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2 / 2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성장과 분배의 관계 다시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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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박근혜 정부,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을 잡나?

2. 불평등이 성장의 지속성에 주는 영향은?

3. 불평등 완화와 성장을 함께 이끌 정책들

 

[본 문]


1. 박근혜 정부,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을 잡나?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인 경제 부총리를 포함하여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이 면모를 드러내고 국정과제가 발표되면서 나오고 있는 공통적인 비판은 ‘시작부터 경제 민주화의 실종’이다. 이미 지난 대선 선거운동 후반기부터 ‘경제 민주화냐 성장이냐’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박근혜 당선인이 경제위기를 핑계로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으로 기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경제 민주화 없이 박근혜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해서? 수출 대기업을 지원해서? 금융 규제완화로 신용창출을 통해서? 과거의 성장 기제로 작동하던 이런 방식들은 이제 불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그럼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과제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사실 불평등 문제와 관련이 있다. 2011년 월가점령 운동이후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 문제가 99%의 불평등 문제다. 더욱이 현재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는 핵심 요인이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수요제약이라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단지 불평의 심화 정도에 대한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불평등과 경제위기, 소득 불평등과 가계 부채의 관계, 불평등과 소비의 관계, 그리고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에 대한 의제로 넓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 문제는 불평등 문제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아서 오쿤(Arthur M. Okun) 같은 1960대의 경제학자들은 사회가 평등과 성장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오랜 동안 고속 성장을 위해 일정한 불평등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한국의 선성장 후분배 논리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좀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 경제학자인 브랑코 밀라노빅(Branko Milanovic)은 현대사회에서 보편적인 고등교육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어왔는데, 사회가 상대적으로 균등한 소득분배를 이루어야 교육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그래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 불평등이 성장 지속성에 주는 영향은?

 그리고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은 빈부격차를 좁히는 사회는 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이 보고서의 저자이기도 한 국제통화기금 경제학자 오스트리(Jonathan D. Ostry)에 의하면, 현재 미국 소득격차 추세로 보면 앞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이 1960년대의 1/3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경기 활황은 4.8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이는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기활황은 불평등이 큰 사회에서 금방 수그러드는데, 그것은 불평등한 사회가 금융위기와 정치적 불안정성 양쪽에서 모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국가들은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굵직한 정책들을 합의해내지 못하고 쉽게 교착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국제통화기금 전 수석경제학자 라잔(Raghuram G. Rajan)은, 경제적으로 격차가 큰 사회의 정치적 시스템은 극단화되며 지금 워싱턴이 그런 것처럼 일종의 제로섬 게임에 의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를 점점 어렵게 하고, 다시 성장을 점점 어렵게 만든다.”“제기되는 어떤 해법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2011년 국제통화기금 스탭 토론 노트인 “불평등과 지속 불가능한 성장: 동전의 양면인가?(Inequality and Unsustainable Growth: Two Sides of the Same Coin?)"는 불평등 완화가 경제 성장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논문이다.  

우선 논문은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시작하기는 쉽지만 지속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전제하고, 단기적인 성장과 침체를 불평등과 연계시키기 보다는 최소 8년 이상의 장기 지속적인 성장세에 불평등 정도가 주는 영향을 주목했다. 그리고 [그림 1]이 예시하는 것처럼, 직관적으로 보아도 불평등과 성장이 반비례 관계에 있음을, 다시 말해 불평등 정도가 커질수록 경제 성장 지속기간이 짧아진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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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2 / 14 최정은/새사연 연구원

2013 세계의 시선(7) 세계적 불황에 누가 가장 취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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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세계경제가 침체되면 경제성장, 고용, 공공지출 등 거시지표가 나빠지리라 예상을 한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여성들의 삶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떠올리지 못해왔다. 일자리 수 자체가 줄어들고, 일을 해도 빈곤한 계층이 늘고, 사회안전망의 혜택도 좁아지는 현실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받는 고통이 더 크다는 사실도 이제는 알아야 할 것 같다.

