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7 / 2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GM은 살아나고 GM의 도시 디트로이트는 파산하나?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 디트로이트시가 현지시각 7월 18일 오후 미시간 주 연방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접수했다. 대공황 시절이었던 1934년, 지방자치단체의 파산 및 회생 절차를 담은 ‘연방파산법 챕터 9’에 따른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연속 적자에 시달리면서 우리 돈으로 약 21조 원(18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파산한 미국 지방자치 단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빚이라고 한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3월 미시간 주는 오어 변호사를 비상관리인으로 임명하였고, 그는 채권단, 공무원 노조, 보험사, 연금기금 등과 손실 부담 규모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낸 것이다. 미시간 주 연방법원이 파산신청을 수용하면 디트로이트 시는 부채를 탕감 받거나 상환연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증세를 하거나 자산 매각, 공무원 감축 등의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퇴직 공무원에 대해 지급해야 할 연금 지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물론 기업과 달리 도시가 파산한다고 없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1934년 파산법 도입 이후 약 500여 지자체가 파산신청을 했다고 한다. 특히 우리가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파산법은 본래 채무자를 살리기 위한 것이 입법취지이므로 파산보호신청을 계기로 디트로이트의 적극적인 회생을 어떻게 모색하는가 하는 점이 우리가 지켜봐야 할 대목이지,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를 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미국 자동차 빅 3의 본사가 있는 디트로이트 시의 특수성을 먼저 지적하는 주장들이 많다. 그러나 그 이전에 확인할 것은 현재 재정이 부실해진 것이 디트로이트 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7월 18일 무디스의 발표에 의하면 샌타페이와 뉴멕시코 연금 부채 규모는 재정 수입에 비해 6배에 달했고 버니지아와 라스베이거스도 5배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현재 미국 지자체의 재정부실과 연금 부채가 특정 산업의 흥망성쇠나 특정 지자체의 부실한 재정운영 탓이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이 재정기반이 취약했던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경제위기 이후 파산했던 GM은 정부의 구제 금융으로 되살아났지만 GM 본사가 있는 도시는 파산하게 되는 운명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물론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과 미국 자동차 산업의 추락, 그리고 특히 그들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 전략’은 대단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GM과 포트, 클라이슬러 자동차 3사는 일본과의 제품경쟁에서 밀려났는가 하면 금융 쪽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으려고 했으며, 값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 결과 50~60년대에 인구 200만을 넘기며 3~4대 도시로 이름을 날리던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현재 70만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이들 자동차 3사가 시의 파산에 유감을 표시하고 회생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렇게 산업이 추락하면서 절대 인구가 줄어들고 당연히 도시의 세수도 줄어들었다. 여기에 2008년 터진 금융위기와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지방세 감소는 더욱 빨라졌다. 더욱이 현직 노동자들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퇴직자 수가 늘면서 현업 노동자의 두 배가 되었다. 이는 도시 부채의 상당 부분이 공무원 연금 부채가 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가난한 디트로이트와 부유한 디트로이트 교외지역

 

그렇다면 디트로이트시의 현재 상태는 어떤가? 자동차 산업의 추락과 해외이전으로 인해 도시의 중산층들도 근처 오클랜드 카운티 등 근교 거주지로 대거 빠져나가며 도시는 빠르게 ‘슬럼화’됐다. 실업률이 18%가 넘어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흑인이 83%이고 인구의 약 3분의 1이 극빈층이며 살인범죄율은 미국 1위로 치안이 가장 불안한 도시다. 경찰 출동에만 1시간이 걸리고 구급차 70%는 가동이 중지되었다고 한다. 건물 8만 채가 버려진 상태이고 가로등의 40%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자체 재정이 취약해지면서 공공서비스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진보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디트로이트 파산과 관련하여 독특한 관점을 제시했다. 미국사회가 불평등이 심화됨에 따라 아예 지리적으로도 부유한 지역과 빈곤지역이 분리되고 있다는 역사적 추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즉, 디트로이트 시에서도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자 중산층들과 백인들이 도시에서 빠져나와 교외로 이주하여 부유층 지역을 만들었고 시내는 흑인들 중심의 빈민가로 고립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디트로이트 교외 지역들은 고소득 계층들이 파산걱정 없이 최고의 공공서비스를 누리면서 풍족하게 살고 있는 반면, 디트로이트 시는 정부 예산과 공공서비스 축소로 범죄율 1위의 버려진 섬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상식적으로는 ‘교외를 포함하는 광의의 디트로이트’ 범주에서 부유층이 세금을 더 내서 빈곤층을 지원해야 하지만 부유층이 그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비판한다. 우리나라 서울시의 강남과 비 강남의 간격을 보아온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대목이다.

