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3.30 가계부채와 거시경제정책
  2. 2008.03.10 주식 투자자가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는다
주제별 이슈 2011.03.30 10:51
2011 / 03 / 29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1. 최근 가계부채 추세

 

■ 가계부채 비율: 한국은 오르고, 미국은 떨어지고

아래 그림은 지난 20여 년 간 한국과 미국의 가계 레버리지 비율(부채/가처분소득)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70년대에 평균 64.6%이던 미국의 가계 레버리지는 금융시장 탈규제 바람에 따라 80년대에는 평균 73%로 상승하였다. 1990년 84%이던 부채비율은 90년대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01년에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부동산버블의 영향으로 2007년에는 역사상 최고치인 132%까지 상승하였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2008~10년 가계의 부채조정으로 이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편 1990년에 이 비율이 70%이던 우리나라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93%, 신용카드버블이 발생한 2002년에는 124%까지 올랐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부채비율 상승 추세는 미국보다 훨씬 가파르다. 그 만큼 증가속도가 미국보다 빠르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위 그림에서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2008년 이후 미국은 부동산버블 붕괴와 부채조정을 통해 2010년 말 기준 117.4%로 고점 대비 15%p 하락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무런 부채조정 없이 오히려 이 비율이 상승하여, 2009년 말 기준 153.7%까지 올랐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통상 금융위기를 겪은 직후에는 가계의 부채축소를 통해 이 비율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상승한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였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는 심각하다. 본 글에서는 가계부채의 지속성 조건을 통해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거시경제적 정책함의를 논한다.

2. 가계부채 지속성 조건

가계부채 비율의 지속성 조건은, GDP 대비 정부부채로 표현되는 공공부채의 지속성 조건에 대한 분석과 거의 동일하다. 공공부채 비율은 명목GDP 성장률이 채권금리보다 크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마찬가지로 가계부채 비율은 개인가처분소득 증가율이 대출금리보다 크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두 변수의 차이가 가계부채의 지속성 조건을 결정한다. 아래에서는 간단한 산식을 통해 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가계의 예산을 원천과 사용 측면으로 구분하면, 원천 측면은 처분가능소득()과 신용(금융부채 순취득;)으로 구성된다. 가계는 이를 가지고 소비()를 하거나, 금융 및 부동산 자산을 구입(자산 순취득; )하거나, 전기까지 발생한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불()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가계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할 수 있다.

또한 금기의 금융부채(스톡) 총합은 전기의 금융부채에 이번 기에 새로 발생한 금융부채를 더해야 하므로 금융부채는 다음과 같은 관계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가계의 부채비율이다. 따라서 위 식을 부채비율로 나타내기 위해서는 (2)식을 (1)식에 대입한 후, 가처분소득으로 양변을 나누어야 한다. 간단한 조작 과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식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 는 가계의 부채비율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는 각각 대출금리,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그리고 저축률을 나타낸다. 그리고 는 금융 및 부동산 자산의 순취득에 사용된 가처분소득의 비중을 나타낸다. 여기에서 가계의 저축은 정부로 비유하면, 재정흑자와 동일하다. 따라서 는 가계의 예산흑자 중에서 금융부채를 상환하는데 사용되는 처분가능소득의 비중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가계부채의 지속가능성 조건은 정부부채와 마찬가지로 통상 다음과 같은 간단한 식으로 표현된다.  