최근 75년 역사의 세계적 아동후원단체인 플랜(PLAN)은 2013년 1월 “소녀와 젊은 여성들에 대한 경제 위기의 영향(Off the balance sheet: the impact of the economic crisis on girls and young wome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경제 위기가 젠더불평등을 어떻게 악화시켰는지 사례조사를 해 발표했다. 데이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플랜의 연구보고서는 다음의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경제 위기를 전후해 전 세계 소녀와 젊은 여성들의 생존, 성장, 보호, 참여라는 기본적인 권리는 크게 후퇴했다. 경제가 어려워진 시기에 어린 소녀의 사망률이나 영양실조, 산모사망률은 크게 증가했다. 국가재정이 축소되면서 소녀들의 학업 중단이 소년들에 비해 증가하고 젊은 여성들의 실업률도 남성에 견줘 높아졌다. 불황기에 가계 소득이 낮아지면서 일터로 나간 엄마를 대신해 소녀들은 가사일을 돕거나 미성년노동시장에 내몰리기도 했다. 게다가 나라살림이 어렵다는 이유로 고통 받는 소녀와 젊은 여성들의 처지는 외면 받았다. 

올해 세계경제 전망이 밝지 않기에, 박근혜 정부는 경제위기에 젠더불평등이 악화된다는 사실을 교훈삼아 복지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린 소녀와 젊은 여성들의 교육과 건강권은 한번 후퇴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영유아기의 불평등은 성인기로 이어지고, 다시 자녀로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거듭되므로 초기 정책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0여쪽에 이르는 보고서의 내용으로 플랜의 대표 나이젤 채프먼(Nigel Chapman)이 영국 방송 와 인터뷰한 기사를 옮겨보았다. 

  

 

세계적 불황이 여성과 여아에 큰 타격
(Girls and women 'hit the hardest' by global recession)

 

2013년 1월 21일
BBC 뉴스
존 매즐린(Jorn Madslien) 

최대 규모의 국제아동후원단체인 플랜(Plan)에 따르면, 소녀들이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고 말한다. 여성과 소녀가 세계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 침체로 여아의 사망률은 치솟고, 더 많은 여성들이 학대당하거나 굶주리게 된다고 한다. 이는 오히려 최근에 이룬 경제적 성과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플랜의 대표 나이젤 채프먼(Nigel Chapman)은 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이룬 성과는 너무 취약하다. 누군가가 이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충격적이다.”고 밝혔다.
 
죽어가는 아이들
 
채프만은 “문제는 소녀가 매우 어릴 때에 시작된다는 점이다. 소녀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고 말한다. 경기가 나빠질 때 어린 여아의 사망증가율은 남아에 비해 5배나 빠르다. 그는 경제총생산이 1% 하락할 때 어린 여아의 사망률은 1000명당 7.4명으로 증가한다는 세계은행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더 일하고, 덜 먹고

이번 보고서는 학술연구와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보고서 등과 같은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특별하게 젠더에 끼친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가능한 자료로부터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 경제적 불확실성과 침체기에 더 위험한 것이 명백하다.”고 그는 언급한다. 경기침체가 빈곤을 확산하기 때문에 청년기 소녀들이 상당수 학업을 그만두게 된다. 경제위기 시에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소녀는 29%나 줄어든 반면 소년은 22%로 차이가 난다.

대다수 여아들은 엄마가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기 때문에 학교를 떠나 집안을 돕는다. 그는 “소녀들은 가삿일로 학교를 빠지게 되고, 한번 학업을 중단하면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고 한다. 많은 사례에서 아동 결혼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는 “극심하게 가난한 가정은 식솔들을 먹일 수 없어 일찍 결혼시킨다.”고 말한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 침체는 더 많은 소녀가 학업을 중단한다는 의미를 알려준다. 어떤 이들은 미성년노동자로 보내지고, 때로는 성매매를 하게도 된다. 

