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게도 좋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

1953년 GM 최고경영자였던 찰리 윌슨이 국방장관 임명 청문회에서,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행정부에 입성하는 것을 두고 반대에 직면하자 말했던 너무도 유명한 얘기다. 이른바 자본주의 황금기라고 부르는 당시에 미국경제에서 GM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할 법도 하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GM의 파산과 국유화를 겪은 후로는 누구도 그런 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60년 전의 GM처럼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해 쟁쟁한 일본기업들을 연이어 따돌리고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 애플과 세계시장을 놓고 겨루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만년 중하위 그룹의 자동차기업 이미지를 벗고 세계 5위로 도약해 품질경쟁력 등을 개선하면서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 삼성과 현대차에 좋으면 우리 국민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의 함정이 있다. 9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글로벌 생산체제의 구축이 가속화하면서 유력 대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다고 해서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국민경제와 국민이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기업 성장→고용 확대→소득 증대→구매력 증가→수요 확대→생산 확대'라는 사이클이 한 국민경제 안에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2007~2011년 경제위기 기간에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선방했던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그랬다.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1억대 가까이 팔려 나간 삼성의 스마트폰 10대 중 1대 정도만 삼성 구미공장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만든 것일 뿐이다. 나머지 9대는 중국·베트남·브라질·인도에 있는 삼성공장에서 해당 나라 노동자들이 생산한 것이다. 삼성을 포함해 엘지·팬택 등 휴대폰 산업이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전인 2007년만 하더라도 휴대폰의 해외생산이 35.9%밖에 안 됐는데, 2011년 기준으로는 거의 8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스마트폰이 선전했다고 박수쳤지만 그 대부분은 해외에 공장을 지어 만들어 낸 것이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대박을 낸다 한들 삼성 구미공장 생산노동자는 1만명 내외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전체 휴대폰 관련 일자리도 2000년대 중반 이후 4만명 선에서 거의 고정돼 있다.

현대차도 비슷하다. 현대차가 2007년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170만대였고, 2011년에는 190만대로 20만대가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해외생산은 90만대에서 220만대로 무려 130만대나 증가했다. 중국·미국·인도·터키·러시아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0년에 이르러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의 국내생산과 해외생산 비중이 역전됐다.

삼성과 현대차 등 자본의 세계화는 국내 일자리 감소를 넘어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안겨 줬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생산기지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상황에서 각 국가들은 자국으로의 생산기지 유치를 위해 임금을 낮추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또는 자국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해 임금상승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런데 글로벌경제 전체로 보면 글로벌 총수요를 줄여 고용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와 국가 사이의 경제적 협력(Thomas Palley(2011))


 

‘나’ 국가

임금 인상(협력)

임금 삭감(배반)

‘가’ 국가

임금 인상(협력)

5, 5

-10, 10

임금 삭감(배반)

10, -10

-5, -5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다. 각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의 임금상승을 기대하면서 자국의 임금은 삭감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모든 국가들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모두가 임금을 삭각하게 되고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최선의 결과가 나오려면 모든 국가들이 임금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 정책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삼성과 현대차는 점점 더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국내 노동자들은 이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를 걱정하느라 임금인상을 압박할 수도 없다. 결국 각 국가의 내수구매력과 글로벌 총수요를 약화시킬 것이지만 지금 세계는 수출경쟁과 통화가치 하락경쟁에 몰두하는 중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협력과 해법은 진정 불가능한 것인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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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의 [잇:북]2012.10.29 14:25

2012 / 10 / 2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테마북] 재벌개혁, 구체적으로 말하자.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 본 책자의 글들은 새사연이 <오마이뉴스>와 함께 기획하여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 8회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기사입니다.

