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0 / 2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선 후보들은 과감히 ‘민영화를 전복’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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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새사연은 9월에 일차로 대선후보들의 주요 정책을 비교 분석해 보았다. 물론 이들 후보들의 정책 평가 기준은 대선후보 16대 정책과제를 실은 책 『리셋 코리아』에 있다. 주요 7대 정책 평가를 한 내용은 테마북으로 엮었으니 참조 바란다. (http://bit.ly/UXuL8X )

새사연이 준비한 두 번째 대선정책 시리즈는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이다. 박근혜 후보,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10월에 접어들면서 정책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대선은 특히 중복되는 공약이 유독 많은 상황이어서 유사한 정책들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가 되었던지,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거나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 정책들도 적지 않다. 새사연은 이런 '외면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보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해당 정책이 조명받도록 할 목적으로 두 번째 시리지를 기획하게 되었다. 새사연 회원들과 독자들의 성원을 바란다.

 

[본 문 ]

임기응변적 민영화 반대만 있을 뿐 전략이 없다.

우리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5년 전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주고 나서 6개월도 안 되어,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수입개방에 반대하는 촛불을 들어야 했던 기억을 하고 있다. 당시에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와 함께 촛불시위 공간에서 가장 큰 공감이 있었던 의제는 수도, 전기, 가스 등 에너지나 국민 필수재 영역에 대한 민영화 반대였다. 촛불시위 이후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민영화를 적어도 공공연하게 추진할 수는 없게 되었다. 물론 산업은행 민영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공적자금 투입 기업들 민영화 등 사실상 민영화는 계속 추진되었지만.

사실 지금 모든 대선 후보들이 반신자유주의자가 되어 ‘신자유주의 시장 만능사고와 시장의 실패’를 비판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박근혜 후보조차도 대선후보 출마 선언문에서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지금의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지 않는가? 박근혜 후보는 지금의 자본주의가 어떤 원칙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효율성과 수익성’의 이름으로 공공의 영역을 무리하게 시장으로 끌어들인 지점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근본적인 변화’(박근혜)를 추구하고, ‘시대의 교체’(문재인)를 해야 하며, ‘낡은 체제를 청산하고 미래 가치’(안철수)를 열기 위해서라도 신자유주의 핵심 정책인 ‘민영화 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대안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세 후보들의 민영화에 대한 대안전략은 무엇인가? 불행한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국민들은 그 해답을 후보들에게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사안 사안마다 민영화를 거부하는 발언들은 제법 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봄에 KTX민영화 문제가 불거지자 그 결정을 차기 정부로 이월해야 한다고 살짝 책임을 피해간 적이 있다. 문재인 후보는 한국항공주산업(KAI)의 민영화 시도를 반대한다면서, 이 영역은 국가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할 사업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의사출신인 안철수 후보는 영리 병원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개별적 사안의 민영화에 대한 호 불호는 있는데, 총체적인 전략과 기조가 잘 보이지를 않는다. 이 문제는 국지적 사안에 대한 임기응변적 대처로 끝날 문제가 결코 아니다. 본원적으로는 우리의 미래 사회경제 시스템이 과연 ‘시장의 틀 안에서 사적 기업들의 이윤경쟁 형태를 통해서만’ 작동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의 문턱을 넘어 공공영역과 사회적 경제 영역까지를 포괄하는 다양한 소유와 경영, 서비스 형태를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장의 문턱을 넘어 ‘다양한 소유와 경영형태를 장려’하라.

새사연은 경제가 시장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점으로 인한 시장 실패를 바로 잡아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으로 경제 민주화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진보는 시장의 제한을 넘어 보다 다양한 소유와 경영 방식으로 경제를 작동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며 특히, 고용 없는 성장 시대, 경제 위기의 시대에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정의로운 시장경제, 숙의 민주주의에 기초한 공공경제, 지역 공동체에 뿌리박은 사회적 경제가 함께 우리 국민경제 안에 어울릴 때 경제 민주주의에 가장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새사연(2012), 『리셋코리아』, 93~96쪽)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공재와 공공서비스, 사회서비스는 사적 이윤추구 기업이 아니라 공적인 기업이 책임을 지고 이윤의 원리 보다는 공적 서비스의 원리에 의해 운영해야 한다. 은행이 그렇다. 통신 산업과 석유 등 에너지 산업이 그렇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광범한 민영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가 체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국가가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은 경제 민주화의 내용을 심화시키고 불황의 위기를 돌파하는데 상당히 의미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과 비전을 가지고 과거의 민영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려는 의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모든 연설문과 정책 발표에는 민영화라는 단어 자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최소한의 문제의식의 기초는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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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06 새사연

민영화에 대한 세 가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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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첫째 대안 : 공기업 민영화 중단 및 재 공공화