즉 전기보다 이번 기 부채비율이 같거나 작으면 가계부채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거나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3)식을 (4)의 지속성 조건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변수들의 관계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위 식의 좌변은 부채상환, 우변은 부채증가와 관계되는 것으로 부채비율이 100%라면 이면 부채는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또한 어떤 가계가 소비하고 남은 흑자액을 부채상환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처분가능소득의 증가율이 금융부채에 지불해야 하는 평균 대출금리보다 크면 부채비율은 줄어들게 된다. 마찬가지로 대출금리가 소득증가율보다 크더라도, 그만큼 저축액의 일부를 부채상환에 사용하면 부채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다. 따라서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안정적 부채관리에 필요한 저축률은 상응하여 높아져야 한다.
가계부채의 지속성 조건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어떤 가구의 현재 부채 비율이 100%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금융부채에 매년 부담하는 평균 대출금리가 7%이며, 처분가능소득의 증가율은 3%라고 가정하자. 만약 저축률이 0이거나 부채를 상환하지 않으면, 이 가구는 20년이 채 되지 않아서 부채비율이 두 배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가계부채의 지속성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저축률이 4% 이상이어야 한다.
최근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기준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지속성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변수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 대출금리가 1%p 상승한다고 가정해 보자. 위의 지속성 조건에 따라 소득증가율이 1%p 늘어나면 저축률이 변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부채비율 관리가 가능하다. 소득증가율이 전년도와 변함없다면 저축률을 5%p 늘려야 하고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할 것이다. 물론 금융 및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여 부채를 상환해도 부채비율은 늘어나지 않게 된다.
위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부채비율의 지속성 조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변수는 대출금리와 소득증가율이다. 대출금리만큼 처분가능소득이 증가하면 저축률이 0이거나 자산을 처분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부채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채비율의 안정적으로 줄어들기 위해서는, 위의 거시경제변수들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첫째,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가계저축률이 증가해야 한다.
둘째, 부채가 늘어나지 않도록 부동산 자산의 구입 규모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셋째,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고 상환이 가능하도록 대출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넷째, 처분가능소득의 증가율이 평균 대출금리보다 최소한 같거나 높아야 한다.
따라서 위의 네 변수, 특히 대출금리와 처분가능소득증가율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부채비율 관리에 필요한 거시경제적 정책함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3. 가계 부채비율에 미치는 변수들의 동학

 

■ 대출금리 동학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미국의 중앙은행은 2007년부터 5.25%이던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린 후, 지금까지도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최근 물가가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한국은행은 지난 해 7월부터 네 차례 금리를 올려 현재 기준금리는 3%다.  


통상 대출금리가 하락하면 가계의 차입비용과 저축에 대한 인센티브가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 구입을 위해 가계부채를 늘리므로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부채 상환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채조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전망 또는 기대에 따라 대출금리가 부채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미국과 한국의 부채비율의 조정은 이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동시에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부채비율은 떨어지고 한국은 오히려 상승하였다.
2000년대 초반 한국과 미국의 경우처럼, 저금리를 통한 초과유동성이 금융회사의 금융혁신과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기대가 결합하면, 금리하락은 가계부채 상승을 초래한다. 반면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둡고 가계가 적극적으로 부채조정을 실시하면 금리하락은 부채비율 하락에 도움이 된다. 미국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하고, 한국의 경우는 전자에 해당한다. 즉 미국은 대출금리 하락으로 상환비용이 줄어들었고, 한국은 금리하락이 가계의 부동산자산 취득을 늘렸기 때문에, 부채 동학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저금리정책과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부양 정책이 경제주체로 하여금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확산시켜, 대출을 통한 자산구입 증가로 오히려 부채비율이 늘어났다. 따라서 ‘비이성적 기대’가 시장에 만연되어 있을 때, 부채비율만 놓고 본다면 금리인상이 한국의 경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가계소득 증가율 둔화