 

로버트 라이시는 이런 현상은 금융회사들이 일부 부실 자산을 모아서 대손 상각시키는 것처럼 빈곤지역을 분리해서 파산시키려 한다는 비유를 들어 미국의 불평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우리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시각의 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점검해 볼 가치가 있어 소개한다. 특히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하자 노동조합들이 과도한 임금 인상과 공무원들의 과도한 퇴직연금 보장 요구로 도시 재정이 고갈되었다면서 노동조합을 비난하거나 재정균형을 명목으로 복지 축소를 섣불리 주장하려는 움직임이 얼마나 섣부른 판단인지 간접적으로 시사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디트로이트, 그리고 미국 사회 계약의 파산

Detroit, and the Bankruptcy of America’s Social Contract


2013년 7월 20일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로버트 라이시 블로그(http://robertreich.org/)


미국 도시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 파산인 이번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을 보는 하나의 관점은, 도시의 채권자와 노동자, 그리고 은퇴자들 사이에 어떻게 금융 손실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협상이 실패했고, 그 결과 의사결정이 법원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연금과 건강보험을 도시 노동자들에게 제공해왔던 수 십 년 동안의 노사합의가 만든 필연적 귀결로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더 기본적인 이슈가 있다. 지금 미국인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소득 계층별로 분리되고 있는 중이다. 40년 전에는, 디트로이트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도시들에서 부자와 중산층, 그리고 빈곤층들의 거주 지역들이 서로 섞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득계층별로 주거지역이 분리되는 경향이 있다. 각 소득 계층은 자신들만의 도시에서 자신만의 조세 기반아래, 한쪽 극단에서는 최우수 학교시설과 화려한 공원, 신속하게 출동하는 사회 안전 시스템, 효율적인 교통체계, 기타 최고급 서비스가 있고, 다른 쪽 극단에는 열악한 학교와 노후한 공원들과, 높은 범죄율, 그리고 후진적인 서비스가 병존한다.

 

(소득 계층별) 지리-정치적 분리현상은 너무나 뚜렷해져서 오늘날 부자가 된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부자로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트로이트는 대부분 백인들이 거주하는 상대적인 풍요한  ‘바다’ 가운데 위치한, 지독히 가난하고 대부분 흑인들이 사는, 점점 더 버려진 섬이 되고 있다. 디트로이트 외곽 지역들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에 속한다. 예를 들어 오클랜드 카운티는 백만장자들이 살고 있는 미국의 카운티들 가운데 네 번째로 부유한 곳이다. 교외를 포함하는 ‘광의의 디트로이트’는 미국 최고의 5대 금융센터에 속하고 미국 최고 4대 첨단기술 고용 센터이며, 두 번째로 큰 공학과 건축 인재들이 있는 곳이다. 모두가 부자들은 아니지만 장담컨대 중위 가구 소득은 연 5만 달러에 근접하며 실업률도 국가 평균보다 높지 않다. 디트로이트 행정구역 너머의 미시간 주 버밍엄 중위 가구는 지난해 94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벌었는데, 아직은 디트로이트 시 영역에 속해있는 블룸필드 힐 인근 가구의 중위 소득은 15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교외지역을 뺀) 디트로이트 행정구역 안의 중위가구 소득은 2만 6천 달러를 맴돌고 있고 실업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3명 가운데 한 명이 빈곤층이며 도시 어린이의 절반이 빈곤상태다. 2000~2010년 사이에 충산층과 백인들이 인근 교외로 빠져 나가면서 디트로이트는 인구의 1/4가 사라졌다. 그 결과 도시는 폭락한 자산 가격, 방치된 이웃들, 버려진 건물, 형편없는 학교들, 높은 범죄, 그리고 극적으로 축소된 세금 기반만 남게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공원의 절반이 폐쇄되었고 가로등의 40%가 켜지지 않게 되었다.