2. 둘째 대안 :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

3. 셋째 대안 : 공공기관 경영평가 혁신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 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리셋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 원래 원고들을 가지고 회원들과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1. 첫째 대안 : 공기업 민영화 중단 및 재 공공화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영국 철도이다. 1996년에 매각된 철도시설주식회사 레일트랙은 초기 독점이윤에 매몰된 채 이윤극대화 경영을 하며 시설유지보수를 방기했다. 그 결과 1999년 신호시설 미비에 따른 열차충돌사건으로 31명이 사망, 2000년 선로균열로 인한 탈선사고로 4명이 사망, 2002년 다시 열차탈선사고로 7명이 사망하는 큰 대가를 치뤘다. 이후 파산하여 2002년 10월 공공화되었다.

영국의 철도시설 부문은 공공화되었지만 운영 부문은 아직도 민영화 상태이다. 영국은 철도요금이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민영화되기 전에도 높았으나 민영화 이후 철도요금은 더욱 올랐다. 지금은 일반 승차권이나 정기권 요금 모두 유럽에서 최고 수준이고 고속철도의 경우에는 거의 2배에 달한다.

정부보조금도 증가했다. 2011년 5월에 영국 교통부와 철도감독청이 함께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민영화 직전 운영보조금이 전체 수입의 20% 수준이었으나 지금 민간운영회사는 전체 수입의 37%를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영국철도가 민영화 후 EU내 철도선진국에 비해 30% 이상 경쟁력이 약해졌고, 국민들은 유럽 내 타국에 비해 30%이상 비용이 비싸다고 평가한다.

민영화의 효과에 대해 찬성론에서는 효율성이 향상되어 서비스 요금 인하, 서비스 질 향상, 산업 재투자 확대, 고용 유연화 확대 등이 발생한다고 본다. 민간자본에 의한 독과점화가 우려되지만 이는 정부의 적절한 규제에 의해 조정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민영화가 불가피한 이유로 기존 공기업체제의 비효율과 무책임경영을 전제하고 있다.

반면 비판론에서는 민영화가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요금 인상, 장기적인 산업투자 외면, 고용 조건 악화 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공기업의 문제는 낙하산 인사, 정공유착 등이므로 운영방식의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지 민영화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특히 비판론의 지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민영화가 자본과 중산계층 이상에게만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모든 문제에는 보편적 이해라는 것이 있지만 또한 사회계층별로 상이한 이해도 존재한다. 민영화를 판단할 때도 그 효과를 계층별로 구분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민영화를 통해 주가가 오른다 해도 수혜대상은 주주들이지 국민 전체는 아니다. 민영화는 중상계층 이상의 이해만을 중점적으로 보호하는 대신에 노동자나 하층계층의 희생을 초래하는 사회정책이 될 수 있다. 이를 두 국민 전략(Two Nation Strategy)이라 부른다.

분명 민영화를 통해 혜택을 얻는 집단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 전체가 아니라 기간산업을 인수한 국내외 독점자본과 일부 주식 소유계층일 뿐이다. 대신 공공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일반 시민들은 과도한 요금, 불안정한 서비스로 피해를 입고, 이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정에 처하게 된다. 심지어 이윤논리에 종속된 사기업의 단기 경영방식은 기간산업의 장기투자를 방기하여 미래의 사회간접자본까지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첫째, 이명박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모든 공기업 민영화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KTX 철도 등 국민의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기간산업을 재벌, 외국자본의 수익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없다. 정부가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발전산업 매각, 가스산업 도입부문 경쟁 도입, 영리병원 도입, 상수도 민영화도 중단돼야 한다.

특히 금융공기업의 중요성도 주목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산업은행, 기업은행, 인천공항공사의 매각을 시도했다. 기존 시중은행들의 ‘상업적 경영’이 낳은 폐해를 교훈으로 삼는다면 산업은행, 기업은행은 은행의 공공성을 선도할 모델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즉 근래 금융의 불안정화, 투기화 경향에 맞서 금융의 공공성을 구현할 국책 모델은행의 가능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둘째, 기존에 민영화된 공기업 중 국민들의 민생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치는 순으로 다시 재공공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신, 정유산업의 경우 민간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이윤 획득을 위해 서민들이 높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 정유산업이 민영화된 이후 진행된 문제점들을 정리한 백서를 발간하고, 이를 토대로 핵심 필수서비스 산업의 재공공화를 국민운동차원에 전개해 나가야 한다.