 

[여는 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재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온 국민이 피부로 느낄 만큼 명확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생산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경련을 앞세운 재계는 헌법을 들먹이며 재벌개혁이 위헌이라고 반박합니다. 어떤 이들은 재벌개혁을 무조건 재벌해체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이제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토론해야 합니다. 무엇을 목표로 하여,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나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사회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재벌개혁에 관한 전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가기에 적절하며, 또한 유력 대선후보들이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관련 내용을 입법화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이에 새사연이 먼저 재벌개혁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요구되는 재벌개혁은 재벌의 시장지배력 해소, 독점 해소입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우선 재벌의 법적 실체를 인정하는 기업집단법(재벌규제법)을 제정하고, 사후적으로 독점을 해소할 수 있는 계열분리명령제 또는 기업분할명령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에 존재했던 재벌규제 방안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고,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합니다. 또한 향후 재벌이 지주회사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법인세를 인상해야 합니다. 재벌 감시기관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재벌 이외의 경제주체들이 재벌과 동등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2012년 10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김병권

 

[목 차]

◆ 여는 글
◆ 삼성, 현대, LG의 가지치기... 더 큰 공룡 만든다 (김병권)
◆ 삼성은 왜 멀쩡한 회사를 계열분리시켰나 (김병권)
◆ 옥스퍼드사전도 인정한 이 단어, 법적 실체가 없다니 (김병권)
◆ 새누리당도 싫어하는 '일감 몰아주기' 없애는 방법 (김병권)
◆ 회장님의 폭풍 질주,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 (김병권)
◆ 김종인 위원장, 경제민주화 기본을 놓치셨군요 (김병권)
◆ 삼성과 다른 엘지? 지주회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김병권)
◆ 이명박의 ‘재벌사랑’에 날아가버린 30조원 (김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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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1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 90년대 벤처정책 부활? 혹은 ‘삼성 스타일’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목 차]

1. 박근혜 후보만 ‘말하지 않았던’ 성장정책

2. 성장론? 잘해야 10년 전 IT산업 정책

3.‘스마트 뉴딜’은 신종 비정규 양산 정책인가?

4. 박근혜 후보는 박원순 시장에게 배워도 좋을 것.

 

[본 문]

1.박근혜 후보만 ‘말하지 않았던’ 성장정책

기다렸다. 한국의 보수와 박근혜 후보가 어떤 성장론을 들고 나올 것인지. 원래 성장론은 보수의 단골 메뉴 아니던가? 그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그런데 그들의 성장모델 - 중국이나 독일식으로 국내 저임금과 해외수출로 성장 동력을 삼던 수출 의존형 모델이나, 미국과 남유럽처럼 부진한 소득을 부채로 충당하여 소비하는 부채 의존형 성장 모델은 금융위기로 무너져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가 재정자극 정책을 사용하여 경기부양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랬더니 보수는 성장이 아니라 균형재정과 긴축을 들고 나왔다. 증세 대신에 노동자와 국민들의 내핍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진보 세력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자극정책과 사회안전망 강화로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이를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보수는 긴축 협약을 하자고 하고, 진보는 성장협약을 하자는 것이 지금의 유럽이 아닌가. 공화당은 재정삭감을 주장하고 민주당은 버핏세를 주장하는 것이 지금의 미국이다.

한국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경선에 나섰던 손학규 전의원이 ‘진보적 성장론’을 그리고 문재인 대선 후보가 ‘포용적 성장론’을 들고 나오면서 민주 통합당 쪽에서 새로운 성장전략에 불을 지폈다. 새사연도 대선정책을 담은 단행본 『리셋 코리아』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대안적 성장론으로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를 강력하게 제시했다. 이는 이미 세계 노동기구(ILO)와 국제연합(UN)의 각종 포럼에서 대안적 성장전략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을 한국에 선도적으로 적용한 시도였다.

더구나 하반기로 들어오면서 한국경제의 위축은 더 이상이 가정이 아니라 확정적 현실로 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 성장률을 2.4%로 대폭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의 위기관리 대책과 함께, 침체로부터 어떻게 탈출하고 어떻게 회복 동력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대선후보들은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침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지금까지 시종 성장론에 대해 말문을 닫고 있었다. 오직 내용이 모호한 ‘박근혜 표 경제 민주화’만 반복할 뿐이었다. 성장론이 블랙박스로 남은 가운데 일자리 정책도 덩달아 블랙박스였다. 그래서 기다렸다. ‘창조 경제론’이라 이름붙인 일자리 정책과 성장정책의 내용을 보기 위하여.