가정에서 소녀와 여성들은 ‘생계부양자’를 위해 덜 먹게 된다. 그래서 식량 부족이나 영양실조도 소년보다 소녀들 사이에서 일반적이며, 여성들은 자녀들을 위해 더 많이 희생한다. 그는 “그들은 더 약해지고 덜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결국 여아와 여성들은 경기 하강기 이전보다 더 유린되면서 고통을 받는다. 임신기에는 경제위기 전보다 도움을 적게 받으면서 위험하며, 특히 14세~19세 임신한 소녀들은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일자리 창출
 
소녀들과 여성들은 또한 기본적인 서비스나 사회 안전망의 접근이 어렵게 된다. 그는 “소녀들의 기본적인 권리는 위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고 말한다. 긴축예산이나 장기적인 경제 흐름이라는 도전도 당면해있지만, 이 문제의 상당은 ‘고착화된 젠더 불평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문제를 풀기위해 전세계 프로그램은 젊은 여성들이 더 잘 먹고, 사회적으로 보호받고, 학교를 다니고, 학업을 끝내고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는 “우리는 소녀와 여성들과 소년과 남성들 간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 원문 사이트:
http://www.bbc.co.uk/news/business-21088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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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2 / 12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2013 세계의 시선(6) 소득 불평등에 대한 미국 보수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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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지난해 치른 두 차례의 선거에서 '경제민주화’가 핵심 의제로 오른 데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는 ‘불평등’ 또는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미국 사회 또한 1970년대 이후 중산층의 실질소득 정체와 1% 상위소득 집중 등 불평등 문제가 지난 몇 년간 주요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었다. 그런데, 최근 우파 대변지인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소득이 아닌 소비 데이터를 활용하여, 불평등 이슈가 좌파에 의해서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제기된 ‘신화’라고 반격을 가하고 있다.  

그들의 주요 논지는 다음과 같다. 가계가 가처분소득에서 필수 소비재에 지출하는 비중이 1950년 53%에서 1970년 44%, 그리고 오늘날 32%로 감소했다. 또한 과거에 비해서 기대수명이 증가했고, 인종 간 기대수명의 차이 또한 감소했다. 즉 불평등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거나, 설령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중산층의 소비능력 또는 삶의 질은 개선되었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을 비롯한 미국의 리버럴 경제학자들은 필수재와 불평등의 개념, 데이터 집계 등 방법론적인 오류 등을 통해 반박하면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주 새사연 ‘세계의 시선’에서는 최근 미국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좌우 경제학자들의 불평등에 관한 논쟁을 소개한다. 뉴욕 타임즈 오피니언에(“The Hidden Prosperity of the Poor”, 2013.01.30) 매주 칼럼을 기고하는 객원 칼럼니스트 토머스 에드솔(Thomas Edsall)이 논쟁의 주요 논지들을 잘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그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활용하여 우파 경제학자들의 논리를 알기 쉽게 비판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옮긴이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우파 경제학들의 요지는 “조선시대에는 먹고 살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여행도 다니고 핸드폰도 사고 살기 좋아졌으니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일만 해라.”

 

  

푸어의 숨겨진 번영
(The Hidden Prosperity of the Poor)

 2013년 1월 31일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
토마스 에드솔(Thomas Edsall)
 

‘푸어(the Poor)의 숨겨진 번영’이라고 하는 최근 우파가 유포하고 있는 개념은 불평등 확대에 관한 논쟁에서 보수적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치적 우파는 소득불평등 확대가 사회구조와 미국경제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좌파들의 주장을 약화시키기 위해 최근 이 개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12월 6일 캔자스 주 오사와토미(Osawatomie) 고교에서 행한 연설에서 좌파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현재 확대되고 있는 불평등은 미국 사회의 핵심인 다음과 같은 희망(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이 거짓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우리 애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나도, 열심히만 일하면 중산층에 들 수 있다. 우리 자식 세대는 우리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세계 여러 곳의 이민자들이 우리 국경을 넘어오는 이유가 바로 그런 까닭이다. 

