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10.1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삼성재벌과 다른 재벌은 다르다.

지금 대선국면에서 재벌개혁이 가장 뜨거운 쟁점이지만, 사실 재벌이라고 해서 다 같은 체급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그룹의 매출총액은 273조 원으로 2위 현대차 그룹 매출 156조 원의 두 배에 가깝다. 재계 순위 10의 두산그룹이 약 20조 원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삼성그룹 매출 규모의 1/10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 30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정도를 등급으로 매긴다면 1위 삼성, 그리고 10위권 이하 쯤에 현대차, SK, 엘지 순서를 보이다가 다시 30위 권 미만에 다른 재벌들이 서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삼성그룹이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삼성의 거대화는 두드러졌다. 당연히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여타 재벌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최근 경제 민주화 2030연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청년들은 한국 10대 재벌 중 한국사회에 가장 긍정적 기여를 한 재벌로 24.8%가 삼성을 꼽았다. 물론 ‘없음’이 36.9%로 가장 많지만 이를 제외하면 삼성 선호가 압도적이다. 그런데 동시에 가장 부정적 기여를 한 재벌 역시 압도적으로 삼성이었다. 삼성에 대한 청년들과 국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단면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삼성 재벌은 왜 침묵하고 있나?

이미 1년 넘게 우리사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화두로 부상해왔고,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욱 치열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의 대표재벌 삼성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도 들리지 않는다. 특히 시의성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서 시류 자체를 주도해 나가고자 했던 삼성의 ‘이데올로기 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 민주화가 시대정신이 된 지금, 그야말로 세파에 무관심하다는 듯이 대선 경제 쟁점과 담을 쌓고 있다. 놀라운 모습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그저 미국 재정정책의 문제나 유럽위기 진단과 같은 해외 동향 브리핑 정도가 그나마 시의성을 담고 있다. 여기에 기껏해야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이 세간의 화제가 된 가운데 지적 재산권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 눈에 띄는 정도다. 지금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글들 속에서는 특유의 시의적 민첩성이란 찾아 볼수가 없다. 대선 국면은 피해가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다.

'안철수 생각' 말고 '삼성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15일, 안철수 후보가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암에 걸린 노동자를 방문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후보는 "직업병에 대한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근로복지공단에서 노동현장이 직업병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이며 타당한 주장이다. 안 후보 측은 이어 "법이 공정하려면 정보가 비대칭일 때 공정한 조건들을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고쳐져야 할 법체계의 문제점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삼성이 그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고 한다.(뉴스1 2012.10.15일자)

한편 삼성전자의 산재문제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런 문제를 아무리 얘기해도 특별한 대책을 내놓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 삼성, 사회가 답을 해야 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이제 삼성이 운을 떼야 한다. 당장 산재인정에 대해 입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재벌개혁에 대해서 대표재벌로서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 이번에는 국민들이 사태를 회피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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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 한국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걱정을 넘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되고 있다. 임금 억제 등의 명분으로 삼으려고 전통적으로 엄살을 떨었던 기업들은 그렇다 치자. 국민에게 기대와 희망을 준답시고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 왔던 정부조차 이번에는 스스로 비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확실히 올해는 내리막인가 보다. 그런데 온통 우리경제가 비관론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은 모두 같은데 내용을 뜯어보면 진단과 과제가 제각각이다. 하나의 현실을 해석하고 해법을 내놓는 경우가 정말 다양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우선 기업의 견해를 보자.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라는 글을 통해 올해 우리경제의 3대 과제로 경제 안정화와 신시장 개척, 갈등 완화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경제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인식을 깔고 있다. 각 과제를 좀 더 자세히 보면 첫 번째, 경제 안정화 과제란 어차피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물가안정·재정 건전성 유지·금융안정이라도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한국경제의 핵심과제로 제시한 ‘시장 개척’은 그야말로 기업연구소다운 발상인데,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인한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 특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새로운 신흥시장(Next China)을 개척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자는 삼성의 화두가 향후 어디로 튈지 지켜볼 일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FTA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활용도를 제고하자”면서 FTA 체결로 수출이 늘어날 기대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출 부진을 또 다른 수출활로를 열어 풀겠다고만 하고 이번 기회에 내수기반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없다.

