2007년 대선의 전체 투표율이 약 8%정도 떨어졌다. 그런데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는 12%이상 투표율이 떨어진 반면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다. 주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 초년생일 가능성이 높은 30대 연령대에서 투표율이 낮아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연령대별로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것은 30대였지만, 실제 투표를 한 유권자 수는 30대 보다 60대가 더 많은 ‘왜곡’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20~30대는 유권자에 비해서 투표자 비율이 낮고, 50대 이상은 유권자에 비해서 투표자 비율이 더 많아지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청년들은 장년 이상 층에 비해 확실히 민의가 과소 대표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2]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유권자와 실제 투표자 사이의 연령대별 격차

사실 청년들이 다른 연령대와 비슷한 정도로 투표에 참여한다고 해도 충분히 그들 세대의 의사가 대표되지 않을 개연성마저 있다. 갈수록 커져가는 세대 사이의 경제적 환경 경험의 격차와 사회 문화적 경험의 격차로 인해, 정치권의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호응 속에  ‘안철수 현상’이 만들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들은 자신을 대변해줄 이로 기성 정치인이 아닌 벤처기업가 출신 안철수 원장을 선택했던 것이다.

사실 최근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청년후보를 지역구에 전진 배치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에서 청년들을 배려하는 등 정치공간에서 청년들에게 직접 자기 세대의 의사를 대표하도록 하는 흉내라도 냈던 이유도 다른데 있지 않다.

투표는 민의를 왜곡하지 않고 가능한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특히 기성세대와의 단절이 깊어지면서 잃어버린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청년세대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진보와 개혁, 보수를 뛰어넘어 정치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시간 연장에 일부 정치권이 반대한다면 청년들로 하여금 정치 환멸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18대 대통령선거, 저녁 9시까지 투표시간 연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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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10.25 11:43

2012.10.24김병권/새사연 연구원

 

제일 늦게 겨우 취업했다가 제일 먼저 잘린다(Last in First out).

선거 때마다 2030 청년세대들은 반짝 인기를 누린다. 정치인들이 청년세대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갑작스런 애정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선거는 좀 특이하다. 청년들을 위해 그나마 성의를 표시는 대선 후보조차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대학 진학까지의 치열한 경쟁과 가족들의 희생, 진학 후에는 엄청난 등록금, 겨우 졸업을 하나 싶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이라는 장벽. 그렇게 정체되어 쌓이는 청년들. 이제는 당연한 수순이 되어버린 청년 세대의 문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고민거리가 되었다. 네마트 샤픽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청년실업을 해결할 적절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잃어버린 세대 (lost generation)'가 나타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가장 집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청년이었다. 위기가 닥치면서 제일 먼저 회사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잃은 것도 청년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회복되어도 청년은 가장 나중에 겨우 일자리를 얻고, 그것도 아르바이트나 임시직, 단기 계약직, 비공식 부문 일자리와 같은 나쁜 일자리가 훨씬 많았다. 제일 늦게 노동시장에 들어가고 제일 먼저 노동시장에서 쫓겨난다(Last in First out)는 이야기다.

[표1] 경제위기와 청년들이 받는 추가적인 위협(ILC2012)

다시 경제위기의 계절이 오는데, 청년선거 공약은?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후보들은 근본적으로 청년들이 처한 역사적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 기준으로 보아도 2.4%로 추락하고, 내년에도 결코 전망이 좋지 않을 정도로 다시 경기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또 다시 청년들이 제일 먼저 잘리고 제일 나중에 취업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청년 주거 공약과 청년 일자리 공약을 보면 한마디로 말해 한심하다. 박근혜 후보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40대 무주택자와 서울ㆍ수도권의 대학생’을 위해서 기차 길 위에 인공 부지를 조성해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절을 20만 호 짓겠다고 공약했다. 지금 있는 대학들의 기숙사 비용과 시설을 개선할 생각은 안하고 뜬금없이 기차 길 위에 지어주겠다는 것이다.

당장 ‘반값 등록금’, ‘청년 고용할당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입법을 하라.

청년 일자리 정책도 비슷하다. 요즘 유행하는 K-pop 개념을 차용해서 K-move라고 이름붙인 박근혜 표 청년 일자리 정책은 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이름만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3년 중동 건설인력 파견 2000여 명 등 700억 이상을 들여 ‘글로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일자리를 한 해에 5000개도 안 되게 만들었던 바로 그런 정책이다.

지금은 이름만 그럴듯하고 전혀 실효성 없는 청년 정책을 말할 때가 아니다. 이미 기초적인 답은 나와 있다. ‘반값 등록금’, ‘청년 고용할당제’, ‘최저임금 인상’이 바로 그것이다. 진보진영이 수년간 확인하고 재확인한 과제들이다. 더욱이 이들과 관련한 법률안도 이미 발의가 되었다. 대선 후보들은 이를 즉시 입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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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정치2012.04.10 17:50

2012.04.10정태인/새사연 원장

내가 운좋은 사람이란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지만 역사로 공부를 시작한 건 틀림없는 행운이다. 순간 순간 내가, 우리가 역사의 흐름 어디쯤 서 있는가를 점검하도록 훈련을 받은 건 그야말로 천운이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스위지는 “역사로서의 현재”라는 책 제목에 그의 도저한 역사의식을 담았다.

 

신기하게도 역사의 굽이는 가장 단순한 장기 시계열 그래프에 간명하게 나타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모든 사회경제지표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그 이전에도 학자들이나 관료들이 듬성 듬성 시장만능론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려 시도한 적은 있지만 우리 나라가 본격적으로 “시장국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세계화” 이후였다.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으로 97년 외환위기를 맞았는데 “준비된 대통령”은 IMF의 요구로 인해 그 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탄대로 그는 “구시대의 막내”였고 “한미 FTA"는 시장국가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그 ”구시대“는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2008년 사망 진단을 받았다. 이명박 현 대통령은 시대가 바뀐지도 모르고 식어버린 사체에서 호흡의 흔적을 뒤적이고 있다.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국민은 “치명적 경쟁”을 거부하고 “보편적 복지”를 택했다. 이제야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금년에 우리는 두 번의 선거를 치른다. 다시 양극화의 길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사회통합의 새 길로 들어설 것인가? 앵시앵 레짐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뉴 레짐에 맞는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책을 선택할 것인가? 아이들을 죽음의 경쟁에 계속 내맡길 것인가, 아니면 신뢰와 협동 속에서 살아가도록 할 것인가? 어르신들들 질병과 가난의 늪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편안한 노후를 즐기도록 할 것인가?

이제 우리가 선택할 시간이 왔다. 한 표, 한 표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 아이들과 자연의 삶과 죽음을 가른다. “역사로서의 현재”는 엄중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선택이 우리 역사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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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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