하류층과 중산층의 삶은 생각보다 낫다는 우파의 반론은 다음과 같다. 비록 소득이 정체되거나 미미하게 늘어났다 하더라도, 소득에서 필수 소비재에 지출해야 하는 비중이 안정적이거나 감소하고 있으며, 재량적 소비지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과거보다 그들의 생활 형편이 나아지고 있다.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이 악화되었다 하더라도, 소비불평등(상·하위 계층이 재화와 서비스에 지출하는 금액의 격차)은 상대적으로 거의 변함이 없다. 우파 경제학자 마크 페리(Mark Perry)는 타임지에 아래와 같이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소비자 상품, 재화, 서비스는 주로 경쟁시장에서 민간이 생산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식음료, 외식, 주거, 의복, 가전, 가구, 생활용품, 카메라, GPS, 컴퓨터, 자동차, 오토바이, 스포츠용품, 핸드폰, 통신, 라식수술, 성형수술, 악기, 보석, 여행가방, 장난감, 책, 정보, 케이블 TV, 인터넷, 세차, 엔진 오일 등. 현재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일반물가수준과 평균소득수준에 비해서 점점 좋아지고 다양해지고 저렴해지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평균 가계는 과거보다 소비재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즉 평균적인 소비자가 시장이 공급하는 상품에 가장 많은 이득을 얻고 만족하고 있다.  

올해 1월23일, 페리(Perry)와 Boudreaux, 두 우파 경제학자들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정체된 중산층이라는 신화”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두 경제학자는 중·저소득 계층의 소득정체라는 “유명한 진보적 수사”는 “완전히 틀렸다”고 주장한다.  

(상무부 산하) 경제 분석국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적 삶에 필요한 기본재(식료품, 자동차, 의복, 가구,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에 가계가 지출하는 비중이 1950년 53%에서 1970년 44%, 오늘날 32%까지 하락했다.

미국기업연구소 경제정책 연구 책임자인 하셋(Hassett)과 동료 매튜(Mathur)는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을 통해 민주당 정치인들을 다음과 같이 공격하고 있다.  

소득불평등 확대에 관한 그들의 주장은 자본주의에 대한 통상적인 좌파의 비판을 떠올리게 한다. 경제성장은 사회의 모든 계층에 돌아가지 않는다. 19세기 중반, 다양한 조류의 사회주의자들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착취하면서 점점 부유해지고 노동자들은 점점 가난해진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우리는, 경제성장의 열매는 초고소득 계층에 집중되고, 중·하위 계층의 생계수준은 정체되고, 부자와 그들 간의 격차는 점점 확대고 있다는 주장을 또 다시 듣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그와 같은 묘사는 잘못되었다. 

대신에, 그들은 좌파들이 틀린 질문에 답을 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노동통계국 소비지출 조사 데이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세전소득에 따라 가계를 분류하면, 2010년에 하위20%는 총 소비의 8.7%, 중위20%는 17.1%, 상위20%는 38.6%를 차지하고 있다. 부시행정부의 감세와 세계화의 지속적 확대가 일어나기 전인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수치는 거의 변함이 없다. 각각 8.9%, 17.3%, 37.3%를 차지했다.  

