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4.08 11:17
파주시 상수도 위탁을 통해 본 경기도 지방상수도 위탁 도미노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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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공, 노다지 밭에 들어가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에게 2009년은 상수도 위탁에서 일대전기를 마련한 해로 기록될 듯하다. 수공은 지난 2월 26일 경기도 파주시와 실시협약을 맺고 3개월에 걸친 인계인수과정을 거쳐 완전한 위탁체계로 돌입한다. 댐건설이나 용수공급 수요로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공이 선택한 새로운 사업인 상수도 위탁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수공은 2004년 충남 논산시를 필두로 지방상수도를 수탁받기 시작해 올해 전남 함평과 경기도 파주를 포함해 총 15개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다. 경기도 파주시의 위탁이 그동안의 과정을 매듭짓고 비약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은 수공이 상수도 위탁에서 적자출혈 전략을 구사해온 것과 연관이 있다. 수공은 지방상수도 위탁과정에서 기존 설비의 교체에 투입되는 시설투자(보급 확대를 위한 투자는 하지 않음)를 초기에 집중하고 20~30년에 이르는 위탁기간 동안 서서히 투자분을 회수하는 전략을 써왔다. 이런 전략은 수공의 입장에서는 초기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만, 당장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를 끌어들일 좋은 미끼이자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수공은 그동안 이런 식으로 위탁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그런데 이번 파주시의 상수도 위탁은 3가지 점에서 수공의 위탁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첫째, 파주시가 급수인구나 상수도 재정규모에서 현존 위탁 지자체 중 최대이기 때문에 수공의 위탁사업 규모를 비약시켰다.
파주시 급수인구는 2007년도 현재 25만 7,731명으로 전년도보다 1만 4,446명이 증가했다. 급격히 개발되는 도시이기 때문에 앞으로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공업용수만 위탁한 천안시를 제외하면 상수도를 위탁한 지자체 중 급수인구가 10만 명이 넘는 지자체는 정읍, 거제, 양주 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모두 20만 명 미만이다.

파주시는 상수도 세출만 1,145억 원(2007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천안을 제외한 14개 위탁 지자체의 상수도 세출 총합계액의 37.3퍼센트에 달하는 매머드급이다. 구멍가게 수준에서 단번에 중형 마트로 도약한 셈이다.

둘째, 파주시는 이미 위탁을 하고 있는 동두천시와 양주시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통합관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 수공의 기존 ‘알박기’ 작전이 결실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상수도 사업은 인구 30만 명 규모가 넘을 때 채산성이 있다고 본다. 수공이 파주시의 위탁을 따내게 됨으로써, 동두천과 양주를 묶는 통합관리가 가능해졌다. 경기도에서만 급수인구 50만 3,073명, 세출규모 1,668억 원 규모의 상수도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관이 되었다. 수공이 운영하고 있는 광역상수도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력운영에서의 융통성도 커지게 된 것이다.
수공이 규모가 작은 지자체의 상수도라도 수탁받기 위해 노력한 것은 먼저 위탁된 지자체와 주변의 지자체가 통합관리를 하게 될 경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상수도 통합관리 시범지구로 전남 일부와 경북 일부를 지정할 때 수공에 위탁 중인 지자체는 제외되었다. 관련 지자체 중 위탁에 대해 부정적인 곳이 있기 때문인데 이는 거꾸로 통합이 대세가 되면 ‘알박기’를 한 곳은 수공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셋째, 경영상태가 좋은 지자체도 위탁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미 위탁을 한 지자체들은 유수율, GIS 비율, 급수인구 1인당 부채규모 등 모든 경영 상태에서 전국 평균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데 반해 파주시는 상태가 상당히 좋다. 공급한 물이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비율인 유수율이 전년도 84.7퍼센트에 이어 2007년에는 89.1퍼센트에 달하고 있다. 수공이 위탁을 하며 제시한 목표유수율 88퍼센트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지하의 수도관망을 전산데이터화하는 GIS작업도 이미 88퍼센트나 진행되어 있어 관리하는 데 상당히 수월할 것이다. 부채총액도 44억 8,000만 원 정도로 경기도에서 중간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호조건의 지자체가 위탁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남도 하는데 나도 하자’는 소위 ‘이웃효과’를 유발해 경영상태가 좋은 다른 지자체들의 위탁도 늘어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는 경영상태가 열악한 지자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것이 위탁이었고, 정부도 그런 지자체들을 명분으로 위탁을 종용해왔다.