 

바꿔 말하면, 현대 미국의 대부분은 어떤 경계 안에 존재하는지 혹은 밖에 존재하는가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회계약에 누가 포함되는가? 만약 “디트로이트”를 교외를 포함한 거대 도시라고 정의를 하게 되면, “디트로이트”는 파산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고도 모든 주민들에게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디트로이트”의 더 풍요로운 지역이 자신들의 세금으로 시내의 빈곤층을 지원하여 재기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도와줄 의사가 있는가의 여부로 모아질 수 있다. 부유한 지역 주민들은 아마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므로 어려운 문제이다.

 

시내의 빈곤층이 포함되도록 관련 경계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그 경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데 있어서, 교외에 살고 있는 백인 부유층들은 책임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그들”의 도시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디트로이트”라고 불리는 다른 곳이다.

 

이런 모습은 부실자산의 경계를 확정하고 헐값에 처분하여 손실을 털어버리고자 했던 월가의 은행들과 거칠게 볼 때 유사하다. 다만 여기서는 금융자본 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것을 다룬다는 것뿐이다. 닥쳐올 헐값 처분은 디트로이트 시의 뒤편에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공공 서비스와 학교 시설과 범죄율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광범한 불평등의 시대에 이것은 더 부유한 미국인들이 빈곤층을 완전히 상각 처리하는 방법이다.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robertreich.org/post/5597606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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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2 / 2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성장과 분배의 관계 다시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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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박근혜 정부,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을 잡나?

2. 불평등이 성장의 지속성에 주는 영향은?

3. 불평등 완화와 성장을 함께 이끌 정책들

 

[본 문]


1. 박근혜 정부,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을 잡나?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인 경제 부총리를 포함하여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이 면모를 드러내고 국정과제가 발표되면서 나오고 있는 공통적인 비판은 ‘시작부터 경제 민주화의 실종’이다. 이미 지난 대선 선거운동 후반기부터 ‘경제 민주화냐 성장이냐’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박근혜 당선인이 경제위기를 핑계로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으로 기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경제 민주화 없이 박근혜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해서? 수출 대기업을 지원해서? 금융 규제완화로 신용창출을 통해서? 과거의 성장 기제로 작동하던 이런 방식들은 이제 불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그럼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과제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사실 불평등 문제와 관련이 있다. 2011년 월가점령 운동이후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 문제가 99%의 불평등 문제다. 더욱이 현재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는 핵심 요인이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수요제약이라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단지 불평의 심화 정도에 대한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불평등과 경제위기, 소득 불평등과 가계 부채의 관계, 불평등과 소비의 관계, 그리고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에 대한 의제로 넓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 문제는 불평등 문제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아서 오쿤( Arthur M. Okun) 같은 1960대의 경제학자들은 사회가 평등과 성장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오랜 동안 고속 성장을 위해 일정한 불평등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한국의 선성장 후분배 논리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좀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 경제학자인 브랑코 밀라노빅(Branko Milanovic)은 현대사회에서 보편적인 고등교육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어왔는데, 사회가 상대적으로 균등한 소득분배를 이루어야 교육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그래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 불평등이 성장 지속성에 주는 영향은?

  그리고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은 빈부격차를 좁히는 사회는 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이 보고서의 저자이기도 한 국제통화기금 경제학자 오스트리(Jonathan D. Ostry)에 의하면, 현재 미국 소득격차 추세로 보면 앞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이 1960년대의 1/3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경기 활황은 4.8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이는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기활황은 불평등이 큰 사회에서 금방 수그러드는데, 그것은 불평등한 사회가 금융위기와 정치적 불안정성 양쪽에서 모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국가들은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굵직한 정책들을 합의해내지 못하고 쉽게 교착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국제통화기금 전 수석경제학자 라잔(Raghuram G. Rajan)은, 경제적으로 격차가 큰 사회의 정치적 시스템은 극단화되며 지금 워싱턴이 그런 것처럼 일종의 제로섬 게임에 의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를 점점 어렵게 하고, 다시 성장을 점점 어렵게 만든다.”“제기되는 어떤 해법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2011년 국제통화기금 스탭 토론 노트인 “불평등과 지속 불가능한 성장: 동전의 양면인가?(Inequality and Unsustainable Growth: Two Sides of the Same Coin?)"는 불평등 완화가 경제 성장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논문이다.