소비이론은 다음 몇 가지 이유로 우파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이는 소득불평등 확대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개입의 정당성을 약화시킨다. 또한 기존의 복지 프로그램(임시 현금보조, 의료급여, 식품 보조금 등)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수적 분석은 열띤 반론을 끌어내고 있다. 내 동료인 크루그먼은 두 경제학자의 주장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 완전히 그릇된 결론”이라 비판하고, ‘Dow 36,000'의 저자인 하셋(Hassett)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망가질 명성조차 없다”며 혹평을 가했다. 실제, 다른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우파의 소비이론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11년 2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소비불평등은 소득불평등을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두 명의 경제학자들은 “소비불평등은 1980~2007년 기간 소득불평등을 밀접하게 추적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다른 말로 하면, 계층 간 지출 격차 확대는 소득 격차 확대와 유사하다는 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1980~2010년, 미국에서 소득, 소비, 그리고 여가 불평등”이라는 논문에서 세 명의 경제학자들은 “소득불평등 증가는 상당한 정도로 소비불평등 증가를 따르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불평등의 측정에 관한 극단적 이견은 거의 1세기 동안 지속되고 있는 공공정책 논쟁에서 핵심적인 사안이다. Boudreaux는 다음과 같이 열정적으로 보수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우리가 비록 과거 수십 년 동안 소득과 소비 불평등이 확대되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 사실 자체만으로는 중·저소득 계층의 절대적인 경제후생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말해주지 못한다. 소비불평등이 실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지적은 다음과 같다. 오늘날 부유한 미국인들의 후생과 어떻게 비교하던지 상관없이, 3~40년 전보다 중산층 미국인의 경제적 삶은 더 나아졌다는 사실이다.  

이와는 반대로, MIT 경제학자인 오토(Autor)는 타임지에 다음과 같은 칼럼을 게재했다.

나는 특정 시점의 불평등 자체에 관해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득불평등이 부유한 가계와 그렇지 못한 가계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삶의 기회에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것이 미국사회가 선진국 기준으로 경제적으로 유동적인 사회가 아닌, 점점 더 봉건왕조가 되어가고 있다는 우리사회의 실질적인 위험이다. 이미 196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와 198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 간 가계소득과 대학입학 간 간극이 상당히 확대되고 있다. 교육성과가 생애소득의 주요 예측치 이므로, 이는 출생 당시 환경과 생애소득 간 연계가 이전 세대보다 현 세대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토(Autor)는 불평등이 긍정적 인센티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불평등이 과도하면 파괴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 민간 종교가 있다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지혜와 노동에 기초하여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능력중시 사회라는 신념일 것이다. 가계 자원의 불평등이 더욱 왜곡되면, 하류층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상류층에 올라갈 가능성은 점점 멀어질 것이다. 물론, 어떠한 환경에서도 예외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위 명문 대학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그들 대다수는 상류층 자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은 우리를 한데 묶어주는 미국식 이상을, 불평등이 결국에는 가로막을 것이라는 도덕적 스탠스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불평등이 적당한 범위 내에 머물러 있으면 좋은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더 많은 소득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불평등이 공정경쟁을 왜곡하고 상·하위 계층 간 아이들의 기회를 차별하여 기회의 평등을 감소시킨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결코 원치 않는 거래가 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오바마의 대통령이 재선함으로써 오토(Autor)의 주장이 Boudreaux에 승리했다.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였던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 확대가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1월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은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불평등 확대는 경제침체의 원인이면서,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환의 결과이기도 하다. 대다수 시민을 위해 복무하지 않는 경제, 정치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결국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기존 제도와 양식에 대한 정당성 또한 의문시 될 것이다.  

그러면 ‘푸어의 숨겨진 번영’ 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우파의 주장을 들었다면, 이제 좌파의 주장을 들어보자. 여기 좌파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제시하는 차트 세 개가 있다. 다른 선진국과 미국의 빈곤률을 비교하면 예쁘지가 않다. 아동 빈곤율에 포커스를 맞추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러면 OECD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빈곤을 줄이기 위한 미국정부의 투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수석경제학자이자 1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 바이든의 경제자문을 역임했던, 베른슈타인(Bernstein)은 소비불평등에 관한 우파의 주장에 정면으로 공격하며 아래와 같은 놀라운 결론을 이끌어 냈다. 2010년 노동부 통계국이 작성한 “연구목적”의 보고서를 그가 재가공하여 만들어낸 차트들을 보자. 그는 주요 소비자 비용이 소득증가율을 훨씬 앞서고 있음을 발견해 냈다.