지금은 환경부가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수공 위탁이라는 종착지를 염두에 둔 채 지방상수도를 몇 개씩 묶어 관리의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성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통합관리를 추구해온 것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이제 수공이 환경부와 함께 계획했던 한강북부권역의 8개 지자체 중 3개가 묶이게 되었고 연천, 철원, 고양, 포천, 의정부 등 나머지 5개 지자체도 검토 중인 곳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한강북부권역의 통합은 대세가 되어 버렸다.

2. 밭주인은 알고나 있나?

새사연은 이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상수도 위탁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세계 물의 날, 당신의 물은 안녕하십니까』, 『무책임한 상수도 위탁, 부작용은 주민의 몫』, 손우정, 2009.3).

새사연이 지적한 문제가 파주시의 위탁계약서에서도 똑같이 드러나 있다.
① 수공의 초기 출혈전략에도 불구하고 위탁 전 기간에 걸쳐 수공이 안정적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고,
② 수공의 원ㆍ정수 공급에 더욱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며,
③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주민투표가 가결되더라도 위탁잔여기간까지 상당한 액수의 기대이익을 배상해야 한다.
④ 위탁대가를 조정할 수 있는 사유를 넓게 설정해서 정보의 우위에 있는 수공이 위탁대가의 인상을 용이하게 하고 있으며,
⑤ 당장의 상수도 투자재정이 없어 수공에 의존한 대가치고는 너무 많은 지자체 재정과 주민들의 수도요금이 지불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검토가 파주시의 위탁결정과정에서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어 다소 길게 소개하고자 한다.
전국적으로 위탁에 대한 반대운동이 심했기 때문에 파주시의회에서도 몇몇 의원들이 위탁과정에서 주민의 참여와 종사자들의 고용승계 문제 그리고 수질개선을 위한 투자 등에 대해 질의하였다.
답변자로 나온 김영구 파주시 건설교통국장은 이와 관련해서 주민참여는 법에서 정한대로 했고 고용승계는 당사자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였으며 수질개선투자도 수공이 유수율을 88퍼센트까지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민들의 우려를 걱정한 한 의원은 다음과 같이 따져 물었다.
“지금 검토 용역 보고나 실시협약 등이 의회에서 다루는데 달랑 안에 대한 한 장을 가지고 의회를 통해서 동의해 주십시오 하는 부분은 상당히 미숙하고 의회에 대해서 무조건 해주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도 가미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에 대해 교통국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위원님 말씀에 일부 홍보부분은 저희가 더 열심히 추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하신대로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몰라도요, 지금 말씀하신 위원님 말씀은 사전에 민간위탁에 대해서는 의회에 사전 설명을 해드리고 이러이러한 의회에서 향후 민간위탁으로 갑니다, 하는 것을 의회를 통해서 말씀 올렸기 때문에 소홀히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단지 위원님 입장에서 보실 때 결례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의회에 민간위탁 동의안 사전에 설명 드린바 있습니다.”(2008.12. 파주시의회 도시산업위원회 회의록 중에서)

과연 담당 공무원의 항변처럼 시의원들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을 탓해야 할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상수도 위탁과 같이 중요한 사항을 시의원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요식적인 절차만을 밟아 추진하려는 관료적인 태도가 아닐까.

게다가 파주시의 위탁계약서(파주시 지방상수도운영효율화사업 실시협약서, 2009.2.25)를 살펴보면 과연 파주시가 이미 위탁을 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의 계약서를 제대로 훑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예천시의 ‘비상급수 등 공익상 필요한 경우 상수도의 무상제공’ 조항, 단양군의 ‘조례에 따른 감사’ 조항, 서산시의 ‘자체 및 상부기관의 감사와 평가에 응하고, 시정조치사항은 즉시 시정하거나 재협상’ 조항 등과 같이, 추상적인 계약서 문구에 지자체의 권익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한 조항들을 넣으려는 노력들이 파주시 계약서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서산시의 재협상 조항은 상위기관이나 법의 시정명령에 따라 계약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파주시는 오히려 5년 단위의 평가조항을 신설함으로써 1년 단위의 감사와 정보 공개가 5년 단위로 느슨해질 가능성마저 있다.
또한 정읍시나 고령군은 특수계약직을 채용할 때 거주자 채용을 요구하는 세밀함까지 보였다. 반면, 파주시는 초기 위탁에서 보이던 고용전환자의 임금 수준이 현재보다 높아야 한다는 조항 뿐 아니라 양주시의 ‘정년보장’ 조항도 보이지 않는다. 개악된 조항인 ‘통합운영에 따른 근무지 변경가능’ 조항만 살아있는데, 파주시의 위탁은 인근 동두천, 양주시와 통합운영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고용전환자의 근무지 강제이동은 불가피할 것이다.
게다가 2006년 계약한 서산시의 경우 수도요금 체납금이 발생할 경우 지자체가 70퍼센트를 부담하던 관행을 깨고, 수공이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반면, 파주시는 체납금에 대한 기본적 책임을 파주시가 지고 최근 5년간 체납율을 상회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수공이 절반을 분담하기로 했다.