 

우선 논문은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시작하기는 쉽지만 지속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전제하고, 단기적인 성장과 침체를 불평등과 연계시키기 보다는 최소 8년 이상의 장기 지속적인 성장세에 불평등 정도가 주는 영향을 주목했다. 그리고 [그림 1]이 예시하는 것처럼, 직관적으로 보아도 불평등과 성장이 반비례 관계에 있음을, 다시 말해 불평등 정도가 커질수록 경제 성장 지속기간이 짧아진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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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21 최정은/새사연 연구원

 

불평등, 생애 초에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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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빈부 ‘격차’에 주목해야
2. 선진국이 영유아 투자에 집중한 이유
3. 불평등 사회일수록 아동 불평등 높아
4. 영유아기 투자, 인생의 출발 달라져


 

[본 문]

1. 빈부 ‘격차’에 주목해야

부의 쏠림현상이 빨라지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2011년 현재,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 위험 수위인 0.4에 가까워지고 있다. 소득이 전 계층에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상위층으로 쏠리면서, 상대빈곤율도 심각하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절대빈곤층이 여전히 8.0%를 넘나들고 있으며,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가구 비율(상대빈곤율)도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 20년 사이에 상대빈곤율은 두 배로 뛰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상대빈곤율이 10% 내외임을 감안할 때, 우리는 빈부 차는 결코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 빈곤을 넘나드는 가구가 예상외로 많아지면서, 빈곤의 사각지대도 생겨나고 있다. 2005~2009년까지 지난 5년간 한번이라도 절대빈곤을 경험한 가구는 26.7%이며, 상대빈곤을 경험한 가구도 35.6%에 달한다. 최저생계비 이하 수준으로 진입하는 가구 비율도 2009년 4.5%이며, 절대빈곤을 벗어나는 비율은 절반 정도다. 많은 가구가 빈곤에 노출되어 있고, 빈곤상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강신욱 외, 2011). 
 
생계조차 어려운 가구라면 아동의 처지는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가구의 경제력이 부족할 경우 아동의 성장 토대는 튼튼할 수 없다. 아동기에 건강하지 못하고,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성인 이후에도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들은 많다. 태어나서 15세까지 빈곤을 경험한 아동이 30세에서 늦은 37세 성인이 된 후의 성취, 건강, 생활양식을 살펴보니, 아동기 빈곤 경험이 성인의 삶을 상당 정도 결정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Greg J. Duncan, 2010).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들로, 자녀의 빈곤 경험이 성인기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동이 있는 가구의 소득이 부족해지면서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불이익도 큰 편이다. 최근에는 부모 소득과 영어성적과의 관계, 임금 프리미엄까지 다룬 연구가 나왔다(김희삼, 2011). 소득이 높을수록 영어 학습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영어성적도 높아질 것이라는 상식이 우리 사회에 통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연 평균 가구 소득이 100만원 차이가 나면 수능 수험생의 영어 성적은 평균 2.9% 벌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영어 능력자들이 성인기에 받는 임금 프리미엄이 실제 영어 능력 자체와 무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학령기 영어 학습이나 사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이 고임금에 큰 영향을 줬으리란 분석이다. 

빈곤은 단순히 소득이 남보다 적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빈곤층이 누릴 수 있는 사회 자원이 태어나 자라면서 제한되고, 개개인은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 최근에 이뤄지는 빈곤 연구에도 이런 흐름이 녹아있다. 빈곤의 이유를 물질적 결핍에서만 찾지 않는다. 심리적 고립감, 사회문화적 소외, 정치적 배제, 공간적 격리 등 다양한 요인들이 빈곤의 덫이 될 수 있다.

‘빈익빈, 부익부’가 뚜렷해지면서 더욱 커가는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최저생계비 이하로 못 박은 ‘빈곤’의 범주를 빈부 ‘격차’의 문제로 확장시켜 생각해보자. 소득뿐만 아니라 사회 자원마저 한쪽으로 쏠릴 경우 빈곤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빈곤층에 금전적인 지원만 해서 빈곤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 위에 있다. 더욱이 아동빈곤은 격차를 해소하는 접근방식이 중요하다. 18세 미만의 아동 중에서도 특히 영유아기는 불평등의 시작점이 된다. 정부가 영유아기에 얼마나 관심을 쏟고 투자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출발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최근 OECD 국가들이 왜 영유아 투자를 늘리고,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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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11.10 10:13
우리나라가 OECD 꼴찌를 차지하는 항목 중에 소득재분배가 추가되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국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0.03으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0.14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소득재분배는 세금이나 사회복지정책 등을 통해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빈부격차 해소와 장기적 성장을 위해 소득재분배 중요

우리나라의 빈부간 소득격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소득 지니계수인데 2000년에 0.286이던 것이 2007년에는 0.357로 급격히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빈부간 자산격차를 나타내는 자산 지니계수 역시 0.706으로 매우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상태이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상태를 나타난다.