실제, 소득이 줄고 물가가 상승하여, 하위 계층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12년 9월, 미국 인구조사국이 발간한 소득과 빈곤에 관한 보고서는 좌파의 주장에 한층 신뢰를 더하고 있다. 2011년에 가계소득은 16년 만에 최저치인 50,054달러로 떨어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상·하위 계층 간 소득격차의 확대가 과거 40년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분배 충돌은 정치의 본질이며, 궁극적으로는 실제 누가 얼마를 받아야 하는 가에 관한 데이터 논쟁이다. 이는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세제와 지출 정책의 방향과 형태가 결정될 앞으로 몇 년 동안, 치열한 좌우 전투가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다. 오직 공유성장(shared growth)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루한 싸움이다. 오바마는 1기 행정부 때 이 논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지금 재선이 된 다음,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방어적이고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2009~10년 반민주당, 반 오바마 정서가 갑자기 두드러진 것처럼, 양당 권력 투쟁의 균형은 매우 유동적이다.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적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한편, 미국에서 현재 4260만 명이 공식적으로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치적 화약고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그래프가 포함 된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원문 사이트:
http://opinionator.blogs.nytimes.com/2013/01/30/the-hidden-prosperity-of-the-p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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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02.06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숨겨진 비정규직




통계청의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가 발표된 이 후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591만 명이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3.3%가 비정규직 노동자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부 통계는 임시·일용직 노동자들 중 일부만을 포함하고 있다.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은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들로 고용이 불안정하며, 상용직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이나 복지와 관련된 처우에 있어 차별을 받는 노동자들이다. 그러므로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비정규직에 포함되지 않은 임시·일용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에 포함해 비정규직 규모를 산출하고 있는데, 이런 노동계의 방식을 따를 경우 2012년 8월 비정규직의 규모는 848만 명으로 늘어난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47.8%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이다.


쌓여가는 차별, 사회보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정과 함께 저임금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임금근로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37만 7천원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277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2012년 8월 현재).

뿐만 아니다.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에 직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회보험지원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는다. 의료보험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들의 98.9%가 직장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8.4%만이 직장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으며, 국민연금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들은 97.5%가 직장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2.7%만이 직장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실업보험과 연계된 고용보험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6.6%만이 이를 직장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 빈곤과 같은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사회보험서비스에 있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많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로 인해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working poor)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 소득의 소비탄력성이 큰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지속될 경우 민간소비수요의 감소를 불러와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희망은 어디서


다행인 것은 최근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관찰되고 있으며, 새 정부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나 정부의 약속이 실제 노동시장 내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지 못 할 것이라 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몇몇 공공부문 사업장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신분으로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새정부 역시 선거에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공약을 내놓긴 했지만 실제로 어떤 정책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할지는 막연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한편,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줄일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도록 하는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금의 비정규직법만으로는 직면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실제 지난 정권에서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또 다른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새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대한 고찰과 함께 법안의 수행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OECD 고용노동사회국 수석경제학자인 폴 스와임은 “한국의 사회정책 과제”라는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사회통합을 위한 핵심 과제로 비정규직 해소를 주장하였다. 그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는 근로소득의 불평등과 고용불안의 원인이 된다고 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근로의욕을 높여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며, 임금격차의 축소로 소득 형평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 빈곤 등 사회 문제의 해결방안인 동시에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써 한국 사회의 발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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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 / 01 / 25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 역시 심각한 불황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2013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저점에서 약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는 있으나, 경제위기의 부담이 서민층에게 전가되는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체감도는 더욱 취약해질 전망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대선 기간 다양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의료부분에서는 4대 중대질병 보장 강화 등과 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사회복지 예산의 증액없이 일부 보장성을 확대하는 정책은 오히려 저소득층의 혜택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포괄적인 정책비전 없이 추진되는 개별 정책은 왜곡되어 있는 보건의료시스템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