무엇보다 기업연구소다운 보수적 색채가 드러나는 대목이 세 번째인 ‘갈등 완화’라는 표현이다. 모두 아는 것처럼 누적돼 온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고실업의 지속, 과도한 부채의 축적구조가 전 세계 국가들에서 소비회복과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근본 원인임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평등을 개혁하기보다는 정부의 긴축을 강요하는 정책만 난무하자 월가 점령운동을 정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에 저항하는 99% 운동이 확산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인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단순히 ‘갈등 완화’라는 국적 불명의 사회학적 개념으로 얼버무린 것이 딱 삼성 스타일이지 않은가.

기업의 견해와 함께 흥미가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정부의 경제위기 진단과 해법이다. 기획재정부는 과거 위험요인이 1개씩 왔다면 이번에는 유럽 재정위기, 원자재 가격 충격, 양대 선거 리스크라고 하는 3대 요인이 한꺼번에 닥친 ‘복합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유럽의 위기가 가장 큰 외부적 위험요인임은 금방 이해가 되지만 원자재 가격 충격과 양대 선거 리스크를 그에 준하는 위험요인으로 보는 것은 일반의 상식과는 어긋난다. 다소 황당한 것은 원자재 가격 충격요인을 큰 위험요인으로 놓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이란 제재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이라는 점에서 이는 경제적 위험요소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에 따라 우리 정부가 자초한 정치적 위험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무튼 ‘복합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일단 올해 상반기에 재정의 60%인 165조원을 조기 집행하는 한편 컨틴전시플랜 1단계 ‘변동성 확대’, 2단계 ‘자금 경색과 실물경기 둔화’, 3단계 ‘급격한 자본 유출과 실물경기 침체’를 설정하고 아직은 1단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 연구소에 비하면 상황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고 상당히 선거를 의식한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세 번째 위험으로 지목한 ‘양대 선거 리스크’가 경제의 핵심 위험으로 전환되는 것 역시 정부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이후 유럽의 위기를 포함해 유난히 외부충격 요인이 많고 계속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국민경제 내부적으로 외부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완충할 수 있는 구조와 틀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무조건 개방이 아니라 외부충격을 흡수할 금융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수출의 급격한 둔화에도 불구하고 경제동력을 유지할 기본적인 내수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내수기반은 결국 국민들의 소득에 의해 뒷받침되는 구매력이다. 소득이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소득이 증가하는 대신 부채가 늘어 구매력을 높이기 어려운 현실적 구조가 바로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이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 연구소도, 정부도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요소와 핵심과제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대선이 끝난 후 2008년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인 폴 볼커는 차기 대통령에게 “그동안 미국인들이 소득에 비해 너무 많이 소비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라 타이슨은 볼커 의견에 반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그들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노동부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로라의 말이 맞다고 판정했다. 그렇다. 미국이나 우리나 국민들의 소득이 정체했다는 것이, 그래서 도무지 내수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 진짜 위험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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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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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08 / 0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삼성의 적하효과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1. 적하효과 소멸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

