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선이 두 달 안쪽으로 진입하면서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조금씩 구체성을 띠고 논쟁이 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래 성장전략이다. 지금 시점에서 성장전략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5년 전 17대 대선에서 성장 지상주의 구호였던 ‘747 공약’과는 차원이 다른 성장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화려한 고속성장 구호가 아니라 당면한 불황의 늪에서 탈출해 심각한 고용문제를 풀어내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 “일부 학자들은 경제위기의 위중함을 '대불황(Great Recession)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위기가 언제 종료될 것인지 아직 막연할 뿐 아니라 위기 종료의 조건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은행 총재조차도 장기침체를 인정할 만큼 차기 정권은 불황의 터널을 견딜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가장 늦게 성장론을 피력한 박근혜 후보는 ‘창조경제론’, ‘스마트 뉴딜’이라고 작명한 자신의 성장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 뉴딜은 과학기술과 IT라는 비타민을 통해 시들어 가는 여러 산업에 생기를 다시 불어넣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을 농어업에 적용해 고부가가치 농어업을 만들고, 제조업에 활용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업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스마트·정보통신·융합·고부가가치·경쟁력 등의 단어들이 반복되면서 엮어진다. 좋은 말이다. 그리고 첨단 분야에서 기업을 하려면 매일처럼 들어야 하는 단어들이고, 기업경영을 위해 꼭 필요한 개념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가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기업경영의 시야에서 잡히고 있는 이런 개념들을 ‘산업정책’을 세울 때는 모르겠지만, 국가경영전략을 세울 때도 필요하고 의미 있을까. 최근까지는 대다수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모든 조직을 기업처럼 운영하라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자본주의 최대 위기라고 하는 대불황(Great Recession)을 겪고 있는 지금도 그런가.

프랑스 지리학자 질 아르디나는 최근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국가는 기업과 달리 이윤추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의 운영은 시장의 순간적인 성과보다는 긴 역사의 흐름에 의존한다. 국가의 영토도 손실이 난다고 다 팔아치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번쯤 음미해 볼 대목이다. 덧붙여 그는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지수’ 등이 얼마나 임의적인지도 지적했다. "2007~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일랜드·아이슬란드·두바이 등은 경쟁력이 높은 국가로 소개됐지만, 이들의 국가경제는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처럼 기술경쟁력이나 첨단부문의 부가가치 창출력 등에만 의존해 국민경제 비전을 세우고 성장동력을 짜는 편협함을 버려야 할 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차기 지도자들은 여전히 여기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침체로 가는 것은 기술혁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부가가치 창출력이 약해서도 아니다. 상품의 공급이 취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수요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이 발명되고 시판되면 뭐 하나. 살 돈이 없는데. 그래서 경제가 위기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기술 지상주의가 심각하긴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공유가치성장론’도 일정하게 기업 경영학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혁신 기반 경제론’도 기술혁신을 축으로 성장전략을 고민한다는 차원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조금 더 박하게 평가하자면 이런 논리들은 모두 신자유주의와 아무런 불편 없이 잘 어울리던 개념들이었다.

그런데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좀 다른 화두를 던졌다. 박 시장은 “사회혁신이야말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라며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국가와 시장·사회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사회 공동체 역할의 강화, 협동조합의 활성화 등에서 차기 10년의 혁신을 발견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성오 연구위원은 한 기고에서 다음과 같은 기대를 표시했다.

“두레와 계·향약을 통해 전통사회에서 다져진 한국인들의 협동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여기에 한국 사람들의 진취적인 역동성이 더해진다면, 단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 강국으로 우뚝 선 경험이 협동조합에서도 반복될 것이다.” 필자도 그의 기대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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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11 새사연

지역 클러스터 정책의 복원과 혁신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신도시 개발에서 지역 전문화로

2. 글로컬 대학의 역할

3. 중소기업 중심의 에밀리아 로마냐형 클러스터

4. 실리콘 밸리형과의 조화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 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그간 세계화와 시장중심경제의 위력 앞에서 각국의 산업정책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시장에 맡기면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격하시켰다. 하지만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라는 기치를 높이 들었던 WTO 체제, 그리고 한미 FTA를 비롯한 양자간 FTA 체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대신에 각국의 산업정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질 것이다.

산업정책이란 정부가 자원배분에 영향을 주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산업정책은 산업의 발전과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을 추구하는데, 구체적으로는 경쟁력과 생산력 향상, 산업구조조정, 국내공급능력의 확대 그리고 시장실패의 조정 등을 목표로 한다.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서 그동안의 수출 주도, 부채 주도의 성장 전략이 먹히지 않는 지금의 상황, 재벌을 필두로 하여 정의롭지 못한 시장경제가 과도하게 팽창하여 경제주체들 사이의 균형이 파괴된 지금의 상황에서 바로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우리가 주목하는 산업정책은 사회적 경제에 기반한 지역클러스터 정책과 협동조합 정책이다. 사회적 경제의 핵심은 신뢰의 네트워크를 통해 축적되는 사회적 자본이다. 신뢰의 네트워크를 통한 기술적, 사회적 혁신의 창출과 학습을 통한 혁신의 파급이 지역클러스터 정책과 협동조합 정책을 미래의 산업정책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클러스터 정책은 이미 참여정부에서 국가균형사업으로 실시된 바 있다. 구상부터 치면 이제 10년 가까이 진행된 이 정책에 대한 평가는 아직 명확히 합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주도로 똑같은 형태의 지역혁신협의회를 창설하고 비슷비슷한 첨단산업에 집중했던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또한 기업도시나 혁신도시 등을 외치며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거두려는 의욕이 결국 투기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1. 신도시 개발에서 지역 전문화로

