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6 / 2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캐나다의 퀘벡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전한 곳이다. 3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존재하며, 조합원은 880만 명을 넘는다. 퀘벡 전체 인구가 800만 명 정도인데, 협동조합 조합원 수가 이보다 많다.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7만 8000여 개에 이르며, 연간 매출은 180억 달러, 자산은 1000억 달러이다.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는 퀘벡 주 전체 경제의 8~10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퀘벡의 사회적 경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샹티에(Chantier)이다. 샹티에는 퀘벡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연합체로 1995년에 설립되었다. 당시 캐나다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고, 퀘벡 역시 12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로 애를 먹고 있었다. 이에 1996년 샹티에는 퀘벡 주정부와 협력하여 지역경제의 대안을 찾기로 한다. 그리고 이를 논하기 위해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대학과 연구자들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대표회담을 개최한다.

 

그 결과 <자, 연대로 나아가자>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탄생했고, 여기에는 퀘벡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부터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들까지 담기게 된다. 주정부는 이 보고서를 받아들였고 이후 각종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면서 경제위기를 타개했다.

 

연합체에서 출발한 샹티에는 현재 퀘벡의 사회적 경제의 중심축을 이루는 상설기관으로 자리 잡았으며, 퀘벡은 주정부와 협력하면서도 민간이 주도하여 사회적 경제를 통해 지역개발을 이루어낸 대표적 사례로 꼽히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퀘벡은 정책적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고자 하는 서울시나 우리 정부가 배울 점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1996년 대표회담은 퀘벡의 수많은 단체와 조직, 시민들이 모여서 사회적 경제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지역의 발전 방향을 사회적 경제로 합의한 회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10년 후인 2006년 그동안의 사회적 경제의 성과를 확인하는 대표회담을 가졌다. 그들은 스스로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자부하고, 앞으로도 사회적 경제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을 밝히면서, 시야를 퀘벡 내부에서 전 세계로 돌리고 있다. 더불어 소비, 노동, 투자, 생산의 모든 면에서 연대를 강화할 것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2006년의 이 선언 외에도 사회적 경제의 발전 과정에 따라 공공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노동운동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등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선언들이 해를 달리하여 발표되고 있다. 앞으로 샹티에의 선언과 보고서들을 차근차근 소개할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2006년 대표회담의 선언문을 번역 소개한다.

 

 


퀘벡 사회적 연대 경제 대표회담 2006년 선언
(2006 DECLARATION)


2006년 11월 17일
사회적 연대 경제 대표회담

 

“사회적 연대 경제 대표회담(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Summit)에서 우리 사회적 경제 주체들, 다시 말해 다양한 문화운동, 환경운동, 사회운동, 노동조합, 국제연대단체와 지역개발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 협동조합, 공제운동, 결사체들은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사회적 연대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자부심과 결의를 가지고 실천해 나갈 것을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수 십 년 동안 우리는 퀘벡 주 내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까지 그 누구도 패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근거하여 사회적 경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사회적 경제의 주체 및 연대체들의 성과와 실적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현존하는 사회적 경제 방식을 강화했고, 특히 지난 10년 동안에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경제는 강화되었고, 새로운 부문들이 출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 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원했으며, 동시에 사회적 배제의 해소, 대중의 참여 및 사회적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선해나가고 창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참가도 높아졌습니다. 경제에서 여성이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성과는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한 결과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경제적 성장은 너무나도 빈번하게 빈곤과 사회적, 지리적 불평등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빈곤이나 사회적 배제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집단기업(협동조합과 같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경영하는 공동체적 기업을 의미, 사주나 주주가 소유하는 일반적인 기업과 구분하기 위한 표현 - 역자 주)만이 경제의 민주화에 공헌한 것은 아닙니다. 책임 있는 투자의 지속적인 증가, 경제발전에서 노동자의 기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공공정책, 책임 있는 소비관행,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확실히 사회적 경제는 만연한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부이며, 보다 민주적인 연대를 기반으로 한 경제입니다.