다음으로 부채관리에 중요한 변수가 소득증가율의 동학이다. 가계소득의 (명목상) 연평균 증가율은 1990년대의 12.5%에서 2000~09년 기간에는 1990년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6%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기업소득은 동 기간 4.4%에서 25.2%로 대폭 늘어났다. 경제성장을 통해 창출된 소득이 기업부문으로 집중되고 가계부문으로 원활하게 흐리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완전히 사라졌다.  
적하효과가 사라진 이유를 소득을 결정하는 노동의 양과 질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양적인 측면에서 대기업의 글로벌 아웃소싱과 고용탄력성이 떨어지는 IT 중심 성장정책으로 경제성장이 고용증가에 미치는 효과가 점점 떨어졌다. 다음으로 질적인 측면을 보면, 노동조합의 조직률 하락에 따른 협상력 저하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량 양산에 따라 임금상승률이 정체되었다. 또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의 구조조정과 대기업의 해당 부문 진출로 자영업자의 영업소득 감소도 가계소득 증가율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위 그림은 1980년 이후 국민처분가능소득과 가계소득의 연도별 증가율을 나타낸 것이다. 8~90년대는 가계소득은 국민처분가능소득 증가율과 거의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가계소득 증가율은 국민처분가능소득의 증가율보다 평균 2%p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평균 물가상승률이 3%라고 가정할 경우, 가계의 실질가처분소득은 2000년대에 2.6% 증가하였다. 또한 가계부문의 계층 간 양극화가 확대되었다면 중?하위 계층은 실질소득이 지난 10년 간 정체 또는 하락한 것이다. 
GDP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을 비교해도 이러한 추세는 뚜렷이 확인된다. 외환위기 이후 실질GDP는 연평균 4.4% 증가했지만, 통계청 가구동향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가계의 실질처분가능소득은 연평균 1.1% 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연평균 3%p가 넘을 만큼 가계부문의 소득증가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추세는 경기변동과 거의 무관하게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소득증가율이 낮은 것도 확인되었다. 경제성장에 따른 과실이 가계로 확산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미미한 과실도 상위계층에 집중되어 실제 하위계층은 성장의 수혜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하위 20%는 실질기준으로 연평균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따라서 하위계층으로 갈수록 저축여력이 떨어지고, 가계예산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차입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제성장의 수혜가 기업부문으로 집중된 데에는 분배상의 양극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임금근로자 비중은 1990년대에는 60% 초반 수준에 머물렀으나 자영업자의 퇴출이 가속된 2000년대에는 빠르게 상승하여 2009년 70%로 높아졌다. 그러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의 62.1%를 정점으로 하락하여 2009년에는 61%로 낮아졌다. 더욱이 임금근로자 비중의 증가를 감안한 노동소득분배율은 1990년대 중반의 62%에서 2009년에는 55.1%로 대폭 하락하였다. 1996년에 비해서 대략 7%p 정도 노동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이와 같은 가계소득 증가율 둔화는 가계부채 비율의 분모인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하락을 초래하였다. 뿐만 아니라, 가계소득 증가율 둔화는 저축률 하락을 불러와 부채비율 증가를 더욱 부추겼다.

 

■ 가계저축률 하락


가계 부채비율 상승은 저축률 감소와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는 결국 가계의 저축 또는 자산의 처분을 통해 상환해야 줄어드는데, 저축률 하락은 상환여력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득증가율이 둔화된 환경에서, 가계는 부채를 통해 소비지출을 늘렸고, 소비가 소득 증가율을 초과하여 저축률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70년대 10% 수준을 유지하던 가계저축률이 버블이 정점이던 2007년에는 1.7%까지 떨어졌다. 80년대 이후 금융시장의 탈규제 정책, 차입과 자산시장 버블에 기초한 소비지출 증가가 주요한 요인이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가계의 레버리지 비율이 하락하는 것과 동시에 가계저축률 또한 2010년에 5.8%까지 상승하였다. 가계의 부채 및 소비 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경제개발과 함께 꾸준히 상승하여 80년대 말 경제호황기에는 20%를 넘어서기도 하였다. 90년대에도 외환위기 이전 가계저축률은 평균적으로 15%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가계저축률은 큰 폭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과 거의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가계 부채비율과 가계저축률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상승함은 물론, 저축률도 급속하게 감소하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1998년 21.6%에서 2002년에는 역사상 최저점인 0.4%까지 떨어지기도 하였다. 신용카드를 통한 소비버블과 부동산시장 과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부채조정으로 저축률이 5.8%까지 상승하였으나, 우리나라는 2007~8년 2.6%에서 2009년 3.17%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가계의 실질적인 부채 및 소비 조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부채는 더욱 증가하는 기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계저축률이 감소하게 된 중요한 요인으로서, 소득증가율과 마찬가지로 소득분배의 악화에 주목해야 한다.

위 그림은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총저축에서 각 경제주체의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총저축에서 가계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46.3%(1990년대 평균 44.3%)에서 2009년에는 16.3%(2000년대 평균 18.3%)으로 30%p나 대폭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기업저축은 같은 기간 30%(90년대 평균 27%)에서 2009년에는 50%(2000년대 평균 41%)로 20%p만큼 큰 폭으로 늘어났다. 금융기관의 저축 또한 같은 기간 3.9%에서 11.5%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가계부문의 소득과 저축 감소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이윤과 저축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즉 가계저축률 하락은 소득증가율 정체와 함께 분배적 측면에서 양극화가 거시경제 변수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실물자산 취득 추세