따라서 차기 정부의 클러스터 정책은 기존의 중앙집중형 수직적 운영체계를 분권형 수평적 운형체계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대표적 중앙집권국가인 프랑스도 광역자치단체인 레지옹(region)의 역할을 강조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영국의 지역개발청(RDA, Regional Development Agency), 프랑스의 국토및지역개발기획단(DATAR, Delegation L'Amenagement du Territoire et L' Action Regionale),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지역개발기구(ERVET, Emilia Romagna Valorizzazione Economica del Territorio)가 대표하는 것처럼 유럽 각국은 지역혁신을 담당하는 기구를 두고 있다. 세계의 연구동향도 산업지구, 클러스터, 혁신환경, 지역혁신체제, 학습지역 등 혁신 주체로서의 지역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제 지역별, 지방별로 자신의 특성에 걸맞은 실행계획을 세우고 지역공동체 단위에서 사회적 경제의 토대 위에서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주민이 참여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공동체의 경제발전계획과 중소기업 클러스터 정책을 연관해서 수행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현재 각 광역단체가 지역혁신체제(RIS, Regional Innovation System) 구축보다 신도시 개발과 기업유치라는 투기적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앙정부의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전략’이 지역 수준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지역이 ‘명품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신도시개발을 통한 기업 유치를 지향하고 있다. 허나 부동산투기 등 부작용이 많고 외자유치 등에 특혜만 부여하고 고용 확대와 생산성 향상 등의 실질적 효과는 거의 없는 상태이다. 기존 기업과 대학, 연구소 간의 네트워크화가 지극히 미흡하고, 지역 주민의 고용과 참여를 배제한 채 지도 상에 화려한 그림만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지역 수준에서도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의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각 지역이 모두 IT, BT 등 고기술 첨단산업을 내세우고 있으며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하는 것도 문제이다. 각 지역 산업에 필요한 지식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첨단산업에서 필요한 분석적이고 코드화가 가능한 지식은 실리콘밸리형 클러스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세계의 실리콘밸리 모방이 거의 다 실패로 끝났는데 한국에서만 성공하리란 보장은 전혀 없다.

특히나 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지식은 종합적이고, 코드화가 불가능한 암묵적 지식이다. 기계산업, 부품산업이 이런 지식유형에 속한다. 이런 지식에 필요한 클러스터는 실리콘밸리형이 아니라 에밀리아로마냐형이다. 즉, 지역마다 특정산업을 중심으로 전문화를 꾀하면서, 관련된 기술과 지식이 다양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우리에게 필요한 클러스터 전략이다. 그렇다면 지역혁신체제도 조금 더 구체적이고 암묵적인 지식을 산업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연관된 다양성 속의 지역적 전문화(regional specialization in related variety)’라 부를 수 있다. 이것이 현재 한국 클러스터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산업지구를 대상으로 실증분석을 한 결과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지구에는 연관된 다양성으로 이루어진 지역적 전문화가 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대기업 쪽에서도 기술이나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역의 다양한 혁신역량을 활용할 필요가 커지는데 이것은 수평적, 협력적 지역혁신체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현재 한국 대기업의 수직적, 폐쇄적 네트워크는 기술의 잠금효과(lock-in effect)를 초래하여 지속적인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 잠금효과에 의한 대기업의 몰락은 미국의 자동차산업벨트의 경우처럼 지역 전체의 몰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반면 독일 슈투트가르트나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은 벤츠(Benz)와 피아트(Fiat)의 위기를 수평적, 협력적 네트워크에 의해 극복하여 산업구조 고도화와 다양화를 달성했다.

 