파주시의 입장에서는 필자가 작은 부분에만 연연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파주시민들에게 충분한 자료와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권자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판단할 기회조차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파주시민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는 언제 실린 지도 모를 일간지 홍보와 50명만이 참가한 주민공청회 뿐이었다.

3. 궁금하다, 김문수 도지사의 본심

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차인 지금, 차기 대권을 노리는 한나라당의 후보들이 여럿 있겠지만 지자체장 가운데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맞수라 할 수 있다. 김문수 도지사는 지방상수도의 위탁을 통해, 오세훈 시장은 서울상수도본부의 책임운영기관화를 통해 물을 민영화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필자가 오지랖 넓게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조언을 한다면 경기도의 상수도 문제를 푸는 것이 업적을 쌓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오래 전부터 자체 취수를 통해 원ㆍ정수구입비가 2007년 현재 457억 원에 불과하지만, 경기도는 3,476억 원이나 된다. 인천조차도 700억 원대의 원ㆍ정수 구입비를 줄여보려고 수공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데 경기도는 조용하기만 하다.

지난 2월 10일 있었던 환경부의 ‘지방상수도 광역화 계획에 대한 간담회’에서도 드러났듯이, 많은 민간전문가들은 정부가 광역화로 규모를 키워 위탁이나 민영화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수공과 날을 세우게 되면서 위탁이나 민영화 없는 광역화론을 흘리고 있긴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그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사연은 ① 경기도 차원의 지방상수도 광역화를 통한 효율화와 ② 서울시와의 연계를 통한 원ㆍ정수 구입비용 절감을 제안한 바 있다.

아마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국민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위탁이나 민영화 없는 경기도 상수도 통합을 추진한다면 시민단체나 경기도민들이 적극 지지할 것이다. 경기도 차원의 서비스 질을 상향균질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과의 공동연구(『 상수도 위탁과 광역관리계획비판』,김일영, 손우정, 2008)에서 제기했듯이 경기도는 <표1>과 같이 비용을 절감하면 소속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상수도 사업을 서울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통합관리 기대효과’는 인구밀도나 급수인구 규모가 시범지구보다 월등히 유리한 경기도의 여건을 반영하지 않은 보수적인 추정치다.

파주시의회의 도시산업위원회에서 시행정부는 상수도 위탁에 대한 제안 설명을 통해 ‘위탁기간은 20년이며 총 투자비는 2,469억 원으로 시설개량비 1,039억 원, 운영관리비 1,430억 원’이라고 밝혔다. 파주시 의원들이 얼마나 상수도에 관해 밝은지 알 수 없지만 회의록만 보면 마치 2,469억 원을 수공이 투자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수공은 <그림3>에서 보듯이 시설개량비를 초기 투자한 뒤 점차 줄이게 되며, 그것도 위탁대가에 포함해 모두 회수한다. 시 공무원이 얘기한 2,469억 원은 모두 지자체 재정에서 언제 지출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지출해야 할 돈이다.

유화선 파주시장은 “상수도 사업은 서비스사업으로 수돗물을 경제재로 인식하고 효율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지자체가 움켜쥐고 있을 시대는 지났다”며 위탁이 오히려 진취적인 대안인양 주장했다. 하지만 서비스 선진국이라는 미국조차도 지방자치단체가 상수도 사업을 책임지는 추세라는 걸 모르고 하는 얘기다. 유 시장은 현 직영체제보다 수공 위탁 시 톤당 32원 90전이 유리하고, 20년간 총 260억 원, 연평균 13억 원의 절감 효과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싶은 것이다. 물론 당장은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인구 증가에 따라서는 현 구조에서도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 게다가 경기도 차원의 통합보다 현재의 개별 위탁이 더 좋은 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아래 <그림4>에서 보다시피 2006~2007년 경기도의 누수율은 답보상태였던 반면, 서울시는 특별시 차원의 단일한 상수도 조직을 통해 탐지누수역량을 활용함으로써 누수율을 상당히 떨어뜨리고 있다. 경기도는 여전히 신고된 누수를 처리하는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2007년도에만 504억 원을 지방상수도에 지원했다.