올해 초 정부 여당에서 불을 지핀 재벌 대기업집단 개혁 요구가 점차 야당으로, 정치권을 넘어 국민적으로도 상당한 공감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다. 쟁점의 불씨 가운데 하나인 MRO(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사업체인 삼성 아이마켓 코리아 지분을 삼성이 전량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철수를 발표한 것을 보면 역설적으로 재벌 대기업 집단이 여론에 상당히 밀리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물론 실제 사업철수를 실행에 옮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최근 재벌 대기업 집단에 대한 비판은 과거처럼 총수 일가의 탈법행위나 편법 상속에 국한되지 않는다. 도를 넘는 경제력 집중과 내수 독점을 근간으로 한 독과점 횡포가 주요 쟁점이다. 그리고 보다 근원적으로는 재벌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로 파급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 이른바 적하효과의 소멸이 국민에게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했던 정부 여당 역시 적하효과 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하여 집권 후반기 들어서 ‘동반 성장’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내년 양대 선거를 의식하면서 재벌 대기업에 대해 일련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정치권과 국민들 모두가 공히 더 이상 적하효과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이 문제에 대해 그 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던 재벌 대기업 집단 일각에서 최근 완곡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삼성경제 연구소의 7월 26일자 보고서 “SERI 경제 포커스: 수출과 내수 간의 연계성 분석 및 시사점”이다. 극히 의례적인 짧은 보고서이지만 내용 가운데 한 가지 중요한 논점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수출과 내수 간의 격차 확대가 ‘수출 호조 -> 투자 및 고용 확대 ->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단절되었거나 약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에 대한 반론을 펴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수출과 투자, 수출과 고용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일련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어 흥미롭다. 그 가운데 몇 가지 논점만 간추려 확인해 보자.


2. 수출과 민간소비 비중의 역전

최근 국민경제 지표 가운데 주목할 만한 현상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내수의 핵심인 민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추월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일단 삼성의 보고서도 이를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하게 확인해야 할 것은, 2007년도 까지만 해도 수출의 비중은 41%이하 정도에 그치다가 2008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순식간에 50%를 뛰어 넘어섰고 2010년 2분기부터는 거의 민간소비를 앞질러 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경제위기 이전인 2007년 1분기 수출 비중은 41.4%였지만 2011년 1 분기에는 무려 56.5%까지 비중이 껑충 뛰어 오른다. 반면 민간소비는 같은 기간 54.2%에서 52.5%로 줄어들었다. 국내 투자를 의미하는 총 고정자본 형성 역시 같은 기간 29%에서 26.9%로 축소되었다. (그림 1 참조)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경제위기 이후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대부분 수출에 의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와는 달리 현대 경제연구원에서는 민간 소비와 수출 비중의 역전, 그리고 민간 소비 비중의 추락에 대해 비교적 심각하게 다루고 있어 비교가 된다. 현대 경제연구원은 7월 1일자 보고서 “경제주평: 하반기 경기하방위험 크다”에서 특히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내, 외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그림 2 참조) 더욱이 올해 하반기에도 소비위축과 건설투자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 금융위기 이후 수출과 내수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 이유

삼성의 보고서는 계속해서 2001년~2007년 기간과 2008년 이후 지금까지를 비교 하면서 금융위기 이전에는 수출과 내수가 반대로 움직였는데, 즉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동반 순환을 보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삼성이 말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출 증가로 인해 민간 소비도 확대되고 설비 투자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적하효과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상식적으로 확인해야 할 단순한 사실이 있다. 2001년~2007년까지 한국경제에서 중요한 두 가지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첫째는 2001년 IT거품 붕괴로 인해 세계 경기가 침체하고 수출이 급락한 반면 내수는 신용카드 거품으로 인해 호조를 보였던 시기다. 당연히 수출과 내수가 서로 상반되는 추세를 보였다.