 

2. 둘째 대안 :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

공공기관은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면서 동시에 행정부의 역할을 위탁 수행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 임원 인사에서 행정부가 일정하게 영향력을 지닐 수 있고,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선 외부에서 유능한 인사가 임원으로 선임될 수 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임원 인사를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의 공정한 영향력을 넘어선 인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공기관은 권력의 ‘낙하산’ 착륙지로 인식되고 있다. 국민들은 공공기관이 국민 모두의 이익을 구현하기 보다는 정권의 특수 이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국민들이 공공기관을 불신하는 핵심 이유이다. 사실 전기, 교통 등 우리나라 공공서비스가 질이나 요금에서 선진국에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데는 정부가 행사하는 과도한 권력성 때문이다. 이에 공공기관을 ‘권력 독점형’에서 ‘이해관계자 참여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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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6.18 13:20

4인 가족인 우리 집에는 매월 네 통의 핸드폰 요금 청구서가 날아온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핸드폰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때는 물론 직장 초년 시절까지도 당시 유행하던 삐삐조차 쓰지 않았던 나로서는 아직 어린 애들에게 핸드폰이 뭔 필요냐고 반대를 했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에 둘 다 저녁 귀가 시간마저 일정하지 않아 아이들을 챙겨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핸드폰은 필수라는 아내의 강력한 주장에 끝까지 맞설 명분이 궁색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집은 일인당 핸드폰 하나씩을 갖춘 가정이 되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한마디로 격세지감이다. 처음 집에 TV가 생긴 것이 초등학교 2학년 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배트맨, 요괴인간 등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저녁마다 동생과 함께 이웃집으로 달려가던 수고와 그 댁 아주머니의 눈총을 면할 수 있었다. 전화가 놓인 것은 언제인지 정확하지 않으나 TV보다 후순위였던 것은 분명하다. 둘 중 무엇을 먼저 들여놓아야 할 것인지를 두고 가족이 상당히 심각하게 토론을 했었다. 당시 부모님은 전화가 더 필요하셨던 것 같으나 나와 동생의 애절한 요구에 못 이겨 결국 TV를 택하셨다.

봉이 김선달은 공공재를 팔아먹지 않았다

가정마다

TV 한 대, 전화기 한 대씩이 놓인 지가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건만 지금은 이들 가전제품이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가 어렵울 정도가 되었다. 방송과 정보통신은 이미 개별 가정의 선호나 수익자 부담 원칙을 넘어서는 공공재가 돼버린 것이다.

공공재라는 것은 이를 대체할 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이 주요한 특징이다. 고기가 부족하면 생선을 먹으면 되지만 직장에 있는 부모가 아이들 소재를 확인할 때 핸드폰 대신 전보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내 개인사를 통해 반추해 보았듯이 공공재는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고 시대와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집집마다 전화가 한 대씩 놓일 때는 유선 통신망이 공공재가 되고 전 국민이 한 대씩 핸드폰을 보유하고 있는 시대에는 모바일 통신 인프라가 공공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공공재에는 시장 가격을 부여하기도 어렵고 시장 기구에 전적으로 공급을 맡길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만일 이 특성을 거꾸로 적용하여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공공재에 해당하는 영역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영리에 활용할 경우 그(기업)는 무소불위의 독점력과 함께 엄청난 폭리를 거의 무한정 취득할 수 있게 된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을 팔았다지만 그는 사실 강물을 길어다 먹는 백성들로부터 물값을 받아낸 것이 아니라, 돈으로 권세 부리던 한양 허풍선이라는 양반 한 사람을 속인 것이다. 그러나 현대 공공재의 사적 영리화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일방적 갈취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봉이 김선달의 행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민영화를 ‘사적 갈취’라고 표현한 것이 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설마 공공재를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개인이나 기업이 치부하도록 놔두기야 하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확히 그렇다. 공기업의 선진화니 효율성 증진이니 하는 것은 표면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치권력의 수준이 국민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 재벌의 치부 비결은 공기업 사유화

‘사적 갈취’의 대표적인 사례가 멕시코의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이다. 올해는 순위에서 밀렸지만 그는 지난해 빌게이츠나 워렌 버핏을 제치고 세계 최고 갑부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다. 국제 경제의 변방인 멕시코에서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던 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를 모은 비결은 다름 아닌 공공재의 사유화였다.

그는 정권과의 유착을 통해 1990년 멕시코 국영 통신회사를 인수했다. 1,100여개의 공기업을 200개로 줄인 멕시코 신자유주의 정권 살리나스 정부의 민영화를 이용한 것이다. 슬림의 국영 통신회사 인수가는 18억 달러였으나 지난해 그가 보유한 민영 통신회사의 주가 평가액은 자그마치 360억 달러에 달했다.

17년 만에 20배로 불어난 재산이 ‘민영화를 통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영’ 덕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민영화 이후 멕시코의 전화요금은 대폭 인상되었다. 한 멕시코 대학교수는 민영화 이후 전화요금이 지역과 사용자에 따라 최고 5,000배까지 인상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것이 ‘갈취’가 아니고 무엇인가.