경기도가 누수량으로 인한 재정손실만 650억 4,000억 원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기도가 도차원에서 누수관련 통합전문조직만이라도 운영해도 상당한 재정적 이득을 얻는 것은 물론, 향후 경기도 차원의 지방상수도 통합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

새로운 대안은 항상 예산 때문에 거부당하기 일쑤다. 매년 상수도 보조금으로 지출되는 504억 원을 활용하여 누수율부터 낮추면서 통합조직을 만들어가고, 더불어 높은 원ㆍ정수 구입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연간 2,388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내심이 정말 궁금하다. 경기도 지자체들의 상수도 위탁 도미노 현상을 보고만 있는 것이 무능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위탁을 통한 민영화가 지론이기 때문일까.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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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03.23 15:11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날은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의 건의로 유엔총회에서 지구상의 물 부족과 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선포되었다. 물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다. 따라서 물을 관리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국가의 역할이자 공공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2004년부터 지방상수도에 대한 위탁관리가 시작된 이후 시민사회에서는 공공재로서의 물이 상품화 되는 문제를 비판해 왔다. 이에 새사연은 지난 해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와 함께 <상수도 위탁과 광역관리계획 비판>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상수도 위탁 연구 내용을 요약, 보완하여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우리의 물관리 체계는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농업용수, 지하수 등 복잡하게 얽혀있고, 국가차원의 물 관리도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농림수산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다. 그동안 일원화된 국가 물관리 계획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었고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나 부처 간 이기주의로 번번이 좌절되었다.

정부의 물관리 대책 방향은 크게 광역화와 경영혁신으로 나뉜다. 광역화는 164개 지자체별로 관리되고 있는 물관리 체계를 몇 개 단위로 통합해 규모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것이고, 경영혁신이란 현 직영체제에 위탁이나 공사화, 혹은 민간위탁을 결합시킨다는 것이다.

물관리의 광역화는 시민단체에서도 제기하는 부분이나, 정부의 ‘경영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극명하게 의견이 갈린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지자체 직영의 경우 영세한 재정과 낮은 전문성으로 인해 낭비가 심할 뿐만 아니라 수돗물의 질도 담보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들은 민간위탁만이 아니라 수공으로의 위탁도 물을 ‘상품화’ 함으로써 수도요금을 폭발적으로 인상하는 등 공공성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옳을까?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현재 수공이 진행하고 있는 지방상수도의 위탁문제를 검토해 보자.

수공의 위탁 초기 적자투자 전략

지자체가 수공에게 지방상수도 사업을 위탁한 것은 2004년 논산시에서부터다. 이후 상수도 위탁은 조금씩 늘어 2009년 현재 13개 지자체로 확대되었다. 함평과 파주는 위탁실시가 확정되었고, 그 외에도 총 53개 지자체가 수공과 위탁 실시를 위한 협약을 맺고 있다.

위탁이 실시된 지 5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20~30년 간 이루어지는 위탁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수공과 지자체 간의 위탁계약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수공과 지자체가 맺은 계약서에는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아래 그림은 위탁 계약 당시 수자원공사가 향후 위탁단가, 즉 위탁대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물 1m3 당 단가를 제시한 것이다. [그림1]에서 알 수 있듯이 초기에는 낮은 단가를 책정해 놓았다가 점차 가격을 올리고 있다. ‘물가가 오르니 단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은 하지 마시라. 이 가격은 물가변동 요인 등을 제거하고 계약 당시의 가치로 평가한 ‘불변가격’이다. 물가인상 등의 요인을 추가하면 인상폭은 훨씬 커진다.

왜 초기에는 단가를 낮게 책정되었다가 점차 높여 나가고 있을까? 물량변동에 따라 전체 위탁대가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한 단가 자체가 변한다는 것은 ‘어떤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수공은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고려하여 사업초기에 낮은 운영단가를 적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지자체의 재정여건을 고려했다면 점차 단가를 높여 나갈 이유가 없다. 지자체의 재정상황이 하루아침에 좋아질 리 없기 때문이다.