가계저축률 하락과 더불어 부채상환 여력을 줄이는 또 다른 변수는 실물자산에 대한 가계의 순취득 증가 추세다. 부채와 저축을 통해 실물자산을 취득할 경우 부채비율은 상승 또는 줄어들지 않는다. 가계자산의 압도적 비중은 부동산으로 75.8%를 차지한다. 또한 가계대출의 65% 정도는 주택담보대출이다. 따라서 주택대출과 부동산가격 상승률 추세를 통해 의 변화추세를 살펴보기로 한다. 
미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한 결정적 요인은 대출증가율이 둔화 또는 하락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10%가 넘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2006년 부동산시장이 정점을 찍은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추세는 큰 폭으로 둔화되었다. 그리고 버블붕괴 이후 2008년 2사분기부터 11분기 연속 평균 -2~3%로 부채총액은 줄어들고 있다. 3년 동안 꾸준히 가계의 부채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2001~2년 서울 아파트가격이 폭등하던 시점에 20~25% 증가율을 보이다 2004년 이후 10%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며 여전히 7~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미국에 비해 크게 하락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부동산시장의 동향에서 비롯된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통상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부동산시장과 금리 동향에 주로 의존한다. 미국의 부동산가격은 2007년 1사분기부터 하락하여 2009년 4사분기까지 12분기 연속 하락하였다. 주택대출과 부동산가격 상승률은 거의 같은 추세, 즉 Boom-Bust 동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0년 이후 20%에 가까운 가계대출 증가율은 2002년 30%가 넘는 부동산가격 상승률을 견인하였다.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2004년 일시적인 하락세를 경험하기도 했으나 2006~7년 20%에 가까운 가격상승률을 기록하였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가격의 전반적인 정체 또는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10.5%, 7.5%의 증가율을 보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정부의 부동산시장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주택대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4.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거시경제정책

 

지금까지 가계부채 비율의 지속성 조건을 도출한 다음, 각 경제변수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하여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았다.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 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지속성 조건은 2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음과 같다.

특히 한국의 가계 부채비율은 이미 150%를 넘어섰기 때문에 130% 수준에서 점차 줄어들었던 미국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즉 평균 대출금리를 10%, 소득증가율을 5%라고 가정할 경우, 가계부채 비율이 150%이므로 좌변은 최소 7.5%가 넘어야 한다. 즉 단순히 가 0이라고 가정할 경우, 가계저축률이 7.5%가 넘어야 부채비율은 상승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가계저축률이 금융위기 이전 1.7%에서 2010년에는 5.8%까지 상승하였다. 또한 부동산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2008년 2사분기 이후 지금까지 11분기 연속 줄어들어 부채비율이 하락하였다.
반면 한국의 경우, 가계저축률과 가계소득증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에도 주택대출은 2009~2010년 평균 9%의 증가율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출금리 하락은 가계의 대출상환 부담을 경감시켜 부채조정에 도움이 된다. 미국의 경우 제로금리 정책이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대출축소와 더불어 부채비율 하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국은 대출상환 부담 완화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대출비용 하락이라는 요인이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과 맞물려 오히려 부채비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즉 미국은 부채비율 지속성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변수들이 부채비율 조정에 긍정적 환경을 조성한 반면, 한국은 네 가지 변수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향후 가계부채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의 거시변수들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긍정적 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변수들의 추세 분석을 바탕으로, 부채비율 조정에 필요한 거시경제정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동산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킬 수 있도록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저축률이 아무리 늘어나도 부채상환에 사용하지 않고, 부동산 자산 구입에 사용하면 부채비율은 줄어들지 않는다. 이미 수요 측면에서 부동산시장의 대세 하락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무리한 부양정책으로 가격상승의 기대를 부추기지 않으면 부동산시장은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 규제와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

둘째, 가계저축률이 늘어날 수 있도록 거시경제 정책조합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계의 대출수요를 줄이고 하방경직적인 소비지출도 안정적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저축률이 늘어나려면 소비지출이 소득 증가율보다 떨어져야 하는데, 현재 취약한 내수구조에서 민간소비 지출 하락은 전반적인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 방향으로 기업의 적극적 투자지출이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또한 가계저축률 하락이 기업과 금융기관의 총저축에서 차지하는 비중 증가를 반영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가계저축률 증가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변수는 소득증가율과 양극화 지표다.   