누구나 즉각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공공재인 물, 전기, 전화에 비해 체감이 다소 떨어지는 탓인지 은행 사적 소유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과해 보이는 우리 가족의 핸드폰 보유량이 일인당 한 대인 데 비해, 지난해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구당 보유 금융상품(보험, 예적금, 펀드 등)은 평균 8개가 넘는다.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구성원을 3인으로 잡으면 일인당 2.5개 이상인 셈이다.

가구당 8개씩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

한집에 자동차를 두 대 가지고 있는 경우는 있어도 한 사람이 두 대씩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어쩌면 금융상품은 개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상품 중 하나일 수 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이처럼 금융에 노출되었으며, 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 생활에서 금융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혹자는 선진국형 진화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러현 변화는 우리 국민들이 금융 강국을 만들겠다는 정부 구호에 혹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국민 복지 체제가 제대로 서 있지 않기 때문에 노후나 혹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한 대비를 민간 금융상품인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 등으로 대비하는 실정이다. 해마다 치솟는 부동산값에 어떻게든 내집 하나라도 마련하려는 서민들이 은행 대출을 통해 집을 산다. 그보다 사정이 못한 경우에는 전세자금 대출이라도 받아야 수도권에 몸 하나 뉘일 공간을 마련한다. 월급 받은 돈 은행에 넣어봤자 실질금리가 형편없으니 저축 수단이 되지 않아 펀드에 가입한다.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할 국민들의 최소 생활과 복지를 마련하지 않는 조건에서 어쩔 수 없이 금융 의존도가 대폭 높아진 것이 외환위기 이후 십여년 간 가속화된 현상이다. 이런 판에 우리나라 대부분의 민간 은행 소유권은 이미 외국인 손에 넘어가 있다. 소유가 바뀌고 나서 나타난 정책이 각종 수수료 인상, 은행 직원의 대량 해고, 기업 대출 중단과 부동산 거품을 부채질한 주택담보 대출 급증, 담보 없는 서민들의 대부업체 이용 폭증 등이다. 이 결과로 은행을 소유한 외국인 주주들은 막대한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한해 은행권 전체의 순이익이 10조 원을 상회하고 국민은행 하나가 올리는 수익은 현대자동차의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그리고 그 이익의 대부분은 해외로 빠져 나간다. 이를 두고 강정원 국민은행장조차도 “자산의 99.9%가 국내에 있고 수익도 99.9%가 국내에서 나오고 지점도 4개를 제외한 모든 점포가 국내에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주주 비율이 80%를 넘는 것은 이상한 소유구조”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전 10년 동안 국내 시중은행들의 수익은 다 합해 7조 원 수준이었다. 한해 평균 7,000억 원이니 지금 국민은행 혼자서 올리는 수익의 1/3도 채 안 되는 규모다. 이것이 무엇을 뜻할까. 사실상 공기관이었던 은행들에게 중요한 것은 돈벌이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국민경제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 공급하는 은행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을 뿐 효율과 수익성을 명목으로 국민 개개인에게서 돈을 짜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경제에 필요한 ‘공공기관’을 돈벌이 사업에 투입시켜 놓고 ‘돈을 이만큼 벌었네’ 하고 자랑하는 게 신자유주의자들의 유치한 셈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은행 소유하면 대한민국 경제를 갖는다

지나간 공기업 민영화의 과정이 이렇게 명백한데 이명박 정부는 몇 개 남지 않은 국책 금융기관 중 하나인 산업은행 민영화에 몸이 달아있다. 알다시피 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성격이 또 다르다. 산업은행법 제1조는 설립 목적을 “중요 산업자금의 공급·관리”로 천명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발전을 가져온 전력ㆍ철강 등 기반산업과 중화학 자동차 전자 반도체 등 대표 산업의 설비ㆍ운영 정책자금을 저리로 제공하면서 산업구조 고도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이 산업은행이다. 이제 이것마저 떼어서 팔아넘기겠다는 것이다.

2008년 3월 말 현재 산업은행의 총자산은 145조 원으로 삼성그룹(144조 원), 국민은행(233조 원) 보다는 적지만 수신(예금액)이나 부채를 제외한 실질적인 총자산 측면에서 산업은행은 ‘대한민국 1위’다. 그런 점에서 “산업은행을 집어삼키는 자본이 한국 경제를 움직이게 된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만한 규모의 자산을 인수할 자금 여력이 국내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산업은행 주인이 누가 되리라는 것쯤은 불을 보듯 뻔하다. 외국 자본 또는 몇몇 국내 재벌들의 연합일 것이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의 국민 건강에 대한 악영향이 10년쯤 후부터 표출된다면, 산업은행 민영화로 인한 국민경제의 위험은 10년 후면 이미 치유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 가정의 10년 후를 위해 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까닭이다.

정희용 / 새사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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