진실의 내막은 20~30년 동안 이뤄지는 위탁 전 기간 동안 수공의 지출과 수입을 정리한 ’운영단가 산정을 위한 현금흐름표’에서 엿볼 수 있다. 수공은 13개 지자체 상수도 사업을 위탁 관리하면서 초기에는 예외 없이 적자를 보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전체 위탁대가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하나의 예를 살펴보자. 아래 [그림2]는 2007년 수공과 상수도 위탁을 계약한 동두천시 총 위탁기간에 수공의 수입과 지출을 나타낸 것이다.

수공은 동두천시 생활용수를 위탁관리하면서 초기에는 위탁대가로 받는 금액보다 시설개선비와 운영비(인건비 + 전력비 + 약품비 + 수선유지비 + 기타 유지비로 구성)로 사용하는 예산이 컸다. 그러나 2019년 이후에는 위탁대가로 받는 돈이 투입되는 비용보다 커진다.

결국 2005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물가상승 등 가격변동 요인을 제거한 불변가격으로 계산했을 때, 수공은 동두천 위탁기간 동안 생활용수 부문에서만 약 272억 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이는 불변가격으로 일 년 평균 약 9억 원이 수공의 순이익으로 적립된다는 의미이며, 동두천시의 위탁 직전 년도의 총영업비용인 72억의 약 12.5퍼센트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돈들은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당연하게도 수도요금을 올리는 것 외엔 답이 없다. 논산이나 정읍 등 위탁 초기에도 수도요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나타나고 있으나 수공의 수익창출이 본격화되는 시점 이후에는 더 큰 폭의 수도요금 상승 압력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초기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위탁대가를 적게 받는 수공의 전략을 이해한다면, 위탁 초기 시설과 유수율 개선 등 수공이 내세우는 위탁 성과는 오히려 ‘당연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수공의 시설투자는 초기에만 집중되고, 일정 시점이 지나면 유지 관리에만 치중하게 되므로 위탁 기간이 끝날 시점에는 대규모의 예산투입으로 노후 관망 교체 등을 해야 한다. 20~30년의 위탁 기간이 종료된 이후 시설운영을 위한 인력, 기술, 재정도 없는 지자체로서는 결국 초기 집중 투자가 가능한 수공이나 민간 기업에게 또 다시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이렇듯 수공의 초기 적자 전략은 지자체의 수공에 대한 조종석을 강화시킬 뿐이다.

생각해보자. 만일 상수도 위탁이 대세가 된다면 지금보다 계약 조건이 좋아질까, 나빠질까? 결코 어렵지 않은 질문이 될 것이다.

자의적인 위탁단가 인상 방식

문제는 더 있다. 위탁계약에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단가 변경이 가능하도록 해 놨다. 최초 위탁계약을 맺은 논산시의 경우, 협약에 따른 시설개선 투자비 변경 등으로 기준운영 단가를 조정하기로 한 경우나 물가변동으로 위탁단가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 단가를 변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지자체와 수공이 운영단가의 조정방법을 전부 혹은 일부 해소하기로 합의한 경우, 지자체의 요청이나 법령 개정 등에 의해 시설개선 투자비가 변경되는 경우, 지자체와 수공이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 위탁단가를 조정 할 수 있는 요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지자체와 수공이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그 기준이 모호하여 사실상 언제든 수공에서 위탁단가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최근 위탁이 실시된 거제시, 양주시, 나주시, 단양군의 경우는 위탁단가 조정에 대한 규정이 조금 달라졌다. 양주시와 수공은 총괄원가 변동, 물량차이 발생, 물가변동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위탁단가를 조정하도록 했다. 총괄원가는 적정원가와 적정투자보수비를 합친 것인데, 적정원가에는 인건비, 전력비, 약품비, 수선유지비, 기타 항목이 포함된다. 물량차이는 전년도 계획물량과 실제물량이 3퍼센트 이상 차이가 발생했을 때 조정하는데, 인구변동에 따라 사업비 산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수공의 사업비가 변경된 경우에도 위탁단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 조항이 추가되어 있다. 문제는 부득이한 사업비 변경의 경우, 즉 지자체가 요구하거나 애초 계약사항에 없었던 사업이 추가되는 경우나 법령에 의한 경우만이 아니라, ‘사업계획과 집행액 차이가 발생하여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도 위탁단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 실제 수공이 계약당시에 제시한 위탁단가를 얼마든지 인상할 수 있다.