 

사회적 경제는 더 공정하고 평등한 세계를 건설하는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날 사회적 연대 경제는 다양한 부문에서 많이 그리고 튼튼하게 확립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위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용과 부의 창출은 퀘벡 주의 경제에서 주요 현안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소비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제적 목적과 과정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성공에 더하여 우리는 우리사회가 유통, 제조, 소비에서의 관행을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또한 퀘벡 경제가 세계경제와 통합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모든 방면에서 평등과 공정을 추구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퀘벡의 모든 시민들에게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긴급한 문제에 대해 단순히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서 연대에 기반 한 경제를 만들어내는 움직임에 함께해 줄 것을 호소합니다. 사회적 연대 경제의 주체이면서 연대체인 우리들은 퀘벡의 지속가능한 발전, 나아가 우리의 연대를 통해 세계 다른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사회적 경제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을 결의합니다.

 

우리는 또한 경제활동을 평가할 때 재무적 결과만을 고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재무적 결과와 함께 사회적, 환경적 결과를 고려하는 3차원 평가방식으로 이행할 것을 정책결정자들과 정부 대표들에게 요구합니다.

 

현재의 발전 모델은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빈부 간, 지방 간, 국가 간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 모델을 변혁시켜야 한다는 커다란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지속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합니다. 캐나다 전역과 북미 대륙, 그리고 국제적으로 사회적 연대 경제의 주요한 부문 간의 새로운 연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향후 10년 동안 다양한 과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의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할 것입니다. 동시에 퀘벡 주의 모든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합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행동하고자 합니다.

 

? 연대하여 사업한다 :
이를 위해 
- 조직의 사명이 우리 운동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과제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함을 인식하고 그렇게 되도록 유지 발전시킨다. 
- 우리의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네트워크 내부와 외부에서 소통을 강화한다.
-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와 어긋나지 않는 판매 및 관리관행을 지원한다.
- 젊은이, 선주민, 장애자 및 이민자들이 사회에 통합되도록 한다.
- 민주적 운영과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반영한 공공정책을 분명히 제시하는 정부와 연계한다.

 

? 연대하여 노동한다 : 
지속가능하고 질 높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이를 위해 
- 무엇보다도 사회적 경제 및 공동체 발전을 위한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 조직들에 대한 기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
- 노동조건에 관핸 논의할 수 있는 전국적인 태스크포스팀을 만든다.
- 노동자 인식과 능력 향상을 추진한다.
- 사회적 경제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늘린다.

 

? 연대하여 투자한다 :
이를 위해
- 자본 개발과 연대금융에 존재하는 주체들의 네트워크를 만든다.
- 사용할 수 있는 연대금융 수단을 서로 연결하여 강화시킨다.
- 사회적으로 유용한 투자를 가능하도록 공공정책을 개혁한다.

 

? 연대의 영역을 확장한다 :
이를 위해
- 퀘벡 주의 전 지역에서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사회적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원과 금융수단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제공한다. 
- 지역 네트워크가 필요한 기술적, 재무적 수단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정치가들에게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기업과 단체들에게 이용가능한 자원들의 통합과 연결이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시킨다.

 

? 책임감을 가지고 소비한다 :
이를 위해
- 책임 있는 소비 주체들 사이에 상승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한다.
- 사회적, 환경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주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생산되도록 유도한다. 
- 책임 있는 소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이를 인지하도록 한다.
- 사회적 경제가 책임 있는 소비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린다.