둘째로는 2003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인해 내수 경기는 급락했던 반면, 세계 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수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던 시기다. 신용카드 대란의 후유증으로 내수 경기는 이후에도 거의 회복되지 못했지만 수출은 2004년 2000억 달러, 2006년 3000억 달러 2008년 4천억 달러로 지속적인 급증세를 보였다. 이 두 가지 시점을 기억한다면 당연히 2001~2007년까지 기간 동안 수출과 내수는 서로 상반되게 움직였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대 침체로 빠뜨렸을 뿐 아니라, 한국경제도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으면서 내수와 수출이 공히 침체로 돌아서게 되었다. 특히 2009년이 그랬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내수가 대 침체를 겪었지만 수출 실적이 나쁘지 않아 외환위기를 비교적 빨리 탈출했던 시기와도 비교된다. 그러나 2009년 하반기부터 수출은 고환율과 중국경제의 호전과 비례하여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내수경기는 정부의 경기부양을 배경으로 미약하게 반전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기부양효과가 사라지면서 다시 둔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삼성의 보고서는 2008년 이후 수출과 내수가 ‘양(+)의 상관관계를 갖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2001~2007년 동안 내수와 수출이 상반되었던 이유, 그리고 2008년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추락하다가 수출의 급격한 호조, 내수의 미약한 회복이 되었던 이유에 대해 당연하고도 충분한 설명이 삼성의 보고서에는 없다. 대신 실증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숫자 계산을 내밀며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출이 내수회복을 도왔던 것처럼 암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4. 국내 투자보다 해외투자를 집중하는 수출 대기업

내수의 주요 지표인 국내 투자와 관련하여 유의할 것이 하나 있다. 최근 수출 대기업들의 투자가 국내 투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유력 대기업들은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추락하던 2009년에도 영업이익이 절대 적자를 보았던 것이 아니다. 삼성, 현대차, LG를 포함한 주요 대기업들은 경제위기 와중에도 여전히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특히 2009년에는 현대 자동차의 해외현지 생산 비중이 국내생산을 추월한 첫 해이기도 하다.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국내 투자가 아니라 해외투자였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투자는 2007년부터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금융위기 내내 유지되었다.(그림 4 참조) 국내 투자 비중이 줄어들었던 것과 명확히 비교되는 대목이며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로 순환되지 않는다는 증거, 즉 적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증거이기도 하다.


5. 수출 대기업 때문에 고용이 호전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삼성의 보고서는 최근 제조업 취업자 수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제조 대기업의 수출 호조가 고용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증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 수출이 다시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그러할까.

확실히 금융위기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제조업 취업자 수는 경제위기로 한 때 가장 가파른 추락을 하였지만 2010년 들어서면서 반대로 가장 많은 일자리 회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그림 5참조) 수출 증가 추이와도 유사한 흐름이다. 그런데 통계청이 2009년부터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시작한 종사자 규모별 취업자 수 증가 추세를 보면 좀 다른 결론이 나온다.

전 산업 기준으로 볼 때 경제가 회복을 시작한 2009년 6월에 종사자 수 5~299명 규모 기업의 취업자 수는 1218만 명이었지만 2년 뒤인 2011년에는 1292만 명으로 약 70만 명 이상이 늘어났다. 그런데 300명 이상 규모 기업의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205만 명에서 199만 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주로 서비스 업종이 300인 미만에서 변동이 컸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조업에서도 300인 이상 제조 대기업들이 큰 폭으로 고용을 늘렸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 수준은 2005년도의 410만 명 수준으로 복귀했다는 정도이지 이전에 비해 절대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다시 제조업 취업자 증가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보건데, 대체로 420만 명을 최대치로 해서 제조업 취업자 수는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처럼, “최근 들어 ‘수출 호조 -> 투자 및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상당히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삼성 보고서와는 달리, 최근 고용상황에 대해 비교적 현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LG경제연원의 짧은 고용 동향 보고서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 27일, “최근 고용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면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를 주도한 부문은 제조업과 보건 복지 서비스업”이라고 확인했다.

그런데 제조업의 고용이 늘어난 이유를 삼성처럼 단지 수출이 고용에 기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조업 생산이 전기 전자부문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해지면서 제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심하게 말하면 전기 전자를 주력으로 한 삼성의 고용 기여도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여하튼 제조업 고용이 2005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원인은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할 과제이지만 삼성 보고서의 결론이 섣부른 것은 동일하다.