위탁단가의 조정은 당해 연도 산정 사업비를 사업계획서의 당해 연도 사업비로 나눈 조정율을 사업계획 당해 위탁단가에 다시 곱해 계산한다. 즉, 실제 사업계획서에서 제시한 바와 달리 사업비가 산정되었더라도, 곧바로 위탁단가에 적용되게 되는 것이다.

추정 위탁대가와 실제 위탁대가

계약서에 명시한 위탁대가 이상의 돈을 지불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아래 [표 2]는 계약 당시 추정한 위탁대가와 실제 지자체가 지불한 금액을 비교한 것이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추정 위탁대가보다 더 많은 비용을 위탁대가로 지불한 경우인데, 정읍시와 천안시, 고령군과 2008년부터 위탁이 실시되어 확인이 불가능한 지자체를 제외하면 위탁을 실시하고 있는 지자제의 위탁대가는 계약당시 수자원공사가 추정한 위탁대가보다 많이 지불되고 있다.

물론 추정 위탁대가는 불변가격이기 때문에 물가인상 등의 요인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고, 지자체의 추가 투자 요구로 인해 위탁대가가 높아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추정치와 실제 위탁비의 차이를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는 예측보다 더 큰 폭으로 수도요금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수공의 시설투자비는 초기에 집중되어 있어 추가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위탁 단가 자체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만일 지자체에서 추가적인 시설투자를 원한다면 막대한 위탁대가를 추가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상황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탁대가에 누락된 원정수 구입비

[표2]에서 알 수 있듯이, 수공에 상수도 사업이 위탁된 지자체 중에는 위탁 전년도 총영업비용보다 위탁 대가가 현저히 낮은 단체들이 존재한다. 지자체가 자체 운영할 때보다 위탁대가가 줄었으니, 지자체로서는 ‘비용절감’이라는 일차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축할 만하다. 그러나 위탁 대가에는 몇 가지 중요한 항목이 누락되어 있다.

예를 들어 수자원공사로 승계되지 않은 해당 공무원의 인건비는 위탁대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수공은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시설에 근무한 공무원들을 수공직원으로 고용승계하고 있다. 물론 승계된 인원의 인건비는 모두 위탁대가에 산정되므로 수공으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

다음으로, 보급률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비용도 위탁대가에서 빠진다. 보급률 확대 사업은 현행 수도법 상 위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수공의 시설개선 사업은 신규보급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외에도 위탁 범위를 벗어난 다양한 비용과 사업이 제외되어 있어, 지자체로서는 위탁대가를 지급하는 것만으로 수도사업의 모든 역할과 비용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특히 2006년 이후 위탁된 지자체의 위탁대가가 위탁 전년도의 영업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원정수 구입비가 누락되어 있기 때문이다. 논산시, 정읍시, 사천시, 예천시 등 2005년까지 위탁계약이 체결된 지자체의 운영관리비에는 정수구입비(예천시는 원수구입비)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후 체결된 계약에는 원/정수 구입비용이 모두 빠져 있다. 이 경우 지자체는 위탁 대가 이외에 추가로 원정수, 침전수 구입비용을 수공에 지급해야 한다.

지자체가 수공에 추가 지급해야 하는 원정수 구입비용은 얼마나 될까? 위탁대가에 정수 구입비가 포함된 논산시의 경우, 정수구입비가 총 운영관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5퍼센트에 이른다. 이것으로 유추해볼 때, 2006년 이후 위탁된 지자체의 경우 운영관리비의 두 배 이상이 수자원공사로부터 원정수, 침전수를 구입하는 비용으로 추가 지불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동두천시의 경우처럼 자체 취수 비중이 높은 지자체의 경우는 사정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수공은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체취수장을 없애고 광역상수도(광역상수도는 모두 수자원공사가 담당한다)에서 원정수를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논산시는 금강 하류에서 취수한 물을 자체 정수해 공급하다가 위탁 이후에는 금강 상류 대청댐에서 끌어온 광역상수도 물을 공급하고 있고, 정읍시는 상동 정수장에서 자체 취수 해왔으나 지금은 섬진강 광역상수도의 물을 이용하고 있다. 고령군은 위탁계약 체결 시 아예 고령의 자체 정수장 두 곳의 폐쇄를 전제로 했다.

이런 경향은 수도사업의 광역화 추세와 맞물려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자체취수장이 없어지고 해당 지역이 상수도보호지역에서 해제되어 개발이 이루어졌을 때, 위탁기간이 종료되었다고 해서 다시 자체취수장 인근 지역을 상수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지역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에 주민 간의 갈등만 높아지게 될 것이다.

