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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20 <협동의 경제학> 박원순 서울시장 추천사
  2. 2011.11.03 2011년 10월의 역사적 시계 (1)

“협동의 경제학”이 우리 사회의 운영 원리가 될 수 있을까?


박원순(서울시장)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예전에 저와 일을 함께 할 뻔 했던 적이 있습니다. 2006년 초 저는 “희망제작소”를 설립했습니다. 그 동안 국내외를 발로 뛴 경험과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아래로부터 풀뿌리 경제를 만들고 밑으로부터 사회혁신을 이루려는 구상이었습니다. 아마도 한신대 정건화교수, 아니면 동국대 박순성교수를 통해서였던 것 같은데, 그 때 즈음 청와대 비서관을 그만 둔 정태인 원장을 인사동 찻집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마을과 하나가 된 기업형태, 요즘 용어로 하면 “사회적 경제”를 잘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다만 자신의 대학원 시절 전공이었던 “클러스터”와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의기투합까지는 아니더라도 흔쾌히 같이 일하기로 하고 사무실에 그의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같은 곳에서 함께 일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때를 맞춘 듯, 참여정부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고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대 운동을 했습니다. 


이 책을 보니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연구하기 시작한 듯 합니다. 지금의 위기는 시장의 원리로 사회 전체를 조직하려는 시장만능주의 실험의 실패입니다. 또 20년 전에는 국가의 원리로 사회를 모두 조직하려던 국가사회주의 실험도 실패했습니다. 이 책은 사회의 원리로 우리 삶을 전부 조직하자는 얘긴 아닙니다. 사람에 내재해 있는 이기성(시장경제), 공공성(공공경제), 상호성(사회적 경제), 그리고 자연과의 공존(생태경제)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지난 30여년 진화생물학과 행동경제학, 그리고 진화심리학이나 사회학을 추적하여 인간은 원래 서로를 신뢰하고 협동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니 전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약 100만년에 걸친 수렵, 채취의 시대에 인간의 유전자에는 상호성과 협동이 몸에 박혔고 이기성과 경쟁을 강조한 건 지난 300년에 불과했으며, 협동이야말로 인간이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해 온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그는 사회적 경제의 운영 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오스트롬이나 퍼트넘 등의 연구에서 공유자원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사회적 자본을 쌓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게임이론과 같은 추상적 모델에서 도출한 규칙들이 공유자원을 잘 관리해 온 역사적 경험이나 협동조합의 7원칙과 동일하며 또한 내가 국내외의 마을들에서 발견한 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확인해냅니다. 몬드라곤이나 에밀리아 로마냐, 퀘벡의 경험 또한 현실에서 이런 원리를 확인해 주는 증거입니다. 나아가서 이 책은 공공성은 시장 실패를 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의해 우리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며 국제적 차원의 신뢰와 협동 없이는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생태위기도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은 굉장히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스스로 서문에서 고백했듯이 각 부문의 전문가가 보면 여기 저기 허술한 구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완벽한 이론과 실증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학자와 연구자들의 주장과 학설을 검토하고, 거기에 정책의 경험을 더해 살을 붙이고, 현실화 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자신의 경험과 논리에 비춰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경험과 열정이 이 책의 빈 곳, 엉성한 곳을 촘촘히 메울 수 있을 때, “협동조합도시 서울” 뿐 아니라 사회혁신과 희망이 가득찬 대한민국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서울시 공무원을 비롯한 정책 입안자들, 오늘도 여기 저기서 협동조합의 들불을 지피고 있는 사회혁신가들, 그리고 사회구성의 원리를 고민하는 학자들, 또 우리가 맞닥뜨린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운동가들, 무엇보다도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뭔가를 고민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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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10.2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1년 10월은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시점 못지않게 국내·외적으로 격변의 나날이었다. 유럽의 국가부채와 은행부실 우려는 매일처럼 바뀌는 요인들로 인해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흔들렸다. 미국 경제전망도 날마다 다른 신호를 보내며 쏟아지는 지표들로 인해 우왕좌왕했다. 그에 따라 전 세계 주가도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며 방향을 잡지 못했다. 한 마디로 방향도, 해법도 전혀 알 수 없는 혼미함과 이를 전혀 제어할 수 없는 무력함의 극치를 보았다. 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둔 지금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세계 경제가 재차 위기국면에 접어들면서 터져 나온 월가 시위도 2011년 10월을 흔든 대사건이었다. 캐나다의 한 온라인 매체 제안으로 시작된 월가 점령시위가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그러나 월가 시위는 10월 들어서 미국의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10월 내내 가장 중요한 세계의 화두로 등장했다. “우리는 99%다(We are the 99%)”는 이제 세계 경제위기 시대의 아이콘이 됐으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의 공통 언어가 됐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시작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정치인이 아닌 안철수와 박원순의 등장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최대 이슈가 됐다. 월가 점령시위가 전통적인 진보운동 조직이 아니라 온라인을 매개로 한 청년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됐던 것처럼, 안철수와 박원순 두 인물은 기존 정치권의 장벽을 단숨에 넘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인물로 부상했다. 그리고 한국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서울시장 선거 분위기에 묻히기는 했지만, 5년을 끌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국회에서 ‘끝장 토론’을 통해서라도 막아보려는 노력이 전개됐다. 2011년 10월은 한미 FTA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역사적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이 말해주는 것처럼 모든 역사적 사건들은 단선적으로 증폭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사건이 발발하고 극대화하며 다시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기를 반복하면서 사건은 역사의 흐름에 자기 궤적을 남겨 놓는다. 폭풍처럼 우리사회 지형을 흔들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선거 이후 정치권에서 후폭풍은 있겠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다시 평온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미 FTA 국회 공방도 어떤 식으로든 한 꼭지점을 지나고 다시 일상 속에 잊힐 수 있다.

월가의 시위도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의 화두가 될 정도로 확산됐지만 무한정 단선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월가 시위운동 확산 속도가 둔화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주요 언론들은 ‘관심 저하’, ‘민폐’ 등의 단어를 동원하면서 운동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다가올 추위 때문에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아예 속단하는 언론보도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럴 수 있다. 아울러 현재로서는 불행하게도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유럽 채무위기도 G20 정상회의 이후 소강 국면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우려했던 한미 FTA의 부정적 파괴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월가 시위운동이 2011년 10월의 역사에 뚜렷이 새겨놓은 새로운 이정표가 지워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유럽경제가 안고 있는 위기적 상황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향후 사회의 전면에 다시 부상하게 되면 더욱 거대한 모습으로 과거의 흔적 위에서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위기는 점점 더 편의적인 처방이 연속되면서 위기구조가 커지게 될 것이고 그럴수록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그 구조개혁이란 위약한 금융규제나 미미한 공공 일자리 창출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월가 시위대가 말하고 있는 1%대 99%로 나뉘어 있는 경제적 양극화와 99%의 소득과 생활정체 상황을 개혁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생산된 절반에 가까운 부가 1%에 쏠리는 경제적 재생산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그 어떤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정책으로도 실물경제의 장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시점에서는 변변한 저항도 못한 채 위기를 일으킨 금융회사에 구제금융을 해주는 것을 지켜봤던 시민들이 3년 만에 다른 모습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는 것이 월가 시위였다. 이제 미국과 세계의 99%는 자신들이 누구와 함께 무엇에 저항해야 하는지 깨닫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저항의 이유와 목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월가 시위도 사라질 수 없다. 더 크고 정제된 힘으로 저항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작금의 세계 경제위기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월가 시위운동 안에, 그 발전과 확산에 숨어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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