셋째, 가계소득 증가를 위한 거시경제정책과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기업소득은 1990년대 연평균 4.4% 증가율에서 2000년대에는 25.2%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반면 가계소득은 같은 기간 12.5%에서 5.6%로 대략 7%p 하락하였다. 이에 따라 임금근로자 비중 증가를 감안한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2%에서 2009년에는 55.1%로 역시 7%p 하락하였다. 구조적 양극화 문제가 가계소득 하락의 결정적 요인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가계소득을 늘리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조세 및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기업부문에 대한 소득집중, 상위계층으로 소득집중 해소를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율의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중?하위계층의 시장소득을 보완하기 위한 복지지출 확대도 이루어져야 한다. 조세 및 재정정책과 더불어 임금증가율의 전반적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부문의 협상력 저하가 임금증가율 정체와 비정규직 양산을 초래한 점을 감안하여 노동조합 조직률 제고를 위한 지원, 노동관계법 개선 등 구조 개혁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자영업자의 영업잉여 감소가 가계소득 정체의 요인임을 감안하여 대기업의 무분별한 자영업 시장 진출을 억제하고 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질금리의 정상화와 채무상환 여력을 감안한 신중한 통화정책이다.
아래 그림(왼쪽)은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예금은행의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변동 추세를 나타낸 것이다. 2월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평균 5.48%이며, 수신금리는 평균 2.87%로 예대금리 차이는 2.61%에 달한다. 3월에 기준금리를 0.25%p 올렸기 때문에 현재 수신금리 평균은 3%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이미 4%를 넘었으므로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따라서 가계의 저축률을 높이고 자산 취득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질금리가 정상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출금리 상승은 채무상환 부담을 증가시켜 부채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점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예대금리 차이를 보면, 기준금리가 하락에 따라 2009년 3월 1.23%까지 하락한 이후 최근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앞으로도 예대금리 차이는 역사적 평균인 3%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금융회사의 신용할당 정책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대출금리는 평균보다 높고 채무상환 부담도 더 심각함에 유념해야 한다. 위 그림(오른쪽)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상호저축은행의 여수신 금리 동향을 나타낸 것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상호저축은행 정기예금(1년) 평균 금리는 5.03%인데 비해, 대출금리는 평균 15.22%다. 따라서 예대금리 차이는 10%를 초과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PF대출 부실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올려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은 중?저소득층의 채무상환 부담을 가중시켜 부채비율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또 다시 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금리의 인하를 유도하고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금융감독 또한 필요하다.
따라서 금리상승에 따른 채무상환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정책개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 금리가 예금은행의 대출금리보다 평균 2%p 낮고, 비은행 금융기관보다는 11%p 이상 낮은 점을 감안하여, 정부가 적극적으로 저금리의 대체신용을 공급하여 상환부담을 경감시킬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시세 차익을 노린 만기일시 대출을 분할상환 대출로 변경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인하나 보험료의 정부지원 등으로 대출구조에 대한 구조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가계 부채비율 증가는 저축률, 대출금리, 소득증가율, 부동산가격 상승률 등 거시경제의 여러 변수들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와 관련된 여러 거시변수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부채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의 이면에는 가계저축률 감소와 소득증가율 정체라는 거시경제 현상이 동반되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규제와 건전성 감독 강화 조치와 더불어, 재정 및 조세 정책, 그리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을 포괄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는 개별 가계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과 국민경제 전체의 거시건전성에도 중요한 변수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버블은 커지면 커질수록 터질 확률만 높아진다.”는 평범한 진리에 따라, 가계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건전한 정책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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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3.10 11:48


전통적으로 평범한 일반인들이 자산을 모으고 관리하는 방식은 저축이었다. 월급을 받아 착실히 저축해서 집을 장만하고 살림을 늘려나가는 것이 자산을 ’관리’하는 흔하면서도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언제부터인지 ‘자산운용’, ‘자산관리’, ‘재테크’, ‘투자’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친숙하게 되었고, 어느새 펀드 계좌 1,000만개, 펀드 잔액 100조 원 시대가 열렸다. 마치 온 국민이 주식에서 펀드로 투자열풍에 뛰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자=국민’, ‘투자자 보호=국민 보호’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원자재와 곡물 가격 폭등, 서민은 울상 짓고 투자자는 호재
만나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는 엉뚱하게도(?) 실물경제로 전이되었다. 특히 금융상품에서 손을 뗀 막대한 유동자금이 비 금융상품인 금, 석유, 철강, 구리, 밀, 옥수수, 커피, 코코아와 같은 실물상품으로 대거 옮겨가 이른바 실제 수요가 아닌 투기적 수요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금값 1,000달러, 유가 100달러, 철강, 밀 등 곡물 가격 폭등 현상을 단숨에 부채질했다. 멕시코와 터키에서는 밀가루 가격이 몇 배나 올라 파동이 날 지경이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라면값이 100원 올라 때 아닌 사재기 열풍에 휩싸였다. 서민들에게는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값의 폭등은 재앙의 전조나 다름없다.