결국 수공은 위탁대가와 함께 막대한 원정수 판매금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김건호 사장은 지난 해 10월 16일 국정감사에서 “3년 간 댐 용수와 광역상수도 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물값 인상 여부에 대한 권한도 없는 수공 사장의 이 같은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2003년부터 지난 5년간 수공의 당기순이익은 9,487억 에 이른다. 이것이 수공이 초기 적자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힘이다. <2편 이어짐>

손우정/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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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8.28 13:02

상수도사업 민영화 논란

환경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8월 24일 「물산업 지원법」에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12월 정기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물산업 구조조정의 핵심 내용은 각 기초단체 단위에서 하는 수돗물 관리를 광역화하고, 경영혁신을 위해 민간위탁 하는 등의 시장화 정책이다.

환경부는 기존 법안이 민간에게 50%까지 출자할 수 있도록 해 민영화 논란이 일었지만, 이번 계획은 소유권은 정부와 자자체가 유지한 채 경영과 운영만 맡기는 민간위탁이기 때문에 민영화와는 다르다고 강변하고 있다.

‘민영화’가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히자 ‘선진화’로 이름을 바꾸더니, ‘물산업’이라는 말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로 슬쩍 바꾸었다. 그러고 이제는 ‘민간위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민영화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민영화(사영화)는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흔히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민영화(사영화)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등을 민간에 매각하는 등 국가경제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경제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원래 낮은 미국에서 ‘민영화’는 정부가 직접 공급하던 것을 민간이 공급하도록 하는 ‘민간위탁’과 같은 개념이다(황혜신, 2006, 공공서비스 민간위탁의 이론과 실제).

민영화의 개념을 좁게 해석하더라도 민간위탁은 민영화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소유권만 유지할 뿐 민영화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수도사업의 위탁은 이미 일부 지자체가 시행되고 있다. 2001년과 2005년에 개정된 수도법은 지자체와 의회의 판단 하에 위탁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7년 12월 현재, 전국 164개 지방상수도 중 위탁실시협약을 맺은 자자체는 11개이고, 37개 지자체가 기본협약을 맺고 있다(2008년 현재 수자원공사에서 위탁관리하고 있는 지자체는 13개). 하지만 이번 계획이 이뤄진다면 상수도 민간위탁은 전면화될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있다. 민간위탁 계획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인 25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전기, 가스, 수도, 의료보험은 민영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민간위탁’도 하지 않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런 와중에도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대책은 마련하겠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민간위탁이든 경영효율화이든 정부정책은 분명 물산업의 사유화를 지향하고 있다. 환경부는 2007년 7월 ‘물산업육성 세부추진계획’에서 ‘물순환을 바탕으로 한 유역단위 관리체계’를 2009년까지 마련하고 ‘자율적․점진적 구조개편’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구조개편의 형태로 ‘공사화, 민영화, 위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 어디에도 국가나 지자체 등의 직영방침을 밝힌 바 없다.

민영화 말고 대안은 없나?

정부가

상하수도 서비스를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설중복과 과잉투자 때문이다. 수자원공사와 지자체로 이원화되어 있는 상하수도 사업은 서로 간의 조정기구가 없어 필요에 따라 수요량을 부풀려 가며 시설투자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규모가 작은 지자체나 강원도처럼 지형상 설비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과소투자로 상하수도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물 순환을 고려한 수계권 단위로 상하수도 서비스체계를 광역화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민간위탁이나 민영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정부가 다른 대안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시장에 공공부문을 넘겨버리는 것은 스스로 수계권 조정을 추진할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수도사업의 경우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민간위탁 계약기간이 대체로 20~30년간의 장기위탁이라는 점에서 형식적인 소유권만 유지하는 민영화의 부작용이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실제로 광역화한 후에 민간위탁을 한 이탈리아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시에서 수도를 관리했을 때보다 380%나 요금이 올라 시민들이 수도요금 납부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51%의 지분을 지자체가 가지고 있지만 지자체 간 입장차와 정치권의 이해관계, 업체의 로비 등으로 사실상 기업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물 전문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

정부가 상수도 사업에 대한 민간위탁이나 민영화를 고려하면서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은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와 지자체가 설립할 공기업, 베올리아 등의 다국적 물기업, 그리고 코오롱 워터스 등의 건설업계 대기업이 설립한 자회사들이다.