빈부격차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뿐 아니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다. 빈곤층이 1퍼센트 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0.22퍼센트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때문에 소득불평등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소득재분배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소득재분배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을까?

일단 소득은 시장소득(Market Incom), 민간소득(Privatae Income), 총소득(Gross Income),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 세후소득(Post-tax Income)으로 나눌 수 있다. 시장소득에 세금이나 사회보장기금, 연금 등이 각 단계 별로 더해지면서 최종 세후소득이 결정되고, 이를 통해 소득의 재분배가 진행된다.

재분배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소득 구분해보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장소득은 경제활동을 통해 시장에서 얻은 소득으로 근로소득자의 경우에는 임금이 되겠다. 시장소득에서 개인들 간에 오고 가는 돈인 민간이전소득, 예를 들어 가족 간에 주고 받는 용돈 같은 것을 제외하면 민간소득이 된다. 즉, 시장소득에서 민간소득으로의 재분배는 정책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개인들에 의해 일어난다.

민간소득에서 공적연금이나 사회보장을 통한 혜택 등의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하면 총소득이 된다. 총소득에서 소득세, 재산세, 사회보장 기여금과 같은 직접세를 제외하면 가처분소득이 된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세와 같은 간접세를 제외하면 최종 세후소득이 된다.

시장소득 = 노동과 자본을 통해 시장에서 획득한 소득
민간소득 = 시장소득 + 민간이전소득
총소득 = 민간소득 + 공적이전소득(공적연금, 사회보장 수혜)
가처분소득 = 총소득 + 직접세(소득세, 재산세, 사회보장 기여금)
세후소득 = 가처분 소득 + 간접세(소비세)


OECD 꼴찌를 차지했다고 보도된 소득재분배 효과는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와의 차이를 나타낸다. 우리나라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24였고,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1로 재분배 과정을 거치면서 개선된 효과가 0.03에 그쳤던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0.08, 0.12였으며, 가장 높은 벨기에의 경우 0.22였다.


소득세, 소득재분배 효과 높아

그렇다면 각 단계별 소득재분배 효과는 어느 정도나 될까? 2008년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각 단계별 재분배 과정을 거치면서 지니계수와 절대빈곤율(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가구의 비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지니계수의 경우 총소득에서 가처분소득으로 변화할 때 가장 큰 폭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나타냈다. 직접세를 통한 소득분배 효과가 높다는 뜻이다. 이를 세분하여 살펴보면 소득세에 의한 재분배 효과가 -4.75퍼센트로 높았고, 그 외 재산세 등의 직접세에 의한 효과는 -1.14퍼센트에 그쳤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소득세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절대빈곤율의 경우 시장소득에서 민간소득으로 변화할 때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컸다. 이는 소득재분배의 많은 비중을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많은 이들이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 가족이나 친구에게 금전적 도움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총소득에서 가처분소득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빈곤율이 늘어났다. 이는 직접세가 빈곤율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직접세의 경우 주로 고소득층에게 부과되는 세금으로 그것이 저소득층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율 완화한다는 정부, 무슨 생각일까?


한 편 두 그래프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는데 첫째는 시장소득에서 민간소득으로 이동할 때가 민간소득에서 총소득으로 이동할 때보다 재분배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시장소득에서 민간소득으로의 재분배는 가족이나 친지 등과의 민간이전소득을 통해 이루어지는 개인차원의 소득재분배이다. 반면 민간소득에서 총소득으로의 재분배는 공적연금이나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과정이다. 즉, 이는 소득재분배가 정부의 정책과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주로 해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공통점은 가처분소득에서 세후소득으로 변화할 때는 지니계수도 악화되고, 빈곤율도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즉, 간접세는 빈부격차와 빈곤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도리어 소득분배를 악화시킨다.

이상을 종합하자면 우리에게는 소득재분배를 민간이 아니라 사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친서민을 외치면서도 연봉 88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득세율을 35퍼센트에서 33퍼센트로 완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그나마 현재 우리의 소득재분배 제도 중 소득세가 가장 효과적인 빈부격차 해소 방안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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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