성장론? 잘해야 10년 전 IT산업 정책

드디어 10월 18일 박근혜 캠프가 ‘창조경제 스마트 뉴딜’이라는 엄청난 개념 조합으로 작명한 성장정책, 일자리 정책을 발표했다.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 창조경제론이라고 박근혜 후보는 정의했다. 그리고 이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7대 전략’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

1

국민행복 기술을 전 산업에 적용하여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

(스마트 뉴딜 정책 시행)

2

소프트웨어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

3

정보의 개방과 공유를 통해 창조 정부 만들기

4

창업국가 코리아를 만들기, 대학을 창업기지로 만들기

5

스펙초월 채용시스템 만들기(정부가 인재양성)

6

청년들의 해외취업기회 확대(K-move 시작)

7

미래 창조 과학부 신설

그런데 뭔가? 어디에 성장전략이 있는가? 어디에 위기 탈출전략이 있는가? 7대 과제 중에 앞의 4가지는 IT산업에 대한 일상적인 정부지원 전략, 즉 IT산업 정책이고, 5,6번 2개는 이명박 정부시기에도 등장했던 청년 취업대책 메뉴들의 일부이다. 마지막 ‘미래 창조 과학부 신설’이야 모든 후보들이 얘기하는 정보통신부 부활과 이름과 다르지 맥락은 같은 얘기니 차별될 것도 없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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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10.1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삼성재벌과 다른 재벌은 다르다.

지금 대선국면에서 재벌개혁이 가장 뜨거운 쟁점이지만, 사실 재벌이라고 해서 다 같은 체급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그룹의 매출총액은 273조 원으로 2위 현대차 그룹 매출 156조 원의 두 배에 가깝다. 재계 순위 10의 두산그룹이 약 20조 원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삼성그룹 매출 규모의 1/10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 30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정도를 등급으로 매긴다면 1위 삼성, 그리고 10위권 이하 쯤에 현대차, SK, 엘지 순서를 보이다가 다시 30위 권 미만에 다른 재벌들이 서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삼성그룹이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삼성의 거대화는 두드러졌다. 당연히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여타 재벌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최근 경제 민주화 2030연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청년들은 한국 10대 재벌 중 한국사회에 가장 긍정적 기여를 한 재벌로 24.8%가 삼성을 꼽았다. 물론 ‘없음’이 36.9%로 가장 많지만 이를 제외하면 삼성 선호가 압도적이다. 그런데 동시에 가장 부정적 기여를 한 재벌 역시 압도적으로 삼성이었다. 삼성에 대한 청년들과 국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단면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삼성 재벌은 왜 침묵하고 있나?

이미 1년 넘게 우리사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화두로 부상해왔고,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욱 치열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의 대표재벌 삼성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도 들리지 않는다. 특히 시의성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서 시류 자체를 주도해 나가고자 했던 삼성의 ‘이데올로기 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 민주화가 시대정신이 된 지금, 그야말로 세파에 무관심하다는 듯이 대선 경제 쟁점과 담을 쌓고 있다. 놀라운 모습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그저 미국 재정정책의 문제나 유럽위기 진단과 같은 해외 동향 브리핑 정도가 그나마 시의성을 담고 있다. 여기에 기껏해야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이 세간의 화제가 된 가운데 지적 재산권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 눈에 띄는 정도다. 지금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글들 속에서는 특유의 시의적 민첩성이란 찾아 볼수가 없다. 대선 국면은 피해가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다.