2. 글로컬 대학의 역할

한 산업의 경쟁력은 지역에 구체적으로 뿌리내리고 있을 때 나타난다. 이를 잘 표현해주는 말이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 Globalization + Localization)이다. 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은 지역 산업에 뿌리박아야 비로소 출현할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방 대학에 가상 학부 혹은 프로젝트형 학부를 만들어 지역화하는 사업을 대폭 지원해야 한다. 예컨대 대구경북 모바일 클러스터에서 경북대학교가 하는 역할을 복제할 수 있다. 가령 제1호 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안산의 경우라면 안산에 캠퍼스가 있는 한양대에 안산학부(경영학과, 기계공학과, 디자인학과 등등이 참여하는 가상학부)를 만들어 시화반월 국가산업단지 전체의 리모델링 작업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중소기업 생산성이 30% 향상된다면 임금과 고용이 동시에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각 도내 시군이 최소 한 개 이상의 대학-전문대학-실업고로 연결되는 글로컬 연구교육 시스템을 정착시켜 각 지역별 혁신 클러스터를 형성해야 한다. 글로컬 연구교육 시스템은 각 지역의 혁신 관련 센터(테크노파크나 중소기업 지원센터, 그 외 각 정부 부처가 만든 혁신센터 등)와 함께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글로컬 대학은 혁신센터와 함께 역내 기업들의 실질 수요에 부응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거나 기업의 투자 또는 장학금을 받아 자체적으로 생존 가능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자립 때까지만 재정을 지원하면 된다. 현재의 대학생 정원 수급상황을 볼 때 지방대학의 생존은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성공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글로컬대학과 클러스터의 성과에 더불어 중소기업 노동자에 대한 사회 보험료 지원 등 노동 복지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에 성공한 중소기업 네트워크는 지속적 발전을 위해 학생들의 장학금과 취업을 보장하고 자체의 자금으로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중소기업-고용-복지의 지역 내 선순환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 전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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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0.08.20 16:11
산업정책의 전환 모색: 경제자유구역(FEZ) 비판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들어가며
1. 경제자유구역(FEZ)이란?
           (1) 경제자유구역의 정의와 특징
           (2) 현대적 경제특구의 시작, 중국
2.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현황
           (1) 지정 현황 및 도입과정
           (2) 지원제도의 내용
3. 경제자유구역사업의 문제점
           (1)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사례
           (2) 사회. 경제적 부작용
           (3) 제도적 문제점
           (4) 타지역 산업 공동화 문제
결론

[요 약]

최근 황해 경제자유구역이 2년 넘도록 토지보상금을 지급받지 못한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휩싸이고 있다. 토지를 묶어두고도 보상을 하지 않으니 주민들은 생계활동을 지속할 수도, 새로운 곳으로 이주할 수도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보상을 하지 않는 이유는 지역의 지방정부와 경제자유구역청, 그리고 LH공사 등 보상의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모두 재원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과정에서 재원조달에 실패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지방정부 부채만을 남긴 인천의 전철을 따라가는 양상을 보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ic Zone, FEZ)은 한국에서 붙여진 것이며, 일반적으로 1980년대 중국이 확립한 특별경제구역(Special Economic Zone, SEZ)으로 분류된다. 중국은 1980년대에 SEZ 개념을 수출중심산업지구 개념을 확장하면서 도입하였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 개념이 확립되는 추세이다. SEZ는 외국직접투자 유인과 수출진흥이라는 두 가지 주요 목표를 갖는다. 토지수용은 이러한 “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강제” 성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정부 양자에 의해 경제자유구역에 적용되는 예외적 조치들과 보조금, 그리고 세금면제와 같은 장치들이 정부의 재정적 위기를 초래할 위험을 갖고 있다.

정부는 수용된 많은 토지들을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업자 처분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적절한 재활과 재정착 계획을 준비하지 않고 있으며, 특별히 자발적으로 토지를 포기하지 않은 주민들에게 그러하다. 결과적으로 많은 토지들이 ‘부동산 사기’로 뒤바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강탈에 의한 (자본) 축적(accumulation by dispossesion)”이며, 외국과 국내의 독점적 자본의 이익을 높이는 행위다.

이글은 경제자유구역(FEZ)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해설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에서 FEZ로 불리는 특별경제구역 SEZ의 현황을 확인한다. 동일하게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로 분류되면서도 중국과 한국의 SEZ가 어떻게 다른지를 정책목표의 차이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다음으로 한국 FEZ 사업을 확인한다. 전국 6개의 FEZ가 어디인지를 정리하고 이들 지역에 대한 지원제도를 확인한다. 각종 지원제도의 내용을 확인함으로써 한국의 FEZ가 신자유주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하나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경제자유구역 사업은 많은 문제점을 이미 드러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만들어 낸 문제점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목표달성의 실패 : 외국자본 유치의 실패
② 경제민주주의의 악화 : 독자적 자율성을 갖는 행정기구의 설치
③ 경제구조의 왜곡 : 토건국가의 가속화
④ 신자유주의 금융위기 : 지방재정의 파산

목표달성이 실패하고 있는데 그 부작용은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금 정부에서 ‘외자유치를 위한 더 나은 조건’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사업조정을 검토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현 시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폐지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최고의 모델로 삼고 있는 중국은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라는 정책적 목표 아래 세칭 ‘경제특구’ 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이런 차원의 신중하고도 장기적인 정책목표 없이 ‘외자유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경제특구사업, ‘한국 속에 외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식의 시각이야말로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시기는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폭발시킨 지방재정의 파산이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중앙정부는 개발계획으로 변질된 경제특구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이용해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사업의 성격 자체가 지역의 자생적 경제구조와는 거리가 멀고, 더구나 중앙예산에 지방정부가 더욱 의존하게 되므로 지역의 산업정책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경제자유구역사업을 폐지하고 그 사업에 배정된 만큼의 중앙정부 예산이 지방정부의 자율적 산업정책에 쓰일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이상동 sdlee@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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