서민들의 힘든 상황과 달리 ‘투자자’들은 이러한 현실 마저도 ‘자산관리’를 위한 새로운 호재이자 노하우를 쌓을 기회로 보는 것 같다. 주식을 털어버리고 금융상품에서 빠져나와 금이나 철광석 같은 원자재, 곡물 선물시장이나 관련 펀드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권고를 하기에 바쁘다. 최근에 곡물가격이 급등하자 어떤 곡물관련 기업에 투자하느냐를 두고 논의가 분분했다. 밀가루를 생산하는 CJ제일제당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밀가루로 라면을 만드는 농심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논쟁이다. 투자자들에게 식료품이 올라 서민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문제는 전혀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아예 퀀텀 헤지펀드의 공동 창업자인 짐 로저스는 미국경기 침체에 대비해 달러 자산을 매도하는 한편 곡물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라는 조언까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밥은 먹어야하기 때문에 곡물투자는 경기침체에도 안정된 수익을 보장할 것”, “농산물에 투자한다면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놀라운 발상이다. 전 세계가 먹는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고, ’오일 쇼크(oil-shock)’에 버금가는 ’그레인 쇼크(grain-shock)’가 왔다고 고민하는 판국에 투자자들은 곡물가격 폭등 속에서 새로운 투자의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 전체 인구의 7.4%에 불과 


주식투자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주식 투자자는 360만 명 정도다. 전체 인구의 7.4퍼센트이며 경제활동인구가 2,400만 명 정도가 되니 경제활동 인구대비 15퍼센트다. 물론 적지 않은 수이지만 우리나라 대학생 인구(300만 명)보다 조금 많은 정도다. 이들 360만 명이 보유한 주식 시가총액을 모두 합해봐야 사실은 2만 명 정도의 소수 외국인이 보유한 금액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주식투자를 통해 실제로 재산을 불리는 국민의 수는 더욱 미미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70퍼센트이며, 전세와 월세 보증금, 예금, 적금, 주식을 모두 합친 금융자산이라고 해봐야 20퍼센트 남짓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 대부분이 투자자라는 사고는 착각에 가깝다. 자산의 60퍼센트를 금융자산으로 보유한 미국인과 비교하면 안 된다. 미국 부동산 담보대출 부실을 볼 때 미국인의 자산운용 기법을 따라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물론 최근에는 직접 주식투자보다 간접적인 펀드를 선호하니 그 인구를 합하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일반 펀드 가입자들은 투자 개념보다는 대부분 ‘위험부담이 약간 있지만 이자율이 높은 적금’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투자자로 보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가 노던록 은행 국유화에서 배워야 할 점


지난 2월 21일 영국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경영위기에 빠졌던 노던록 은행에 대해 한시적이지만 전격적인 국유화조치를 단행했다. 이미 거대한 액수의 공적자금, 즉 세금이 투입된 후였다. 국유화를 단행하면 그 이전의 노던록 은행 주주들은 손실을 입는다. 당장 노던록 주주들의 모임은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조치로 140만 명의 노던록 예금 고객과 세금 550억 파운드를 지불한 6,000만 영국민들은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자유주의 맹주인 영국정부가 주주(투자자)를 먼저 고려할 것인가, 납세자(국민)를 먼저 고려할 것인가의 선택에서 국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처럼 투자자와 국민의 이익은 결코 같지 않다. 특히 은행과 같은 공적인 기관이나 곡물과 같은 국민의 삶이 걸린 문제에서 투자자와 국민의 입장은 대체로 첨예하게 갈라질 개연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는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투자자인가 국민인가.


김병권 bkkim@cins.or.kr / 새사연 연구센터장

이 글은 이스트플랫폼에 실렸으며 새사연 뉴스레터 R통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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