또 하나 LG경제연구원이 지적한 고용증가 원인이 바로 보건 복지 서비스업이라는 사실이다. 그림 5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보건 복지 서비스업은 경제위기 와중에 오히려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제조업 취업자 증가 수를 뛰어넘으면서 20만 명대의 증가 추세로 접어들었다. 경제위기 시기는 물론 향후에 일자리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해야 할 산업 업종에 틀림없다.

특히 LG경제연구원이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올해 1~4월 중 보건 및 사회서비스업 임금은 4% 줄어들었는데 이는 고령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보건 복지 부문에 낮은 임금이나 단시간 근로의 형태로 불완전 취업했기 때문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우리 연구원이 지난 6월 “2011년 5월 고용동향 분석”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경제위기 이후 더 확대된 것을 지적한 것과 일치하며, 왜 최근 취업자 수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내수비중이 줄어들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결국 최근 취업자 수가 늘고 있는 상황은 삼성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처럼 ‘수출 대기업의 고용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 이라기보다는, 전기 전자 업종 이외의 중견 제조업이 선방했을 가능성과, 보건 복지 서비스의 나쁜 일자리 팽창에 기인하며 이 측면이 오히려 현재 고용실태를 파악하는 데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삼성의 보고서도 말미에 “최근 수출과 내수의 연계성 개선”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로 동반 침체 하였다가 회복국면으로 반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으로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렇다면 아직 판단하기에 시기상조인 주장을 취약한 근거를 들면서 왜 서둘러 하였을까. 적하 효과 소멸이라는 강력한 근거를 들면서 재벌 대기업 집단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파급력을 억제하고 싶어서였을까.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적하효과가 부활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더 확실히 적하효과는 소멸되고 있다. 적하효과도 없는데 고환율로 수출 지원을 해야 할 명분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이 와중에 수출 대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자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하청 단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삼성을 포함한 재벌 대기업 집단이 거느리고 있는 내수 독점 기업들이 내수시장을 싹쓸이 하고 있다. 삼성이 포기하겠다던 MRO업체인 아이마켓 코리아는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 PDF파일 원문에서는 그래프를 포함한 본문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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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7.11.20 20:50
 

‘한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고 재계는 입만 열면 불만이다. 규제 완화,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식 해소, 노동 시장 유연화 등의 단골 요구가 그 뒤를 잇는다. 그러나 다른 영역은 몰라도 적어도 기업의 사회적 발언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의 기업 - 정확히는 재벌 대기업 -은 전세계 최고의 대접을 누리고 있다. 재벌 대기업과 그 총수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는다. 재벌기업은 산하 경제연구소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고서와 정책 제안을 수시로 자유롭게 발표하며 언론은 친절하게도 그 주장들을 거의 여과 없이 보도하기 바쁘다. 우리 사회는 어떤 의미에서는 재벌 연구소가 꺼낸 화두를 무비판적으로 좇는 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에 이어 남북FTA 선수 치는 삼성


오는 2일부터 북한에서 개최될 제2차 남북정상회담 실무준비에서조차도 이러한 대기업 연구소의 영향력은 재확인된다. 남북한간의 FTA 또는 남북한 경제협력강화약정(CEPA) 논의가 그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남북FTA 추진을 이번 정상회담 의제로 삼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 지난 8월 초 삼성경제연구소가 ‘남북한 경제협력강화약정(CEPA)의 의의와 가능성’을 발표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의 일이다. 삼성이 의제를 던지고 정부가 이를 정책 추진에 반영하고 언론이 가세해서 대중에게 선전하는 삼각 플레이는 이미 노무현 정부 출범 이래 여러 차례 반복된 현상이다.