수자원공사는 여러 지자체에 거의 독점적으로 원정수를 공급하면서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려왔으며 중복투자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지금은 소비자의 눈을 의식해 과잉투자한 비용을 원정수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 않지만 언제라도 그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할 가능성은 높다.
 
세계 1위의 물기업인 베올리아는 국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국내 하수도 사업에 진출하여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으로서 세계 곳곳에서 상수도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부정부패 사건과 물오염 사건을 일으켜 도덕성이 의심되는 기업이다.

또한 코오롱 워터스의 모회사인 코오롱그룹은 올해 3월 오염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이다. 24시간 페놀수지 등 인화성 유독물질 10만여 톤을 보관하는 코오롱유화 김천공장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소방수에 페놀원액이 섞여 강으로 흘러들어갔다. 더구나 이 회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고문으로 재직 중이라 민간위탁으로 특혜를 볼 기업 1순위로 꼽히기도 한다. 

물 사유화되면 요금인상 불가피해

만일 민간위탁과 민영화 과정에 은밀한 내부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해외의 초국적 자본에게 물산업을 내어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초국적 기업에 맞설 수 있는 상수도 전문기관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자금력과 기술을 앞세운 초국기업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현재 상수도 서비스 개방 의무는 한미FTA의 유보조항으로 제외되어 있으나, 만일 민간위탁이 전면화될 경우 상수도 역시 한미FTA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가가 참여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와의 차별이 금지되어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요금인하는 불가능해진다. 요금을 낮추고 싶어도 상업적 거래원칙이 의무화되어 불공정 거래로 제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상·하수도 요금이 낮은 국내 상황을 이유로 수도요금을 대폭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로 유럽에 둥지를 틀고 있는 초국적 물기업이 진출한 남미 나라들에서는 폭발적인 수도요금 인상에 대한 민중 저항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사태에 이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초국적 기업이 세계 물산업을 장악할수록 수도요금은 상향평준화 압력을 끊임없이 받게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민간에게 공공업무를 맡기면 경쟁이 보장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효율성이 높아지고 서비스 비용이 낮아져 고객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그러나 상수도 사업은 계약기간이 길어 경쟁이 보장되지 않는 독점 사업이다. 경상도 주민이 공급업체를 골라 서울에서 제공하는 물을 마실 수는 없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민간위탁은 대부분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민간위탁은 소유권을 지자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약방식에 따라 민간 업체가 투자하는 설비비용도 주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위탁을 취소한 안동시의 경우 지난 2001년부터 하수도처리 업무를 민간위탁 한 이후, 비용은 더욱 늘어나고 수질 환경은 오히려 악화된 바 있다. 

하수처리장에 적용되는 기준은 BOD(생물적 산소 요구량),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SS(부유물질 또는 부유고형물), T-N(총질소), T-P(총인. 부영화의 지표) 등 크게 5가지 항목이다. 이 중에서 BOD만 위탁 전의 12.4에서 위탁 후 11.5~7로 줄었을 뿐, 나머지 수치는 모두 크게 증가하거나 약간 줄어들다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민영화 불가 입장에 대한 진정성 보여야

민간위탁이 민영화와 다르다는 주장도 문제지만, 민간위탁조차 절대 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의 입장 발표도 신뢰하기 어렵다. 경영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언제 어떤 이름으로 포장되어 민영화로 나아갈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물기업에게 수돗물은 많이 쓸수록 좋은 상품이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아끼고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자원이다. 즉 제공해야할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잘 보존해야할 환경이기도 하다.

민영화나 민간위탁이 아니라도 지자체간 불균등성과 사업주체들간의 과잉투자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이미 여러 시민단체에서 제안한 바 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논의해온 방안 중 하나는 수자원공사를 유역별로 분사시키고 지자체들이 투자해 공동으로 소유하는 ‘유역별 공사(독립 공공법인)’ 방식이다. 또한 지자체간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으로 수돗물 값이 싼 도시가 탄소배출권을 사오는 대신에 지방 지자체의 상수도 서비스 지원금을 서로 교환하는 방법 등이 제안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제안에 큰 관심이 없다. 오로지 공공부문의 ‘시장화’에만 적극적일 뿐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수도를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면 상하수도 서비스의 장기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열린 자세로 토론하고 수렴하여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순에 들어가야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대안에는 눈을 감고 오로지 ‘공공부문 시장화’에만 몰두한다면, 그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에 되묻는다. 진정 원하는 것이 공공부문의 개혁인가, 영리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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