경제위기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보건의료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경제위기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위기는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극화와 빈곤확대로 인한 자살이나 우울증 등 사회심리적 취약성의 증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의료이용의 감소, 생존에 필수적인 사회경제적 필수재 접근성 취약, 복지축소로 인한 의료이용 및 돌봄 서비스 취약 등이 경제위기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게다가 한국의 보건의료 정책은 복잡한 과제를 안고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폭증, 높아지는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의료의 질 담보와 건강보험 재정 간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를 위해 공급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여기에 불평등의 심화 속에 건강형평성을 달성하는 과제도 추가된다. 더구나 이 모든 것을 경제 침체기에 달성해야 한다는 2중, 3중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 경우 원칙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방향은 매우 달라진다.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EU)가 공동으로 발간하는 분기 보고서 유로헬스(EUROHEALTH)에 실린 "금융위기의 건강 정책(HEALTH POLICY IN THE FINANCIAL CRISIS)"을 요약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 각국에서는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다양한 정책조합을 추진했고 그 결과에 대한 실증적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와는 다른 조건, 다시 말해 건강보장 수준이 매우 높고, 재정부담원칙이 정립되어 있으며, 공공의료시스템이 튼튼하다는 등의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경제위기로 인한 복지위기론이 확산되는 현실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기의 건강 정책

(HEALTH POLICY IN THE FINANCIAL CRISIS)


2012년 1분기

유로헬스(EURO HEALTH)

WHO에서는 2008년 경제위기가 각 국의 보건의료시스템과 건강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WHO는 경제위기의 맥락 속에서 각국의 보건당국이 직면한 세 가지 주요한 도전과 그에 대응한 다양한 정책적 시도, 그 결과를 조사했다. WHO 유럽 지역 53개 회원국의 보건 정책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서 45개국의 답변을 받았다. 보고서에서는 일차적으로 이러한 정책적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를 근거에 기반해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현 경제위기 상황에서 보건 당국은 세 가지 주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제위기와 주변환경의 변화는 보건의료에 악영항을 미치게 된다. 공적 재원의 급격한 혼란은 적정한 의료 수준의 유지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경제위기시 실업률 증가로 인한 건강수준 저하 때문에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한 시기에 발생하는 보건의료에 대한 공공 지출 감소는 상황을 매우 어렵게 한다. 필수의료에 대한 비용 삭감은 양질의 의료에 대한 합리적 접근을 어렵게 하여 보건의료시스템을 위태롭게 할 수 있으며 결국 보건 및 기타 비용들의 장기적 상승을 가져 온다. 비용 삭감은 새로운 비효율성을 야기함과 동시에 기존의 비효율성도 타개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재정적 압박을 더욱 가중시킨다.


경제위기에 대응한 보건의료정책의 전환은 크게 세 가지로 진행되어왔다. 지출영역의 조정, 재원조달/서비스의 수준/지불비용 등과 같은 정책 수단의 재조정, 그리고 보건의료 정책의 목표에서의 수정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일관된 방향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재정만 보더라도 각 국 정부는 보건의료지출의 감소/증대/유지 등의 정책을 다양하게 집행해왔으며 일방적 재정삭감은 많지 않다. 질개선, 근거에 기반한 보험정책, 일차의료 강화와 같은 지출구조 개선 정책을 추진했으며 의료비와 약제비 통제 역시 강조되어 왔다. 특히 민간-공공 파트너쉽이 적극 도입된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에 단기 재정목표 달성에는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효율성을 감소시킨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의료시스템을 조정하려는 시도는 다양하게 진행되었으나 실제 가치를 상승시킨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또한 보건의료정책은 전통적으로 각국 정부에 의해 주도되었으나 현재는 IMF, ECB, EC와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으며 누가 주도를 하든지 보건의료 정책의 가치는 비용절감이 아닌 건강증진에 기초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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