'안철수 생각' 말고 '삼성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15일, 안철수 후보가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암에 걸린 노동자를 방문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후보는 "직업병에 대한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근로복지공단에서 노동현장이 직업병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이며 타당한 주장이다. 안 후보 측은 이어 "법이 공정하려면 정보가 비대칭일 때 공정한 조건들을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고쳐져야 할 법체계의 문제점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삼성이 그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고 한다.(뉴스1 2012.10.15일자)

한편 삼성전자의 산재문제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런 문제를 아무리 얘기해도 특별한 대책을 내놓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 삼성, 사회가 답을 해야 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이제 삼성이 운을 떼야 한다. 당장 산재인정에 대해 입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재벌개혁에 대해서 대표재벌로서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 이번에는 국민들이 사태를 회피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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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스마트폰 3천만대가 보급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단연 으뜸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이다. 쌍방이 모두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 법원에서 압도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을 가지고 말들이 많다. 실제로 얼마나 특허를 침해했는가 하는 기술적인 엄밀성 문제를 떠나 보호무역주의 같은 정치경제적 관점의 지적들이 우세하다.

애플과 삼성의 분쟁을 보고 있노라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도요타 리콜사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강경한 태도가 연상된다. 쓰러져 가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빅3 자동차 회사들인 GM·포드·크라이슬러를 살리기 위한 의도된 미국 정가의 행위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어찌 됐든 그 후 지금까지 도요타는 북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고 GM은 세계 1위의 지위를 되찾았다. 그 무대가 2012년에 스마트폰 시장으로 옮겨 갈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가 커진 것일까.

또 다른 분쟁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에서 발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모바일 선거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 1월 전당대회에서 50만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모으면서 엄청난 정치적 흥행의 성공을 가져다준 모바일 선거가 운영 미숙으로 인해 이번에는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통합진보당의 인터넷 선거나 이번의 모바일 선거 모두 온라인 선거가 갖는 특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기술적 준비를 미리 하지 못한 부분들이 발견된다. 분명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정치참여는 정치에서의 상당한 진보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이다. 다만 이를 도입하고 적용하려는 정치권의 준비가 문제일 것이다.

이처럼 기술혁신은 그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논리나 국가의 보호무역주의 논리들의 장벽을 만나기도 한다.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 애국주의 분위기로 흐를 필요는 없다. 또한 기술혁신이 경제와 정치·사회적 적용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역효과나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기술혁신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스마트폰은 우리나라에서도 3년 미만 시기 동안 3천만대 이상이 보급될 만큼 이미 압도적인 생활수단이 되지 않았는가.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 확산, 그리고 모바일과 SNS에 이르기까지 최근 20년 동안 이룩된 기술혁신의 중심은 정보통신산업이었고 한국은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정보통신산업 비중의 급격한 팽창에 이어 인터넷 이용 정도와 초고속 통신망 환경, 무선 환경 등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사회생활 방식을 크게 바꿔 놓은 정보통신혁명 흐름의 중심에 한국사회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이슈와 논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통신 기술혁신 자체를 너무 과대하게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나오는 네 번째 꼭지다. 장하준 교수는 세탁기의 발명이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극적으로 해방시킴으로써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가능하게 했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역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물론 인터넷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여러 면에서 바꿔 놓고 있지만 “인터넷이 생산 분야에서도 그렇게 혁명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짚어 냈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특히 현재의 시장여건에서는 상당 정도 정보통신혁명이 ‘생산’을 촉진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에서가 아니라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스마트폰이 라이프 스타일과 직장생활 스타일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예전에 없었던 더 다양한 상품을 사고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하도록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데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생활이 편리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소비할 돈, 소득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기술은 그 자체로 제도를 바꿀 수 없다. 오히려 기성 제도를 더 나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지렛대로 삼을 수는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선두로 우리의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미국의 보호주의를 초래할 만큼 위력적이지만 그만큼 우리 국민의 고용이나 소득여건에도 위력적으로 영향을 줬을까.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모바일을 정치참여에 활용하고 있는 중인데, 정치개혁의 내용이나 쟁점도 첨단을 달리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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