 

? 국제적으로 연대한다 :
이를 위해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연대체들과 함께 대중을 결집한다.
- 우리 정부가 위원회를 꾸리도록 하며,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 평등한 위치에서 참가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의 연대체들을 지원한다.
- 패자가 없는 세계체제를 만들어 가는데에 시민사회와 사회적 연대 경제의 완전한 참가가 보장되도록 북미대륙 및 대륙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지난 10년 동안 퀘벡의 사회적 연대 경제는 크게 발전하였지만, 여전히 성과는 미약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수없이 많습니다. 사회적 연대 경제의 발전은 지역 규모의 생산과 소비, 노동자의 기여와 사회적 의식이 있는 투자가의 연대를 끌어내는 전반적 차원의 관점을 갖지 않고는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적 연대 경제는 전 사회가 하나되어 움직이지 않는 한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대표회담의 결론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발전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것이 퀘벡과 전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2006년 11월 17일  몬트리올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chantier.qc.ca/userImgs/documents/CLevesque/sitechantierdocuments/

declarationsommetang2006.pdf(링크연결x, 전체주소 복사 후 주소창에 붙여넣기)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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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2 / 04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차별과 위기를 극복한 퀘벡의 사회적 경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목 차]

1. 프랑스계의 역사를 간직한 퀘벡

2. 경제위기 앞에 뭉친 샹티에

3.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는 전방위 네트워크

4. 퀘벡의 다양한 협동조합

 

[본 문]

1. 프랑스계의 역사를 간직한 퀘벡

퀘벡은 캐나다 10개주 중 하나로 캐나다 남동부에 위치하며,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면적은 154만㎢로 서울의 2000배가 넘지만, 인구는 790만 명으로 서울보다 적다. 퀘벡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전한 곳이다. 3000개의 협동조합이 존재하며, 조합원은 880만 명이 넘는다. 조합원 수가 퀘벡의 전체 인구수보다 많은 것은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해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7만8000개에 이르며, 연간 매출은 180억 달러(약 19조 8000억 원), 자산은 1000억 달러(약 110조 원)를 기록하고 있다.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는 퀘벡주 전체 경제의 8~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적인 통계는 없고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탈리아의 에밀라로마냐가 르네상스의 인문학적 전통과 파시스트에 저항했던 빨치산의 역사와 같이 독특한 문화적 배경 덕에 사회적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퀘벡 역시 사회적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퀘벡은 프랑스 전통을 물려받은 곳이다. 캐나다는 1500년대 프랑스 식민지였다가 1700년대 영국의 식민지로 넘어간 역사를 갖고 있다. 프랑스계와 영국계가 300년 이상 함께 살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캐나다를 두고 벌인 전쟁에서 최종 승자는 영국이었고, 패자는 프랑스였다. 때문에 영국계가 사회의 주류세력이 된 반면 프랑스계는 많은 차별을 받게 된다. 영어 사용자가 프랑스어 사용자보다 2배 정도 많다. 프랑스계는 박해받는 소수민족이었던 셈이다.


원래 외부의 적이 있으면 내부의 집단정체성은 더 명확해지기 마련이다. 프랑스계가 모여 살던 퀘벡 역시 강한 독립성과 자치성을 갖게 된다. 퀘벡은 프랑스어만을 공식어로 인정하는 캐나다 유일의 주이다. 1980년과 1995년에 캐나다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국민투표가  진행되었고, 이 중 한 번은 0.3%의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었다. 최근에는 분리 독립에 대한 요구가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지역정당인 퀘벡당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만큼 프랑스계라는 이유로 받은 차별의 역사가 깊은 것이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퀘벡은 캐나다에서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편에 속한다.

 