나라 전체를 흔들고 국민 의견을 반반으로 갈리게 만든 한미FTA도 동일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추진 의지를 처음 밝힌 것이 지난해 초 연두연설 자리에서였다면, 삼성경제연구소가 한미FTA의 필요성을 강도 높게 주장하고 나선 것은 그보다 훨씬 앞선 2005년 4월의 심포지엄에서부터였다. 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미FTA와 통상협력 확대방안> 등 보고서는 ‘통상, 금융, 기업, 산업 등 경제 각 분야에서 한미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방안으로 한미FTA의 중요성’을 제기하고 그 전망과 대응 전략을 논하고 있다.


당선자에 국정 전반 보고서 제출


삼성경제연구소가 국정 아젠다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부터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에도 삼성경제연구소는 연구원 70여 명을 투입해 ‘국정과제와 국가운영에 관한 아젠다’라는 400여 쪽의 보고서를 노 대통령 당선자 측에 전달했다. 초기 노무현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한 ‘동북아 중심’ 프로젝트에도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영향력을 미쳤다.


혹여 ‘삼성이 초일류기업이니 보고서를 국정에 참조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착각이다. 초일류기업 다수를 보유하고 기업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일개 기업 연구소가 국정 아젠다를 정부에 공급하는 일은 없다. 미국 공화당에 영향력이 큰 헤리티지 재단만 해도 그 배경에 여러 기업인이 후원을 하고 있을 뿐, 특정 기업에 소속된 부설 연구소가 아니며 그 성격은 오히려 보수적 NGO에 가깝다. 미국 기업 다수가 부설 연구소나 리서치센터를 가지고 있지만 각 기업 해당 영역 경제 조사와 연구에 국한할 뿐이다. 예를 들면 골드만삭스의 리서치센터가 금리나 증시 등 금융 문제가 아닌 국가 정책 관련 보고서를 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 경제 전문지 머니투데이는 ‘삼성 현대 LG 등 재벌 계열 경제연구소들이 그룹 계열사에 유리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계열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이후 국내 투자은행(IB)의 당면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에 금융 인수합병 활성화를 촉구하고 있다. 삼성증권을 비롯해 9개 금융 계열사를 지닌 삼성그룹 입장에 충실한 주문인 것이다. 또 현대건설을 계열사로 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건설경기 급랭을 막자’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사례를 기사는 적시하고 있다.


이처럼 재벌 대기업 산하 연구소가 주요 국정 아젠다와 사회적 의제를 소속 그룹 입장에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것도 문제거니와 이를 받는 언론의 보도 태도 또한 심각하다. 자본주의 원조인 영국과 유럽조차도 특정한 경우가 아니면 기업 연구소의 의견을 언론이 받아쓰는 데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기본적으로 기업 연구소 의견이 국민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다. 대부분의 정책 사안에 대해 언론은 거의 관습적으로 기업 연구소의 코멘트를 게재하고 있다.


일개 기업 연구소와 정당 연구소간 50 대 1의 보도 비중


새사연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 한 결과에 따르면 재벌 연구소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 단 하나만 하더라도 관련 보도가 200회 이상, 즉 매주 50회 이상 지면에 등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보낸 언론 보도자료, 보고서 소개, 연구원 인터뷰 등이 매일 신문지면을 채우는 셈이다.


이것은 같은 기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시민운동단체인 참여연대, 경실련과 개혁 진보 성향의 주요 민간연구소 관련 보도를 전부 합한 것보다 높은 빈도다. 또한 이 기간이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 정책을 담당하는 부설 연구소인 진보정치연구소 관련 기사가 단 네 건에 불과했다는 것을 비교해보면 우리 언론이 얼마나 재벌 대기업 연구소가 설정하는 의제에 친화적이고 보도 균형이 부족한지 짐작할 수 있다.


재벌 연구소가 FTA 보고서를 내놓고 정부가 그 뒤를 따르고 재벌 회장이 샌드위치론을 꺼내면 언론이 맞장구를 쳐주는 이러한 나라가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면, 대체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어떤 모양이라는 것인가? 우리 사회의 기업 종속화를 자성하고 균형을 모색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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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