2. 경제위기 앞에 뭉친 샹티에

퀘벡의 변화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프랑스계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 개선을 위한 정치, 경제, 문화 개혁이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조용한 혁명’이라고 불렀다. 1974년 프랑스어가 퀘벡의 공식어로 선포되었고, 1977년 퀘벡당이 프랑스 언어법을 선포했다. 프랑스인이 차별받지 않도록 만인의 평등을 보장하는 종교, 교육, 사회복지 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변화는 1980년대에 일어났다. 당시 서구 자본주의가 그랬듯이 캐나다도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로 인해 정부 주도 발전 전략도 한계에 부딪혔고 당연히 사회복지 지출도 줄어들었다. 돌이켜 보면 당시 두 갈래의 대응책이 있었다. 하나는 우리도 익히 아는 민영화, 즉 시장에 맡겨서 효율성을 높이는 길과 또 하나는 지역공동체의 사회적 경제를 활용하는 길이었다. 전자의 길은 값비싼 고급 서비스는 만들어냈을지 몰라도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는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후자의 길 끝에는 비용 감축과 동시에 만족도의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퀘벡은 후자의 길을 선택했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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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0정태인/새사연 원장

 

나는 협동조합 전문가가 아니다. 몇 번이고 X를 눌러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인터넷 광고마냥 되풀이하는 얘기다. 평생을 생협운동, 공동체운동, 자활운동을 하신 분들 눈으로 보면 논문 몇 개 읽고 전문가로 대접받는 내가 괘씸할지도 모른다. 들불처럼 타오르는 현재의 협동조합 운동에 내가 좁쌀만큼이라도 도움을 드린다면 그건 내가 추상적인 이론을 공부하는 사람이고, 다행히 나라 정책을 직접 다뤄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이 지면에서 소개한 것처럼, 상호성이라는 인간 본성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이끌어가는 힘이라는 주장,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내수를 확대해야 하고 그러려면 사회적 경제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원래 우리의 천성에도 맞고 나라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께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다. 이럴 때는 오랜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분들을 만나야 한다. 지역의 각종 시민단체나 생협의 교육에 참가하면 더 일반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어로 ‘중간조직’이 있다면 조금 더 체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말하자면 해당 분야의 특성, 금융이나 기술, 관련 정책에 관한 컨설팅이 필요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에서는 CNA(중소기업과 수공업자 연합회)나 레가, 그리고 리얼 서비스 센터가, 캐나다의 퀘벡지역에서는 데자르댕 같은 금융기관과 샹티에(chantier)라고 불리는 연합조직이 그런 역할을 했다. 이런 중간조직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의 접속점(node)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첫 번째 전략으로 손꼽히는 네트워크화가 창업자에게 갖는 의미는 그런 접속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어떤 일을 선택하고 누구와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에 있다. 현재의 협동조합 붐이 성과를 거두려면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략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그런 전략 수립에 참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떼돈을 벌 생각만 아니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또 해야 할 일은 바닷가 모래알처럼 널려 있다. 예컨대 동네 어르신의 집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수리하는 일부터 마을 전체를 재개발하는 일까지 사회적 경제가 담당하면 효율과 평등, 연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지역공동체의 모든 사회적 수요는 곧 사회적 경제의 사업 대상이다. 이것이 두 번째 전략이다.

지역공동체에 뿌리박은 사회적 경제는 지난 번에 제시한 인간 협동의 조건들 중 상당수를 일거에 만족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현재의 보편복지 요구와 연관시켜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서구에서는 1980년 말 이후 재정위기로 인해 많은 복지 프로그램을 민영화했다. 공공성을 지닌 사업을 시장에 맡기면 당연히 요금이 폭등하고 값싼 서비스가 사라진다거나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의료, 보육, 교육, 문화, 교통 등 사회서비스 분야가 그러한데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은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복지사업을 설계해야 할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사회적 경제를 마지막 복지 전달의 주체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론은 ‘협동조합을 꿈꾸는 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먼저 동네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서 주민들과 해법을 모색하라.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의 사업 중에 해당 항목을 찾아서 담당부서와 의논하라. 정부가 하는 일 중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절대로 정부 공무원의 머릿속에서는 나올 수 없는 사업들도 수없이 튀어나올 것이다. 여러분이 이 글을 볼 때쯤이면 나는 캐나다의 퀘벡에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꿈이 주민들의 에너지로 실현되고 있는 곳이다. 바글바글한 에너지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자랑이 아닌가?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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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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